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60)
559화 Konkurrieren
2016년 2월 26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제1 연습구장.
볼프스부르크 원정을 하루 앞둔 바이에른 뮌헨의 훈련장에는 활기가 넘쳤다.
“뭐라 했다고?”
전날 독일로 돌아온 바이에른 뮌헨의 스태프들에겐 유일한 고민거리 하나가 있었다. 유벤투스 원정 4:1의 대승에도 불구, 김다온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뭔가 좋지 못한 일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고, 그건 오늘 아침까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펩 과르디올라와 한동안 대화를 나눈 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났다.
아니,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다시 말해 주지. 너무 쉬웠다고 했어.”
“…….”
“승리를 도둑질해 온 것 같다고도 했지. 그래서 이겼는데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더군.”
“…….”
“어딘가 익숙하지 않나?”
어떠한 분야에서건, 최고의 영역에 도달한 이들에겐 사소한 번아웃(Burn-Out)이 심심치 않게 뒤따른다.
번아웃이 찾아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며, 만약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슬럼프에 쉽게 빠져들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엔, 전혀 다른 선수가 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 방향은 당연히 나쁜 쪽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번아웃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성취감의 부족’을 꼽곤 한다.
특정한 업무를 수행했을 때 뒤따르는 보상 등의 결과가 개인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거기에서 오는 실망감이 번아웃의 형태로 나타난다면서 말이다.
축구선수에 빗대자면 ‘패배’ 혹은 ‘우승 실패’와 같은 것이 번아웃의 주요 요인인 셈이다.
그래서 일정 수준에 도달한 축구선수들은, 스스로의 값어치에 합당한 보상을 얻기 위해 ‘이적’이라는 방법을 택한다.
번아웃을 일으키는 요인에서 멀어지고, ‘승리’와 ‘우승’이란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는 환경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일정 수준 그 이상의 영역에 도달한 경우라면, ‘승리’와 ‘우승’으로도 성취감을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바로 이번 경우처럼 말이다.
“그에게 번아웃이 온 이유는 경쟁이었네.”
“경쟁?”
“그래. 난 그저, 그걸 알려 준 것뿐이었어.”
“…….”
“정말 놀라운 녀석이야. 아직 겨우 22살인데.”
만약 한 명의 성장하는 축구선수를 예로 들자면, 번아웃이 찾아오는 과정은 이렇다.
더 높은 무대에서 뛰고자 하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경우가 가장 첫 번째가 되고, 자신이 바라던 수준에서 얼마나 많은 승리를 거두느냐가 바로 그다음이 된다.
그리고 만약 패배의 원인이 선수 자신이 아니라 동료 혹은 클럽 자체의 한계 때문이라면, 수준 높은 무대의 팀 중에서도 더 나은 곳을 찾아갈 수 있다.
흔히 빅클럽이라 불리는 팀들인 것인데, 김다온은 이미 이 단계에 놓여 있다.
바이에른 뮌헨은 그에게 ‘승리’와 ‘우승’을 안겨다 줄 수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새 과정에 다다르게 된 거야.”
어떠한 선수들은 승리와 우승 역시 자신이 바라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스포츠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인 경쟁이었고, 그 대상은 자기 자신 혹은 위협을 가져다줄 라이벌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한 가지 사실을 알려 줬지.”
“어떤 것 말이지?”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갔을 때, 우리가 FC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하고 있을 거라고 말이야. 무척 당연하고 쉬운 대답이지만, 다온에겐 그게 필요했네.”
“잠시 돌아볼 때라는 거군.”
“그렇지. 바로 그거였어.”
이틀 전 유벤투스 원정은 근래 보기 드물 정도로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있는 경기였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수개월 전, ‘RAI’의 이제는 강제적으로 은퇴하게 된 축구 해설위원 하나가 김다온을 인종적으로 비하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 모든 것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던 상태였다.
바이에른 뮌헨과 유벤투스의 대결이 확정된 뒤에도, 이 사건이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폴 포그바가 올린 하나의 포스트와 2015/16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의 사전 인터뷰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것들을 위로 끄집어내었다.
‘되갚아 줄 것이 많았겠지.’
훈련이 시작한 후, 과르디올라는 홀로 생각에 잠긴다.
그는 김다온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더구나 체스라니.’
아마도 이틀 전의 경기는, 김다온에겐 3개월 동안 묵혀 온 감정을 토해 내는 자리였을 거다. 하지만 그것을 모두 토해 내기엔, 폴 포그바와 유벤투스 모두 무기력했다.
