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81)
580화 lo mas importante
2016년 4월 13일. 1500-313 리스본, 포르투갈. 에우제비우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경기 시작 1시간 전
SL 벤피카 0 : 0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3-3-3-1/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에데리송
RCB ? 요주아 키미히 / RB ? 안드레 알메이다
CB ? 하비 마르티네스 / CB ? 빅토르 린델뢰프
LCB ? 데이비드 알라바 / CB – 자르데우
RCM ? 필리프 람 / LB – 엘리세우
CM ? 아르투로 비달 / CM ? 헤나투 산체스
LCM ? 김다온 / CM ? 류보미르 페이사
RAM ? 베르나르두 실바 / RAM – 이청용
CAM ? 티아고 / CAM – 피찌
LAM ? 프랑크 리베리 / LAM – 권창훈
ST ? 토마스 뮐러 / ST ? 라울 히메네즈
.
.
Nunca esqueca voce.
지금 내가 바라보는 곳에 적힌 글자다.
그리고 저것은 나를 위한 메시지였다.
“나도 여기에서 뛰었던 거 알지?”
“하하. 뭐야? 질투하는 거야?”
“이번 건 조금 그러네. 왜 전부 네 얘기밖에 없는 건데?”
“Vamos, Amigo. 네 애인이 저기에 있잖아.”
베아트리체 리마가 앉은 곳을 가리킨 나는, 베르나르두에게서 멀어지며 앞을 향해 걸었다.
두 손을 높이 들어 박수를 보내자, 벤피카를 떠난 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던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이곳에서 뛸 땐, 홈 경기마다 몇 번씩은 듣던 노래다.
난 환하게 웃으며, 가슴팍을 손으로 두드렸다.
“Obrigado, Muito Obrigado.”
지금 피치 위에서의 내 목소리가 닿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몇몇은 내 입 모양을 알아보았을 것이다.
일부러 그러라고, 입도 최대한 크게 벌렸다.
계속 박수를 보낸 후, 뒤로 돌아 스프린트를 시작한다.
몸을 푸는 내내, 이곳의 사람들은 계속해서 외쳤다.
[“O rei esta de volta-!”] [“O rei esta de volta-!”]왕이 돌아왔다고 말이다.
부끄러우면서도 참 기분 좋은 순간이다.
사실, 오늘 계속 그랬던 것 같다.
“…….”
달리기를 멈추고 잠깐 고개를 든 나는, 조금씩 채워지고 있는 관중석을 바라봤다.
‘여기는 항상 그랬어.’
호텔을 떠나 경기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정말 많은 사람이 입구에서부터 나를 반겨 주었다. 하나같이 내겐 반가운 얼굴들이었고, 포옹과 악수를 나누는 데에만 한참이 걸렸다.
내가 뮌헨에서 뛰는 사이 새로운 가족이 늘어난 이들은 저마다 아이를 데려와 소개해 주기도 했다.
또 기분이 무척 좋았던 건, 원정팀 라커룸으로 들어서는 복도가 나와 베르나르두로 장식되었다는 부분이다.
놀랍게도 사진이 아닌 벽화로 꾸며져 있었는데, 나는 그 모든 것을 전부 휴대폰에 담아 두었다.
“이봐-!”
“……지금 가요-!”
잠깐 감상에 젖었던 나는, 몸을 돌려 다시 팀 훈련에 집중했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관중석을 올려다볼 때면, 어김없이 미소가 지어졌다.
태극기와 벤피카 시절 내 유니폼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그중엔 국가대표 유니폼도 섞여 있었다.
현재 이곳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지만, 경쟁보다는 축제라는 느낌이 더욱 강했다.
그리고 잠시 뒤, 나는 우리가 몸을 푸는 골대 뒤쪽으로 다가온 ‘Benfica TV’의 사람들을 만났다.
