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92)
591화 Meter aguja y saca reja (3)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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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00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0 : 0 바이에른 뮌헨
주심의 휘슬과 함께, 우리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뮐러가 뒤쪽으로 패스를 길게 보냈고, 사비에게 도달한 축구공은 일단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후우-”
축구공을 따라 시선을 옮기며, 난 오늘 경기의 준비 과정을 떠올려 본다.
펩은 이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에서, ‘점유율’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거라고 했다.
[“단.”]‘……점유율 그 자체가 아니랬지.’
몇 번이나 말했었듯, 축구에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 원칙이 존재한다.
축구공을 가진 쪽은 공격.
그렇지 않은 쪽은 수비.
설령 축구공을 가진 팀의 수비진영에서 패스가 이뤄진다고 해도, 플레이 중인 선수들과 경기를 보는 사람들 모두 위와 같은 상객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한데 디에고 시메오네는 지난 2년 동안, 이런 개념을 줄곧 바꾸려고 시도해 왔다.
어떻게?
놀랍게도 이 아르헨티나 출신의 감독은, ‘점유율’에 담겨 있는 의미를 몽땅 삭제하는 일을 벌이고 있었다.
‘……패스를 줄 곳이 없어.’
중앙으로 이동해 공격 경로를 찾고 있었던 나는, 전방으로 볼을 잇는 것이 여의치 않아 사비에게 다시 패스를 돌린 후 수비 위치로 돌아갔다.
그러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플랫 역시 웅크려 있던 상태에서 벗어나, 폭넓게 펼쳐지며 전환 대응에 조금 더 수월한 형태로 바뀌었다.
여기까진, 2년 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만났을 때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이봐-!”
한 차례 반대쪽으로 돌았던 축구공이 중앙을 거쳐 왼쪽으로 전해져 오고, 이제 우리가 볼을 점유한 시간은 얼추 70초가 다 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경기 시각 역시, 70초가 다 되어 간다.
주심의 휘슬이 울린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단 1초도 볼을 발밑에 두지 못했다.
보통이라면 사소한 동요나 빈틈과 같은 것도 보일 법한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플랫은 여전히 견고하고, 특정한 위치에서 매번 같은 방식의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다.
마치, 완벽하게 프로그램된 기계와도 같다.
‘흐음- 그거 어울리네.’
펩이 점유율을 강조하는 건, 볼을 가졌을 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서다. 그의 철학에 따르면, 볼을 오래 점유할수록 승리할 확률은 높아진다.
왜냐하면 오직 볼을 가짐으로써 공격 기회를 더 많이 만들 수 있고, 반대로 상대의 공격 기회를 박탈하는 것 역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펩이 FC 바르셀로나 시절 선수들에게 가르친 것이자, 그가 축구계 관계자들에게 일깨워 준 간과되어 온 점유율의 감춰진 의미였다.
그런데 디에고 시메오네는 현재, 펩이 했던 것과 정확히 반대의 일을 하고 있다.
‘이런. 넘어갔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두텁게 세운 중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비달과 티아고가 상대에게 볼을 넘겨주고 만다.
거의 2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 처음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볼을 쥐었는데, 그들은 그것이 뜨거운 무언가라도 되는 것처럼 허겁지겁 앞으로 길게 패스를 보냈다.
아우구스토 페르난데스(Augusto Fernandez)의 패스가 페르난도 토레스를 겨냥하지만, 축구공은 얼마 안 가 노이어의 품에 안겼다.
몇 초나 걸렸을까?
‘4초? 5초?’
어쩌면 이보다 더 짧을 수도 있다.
오랜만에 볼을 소유했다면 수비진영에서 패스를 돌리면서 감각을 끌어올릴 법도 했건만, 상대는 아무 미련도 없다는 듯 그들의 축구를 펼치는 일에만 몰두했다.
바로 이거다.
중요한 요소.
디에고 시메오네의 축구는 점유율에 관해 펩이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부정한다.
