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67)
566화 Konkurrieren (8)
.전반 00분
바이에른 뮌헨 0 : 0 유벤투스
경기 전 웜업 때부터, 유벤투스 선수들에게서는 비장함이 느껴졌다. 챔피언스리그 탈락의 위기에 몰렸으니, 지극히 당연한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누군들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이 대회는 우리에겐.
‘모든 거지.’
파-앙!!
{“우오오오-!”}
전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린 순간부터, 다수의 유벤투스 선수들은 전력 질주를 했다.
그것은 살짝 느슨했던 팀의 허점을 파고들었고, 폴 포그바의 날카로운 슈팅으로 연결됐다.
1분이 채 되기도 전에, 골문을 위협받은 거다.
그래서 난 크게 소리쳤다.
“진정해-! 당황할 것 없다고!!”
유벤투스가 이렇게 나오리라는 건, 우리의 예상에 포함되어 있던 것이다.
상대에게는 시간이 부족했고, 그래서 탐색전을 생략하며 초반부터 강하게 우리를 몰아붙일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니 당황하지 말고, 준비했던 플레이를 기억해야 한다.
[“복잡할 것 없다. 최대한 단순하게 가는 거야.”] [“…….”] [“우선, 첫 번째.”]펩이 선택한 오늘 우리의 컨셉은 기본적으로는 역습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크게 흥행 중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나 레스터 시티의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이 두 개의 팀은 두 줄의 플랫(Flat)을 바탕으로, 라인의 유지와 철저한 역할 분배를 통한 역습 전술을 가져가고 있다.
라인의 위치와 볼이 머무는 곳에 따라 특정 포지션의 대인/지역 수비가 결정되고, 상대가 후방에서 볼을 돌릴 때는 중앙 미드필드를 빠르게 끌어 올리는 방식을 취한다.
중앙 미드필드를 끌어 올리는 목적은 하프라인 부근에서 측면으로 패스가 뻗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함인데, 거둘 수 있는 효과는 상대의 공격 지연이다.
투톱의 활용 방식 정도에서만 양 팀이 차이를 보일 뿐, 두 팀의 축구는 판에 박은 듯 거의 비슷했다.
다만 이런 역습 전술을 개척한 디에고 시메오네의 것을 클라우디오 라니에리가 잉글랜드로 가져가 성공을 거두는 중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포백이 아닌 쓰리백을 취한 것부터 시작해, 수비하는 방식과 역습을 전개하는 부분에도 큰 차이가 있다.
우선 기본적으로 윙백으로 출전한 필리프와 나는 수비에 가담하지 않는다. 우리는 계속해서 높게 라인을 유지할 것이고, 수비 시에는 젝서(Sechser/DM)로 뛴다.
대신 측면 수비는 알라바와 키미히가 맡으며, 사비가 센터백 위치로 내려와 마놀라스와 함께 센터백을 형성하는 모습으로 전형이 변화된다.
그러다 볼을 빼앗아 역습이 전개되면, 바로 그 즉시 필리프와 내가 측면으로 뻗어 나가고 베르나르두와 리베리가 오히려 중앙으로 좁혀 들어와 중원 자원이 되는 거다.
역습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측면이며, 이를 원활하게 가져가고자 펩은 사비를 후방에 배치하고 베르나르두에게 로밍(Roaming) 플레이메이커를 맡긴 것이다.
이론적인 원리는 대강 이렇다.
약간의 변칙을 준 지시사항이 한두 개 존재하지만, 그것을 지금 굳이 밝히고 싶진 않다.
‘그럼 재미없잖아?’
삐?익!!
휘슬 소리와 함께 포그바가 코너킥을 처리하고,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온 축구공에 뮐러가 먼저 머리를 가져다 댄다.
그것은 곧장 박스 바깥으로 흘렀고, 앞쪽에 대기하고 있던 내 앞으로 떨어졌다.
‘전방.’
어디까지나 여유가 있어 가능한 안배지만, 우린 코너킥 상황에서 선수 전원을 수비에 가담시키지 않았다.
박스 앞과 하프라인 사이엔 베르나르두가 대기 중이고, 그리고 그 위 가장 높은 곳에 리베리가 있다.