[신수가 훤한데? 못 알아볼 정도야.] [클레도-! 셀소-!] [얼른 해. 우리가 방해하는 모양이 되면 안 되잖아?] [어차피 끝났어요.]부에나벤투라에게 웜업이 끝났음을 확인받은 후, 난 골대 옆쪽에 선 클레도 코엘류와 셀소 바렐라의 곁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은 여전히 ‘Benfica TV’의 중계진으로 활약하며, 팬들에게 친숙한 목소리가 되어 주고 있었다. 최근엔 제법 좋은 소식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
[셋째가 태어났다면서요?] [그래. 아들이지. 그런데, 맞춰 봐.] [네?] [이름이 뭐일 것 같아?] [??]20개월이 된 셀소 바렐라의 아들 이름은 크리스티아누 바렐라로, 별로 특별한 것 없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셀소는 아내의 동의 아래 중간 이름을 넣었는데, 그게 바로 ‘Da-On’이다.
[크리스티아누 다온. 어때? 멋지지 않아?] [하하. 아들을 축구선수로 키우시게요?] [당연하지! 이런 멋진 이름까지 붙였는데, 어떻게 시도를 해 보지 않을 수 있겠어?]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나의 이름을 합쳤으니, 그만큼 축구를 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셀소였다. 전부터 엉뚱한 구석이 있는 건 알았지만, 이번 건 정말이지 놀라웠다.
곁에서 웃기만 하던 클레도 코엘류에게 시선을 돌린 나는, 4개월 전 카지노에서의 일을 축하했다.
코엘류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과 함께 향한 에스토릴 카지노의 슬롯머신에서, 64만 유로(약 8억 7천만 원)에 달하는 잭팟을 터뜨렸다.
이 소식은 대번에 유명해졌고, 나와 베르나르두는 소셜네트워크로 해당 소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돈으로 뭘 했어요?] [애들 학비를 대고, 집을 새로 보수했지.] [이 친구 차도 새로 샀어.] [오-! 진짜요?]마음 같아서는 더 수다를 떨고 싶었지만, 이젠 라커룸으로 돌아가야 할 때였다.
오늘도 경기를 중계할 두 사람에게 힘내라고 말을 한 후, 몸을 돌려 날 기다리고 있던 베르나르두에게로 향한다. 녀석은 멀리에서나마 손을 흔들어 인사를 표현해 왔다.
“내가 많이 늦었어?”
“아니, 별로.”
“가자. 조금만 정신을 놓았다간, 종일 수다나 떨고 있을 뻔했지 뭐야.”
“큭큭큭. 나도. 저기 꼬맹이를 봤어?”
“누구?”
베르나르두가 가리킨 곳엔, 오늘 볼보이를 하게 된 벤피카의 유스 선수들이 있었다.
“오- 저거, 주앙 아니야?”
“맞아.”
“쟤 볼보이를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지 않아?”
“어떻게 했나 봐. 아까부터 너한테 말을 걸고 싶어서 안달이던데, 네가 너무 바빠서 우물쭈물하지 뭐야.”
“그거 조금 미안하네.”
“이따가 꼭 말이라도 걸어 줘.”
“응. 그래야겠어.”
주앙 펠릭스(Joao Felix)는 현재, 벤피카의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드는 초대형 유망주다.
본래는 FC 포르투의 유스 소속이었는데 어째서인지 FC 포르투는 펠릭스를 붙잡지 않았고, 파드로엔시 FC로 팀을 옮겼던 그를 벤피카가 재빨리 낚아챘다.
현재의 벤피카 유스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헤나투 파이바(Renato Faiva)에게, [“벤피카 유스 역사상 최고의 재능.”]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물론 파비아가 [“다온이 유스에서 뛴 적이 없기 때문.”]이란 말을 덧붙였던 건, 비밀 아닌 비밀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벤피카로서는 또 하나의 뛰어난 재능을 손에 넣은 셈이었고, 현재는 주앙 펠릭스가 월드클래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가끔 벤피카 쪽 사람들과 연락할 때 들은 바로는 축구밖에 모르는 조용하고 모범적인 성격이라, 조만간 큰 주목을 받을 거라고 했다.
