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76)
575화 Pronto (5)
2016년 4월 3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비디오 분석실.
내가 기억하는 후이 비토리아의 축구와 지금 화면 속에서 보고 있는 축구에는 많은 차이점이 존재했다. 그건 아마도 상황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벤피카에서 뛰던 시절, 비토리아는 기마랑이스의 감독을 맡고 있었다.
당시 그는 FC 바르셀로나의 전술에서 영감을 받은 4-3-3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높여야 할 땐 4-2-3-1로 전형을 바꿔 중원에 힘을 보태곤 했다.
하지만 올 시즌 벤피카의 지휘봉을 잡은 후, 그는 단 한 번도 4-4-2 Double 6 외의 전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딸깍-
“여기까지다.”
“…….”
준비한 영상이 모두 끝나고, 언제나처럼 펩이 화이트보드의 앞에 서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벤피카는 무척 부지런한 팀이다. 늘 그랬지.”
그래-
내 기억에도 벤피카는 항상 부지런했다.
‘그게 바로 지금의 내가 있는 이유야.’
조르제 제수스 감독님의 축구는 현재 내가 알고 있는 주류(主流)와는 거리가 멀었다.
전술적으로는 4-4-2를 표방하는지라 사키이즘과 가까워 보이지만, 막상 경기 내에서의 메커니즘은 비엘사시즘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드 중 하나가 라볼피아나(Lavolpiana)가 되어 센터백의 바로 앞에 머무는 것이나, 수적 우위를 강조하는 빌드업이 바로 그런 부분이다.
하지만 수비할 때가 되면, 두 개의 플랫을 만들어 대인방어에 중점을 둔 강도 높은 압박을 펼쳤다.
이건 어찌 보면 디에고 시메오네가 사용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방식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볼을 빼앗은 후의 역습은 독자적이었다.
그래서 얼핏 정체성이 부족한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숱한 사람들을 만나 왔지만, 제수스 감독님을 깎아내리는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자넨, 참 좋은 스승 밑에서 축구를 해 왔군.”]바이에른 뮌헨 합류 초기 펩이 내게 해 주었던 말이다.
그는 내가 모든 걸 잘 받아들인다고 했다.
[“훌륭한 축구를 배웠어. 그리고 그게 습관이 된 지금은 자네에게 중요한 자양분이 되었네.”] [“그런가요?”] [“그렇고말고.”]잠깐 딴생각을 했던 나는, 얼른 다시 정신을 차리고 펩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측면에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응?’
“벤피카는 두 줄의 플랫을 쓰지만, 선수가 아닌 지역을 수비한다. 이 말은 곧…….”
‘예측할 수 있다는 거네.’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지. 이걸 보겠다.”
딸깍-
다시 영상이 틀어지고, 벤피카의 수비 이동에 중점을 둔 장면들이 몇 개 반복되었다.
딸깍-
“공통점을 발견한 사람?”
“좌우가 좁아요.”
“바로 맞췄다.”
뭐, 이쯤이야.
화면 속 벤피카의 상대는 FC 포르투와 스포르팅 CP였는데, 그건 아마도 이 두 개의 팀이 벤피카를 가장 몰아붙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레 경기에서 벤피카는 수비적인 태도를 보일 텐데, 그들이 압도하는 내용의 시합은 참고자료가 되기엔 부족하다.
그래서 상대가 압박을 받을 때를 보는 거다.
“지금 다온이 말한 대로, 오른쪽 풀백이 종종 자신의 위치를 떠날 때가 있다. 이것이 전술적 지시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충분히 이용해 볼 만하다.”
현재 벤피카의 주전 오른쪽 풀백은 안드레 알메이다가 맡고 있다.
작년 제수스 감독님이 벤피카를 떠날 때 비에이라의 태도에 실망한 막시 역시 팀을 떠나면서 알메이다가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프리메이라 리가에서도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모든 능력에서 평균 이상이고 안정감이 특히 장점인 선수다.
그리고 이런 알메이다를 잘 알아서 말하는 건데, 계속 저 친구가 중앙으로 좁혀서 수비하는 이유는 전술적 지시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
‘롱볼을 해야 할 수도 있겠어.’
알메이다 외에도 왼쪽 풀백인 엘리세우(Eliseu)에게서도 마찬가지의 움직임이 드러났다.
크로스가 가능한 지점으로 볼이 향했을 때, 벤피카의 반대쪽 풀백은 박스 안으로 깊숙이 들어서서 세 번째 센터백이 되어 주고 있다.
그렇다는 말은 즉.
