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63)
562화 Konkurrieren (4)
2016년 3월 5일. 44139 도르트문트, 독일. 슈트로벨알리 50. 지그날 이두나 파르크.
.경기 시작 03분 전
도르트문트 0 : 0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3-3-3-1/4-3-3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로마 뷔르키
RCB ? 요주아 키미히 / RB ? 우카시 피슈체크
CB ? 사비 알론소 / CB ? 마츠 훔멜스
LCB ? 데이비드 알라바 / CB ? 스벤 벤더
RCM ? 필리프 람 / LB ? 마르셀 슈멜처
CM ? 아르투로 비달 / DM ? 율리안 바이글
LCM ? 김다온 / CM ? 헨리흐 므히타랸
RAM ? 아르연 로번 / CM ? 일카이 귄도간
CAM ? 토마스 뮐러 / RW ? 에리크 두름
LAM ? 베르나르두 실바 / LW ? 마르코 로이스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피에르-에밀 오바메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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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8시간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Der Klassiker’를 앞둔 탓에, 적당한 긴장감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훈련과 미팅 때의 집중도도 높았고, 승리를 향한 간절함도 동료들의 눈빛을 통해서 잘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곧 있어 경기가 펼쳐질 지그날 이두나 파르크에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쪽이 무척 시끄럽다.
‘Die Gelbe Wand.’
그러니까, The Yellow Wall.
보는 사람이 절로 위축되게끔 하는 저 거대한 노란색 벽은, 이곳 지그날 이두나 파르크를 원정팀 선수들이 가장 꺼리는 장소로 만들어 왔다.
물론, 나는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
난 항상 저 열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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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베르트 카이텔) – Sky Sports German 코멘테이터
“큰 주목을 받는 데어 클라시커입니다. 이 경기에 꽤 많은 것들이 걸려 있죠. 도르트문트가 분데스리가 우승을 하려면, 오늘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희망을 이어 나갈 수 있거든요. 승점 6점 그 이상이 달려 있습니다.”
(야니크 코른베르크) – Sky Sports German 해설위원
“도르트문트에게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분데스리가 역사상 가장 많은 승점을 쌓은 2위 팀이니까요. 그들이 훌륭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겁니다.”
(노르베르트 카이텔)
“그런 경기이니만큼 특정 선수에게 쏟아지는 기대도 엄청납니다. 예를 들어, 바로 여기에 있는 남자처럼 말이죠. 이미 새로운 역사에 돌입했습니다.”
(야니크 코른베르크)
“22어시스트. 순수 분데스리가에서의 기록입니다. 자신이 직접 세운 21어시스트를 단 24라운드 만에 뛰어넘었죠. 입 아프도록 말을 했지만, 그는 단순한 측면수비수가 아닙니다.”
(노르베르트 카이텔)
“리그, 컵, 챔피언스 리그를 통틀어 11골 26어시스트입니다. 유럽에서 이와 같은 기록을 가진 선수는 현재 없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Wunderknabe(원더보이)로 불렸습니다만, 이젠 완전히 Ubermensch(슈퍼맨)가 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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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필리프가 도르트문트의 주장 훔멜스를 만나러 심판들의 앞으로 이동하는 사이, 남은 우리는 미리 정해진 진영으로 나아가며 가벼운 스트레칭을 했다.
필리프가 돌아오면 스크럼을 짜고 마지막 파이팅을 할 예정이기에, 아직 포지션을 찾아가지는 않았다.
“이봐, 토마스.”
“?”
“내 발밑에 축구공이 있을 때, 공간으로 파고들어. 무슨 말인지 알지?”
씨익 웃어 보인 뮐러가 엄지를 치켜세워 오고, 난 이후에도 베르나르두와 비달에게 플레이의 방향성을 이야기했다.
다른 둘이야 알아서 잘할 테니 딱히 걱정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레비가 이따금 멍해진다거나, 로번이 탐욕을 부릴 때를 위해 말을 아껴 두는 것도 있다.
지적이 잦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 둘이기에, 나중에 내 목소리가 제대로 닿게 하려면 침묵하는 순간도 필요하다.
수비야 필리프가 알아서 컨트롤할 것이고, 어차피 오늘 내 역할은 지키는 것보다는 허무는 쪽이다.