언젠가, 같은 팀에서 뛰거나 큰 무대에서 적으로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라커룸으로 들어서자마자, 앉기를 재촉하는 펩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Sitzen-! Sitzen-! 서두르도록! 오늘은 할 이야기가 제법 많다! 낭비할 시간이 없어-!”
“…….”
지난 5일에 있었던 1차전에서 한 골밖에 넣지 못한 관계로, 현재 여론은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데에 입을 모으고 있었다.
물론 자극적인 것이 곧 돈이 되는 미디어의 성향상 당연한 반응이었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일종의 압박이 된다.
다행인 점이라면, SL 벤피카의 투톱이 부상과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아까 확인한 선발명단엔 라울 히메네즈 혼자 최전방 공격수였고, 골키퍼와 4명의 수비수를 뺀 남은 이들은 전부 미드필드였다.
4-5-1 혹은 4-2-3-1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것 때문에 펩이 조금 바빠진 것 같다.
“오늘 상대는 자유롭게 위치를 바꿀 것이다!”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오늘 경기에서, 펩은 변수를 제어하기 위해 핏대를 높여 가며 설명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난, 본격적으로 기어를 바꿔 끼웠다.
웃고, 떠들고, 과거의 인연들이 가져다주는 행복감에 취해 있던 나를 잠깐 라커룸에 놓아두려고 한다.
‘죽어도 이길 거야.’
이제 내 머릿속엔, 승리하겠다는 생각뿐이다.
***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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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네-! 경기가 시작됩니다! 바이에른 뮌헨과 SL 벤피카. SL 벤피카와 바이에른 뮌헨의 2015/16 챔피언스리그 8강 두 번째 경기입니다. 1차전을 1:0으로 승리한 뮌헨. 그렇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벤피카에게 더 만족스러웠다는 평이 나왔습니다.”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네, 그렇습니다. 뮌헨 원정. 양 팀의 전력을 생각하면 더욱 큰 점수 차가 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막상 바이에른 뮌헨 공격수들의 결정력이 문제를 보이면서, 1:0 신승으로 경기가 끝나 버렸습니다.”
(배정세)
“파울! 티아고의 파울입니다! 전반 초반부터 좋은 위치에서 기회를 잡는 SL 벤피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벌써부터 테크니컬 에어리어 앞으로 나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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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01분
SL 벤피카 0 : 0 바이에른 뮌헨
첫 번째 경기에서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경기 시작 직후부터 얼마든지 골이 나올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은 세트피스 상황.
집중력이 시험받는 때다.
“토마스-! 토마스-!! 저기-!”
약간 갈피를 못 잡는 뮐러와 키미히의 위치를 잡아 준 후, 고개를 옆으로 돌린 나는 각자 선수를 하나씩 잡은 걸 확인한 후 다시 정면을 쳐다봤다.
프리킥이 이뤄지는 장소인 피찌와 창훈이가 있었는데, 최근 흐름으로만 놓고 보면 창훈이가 찰 가능성이 좀 더 크다.
삑-!
주심의 휘슬 소리가 들려오고, 몸을 들썩이던 벤피카의 선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임과 동시에 창훈이가 휘두른 왼발 끝에서 축구공이 떠오른다.
크로스를 보내기 썩 좋은 위치가 아니었음에도, 날카롭게 날아든 축구공은 벤피카의 선수들이 많은 곳으로 향했다.
류보미르 페이사(Ljubomir Fejsa)와 자르데우가 동시에 뛰어올랐고, 페이사의 머리 옆쪽에 맞은 축구공이 내가 서 있던 크로스바의 앞으로 꺾여 들어왔다.
재빨리 반응한 나는 오른발을 가져다 댔고, 발 안쪽에 맞은 축구공은 멀리 튕겨 나갔다.