패스를 받을 준비를 하는 베르나르두에게로 후안 콰드라도가 접근 중이었고, 그 말은 리베리가 파트리스 에브라와 1:1 상태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난 짧은 패스를 바로 포기하고, 하프라인 바로 아래에서 돌아서 뛰어갈 준비를 하는 리베리를 찾았다.
‘저기.’
파앙-!
발아래에서 빠르게 쏘아져 나간 축구공은 넓게 펼쳐진 빈 공간에 떨어졌고, 그것에 먼저 머리를 가져다 대는 것에 성공한 리베리가 에브라와 어깨싸움을 펼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베리가 넘어지며 피치 위를 뒹굴었다.
{“에—-이!!”}
“이봐아-!!!”
곳곳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오고, 휘슬을 불며 열심히 달려간 요나스 에릭손(Jonas Eriksson) 주심이 주머니로 손을 가져가 옐로카드를 높이 들었다.
전반 2분이 조금 지나서 나온 경고이기에, 당연히 기분 좋을 수밖에 없다.
‘역습도 느낌이 나쁘지 않아.’
.
(앨런 시어러) – BT Sports 해설위원
“정말 놀라운 친구입니다. 지금 저런 패스를 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클리어된 볼이었고, 주변엔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볼을 잡아 두는 것도 매우 부드러웠고…… 보세요. 볼을 발아래에 놓아두고 전방을…… 1초가 채 걸리지 않았을 겁니다.”
(이안 다크) – BT Sports 코멘테이터
“이전까지도 물론 다온은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였습니다. 그가 월드클래스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죠. 하지만 이번 유벤투스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경기를 통해, 자신의 명성을 한 단계 더 높은 곳까지 끌어올린 것 같습니다.”
.
.
(비발도 발라) – Rai 1
“유벤투스가 승리하려면, 저 친구가 활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분명해요. 다온이 현재 뮌헨의 흐름을 이끕니다. 그를 억제하지 못하면, 힘들다고 봐야겠죠.”
.
펩과 함께한 후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역습 전술에, 난 빠르게 재미를 붙여 나가고 있다.
***
.전반 03분
바이에른 뮌헨 0 : 0 유벤투스
전반전 시작 직후 중거리 슈팅을 날렸을 때만 해도, 폴 포그바는 매치업에 쏟아진 거대한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에게로 가져올 수 있을 줄 알았다.
슈팅이 발에 걸리던 순간 느껴진 감촉이, 오늘 자신의 컨디션이 최상임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에 쥐었다고 생각한 스포트라이트가 김다온에게 돌아가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신이 띄워 올렸던 코너킥 상황에서, 클리어된 볼을 받아 두고 보낸 패스 하나가 포그바가 느끼고 있는 스포트라이트의 균형추를 다시 본래대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우쭐대지 마.’
자신도 같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포그바는 김다온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오늘 쓰리백을 사용한 바이에른 뮌헨은 평소보다는 조금 소극적으로 경기를 운영 중이었다.
‘우린 쓰리백을 잘 알아.’
펩 과르디올라의 4-3-3이 대다수 유럽 리그 클럽에 영감을 주었다면, 안토니오 콘테의 플랫 3-5-2는 현재까지도 세리에 A의 주류였다.
이탈리아 리그 내의 모든 축구 클럽이 플랫 3-5-2를 사용할 줄 안다고 말해도 될 수준이었고, 그런 만큼 유벤투스 역시 쓰리백을 공략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오늘 맡은 메짤라(Mezz`ala) 포지션은, 쓰리백을 파훼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위치였다.
“에-이! 여기!”
에르나니스(Hernanes)로부터 패스를 전달받은 포그바가 빠르게 왼쪽으로 패스를 보내고, 알렉스 산드루가 뮌헨의 측면을 공략할 동안 수비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플랫 3-5-2의 쓰리백은 최대한 라인을 높이는 방식으로 현대 축구의 흐름을 따르려 했고, 그런 만큼 뒤쪽 공간에 많은 허점이 노출됐다.
