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77)
576화 Pronto (6)
준비했던 전술이 맞아떨어지는 순간만큼이나 짜릿한 것도 없는 법이다.
지난 시간이, 무척 값어치 있게 느껴진다.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건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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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플레처) – BT Sports 코멘테이터
“베르나르두 실바. 프랑크 리베리가 있는 쪽으로 길게 보내어 스위치를 합니다. 레반도프스키는 포지션을 잡네요. 토마스 뮐러에게 패스. 박스 안으로 잘 파고들었죠. 이제는 다온. 오른발 앞에 잡아 두죠. 패스를 실어 나를 준비를 마친 것 같습니다. 완벽하게 딱 들어맞는군요! 아르투로 비달! What a Start for Bayern Mun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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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01분
바이에른 뮌헨 1 : 0 SL 벤피카
양손으로 하트를 그려 보이며 달려오던 아르투로 비달이, 날 가리키더니 방향을 바꿔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티아고와 이미 얼싸안고 있던 내게로 왔고, 이내 동료들이 모이며 전반 1분 40초 만에 나온 첫 번째 득점에 대한 기쁨을 나눴다.
사실 이건 약간 의도한 장면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조금 더 기뻐해도 되잖아?”
“충분히 그렇거든?”
“전혀 아닌 것 같은데?”
“좀 봐주라. 이게 내 최선이라고.”
“큭큭큭. 어쨌든 좋은 패스였어.”
“응.”
동료들은 내가 득점이나 어시스트를 기록해도 크게 기뻐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나 어시스트 뒤에 조용히 고개를 떨어트렸었고, 티아고가 아니었다면 그냥 뒤로 돌아 자리로 돌아갔을 것이다. 비달도 이를 알았기에, 셀레브레이션을 생략한 거다.
어쩌다 보니, 골을 넣은 비달보다도 동료들 사이에서 더 주목을 받아 버렸다.
묵묵히 돌아서서 걸어가는 길에 바라본 벤치 쪽에선, 주머니에 손을 꽂고 있는 펩이 묘한 미소로 날 보고 있었다.
‘……당신의 판단이 옳았어요.’
방금의 득점은 완벽한 사전 준비의 승리였다.
모든 면에서, 벤피카를 완벽히 통제했다.
상대는 전혀 그런 것을 모르겠지만, 득점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서 보인 벤피카의 움직임은 사실상 우리가 유도해 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반대 발 윙어로 출전한 베르나르두가 오른쪽 측면 넓은 공간에서 패스를 받아들었고, 그 뒤로 필리프가 이동한 순간 벤피카의 수비는 오버랩을 의식한 것으로 바뀌었다.
오른쪽 풀백인 알메이다가 측면을 버려두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이동한 것인데, 바로 그때 베르나르두가 안쪽으로 파고들며 공격의 방향을 전환시켰다.
충분한 공간을 허락받은 리베리는 안쪽으로 좁혀 들어가는 선택을 보여 줬고, 이건 그가 욕심을 부린 게 아니라 내게 좀 더 넓은 공간을 주기 위함이었다.
이미 안쪽으로 좁혔던 알메이다는 나의 오버랩을 뻔히 보고서도 리베리를 마크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박스 안으로 돌입한 순간, 벤피카의 수비 전형 자체가 왼쪽으로 치우쳐진 모양새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볼란치(Volante/DM)들이 개입하기엔, 레비와 뮐러의 포지셔닝 자체가 너무나도 좋았다.
컷(Cut)을 통해 한 번 더 벤피카의 진영을 휩쓴 뮐러가 내게 패스를 보내왔을 땐, 훈련하는 기분으로 크로스 준비를 가져가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벤피카의 수비가 이런 움직임 속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진 사이, 비달이 박스 안에서 좋은 위치 선점을 보여 줬고 거기로 크로스를 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과연 벤피카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볼까?
아니면 위기라고?
나는 아마도 후자일 거로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뭔가를 판단하기엔 시간이 너무 이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그걸 더 이용해 볼 수 있을 거다.
