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68)
567화 Konkurrieren (9)
사전(事典)에 따르면, 경쟁(競爭)이란 특정 환경에서 공존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한정된 특정 자원을 동시에 목표로 두었을 때 발생한다고 했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어느 한쪽에 목표에 도달한 뒤에야 끝난다고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축구의 경쟁은 ‘승리’가 원인이며, 경쟁의 과정은 ‘90분 혹은 120분 이상이 지났을 때 누가 더 많은 득점을 기록했는가?’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엔 다양한 감정이 녹아들어 있다.
예를 들어.
삑-! 삐?익!!
“…….”
“…….”
의심과 같은 것들 말이다.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는 과정이 삐걱대기 시작하면, 이 의심이라는 녀석이 어김없이 다가온다.
그렇다면 과연 이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난 그것을 이제부터 하려고 한다.
“후우우~”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
.
.전반 19분
바이에른 뮌헨 0 : 2 유벤투스
(이후재) – KBS Sports 아나운서
“아…… 요주아 키미히의 결정적인 실수가 나왔습니다. 패스를 보낸다는 게, 상대 팀에 볼을 전달해 버렸습니다.”
(한희준) – KBS Sports 해설위원
“이렇게 되면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직 한 골의 리드를 지키고는 있습니다만, 전반 20분이 되기도 전에 두 골을 실점했거든요? 여기에서 만약 유벤투스가 한 골을 더 넣게 되면, 그때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
전혀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주변을 살피고,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판단한 뒤에 패스를 이어 갔어도 괜찮았다.
100% 지점의 의미는, 바로 이런 과정을 거친 후 판단을 내려야 하는 장소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키미히는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소홀히 했고, 개인의 실수에서 발생한 균열은 동료들에게 우리를 의심하도록 하여 버린 것 같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두 번째 실점 이후 벤치를 돌아본 이들의 숫자가 꽤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시선의 의미는 이것일 것이다.
[‘정말요, 펩?’] [‘이래도 계속 쓰리백을 할 거예요?’] [‘역습은 우리와 맞지 않아요.’]사실상 오늘의 실점 두 개가 펩의 선택과는 무관한데도, 0:2라는 결과가 그렇게 만들어 버린 거다.
첫 번째 득점은 폴 포그바의 엄청난 노력이 만들어 낸 것이었고, 지금의 실점 역시 전술이 아닌 키미히의 실수로 인해서 발생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 실점에 대해 분명한 책임이 있기에, 지극히 당연한 인간의 본능을 발휘한 것이다.
이건 올바른 대처가 아니다.
“…….”
고개를 들어 올려, 난 전광판을 쳐다봤다.
표시된 시간은 지금 막 20분이 됐다.
알바로 모라타의 패스를 연결받아 득점에 성공했던 콰드라도의 셀레브레이션은 이제 막 끝이 났고, 난 대화하느라 바쁜 펩을 잠깐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실점은 언제 어느 때건 좋지 않지만, 이번의 것은 실점한 방식과 타이밍 모두 최악이었다.
차라리 전반이 거의 끝나 가는 상태였다면 남은 시간 지키는 것을 택한 후, 미팅을 통해 냉정을 되찾고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한 골에 도달할 방법을 모색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전반전은 25분이나 남았으며, 그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의심을 품은 채 뛰어야 한다.
축구는 작전 타임이 없는 스포츠다.
이 경기는 45분 동안 연속된다.
의심이 찾아들었을 때 그것을 떨쳐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역시, 대화가 아닌 플레이로 보여 주는 것밖에는 없다.
하지만.
‘그래서 재미있기는 해.’
축구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스포츠인 이유 역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스타가 꾸준히 등장해 온 이유도 말이다.
거스를 수 없어 보이는 거대한 흐름을 뒤엎는 개인 혹은 팀이 존재해 왔기에, 오랜 시간 동안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올 수 있었던 거다.
즉, 이 위기를 헤쳐 나갈 방법은 플레이밖엔 없다.
하지만 지금은 유벤투스의 흐름이 워낙 좋은 상태고, 반대로 우리는 의심하고 있기에 어려움을 극복하는 난이도는 굉장히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이상한 걸까?
어째서.
“…….”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 지금 난 굉장히 즐겁다.
‘이래야지. 이렇게 나와야 해.’
명색이 세리에 A 최고의 클럽이다.
그것도 근래가 아닌, 역사를 통틀어서 말이다.
유벤투스 FC라는 팀을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만났을 때, 내가 기대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경기였다.
삐?익!!
침울하게 가라앉은 알리안츠 아레나는 크고 작은 소요에서 발생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Die Bayern(바이에른 사람들)’, ‘Die Roten(빨강)’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우리를 응원하는 목소리를 다시 높이기까진 약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두 개의 득점을 통해 더욱 기분을 끌어올린 유벤투스는 킥오프부터 빠르고 거센 압박을 시도해 오고 있다.
