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90)
589화 Meter aguja y saca reja
2016년 4월 26일. 프랑스 상공(Over France).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인 만큼, 바이에른 뮌헨의 주요 관계자 전원이 원정길에 동참했다. 루메니게와 잠머를 비롯, 클럽의 e.V.다수가 함께한 것이다.
그리고 마드리드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의아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다온을 그대로 두자고요?”
“그래.”
“……하지만 그는 분명히.”
“나도 알고 있네. 하지만 울리가 복귀하고 나면,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네. 기꺼이 지갑을 열 사람이 많아질 테니까 말이야. 그럼, 조건을 맞춰 볼 수도 있겠지.”
“…….”
이제는 가증스럽기까지 한 프란츠 베켄바워의 말에, 루메니게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 오는 것을 느낀다.
지금 베켄바워의 말은, 자신이 클럽 내 여론 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켄바워는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다.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의 레임덕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를 아예 파멸시킬 셈입니까?”
“그럴 리가-! 울리의 복귀 여부와는 상관없이, 자네는 이 클럽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중에 하나야.”
“그 말을 믿으라는 겁니까?”
며칠 전 김다온과의 미팅을 가진 후,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자신의 시대가 완전한 실패로 끝났으며 벌어진 일을 올바르게 수습하는 게 최선이란 결론을 맺었다.
김다온 영입에 투자했던 8,369만 유로란 거금을 원금 이상으로 회수하기로 한 것이다.
한데, 베켄바워가 그것을 가로막기 시작했다.
“Mia san Mia. 클럽과 함께하는 한, 우리는 항상 자네를 지켜 줄 걸세. 그러니, 자네가 파멸하는 일은 오지 않아. 하지만, 마티아스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지.”
“?!”
마티아스 잠머의 이름이 베켄바워의 입에서 나오자, 눈이 휘둥그레졌던 루메니게의 얼굴에 서슬 퍼런 분노가 조금씩 스며든다.
“당신. 그러고도 사람입니까?”
현재까지의 정황상, 차기 바이에른 뮌헨의 단장은 현역 시절 브라쪼(Brazzo)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하산 살리하미지치가 사실상 내정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거 10년 가까이 뮌헨을 위해 헌신한 살리하미지치는 훌륭한 선수였고, 루메니게 역시 그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장은 전혀 다른 영역의 문제다.
2012년 은퇴 후, 가족들과 함께 뮌헨이 정착한 살리하미지치는 스태프로서의 경력이 전혀 없다.
현재 ‘Sky Sports German’의 분석가로 활동 중이긴 했지만, 방송인으로서의 평가 역시도 썩 좋지 못한 편이다. 특히 선수를 보는 안목이 의아스럽다는 말을 듣는다.
하산 살리하미지치가 뮌헨의 단장으로 부임했을 때, 주변에서는 틀림없이 우려 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올 것이다.
그런데도 프란츠 베켄바워는 굳이 살리하미지치를 바이에른 뮌헨의 단장으로 삼고자 한다.
어째서?
왜?
베켄바워가 어떤 남자인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루메니게에겐, 그리 어렵지 않은 질문이다.
“울리와 브라쪼의 연착륙을 위해 마티아스를 희생양으로 삼겠다고요? 그것도 모든 면에서 완벽했던 그를? 당신의 꼭두각시를 위해 해고한 것으로도 모자라, 그에게 더 고통을 주겠다는 겁니까?! 절대 안 됩니다!! 당신이 만약 그런 빌어먹을 짓거리를 한다면, 뮌헨을 떠나는 한이 있더라도 막아 내겠습니다!!”
쾅-!!
주먹으로 강하게 테이블을 내린 루메니게의 얼굴은 온통 붉게 변해 있다.
울리 회네스의 복귀와 하산 살리하미지치의 단장 임명은, 전부 프란츠 베켄바워가 바이에른 뮌헨의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보는 게 옳았다.
그는 대외적으로 존경을 한 몸에 받을 만한 위대한 축구선수/감독/행정가였지만, 동시에 자신의 지위와 이미지를 교묘하게 활용할 줄 아는 수완가이기도 했다.
다만 최근엔, 본인의 이익만을 좇는 모습이다.
한차례 큰 폭풍우가 지나간 후, 선수단이 동요되는 것을 원치 않는 루메니게가 힘겹게 화를 가라앉힌다. 반면 베켄바워는 평온한 모습으로 맥주를 들이켜고 있다.
