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71)
570화 Konkurrieren (12)
(노르베르트 카이텔) – Sky Sports German 코멘테이터
“레반도프스키이이이-!! ……이 경기는 정말로 엄청나군요! ……3:3! 이제 양 팀이 다시 균형을 이룹니다.”
(야니크 코른베르크) – Sky Sports German 해설위원
“바로 이런 종류의 시합을 원했습니다. 무척 수준 높은 공방전이죠. 유벤투스의 오늘 경기력은 정말로 놀랍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따라붙는 뮌헨 역시 굉장하군요.”
(노르베르트 카이텔)
“두 골의 폴 포그바. 그리고 한 골과 하나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다온. 이 두 93년생의 라이벌리 역시, 오늘 불꽃을 튀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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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피레스) – 프랑스 beIN Sports 해설위원
“지금은 굉장히 좋은 역습이었습니다. 볼을 끊어 낸 순간부터 득점까지 군더더기 없이 완벽했습니다.”
(쟝-위브 베헝) – 프랑스 beIN Sports 코멘테이터
“이걸 좀 보시죠. 다온의 이번 패스는 너무나도 우아했습니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발 안쪽으로 정확하게 볼을 보냈습니다. 패스의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았습니다만, 그래서 오히려 더 아름답습니다.”
(로베르 피레스)
“저는 오늘 경기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폴 포그바. 그리고 다온. 이 두 명의 젊은 선수가 서로의 기량을 끄집어내고 있다고요. 비록 8강으로는 다온이 가게 될 것 같지만, 오늘 포그바의 플레이는 근래 가장 완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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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아노 피오리) – 이탈리아 Rai 1 코멘테이터
“추가시간도 이제 거의 끝나갑니다. 1차전의 결과가 더욱 아쉬워지네요. 오히려 어려운 원정 경기에서 더욱 잘 뛰었다는 게, 그러한 점을 배가시키는 것 같습니다.”
***
.후반 48분
바이에른 뮌헨 3 : 3 유벤투스
{“휘—익!!”}
{“휙-! 휘-익!”}
알리안츠 아레나 곳곳에서 휘파람 소리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볼이 사이드라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한 폴 포그바의 어깨가 조금 아래로 떨어진다.
대기심이 선언한 추가시간 3분은 이미 지나갔고, 지금은 조금 전 득점에 따른 연장이 적용되는 중이었다.
이윽고 주심이 크게 휘슬을 불어 경기의 끝을 알리고, 이로써 유벤투스의 2015/16 챔피언스리그 여정은 마감된다.
힘이 풀린 포그바는 그대로 무릎을 꿇는다.
‘제기랄.’
이마를 피치에 가져 댄 채로, 포그바가 주먹으로 피치를 한두 차례 두들긴다.
패배로부터 오는 감정들에 보태어, 지난 1차전 경기의 모든 것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들면서 괴로운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또다시 김다온이라는 벽에 가로막혔다는 것 역시, 포그바가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그의 위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Good game. 캄사함미다.”
좋은 경기였다는 말과 함께 어설픈 한국어를 내뱉은 건, 유벤투스의 왼쪽 풀백인 파트리스 에브라였다.
그가 한국어로 말했다는 의미는, 주변에 한국인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오늘 피치 위에서 뛴 선수 중,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남자는 단 한 사람뿐이다.
한 차례 더 주먹으로 피치를 두들긴 포그바가 얼른 일어서며 표정을 정리한다. 그는 시야에 들어온 김다온을 재빨리 외면했고, 모르는 척 다른 곳으로 걸어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김다온이 목소리를 내뱉어, 이런 포그바의 발길을 붙잡는다.
“I`m going to EPL.”
“?”
이에, 고개를 돌리는 폴 포그바.
그는 금방 들은 말을 의심한다.
“What?”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지금 김다온은 분명 EPL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잠시 뒤,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눈가를 긁적인 김다온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재미있었지. 안 그래?”
“…….”
다시 전해져 오는 아까와 같은 질문.
이번엔, 포그바가 대답한다.
“네 녀석을 짓뭉갤 수 있었다면 재미있었겠지.”
“하하.”
영어를 통해, 둘의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난 무척 재미있었어.”
“네가 이겼으니까.”