“봐 달라 하고 왔죠?”
“하하하. 어떨 것 같아?”
필리프가 돌아오고, 우리는 스크럼을 짰다.
이건 내 제안 때문에 생긴 루틴이다.
유럽 팀 중에서 이런 식으로 경기 전에 스크럼을 짜는 경우는 잘 없는데, 나는 이것이 우리의 케미스트리를 더 나아지도록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펩과 필리프 모두 내 의견을 수렴해 주었고, 동료들도 취지를 잘 이해해 주는 모습이다.
“말했지만, 지그날 이두나는 늘 쉽지 않아. 하지만 이 경기에서 이기면 우승이 가까워져. 두려워하지 말고, 전사처럼 맞서 싸우는 거야. Bayern-!!”
“Sieg!!”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친 후, 손뼉을 힘껏 두드리며 위치를 찾아 움직인다.
모처럼 만의 쓰리백.
오늘은 꽤 많은 걸 준비했다.
삐?익!!
도르트문트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고, 후방에서 곧바로 쏘아진 롱패스가 박스 주변으로 날아든다.
센터백을 쓰지 않는 수비를 시작한 후, 상대가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다.
알라바와 키미히의 센터백으론 아무래도 제공권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니, 그 점을 공략하려고 했던 것이다. 무척 당연한 접근법이다.
‘일단 머리에 맞는 데까진 그렇지.’
슈팅을 가져가는 것이 가능한 지역 외에서의 헤더는, 어디까지나 연결과 연계에 그 목적이 있다.
쉽게 말해 세컨볼이 중요하다는 건데, 우리는 이 부분에서 굉장히 잘 해내고 있다.
필리프, 키미히, 사비.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은 수비진영에서 세컨볼을 따내는 데 있어, 나름의 경쟁을 펼친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지금도 공중볼은 오바메양이 따냈지만 세컨볼이 흐르는 곳을 필리프가 지켰고, 간단히 볼을 따낸 그가 노이어에게 패스를 돌렸다.
“…….”
마누엘 노이어는 골키퍼의 능력 자체도 세계 최고지만, 영리하다는 부분 역시 큰 장점이다.
특히 상황판단 능력이 놀라운 수준이다.
펩은 노이어가 미드필드였어도 큰 성공을 거두었을 것이라고 했다.
“마누-!!”
“?”
필리프의 패스가 노이어에게로 향했을 때, 나는 주변을 살피며 접근한 선수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측면으로 넓게 벌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축구공을 아래에 받아 놓았던 노이어가 빠르게 오른발을 움직였다.
‘빠르게 가야 해.’
토마스 투헬의 축구는 굉장히 기계적이다.
어떠한 사람들은 그의 축구가 펩과 흡사하다고 하지만, 부분적으로 비슷한 점은 있어도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철학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또 펩이 우리의 축구를 하는 것에 조금 더 많은 비중을 둔다면, 투헬은 상대를 완전히 해부할 때까지 분석한 이후에 팀의 일정 부분을 거기에 맞추려고 한다.
어쨌든 이런 투헬의 축구는 축구장을 최대한 넓게 활용하려고 한다는 특색이 있는데, 특히 공격할 때 이러한 특성이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지금도 보면 왼쪽의 마르코 로이스와 오른쪽 에리크 두름의 간격이 거의 끝과 끝에 있었다.
보통 볼이 머물지 않는 쪽의 측면자원이 중앙으로 좁혀드는 것과는 달리, 늘 최대한의 간격을 유지함으로써 수비와 수비 사이의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
마인츠 당시 투톱을 사용했던 이유도, 이렇게 축구장을 넓게 활용하면서 발생하는 공간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분명 단점도 있다.
“빨리 돌아와-!! 움직여-!!”
우선 축구장을 넓게 쓴다는 것 자체가 더 많은 거리를 뛰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또 자신들 역시 피치 위에 많은 공간을 만들어 두고 있다는 뜻도 된다.
축구는 볼의 소유 여부에 따라 공수가 나뉘고 옳고 그름 역시도 손바닥 뒤집듯 쉽게 뒤바뀐다.