오히려 그는 온화하기까지 한 미소로, 루메니게를 훌륭한 상사라며 칭찬까지 했다.
그리고 이를 보았을 때,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프란츠 베켄바워를 정상적인 범주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한 사이였음에도, 여전히 모르는 면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렇게나 펩이 싫습니까?”
“…….”
“정녕 그가 우리의 영광을 가로채려 한다고 생각한 겁니까? 그래서 이 모든 빌어먹을 일을 꾸민 거고? 제발-! 제발, 프란츠.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시죠!”
“……나는 단 한 번도 그 스페인 녀석을 좋아한 적이 없네.”
“하-!”
“그 빌어먹을 녀석이 이 클럽을 망치고 있다는 건,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사실이지 않나?”
어쩌다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일까?
그건 전부 펩 과르디올라를 향한 프란츠 베켄바워의 비뚠 시선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본래 프란츠 베켄바워는 유프 하인케스의 후임으로 위르겐 클롭을 강하게 추천했다. 마인츠 시절 클롭이 팀을 이끄는 것을 지켜본 후, 줄곧 열렬한 팬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르겐 클롭은 빅클럽을 지도해 본 경험이 전무했고, 울리 회네스는 중소클럽에서 명장으로 추앙받던 이들이 빅클럽에서 몰락하게 되는 상황을 염려했다.
그리고 때마침 펩 과르디올라가 FC 바르셀로나에서 물러나고 안식년을 갖기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베켄바워의 의견은 묻혀 버리고야 말았다.
이는 선수/감독/행정가로서 쭉 성공 가도만을 달려왔던 프란츠 베켄바워에겐 무척 굴욕적인 기억으로 남았다. 또 과르디올라를 향한 추앙 역시도 그에겐 상처가 됐다.
특히 2013/14 시즌 축구 역사상 최초로 2차례 연속 빅이어를 들어 올리게 되자, 사람들은 마치 펩 과르디올라가 역대 최고의 감독인 것처럼 떠들기 시작했다.
“그 녀석이 한 일은 누구든 할 수 있었던 거야-!”
쿵-!
계속해서 평정심을 유지해 오던 프란츠 베켄바워의 두꺼운 가면에 균열이 일어난다.
“지나가는 개에게 감독 자리를 맡겼어도 가능했을 거란 말이네! 오히려 그로 인해 토니와 바스티가 떠났어-! 그리고 그 결과는 어땠지?”
“어처구니가 없군요. 그걸 그렇게 엮습니까?”
“엮는 게 아니라, 사실이니까 하는 말일세-! 만약 위르겐이 이 클럽의 감독이었다면, 우린 지금 4연패를 노릴 수 있는 위치였을 거야-!”
루메니게는 생각했다.
자신 역시도 뛰어난 축구선수로서 발롱도르를 수상하는 등의 뛰어난 커리어를 남겼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렇고 또 지금까지도, 이토록 오만방자해 본 적은 없었다.
프란츠 베켄바워는 마치,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옆집 사과나무에서 열매를 따오는 것처럼 손쉬운 일로 말하고 있다.
물론 최근 3, 4년 바이에른 뮌헨이 역대를 논할 만큼 강한 클럽이었던 것은 맞지만, 축구란 꼭 강한 자가 승리를 하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지금 베켄바워가 입에 담은 말들을 하지 않았던 거다.
작년의 실패만 하더라도, 펩 과르디올라의 전술적인 문제보단 클럽의 지원이 미흡했던 게 가장 궁극적인 원인이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토니 크로스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이적 역시도 마찬가지다.
바이에른 뮌헨은 애초부터 토니 크로스가 요구하는 수준의 주급을 맞춰 줄 생각이 없었고, 원칙을 고수하며 미디어를 통해 선수를 마치 악인(惡人)처럼 몰아갔다.
그로 인해 토니 크로스는 자신을 키워 준 클럽의 은혜도 모르고 돈만 추구하는 남자가 되어, 지금까지도 뮌헨의 팬들로부터 무분별한 비난을 받고 있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역시 커리어의 마지막 시기를 돈을 버는 데 쓰기로 한 것뿐이었고, 뮌헨은 그것을 맞춰 줄 수 없어 맨유의 제안을 받아들였던 거다.
때마침 선수 역시도 그걸 원했고 말이다.
이러한 것들 그 어디에도, 프란츠 베켄바워가 말한 펩 과르디올라의 과오(過誤)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펩 과르디올라는 바이에른 뮌헨의 유스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알려 주었고, ‘라 마시아’에서 성장한 경험을 살려 클럽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었다.
