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70)
569화 Konkurrieren (11)
펩에게 공격을 하자고 주장했던 이유는 에르나니스의 위치 때문이었다.
아무리 공격이 중요한 상황이라지만, 젝서(Sechser/DM)는 기본적으로 포백을 보호하며 상대의 공세를 일차적으로 저지해 줘야 하는 위치다.
유벤투스가 세리에 A의 팀이니 이탈리아어로 설명을 해 보자면, 그들이 수비형 미드필드를 표현하는 단어가 인테르디토레(Interdittore)다.
그리고 이 단어의 뜻은 바로, ‘저지하는 자’다.
흔히 알려진 레지스타(Regista/연출가)나 홀딩(Holding), 피보테(Pivote/방향타)와 같은 표현들은, 인테르디토레에서 가지가 뻗어 나간 개념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즉, 이 모든 역할의 가장 원초적인 곳에는 ‘포백을 보호한다.’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는 에르나니스에게 레지스타의 역할을 주었다.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가 종아리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드필드에 가용할 수 있는 자원 중에서 굳이 그를 택한 건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거다.
실제로 전반 초반 에르나니스는 상당히 까다로운 플레이를 선보였다.
본래의 포지션인 젝스는 물론이고, 아흐터(Achter/CM)와 체너(Zehner/AM)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끊임없이 수비를 하는 것에 혼돈을 주었다.
이런 왕성한 활동 덕분에 폴 포그바 역시 자유롭게 피치를 누빌 수 있었고, 결국은 그게 선제 실점으로 이어졌다고 보아야 했다.
하지만 공세가 정체되고 결국 실점까지 하게 되면서, 에르나니스의 인내심에 한계가 온 것 같다.
조금 전부터, 에르나니스의 위치는 포백을 보호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기-!”
“…….”
파앙-
그래서 우린, 베르나르두의 위치를 이동시켰다.
3-3-3-1에서, 3-4-3으로 전형을 바꾼 거다.
중앙 미드필드의 형태는 다이아몬드였고, 리베리와 뮐러는 이제 전형적인 윙어로 플레이하게 될 것이다.
.
.
.후반 14분
바이에른 뮌헨 1 : 2 유벤투스
{“아아아아…….”}
“…….”
베르나르두에게 패스가 연결된 순간, 유벤투스의 수비가 눈에 띄게 흔들렸다.
경험 많은 바르짤리도 주춤거리며 물러나기에 바빴고, 커뮤니케이션이 엉키게 되자 장점이자 단점으로 지적되던 보누치의 공격적인 성향이 문제를 일으켰다.
레안드로 보누치와 슈테판 리흐트슈타이너의 사이에 공간이 발생한 건데, 리베리가 그곳으로 적절히 파고들었지만 베르나르두의 패스가 조금 강했다.
“이봐-! 잘 좀 해 봐!”
패스가 정확했더라면 굉장히 좋은 기회로 연결될 수 있는 장면이었기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리베리가 베르나르두를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베르나르두가 손을 들어 올리며 미안함을 표시했고, 난 그런 둘에게 박수를 보냈다.
패스가 다소 부정확했던 건 아쉬웠지만, 제대로 된 공략을 해냈기 때문이다.
우리가 5분 이내에 위협적인 장면을 두세 차례 만들었을 때, 유벤투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기대되었다.
‘그래도 아직은 수비야.’
한 차례 위협적인 역습을 만들어보긴 했지만, 그렇다고 몸이 앞으로 쏠려서는 안 된다. 여전히 유벤투스는 공격이 많은 힘을 싣는 중이고, 잃을 것이 없는 쪽은 우리가 아닌 상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손익계산을 현명하게 하고, 냉정함을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간이 우리의 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베르나르두!”
“?”
“내려와!”
조금 깊숙한 곳에 포지셔닝을 하고 있던 베르나르두를 끄집어 내린 후, 팀 전체를 돌아보며 양손으로 침착해야 한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다들 베테랑인 만큼 알아서 잘할 거라고 믿지만, 그래도 이렇게 해서 나쁜 건 없다.
잔루이지 부폰이 짧게 골킥을 처리하여 에브라에게 축구공을 보냈고, 이번엔 스스로 낮은 위치까지 물러난 포그바가 패스를 연결받아 공격의 방향을 결정한다.