일단 우리는 볼을 돌리며 압박을 벗겨 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위태로워 보이는 것 역시 사실이다.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경기로 인해, 20분 전과 현재의 폼에 차이가 생겨 버린 거다.
특히, 키미히의 경우.
“또 놓쳤어-!”
{“에에에에-익!!”}
실수 후에 멘탈이 흔들렸는지, 트래핑 실수를 범하며 볼을 뒤로 흘려 버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마놀라스가 적절히 백업을 갔고, 모라타가 다시 볼을 가져가기 전에 노이어에게 패스를 돌리며 한숨을 돌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깜짝 놀라 후퇴를 했던 필리프가 키미히를 진정시키는 사이, 반대편으로 돈 축구공은 알라바를 거쳐 내게 도달한다.
“다온-!! 뒤-!!”
“…….”
플레이가 위축되게 되면 실수와 더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게 바로 시야라는 녀석이다.
쫓기고 있는 상황이 뇌에 과부하를 몰고 와 멀티태스킹 능력을 현격히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이건 틈틈이 공부했던 스포츠심리학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심리적인 여유가 사라지게 되면 시선 처리/의식적 생각/실행 기능 등이 동반적으로 저하되고, 이런 인지 저하에서 오는 문제는 직관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촤-악!
“??”
“…….”
난 그렇지 않았다.
알라바가 패스를 보내기 전에 나는 이미 주변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한 상태였고, 사미 케디라가 내게 패스가 전달되길 기다리는 중이라는 것 역시 알았다.
그래서 난 굴러오던 축구공에 곧바로 왼쪽 발바닥을 가져가 드래그-백을 실시했고, 조금 깊은 스탠딩 태클을 들어오던 사미 케디라의 압박을 벗겨 버렸다.
줄곧 강한 전방 압박을 해 온 유벤투스기에, 케디라를 벗겨 내자 뒤로 넓은 공간이 드러났다.
그곳엔 베르나르두가 프랑크 리베리가 서 있었고, 난 그에게 일단 패스를 전달하면서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프랑크-! 저기-!!”
나는 리베리가 베르나르두에게 패스를 전달해 주기를 원했다. 녀석이라면 볼을 지켜 낼 수 있고, 내가 사이드라인을 넓게 벌릴 때까지 시간을 벌어 줄 것이다.
그렇지만 리베리는 내 목소리를 무시하며 몸을 돌렸고, 그대로 유벤투스의 진영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빌어먹을.’
하여간 저 고집 강한 매부리코 뻐드렁니는 늘 영웅이 되지 못해서 안달이다. 물론 그럴 만한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야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현재 리베리의 기량은 가장 좋았던 2013/14 시즌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럼에도 저 남자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던 건, 더글라스 코스타 역시 부상 이후 폼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나 외에도 레비와 뮐러가 패스를 요구하며 손을 들어 올리지만, 리베리는 그것마저 무시한 채 계속해서 달렸다.
어느새 달라붙은 에르나니스가 리베리의 오른쪽에서 강한 어깨싸움을 시작하고, 앞쪽에서는 리히트슈타이너가 접근해 압박을 해 왔다.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보기에도, 무모해 보이는 리베리의 뒷모습은 불길을 향해 뛰어드는 나방처럼 보였다.
그러나.
‘?!’
{“오오오-!!”}
내가 리베리를 너무 과소평가했던 걸까?
나방이 불길을 통과해 버렸다.
분명 틈이 없어 보였는데, 에르나니스와 리히트슈타이너의 사이를 빠져나온 리베리의 몸이 통과되어 나왔다.
이에 리히트슈타이너가 왼손을 뻗어 리베리의 왼쪽 어깨를 붙들었고, 굳이 저항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 리베리는 그대로 넘어져 피치를 뒹굴었다.
절로,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파울이야-!!!”
.
(쟝-위브 베헝) – 프랑스 beIN Sports 코멘테이터
“유려합니다. 프랑크를 상대로 방심하게 되면, 저런 식으로 당해 버리죠.”
(로베르 피레스) – 프랑스 beIN Sports 해설위원
“최근 컨디션이 나쁘다지만, 프랑스 역사상 최고의 윙어 중 하나죠. 조금 더 제대로 수비했어야 해요. 그나저나 지금은 유벤투스에 좋지 않습니다. 27이나 28m 정도 되어 보이는데, 저 거리라면…….”
.
요나스 에릭손 주심이 리히트슈타이너에게도 경고 카드를 주고, 양쪽 풀백이 전부 경고 카드를 받게 된 유벤투스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난 넘어진 리베리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는데, 양말을 끌어 올리던 그가 나를 슬쩍 올려다보았다.