그 결과 바이에른 뮌헨의 유스에는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쳤고, 모두가 이에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보통 이러한 것들은 [뮌헨이 유스에 얼마를 투자했다]는 식으로만 알려질 뿐,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칭찬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공평한 대접을 받지 못하기도 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더 큰 격려와 공정한 보상으로 인정을 해 주어야 하는 게 프런트의 역할이다.
펩 과르디올라는 분명 바이에른 뮌헨을 위해 헌신했고, 그건 클럽이 떠나는 게 결정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매일 새벽 5시에 출근해 자정이 넘어 퇴근하는 일을 3년 내내 고수해 오고 있다.
가끔 퇴근하기 전 과르디올라를 찾아가 대화를 나눌 때면, 루메니게는 자신이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는 했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은 프란츠 베켄바워에겐 보이지 않는 일일 것이다.
“…….”
“…….”
이번엔 베켄바워가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사이, 생각을 정리한 루메니게는 당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로 한다.
바로 챔피언스리그.
김다온을 올여름 이적시키지 않고 어떻게든 재계약에 성공해 그것을 복귀하는 울리 회네스와 신임 단장 하산 살리하미지치의 업적으로 삼겠다는 생각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오히려 한편으론 베켄바워가 멋지게 실패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존재했다.
그러면 자신에게도 다시 기회가 올 수 있고, 베켄바워가 가져간 클럽 내의 권력을 일부 돌려받아 몇 년 후를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김다온의 이적료를 손해 보긴 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바이에른 뮌헨이다.
‘Mia san Mia. 나는 틀리지 않았어.’
프란츠 베켄바워와 자신은 전혀 다르다 생각을 하면서도, 루메니게 역시 바이에른 뮌헨의 철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역시 알지 못했다.
왜 갑자기 프란츠 베켄바워가 김다온의 재계약을 자신의 업적으로 가져가려고 했을까? 불과 얼마 전까진, 그 역시 올여름 김다온을 판매하자는 쪽이었다.
물론 여태까지 말한 이유가 마음을 바꾼 원인일 수도 있었겠지만, 이는 베켄바워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프란츠 베켄바워는 대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림자가 되어 남을 조종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평소였다면 충분히 의심을 가질 법도 한 상황이었지만, 빡빡한 현실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루메니게는 현재, 마티아스 잠머와 상처 없이 이별하는 것에만 집중하기에도 힘들었다.
“휴우~ 빌어먹을.”
베켄바워를 남겨 두고 전용기 내 사무실을 빠져나온 루메니게는, 커튼이 쳐지지 않은 선수단 좌석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불안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모든 게, 나쁘게만 보이는 지금이다.
***
【같은 시각】82031 바이에른, 독일. 그륀발트 바바리아필름플라츠 7. 아레나 11 스포츠 그룹 GmbH.
“이해가 되지 않아요.”
“뭐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죠?”
바이에른 뮌헨의 전용기가 프랑스 상공을 날고 있을 때, 김다온의 전담 에이전트인 요나스 보럽은 자신에게 배속된 주니어 에이전트와 함께 점심을 먹고 있었다.
특별한 외부 일정이 없었던 관계로, 이들의 테이블 위엔 어김없이 맥주가 올라와 있었다.
“그냥 선수가 떠나기로 했다면 해결되는 문제 아닌가요? 그리고 이미 일이 그렇게 됐잖아요. 한데, 어째서 그렇게 복잡하게 일을 처리하죠?”
인도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나브니에트 브하브(Navneet Bhave)는 에이전시 내부에서 흔히 ‘엔베(NB)’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의 이름 알파벳 첫 글자만을 따서 부르는 애칭으로, 본인 역시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진 모습이다.
“엔베. 그게 아니잖아.”
“?”
“자.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자고. 만약 여름에 다온이 뮌헨을 떠나게 된다고 가정해 보자. 이적료는 얼마일까?”
“1억 5천만?”
“그렇지. 대부분 그렇게 생각을 하니까.”
현재 김다온의 이적료는 축구관계자들의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과연 그 금액이 적당한가를 골자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중이다.
덕분에 PSG와 맨체스터 시티가 제안한 1억 5천만 유로가 가장 현실적인 금액으로 받아들여지는 중이다.
“그럼, 이 금액을 제안할 수 있는 팀은?”