만약 방향이 조금만 가운데로 치우쳤더라면, 얼마든지 실점이 되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아아…….”}
안타까운 탄식이 그라운드를 휘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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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막아 냅니다-! 김다온의 슈퍼세이브!! 페이사의 헤더가 날카롭게 바이에른 뮌헨의 골문으로 날아들었습니다만, 김다온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정지현)
“이번 시즌 이런 장면이 꽤 많이 보이죠? 김다온의 슈퍼세이브는 맞습니다만, 바이에른 뮌헨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에게 헤더를 허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제롬 보아텡이나 코스타스 마놀라스 같은 선수가 뛸 수 없기 때문인 것 같은데, 더 높은 단계에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배정세)
“산시스 슈-웃! 하지만 높이 떠오릅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골킥. 그렇지만 벤피카. 전반 3분이 채 되기도 전에 두 개의 슈팅을 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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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의 이점이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실제 숫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꼭 그게 아니라고 해도 원정이 불리한 이유는 셀 수도 없이 많다.
일단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도 평소와 다르고, 아무리 잠자리를 신경 쓴다지만 호텔은 호텔이다.
물론 이 정도쯤 되면 호텔이건 모텔이건 잠자리에 불평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이고 모여 경기 날의 차이를 만든다.
전반전 초반, 분명 우린 기대보다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쉽게 공간을 허락했고, 또 실수도 나왔다.
‘위험해.’
수세에 몰려 있던 상황에서, 나는 왼쪽 풀백 위치로 이동하여 청용이 형을 막고 있었다.
그러다 알메이다의 오버랩이 있었고, 그곳을 정확히 패스가 향했을 땐 아무도 그를 막지 않는 상황이었다.
리베리의 수비 가담 부족과 알라바의 커버가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는데, 그들이 딱히 잘못한 건 아니지만 조금만 더 잘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나마 청용이 형의 패스가 다소 길어, 알메이다가 볼을 컨트롤 했을 때 내가 근처로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크로스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안쪽으로의 돌파를 막은 정도랄까?
파앙-!
자세를 고쳐 잡은 알메이다의 크로스가 박스 안으로 향하고, 하비의 등 뒤에서 뛰어오른 라울 히메네즈가 축구공에 자신의 이마를 가져다 댄다.
그리고 그것은 곧바로 크로스바를 두들기며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노이어가 반응을 해 봤지만, 워낙에 강한 헤더였던지라 손이 닿지 않았던 것이다.
축구공이 그물을 출렁이게 만드는 것을 확인한 팬들이 들썩이며 잠시 지진을 만들어 내지만, 손을 들어 올려 좌우로 흔들고 있던 나는 득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은 공격자의 파울이다.
히메네즈가 헤더를 시도할 때,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하비를 강하게 밀쳤다.
비외른 퀴퍼스 역시 휘슬을 불어 득점이 아닌 히메네즈의 파울을 선언했고, 잠깐 환호했던 관중들은 안타까워하고 허탈해하다가 주심에게 야유를 보내었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지금 판정은 옳은 것이다.
“후우~”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전반전 초반의 흐름은 확실히 우리에게 좋지 않았다.
후이 비토리아는 오늘 경기가 0:1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선수들에게 잘 주지시킨 듯하다. 그리고 우린 그런 벤피카의 기세에 눌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3-3-3-1을 사용한 것이 오히려 실(失)이 될 수 있다.
“하비, 하비!”
“?”
“느리게 가자고. 알겠지?”
“…….”
고개를 끄덕인 하비가 엄지를 치켜세워 왔고, 알라바에게도 억누르란 수신호를 보낸 나는 측면으로 넓게 벌려 섰다.
지금은 무리가 볼을 전진시켜 경합을 벌이기보단, 후방에서부터 볼을 점유하는 습관을 들이며 우리가 원하는 속도로 경기를 풀어 나갈 필요가 있다.
계속해서 후방에 볼을 머물도록 만들어 벤피카의 선수들을 전진시킨 후, 거기에서 생긴 빈 공간에서 미드필드가 볼을 잡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뮐러 역시 아래로 많이 내려와 줘야 하는데, 지금 녀석은 제대로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어차피 시간은 우리의 편이고, 한 골 앞서 있는 것도 사실이니만큼 굳이 득점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
팡-
필리프와 내가 측면으로 넓게 빠지며 후방빌드업에 힘을 보태자, 자연스럽게 볼의 점유율을 높여 갈 수 있었다.