“솔직히 말해.”
“?”
“지금 날 의심했지?”
“하하. 그게 무슨 소리예요?”
“숨기려고 하지 마. 내가 볼을 빼앗길 거라고 봤잖아.”
“……그게 티가 났어요?”
피식하며 내 손을 잡은 리베리가 몸을 일으키더니, 내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쳐 왔다.
찰싹-!
“으익-!”
“건방지게 굴지 마. 넌 여전히 애송이니까.”
“누가 뭐라 했나요?”
찰싹-
“프랑크!”
두 번이나 내 뒤통수를 때린 리베리가 이어 내 가슴팍을 두드려 왔다.
“알고 있겠지만, 이건 무척 중요한 기회야.”
“…….”
“다들 의심하고 있어.”
“네.”
폼 자체는 확실히 많이 떨어져 있지만, 축구를 바라보는 눈 자체는 여전히 날카로운 리베리다.
확실히 아까도, 리베리는 나와 더불어 벤치를 쳐다보지 않은 사람 중 하나였다. 두 개의 실점 모두 전술과는 무관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지금 우리가 얻은 이 프리킥은 무척 중요한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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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만약 지금 이 프리킥 기회를 뮌헨이 득점으로 연결하게 된다면, 유벤투스가 승리를 위해 필요한 득점은 세 개가 됩니다. 이건 꽤 큰 차이거든요? 그리고 흔들리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에겐, 여유를 되찾을 수 있는 기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후재)
“유벤투스가 이른 시간에 두 골을 득점하면서, 알리안츠 아레나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김다온 선수가 프리킥 지점에 서 있습니다. 데이비드 알라바 선수 역시도 프리킥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만, 최근 뮌헨은 줄곧 김다온 선수에게 프리킥을 맡겨 왔습니다.”
.
“페이크를 걸어 줄까?”
“아니, 괜찮아.”
“그래. 그럼 대기하고 있을게.”
“응.”
왼팔을 들어 올려, 반 팔의 소매 부분으로 얼굴에 흐르는 땀을 조금 닦아 내었다.
지금 앞쪽에서는 벽의 거리를 두고 유벤투스의 선수들과 주심이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는 중이었고, 골대 앞의 잔루이지 부폰은 계속해서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현재 모든 분위기는 완벽히 내 슈팅을 경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분명 오늘 내 컨디션은 좋은 편에 속했다.
100%는 아니지만, 95%는 된다.
한 시즌 중 100%로 치르는 경기의 숫자가 다섯이 안 된다는 걸 생각해 보면, 95%라는 말은 내가 지난 며칠을 잘 준비해 왔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또 전반전 초반에 슈팅했을 때의 감각 역시도 나쁘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왜일까.
‘……내키지 않아.’
프리킥이 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택했던 방법을 나의 몸속 축구 DNA가 부정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적은 잘 없기에, 조금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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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 셰퍼드) – 미국 CBS 아나운서
“아마 현시점 세계 최고의 프리키커 중 하나일 겁니다. 무서운 속도로 프리킥 득점을 쌓아 올라가고 있죠. 바로 이런 능력이 이 친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겁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 미국 CBS 해설위원
“어린 나이입니다만,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합니다. 지금도 보면 전혀 당황하고 있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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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감을 감추기 위해 오른손으로 살짝 입가를 가리곤, 나 자신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망설임을 가진 채로 프리킥을 차면 골대를 벗어날 게 뻔했기에, 한시라도 빨리 마음을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나는 내 본능이 무엇을 하길 원하는지를 먼저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그걸 알아냈을 때, 난 표정을 감추려 입술을 안으로 말아 물었다.
“…….”
그러곤 괜히 고개를 숙여 오른발을 쳐다봤다.
허리도 굽히면서, 축구화도 매만졌다.
‘확실히, 재미는 있을 거야.’
노르셸란 시절 누누에게서 배워 온 슈팅 방법과 훈련 루틴을 지금까지도 이어 오고 있는 내겐, 멈춰져 있는 슈팅을 강하게 차는 건 가장 익숙한 일 중 하나였다.
여전히 원하는 방향으로 볼을 보내는 일에는 애를 먹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더 나아짐을 느끼고는 있었다.
그러나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건, 프리킥을 처리하면서 거의 하지 않았던 행동이다.
그런 만큼, 실패했을 때의 역효과도 클 것이다.
더구나 이번 프리킥은 굉장히 중요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남은 전반전의 흐름을 결정짓는 세트피스라 말해도 될 정도다.
만약 우리가 여기에서 결과를 만든다면 흐름을 단숨에 뒤바꿀 수 있고, 펩의 전술 선택을 향한 의심 역시도 단번에 지워 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이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 유벤투스가 계속 흐름을 이어 나갈 것이다.