금방의 역습을 일종의 해프닝으로 보기로 한 것인지, 에르나니스는 여전히 라인을 높게 유지 중이다.
‘다시 이용해 볼 수 있겠어.’
사미 케디라가 열심히 미드필드의 밸런스를 잡아 주곤 있지만, 그 역시 5:3으로 뒤지고 있는 데에서 오는 압박감을 완전히 떨쳐 내고 있지는 못했다.
유벤투스의 미드필드 중 가장 좋은 포지셔닝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은 맞지만, 평소보다는 공격에 더욱 집중하고 있어 뒷공간을 많이 비워 뒀다.
“내가 따라가-!”
사이드라인 앞에 선 콰드라도를 막아서고 있을 때, 뒤쪽에서 베르나르두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미 케디라 혹은 슈테판 리히트슈타이너가 언더랩을 하는 것 같았는데, 베르나르두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눈앞의 상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오늘 내게 줄곧 틀어막힌 콰드라도는 1:1에 자신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덕분에, 주변을 살필 여유가 생겼다.
“…….”
빠르게 고개를 옆으로 돌려, 패스를 받기 위해 접근하는 유벤투스의 선수를 확인했다.
아까 왼쪽 진영 아래로 내려섰던 폴 포그바가 어느새 오른쪽까지 움직여 있었다. 평소 활동량과 수비 가담이 아쉽다고 평가받던 선수가 맞나 싶다.
콰드라도의 자신감 없는 불안한 눈빛을 보면, 무조건 패스는 저쪽으로 갈 것 같다.
‘준비하고.’
팡-
‘역시, 가자.’
패스와 동시에, 난 빠르게 몸을 돌린다.
예상보다 빠른 접근 때문인지, 폴 포그바의 트래핑이 다소 불안정했다. 오른쪽 발등을 맞은 축구공이 살짝 떠오르며 그의 오른손에 맞은 것이다.
당연히 난 곧바로 손을 들어 올렸다.
“에이, 에이, 에이, 에이!!”
주심이 휘슬을 불어 핸드볼을 선언하고, 인상을 찌푸린 포그바가 허리춤에 손을 얹으며 하늘을 바라본다.
나는 그런 그의 엉덩이를 슬쩍 두드렸다.
“…….”
“…….”
특별한 반응도 또 어떠한 말도 없었지만, 포그바는 분명 지금 내가 한 행동의 의미를 이해했을 것이다.
운이 없었던 것에 대한 위로.
그리고 칭찬이다.
만약 포그바가 오늘처럼 첫 번째 경기를 뛰었다면, 토리노 원정은 굉장히 어려웠을 거다.
“후우~”
잔디 위에 고정해 둔 축구공을 뒤로 밀어 보낸 후, 여전히 거센 유벤투스의 압박을 확인하며 위치를 찾아 이동했다.
전방 압박이 강할 때, 측면수비수는 되도록 사이드라인과 가깝게 위치를 잡아야 한다. 그래야 피치를 넓게 활용할 수 있고, 중앙에서 볼을 잡은 동료에게 선택지를 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나는 측면이 아닌 중앙에 서 있다. 그리고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유벤투스의 선수 구성 때문이다.
오늘, 알레그리는 양쪽 윙 포지션에 측면수비수인 후안 콰드라도와 알렉스 산드루를 내세웠다.
전문수비수 두 명을 전방에 배치하여, 압박의 전문성과 강도를 높이려는 판단인 거다.
가운데를 강하게 압박하면 자연스레 측면으로 볼이 돌게 되는데, 그럴 때 윙어보다 사이드백을 놓아두게 되면 볼을 빼앗을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전문적인 윙어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알레그리는 에르나니스의 젝서 기용과 풀백의 적극적인 오버랩으로 만회를 하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이것을 아는 이상, 굳이 상대의 의도대로 움직여 줄 필요가 없다.
물론 이 위치는 측면보다 유벤투스 선수들이 접근하기 편하다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탈(脫)압박이 가능하다면 취할 수 있는 장점이 훨씬 더 많다.
게다가 여기는 하프 스페이스.
“뒤-!”
“조심해!”
