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78)
577화 Pronto (7)
.후반 08분
바이에른 뮌헨 1 : 0 SL 벤피카
예상한 대로, 후이 비토리아는 빠르게 전략을 수정했다. 풀백의 위치를 정상적인 곳에 두고, 우리의 주 옵션인 방향 전환을 경계하는 방법으로 나아간 것이다.
그리고 이에 펩 역시, 빠르게 몇몇 선수들의 위치를 바꾸면서 대응책을 찾아 나갔다.
전반전 오른쪽 윙어로 뛰던 베르나르두가 체너(Zehner/AM)가 되고, 토마스 뮐러가 오른쪽 윙어로 움직이면서 팀의 전형을 4-2-3-1로 바꿔 버린 거다.
하지만 전반전과 같은 기회는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공간이 많이 줄어들었고, 덩달아 헤나투 산시스의 경기력이 살아나며 50:50이 되어 버린 거다.
그러자 자연스레, 1:0의 상황이 우리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르투로 비달과 티아고의 활동반경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뮐러와 리베리는 측면으로 보내어진 패스를 지켜내는 데 애를 먹었다.
외에도, 하프타임 직후 교체로 투입된 청용이 형이 묘한 방식으로 우릴 괴롭히는 것도 거슬렸다.
피찌와 교체된 형은 측면 자원이 아닌 중앙미드필드처럼 뛰었고, 약간 아래로 내려선 조나스가 대신 측면으로 넓게 빠져 움직이며 세컨 스트라이커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지금 내 상대가 청용이 형이 아닌 조나스인 이유다.
조나스 올리베이라(Jonas Oliveira).
브라질의 그레미우를 거쳐 발렌시아로 이적했었고, 클럽 내부 문제로 상호 계약을 해지한 후 벤피카로 향했다.
데뷔 시즌부터 31골 8도움을 기록하며 벤피카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올 시즌에도 골 세례를 퍼붓고 있다.
모든 방법으로 득점이 가능한 완성형 포워드(CF)로, 지금처럼 측면으로 이동하며 팀에 필요한 일도 기꺼이 해내는 성실한 인물이다.
특히 파트너인 미트로글루와의 호흡이 좋다.
지금도.
툭-
‘이런-!’
스트라이커 두 사람 모두를 오른쪽 측면으로 보내 버린 변칙적인 움직임에, 난 그만 조나스에게 돌파를 허락해 버렸다.
분명 주변에 접근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판단을 했었는데, 미트로글루가 움직이는 것을 미처 확인할 수 없었다.
2:1 패스를 통해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조나스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하고, 컷백 형식으로 보낸 크로스가 니코의 오른발에 걸리지만 슈팅이 터무니없게 높이 떠올랐다.
[Poxa Vida-!!]잔뜩 화가 난 니코가 욕설을 내뱉은 후, 허리를 숙여 피치를 강하게 손바닥으로 두들겼다.
마지막 순간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나 축구공이 살짝 튀어 오르는 바람에, 그는 좋은 기회를 놓쳤고 반면 우리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난 조금 화가 났는데, 알라바가 콜을 해 주지 않는 실수를 범했기 때문이었다.
미트로글루가 언제든 내 근처로 접근할 수 있는 위치로 이동했었다면, 뒤쪽에서 콜을 해 사각(死角)을 경계할 수 있도록 도왔어야 한다.
늘 최대한 넓게 보려고 노력 중이지만, 나도 평범한 인간인지라 눈이 두 개뿐이다.
축구에서 콜은 엄호(掩護)와도 같은 것이다.
이건 늘 우리를 더 낫게 만든다.
“데이비드!! 그 빌어먹을 입 좀 열어-!!”
본래 왼쪽 풀백으로서 센터백이 콜을 해 주지 않는 상황에 누구보다 많은 좌절감을 느꼈을 알라바였기에, 그는 나의 험한 말에도 미안하다며 손을 들어 올릴 뿐이다.