“양쪽 측면에 반대 발을 하나씩 둘까 한다.”
모레 경기에서 우리의 전술적 시발은 ‘방향 전환’과 ‘+1’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친숙한 것이라, 딱히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펩은 반대 발 측면 자원을 양쪽에 하나씩 배치함으로써, 방향 전환에 속도를 더하고자 했다.
정황상 리베리가 왼쪽 측면에 고정된다고 보았을 때, 아마도 내가 그의 파트너로서 왼쪽 풀백으로 출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오른쪽엔 베르나르두와 람이 나설 가능성이 크다.
최근 코스타가 폼을 많이 끌어올리긴 했지만, 베르나르두를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니 말이다.
이후로도 계속된 전력분석 시간은 20분가량을 더 이어졌고, 미팅이 끝난 뒤에는 다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라커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누구 연락 온 사람 없어?”
“없어. 그날 이후 완전히 끊긴 거 있지.”
“나도. 서운하게 말이야.”
“큭큭. 이봐, Amigo.”
“?”
“생각해 봐. 우리라도 그랬을 거야.”
“……하긴. 그건 맞는 말이야.”
“그렇지?”
“응.”
벤피카가 언더독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곳 특유의 분위기가 상대할 팀의 선수와 연락이나 하며 시시덕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곳은 늘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여, 좀 더 높은 단계로 진출하는 무대이니 말이다.
그들에게 챔피언스리그는 곧 자신의 미래를 위한 오디션 현장이며, 우승보다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 주는 것에 조금 더 중점을 두게 된다.
그래서 프리메이라 리가의 팀들을 하나로 묶는 작업은 무척 어려웠다.
‘하지만 제수스 감독님은 잘하셨지.’
여전한 내 마음속 고향으로 남아있는 벤피카와의 경기를 이틀 앞두고, 나는 평소와 똑같이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밥이나 먹고 갈까?”
“그럴까? 어차피 오늘 아영이도 약속이 있어.”
“그거 잘됐네. 가자. 내가 쏠게.”
“대왕 폐하, 앞장서시죠.”
“큭큭큭큭. 병신.”
다만 난 더 큰 무대를 꿈꾸는 그들을 위해, 넘어설 엄두조차 나지 않는 거대한 벽이 되어 줄 생각이었다.
어디 한 번 있는 힘껏 부딪혀 보길.
진심으로 그러길 바라고 있었다.
앞장서고 있는 베르나르두의 차량을 뒤따르며, 난 열린 차창 밖에서 들어오는 봄바람을 흠뻑 들이마셨다.
***
2016년 4월 4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에-이! 다 챙겼어?”
“응. 유니폼도 이렇게 네 벌이나 챙겼고, 또 노트랑 펜. 그리고…….”
SU 신트렌세 유스 출신의 넬송 세메두(Nelson Semedu)는 현재 SL 벤피카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오른쪽 풀백 유망주다.
부지런한 활동량과 빠른 스피드 모두를 갖추었다는 평을 듣는 중으로, 신체적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축구화!”
“Amigo. 너 드디어 꿈을 이룬다. 그치?”
“응. 그런데 있잖아.”
“?”
“그가 나를 기억할까?”
“그럴걸?”
“후우~ 그가 날 기억하지 못하면 어쩌지? 그럼 무척 슬퍼질 거란 말이야.”
금세 시무룩해하는 넬송 세메두를 보며, 이번 뮌헨 원정 명단에서 제외된 곤찰루 게데스가 그를 위로한다.
두 사람은 벤피카 B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우애를 다져왔고, 현재는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를 주도하며 김다온의 뮌헨 이적 후 부활한 과자 가족을 이끌고 있었다.
그리고 넬송 세메두의 경우엔 김다온을 우상처럼 여기고 있었는데, 지금 캐리어에 들어 있는 물건들의 상당수도 김다온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노르셸란부터 시작해 벤피카, 뮌헨, 대한민국의 유니폼과 사인을 받을 노트와 펜 등. 심지어 한쪽엔 처음 선물 받은 축구화도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SL 벤피카 역시 다른 유럽의 축구 클럽처럼, 1군 경기에서 사용한 신발을 B팀 이하의 유스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세메두 역시, 김다온의 것을 많이 받았었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 당연히 널 알걸?”
“그렇겠지? 그는 사람을 잘 기억하잖아.”
“응. 가끔 나한테도 연락이 온다는 것을 알잖아.”
“운 좋은 새끼. 넌 복을 받은 거야.”