헤나투 산시스를 체너(Zehner/AM)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벤피카는 전방 압박의 숫자를 더했고, 그렇게 중원에는 류보미르 페이사 혼자 남게 되었다.
그리고 부지런히 고개를 움직여 피치의 상황을 살피던 나는, 이를 파악한 티아고가 페이사의 느린 발을 활용할 준비를 마친 것을 볼 수 있었다.
의도적으로 페이사의 바로 앞에 위치를 잡은 건데, 앞쪽으로 패스를 굴려 주길 원하는 눈치였다.
“이봐!”
그래서 난 목소리를 높여 하비로부터 패스를 받았다.
그러곤 지체하지 않고, 앞으로 축구공을 굴렸다.
왼쪽 라떼랄(Lateral Izquierdo/LWB) 위치에서 곧장 하프라인 앞을 향해 굴러간 축구공은, 센터서클의 끝에서 티아고의 발에 닿았다.
‘그렇지-!’
지금의 이 패스가 벤피카에게 위협적인 이유는, 티아고가 몸을 돌리는 과정이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다.
즉, 벤피카 골대를 등진 상황이 아니라 앞으로 달려 나가면서 볼을 발밑에 놓아두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을 위해, 티아고는 방금과 같은 식으로 포지셔닝을 했다.
류보미르 페이사는 포백을 보호하고 빌드업을 전개하는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발이 너무 느리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졌다.
그래서 그의 곁에는 늘, 발이 빠르고 부지런한 파트너가 필요했다.
이런 면에서 헤나투 산시스는 완벽한 파트너였지만, 지금은 전방 압박에 숫자를 높이느라 페이사의 단점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버렸다.
게다가 지금은 또 토마스 뮐러가 절절한 타이밍에 앞으로 치고 나가면서, 자르데우와 린델뢰프를 페이사의 근처에서 떨어트려 놓았다.
바로 저런 면이 토마스 뮐러가 공간지배자(Raumdeuter)로 불리는 이유일 건데, 펩 이전엔 누구도 저 친구를 100% 활용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독일 최고의 명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유프 하인케스도, 뮐러를 [“이해할 수 없는 선수.”]라 말했겠나?
녀석이 내 롱패스를 기대하고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 뮐러의 행동은 벤피카의 라인을 춤추게 했고 티아고가 공간을 독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빠르게 20여 미터를 드리블한 티아고에게 슈팅 기회가 생겼고, 그는 지체없이 오른발을 휘둘렀다.
파앙-!
슈팅은 전혀 강하지 않았으나, 타이밍이 절묘했던 데다 시야가 수비수에 의해 가려진 탓으로 에데르송이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현재 그의 발은 피치에 딱 달라붙어 있었고, 한두 차례 피치와 부딪치며 속도를 더해가기 시작한 축구공은 오른쪽 아래를 겨냥해 움직여 나갔다.
그렇지만 마지막 순간 축구공은 오른쪽 골포스트를 살짝 벗어났고, 골이라 생각했던 나는 아쉬움에 머리를 감싸 쥐었다.
동시에 들려오는 안도의 탄성.
{“우오오…….”}
이제 겨우 전반 6분이 지났을 뿐이었지만, 양 팀의 매서운 펀치는 각자의 골대를 부지런히 노크하고 있다.
‘후우~ 계속 이렇게 해야 해.’
현재의 방법이 먹힌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난 계속해서 팀을 진정시킬 의무가 있었다.
“하비! 데이비드!”
그래서 나는 계속, 둘에게 롱패스를 자제하고 템포를 조절하란 손짓을 보냈다.
.
(정지현)
“역시 지금도 김다온의 절묘한 패스가 티아고의 슈팅으로 이어지지 않았겠습니까? 지겹도록 반복한 이야기입니다만, 풀백으로서 저런 능력을 갖추었다는 점이, 김다온 선수에게 1억 5천만 유로라는 몸값이 매겨진 이유입니다.”
(배정세)
“그렇습니다. 전반 초반부터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는 양 팀. 그리고 그 중심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세 선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