.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후반전은 흐름이 조금 바뀌었죠? 벤피카가 조금씩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반전 많은 기회를 잡았음에도 득점을 올리지 못한 게 문제가 될 수도 있거든요? 전반전에도 계속 말씀드렸습니다만, 1:0과 2:0은 굉장히 다릅니다.”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전반전 많은 기회를 놓친 바이에른 뮌헨. 지금은 김다온이 데이비드 알라바에게 굉장히 화를 냈습니다.”
(차두리) – SBS Sports 특별 해설위원
“지금은 당연히 소리를 질러야 합니다. 센터백과 풀백은 서로 많은 콜을 해 줘야 하거든요.”
.
파앙-!
{“오오-!”}
니코의 날카로운 코너킥을 노이어가 그대로 펀칭으로 걷어 내지만, 생각보다 멀리 향하지 않은 축구공은 박스 밖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산시스의 발밑으로 떨어졌다.
그것을 본 순간 나는 즉각 앞으로 튀어 나갔고, 곧장 다이빙하며 몸을 돌렸다.
잠시 뒤 목덜미 바로 아래에서 묵직한 충격이 느껴져 왔고, 왼쪽 어깨부터 떨어진 뒤에는 잠깐 시야가 멀어지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아니, 잠깐.
착각이 아닌가?
삐빅-! 삑-!!
어째서 주심의 휘슬 소리가 물속에서 듣는 것처럼 들리는 것일까?
생각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누군가 내 볼을 두드리고 나서야 그것이 귀가 잠깐 멍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
귀뿐만이 아니라, 정신도 멍한 것 같다.
“–! —?!”
“…….”
“……봐-! 내 말 들려?!”
물 밖으로 빠져나오는 느낌과 함께, 시각과 청각 모두가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흐릿했던 모든 감각이 또렷하게 돌아옴과 동시에, 목 아래쪽에 두드려 맞은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이봐-!! 이봐-!! 괜찮나?!?!”
“조금 더 소리를 지르면 귀가 멀어 버릴 거라서, 괜찮지 않을지도 몰라요.”
“허-! 정신이 드나?”
“그럼요. 잠깐 다른 생각을 한 것뿐이라고요.”
빠르게 내 동공의 반응을 확인한 폴커 브라운 박사님이 일단 나를 밖으로 끌어내려고 했다.
“상황은요?”
“코너킥일세.”
“벤피카의?”
“그래.”
들것이 들어왔지만, 난 거기에 타는 걸 거부했다.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알겠네. 그래도 조심히 일어서게.”
“전 진짜 괜찮다니까요.”
“의사는 날세. 내 말을 듣게나.”
“…….”
나약해 보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 나와 의사로의 본분을 다하려는 폴커 브라운 박사님의 사이에서, 승리한 사람은 당연히 내가 아닌 박사님이었다.
곁에 있는 메디컬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키자, 근처에서 뻘쭘하게 선 산시스가 눈에 들어왔다.
[Estou bem, Amigo(난 괜찮아)] [미안해요.] [이건 축구잖아. 네가 미안해할 이유는 없어. 묵직한 슈팅이었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말이야.]말이 아니라, 정말 아득해질 정도의 슈팅이었다.
부축을 받아서 사이드라인으로 걸음을 옮기는 길에,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내왔다. 그리고 난 이제야, 아영이도 걱정하고 있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바닥을 뒹굴고 넘어질 때마다, 아영이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한 달 전에는 멍이 심하게 들어서 집에 들어가자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거 아세요?”
“응?”
“박사님이 옳았어요. 조심히 일어나야 했죠.”
“허허. 일단 앉게. 다시 살펴보지.”
“네. 빨리 끝내 주실 거죠?”
“자네가 정말 괜찮다면 그렇겠지.”
자리에 앉아 받아 든 물병으로 목을 축이면서, 나는 몸 여기저기를 살피는 폴커 브라운 박사님의 말을 따랐다.
전부 뇌진탕을 우려한 프로세스였는데, 심장질환과 더불어 축구선수에게 가장 위험한 것이니만큼 이렇게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정말 다시 피치로 돌아가고 싶다.