특히 포그바의 ‘체스 플레이어’ 인터뷰는 김다온을 제대로 자극한 말이어서,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의 승리를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폴 포그바는 말 그대로 아무런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했고, 나머지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일방적으로 당한 기분이 들겠지.’
챔피언스 리그 16강전과 관련된 모든 에피소드 중에서, 김다온 본인이 스스로 자초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가만히 있다가 두들겨 맞았을 뿐이다.
그래서 더 ‘경쟁’을 통해서 거둔 달콤한 승리가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이틀 전 김다온이 느낀 감정은 분데스리가의 연장선상쯤이었을 게 분명했다.
김다온이 느끼는 성취감이 다른 이들과 비교해 크게 뒤떨어지는 유일한 이유다.
다른 이들은 원정에서 거둔 4:1이라는 결과에 만족했겠지만, 승리 이상의 것이 필요했던 김다온은 자신이 계속 노력을 해야 할 이유를 잠시 잃어버렸다.
이에 혼란스러워했던 김다온은 과르디올라를 찾았고,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뮤즈(Muse)에게 그의 또 다른 뮤즈를 말해 주기로 결정했던 거다.
바로 이번 시즌 스페인 라리가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두 사람인 리오넬 메시와 제로니모 베가를 말이다.
현재 둘은 스페인 라리가의 득점왕 타이틀을 두고 경쟁을 펼치고 있었고, 최근에는 리오넬 메시가 조금 앞서 나가는 모습이었다.
이유는 지네딘 지단이 팀의 득점 기회(P.K/F.K)를 호날두에게 양보해 주길 원했기 때문인데, 최근엔 이것이 문제가 되어 많은 이야기들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제로니모 베가가 훈련장을 이탈했다는 뉴스에서부터 시작해, 이번 시즌 후 그가 이적을 요청할 거라는 것들이 그랬다.
위르겐 클롭의 리버풀 FC가 적극적인 영입에 나설 것이며, 최대 7,400만 유로를 쓸 수 있다는 루머도 있었다.
물론 계약 기간과 레알 마드리드의 재정 상태를 고려했을 때, 당장 이적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폭탄의 심지엔 불이 지펴졌다.
‘앞으로가 볼만하겠어.’
5분여의 짧은 대화로 다시 동기를 되찾은 김다온은 이틀 전에 토해 내지 못하고 남은 에너지를 앞으로의 경기에서 방출할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는 이것을 막지 않고, 김다온이 계속 스트레스를 방출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었다.
당연히 그래야만 했으니까.
“좋아, 그마안-!! 잠깐 이곳으로 모인다!!”
바지 주머니에 꽂아 두었던 손을 빼며 박수를 친 펩 과르디올라가, 그들의 선수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다.
***
2016년 2월 27일. 38446 볼프스부르크, 독일. 인 덴 알러비이젠 1. 폴크스바겐 아레나.
.전반 00분
볼프스부르크 0 : 0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1-4-1/4-4-1-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쿤 카스테일스
RB ? 김다온 / RB ? 크리스티안 트래슈
CB ? 요주아 키미히 / CB ? 나우두
CB ? 데이비드 알라바 / CB ? 단테
LB ? 후안 베르나트 / LB ? 리카르도 로드리게스
DM ? 사비 알론소 / RM ? 비에이리냐
RAM ? 아르연 로번 / CM ? 막시밀리안 아놀트
CM ? 필리프 람 / CM ? 루이즈 구스타보
CM ? 토마스 뮐러 / LM ? 마르셀 섀퍼
LAM ? 더글라스 코스타 / CAM ? 율리안 드락슬러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막스 크루제
.
.
“Bayern-!!”
“Sieg!!”
경기 전 마지막 스크럼에서 파이팅을 한 번 외친 후, 각자가 뿔뿔이 흩어져 포지션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난 슬쩍 벤치를 바라봤다.
‘신기한 사람이라니까.’
지금까지 몇 번 같은 말을 한 것 같지만, 펩은 정말이지 신기한 사람이었다.
대체 어떻게, 나의 가려운 부분을 이토록 잘 아는 걸까?
그는 이것이 경험 때문이랬다.
[“겪어 본 적이 있거든.”] [“그런가요?”] [“그래. 자신을 의심하지 말게. 그리고 언제든 같은 기분이 들면, 나를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유벤투스 원정 경기가 끝나고 느꼈던 감정은 실망이었던 것 같다.