“어…… PSG랑 맨시티죠?”
“그렇지. 하지만 여기에서 문제가 있어.”
“그게 뭐죠?”
“우선 첫째. 다온은 절대 PSG로 가지 않아. 세계 최고의 투쟁심과 경쟁심을 가진 그가 뛰기에, 리그 앙은 너무 심심한 곳이니까. 그럼 결국 남는 것은 맨시티지.”
“그거예요. 그게 중요한 거라고요.”
엔베 역시, 김다온이 맨체스터 시티를 택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면 그냥 맨시티를 택하면 끝나는 문제라고요.”
“아니. 그렇지 않아.”
“?? 왜죠?”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 진출한 맨체스터 시티는 우수한 전력을 보유했다고 평가를 받지만, 최고로 부르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주요 선수들이 전부 30대인 데다가, 현시점을 기준으로 월드클래스라 부를 수 있는 선수는 뱅상 콤파니가 유일했다.
실제로도 많은 축구 기자들이 펩 과르디올라의 부임 후, 큰 개혁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는 중이다.
“맨시티가 FFP 따위는 엿 먹으라 말할 수 있는 클럽이긴 하지만, 그래도 선은 지켜야 한다고. 만약 다온을 올여름에 데려가면, 그들이 추진하고 있을 계약 상당수를 포기해야 할 거야. 반대로 1년 더 여유가 있다면, 아부다비나 만수르의 친구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지. 그리고 이 말은 곧, FFP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는 뜻이고.”
자신의 말에 엔베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는 것을 보며, 싱긋 웃은 요나스가 생각할 시간을 주기로 한다.
그리고 잠시 뒤, 엔베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든 이해한 것 같아요.”
“그래?”
“네. FFP가 지난 5년을 기준으로 재정을 판별하니까, 다온의 영입을 위해 맨체스터 시티도 자금을 마련할 시간이 필요하다. 대충 이런 말 아니에요?”
“뭐, 70점 정도지만 얼추 비슷해.”
“나머지 30점은요?”
“펩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지.”
“?”
“어떠한 감독이더라도 당장 선수단을 개혁할 수는 없어. 누가 보탬이 되고 누가 보탬이 되지 않는지를 판별할 때까지는 보통 1년 정도 시간이 걸리지. 더구나 지금 맨시티의 스쿼드는 정말 엉망진창이잖아.”
“……이해가 되지 않아요.”
인상을 찡그린 엔베가 머리를 긁적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맥주 한 병을 더 들고 돌아온 요나스 보럽이 조금 더 쉽게 설명을 이어나가기로 한다.
“올여름 씨티는 다온을 영입하지 않아.”
“그렇게 가정해 볼게요.”
“똑똑하네. 좋아. 어쨌든 그렇게 되면 남는 건 결국 PSG뿐이지. 하지만 다온은 PSG를 원하지 않아.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 역시 1억 5천만 유로 이하로는 판매하려고 들지 않겠지. 어떤 미친 클럽이 제안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현재까지의 분위기론 모두 발을 빼는 느낌이야.”
“그럼 1년을 더?”
“바로.”
“?”
“바로 그것 때문에, 지금의 일을 하는 거야.”
“……들을게요.”
“좋아.”
치-익!
맥주병의 뚜껑을 연 요나스 보럽이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후, 김다온과 요나스 보럽이 벌인 다음 행동은 프란츠 베켄바워의 내연녀에게 접촉하는 것이었다.
총 세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여섯 차례의 불륜 전적이 있는 베켄바워는, 70세가 된 지금도 40대의 내연녀를 두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이라기보단 각자의 목적이 끼어든 관계로, 내연녀를 매수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온에겐 올해 뮌헨을 떠나지 않을 방법이 필요했어.”
“그래서 이번 일을?”
“응. 일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그의 생각대로라면 뮌헨이 팔지 않는다는 식으로 일이 진행될 거야. 베켄바워는 탐욕스러운 남자니, 그의 재계약이 자신의 업적처럼 포장되는 걸 참지 못할 테고.”
만약 김다온과의 재계약이 체결될 경우, 외부적으로 그것은 회네스와 살리하미지치의 공이 되겠지만 내부적으로는 베켄바워를 칭송하는 목소리가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리고 이를 내연녀에게서 듣게 될 베켄바워는 자신이 신(神)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포기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일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바이에른 뮌헨은 올여름 NFS를 선언할 것이고 이를 통해 맨시티는 김다온을 영입 준비에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럼 내내 문제가 생길 거잖아요?”