자신들이 볼을 소유하고 공격을 진행할 땐 좌우 간격을 넓히는 것의 이점을 누릴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빠르게 공격을 전개할 경우엔 그만큼 리커버리하는 시간이 늦춰진다.
노이어에게 소리까지 질러 가며, 약간 무리해서 공격을 빠르게 전개하려고 했던 이유다.
또 빌드업에 일가견을 갖춘 노이어라면, 이런 나의 의도를 어느 정도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노이어는 나를 믿어 줬고, 이제는 내가 그 이유를 증명해야 할 때였다.
빠르게 하프라인까지 전진해 나아간 뒤, 나는 베르나르두를 찾아 패스를 보냈다.
에리크 두름이 아직 수비에 가담하지 못한 상태이다 보니, 도르트문트는 자연히 수비의 숫자를 채우기 위해 후방에 머무는 인력을 위로 끌어 올려야 했다.
이는 수비의 라인이 높아졌다는 뜻이고, 몸을 돌리며 율리안 바이글을 따돌린 베르나르두가 수비 뒤로 파고드는 레비를 찾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저기-!!”
레비가 있는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임과 동시에, 앞쪽에서 등을 보이며 드리블 중이던 베르나르두가 공을 들여 패스를 보냈다.
딱히 베르나르두에게 지시를 내린 건 아니다.
그냥 같은 것을 보고 있었던 것뿐이다.
두 명의 센터백 사이로 파고 들어간 축구공을 민첩하게 낚아챈 레비가 왼발로 마무리에 성공하고,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려고 했을 때 부심이 든 깃발이 눈에 들어왔다.
‘아, 진짜야?’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어 안타까움을 표시해 본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펀치였다.
도르트문트는 아마도 평소처럼 좌우의 간격을 넓히는 게 쉽지 않을 것이고, 설령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역습을 의식할 수 있다.
리스크를 떠안은 모든 전술적 선택들은 그 반작용을 의식하지 않는 게 중요한데, 만약 의식한다면 그것대로 이미 상대의 플랜을 방해하는 셈이 된다.
또 우리는 우리대로 가져가는 게 크다.
동료들 중 몇몇은 이번 플레이에서 힌트를 얻었을 것이고,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는 게 공략법이 된다는 걸 확인했을 거다.
기선제압이 보기 드물게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이랄까?
시작이 곧 반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베르나르두-!”
“?”
“좋은 패스였어! 한 번 더 해 보자! 알지?!”
“……그래!”
경기 전 내가 베르나르두와 비달에게 알린 경기의 방향성도 바로 이런 것이었다.
지금부터는 이를 넓게 확장해 나가야 한다.
경기가 시작된 후의 축구는.
‘우리가 더 강해.’
전력과 철학, 전술과 변칙 등. 승리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무기를 동원하여 누가 더 강한 팀인지를 경쟁하는 총성 없는 전쟁이었다.
그리고 난 거기에 이미 푹 빠져 있다.
“!”
삑-!
위험지역을 벗어난 곳에서 넘어뜨린 므히타랸에게 손을 뻗으며, 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전반 14분
도르트문트 0 : 0 바이에른 뮌헨
{“워어어어-!”}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의 날카로웠던 슈팅이 크로스바를 스쳐 지나가고,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린 토마스 투헬이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걸어갔다.
“이봐-! 이봐아-!!”
겉으로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도르트문트의 감독은 굉장한 다혈질이다.
토마스 투헬은 항상 피치 위에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해 왔고, 지금도 그의 입에서는 과격한 육두문자와 뒤섞인 문장들이 튀어나왔다.
전반전의 1/3이 지나가는 현시점까지, 도르트문트는 일방적으로 뮌헨에 얻어 맞는 중이다.
이따금 전방으로 패스가 나아갔지만, 빠르게 다섯 명의 수비수를 놓아두는 뮌헨의 전술적 변화에 슈팅으로까지는 연결하지 못했다.
그리고 특히, 중원에서 일방적으로 밀린다는 게 뼈아팠다.
‘병긴 같아. 예측했던 건가?’
투헬은 과르디올라가 포백을 선택할 걸로 예상했다. 최근 그것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 줬고, 현재 선수의 구성으로도 그게 나아 보였기 때문이다.