그러니 하프 스페이스에 자리를 단단하게 틀고 측면에서 볼을 연결받게 되면, 몸을 반대편으로 돌렸을 때 수비 뒷공간으로 패스를 보내기 수월해진다.
필리프 람과 잠깐 대치하던 알렉스 산드루가 패스를 보내왔을 때, 포그바는 그렇게 하고자 퍼스트터치를 가져갔다.
그런데.
‘없어?’
당연히 있어야 할 골키퍼와 쓰리백 사이의 빈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 뮌헨의 수비는 포백에 더 가까웠고, 그 앞에 사비 알론소와 김다온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패스를 보낼 공간을 찾지 못해 순간 당황했었던 포그바가 일단 볼을 뒤로 돌린다.
에르나니스는 이를 레안드로 보누치(Leandro Bonucci)에게 전했고, 최후방까지 돈 패스로 인해 유벤투스의 공격 템포는 상당히 늦춰졌다.
그리고 어느새 바이에른 뮌헨은 다시 쓰리백으로 돌아와 있었다.
필리프 람이 약간 측면으로 넓혀 있는 가운데, 사비 알론소와 김다온은 레지스타(Regista/DM)에 서서 유벤투스가 후방에서 패스를 어느 쪽으로 보낼지를 보는 것 같았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전방 압박에 후방 빌드업이 지연되자, 이에 답답함을 느낀 포그바가 조금 아래로 내려선다.
“에이! 에이!!”
거의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후방빌드업에 숫자를 보탠 포그바가 반대편으로 패스를 보내며 한 차례 환기를 시킨다.
높이 전진한 리히텐슈타이너가 축구공을 받았고, 사이드라인 앞까지 벌려 선 콰드라도에게 패스가 이어진다.
상대의 강한 전방 압박을 아주 부드럽게 풀어내었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유벤투스가 처해 있는 상황이 이후의 현명한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게 아니잖아.’
폴 포그바는 자신이 접근할 때까지 콰드라도가 볼을 지키거나, 아니면 다시 후방으로 볼을 돌려주길 원했다.
하지만 급했던 콰드라도는 김다온을 상대로 1:1 돌파를 택했고, 가장 자신 있는 스피드를 살리고자 사이드라인을 따라 축구공을 길게 차 넣었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크랙(Crack)이 되어 줄 수 있고 실제로 오늘 그것이 가능한 콰드라도지만, 최근 김다온을 상대로 이런 식의 속도 경쟁에서 승리한 선수는 없다.
어깨와 어깨가 강하게 맞물리고, 먼저 비틀거린 콰드라도의 속도가 조금씩 늦춰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축구공에 좀 더 가까워졌을 땐, 김다온이 이미 완전한 우위를 점하고 먼저 발을 가져다 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젠장.’
김다온이 볼을 간단히 빼앗아 내자,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호들갑이야.’
지금은 분명 좋은 수비였지만, 이런 반응을 보내올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최근 김다온에게 쏟아지고 있는 찬사와 주목들이 평범한 것들을 훌륭한 것으로, 훌륭한 것을 더욱 굉장한 것으로 느끼게끔 하고 있다.
자신 역시 한때는 그런 대접을 받았던 존재였으나 이제는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게 된 포그바에겐, 당연히 달가울 수 없는 순간이다.
‘다들 오버하고 있어.’
마누엘 노이어에게 전달된 축구공이 반대편 측면으로 넘어와 뮌헨의 후방빌드업으로 이어지고, 그동안 다시 위치를 찾아간 포그바는 볼의 진행 상황을 살폈다.
평소보다 확실히 늦은 뮌헨의 빌드업에, 유벤투스의 선수들은 다시 다급해져 부지런히 뛰어다닌다.
패스가 돌아가는 동안 최초의 포지션이 의미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부지런히 움직였고, 포그바 역시 볼이 머무는 오른쪽 측면으로 살짝 치우쳐져 있었다.
계속된 강한 압박 속에서도 여유 있게 짧은 패스를 돌리던 바이에른 뮌헨.
그런데 데이비드 알라바가 트래핑을 살짝 길게 가져가는 실수를 범했고, 콰드라도가 이를 빼앗기 전에 황급히 차낸 축구공이 김다온이 선 곳을 향해 굴렀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포그바.
