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84)
583화 lo mas importante (4)
열기와 집중력의 절묘한 균형이 맞춰지고 있는 이스타디우 다 루스의 분위기는 여전히 뜨거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거대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팬들은 볼이 움직이는 곳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 이후 발생하는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감정을 표출했다.
때로는 환호하고 때로는 안타까워하며,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좌절했다.
그렇게 완전히 경기에 집중한 사람들은 어느새, 가끔가다 시선을 주던 유명인들의 존재조차도 까맣게 잊어버렸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타인의 주목을 받던 유명인들 역시 다른 이들과 전혀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들 역시 평범한 축구팬으로서 흘러가는 상황에 충실히 반응하고 있다.
{“우오오-!!”}
토마스 뮐러의 슈팅이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벗어난 순간,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렸던 이들이 하나같이 탄성을 내뱉으며 안도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깜짝 놀랐었던 스포르팅 CP의 아드리엥 실바(Adrien Silva)가 곁에 앉은 팀의 골키퍼 후이 파트리시우를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지금 봤어?”
“그래. 정말 깜짝 놀랐어.”
“저기서 어떻게 저런 패스가 나간 거지?”
“방향만 바꾼 것 같지는 않아. 그렇지?”
“응. 속도가 빨라졌어.”
현역 축구선수들답게, 두 사람은 조금 전 토마스 뮐러에게 절묘한 연계를 보여 준 베르나르두 실바의 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그전 다온의 플레이도 굉장하지 않았어?”
“그랬지. 세 명을 뚫었어.”
“정말 놀라워. 내 말은 그러니까, 한 단계 높은 곳에서 뛰는 것 같아. 지금 필드 위에 있는 선수를 통틀어서.”
“쟤가 널 상대로 데뷔골을 넣지 않았던가?”
“큭큭큭. 그랬지. 유로파 데뷔골이었어.”
2010년 8월 5일은 김다온이 스포르팅 CP를 상대로 자신의 첫 유럽대항전 득점을 기록한 날이었다.
그리고 당시에도, 후이 파트리시우는 스포르팅 CP의 주전 골키퍼였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 쟤가 15살? 16살? 아마도 둘 중 하나였을 거야. 그때는 그냥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곧바로 잊어버렸어. 그런데 그거 알아? 1년 조금 있다가 쟤가 갑자기 벤피카로 와서 다시 한번 무지막지한 슈팅을 날리는 거 있지? 정말 끔찍했어. 쟤 슈팅을 막는 순간은 뭐랄까…….”
“?”
“꼭 날아오는 포탄을 맨손으로 막는 기분이야.”
“그 정도야?”
“너도 뻔히 봤으면서 무슨 소리야?”
“직접 막아 보지는 않았으니까.”
“해 볼래? 내가 뭣하면 부탁해 볼게.”
“큭큭큭. 사양하겠어, 후이.”
“그래- 그게 현명한 거야.”
경기가 소강에 접어든 사이, 잠깐 다른 이야기를 나누었던 두 사람이 다시 피치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미 과거가 떠올라 버린 후이 파트리시우는,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절로 고개를 젓고 있었다. 왜냐하면 첫 만남이 고작 6년 전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6년이라는 시간은 축구선수에겐 결코 짧은 것은 아니나, 그걸 감안해도 김다온의 성장세는 놀라운 것이었다.
‘반면에 나는…….’
후이 파트리시우는 문득, 자신이 정체되어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2001년 지역 유소년 클럽을 떠나 스포르팅 CP로 팀을 옮겼을 때부터, 후이 파트리시우는 자신이 평생 스포르팅에서만 뛰다가 은퇴를 할 것이라고 믿었다.
포르투갈 중부 레이리아주(州)에서 태어난 후이 파트리시우는 무척 소박한 성격이었고, 리스본에서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린 그에겐 꿈만 같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스포르팅 역시 어린 후이 파트리시우에게 많은 정성을 쏟았고, 이례적으로 19살의 어린 골키퍼를 주전 경쟁에 참여시키는 등 일찌감치 팀의 미래로 점찍어 두었다.
독선적이고 무능한 회장이 스포르팅 CP를 망치는 와중에도, 끝까지 팀을 옹호했던 이유다.
하지만 자신이 포르투갈 무대에 만족하는 동안, 덴마크 리그에서 뛰던 어린 소년은 많은 이들에게 경이로움(Wonder)을 선사하며 어느덧 뮌헨의 주전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이제 그는 바이에른 뮌헨의 동료들보다도 한 단계 더 뛰어난 선수처럼 플레이하며 자신을 계속 높은 곳으로 이끌려 하고 있었다.
주제 무리뉴로부터 [“빅리그에서도 충분히 주전을 차지할 수 있는 골키퍼다.”]는 평을 받은 후이 파트리시우.