[빼앗겼어-!] [측면-! 막아-!]이번에는 수비까지 가담해 준 리베리가 티아고와 협력해 좋은 노력을 보여 줬다. 그에 반해 피찌는 다소 무뎠고, 약간의 망설임이 금방과 같은 실책으로 이어졌다.
점유율이 넘어온 순간 망설이지 않고 스프린트를 시작한 날 니코가 저지하려고 하지만, 오른쪽 팔을 휘두른 동작 하나에 그는 떨어져 나간다.
매년 꾸준히 빅리그의 클럽과 링크가 걸리고 있음에도, 니코는 계속 벤피카에 남아 충성심을 보여 주고 있다.
“여기이-!!!”
볼을 가져왔던 티아고가 아래로 내려선 레비에게 먼저 패스를 보냈고, 그가 수비를 등지며 벤피카의 라인을 끌어 내리는 사이 난 하프라인 바로 앞에 도달했다.
반대편에서 베르나르두가 패스를 받아들고자 접근했고, 레비가 축구공을 굴리자 녀석은 논스톱으로 왼발을 가져다 댔다.
속도가 중요하다는 것. 또 트래핑 한 번이 나를 오프사이드 라인 안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는 걸 알았던 거다.
베르나르두가 훌륭한 선수이자 또 함께 뛰었을 때 좋은 동료인 이유다. 녀석은 늘 올바르게 상황을 볼 줄 알고, 주변을 활용하길 즐긴다.
녀석이 피치 위에 있으면, 생각을 조금 덜 복잡하게 하며 과감하게 뛸 수 있다.
탁-
앞쪽 10m 정도 떨어진 지점에 패스가 떨어졌고, 회전을 먹어 튕겨 오른 축구공은 나와의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멀리 달아나지는 못했고, 축구공을 발밑에 놓아두었을 때 빅토르 린델뢰프가 황급히 내 앞을 가로막으며 적당한 거리에서 멈춰 섰다.
‘오- 많이 늘었는데?’
지금 린델뢰프가 거리를 벌려 두고 선 것은 무척 좋은 판단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내가 사이드라인으로 치고 들어가 봤자 다음 플레이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레비와 뮐러가 열심히 전진해 주고 있긴 했지만, 지금 이 위치에서 크로스를 올려도 박스 안에서 받아 줄 사람이 없다.
그러니 지금은 내가 안쪽으로 파고드는 경로를 막고 지연에 초점을 두는 게 정답이었다.
하나, 볼을 빼앗긴 직후 역습을 허용한 상황에서 이런 판단을 내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제아무리 프로라 해도, 다급해지면 무작정 돌진하는 게 보통이다.
게다가 내 기억 속에 린델뢰프는, 상황 판단과 커버 능력 모두에서 많이 뒤떨어지는 선수였다.
‘많이 발전했네.’
과거, 린델뢰프는 꼭대기 팀 훈련에 합류할 때마다 루이장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매번 시끄럽게 질문을 했고, 이해될 때까지 계속 그를 귀찮게 했다.
그래서 한 날은 루이장이 꾀병을 부리고 훈련장을 30분 만에 떠난 적이 있다.
그만큼 린될레프의 질문 세례가 싫었던 건데, 내 기억 속 유일하게 루이장이 농땡이를 피운 순간이었다.
‘노력한 거야. 그렇지?’
옛 동료의 성장이 기쁘게 느껴지면서도, 난 아직 그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린델뢰프는 발은 빠르지만 판단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라, 오히려 과감하게 달려들며 순간 속도를 경쟁하려는 상대에게 굉장히 약하다.
그래서 난 그의 포지셔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방향을 안쪽으로 꺾어 달려 나갔다.
린델뢰프의 장단점과 상황을 종합한 판단이자, 우리가 준비한 전술을 계속 이어 나간다는 측면에서도 지금은 가운데로 움직여 들어가는 게 맞다.
정면으로 달려드는 내 모습에 린델뢰프가 살짝 움찔했고, 접근할 타이밍을 올바로 판단하지 못한 그는 왼쪽으로 준 상체 페이크 한 번에 균형이 무너졌다.