많은 이들이 불안한 상태로 수세에 몰린다는 의미였고, 계획대로 상대를 끌어들여 볼을 차단한 후 역습을 전개한다는 건 꿈도 꾸기 어려울 게 틀림없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만약 실점이라도 해 전반전에 0:3 혹은 그 이상이 된다면?
아무리 이곳이 우리의 홈그라운드라지만, 다음 라운드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다.
‘……이거구나.’
다행히 콰드라도가 계속해서 주심의 신경을 건드려 주고 있어, 나는 약간의 시간을 더 벌어 갈 수 있게 되었다.
‘이거였어.’
유벤투스의 압박이 거세고 0:2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이긴 해도, 내가 기억하는 바이에른 뮌헨이라면 그것을 견뎌 낼 수 있어야 했다.
더구나 지난 시간 펩이 보여 준 것을 생각한다면, 그의 전술에 대한 믿음에도 흔들림이 없어야 했다.
하지만 우린 그러지 못했다.
왜?
‘이런 경기는 오랜만이거든.’
비록 올 시즌 우리가 무패의 팀은 아니었지만, 작년 12월 5일 묀헨글라트바흐전 패배 이후로 계속해서 승리 혹은 대승을 거두어 왔다.
또 작년 12월 9일 이후 챔피언스리그 경기도 멈췄고, 두 달여 만에 가진 유벤투스 원정에서 너무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지금 생각해도, 그 경기는 리그 경기 같았다.
결과적으로 그건 경기가, 팀의 마인드에 문제를 가져온 것 같다.
계속된 승리 속에서 어려운 상황에 저항하는 마음가짐이 취약해졌고, 그게 여러 요소와 섞이면서 우리를 나약한 온실 속의 화초로 만들었다.
하지만 피치 위에서는 그래서는 안 됐다.
이곳에서 우린 잡초보다 더 질겨야 한다.
경기가 종료되는 그 순간까지, 조금이라도 승리에 더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됐다.
삐익-!
“……후우.”
숨을 길게 내뱉은 후, 마음을 정한 나는 이성이 택한 첫 번째 판단이 아닌 본능을 따르기로 했다.
만약 이걸 날린다면 첫 번째 선택으로 실패한 것 이상의 심리적 타격이 있겠지만, 내가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 주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토록 바랐던 거칠고 강한 도전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싶어졌다.
“후우~~”
두 번 크게 호흡을 가다듬은 후, 나는 골대를 슬쩍 쳐다보곤 가볍게 발을 내디뎠다.
지금까지와 완전히 똑같은 스텝이지만, 마지막 휘두르는 오른발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파앙-!
“…….”
발등이 아닌 발 안쪽.
축구공은 곧장 골대로 향하는 대신, 우회경로를 선택하며 많은 이들이 예상했을 것보다 훨씬 더 느린 속도로 피치 위에서 날아올랐다.
주심과 씨름을 해 가며 벽을 세운 것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린 슈팅은 경로는 전혀 달랐지만, 목표로 두었던 지점을 향해 휘어지며 정확히 휘어져 들어간다.
강한 슈팅을 기대했을 부폰은 이번에도 발이 피치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고, 마찬가지로 축구공 역시 골대를 두드렸으나 이번에는 제대로 그물에 안착했다.
촤르륵-!
‘들어갔어.’
삑-! 삐?익!!
순간, 알리안츠 아레나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출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난 그 진동을 느끼며 그대로 달려 나가, 코너플랫의 앞에서 뛰어올라 힘차게 주먹을 휘둘렀다.
“빠샤아아아-!!!!!”
착지 후 양팔을 벌린 내 뒤에서, 누군가가 뛰어올라 어깨를 강하게 짓눌러 온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봤어?! 앙?! 봤냐고-!!!”
얼굴이 빨갛게 변할 정도로 크게 소리를 내지르는 사람들을 바라본 채, 난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결국, 내 본능이 옳았다.
‘기특한 녀석.’
부끄럽지만, 이런 스스로에 칭찬을 보내어 본다.
.
(데릭 셰퍼드)
“이건 아마도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완벽한 프리킥 득점일 겁니다!! This is a King`s Message-!! 턱밑까지 따라붙은 유벤투스에게, 경기를 뒤집을 거라면 자신을 먼저 뛰어넘으라고 말합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He.is.a.Super-Star. 왜 그가 최고의 선수인지 아직도 의심하는 이들에게, 지금의 장면을 보여 주고 싶군요. 득점 그 자체로도 훌륭합니다만,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게 이 친구가 진짜로 대단한 점입니다.”
(데릭 셰퍼드)
“이제 종합전적은 5:3가 됩니다. 유벤투스가 최소 이 경기를 동률로 끌고 가려면, 남은 시간 두 골을 더 득점해야 합니다. 이건 분명한 부담이 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