그는 이를 악물고 달린다.
“…….”
지금까지 거의 보지 못한 정도의 빠른 스프린트였고, 김다온의 발에 축구공이 거의 안착한 순간 그대로 몸을 눕히며 깊은 태클에 들어갔다.
촤—-악!!
“!!”
***
……삐–익!!
.
.
.전반 05분
바이에른 뮌헨 0 : 1 유벤투스
허탈함에 자리에서 쭈그려 앉았던 나는, 벌써 땀으로 젖은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몸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전혀 예상 못 했어.’
지금은 폴 포그바가 완벽히 나를 엿 먹였다.
더 나아가, 우리 뮌헨도 말이다.
.
(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최근 많이 욕도 먹습니다만, 역시 포그바. 대단한 선수입니다. 완벽한 태클로 볼을 빼앗아 낸 뒤에, 바로 슈팅을 가져갔거든요? 노이어 골키퍼가 몸을 날렸습니다만, 바로 앞에서 튕겨 오른 슈팅이라 아무리 노이어 골키퍼입니다만 쉽지 않았습니다.”
(이후재) – KBS Sports N 아나운서
“이른 시간에 한 골을 만회하는 유벤투스. 이제 종합 전적은 4:2가 됩니다.”
.
득점을 기록한 후 선 자리에서 길게 포효한 포그바는, 나를 똑바로 노려다 보더니 이렇게 외쳤다.
“I`m the Best!!!!”
내가 최고라는 말.
그 목소리를 듣게 되었을 때, 자꾸만 내 입꼬리는 꿈틀거리며 위로 치켜 올라가려고 했다.
‘그렇게 나오셔야지.’
나는 여전히 폴 포그바가 멍청했다고는 생각하지만,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다. 물론 처음에는 그도 있긴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를 피치 위에서 마주한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다.
“미안. 지금은 콜이 없었어.”
“그래. 제대로 하라고.”
“응.”
툭-
사과하는 베르나르두의 머리를 슬쩍 두드리며, 난 위치를 찾아 천천히 움직였다.
지금의 실점을 다른 이들이 어떻게 여길지는 모르겠으나, 크게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어차피 우리가 2골을 리드 중이고, 이제 경기는 5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삐?익!!
우리의 킥오프로 다시 경기가 재개되고, 패스를 받아 든 사비가 왼쪽의 날 보며 패스를 보내왔다.
그리고 난 그것을 그대로 뒤로 보냈는데, 이유는 유벤투스의 라인이 조금 더 전진해 주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실점 전에 했던 플레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상대의 전진한 라인을 후방 빌드업으로 뚫어 낸 후, 상대를 한쪽에 머무르게 만든 상태에서 반대편 윙백에게 주어진 넓은 공간을 이용해야 한다.
아르투로 비달과 코코(코스타-코망)가 빠진 이유도 이것 때문인데, 펩의 철학이 아직 깊숙이 스며들지 못한 그들은 방향 전환, +1, 하프스페이스에 대한 인지도가 약간 부족하다.
역습 전술을 준비하며 펩이 입버릇처럼 달고 산 [“우리가 해 왔던 것과 완벽히 똑같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거다.
그런 면에서 키미히가 대단한 거다.
최근 훈련장에서 키미히는 뮌헨 합류 첫 번째 시즌의 나를 보는 것 같았는데, 펩에게 늘 조언과 설명을 구했고 한 번 말하는 것을 곧잘 알아들었다.
동료들도 이를 가지고 농담을 던져 올 만큼, 키미히가 전술을 흡수하는 속도는 굉장히 눈부셨다.
아직 순수 실력 측면에서 충분하지 않다 보니 많은 기회를 붙잡고 있지 못한 것뿐이다.
하지만 장담하는데, 키미히는 분명 최고 수준의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축구를 대하는 태도만 보더라도 그걸 쉽게 알 수 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제르단 샤키리는 훈련 시간 외 축구에 투자하는 시간보다 짐(Gym)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었고, 미첼 바이저도 훈련 외에는 전혀 자신을 위해 투자를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두 사람이 뮌헨에서 뛸 만큼 재능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을 하지만, 글쎄.