“아니- 그건 네가 너무 나간 거고.”
“아무튼. 짐은 대충 정리했어.”
이번 바이에른 뮌헨 원정에 포함된 선수 중, 나이가 차지 않았거나 경제적인 부분을 이유로 클럽하우스에서 지내고 있는 사람은 총 세 명이었다.
세메두와 브라질의 안드레송 탈리스카(Andreson Talisca), 그리고 헤나투 산시스다.
“그런데 말이야. 그거 진짜일까?”
“뭐?”
“헤나투가 내년에 뮌헨으로 간다는 거.”
“아마도? 다들 그렇게 말을 하더라.”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강하게 연결되고 있는 헤나투 산시스의 거취는, SL 벤피카의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다.
매년 높은 수준의 클럽으로 향하는 친구들을 보며 자극을 얻는 게 일상이었던 이들에겐, 산시스의 이적은 강한 동기부여가 되어주었다.
특히 세메두에겐, 산시스가 뮌헨과 링크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젠장. 그럼 다온이랑 같은 팀인 거잖아.”
“너도 갈 수도 있어.”
“하아- 아니, 그건 또 아닌 것 같아.”
“왜?”
“그럼 그와 경쟁해야 하잖아. 난 아마 그를 평생 넘을 수 없을 거야. 차라리, 뛰는 건 다른 팀에서 뛸래.”
“쫄보새끼.”
“뭐?!”
그렇게 한창 세메두와 게데스가 투닥거리고 있을 무렵, 유스 소속의 루카 요비치(Luka Jovic)가 다가와 손에 든 무언가를 열린 캐리어 안에 놓아두었다.
투닥거림을 멈춘 세메두와 게데스가 이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이에 요비치가 어깨를 으쓱이며 이렇게 말을 했다.
“음…… 나도. 사인.”
“뭐?”
지난겨울 이적시장이 종료되기 직전 벤피카로 합류한 요비치는 아직 포르투갈어를 능숙하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이야기는 분명히 잘 들렸다.
되물었던 건 그저,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도 사인. 다온의 것. 오케이?”
“…….”
“…….”
서로의 멱살과 어깨에 얹었던 손을 뗀 세메두와 게데스가 캐리어 앞으로 다가오고, 몸을 굽힌 캐리어의 주인이 돌돌 말려 있는 흰색 종이를 눈앞에 펼쳤다.
촤륵-
“이건 또 무슨…….”
루카 요비치가 사인을 받아 달라며 가져온 것은, 작년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을 기록한 후 포효하고 있는 김다온의 모습이 박혀 있는 브로마이드였다.
“이거 내 보물. 망가지면. 죽인다. 오케이?”
“죽인다고? 우리를?”
“응. 죽인다. 나 세르비아 남자. 말한 건 지킨다.”
“…….”
어쩐지 묘하게 현실적으로 들려오는 말에, 게데스는 입을 다물고 세메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브로마이드를 다시 돌돌 말았다.
“부탁한다. 친구. 사인 주면. 살린다.”
“어, 어. 그, 그래.”
“이거 고맙다고 해야 해?”
“쉬이- 게데스. 너도 알잖아. 쟤 세르비아 사람이야. 그리고 세르비아 애들 중에는 무서운 애들이 많다고.”
“……하하. 하하. 하하하하.”
“??”
변함없이 시끄러운 벤피카의 클럽하우스.
이곳을 오래전에 떠난 김다온은 여전히, 이곳에 남은 이들에게 영감이 되어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들 역시 언젠가, 꼭대기로 향할 수 있다고.
훌륭한 클럽이란 과거가 남긴 유산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을 알고, 과거의 고마운 이들의 정신을 계승해 나가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법을 아는 곳이다.
비록 현재, 이기적인 회장과 함께하고 있다 해도.
전통이란, 그렇게 쉽게 훼손되지 않는 법이다.
***
[오늘은 대한민국의 식목일입니다. 나무를 심읍시다. – 맨체스터 시티 공식 트위터/2016.04.05.(자정)]***
2016년 4월 5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 시작 1시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SL 벤피카
&Match-Up`s Best Eleven(뮌헨/벤피카)
&Tactics(뮌헨/벤피카) : 4-4-1-1/4-4-2 (D6)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에데르송
RB ? 필리프 람 / RB ? 안드레 알메이다
CB ? 요주아 키미히 / CB ? 빅토르 린델뢰프
CB ? 데이비드 알라바 / CB – 자르데우
LB ? 김다온 / LB – 엘리세우
CM ? 아르투로 비달 / DM ? 헤나투 산시스
CM ? 티아고 / DM ? 류보미르 페이샤
RAM ? 베르나르두 실바 / RAM – 피찌
LAM ? 프랑크 리베리 / LAM ? 니콜라스 가이탄
SS ? 토마스 뮐러 / ST ? 콘스탄티노스 미트로글루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조나스
.