“뭐,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아냐.”
“아니라고?”
“응. 오늘을 좀 봐. 넌 정말 끝내주는 골들을 넣었고, 0:2가 되었을 때는 정말로 탈락을 걱정하게 되었어. 위기의 순간이었지. 그런데 말이야. 무척 재미있더라.”
“?”
“뭔가 느슨했거든. 요즘의 나 말이야. 경쟁이 부족했다고. 넌 그런 적 없어?”
“…….”
비록 김다온이 말하는 부분에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포그바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시즌 10라운드에서 사수올로에 1:2로 패배하며 리그 12위까지 떨어진 이후, 유벤투스는 리그 19경기에서 18승 1무를 기록하며 세리에 A의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 있다.
이제 사람들은 유벤투스가 다시 세리에 A 정상을 차지할 거라 말하기 시작했고,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한 지금은 리그 우승에 더욱 사활을 걸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 유벤투스는 큰 이변 없이 무난히 세리에 A의 왕좌를 다시 가져가게 될 것이다.
남은 일정 대부분이 리그 중하위권의 팀이기에 가능한 예상이다.
“나는 매주 이런 경험을 느끼고 싶어.”
“그게 EPL이라고?”
“다들 그러잖아. 거긴 모두가 모두에게 패배할 수 있는 리그야. 그곳이라면, 절대 당연한 승리는 없을 거야.”
폴 포그바는 김다온의 이야기가 기만으로 느껴지다가도, 한편으론 경쟁이라는 것에 중독된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훈련만으론, 발전에 한계가 존재한다.
자신 역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경쟁을 할 수 없었던 탓에 흥미를 잃어 갔고, 스스로 다음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 경기에 뛸 수 있는 팀을 찾아 떠났었다.
“넌 이탈리아의 왕이야. 그렇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그 왕의 자리가 지겨워진 적은 없어? 자신이 항상 도전자고 싶다 느꼈던 적은? Vamos. 우린 이제 겨우 22살이잖아. 왕이 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라고. 난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계속 도전하고 싶어.”
“…….”
“아무튼. 이 이야기는 비밀이야. 그럼.”
끝내 두 사람은 서로 악수나 포옹을 나누지 않았다.
그러나 포그바는 어느 때보다 김다온을 가깝게 느낀다.
처음으로, 김다온이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포그바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최근의 일을 전혀 말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약간의 홀가분함을 느낄 수 있던 이유였다.
이제 폴 포그바는 김다온을 미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전히 폴 포그바에게 김다온은 뛰어넘어야 하는 장애물이었지만, 그나 여태껏 패배해 온 자신에게 분노할 이유가 없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자, 포그바는 비로소 오늘 자신의 플레이를 돌아볼 수 있었다.
오늘 자신은 지금까지 노력하지 않았던 영역의 플레이를 했고, 결국 그것이 바이에른 뮌헨의 올 시즌 첫 3실점 경기를 만들었다.
만약 홈에서 1차전을 2:2 이하의 점수로 비기기만 했어도, 오늘의 결과를 통해 8강전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다시금 아쉬움에 인상을 찌푸렸던 폴 포그바지만, 그래도 금방 그것을 떨쳐 낼 수 있었던 그는 몸을 돌려 피치를 빠져나가기로 한다.
걸어가는 그를 향해, 많은 관중이 박수를 보내어 온다.
유벤투스를 훌륭한 상대로 인정한 듯 말이다.
이에 마찬가지로 박수로 화답하며, 폴 포그바는 김다온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린다.
‘EPL이라.’
자신에게 EPL은 정착할 수 없었던 무대였다.
또 한편으론, 도망쳤던 무대기도 했다.
실력으로써 자신을 내보낸 것이 보기 드문 알렉스 퍼거슨의 실수였다는 것을 입증했다지만, 여전히 일각에선 세리에 A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과거에는 세리에 A가 전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일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위상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완전히 순위가 뒤로 밀려나며, 잉글랜드/스페인/독일에 이은 네 번째 리그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이런 세리에 A에서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폴 포그바는 자신의 위치가 궁금해졌다.
‘과연 나는…….’
세리에 A가 아닌 다른 리그에서도 경쟁력을 증명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곳에서 팀을 이끌며 빅이어에 도전하고 그것을 쟁취할 수 있을까?