툭-
“!”
오른쪽 발등으로 축구공을 차 넣으며, 린델뢰프의 왼쪽을 스쳐 지나간다.
다급히 왼발을 사용한 린델뢰프가 저지를 시도하지만, 무게 중심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는 바라는 만큼 충분히 발을 뻗을 수는 없다.
그렇게 난 린델뢰프와의 1:1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그러는 사이 공격 숫자를 채운 동료들이 쭉 밀고 올라오며 벤피카의 수비가 정돈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저기.’
내가 바라본 것은 패스를 준 후 열심히 뛰어주었던 베르나르두다.
녀석은 오른쪽으로 쭉 벌렸다가 안으로 움직이며 메디아푼타(Mediapunta/AM)에 섰고, 난 저기로 패스를 보내야만 더 좋은 상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믿었다.
베르나르두의 슬쩍 고개가 왼쪽 위로 들려지는 걸로 보아, 녀석은 내 뒤를 보는 것 같았다.
리베리일까?
아마 그럴 거다.
‘그럼, 왼발 앞으로.’
팡-
베르나르두가 편하게 다음 동작을 가져갈 수 있는 곳으로 축구공을 보낸 뒤, 난 발을 멈춰 세우며 뒤를 돌아봤다.
예상대로 뒤쪽엔 리베리가 있었고, 베르나르두는 다시 한번 아까와 같은 패스를 보냈다. 다만 전과는 달리, 이번엔 공간이 아닌 선수에게 직접 떨어지도록 만들었다.
제기를 차듯 리베리가 축구공을 받아 두고, 아까와 같게 뮐러가 가까운 포스트로 컷해 나가는 것을 보며 나는 멀리 움직이는 대신 근처에 포지셔닝을 잡기로 한다.
뮐러의 오프-더-볼이 벤피카의 박스 안쪽에 공간을 만들고, 리베리가 띄워 올린 크로스는 레비가 쇄도하는 방향을 향해 움직인다.
몸을 날린 레비의 다이빙 헤더.
툭-
“!”
하지만 끝까지 경합을 벌인 자르데우의 노력이 레비가 헤더를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지 못하도록 만든다.
골대 옆으로 빠져나가는 헤더에, 레비도 또 남은 우리도 진한 아쉬움을 표현한다. 지금은 공격수의 실수라기보단, 자르데우의 수비가 워낙에 좋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깨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고, 마지막 순간 몸을 좋은 곳으로 밀어 넣었다.
예전부터, 자르데우도 좋은 수비수였다.
“후우~”
숨을 한 번 내쉰 후, 다시 위치를 찾아 달려 나간다.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몽골몽골하게 피어오르는 오늘, 나는 충분히 경기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겨우 4분이 조금 지났을 뿐인 경기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
.전반 17분
바이에른 뮌헨 1 : 0 SL 벤피카
경기 시작 100초 만에 실점을 허락한 후, SL 벤피카는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중이다.
만약 오늘 뮌헨의 골 결정력이 조금만 더 괜찮았다면, 경기는 이미 손쓰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거다.
{“오오오오-!!”}
“오우-!”
“후우~”
거의 골이 되는 것만 같았던 토마스 뮐러의 슈팅이 벤피카의 골포스트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치고, 벤피카의 벤치는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 고작 18분이 지났을 뿐이지만, 오늘 경기는 지켜보기 괴로운 수준이었다.
만약 집에서 TV로 이 경기를 보고 있었다면, 참지 못하고 TV를 끄거나 채널을 돌려버렸을 거다.
“너무 많은 공간을 허용하고 있어.”
“…”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혼란을 느끼는 중인 벤피카의 선수들은 팀이 평소답지 못하다는 생각에, 벤치에서 바삐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마치, 해초 같아.”
“해초? 그게 뭔데?”
“있어. 바닷물에서 자라나는 풀.”
“바닷물 속에서 풀이 자란다고?”
“이런, 라울! 네 상식은 대체 어느 정도인 건데?”