만약 누군가 내게 ‘장군’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걸 말해 왔다면, 그 즉시 그것을 되갚아 주기 위해 미친 듯이 뛰어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포그바는 피치 위에서 어슬렁거리는 경우가 더 많았고, 최고 속도의 스프린트를 보여 준 횟수 역시도 손에 꼽을 만했다.
물론 우리가 볼을 점유하고 있었으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을 테지만, 때때로 얻었던 공격 기회에서도 포그바는 터무니없는 중거리 슛을 날린다거나 드리블을 너무 길게 해 끊기거나 하는 식으로 아무 위협도 주지 못했다.
오죽하면 BBC가 평점 4점을 주고, 키커가 최하점인 6점을 매겼을까?
더구나 사전 인터뷰까지 그렇게 했다면, 최소한 그것보다는 더 나아야만 했다.
잔뜩 준비를 한 나 자신이 우스웠달까?
뭐, 이제는 지난 일이다.
나의 현실은.
‘어딜-!’
쿵-
“윽-!”
오늘 이곳 폴크스바겐 아레나에 있다.
.
(에밀 슈미터링) – ZDF 코멘테이터
“밀려납니다. 마르셀 섀퍼가 드리블을 시도했습니다만, 너무 간단하게 빼앗깁니다. 볼을 빼앗은 건 다온입니다. 최근에도 다시 한번, 자신이 세계 최고임을 보여 줬죠.”
(스벤 프로인들리히) – ZDF 해설위원
“분명히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뮌헨 합류 전에도 다온은 물론 좋은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이만큼 존재감을 주는 사람은 아니었죠. 최근 이 친구에게선 굉장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옵니다. 아마 뮌헨을 상대하는 쪽은 다온이 선 곳으로 패스를 보내기 싫을 겁니다.”
(에밀 슈미터링)
“새로운 별명을 얻었습니다. KING DA-ON이죠. 물론 전에도 이렇게 불린 적은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보다 많은 이들이 보는 앞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는 폴 포그바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
정확한 이유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느껴지는 컨디션은 굉장히 좋았다.
정신은 또렷하고, 몸은 깃털처럼 가볍다.
툭-
“!!”
라인을 높여 중앙 빌드업에 가담하고 있었던 나는, 오른쪽 하프스페이스 부근에서 반대편을 슬쩍 바라보다 재빨리 축구공을 밀어내며 사이드라인으로 달려 나갔다.
방향 전환 패스를 예상했었던 마르셀 섀퍼가 몸을 돌려세우며 달라붙었고, 한 번 더 축구공을 밀었을 때 그가 파울을 하려는 의도가 명백한 행동을 해왔다.
노골적으로 오른쪽 어깨와 손을 사용해 나를 밀쳐 버리려고 했던 것인데, 잠깐 사이드라인 바깥으로 밀려났었지만 금세 회복하고 축구공을 쫓았다.
휘슬로 손을 가져가던 마누엘 그래페(Manuel Grafe)가 두 손을 앞으로 쭉 뻗었고, 그러자 오히려 당황한 쪽은 볼프스부르크의 선수들이었다.
마찬가지로 파울을 예상했던 리카르도 로드리게스가 어정쩡한 모습으로 날 맞이한다.
정돈되지 않은 수비자세.
굳이 복잡할 필요가 없다.
툭-
나는 다시 한번 볼을 차 넣으면서 드리블을 했고, 이후 리카르도 로드리게스와의 어깨싸움마저 이겨 낸 뒤에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했다.
오른쪽 델란테로(Delantero Derecho)는 오른발잡이인 내겐 슈팅과 패스 모두 가능한 좋은 위치다.
그리고 이번에 택한 것은 컷배…….
‘엥?’
갑자기, 내 몸이 살짝 떠오르는 게 느껴진다.
‘윽-’
뒤이어 왼쪽 발목에 통증이 왔고, 그대로 그쪽부터 넘어지게 된 나는 본능적인 낙법을 사용하여 피치와 충돌하는 몸을 최대한 보호했다.
쿵-!!
“!”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들.
“헤에에에에이-!!”
“이봐아-!!!”
그리고.
삐—-익!!
휘슬 역시 곧바로 뒤따른다.
넘어진 후 바라본 가까운 곳엔 태클을 한 당사자로 보이는 루이즈 구스타보가 있었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살짝 얼굴을 찡그린 그는 주심의 자비를 기대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떠한?
휘슬이 불렸으니 파울에 관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이게 액션일 리도 없다.
‘그렇다면?’