“…….”
펩의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팡-
“?”
“여기!”
“!”
파앙-
“!!”
나는 모라타의 강한 압박에 시달리던 알라바의 패스를 받아 두는 대신, 쓰리백의 앞쪽에 자리 잡고 있던 사비를 향한 논스톱을 선택했다.
중요한 건, 그 주위에 유벤투스의 선수들이 있었다는 거다.
잔뜩 전진한 포그바 케디라가 전방 압박의 숫자를 채운 상태였고, 현재 나를 압박해 온 사람은 오른쪽 풀백인 리히트슈타이너였다.
하지만 나는 내게로 볼이 연결되는 순간, 모라타/포그바/케디라가 노력을 멈출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도 숨을 돌릴 시간이 필요할 테고, 내 위치는 그들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들의 발은 잠깐 멈춘 상태였지만, 사비는 그것을 알지 못했을 거다.
그의 시선은 내게 집중되어 있었고, 오직 뒤를 돌아본 나만이 유벤투스 선수들의 발이 멈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토록 빠른 리턴이 나온 거다.
아마 뜨거운 불길을 전달받은 느낌 아니었을까?
얼른 처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을 것이다.
[뚫렸어-!] [막아, 막아-!] [침착해!!]패스 후 몸을 돌려 달리며 사비의 리턴을 발아래에 놓아둔 순간, 공격 진영에 많은 선수를 놓아두게 된 유벤투스의 진영과 벤치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현재 내 눈에 보이는 유벤투스의 진영엔 보누치와 바르짤리만이 있었고, 오른쪽 대각선 앞 가까운 곳에서는 에르나니스가 달려들고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달려오는 에르나니스는 파울이라도 해서 저지를 해야겠다는 기세다.
하지만 난 그와 부딪히고 싶지 않았다.
‘내가 왜?’
툭-
드리블의 방향을 골대가 아닌 왼쪽 코너플랫으로 놓아두며, 나는 축구공을 길게 차 두고 스프린트를 시작했다.
앞쪽엔 뒷걸음질을 치며 사이드라인까지 물러난 리베리가 있었고, 중앙과 오른쪽에서는 레비와 뮐러가 황급히 후퇴 중인 유벤투스의 수비라인을 강하게 압박 중이다.
베르나르두가 보이지 않는 게 조금 아쉬웠지만, 빌드업에 도움을 주려고 내려선 상황이었으니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의 이 역습은 우리 넷이서 해내야 한다.
‘일단 벌리자.’
팡-!
에르나니스에게서 멀어지는 한 번의 드리블 이후, 나는 리베리에게 패스를 보내는 선택을 했다.
리히트슈타이너는 아직 수비에 복귀하지 못한 상태였고, 리베리는 무주공산인 유벤투스의 왼쪽을 쭉쭉 파고 들어가 크로스가 가능한 위치까지 들어섰다.
그러자 더는 두고 볼 수 없던 보누치가 스스로 오른쪽 풀백이 되어 움직였고, 이에 리히트슈타이너는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앞으로 잔뜩 전진하던 나는 발길을 멈춰 세웠다.
최고 속도로 스프린트 중이던 리히트슈타이너가 빠르게 나를 지나치고, 왼쪽 페널티 박스 모서리로 움직여간 내게 리베리가 다시 패스를 보내왔다.
정상적인 컨디션이었다면 오래전에 뭔가가 만들어지고도 말았을 건데, 확실히 리베리는 최근 좋지 못하다.
덕분에 느려진 역습 속도.
하지만 이대로 아무 소득 없이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
‘저기.’
몸을 돌리는 방식으로 퍼스트 터치를 가져가며 시야를 확보한 후, 난 반대편에서 움직이는 토마스 뮐러를 찾아 방향을 전환하는 패스를 보냈다.
목표 지점은 바르짤리의 뒤쪽 공간이고, 정확하게 패스가 향한다면 뮐러가 슈팅으로 연결할 수 있을 거다.
파앙-
안쪽으로 감아 찬 축구공이 발밑을 떠나고, 잠시 뒤 바르짤리가 점프해 보지만 30cm 정도 모자라 보인다.