계속해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의 끝에서, 폴 포그바는 자신 역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 도전을 실천할 무대는 EPL.
또 기왕이면.
‘맨유가 좋겠어.’
자신을 쫓아냈던 맨유로 돌아가 최고가 된다면, 그것보다 더 멋진 스토리도 없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미래를 결정해 버린 폴 포그바에겐, 더는 챔피언스리그 탈락이 아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여전히 김다온이 가장 뛰어난 젊은 재능으로 평가를 받겠지만, 다음에 다시 만나 그를 뛰어넘을 때까지의 굴욕은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의 이 만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앞으로 남은 기회가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기필코.’
김다온과의 경쟁 속에서 스스로를 성장시킨 폴 포그바의 얼굴엔, 어느새 다시 결연한 의지가 피어오르고 있다.
성장할 곳이 남은 젊은 축구선수들에게 있어 라이벌리와 경쟁이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을 깨트리고 나아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환경인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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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Champions League Last 16 2nd Leg)
바이에른 뮌헨 3 : 3 유벤투스
[골] 김다온 : 전반 21분(F.K)토마스 뮐러 : 후반 33분(베르나르두 실바)
로베르트 레반도스프키 : 후반 47분(김다온)
김다온 ? 96분 출전(1골 1어시스트/평점 1.5/MoM)
***
@바이에른 뮌헨의 라커룸
경기 초반부터 두 골을 얻어맞고 시작한 어려운 경기를 무승부로 끝냈다는 것 때문에, 라커룸의 분위기는 3실점을 한 것치고는 무척 밝았다.
가장 큰 이유야 물론,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을 확정 지었기 때문이고 말이다.
다음 우리의 상대는 18일에 있을 추첨을 통해서 확정될 텐데, 어떠한 팀이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잘했다. 실점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었어. 오늘은 상대 역시 훌륭했다. 그리고 그런 유벤투스를 상대로, 다시 동점을 만든 건 분명 칭찬받아야 할 일이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 낸 경기에서 늘 그래 왔던 것처럼, 펩은 팀 토크를 무척 짧게 가져갔다.
간단한 칭찬과 잘 먹고 푹 쉬라는 말이 전부였다.
그래서 곧바로 춤판이 펼쳐진 거다.
늘 분위기를 주도하는 뮐러가 선곡과 함께 더럽게 못 추는 춤을 춰대기 시작하자, 금세 이곳은 온통 남자뿐인 나이트클럽 현장으로 바뀌어 버렸다.
진짜 나이트클럽과 차이라면, 여자가 없다고 해서 아쉬워하는 이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눈 뜨고 보기 힘든 수준의 춤 실력을 선보이던 뮐러를 향해 땀으로 젖은 유니폼을 집어 던진 후, 이너웨어까지 벗으며 상의를 완전히 탈의한 내게로 베르나르두가 다가온다.
“Amigo.”
“왜?”
“아까 무슨 이야기를 했어?”
“?”
“그 프랑스 녀석이랑 대화를 굉장히 길게 했잖아.”
“아…….”
이곳에서는 말을 할 수 없었기에, 난 베르나르두에게 나중에 따로 전화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제를 바꿨고, 잠깐 대화에 열중했던 나는 알라바의 춤을 찍고 있던 키미히에게 휴대폰을 내리라고 말한 뒤 알몸이 되었다.
하체에 수건을 두르고, 샤워실로 들어선다.
끼릭-
쏴아아아-
미지근한 물에 몸을 적시며, 난 과열되어 있던 신체 온도를 서서히 낮췄다. 다른 동료들도 하나들 샤워실로 들어섰고, 금세 내부는 뿌연 수증기로 뒤덮였다.
그렇게 적당히 몸을 적신 후, 난 물을 잠그곤 샤워실 한쪽에 있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앞쪽엔 얼음을 잔뜩 채워둔 대형 욕조가 준비되어 있는데, 욕조는 하나당 서너 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크기다.
이런 것들이 대충 10개 정도 있으니, 욕조 하나를 둘 이상 차지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흡-!”