주심이 달려와 태클 후 주저앉아 있는 루이즈 구스타보의 앞에서 카드를 꺼내 들자, 그의 고개는 푹 아래로 숙여졌고 관중석에선 묘한 반응이 흘러나왔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마누엘 그래페의 손에 들려진 빨간색 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
(이후재) – KBS Sports 아나운서
“퇴장-! 퇴장입니다! 전반전 2분 만에, 루이즈 구스타보가 그라운드를 떠나게 됩니다!”
(한희준) – KBS Sports 해설위원
“지금은 당연한 판단입니다. 완전히 뒤쪽에서 태클이 들어간 데다 볼만 정확히 걷어 낸 것도 아니거든요? 마누엘 그래페 주심. 바로 레드카드를 꺼내 드는 경우는 잘 없는 심판인데, 그만큼 상황이 명확했다는 겁니다.”
(이후재)
“네. 아…… 정말 엄청난 돌파 아닙니까?”
(한희준)
“하프라인 앞쪽 5m쯤 되는 위치에서 컷백이 가능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할 때까지, 한 세 번 정도 볼을 터치했죠? 보통 이런 날은 김다온 선수의 컨디션이 무척 좋다는 겁니다.”
(이후재)
“2분 만에 페널티 킥 기회를 얻어 내는 바이에른 뮌헨. 오늘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김다온 선수가 볼프스부르크의 왼쪽 진영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
“후우~”
.
.
.후반 40분
볼프스부르크 0 : 3 바이에른 뮌헨
전반전 2분 만에 수적 열세에 몰리게 되었을 때, 디터 헤킹은 사실상 경기가 끝났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11:11인 상태에서 노골적으로 방패만 들어도 어려운데,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결과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바이에른 뮌헨은 강한 팀이었고, 실제로 오늘 경기 내내 볼프스부르크는 두들겨 맞기만 할 뿐이었다.
0:3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수를 빼고 수비를 투입했던 것 역시 이 때문이었다.
결과를 예감한 관중들은 이때부터 야유를 보내며 경기장을 떠났지만, 유럽대항전 진출을 두고 순위 싸움을 벌이는 볼프스부르크에겐 실점을 최소화하는 것 역시 중요했다.
이후 약 25분 동안 실점을 막았으니, 디터 헤킹의 전략은 성공이었던 셈이다.
머리를 긁적이며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
‘하필이면 오늘.’
강팀을 상대하는 많은 축구 감독이 그러하듯, 디터 헤킹 역시 경기 전에는 약간의 행운을 기대하고 있었다.
뮌헨의 결정적인 슈팅이 골대에 가로막힌다든가, 볼프스부르크가 겪은 퇴장이 상대에게 나오거나 주심의 오심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우는 게 바로 그런 것들이다.
혹은 특정 선수의 컨디션이 나쁜 것도 괜찮았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디터 헤킹의 기대는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바이에른 뮌헨은 오늘 세 차례나 골대를 맞췄고, 레반도프스키와 로번이 각각 결정적인 1:1 기회에서 축구공을 골라인 밖으로 날려 보냈다.
그리고 이에서 보듯, 오늘 분명 뮌헨의 몇몇 선수들은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
챔피언스 리그를 병행한 데에서 오는 체력 소진과 그로 인한 집중력의 저하가 엿보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가장 컨디션이 나빴으면 하는 남자의 상태가 정반대로 가장 훌륭했다.
지금만 하더라도.
삐—익!!
{“아아…….”}
마치 텅 빈 아우토반을 내달리는 것처럼 질주를 하던 김다온이 리카르도 로드리게스의 파울을 유도하며, 볼프스부르크의 다섯 번째 경고 카드를 이끌어 냈다.
바닥을 한두 차례 뒹군 후 곧바로 일어선 김다온이 주심을 바라보며 미소와 함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생각보다 판정이 짜다는 의미였겠지만, 딱히 개의치는 않는 모습이었다.
세 골을 앞서고 있다는 것과 남은 시간이 그에게 여유를 안겨다 준 것 같다.
‘그게 아니면…….’
그게 아니라면, 저건 일종의 자비였다.
우위에 선 자만이 보일 수 있는 자비.
최소한 오늘에 한정해 김다온의 드리블은 파울이 아니면 막을 방법이 없었고, 건장한 체구의 수비수들을 상대로 몸싸움을 이겨 내며 질주하는 모습은 축구선수라기보다는 차라리 럭비나 미국 풋볼의 러닝백과 비슷해 보였다.
그리고 더욱더 컨디션이 좋은 날의 김다온을 막기가 어려운 건, 이런 날의 그에게서 굉장히 많은 숫자의 키(Key)패스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레반도프스키와 로번이 날린 1:1 기회도 김다온의 패스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만약 그것을 두 사람이 살렸다면 그는 어시스트 해트트릭을 기록할 수 있었을 거다.
