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9)
58화
바슬루이, 루마니아. 살라 스포르투리로르, 스트라다 데체발 1. 스타디오눌 무니시팔 바슬루이(Stadionul Municipal Vaslui. Sala Sporturilor, Strada Decebal 1. Vaslui, Rumania).
·후반 26분
FC 바슬루이 1 : 0 FC 노르셸란
삑-!!
“······.”
두 경기 연속,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감독님은 사이드라인에 마리오 티치노비치를 세웠고, 대기심이 들어 올린 패널에는 내 등 번호가 적혀져 있었다.
절로 아래로 내려가는 고개와 함께 밖으로 향한다.
“너무 상심하지 마.”
“진짜 똥이었어요.”
“······그래. 나도 알아.”
우리는 48시간 뒤에 다시 리그 경기를 치러야 하는 빡빡한 일정 앞에 놓여 있다.
그래서 감독님은 로테이션을 선택했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유로파리그에 좀 더 많은 벤치 멤버들을 투입했다.
대신 몇몇 핵심적인 선수들을 투입해 전력의 균형을 맞추려고 했는데, 과연 그게 올바른 판단이었는지는 의문이 든다.
“열심히 뛰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고요.”
“실망감은 이해하지만, 그렇지 않아.”
“정말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어서 들어가기나 해. 앉아서 머리를 좀 식혀.”
“저 중 몇몇은 돼지 새끼였다고요.”
전반 30분, 우리는 드니스 즈메우(Denis Zmeu)에게 불의의 중거리 슈팅을 허락해 실점하고야 말았다.
얼핏 즈메우 개인의 역량이 발휘된 순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난 실점 직전에 팀의 중앙미드필드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었다.
[막아!!! 가라고!!!]코너킥을 오코레가 헤더로 잘 클리어해낸 것까지는 좋았지만, 흐르는 볼을 받아낸 드니스 즈메우가 볼을 컨트롤하고 슈팅을 시도할 때까지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다.
난 라인을 파고드는 루시안 산마르텐에게로 향하는 패스 경로를 차단하던 중이라 접근이 어려웠는데, 적절한 위치를 찾아간 이후에도 여전히 드니스 즈메우는 혼자 있었다.
오늘 팀의 중앙미드필드로 나선 쇠렌 크리스텐센과 캐스퍼 로렌첸 모두 활동량이 형편없었고, 실점하는 상황에서 그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래.
솔직히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최대한 좋게 생각해보면 팀은 유로파 그룹 스테이지에서 3연승 중이었고, 정황상 앞으로 승점 3점을 획득하면 무난하게 다음 단계로 진출하는 게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니 실점 전까지는 방심할 수 있었다고 양보를 해보아도, 이후 이어진 40분은 도저히 받아들이려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삑-! 삐익-! 삐익-!!
경기는 끝내 0 : 1 그대로 끝나버리고야 만다.
화를 억누르고 있었던 나였지만, 그라운드에서 유니폼을 주고받으려는 동료들을 보고 있으니 더는 참기 어려워졌다.
패배한 경기에서 저런다고?
이쯤 되고 나니, 난 동료들이 가진 꿈의 크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스포르팅 CP를 꺾은 순간부터 우린 기적을 만드는 팀이 되었고, 더 강한 팀으로 평가받았던 SS 라치오를 상대로도 그들을 압도하는 경기를 펼쳤다.
분명 조금만 열심히 뛰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인데도, 동료들은 열심히 하지 않는 돼지 새끼처럼 보였다.
참고로 돼지 새끼는 게으른 사람을 의미하는 덴마크 비속어다.
더군다나 유럽대항전은 승리하는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의 수당 차이가 엄청나게 큰 편이다.
라커룸으로 돌아와 비행기를 타는 순간까지, 난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으려는 의사를 분명하게 했다.
스톡홀름으로부터 선물 받은 헤드폰을 착용한 채, 노래를 듣는 척하며 혼자고 싶다는 분위기를 내뿜어댔다.
사람들은 내가 음악을 듣는다고 생각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지만, 사실 난 그것들을 전부 다 듣고 있었다.