왜냐하면, 계속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니코의 코너킥이 정확히 미트로글루의 머리를 향했고, 그의 헤더를 노이어가 아닌 람이 걷어 냈다.
거의 골이 될 뻔했던 상황이란 거다.
“……있죠. 정말로 재촉하긴 싫지만.”
“조용히 하게. 이제 일어서서 걸어 봐.”
“얼마나요?”
“내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
“후우~”
몸을 일으킨 후, 5m 정도를 걸었다.
“보셨죠? 전 괜찮아요.”
“어지러움이나 메스꺼움이 느껴진다면 곧장 교체를 해 달라고 해야 하네. 알겠지?”
“네.”
“…….”
“?”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을 알았는지, 폴퍼 브라운 박사님은 날 뚫어지게 쳐다보고 계셨다.
“두통, 어지러움, 메스꺼움. 접수했어요.”
“그래. 들어가 봐도 좋네.”
“드디어!”
피식하고 웃은 박사님이 내 곁에 서서 주심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리셨고, 이를 확인한 시몬 마르치니아크(Szymon Marciniak)가 들어오란 수신호를 보내왔다.
“다녀올게욧-!”
짧은 한마디를 남기며 재빨리 피치로 뛰어든 나는, 잠깐 흐름을 살피다가 산시스의 발밑에서 축구공이 떠나기 전 한쪽으로 달려 나갔다.
생각한 대로 산시스는 미트로글루를 겨냥한 패스를 보내왔고, 난 그의 발밑에 도달하기 전 태클로 축구공을 따냈다.
재빨리 일어선 후, 넓게 펼쳐져 있던 오른쪽 공간으로 축구공을 뻥 하고 차 버린다.
그러자 그곳으로 토마스 뮐러가 달렸고, 사이드라인으로 빠져나가기 직전 볼을 살려 내며 수비를 온 엘리세우로부터 파울을 얻어 냈다.
이젠 정말로, 잠깐 숨을 돌릴 수 있겠다.
“…….”
후반 11분.
우린 정말, 전반전에 조금 더 잘했어야 했다.
.
.
.경기 결과(Quarter-Final 1st Leg)
바이에른 뮌헨 1 : 0 SL 벤피카
[골] 아르투로 비달 : 전반 1분(김다온)김다온 ? 95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2.0)
MoM ? 에데르송(평점 1.5)
***
@바이에른 뮌헨의 라커룸
승리를 거둔 것을 기뻐하기엔, 우리가 놓쳐 버린 게 훨씬 더 커 보였다.
8일 뒤 리스본에서 2차전을 치르게 될 텐데, 여유를 부리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린 거다. 한 골만 실점해도 경기는 곧바로 동점이 되고, 그 이상은 곧 패배를 의미했다.
객관적으로만 보면 원정에서도 우리가 승리를 거두는 게 당연하지만, 축구는 꼭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끼릭-
쏴아-
물줄기에 몸을 가져갔을 때, 절로 한숨이 튀어나온 이유다. 뭐랄까, 이곳을 휘감은 강한 편견을 보게 된 것 같다.
끼릭-
…….
항상 똑같은 경기 후 쿨-다운 루틴을 밟아 나가는 내내, 나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베르나르두도 마찬가지다.
“…….”
“…….”
굳게 입을 다문 우리의 모습에 동료들은 근처로 잘 오지 않았고, 평소보다 길게 욕조에 몸을 담갔던 베르나르두와 나는 둘이 될 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딸깍-
그리고 마침내, 그 순간이 왔다.
먼저 말한 쪽은 베르나르두다.
“너도 같은 기분이야?”
“응. 기분이 더러워.”
“나도.”
“…….”
후반전 상황이 꽤 어렵게 흘러갔고, 1:0의 결과는 탈락과 가깝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4강에 가까운 것 역시 아니었다.
게다가 하프타임 때, 펩이 한소리까지 하지 않았나?
“물론 난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야. 하지만…….”
“벤피카가 중요한 게 아니야, 베르나르두.”
“…….”
“이 팀이 어떤 마음가짐이냐의 문제지.”