어깨를 으쓱인 라울 히메네즈(Raul Jimenez)를 한심스럽게 바라본 안드레아스 사마리스(Andreas Samaris)가, 몸을 슬쩍 앞으로 숙여 다른 이에게 의견을 구한다.
“리! 리-!!”
“?”
“네 생각은 어때?”
대한민국 국가대표이자 SL 벤피카의 미드필드인 이청용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넌 후반전에 뛸 수 있잖아. 넌 어떻게 생각해?”
“스위치가 빨라.”
“그게 다야?”
“응. 지금은.”
다소 김이 샜다는 표정이 된 사마리스가 다시 히메네즈와의 대화에 집중하는 동안, 바라던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한 이청용이 조용히 생각을 이어나간다.
‘잘하네, 진짜.’
적으로 마주한 김다온은 대표팀에서 동료로 함께했을 때보다 더 굉장했다.
세계 최고의 클럽인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것도 것이지만, 주변 동료들보다 월등한 기량을 지닌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 가장 놀라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김다온의 앞에서, 동료들은 더욱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 김다온과 맞상대 중인 선수는 피찌 별명으로 알려진 루이스 페르난데스였다. 오랜 기간 함께 호흡을 맞춘 포르투갈 리그 정상급의 메짤라(Mezz`ala)다.
한데 오늘 피찌는 마치, 프로와 상대하는 아마추어 선수처럼 느껴지고 있다.
오른쪽 측면은 물론 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오른쪽 하프스페이스에서도, 김다온과의 1:1을 이겨내지 못하고 전진패스를 보내지 못했다.
어떠한 때에는 포지셔닝을 잡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는데, 지금도 피찌는 너무 쉽게 자리에서 밀려나 버렸다.
‘후우~ 나는 할 수 있을까?’
오늘 후이 비토리아가 양쪽 측면을 니코 가이탄과 피찌로 구성했던 건, 바이에른 뮌헨과 측면 경쟁을 펼치는 일이 무모하다고 판단해서였다.
그래서 두 명의 메짤라를 측면에 두어, 중앙으로 공격을 밀집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제아무리 중앙에 힘을 두었다지만, 측면으로 볼을 이동시켜 공간을 넓혀주는 건 필수적인 플레이다.
그런데 팀의 오른쪽 측면이 김다온 한 명에 의해 막히게 되면서, 자연스레 벤피카의 선택은 왼쪽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왼쪽이라고 쉽겠어?’
바이에른 뮌헨의 오른쪽에 버티고 선 선수가 독일 역대 최고의 풀백으로 꼽히는 필리프 람이라는 것이다.
오버랩을 나간 엘리세우를 겨냥해 니코 가이탄이 패스를 보내어보지만, 바로 앞에서 가로막고 있던 필리프 람의 오른발에 가로막혀 버린다.
다시 한번 공격 전개 과정에서 볼의 소유권이 뮌헨으로 넘어갔고, 람으로부터 패스를 받아든 티아고 알칸타라를 헤나투 산시스가 밀어 넘어뜨린다.
삐?익!!
역습을 저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파울이었지만, 이미 전적이 있었던 산시스에게 결국 경고가 주어진다.
벤피카로선, 절로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하아~”
“후우~~~”
주변에서 들려오는 동시다발적인 한숨 소리에, 이청용이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대표팀이 쟤를 제대로 쓴 게 아니네.’
클럽 경기에서 확인한 대표팀 동료의 경기력에, 이청용은 복잡한 심경을 느끼게 된다.
***
삑-! 삐?익! 삐—익!!
.
.
.전반 종료
바이에른 뮌헨 1 : 0 SL 벤피카
아마도 우린 너무 느슨한 상태인 것 같다.
제대로 했다면, 최소 3:0이었어야 할 경기다.
골대라도 맞았다면 운이 없었다는 핑계를 대 볼 수도 있었겠지만, 말 그대로 결정력이 좋지 못했다.
[에이- 싯팔.]땀으로 젖은 상의를 벗어젖히면서, 난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계단을 내려선다. 알리안츠 아레나는 통로와 그라운드를 잇는 V자 형태 계단이 있다.