“왜 저래?”
“몰라. 오늘 경기가 잘 안 풀렸나 봐?”
“너무 완벽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야.”
“그러게. 일단은 내버려 두자.”
동료들은 내가 완벽해지길 바라기에 이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완벽을 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화가 난 거다.
아까 그라운드에서와 마찬가지로, 내 곁으로 다가온 스톡홀름이 측은한 얼굴로 위로의 손길을 건네왔다.
“네가 원하는 것처럼 모두가 다 그럴 수는 없어.”
“······.”
“만약······.”
“······?”
“아냐.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 알겠지?”
씁쓸한 표정이 된 스톡홀름이 자리로 돌아가고, 난 임대한 전용기의 창가 석에 앉아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 지면은 내게서 멀어졌다.
***
2011년 11월 4일. 셸란, 덴마크. 파룸, 파룸 파크 2. FC 노르셸란 클럽하우스. 제 1 연습구장.
#오전 10 : 47
회복훈련의 일정은 오전 11시 15분부터였고, 지금은 먼저 도착한 이들이 모여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하루가 지나니, 기분은 좀 나아졌다.
“킴!”
그 순간 저 멀리에서 내게 손짓하는 감독님이 보였다.
스트레칭을 멈추고 일어나, 발걸음을 옮긴다.
“부르셨어요?”
“그래. 어제의 일 말인데.”
“······.”
감독님은 내게 다음 경기에서 쉬어갈 것을 권유하셨다.
이유는 그동안 너무 많은 경기를 치러왔고, 또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는 게 그 이유였다.
“네, 그렇게 할게요.”
“그래. 어차피 코이에전이고, 이후 세 경기가 더 중요하니까. 쉬어간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거야.”
“네. 볼일은 끝났나요?”
“그래. 돌아가 봐도 좋아.”
다음 리그 경기를 뛰지 못한다고 하여 딱히 불만은 없었다.
48시간 만에 경기를 치르는 건, 나도 무척 힘든 일이다.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였기에, 난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자리로 돌아와 회복에 스트레칭에 집중했다.
그렇게 몇 분이 또 지났을까?
“킴!”
이번에는 스톡홀름이 나를 불렀다.
대신, 그가 내 옆으로 왔다.
“기분은 좀 어때? 표정은 괜찮아진 것 같은데 말이야.”
“어제보다는 나아요.”
“그래? 그거 잘됐네. 옆에 앉아도 돼?”
“그럼요. 당연하죠.”
이제야 하는 말인데, 아직 감독님이나 동료들은 클럽이 SL 벤피카의 제안을 받아들였단 사실을 알지 못한다.
특별히 뉴스로도 나온 것이 없고, 클럽도 되도록 조용히 이적 협상을 처리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동요를 막기 위함이라나.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곁에 앉은 스톡홀름이 잠깐 하늘을 쳐다보다, 불쑥 말을 꺼내 든다.
“네가 덴마크에 온 것도 벌써 2년이 넘었던가?”
“네. 2년이 좀 지났죠.”
“하하. 시간 엄청 빠르네. 처음 봤을 땐, 영락없는 꼬맹이였는데. 아무튼, 내가 어제 이야기하려고 했었던 것 말이야.”
“?”
스톡홀름의 이야기는 내게 있어 매우 뜻밖의 내용이었다.
그는, 내가 이제는 팀을 떠날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무슨 말이냐면.
“난 네 심정을 이해해. 만약 내가 10년만 더 젊었어도, 너처럼 소리를 질렀을 거야. 하지만 내가 왜 조용히 있었는지 알아?”
“어- 제가 대신 소리쳐서요?”
“하하하. 아니, 그렇지 않아. 그건 바로 내가, 더는 그렇게 뛸 수 없기 때문이야. 남에게 뭐라고 하려면, 자신이 본보기가 되어줄 수 있어야지. 안 그래?”
그러면서 스톡홀름은 미래의 상황을 예측하는 말을 했다.
이곳에서 뛸수록, 나는 더 답답함을 느낄 거랬다.