그렇게 축구공은 뮐러에게 연결되고, 제기 차듯 트래핑을 해 둔 그가 스텝을 가져가며 오른발을 휘두른다.
그런데.
‘응?’
조금 조급했던 것일까?
곧장 골대로 향할 줄 알았던 축구공이 뮐러의 앞쪽 피치를 두드리며 엉뚱하게 튀어 오른다.
자세가 편하지만은 않았던 탓에 빗맞아 버린 것인데, 그게 오히려 부폰의 타이밍을 빼앗아 버린 것 같다.
몸을 살짝 움찔했던 부폰이 하늘을 보며 주춤주춤하다가 약간 어설프게 몸을 띄워 올리지만, 그의 손과 축구공 사이의 거리는 바르짤리가 점프했을 때보다 한참은 멀다.
갑자기 주변이 슬로우모션으로 움직이는 건지, 아니면 축구공이 그만큼 늦게 움직이는 건지 모르겠다.
‘들어가. 제발.’
정점을 찍었던 축구공이 조금씩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그것이 골대 안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이 든 순간, 갑자기 튀어나온 폴 포그바가 오버헤드로 클리어를 시도한다.
팡-!!
“에—이!!!”
골라인 앞에서 벗어난 축구공이 반대편 멀리 움직이고 필리프가 그것을 받아 놓지만, 알렉스 산드루가 강하게 압박을 해와 사이드라인 밖으로 볼을 걷어 내 버린다.
일제히 소리를 내지른 우리가 주심을 돌아보는 사이, 뮐러는 골대 가까이 선 골라인 부심에게 다가간다.
라인을 넘었다고 어필을 하는 것인데, 고개를 젓고 있는 골라인 부심은 득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뮐러가 안타까움에 머리를 감싸 쥔다.
‘거짓말. 지금 걸 걷어 냈다고?’
빗맞은 슈팅이기는 했지만, 지금은 분명 골이 되어야 했다. 완벽하지는 않았어도 좋은 역습 과정이었고, 보통 이런 장면에서는 운이 따르기 마련이다.
한데 포그바가 이 모든 것들을 수포로 돌렸다.
적이긴 하지만, 정말 굉장한 노력이었다.
만약 동료 중 누군가가 같은 플레이를 보여 줬다면, 난 당장에 달려가서 애정을 가득 퍼부었을 것이다.
바로 지금 유벤투스의 선수들이 포그바에게 하는 행동처럼 말이다.
‘후우~ 빌어먹을.’
아까 전 베르나르두의 패스 실수는 괜찮았지만, 지금 건 조금 뼈아프게 느껴지고 있다.
아직 후반 18분.
경기는 얼추 30분 정도 남아 있다.
***
.후반 20분
바이에른 뮌헨 1 : 2 유벤투스
환상적이었던 중거리 슈팅 득점과 바이에른 뮌헨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여러 개의 패스, 그리고 조금 전 수비적인 기여에 이르기까지 오늘 폴 포그바는 최고의 컨디션이었다.
지금 포그바의 중거리 슈팅 역시 날카롭게 날아, 뮌헨의 오른쪽 골포스트를 살짝 빗겨 간다.
–!!
{“오오–”}
“PUTAIN!!”
어설프게 클리어된 볼을 다이렉트로 걷어찬 지금의 슈팅은, 모두의 발을 얼어붙게 만든 완벽한 장면이었다. 조금만 안쪽으로 향했다면, 틀림없이 득점이 되었을 것이다.
한 차례 욕설을 내뱉은 포그바가 하늘을 쳐다보며 아쉬움을 빠르게 털어 낸다.
“푸우~~”
이후 다시 빠르게 유벤투스의 전방 압박이 이어지고, 측면으로 넓게 벌려서 있던 필리프 람을 몰아붙인 알렉스 산드루가 볼을 가로채는 것에 성공한다.
좀처럼 볼을 빼앗기지 않는 람이었기에, 지금의 이 장면은 뮌헨에 혼란을 안겨다 준다.
“알렉스!”
산드루를 향해 소리쳐 볼을 받아드는 포그바.
그는 방향 전환을 고려한다.
‘이런, 제기랄.’
그렇지만 요주아 키미히가 좋은 위치에서 접근을 해 왔고, 패스 경로를 찾을 수 없던 포그바는 일단 볼을 뒤로 돌리면서 전환을 모색기로 한다.