충분한 실력과 뜨거운 열정을 동시에 가진 선수답게, 그는 김다온의 플레이를 보면서 가슴 한쪽이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제법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응?’
미세한 떨림이 느껴져 와, 정신을 차리게 된 후이 파트리시우가 옆을 돌아본다.
‘아드리엥?’
그리고 그곳엔 양손을 입가에 모은 채 초조한 듯 다리를 떨고 있는 아드리엥 실바가 보였다. 이러한 행동은 보통, 벤치에서 경기에 투입되길 원할 때 나타나는 것이었다.
잠깐 친구에게 시선을 두었다 다시 피치로 고개를 돌린 그는, 흐르는 볼을 두고 경쟁하는 두 명의 한국인을 보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포르투갈 무대에서 한국인이 뛴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포르투갈 팀에 소속된 한국 선수만 스무 명이 넘었다.
1부 리그 A팀에 포함된 선수는 세 명 정도지만, B팀 혹은 유소년과 2부 리그 이하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그 숫자가 생각보다 꽤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한국인 선호를 만들어 낸 이와 그의 수혜를 입었다 볼 수 있는 이가 뒤엉켜 피치 위에서 넘어진다.
한 명이 주심에게 파울을 어필하는 사이, 기를 쓰고 일어난 다른 한 명이 휘청휘청 볼을 향해 나아간다.
휘청이던 이가 피치를 구르던 축구공을 다이빙하며 머리로 걷어 내고, 이 처절하기까지 한 장면에 주변의 분위기는 이내 숙연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이내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 모인 사람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가 된 지금에도, 여전히 누구보다 간절하고 볼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이에게 리스본의 사람들이 보내 줄 수 있는 건 응원 외에는 없었다.
{“난 정말 쟤가 그리워.”}
{“경기가 끝나고 저 친구의 유니폼이 멀쩡했던 적이 있었어? 가장 더러웠다고.”}
{“그는 흙투성이 왕이었어.”}
{“그래. 우리의 왕이었지.”}
주변에서 들려오는 벤피카 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후이 파트리시우는 이렇게 생각했다.
김다온을 포르투갈의 인물로 비유했을 때, 아폰수 엔히케스 1세(AfonsoⅠEnriques)만큼이나 잘 어울리는 사람도 없을 거라고 말이다.
후대 사람들로부터 콩키스타도르(Conquistador/정복자), 이니사도르(Iniciador/창시자) 등의 별명으로 불린 아폰수 1세는 레온 왕국의 지배를 받던 갈리시아 왕국의 남부를 독립시켜 초기 포르투갈 왕국을 만들었다.
그는 이슬람교도들이 모인 산타렘(Santarem)과 리스본을 점령했으며, 포르투갈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이자 가장 뛰어난 장군으로 남아 있다.
불리한 전투에서도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늘 최전방에 섰고,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졌던 수많은 승리를 만들어 내며 적장들로부터도 많은 존경을 받았다.
그래서 아폰수 1세를 따르던 병사들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한 전사가 될 수 있었던 거다.
‘흙투성이 왕이라.’
멀리에서 바라보는 감색의 유니폼임에도 불구하고, 김다온의 것은 다른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입은 것과 확연하게 색이 달랐다.
그만큼 많이 바닥을 구르고, 그만큼 두려움 없이 축구공과 상대에게 달려들었다는 뜻이었다.
후이 파트리시우는 노련한 골키퍼로서, 김다온과 같은 선수가 자신의 앞을 지켜 주는 것을 상상해 보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저런 투지와 노력이 정말 든든할 것 같았다.
또 다른 수비수들을 향해, 언제든지 소리를 지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저렇게 열심히 뛰고 있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이 부끄럽지 않으냐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팀 전체에 엄청난 자극을 불러올 게 틀림없었다. 분명한 목표 의식과 더 높은 곳을 향한 열망이 있는 한 말이다.
만약 자극을 받지 못한다면 그건, 발전을 할 수 없거나 자기만족에 빠져 나태해졌다고밖에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멀리에서 보는데도 이런데, 오죽하겠어?’
다만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에겐, 이것이 익숙해서 후이 파트리시우가 느끼는 것만큼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익숙하다는 것만큼이나 사람의 감각을 무뎌지게 만드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들은 익숙함을 다른 감정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또한 이는 큰 성공을 거둔 이들이 가진 공통점 중에 하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이들조차도, 큰 성공을 거둔 이들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가진 이것은 지니고 있지 못했다.
바로.
‘있지? 언젠가 너랑 한번 뛰어보고 싶어.’
어떠한 방법과 모습으로든, 사람을 주변으로 불러모으는 것 말이다.