“왜요?”
“그야, 이젠 이곳에 너보다 더 축구를 잘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비단 노르셸란뿐만이 아니라,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그래.”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삶이란 불공평한 거야. 모두가 내 마음처럼 될 수 없다는 것부터가 불공평하다는 의미니까. 그러니까 너도, 굳이 네 마음처럼 뛰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화를 낼 필요는 없어. 그래서 나도 또 캐스퍼도 조용히 있었던 거야.”
“제가 선을 넘었나요?”
“아니. 그렇지만 아슬아슬했지. 봐봐. 여긴 너 같은 축구선수가 평생을 몸담을 곳이 아니야. 그저 거쳐 가는 정류장과 같은 곳이지. 만약 네 목적지가 더 멀리에 있고 더 빠른 수단으로 갈아탈 수 있다면, 넌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해.”
“······.”
문장의 형태와 표현방법은 달랐지만, 스톡홀름의 모든 말은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되고 있다.
FC 노르셸란을 떠나, 더 큰 무대로 향할 것.
“설령 시즌 도중이더라도요?”
“설령 시즌 도중이더라도. 물론 정말 그렇게 된다면 우린 슬프고 네가 그립겠지만, 네가 미안해하지 않게끔 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거야. 너도 알잖아. 우리가 어떤 남자들인지.”
“네. 바이킹의 후예죠.”
“크크큭. 이제 덴마크 사람 다 됐네. 그래, 맞아. 우린 바이킹의 후예야. 동료가 왕이 되기 위해 모험을 떠나겠다는데,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겠어.”
처음 노르셸란의 훈련에 합류한 날부터, 스톡홀름은 항상 내게 든든한 멘토이자 장난기 많은 친구. 그리고 때론 진실한 조언자로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남자가 있었기 때문에 난 FC 노르셸란에 잘 녹아들 수 있었고, 클럽이 내게 해준 모든 것들을 감사하게 여길 수도 있었다.
그러니 스톡홀름을 위해서라도, 난 팀을 떠나야만 할 것 같다.
스톡홀름이 자리에서 일어나 멀어진 뒤.
홀로 잔디밭에 앉아있던 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 이젠 정말로 이별할 땐가 봐.]덴마크의 푸른 하늘은 여전히 높고 파랬다.
이제야 겨우, 이 풍경에 익숙해졌건만.
***
2011년 11월 6일. 코이에, 덴마크. 4600 베드 스타디온 2B. 코이에 스타디온(Køge Stadion. 4600 Ved Stadion 2B. Køge, Denmark).
·경기 시작 10분 전
HB 코이에 0 : 0 FC 노르셸란
수페르리가엔 15라운드를 앞두고, FC 노르셸란의 주장 니콜라이 스톡홀름은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최근 좋지 못한 경기력을, 오늘은 반전시켜야만 한다.
“알겠지? 이 경기에서 패배하면, 지금까지 잘해왔던 게 전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어! 과장하는 게 아니야! 지난 두 경기에서 우리가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기억하라고!”
하루 전, 팀은 HB 코이에 전의 출전명단을 발표했다.
사전에 알려진 대로 김다온의 이름은 없었고,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었다.
그러나, 몇 시간 전.
“우리는 지금 이 자체로도 빌어먹게 좋은 팀이야!! 이제 나가서 저들이 그걸 알게 해주자!! FC 노르셸란!!”
“Efterkommere af de store vikinger!!”
“그래-!! 바로 그거야!!”
코이에로 원정을 떠나기 위해 선수단이 모였을 때도, 김다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특별한 부상이 아닌 이상, 출전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팀과 함께 움직이는 게 축구계의 기본적인 섭리다.
하지만 캐스퍼 율맨은 김다온이 없는 팀 인원을 점검하며 전원이 모였다고 말했고, 즉각 기사에게 말해 코이에로 버스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그 순간, 스톡홀름은 캐스퍼와 눈이 마주쳤다.
얼핏 침착해 보였지만, 그의 눈은 동요하고 있었다.