“나는 작년을 기억하고 있어.”
“나도. 단 한 순간도 잊어 본 적 없지.”
펩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축구 감독들. 특히, 최상위 리그의 가장 강한 클럽을 이끌 만한 능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이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을 하곤 했다.
감독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건, 처음 지휘봉을 잡은 순간 선수들이 보여 주는 집중력과 열정을 2년이나 3년이 지난 뒤에도 이어 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최고가 되겠다는 동기부여는 한 시즌의 성공으로 쉽게 흐려지고, 연속된 승리는 나태를 가져다준다.
왜냐하면 이 세계는 매년 새롭게 리셋되는 똑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린 그 목표에 도달해 보았다.
그것도 두 번이나.
물론 한 번은 내가 없을 때의 일이다.
“난 그걸 가져 본 적이 없거든.”
“……그렇지.”
“그리고 그걸 가지기 위해 여기에 왔고.”
“응. 맞아.”
사실상 이번 시즌 뮌헨을 이끌어 가는 선수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신입생이거나 재작년 여름에 영입된 케이스다.
베르나르두, 레비, 비달, 코스타, 코망.
반면 기존들은 뭔가 느슨했다.
필리프와 노이어 또 티아고 정도만이 집중력을 늘 비슷하게 유지해 줄 뿐, 다른 선수들은 부상과 이런저런 이유로 2013/14 시즌의 폼을 보여 주고 있지 못했다.
비로소 자신을 제대로 쓸 줄 아는 감독을 만났다는 평을 듣는 뮐러 역시, 생에 최고의 시즌을 보내는 것과 별개로 막상 중요할 땐 침묵하는 경우가 많았다.
첫 번째 시즌, 내가 그에게서 느꼈던 전율과 놀라움은 사라진 지 꽤 오래였다.
물론 뮐러의 플레이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요즘은 그가 과대평가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모든 경기에서 그것이 납득될 만큼의 폼을 보여 주는 건 아니다.
오늘만 하더라도 뮐러는 두 번의 결정적인 기회와 후반 45분에 주어진 P.K를 허공으로 날려 버렸고, 경기가 끝났을 때는 오히려 웃음을 보이기까지 했다.
민망해서 웃었던 게 아니라, 힘든 일 끝났으니 맥주나 한 잔 하러 가자는 그런 웃음이었다.
“벤피카가 아니라면 어땠을까?”
“글쎄. 반반 아닐까?”
만약 우리의 8강 상대가 레알 마드리드나 FC 바르셀로나였다면, 당연히 동료들은 더 집중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을 때 결과를 만들었을지는 모르겠다.
상대가 벤피카라서 집중력과 존중이 부족했던 것은 분명 있지만, 난 그게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완벽했던 탓이야.”
“너무 완벽했지.”
“…….”
올 시즌 우리에게 위기가 있었던가?
갑자기 줄부상이 이어지면서 묀헨글라트바흐에 1:2로 패배했던 것 정도?
이것을 빼면 경기의 크고 작은 어려움만 있었을 뿐, 올 시즌의 우리는 너무나도 완벽했다.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를 통틀어 패배는 단 한 번. 무승부마저도 두 번밖에는 되지 않고, 경기당 평균 득점이 3.0을 넘을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여 왔다.
하지만 그랬기에, 몰랐을 수도 있다.
우리의 약점이 무엇인지 말이다.
“우린 여전히 센터백이 없어.”
“응. 그렇지.”
마놀라스가 부상에서 돌아오긴 했지만, 시즌이 끝나기 전에 경기력이 100%로 올라올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곧 있으면 제롬이 복귀하겠지만 그 역시 오랜 기간 부상으로 오랜 기간을 쉬었고, 경기력을 회복할 틈도 없이 강도 높은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당장이야 알라바와 키미히의 센터백 기용이란 변칙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더 높은 수준의 팀과 상대할 때도 먹힐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팀의 정신력이 괜찮았다면 또 모르지만, 불행히도 우린 이미 병들어 있는 것 같다.