우리는 흔히 이것을 매력(魅力)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후이 파트리시우는 지금, 김다온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것 같다.
그 외의 많은 사람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이는 무척, 당연한 현상이다.
***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고—-올!! 골입니다-! 골-!! 후반전 부지런히 벤피카의 골문을 두들긴 바이에른 뮌헨-! 이번에는 아르투로 비달이 득점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김다온 선수의 어시스트 패스가 빛났습니다-!”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이야~ 정말이지 놀랍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코너킥 상황에서 벤피카가 볼을 멀리 걷어 냈거든요? 그게 뒤쪽에서 자리 잡고 있던 김다온 선수에게 향했고. 앞쪽을 슬쩍 본 이후에 벤피카의 오프사이드 라인을 무너뜨리는 환상적인 롱패스를 보여 줬습니다.”
(배정세)
“유벤투스와의 16강전에서도 김다온 선수가 경기 후 Man of the Match에 두 번 다 선정되었었는데,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오늘도 Man of the Match로 뽑히게 될 것 같습니다.”
(정지현)
“이로써 5골 5어시스트죠?”
(배정세)
“그렇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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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다크) – BT Sports 코멘테이터
“This is Absolutely Fantastic! Da-On Kim. Who from South Korea. 오늘도 어시스트를 기록합니다! 이로써 자신의 통산 챔피언스리그 어시스트 숫자를 27개로 늘리는군요. 라이언 긱스와 차비 에르난데스에 이은 역대 3위 기록입니다! What a Special Moment! ”
(마이클 오웬) – BT Sports 펀딧
“놀라운 건, 이 친구가 어렵지 않게 최고의 기록을 가질 거라는 점이죠. 이르면 이번 시즌 내에도 가능할 것이고, 늦어도 다음 시즌에는 그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이제 겨우 22살이라는 겁니다. 대체 어디까지 보여 줄 수 있을지가 궁금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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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로드리게스) – 미국 CBS 해설위원
“종목을 불문하고, 최고는 늘 그래 왔습니다. 사람들이 그를 의심하려고 할 때마다, 믿을 수 없는 활약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어왔죠. 마이클 조던, 무함마드 알리, 미하엘 슈마허. 그들의 삶은 의심과 그것을 깨트리는 것의 연속이죠. 그리고 동시에, 그들은 특정한 순간에 가장 강해집니다. 바로, 팀이 위기에 몰린 순간이죠.”
(데릭 셰퍼드) – 미국 CBS 아나운서
“지금의 득점은 매우 치명적입니다. 후반 36분. SL 벤피카가 다음 단계로 진출하려면 이제 두 개의 골이 필요합니다.”
.
.
.후반 37분
SL 벤피카 2 : 2 바이에른 뮌헨
동점이 만들어진 후, 후이 비토리아가 굉장히 공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왼쪽 풀백인 엘리시우를 빼며 안드레 알메이다를 왼쪽 풀백으로 돌렸고, 오른쪽 풀백 자리를 청용이 형에게 맡긴 것이다. 그리고 최전방에 루카 요비치를 투입했다.
10분 전에 창훈이와 교체된 곤찰루 게데스와 피찌가 양쪽 윙어가 되었고, 중앙은 여전히 페이사와 산시스다.
그렇지만 현재 벤피카의 벤치 분위기로 봐선, 공격형 미드필드인 탈리스카를 추가로 투입해 공격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시간 포함 대략 10~12분 정도가 남았고, 두 골이 필요하니 공격에 나서려는 것이다.
그러자 펩 역시 변화를 준비했다.
두 장의 카드를 한꺼번에 쓴다.
삑-!!
[제기랄-!!]흘러 나가는 볼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 게데스가 크게 짜증을 냈고, 오른쪽 풀백으로 이동해 있었던 나는 사이드라인을 보며 빠져나가는 선수들을 확인한다.
현재 펩은 키미히와 하비를 센터백으로 두고 좌우에 나와 알라바를 배치하는 식으로 포백을 구성했다.
앞쪽 미드필드엔 필리프-비달-티아고가 배치되었으며, 리베리와 베르나르두가 좌우 윙어를 또 토마스 뮐러가 원톱이자 세컨스트라이커로 뛰고 있다.
그리고 지금 펩은 비달과 뮐러를 빼고 사비와 레비를 투입하고 있었다.
아마 4-3-3 전형은 그대로일 것 같다.
“그대로야-! 단순 교체야.”
“…….”
예상대로, 교체로 투입된 사비가 혼란이 없도록 주변 곳곳에 변화가 없음을 알렸다.
사비가 비달의 역할을 이어받아 젝서(Sechser/DM)로 뛸 것이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수비라인으로 내려앉으며 때때로 파이브백의 형태도 띨 것 같다
그리고 레비를 투입했다는 건, 보다 강하게 하프라인 부근에서부터 압박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뮐러의 다리가 눈에 띄게 무거워진 만큼, 이 역시 이해할 수 있는 교체였다.