유일하게 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파울뿐이다.
삑-!! 삐?익!! 삐—익!!
볼프스부르크의 입장에서 유독 길게만 느껴졌던 경기가 끝이 나고, 몸을 돌린 디터 헤킹이 승장(勝將) 펩 과르디올라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넨다.
“완패였소.”
“운이 좋았습니다. 위로를 드리죠.”
“자애롭군요. 난 당신이 부럽습니다.”
“후후후.”
미소를 지어 보이는 과르디올라를 보며, 잠깐 멈칫한 헤킹은 자신의 뜻을 알려 줘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본인이 부럽다는 말을 건넨 건, 어디까지나 세계 최고의 선수와 함께하고 있는 부분 때문이었다.
단순히 빅클럽에서 뛰는 최고의 선수들 중 하나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진짜 최고’ 말이다.
펩 과르디올라는 리오넬 메시에 이어 김다온을 만났고, 그것이 이 남자의 경력과 업적에 큰 일조를 하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헤킹은 굳이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표정에서 다 드러났기 때문이다.
‘알고 있군.’
환한 미소 속에 스며들어 있는 아주 작은 자조(自嘲)를 확인한 헤킹은, 과르디올라의 어깨를 두드리며 몸을 돌려세웠다.
세상의 모든 축구 감독이 그러하듯, 펩 과르디올라 역시 그만의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었다.
과연 현재 이루고 있는 모든 일들은 자신의 능력과 철학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면 운 좋게 좋은 선수를 만난 것에서 생기는 부수적인 결과물일까?
아마도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풀리지 않을 이 수수께끼는, 축구라는 스포츠를 성장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계속된 전술적인 발전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스타들로 말이다.
현재의 바이에른 뮌헨과 김다온을 통해 성장하게 될 축구와 어린 선수들 역시, 몇 년 안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무대의 정중앙으로 뛰어오를 것이다.
과연 그때, 김다온은 어떨까.
‘……훗, 바보 같은. 당연한 걸 가지고.’
김다온의 나이가 22살 3개월에 불과하다는 것을 떠올린 디터 헤킹은, 앞으로 약 10년 동안 그의 시대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의 메시와 호날두가 그런 것처럼, 그 역시 빠른 시일 내에 많은 도전자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승리하는 걸로, 자신이 세계 최고로 있어야 할 동기를 느낄 것이고 말이다.
축구에서 경쟁이란.
‘영원히 계속되지.’
그러니 김다온의 걱정은 어쩌면 쓸데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계속 그럴 것이다.
자신을 의심하고 과거로 돌아가는 일을 두려워하는 것이야말로, 김다온을 이끄는 궁극적인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챔피언스 리그 16강 유벤투스 원정 이후 첫 경기.
김다온은 디터 헤킹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
.
.경기 결과(Bundesliga 23R)
볼프스부르크 0 : 3 바이에른 뮌헨
[골]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전반 02분(P.K/김다온), 후반 09분(프랑크 리베리)더글라스 코스타 : 후반 11분(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김다온 ? 95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2.0)
MoM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2골 1어시스트/평점 1.5)
***
작가의 말 ? 토요일부터 오른쪽 눈이 붉게 충혈되고 눈이 평소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붓기 시작했습니다. 가려움, 통증이 수반되었고 눈곱 같은 게 수시로 끼더군요.
의사 친구에게 사진 찍어 보여 주니 안검염이며 정확한 원인과 치료는 병원을 가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토요일이었던지라 병원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고, 급하게 나름의 조치는 했습니다만 눈이 너무 아픕니다.
흰자가 혈액으로 구성되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눈이 빨갛고, 가려움과 통증도 지속되는 중입니다.
친구가 제 몸 상태를 잘 알아서 감염보다는 면역력 저하를 원인으로 보던데, 포진 왔다고 말하니까 아마 맞을 거라더군요.
내일 날 밝는 대로 병원 다녀올 생각입니다.
나아질 거라 믿고 화욜 2연재 예고합니다.
하지만 몸 상태에 따라 바뀔 수 있으며, 단 휴재는 없습니다. 최소 1연재는 올라올 거고, 만회를 위해 이번 주는 일요일도 연재 갑니다.
전 운동을 몸 좋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 살기 위해서 합니다. 한번 뇌가 아픈 이후에는 모든 몸의 수치가 정상인보다 현격히 떨어졌거든요. ㅠ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