두 사람의 재능은 넘치도록 충분했다.
그저, 노력이 부족했을 뿐.
축구선수로서 스스로 속하고자 하는 무대가 챔피언스리그 상위권이라면, 거기에 있는 다른 이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삶의 모든 부분에 대한 답이 노력이라는 말은 절대로 아니지만, 자신을 둘러싼 벽을 깨트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노력이 맞다.
그렇기에.
“요주아!!”
키미히가 바로 펩이 강조한 중요한 위치에서 뛰는 것이다.
오늘의 주연은 윙백인 필리프와 내가 맞지만, 우리를 돋보이게 해 줄 조연은 쓰리백의 양쪽 끝 수비수들이 해 주어야 하는 일이다.
한쪽으로 무게를 실어 두며 전진을 하다 뒤쪽으로 패스가 돈 순간.
바로 그 순간이 수비가 가장 느슨해지는 시점이자, 패스를 발아래에 둘 이가 방향을 전환해 줄 시점이기 때문이다.
필리프의 백패스를 받아 든 키미히는 퍼스트터치를 살짝 앞쪽으로 놓아둔 뒤, 내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 오른발을 휘둘러서 길게 방향을 전환해 왔다.
이런 공격 상황에서 필리프와 난 무조건 각자의 사이드라인 앞에 머물기에, 주변에서 달라붙는 수비수는 없다.
축구가 볼이 있는 곳을 보고 볼이 있는 곳 위주로 움직이는 스포츠라는 점을 파고들어, 볼과 무관한 움직임을 부여해 공간을 만드는 전술인 거다.
그래서 내가 패스를 발아래에다 놓아두었을 땐, 콰드라도와 리히트슈타이너 모두 접근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이러한 것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속도를 높여 공격을 전개하는 것 또한 나의 임무였기에, 난 곧장 전방을 향해 드리블을 시작했다.
그 방향은 사이드라인이 아닌 골대.
난 오늘 인버티드다.
본래의 위치인 오른쪽에 선 필리프가 경기 내내 윙어처럼 뛴다면, 반대로 난 오늘 측면으로 넓게 펼쳐졌다가 가운데로 파고들게 된다.
펩은 이런 나를 전진형 플레이메이커로 규정했고, 내가 이렇게 움직이면 중앙에 머물던 리베리가 다시 측면으로 빠져나가는 식으로 수비를 분산시킨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유벤투스가 본 적이 없을 거라고 본다.
왜냐하면 나도.
‘처음이거든.’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것이야 자주 했던 일이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팀 전체의 움직임에 관한 부분이다.
축구가 11명이라는 건, 이런 식으로 한꺼번에 많은 이들의 오프 더 볼 속에서 바뀌는 전형을 볼 때 가장 잘 느껴진다.
본래부터 공격적인 역할에 더욱 적합했던 에르나니스는 너무 쉽게 자리를 비우고 리베리를 찾아 움직였고, 빠르게 25m 지점까지 접근한 나는 망설이지 않고 오른발을 휘둘렀다.
퍼억-!!!
체중을 발등에 실어 날려 보낸 축구공이 빠르게 유벤투스의 골문으로 나르고, 부폰을 얼어붙게 만들었던 슈팅은 골대의 오른쪽 모서리를 두드리며 튕겨져 오른다.
투우웅-!
{“–!!”}
“!”
굉장히 높이 떠오르는 축구공을 보며, 난 아쉬움에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뒤늦게 터져 나온 탄식 이후 나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안타까운 감정을 빠르게 털어 버린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포그바를 바라보았다.
녀석은 여전히 무섭게 인상을 쓰고 있다.
‘인상 좀 펴, 새끼야.’
이렇게나 재미있는 날.
조금 웃어도 되잖아?
‘거참, 축구 하기 딱 좋은 날에.’
이제 난, 완전히 경기에 몰입되었다.
***
작가의 말 ? 눈 땜에 조금 쉬어 갈게유 ㅠ
길게 뿌려 온 포그바 떡밥 회수하는 에피소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