좌석에 몸을 기대며, 조용히 눈을 감게 되어버린 스톡홀름.
그런 그의 입엔, 오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후우- 우린 괜찮을 거야, 꼬맹아. 잘 다녀와.”
하늘 한쪽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린 스톡홀름이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맹렬한 돌진을 시작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서 김다온은 메디컬테스트를 받고 있을 것이다.
그곳이 어디인진, 곧 모두가 알게 되겠지.
힘차게 달린 그는 HB 코이에의 미드필드를 향해 태클을 시도했다.
촤아아아아-악!!
***
리스본, 포르투갈. 알라메다 다스 코무니다데스 포르투귀사스. 리스본 포르텔라 국제공항(Aeroporto de Lisboa. Alameda Das Comunidades Portoguesas. Lisboa, Portugal).
오늘, 나는 팀과 합류하는 대신 자그마한 개인 전용기에 탑승하여 포르투갈의 수도로 향했다.
보안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나의 이동은 극비리에 이뤄졌다.
집에서 나오기 전에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했고, 먼저 택시를 탄 뒤, UCN의 한 직원이 가져온 차량으로 갈아타 전용기를 대어둔 곳까지 이동했다.
그리고 에이전시도 보안을 위해, 전용기를 쾨벤하운 국제공항이 아닌 상대적으로 이용객이 적은 로스킬데(Roskilde) 공항에 준비를 해두었다.
그렇게 전용기로 날아 리스본에 도착한 지금은, SL 벤피카가 준비한 리무진이 올 때까지 전용기 안에서 기다리며 대기하는 중이었다.
“저기, 저기 차가 온다.”
“······.”
탁-!!
“응?”
전용기에서 내려 리무진에 올라타자, 바로 맞은편에 미소를 짓고 있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나이는 대략 50대쯤 되었을까?
그는 내게 악수를 권하며, 느릿한 영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 난 에두 크루즈란다. SL 벤피카의 풋볼매니저이지.”
“안녕하세요. 전······.”
[소개는 하지 않아도 돼. 우린 네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 안에 있는 샴페인이나 와인이라도 들겠니?]뒤이어진 포르투갈어의 통역은 함께 온 얀 아담센이 해주고 있다.
“오-! 아뇨, 전 물이면 됩니다.”
[하긴. 메디컬테스트를 앞두고 술이라니. 나도 참.]“······.”
에두 크루즈는 현재 팀이 브라가로 원정을 떠났으며, 그렇기에 애석하게도 조르제 제수스는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사전에 공부를 해두었었던 난, 조르제 제수스가 SL 벤피카의 감독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조금은 어색했지만 그래도 이동하는 내내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주로 에두가 물으면, 내가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그렇게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리무진이 멈춰섰다.
[이제 도착했군. 내리겠나?]“네.”
공항에서 SL 벤피카의 클럽하우스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고, 리무진에서 내려서자 클럽하우스의 입구로 보이는 곳에 있는 많은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큭큭큭. 아무래도 다들, 자네를 보러 온 것 같군.]“네?”
뭐가 재미있는 것인지, 에두 크루즈씨는 웃고 있었다.
포르투갈어라 전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특정 단어가 내 귀를 사로잡았다.
혹시나 싶어, 곁에 있는 얀 아담센에게 물었다.
“어, 지금 혹시 클럽 레코드라고 한 거예요?”
“응. 아, 내가 이야기를 안 했던가?”
“전혀요. 왜 말을 안 했는데요!!”
“왜 갑자기 큰 소리를 내는 건데?”
왜냐고?
그야.
[하아- 하느님 맙소사.]순식간에, 어깨에 부담감이란 단어가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
작가의 말 ? 글 시점 기준 SL 벤피카의 클럽 레코드 이적료는 1,298만 유로입니다. 이는 2001년 여름, FC 바르셀로나의 윙어로 뛰던 시망 페드로 폰세카 사브로사를 영입할 때 쓰였습니다. 이전화 계약서 내용에서 나오듯, 숨겨진 조항까지 합칠 경우, 김다온의 이적료는 1,700만 유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