촤아아아아-
숨을 참으면서 욕조 안으로 들어서자, 얼음이 부딪히며 생기는 달그락 소리와 함께 가득 차 있던 물의 일부가 밖으로 흘러내린다.
처음 따뜻한 물로 체온을 약간 떨어트리고 이후 얼음물에 10분 이내로 몸을 담그는 건, 볼파르트 박사님이 고안한 쿨 다운(Cool Down) 방법이다.
따뜻한 물에 5분 정도 몸을 헹구게 되면 최대 심박수의 70%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때 차가운 물에 몸을 담궈 신체의 산소 공급 효과를 극대화하는 원리다.
그리고 또 DOMS(Delayed onset muscle soreness)도 예방할 수 있는데, DOMS는 손상된 근육 조직에 물이 들어가 부종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하나둘 비어 있던 욕조가 채워지고, 온도에 완전히 적응한 나는 편안히 누워 눈을 감는다.
사실, 그렇게 말할 생각은 아니었다.
‘경솔했어. 카메라도 있었는데.’
천만다행히도 중계 카메라는 포그바와의 대화가 끝났을 때야 곁으로 다가왔고, 덕분에 그와 나눈 이야기는 둘만의 비밀로 남을 수 있었다.
사실 카메라가 없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했던 말이기에, 생각하면 할수록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포그바에게 한 이야기를 통해, 나는 한 번 더 스스로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또 이제는 무를 수도 없게 됐다.
만약 뮌헨과 재계약을 해 분데스리가에 더 머무른다면, 난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삐빅- 삐빅- 삐빅-
“…….”
맞춰 둔 알람 소리가 들려와 나는 욕조에서 먼저 몸을 일으켰다. 이 구석진 욕조에 있던 건 나 혼자뿐이었고, 다시 샤워실로 나선 후 마지막으로 비누칠을 했다.
그러던 중 여태껏 춤을 즐긴 것 같은 키미히가 뮐러와 함께 안으로 들어섰고, 날 발견한 녀석이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곁으로 다가왔다.
녀석은 내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후반전은 나 때문이라나.
“진짜야. 앞으로도 그걸 주문처럼 외워야겠어. 뭐랬지?”
“……하하. 제발. 그러지 마.”
“응? 왜? 진짜 효과가 있었다니까?”
집요하게 졸라 대던 키미히가 메시지로 발음을 보내 놓으란 말을 남기곤 욕조가 있는 곳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다시 혼자가 된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괜한 짓을 한 건 아닌지를 걱정했다.
보기보다 꽤 집요한 구석이 있는 키미히기에, 원하는 것을 내어놓거나 진실을 알려 주지 않는 이상 귀찮을 때까지 괴롭혀 올 게 틀림없다.
어느 쪽이 녀석에게 더 좋을까를 고민하던 나는, 자리로 돌아와 휴대폰을 집어 들어 녀석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톡, 토독.
최대한 비슷한 발음을 독일어로 적어 보낸 후, 난 챙겨 온 속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다.
“그럼, 나 먼저 가.”
“벌써 다 한 거야?”
“응. 피곤해서 조금 서둘렀어.”
“그래- 수고했어.”
“응. 너도.”
베르나르두와 주먹을 가볍게 부딪친 후, 라커룸을 빠져나온 나는 믹스드존을 향하려다 말고 펩의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바꿔 움직였다.
미팅을 하는 중이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안에는 지금 펩 혼자뿐이었다.
똑똑똑-
“?”
활짝 열린 문에 노크를 하자, 이쪽을 돌아본 펩이 눈을 살짝 크게 뜬다.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물론. 문을 닫고 들어오게.”
“네.”
딸깍-
문을 닫으며 안으로 들어선 후, 난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으며 펩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
“음, 그게.”
“?”
“……포그바에게 말을 해 버렸어요.”
“그게 무슨?”
“EPL로 갈 거라고요.”
“?!”
깜짝 놀란 펩이 눈을 더욱 크게 뜨며 나를 쳐다보았고, 머쓱함을 느낀 나는 괜히 가려운 얼굴을 긁적였다.
“다행히도, 근처에 카메라는 없었어요.”
“경솔했군.”
“네. 저도 실수한 것을 느꼈어요.”