과거 화려했던 문명들이 향락에 취해 타락하고 결국 그것으로부터 몰락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후우~ 코스타, 코망. 걔네로 공략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같은 팀을 말이야.”
“네가 힘내줘야지, 뭐.”
“이런 제기랄. 난 고작 풀백이라고.”
“큭큭큭. 고작 풀백이 1억 유로라니, 축구도 이제 거의 끝나 가는가 보다.”
베르나르두의 농담에 우린 가볍게 웃어 보였지만, 이내 다시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이제 시즌은 겨우 6주가 남았을 뿐인데, 과연 그동안 모두가 정신을 차릴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패배가 좋은 보약이 되겠지만, 과연 그게 가능은 할까?
남은 분데스리가 일정 중에서 위협적인 상대는 헤르타와 묀헨글라트바흐 정도였고, DFB-포칼 4강과 결승전이 남았지만 패배는 곧 탈락을 의미한다.
분명 그건 보약이 되긴 하겠지만,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거라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챔피언스리그에서?
터무니없는 일이다.
차라리 1차전을 리스본에서 치렀고 0:1로 패배를 했다면, 각성제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현실은 1:0의 아슬아슬한 승리와 계속된 성공에 여전히 취한 동료들과 리스본으로 날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아마 어떻게든 챔피언스리그 4강으로 향하기야 하겠지만, 더 높은 단계에서 만날 팀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둬 빅이어를 다시 들어 올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정말로 오늘 후반전 때, 바이에른 뮌헨이 빅이어와 가장 가까운 팀이라는 걸 보여 줘야 했다.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벤피카가 동료들에 의해 존중받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전혀 몰랐던 팀의 현 상태를 보게 되었다는 게 나를 지금 슬프게 하고 있다.
베르나르두도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감정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휴우~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시합 때 열심히 하는 것 말고?”
“응. 난 정말 빅이어를 원해. 진짜로.”
“…….”
여기까지 느껴지는 베르나르두의 간절한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열심히 머리를 굴려 보기로 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
‘……모르겠어.’
펩이나 베테랑들과 이야기를 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같기는 하지만, 그들 역시 딱히 뾰족한 수가 있을까 싶다.
결국 내가 볼 땐, 이건 경쟁의 결핍 때문이었다.
“힘내자, Amigo. 뭐든 해 보자고.”
“응. 나 이제 일어날래. 이러다가 몸이 퉁퉁 붓겠어.”
“그래. 나도 일어서야겠어.”
“윽-!”
“응? 베르나르두?”
“나…… 다리에…… 쥐.”
“하아~”
간절한 눈빛으로 손을 내미는 베르나르두의 몸을 욕조에서 꺼낸 후, 나는 녀석의 쥐를 풀어 주는 동작을 취해 보였다.
한데 하필이면 이때, 키미히가 문을 열었다.
“이봐. 이젠 우리도…….”
“…….”
“…….”
발가벗은 두 남자가 묘한 자세로 있는 걸 확인한 키미히가 그대로 얼어붙고, 잠시 뒤 그는 실례했다는 말을 남기며 문을 쾅 하고 닫아 버렸다.
지금 녀석의 상상력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을지를 말해 봐도 되려나?
“그 입 다물어.”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네 머릿속에 있는 더러운 생각을 아니까, 그냥 입 다물라고. 요주아-! 그냥 쥐가 난 것뿐이었다고-! 요주아-!! 돌아와-!”
찝찝하게 끝나버린 경기만큼이나, 찝찝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게 된 순간이다.
“오일이라도 발라 줄까?”
“닥쳐, 좀.”
“큭큭큭큭. 쥐는 어때?”
“젠장. 놀라서 아픈 것도 잊고 있었어.”
베르나르두를 일으켜 밖으로 나갔을 때, 키미히는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뒤였다.
***
[후이 비토리아, “나쁘지 않은 결과. 리스본에서 역전을 노려볼 수 있게 되었다.” – Sky Sports German] [펩 과르디올라, “1:0이지만 승리는 승리다. 원정에서도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 – Sky Sports Ger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