라커룸으로 향하는 길에 살핀 동료들의 표정은 벌써 승리를 예감한 듯했다.
‘마음에 안 들어.’
전반 10분이 지나면서, 마음에 들게 뛰는 녀석은 베르나르두밖엔 없었다.
물론 여기에서 노이어와 포백은 제외다.
우린 전반 막판 위기를 잘 막아 냈다.
하지만 미드필드와 공격수 쪽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고 탐욕을 부리지 않는 선수는, 내가 볼 때 베르나르두 딱 한 사람이었다.
레비는 득점에 눈이 멀어 완전히 오픈되어 있었던 뮐러와 리베리에게 패스를 보내지 않았고, 리베리 역시 기회를 더 만들어 가는 대신 성급한 볼 처리를 선택했다.
또 뮐러도 오프-더-볼을 멈췄다.
전반전 10분까지의 그가 철저히 팀을 위한 공간을 창출해 왔다면, 이후론 자신이 볼을 잡고 슈팅을 하려는 방식으로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
문제는 레비 역시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며, 그래서 둘의 위치가 겹칠 때가 많았다.
그리고 미드필드의 둘?
걔네는…….
“만족하나?”
“…….”
“비달-! 티아고-! 너희 둘은 리오가 아니다.”
바로 이거다.
티아고와 비달은 자신이 메시인 줄 알고 뛰었다.
패스가 아닌, 드리블을 택했다는 거다.
“내가 미드필드 지역에서부터 드리블을 마음껏 하도록 허락한 사람은 리오밖에 없다. 자네 두 사람에겐 그렇게 뛰는 걸 허락한 적이 없다는 거지.”
펩이 쓴소리를 하는 게 뜻밖이었던지, 조금 전까지 왁자지껄했던 분위기가 싸늘히 식어갔다.
아마도 몇몇은 이게 불만일 거다.
자신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겠지.
하지만 난 이게 옳다고 생각한다.
다들 경기가 이미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굴지만, 아직 절반이 남았고 리드는 고작 한 점이다.
“이건 챔피언스리그다.”
“…….”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팀 역시, 같은 경쟁 과정을 거쳐서 올라왔다는 뜻이다. 대진 상대가 좋았다거나 운이 좋았다거나 하는 생각 따위는 집어치우도록.”
“…….”
“우리는 조금 더 상대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축구에서 존중이라는 것은 꼭 사전적인 의미대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실력상 5:0으로 앞선다고 가정했을 때, 전력을 다해 5:0 혹은 그 이상의 점수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게 피치 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존중이다.
그리고 오늘의 상대는 존중받을 만한 팀이다.
벤피카라서가 아니라, 만난 무대 때문이다.
축구에서는 예전부터 수많은 기적이 만들어져 왔고, 우리 역시 2년 전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0:4의 열세를 5:4로 뒤엎는 기적을 연출했었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1차전이 끝난 후 레알 마드리드의 분위기가 아마 이렇지 않았을까?
아무리 못해도, 결과가 뒤집히지 않을 거라 믿었을 거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축구 역사에 기록된 기적의 희생양이 되어 버렸고, 벌써 세 번이나 당하는 팀의 감독이었던 카를로 안첼로티는 큰 조롱을 받았다.
만약 내가 그런 상황에 놓였었다면, 난 그것을 쉽게 이겨 내지 못했을 거다.
“전반처럼 경기가 진행될 거로 생각하지 마라. 벤피카는 분명 대처할 거다. 후이 비토리아는 그럴 능력이 있는 남자야.”
펩이 지금처럼 상대를 칭찬한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잘 해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후반전은 전반전만큼 쉽지 않을 것이며, 1:0 상황이 길게 이어질수록 전반전에 놓친 기회는 더욱 크게 느껴질 거다.
중요한 건, 이 매치업이 홈&어웨이란 사실이다.
‘이래 놓고 빅이어를 원한다고? 웃기지 마.’
후반전, 우리는 스스로 빅이어에 가장 가까운 클럽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