제롬 보아텡이 없이 쓰리백을 사용하는 건 큰 부담일 것이기에,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는 것 역시 아니라고 믿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뮌헨은 3-3-3-1을 사용했고, 이러면서 투헬이 에리크 두름을 전방에 둔 이유가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되는 거였어.’
오늘 전까지 이어져 온 흐름으로 보았을 때, 김다온은 왼쪽 풀백으로 출전하게 될 가능성이 컸다.
후안 베르나트가 출전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마인츠전에서 휴식을 취한 필리프 람을 오른쪽에 기용하고 김다온을 왼쪽에 두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그래서 투헬은 풀백인 두름을 오른쪽 윙어로 기용하는 변수를 두었다.
어차피 김다온을 상대로 포지션의 우위를 점하는 것은 힘들기에, 차라리 그의 공격적인 능력을 전방부터 억제하자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것은 경기 전, 이틀 밤을 지새운 투헬이 장고 끝에 택한 승부수였다.
“……X같군.”
조용히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인 토마스 투헬.
펩 과르디올라를 부지런히 연구했음에도 허를 찔려 버리게 된 상황이 무척이나 불쾌해 참을 수 없는 그다.
***
.전반 25분
도르트문트 0 : 1 바이에른 뮌헨
펩 과르디올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의 축구가 주요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FC 바르셀로나 시절에도 ‘대(對) 티키타카’라는 이름을 한 전술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왔고, 아예 미디어까지 합세하여 자신의 축구를 분해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도전 대부분을 이겨 냈던 과르디올라는 정작, 자신의 축구를 티키타카로 한정 짓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떠한 인터뷰에서는 대놓고 불쾌감을 표현키도 했고, 독일로 온 뒤에도 몇 번이나 자신의 축구를 티키타카로 부르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렇다면, 펩 과르디올라 스스로 생각하는 그의 축구는 과연 무엇일까?
“잘했어-! 완벽한 플레이였다-!”
0:0의 균형을 무너뜨린 완벽한 패싱게임에 박수를 보낸 후, 뒤로 돌아선 과르디올라가 벤치에 앉은 코칭스태프들을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자, 앉아 있던 도메네크 토렌트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세워 왔다.
전술이 먹혀들어 간 것에 대한 만족감의 표현이었다.
이제 다시, 과르디올라는 피치를 향해 몸을 돌린다.
그러곤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본다.
‘저곳엔 늘 많은 함정이 존재하지.’
과르디올라의 머릿속에 어떤 입체 영상들이 그려진다.
축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분석이 끝났다고 여겨지던 과거의 전술이 재활용된다는 게 그 증거다.
과거의 것.
이미 끝나 버린 것.
새로운 것.
혁신적인 것.
전술을 규정하는 사람들의 수많은 표현 중, 어느 하나도 축구의 진정한 의미에 근접하지 못했다.
그래서 수많은 감독이 허황된 것을 좇아 스스로 고꾸라지며, 개중 진짜를 찾아낸 운 좋은 몇몇 이들은 시대를 이끌어 가는 명장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건, 그들이 손에 쥐었다고 생각한 진짜 역시 축구의 일부분이란 거다.
펩 과르디올라 역시, 자신이 일부를 손에 쥔 것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미디어들이 멋대로 만들어 낸 환상에 살을 조금 보탬으로써, 상대에게 거짓을 심어 줄 수 있는 위치가 된 것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이것이 자신을 희대의 전략가로 포장했으며, 여기에서 오는 심리적 우위가 승리에 도움을 준 것도 말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또 지금도.
펩 과르디올라는 자신이 늘 부족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진짜 축구란, 선수 개개인의 재능을 극대화하는 것에 있었다.
많은 이들이 의아해하는 과감한 포지션 변화를 단행하고 또 무모하다고 여긴 전술을 선택하는 것 역시, 그편이 선수의 재능을 가장 잘 끌어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물론, 어떠한 사람들은 펩 과르디올라가 스스로 명장이 되려고 한다며 부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펩 과르디올라가 바르셀로나에서 라볼피아나와 펄스나인을 택하고 현대 축구의 주류가 된 4-3-3을 사용했던 건, 그게 가장 팀에 나은 선택이었기 때문이었다.