.
웜업을 하러 피치로 나서는 길에, 난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반가운 얼굴들을 보게 되었다.
[완전 신수가 훤해졌는데?] [이젠 뮌헨이라는 거지.] [뭐?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건데?] [베르나르두는?] [먼저 나갔어.]먼저 내가 본 것은 자르데우와 안드레였고, 조금 있으니 니코가 다가와 인사를 건네곤 먼저 계단을 내려섰다.
니코와 편하게 대화하면, 일단 이번 매치업이 끝나야 할 거다.
옛 친구를 보는 것만큼 반가운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계속 수다를 떨 수도 없었다.
아쉽지만, 나도 피치로 나서야 할 때다.
[그럼, 이따가 보자.] [그래. 아-!] [응? 왜?] [넬송!] [넬송? 그 녀석이 왜?]뭔가가 생각났다는 듯 이마를 두드린 알메이다가, 내게 넬송 세메두를 꼭 만나 보라고 이야기를 했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알겠다고 답했다.
[녀석을 기억해?] [당연하지. 내가 축구화를 선물한 적도 있는걸. 걔 어디더라? 다른 팀에서 오지 않았었어?] [맞아. 신트렌세.] [아-! 신트렌세. 거기였어.] [젠장. 걔 눈물 흘릴지도 모르겠다.] [그게 무슨 말인데?]나중에 만나 보면 알 거라는 말과 함께 알메이다가 반대편으로 달려 나갔고, 잠깐 그의 뒷모습을 보던 나도 동료들이 모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허리를 굽히고 스트레칭 중이던 베르나르두가 왜 그렇게 늦었냐며 핀잔을 보내온다.
“잠깐 애들을 만났거든.”
“애들? 누구?”
“안드레랑 자르데우.”
“아-! 나도 아까 헤나투를 만났어.”
“그래? 뭐라던데?”
“아무 말도. 악수도 안 받아 주던데?”
“완전 경쟁 모드인데?”
“그러니까.”
예전부터 산시스는 투쟁심이 엄청난 녀석이었다.
‘……확실히.’
멀리에서 보고 있는데도, 피치 위에서 가장 나이 어린 헤나투 산시스가 가장 탄탄한 몸을 지닌 것 같았다. 축구선수가 너무 근육질이어도 좋지 않은 말이다.
인테르로 이적했지만 만치니 감독의 선택에서 밀려나 다시 스토크 시티로 이적한 샤키리가 그걸 잘 증명한다.
많은 근육은 몸싸움과 버티는 상황에서는 분명 도움이 되지만, 정작 축구에 필요한 부분은 성장시키기 어렵다.
저 녀석도 그걸 깨달아야 할 건데 말이다.
“젠장. 나 쟤랑 부딪히고 싶지 않아.”
“그러게. 애들 말로는 덤프트럭이라더라.”
“달려오면 피해야겠어.”
“진짜?”
“……펩이 싫어하겠지?”
“말이라고 해? 당장 교체될걸?”
펩은 산시스가 나설 것을 고려하고 하비나 사비가 아닌 비달을 선발로 내세우는 방법을 택했다.
“머리를 써, Amigo.”
“그래야 할 것 같아.”
“응.”
스트레칭이 끝나고 본격적인 웜업에 들어섰을 땐, 나도 베르나르두도 아예 반대편을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오늘 뮌헨의 날씨는 축구를 하기 무척이나 좋았고, 조금씩 들어차고 있는 관중석으로 인해 음악 소리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은 착각도 느껴졌다.
어김없이 75,000석을 가득 채울 예정인 이곳 알리안츠 아레나는, 어느 곳 하나 빠지지 않고 온통 붉은색의 물결로 가득했다.
빨강(Die Roten)과 빨강(Encarnados)의 대결.
그리고 양쪽 모두에 속했던 나는 정작.
“후우~”
빨강이 아닌, 파란색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나?
‘이제는 시합에만 집중하자.’
경기 외의 모든 것들을 머릿속에서 비워 버리기로 한 나는, 발을 힘껏 들어 올리면서 앞의 뮐러를 뒤따랐다.
오늘은 우리가 빨강.
또 벤피카가 흰색 유니폼을 입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