벤피카가 다급해졌다고는 하나, 류보미르 페이사의 롱패스는 여전히 경계해야 한다. 부지런히 그를 압박할 선수가 필요했기에, 레비의 장점이 발휘될 수 있다고 본다.
뛰어난 득점력에 가려 잘 눈에 띄지는 않지만, 레비는 스트라이커 중에서도 가장 수비적으로 뛰어난 남자였다.
그렇다면 이젠 결국 집중력의 싸움이다.
조급한 벤피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우리지만, 상대가 기세를 바탕으로 볼을 점유하고 있고 이곳이 그들의 홈인 만큼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사소한 실수가 모든 것을 망쳐 버릴 수 있고, 그것은 곧 챔피언스리그의 끝을 알리는 것이었다.
난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당연하지만 말이다.
“내가 막아-!!”
오른쪽 풀백으로 위치를 이동하고 나니, 확실히 수비하는 일이 몇 배는 편해졌다.
그건 이곳에서 수비할 때 오른발을 더 편하게 써서이기도 했지만, 앞쪽에 있는 윙어가 베르나르두인 까닭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베르나르두는 절대 콜을 소홀히 하는 일이 없으며, 풀백의 오버랩을 넋놓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어쩌다 보니 리베리를 깎아내리는 표현이 되었지만, 베르나르두와 같은 윙어가 흔치 않다고 말하는 게 조금 더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다만 정작 당사자인 녀석은 [“그렇게 안 하면 경기가 끝나고 어떠한 짓을 당할지 모른다.”]라고 하며,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있지만 말이다.
내가 해 봤자 얼마나 한다고.
많이 참는다는 걸 모른다.
이래서.
‘착하면 손해야. 안 그래?’
베르나르두가 알메이다의 오버랩을 적절하게 마크해 준 순간, 앞에 있는 게데스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둘 중 하나였다.
알메이다를 미끼로 쓰며 나와 1:1을 하거나, 아니면 뒤쪽에서 접근한 페이사에게 패스를 돌려 다음 기회를 노려보는 것이 바로 그거다.
그리고 내가 아는 게데스의 성향을 고려하면, 녀석은 아마 후자를 택할 것이다.
파앙-
‘역시.’
하지만 볼을 뒤로 보냈다고 해서, 게데스로부터 눈을 떼어서는 안 된다.
오프-더-볼에 장점이 있는 데다가, 본인도 그것을 잘 알고 있어서 볼 없이 뛰어다니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성격이 상남자라 섬세한 부분은 다소 떨어지지만, 수비가 귀찮아하는 공간만큼은 귀신처럼 찾아내곤 한다. 그러니 난 끝까지 게데스를 추적해야 했다.
패스를 받아들었던 페이사 역시 게데스의 오프-더-볼을 이용한 2:1 패스를 노렸는지,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날 발견한 후 움직이려던 오른발을 멈췄고, 인상을 찌푸리면서 축구공을 최후방까지 돌렸다.
이제야 비로소, 벤피카의 공격을 한 차례 저지해 낸 셈이 된 것이다.
만약 게데스의 성향을 몰랐다면 풀백이 이렇게까지 추격하지는 않았을 거고, 포백라인 앞으로 이동한 그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도 그것을 막아 냈을 거라고는 보지만, 기왕이면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는 게 최선이다.
계속해서 벤피카가 공격하는 상황.
오른쪽에서 볼을 잡은 피찌가 템포를 조절하는 사이, 청용이 형이 리베리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오버랩으로 크로스를 보낼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크로스는 다소 길었고, 박스 안쪽으로 좁혀들었던 나는 다이렉트 슈팅을 시도하려는 게데스를 보며 발을 뻗었다.
파- 팡-!
“…….”
오른발을 멋지게 휘둘러 발리슛을 시도했던 게데스지만, 내 발끝에 맞은 축구공은 높이 튀어 오르며 그대로 골라인 뒤로 빠져나가 버린다.
그리고 이 모습에 침묵하는 관중들과.
{“…….”}
다시 한번 자신의 짜증을 피치 위에 큰 목소리로 표출하는 게데스.
[제기랄-! 병신 같은!!]그리고 나는 그런 이들의 사이에 서서,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괜히 긁적이고 있었다.
조금만 더, 악당이 되어 보려 한다.
고작해야 몇 분이면 끝나니까.
.
(셀소 바렐라) – Benfica TV 해설위원
“너무 단단해요. 이 정도로 집중한 다온의 수비를 뚫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악몽이로군요. 과거의 왕이, 우리에게 벌을 내리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