팡-
패스를 전달받은 에르나니스를 향해 손짓해, 볼을 반대편으로 돌리도록 요구하는 포그바.
하나 에르나니스는 스스로 드리블하는 방법을 택했고, 그러는 사이 반대편 진영이 완벽하게 갖춰진다.
이에 좌절한 포그바가 짧아서 제대로 움켜쥐지도 않는 머리를 움켜쥐는 시늉을 하다가, 결국 볼이 최후방으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곤 잔뜩 짜증을 표출한다.
지금 에르나니스의 판단은 분명 좋지 못했다.
“내가 반대라고 했잖아-!!”
“…….”
“멍청한! FUUUUCK-!!!”
포그바가 지금까지 잘 제어해 왔던 감정을 표출해 버리고, 이에 위축된 에르나니스는 다시 볼을 연결받은 후 반대편으로 패스를 보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식으로 변명을 하기엔, 오늘 시합에 걸린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렇게 한 차례 격한 감정이 유벤투스의 진영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경기가 멈춘 직후 주심이 휘슬을 불어 유벤투스의 선수 교체를 알린다.
스테파노 스투라로가 투입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교체 대상으로 결정된 선수는 등번호 11번의 에르나니스였다.
“폴-!!”
“…….”
교체가 이뤄지는 동안, 테크니컬 에어리아의 가장 앞쪽까지 움직인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가 폴 포그바의 위치를 조절한다.
메짤라에서 트레콰르티스타(Trequartista/AM)로 포지션을 옮겨,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안 그래도 잦은 수비 가담으로 체력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포그바에겐 반가운 일이었다.
삑-!
교체 후 주심이 경기를 재개하고, 다시 압박을 시작한 포그바가 김다온을 밀어 넘어뜨리는 파울을 범한다.
수비 과정이기는 했지만, 다소 감정이 느껴지는 동작에 알리안츠 아레나가 크게 들썩거린다.
{“이 빌어먹을 깜둥이 녀석! 죽고 싶어?!”}
{“계속 그딴 짓 하면, 동물원으로 보내 주지!”}
{“원숭이 자식!! 죽어-! 죽으라고!”}
야유와 함께 목소리들 속에는 분명한 인종차별적 발언이 뒤섞여 있었지만, 포그바에게도 이는 무척 흔한 일이었고 당장은 또 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구두경고를 보내오는 주심의 목소리를 건성으로 흘려내며, 넘어진 김다온을 쳐다볼 뿐이었다.
충분히 지칠 법한 시간이었고 자신의 파울에 짜증을 낼 법도 했건만, 태연하게 추스르고 있는 김다온은 오히려 눈을 마주친 뒤에 미소를 지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표정은 무척 순수해 보였다.
어떠한 악의도 느껴지지 않았다.
‘넌 대체 뭐가…….’
하프타임 때와 마찬가지로, 뭐가 그리 대단하느냐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포그바.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을 간지럽히며 입꼬리를 올라가게 만들고 있다.
‘뭐, 뭐야 이건.’
깜짝 놀라 당황하며 황급히 고개를 돌려보지만, 짧은 찰나 드러난 미소를 놓치지 않았던 김다온은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선 포그바의 등을 슬쩍 두드려 왔다.
[It’s fun. isn’t it?] […….]즐겁지 않으냐는 김다온의 말.
분명 기만으로 들렸어야 할 문장이었건만, 여전히 감정을 애써 외면 중인 포그바는 그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 재미있지. 후우~’
크게 한 번 숨을 내뱉은 후, 포그바가 멀어지고 있는 김다온의 등을 바라보며 이렇게 외친다.
“네 녀석을 찍어 누른다면 말이야-!!”
지금의 프랑스어를 이해할 수 없었을 김다온이었지만, 뒤를 돌아본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보며, 포그바는 생각한다.
‘웃지 마, 개새끼야. 그러다 정들면 어쩌려고?’
평생 김다온을 좋아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몇 분 전처럼 혐오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고 있지도 않은 폴 포그바다.
잠깐 하늘을 올려다본 포그바의 표정은, 바이에른 뮌헨과의 매치업이 시작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