꾸지람이 들려올 줄 알았건만, 의외로 펩은 조용히 있으며 내 이야기를 더 듣겠다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래서 난 한결 가벼운 마음에 되어, 이곳을 찾은 이유를 이야기하기로 했다.
“전 매주 이런 경기를 뛰고 싶어요, 펩.”
“…….”
“당신이 제게 새로운 축구를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요. 오늘도 그랬죠. 하지만, 거기에 도전이 더해진다면 참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데스리가는 뭐랄까.”
“……너무 쉽지.”
“네. 바로 그거예요. 저는 지금까지 평생 승리를 위해서 노력해 왔는데, 요즘은 노력 없이도 그걸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거 있죠? 더 오싹한 게 뭔지 아세요?”
노력 없는 승리가 당연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런 생각을 할 만큼, 우리는 충분히 강하다.
하지만 그 강함을 순수하게 즐길 수 없는 건, 이것을 시험해 볼 기회가 지극히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우린 너무 강해요.”
“강한 게 싫나?”
“싫은 건 아닌데, 불공평한 느낌이에요. 마치 고등학생이 초등학생을 상대로 축구 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하는 제가 미친 걸까요? 그러니까 저는 오늘 무척 즐거웠어요. 포그바. 아니, 유벤투스는 우리를 턱밑까지 위협했죠. 자칫하다간 벼랑 끝으로 몰릴 수도 있었어요.”
0:2가 되었을 때, 난 위기를 느끼면서도 그 위기에서 오는 감정을 즐겼던 것 같다.
스릴이라고 해야 하나?
그 비슷한 것이었다.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저는 더 잘 뛰어야 했죠. 그리고 팀도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끄집어내야 했어요. 그 덕분에 지금 제가 어떤지 아세요?”
“쉬고 싶군.”
“네! 당장 집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아내를 안고 잠들고 싶어요. 생각해 보면, 매 경기 뒤가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늘 에너지가 남았죠. 그리고 이제 저는 거기에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
나는 분명 분데스리가에 흥미를 잃었지만, 죄책감으로 인해 최대한 많은 에너지를 쏟아 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모든 것을 토해 내려고 해 봐도, 늘 개운하지 못한 무언가가 조금씩 남아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굳이, 그걸 의식하지 않아도 됐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났을 때의 나는 무척 평온했고, 오직 몸을 회복하고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이건, 나의 원점이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축구로 꼭 성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던 날부터, 단 한 순간도 그렇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게, 내가 펩을 찾은 이유다.
난 답을 구하고 싶었다.
“모르겠어요, 펩. 이런 제가 미친 걸까요?”
“…….”
세상에 쉬운 길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나 역시, 기왕이면 삶이 쉬웠으면 한다.
그렇지만 축구는 조금 어려웠으면 좋겠다.
왜?
어째서?
이런 내 의문에, 펩은 답을 해 준다.
“난 이렇게 생각하네.”
“들을게요.”
“내 생각에 자네에게는 아직 성장할 구석이 남아 있어. 그걸 자네도 느끼고 있는 거지. 아마도 자네의 본능이 그것을 아는 것일 거야. 그리고 그 방법으로 자네의 본능은…….”
“?”
“아무래도 경쟁이 최선이라 말하고 있는 것 같군.”
“…….”
펩의 말을 들었을 때, 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어째서인지 납득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스스로 나를 최고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언젠간, 그렇게 되고 싶다.
그렇기에 나는 더욱더 성장해야 하고, 축구선수로서 또 한 인격체로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길 원한다.
그리고 그건 오직 경쟁(Konkurrieren)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내일 봐요.”
“그래. 조심히 들어가게.”
“문을 열어 둘까요?”
“그러게나.”
“네. 그럼.”
펩의 사무실을 나섰을 때, 나는 비로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있었다. 8강에 진출했다는 기쁨과 함께, 오늘 한 멋진 경험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난 환한 표정으로 믹스드존에 설 수 있었고, 기자들의 앞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빌트’의 기자가 가장 먼저 질문을 던져 온다.
“8강에 진출한 소감은 어떻죠?”
내 대답은 당연하게도.
“끝내주네요.”
“하하하.”
“쉽지 않은 상대였고, 0:2로 시작한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만큼, 패배하지 않고 8강에 오르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현재의 기분을 솔직히 말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