결코 자신이 4-3-3이라는 전형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상적으로 여겨 왔던 건 3-3-3-1이다.
하지만 당시 FC 바르셀로나의 선수 구성은 쓰리백을 펼치기 어려웠고, 2군에서 직접 끌어올린 세르히오 부스케츠 역시 쓰리백 체재 아래에서는 재능을 펼치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과거의 개념인 라볼피아나를 가져와 부스케츠를 팀의 중심으로 만들고, 이후 메시가 최고에 도달한 뒤에는 그를 위한 공격 전술을 만들어 나갔다.
결국 말한 것처럼, 특정 선수의 재능을 극대화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는 거다.
‘그게 당연한 거야.’
과르디올라는 늘, 진정으로 위대한 선수는 남은 10명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렇다면 그를 위한 전술을 만드는 게 승리의 확률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자, 당연히 자신이 감독으로서 택해야 할 행동인 것이다.
현재 바이에른 뮌헨에서 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다.
필리프 람을 중앙 미드필드로 돌린 것.
토마스 뮐러에게 프리롤을 준 것.
데이비드 알라바를 측면에서 중앙으로 끌어낸 것.
이런 모든 것들은 각 선수의 재능을 지금보다 더 끌어내는 데 목적이 있던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늘 똑같았어.’
뮌헨에서의 첫 번째 해에 기존의 4-1-4-1에 손을 대지 않았던 건, 당시 뮌헨의 선수 구성이 이 전술에 가장 특화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두 번째 시즌부터는 새로운 선수 영입을 통해 본인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지만, 부상자들이 속출하며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한 남자가 꾸준히 성장했다.
그는 자신이 모든 걸 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수비의 전 포지션은 물론이고, 때로는 미드필드 영역에서 의심할 여지 없는 최고의 플레이를 펼쳤다.
그것을 지켜보며 보낸 수개월.
이후 펩 과르디올라는 당연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바로, 김다온을 위한 전술을 만드는 것.
과거 리오넬 메시가 최고의 플레이를 펼쳤을 때 바르셀로나가 가장 승리 확률이 높았던 것처럼, 현재 뮌헨에서는 김다온이 메시와 같은 존재였다.
마치 그가 뮌헨을 이끌고 가는 것으로 보이도록 만드는 게, 펩 과르디올라가 추구하고 있는 축구다.
즉.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란 그의 천재적인 머릿속에서 만들어 낸 수십 수백 가지의 전술과 경우의 수를 선별하여, 최고의 재능을 가진 선수를 돋보이도록 하는 것이었다.
반대로 최고의 선수가 없다면 성공을 거두기 힘들다는 뜻도 되지만, 다행히도 그에겐 운이 따르고 있다.
더구나 김다온은 특정한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다.
만약 팀의 사정이 다급했다면 센터포워드로 나서, 뛰어난 득점력도 보여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김다온은 스스로를 풀백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단순히 그렇게 말하기엔.
‘너무 축구를 잘하지.’
그는 너무 축구를 잘했다.
매 경기 다른 조합 또 다른 전술을 사용해 선수들의 재능을 끌어내는 일과 승리 모두를 챙기려는 욕심쟁이인 펩 과르디올라에게, 김다온이 뮤즈(Muse)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
지금도 김다온은 왼쪽 윙어처럼 움직여 도르트문트의 오른쪽 수비를 무너뜨렸고, 우카시 피슈체크의 파울을 이끌어 냈다.
재빠르게 달려간 주심이 노란색 카드를 꺼내 든다.
못 말리겠다는 표정과 만족스러운 웃음이 뒤섞인 얼굴로, 펩 과르디올라가 고개를 가로젓다 옆을 슬쩍 바라본다.
“…….”
시선이 닿는 곳에 선 토마스 투헬은 머리가 복잡한 듯,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과르디올라는 다른 이들이 엉뚱한 곳에 집착하는 한, 절대로 자신의 축구를 분석할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을 다시 한번 가질 수 있었다.
‘자네도, 내가 무얼 하려는지는 모르는군.’
전반 29분.
‘Der Klassiker’ 역시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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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 종료
도르트문트 0 : 1 바이에른 뮌헨
[골]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전반 25분(김다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