“누구에게? 다온에게?”
“네. 재계약을 가지고 말도 많을 거고, 또 내부적으로 어떤 불이익이 있을지도 모르고요.”
“멋진 추론이야.”
“네?”
“멋진 추론이라고. 바로 그거야, 엔베. 바로 그것 때문에 다온이 뮌헨을 떠날 필요가 있는 거야.”
“……죄송한데, 뭐라고요?”
“자, 생각해 봐.”
이본엔 요나스 보럽이 자세를 바꿔, 의자 앞으로 몸을 기울인다.
“아직 우리에게 있는 패는 뭘까?”
“그야…… 많죠?”
“그래. 하지만 가장 큰 패. 그건 뭐지?”
“…….”
김다온과 요나스 보럽은 올여름, ‘풋볼위크스’가 2013년 이적과 관련된 내용을 터뜨릴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
“그래. 바로 그거야.”
“하지만 그게 왜요?”
지금까지 ‘풋볼위크스’의 폭로가 미친 파급력을 생각하면, 이번 뉴스 역시 큰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다.
이미 스페인 클럽들은 세금 횡령과 관련된 스페인 당국과 인터폴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FIFA와 UEFA는 써드파티를 근절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렇기에 이적료 축소 발표와 ‘아디다스’의 규정을 벗어난 자금지원은 바이에른 뮌헨과 김다온을 향한 여론을 급속도로 얼려 버릴 것이다.
하지만 이미 결정된 것처럼, 김다온은 다행히도 이 시기에 독일에 있지 않을 예정이다.
올림픽 참가를 허락받은 그는 한국에서 훈련에 임할 것이고, 이후 8월 하순까지 브라질 리우에 머물게 된다.
“뮌헨은 다온을 보유하기 힘들 거야.”
“…….”
“깨끗한 축구를 표방해 온 DFB인 만큼, 철퇴도 엄청날 거고. 이건 꽤 큰 스캔들이 될 수 있어. 이후 많은 클럽이 헐값으로 다온을 영입하려고 달려들겠지.”
“그러면요?”
“바로 그때, 우리가 가진 다른 패를 쓸 생각이야.”
“어떤?”
“잊지 마. 가끔 사람들은 클럽이 선수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여기지만, 계약관계에 있어서는 늘 철저히 똑같았어.”
스캔들이 번져 가고 여론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요나스 보럽은 바이에른 뮌헨에 어떠한 것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들은, 이를 거부하기 힘들 것이다.
선수를 판매하려고 해도 선수가 이적할 팀과의 계약을 거부한다면, 바이에른 뮌헨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게 계획대로 풀린다는 전제하에, 올림픽 후 김다온이 탈 비행기의 종착지는 뮌헨이 아닐 것이다.
“뭐, 그렇다고 맨시티도 아니겠지만.”
“왜죠?”
“하하. 궁금해?”
“네.”
고개를 끄덕이는 엔베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인 요나스 보럽은, 지금 거기까지 밝히기엔 너무 이르다는 말로 자신의 부하직원을 실망시킨다.
하지만 엔베 역시 괜찮은 듯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했으니까.
“그런데, 요나스.”
“응?”
“정말 이 아이디어가 전부 그의 머리에서 나왔어요?”
“하하하.”
의미심장한 웃음과 함께, 두 손을 머리 뒤로 가져간 요나스 보럽이 양다리를 편히 테이블에 올렸다.
그러곤 대답했다.
“응. 전부 그가 계획한 거야.”
“…….”
“놀랍지 않아?”
요나스 보럽은 엔베가 그 이유를 묻지 않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 혼자 간직하고픈 그런 것이었기 때문이다.
김다온은 정치나 자본 등. 유럽 축구계에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들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방법을 택했다.
자신이 원하는 때 원하는 곳에 있고, 또 특정한 시기에 목표로 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그가 얼마나 뛰어나고, 또 얼마나 강한 의지를 지닌 사람인지를 잘 보여 주는 것이었다.
‘너와 일하게 된 게 어찌나 행운인지.’
불안한 눈빛을 빛내며 가족에게 의지하던 어린 김다온을 떠올린 요나스 보럽. 하지만 지금은 그도 또 자신도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물론, 너만큼은 아니겠지만 말이야.’
손에 든 맥주병을 입가로 가져가며, 요나스 보럽은 승리의 축배를 들게 될 날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