그에게 있어 볼을 점유하는 일은 전혀 중요치 않으며, 펩이 점유율에 부여한 의미를 무가치한 것처럼 느끼도록 만드는 플레이를 선수들에게 요구한다.
‘더 심해졌잖아.’
2014년 5월 이후 23개월.
디에고 시메오네는 더욱 심한 안티(Anti) 펩 과르디올라가 되어 우리의 앞에 나타났다.
많은 축구 감독이 펩의 축구를 모방하려 하고 소수의 이들이 펩을 부정하면서도 결국 비슷한 철학을 따라는 이율배반을 보일 때, 시메오네는 진짜 자신의 영역을 구축했다.
그러니.
‘마음에 들어.’
어떻게 신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는 줄곧 기다려 온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배워 온 축구를 부정하면서도, 어쩌면 그것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고 위협할 수 있는 축구.
그렇기에 나는 이런 종류의 경기에서 더욱 힘을 낼 수 있다. 어디 한 번, 있는 힘껏 부딪쳐 보라고 외치고 싶은 기분이 든다.
디에고 시메오네가 펩의 축구를 부정하려고 하면 할수록, 반박하고픈 마음은 더 격렬해진다.
그리고 난 이제부터, 펩의 지시를 받은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로서 디에고 시메오네의 철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선수를 무너뜨릴 것이다.
주인공은 바로 여기.
쿵-!
“으억-!”
삐-익!!
사이드라인 앞쪽에서 볼을 경쟁하다 내게 밀려 넘어지게 된 앙투안 그리즈만이다.
주심이 휘슬을 불어 파울을 선언하고, 가까스로 광고판에 부딪히는 일을 피한 그리즈만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나를 돌아본다.
지금의 이 행동엔 개인적인 이유도 담겨 있다.
그래서 난 그 감정을 담아, 한국어로 외쳤다.
[봉쥬흐다, 이 새끼야.]“?”
[오늘 나랑 좀 놀자. 넌 뒤졌어]“???”
영문을 몰라 하는 녀석이 모든 것을 알게 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장담하는데, 15분이면 충분할 거다.
***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아- 지금은 파울이었죠? 오늘 김다온이 그리즈만을 굉장히 거칠게 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훌륭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즈만은 기술적으로는 굉장히 훌륭하지만, 지금처럼 피지컬적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상대에게는 취약한 면도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경고를 받지 않는 선에서의 파울은 저는 괜찮다고 봅니다.”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네. 특히 이 두 선수는 양 팀의 키-플레이어로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빠르게 프리킥을 전개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그리고 코케의 슈팅 시도! 그렇지만 필리프 람이 발을 뻗어 막아 냅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날카로운 공격! 그리즈만이 짧게 보낸 프리킥이 코케의 슈팅으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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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08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0 : 0 바이에른 뮌헨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쯤이 되면, 쏟아지는 주목이 정말 장난이 아니게 된다. 당장 취재를 오는 기자들의 숫자도 늘고, 덩달아 별것 아닌 것도 화제가 된다.
그래서 보통 이 시기가 되면, 클럽은 선수단에게 행동에 있어 각별한 주의를 하라는 내용을 전달한다.
훈련장과 집을 제외한 다른 곳으로의 외출을 자제시키는가 하면, 요주의 인물에겐 아예 스태프를 밀착시켜 일정을 하나하나 보고받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 사고는 매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어난다.
괜히 돌발(突發)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제어할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다.
마치, 어제처럼 말이다.
‘실례.’
“??”
나는 몸을 들이밀어, 스스로 축구공과 그리즈만의 사이의 벽이 됐다. 그러자 이 프랑스의 어릿광대 녀석이 10대 소녀와도 같은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일단 나는 축구공을 앞으로 보냈고, 그 후 뒤를 돌아보며 넘어져 있던 그리즈만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Un bebe qui pleure(애새끼가 울고 있네).”
“!? Quel(뭐)?”
“Chatte Bebe(Pussy Baby). 뚝 그치렴.”
“!!!!”
검지를 입으로 가져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기 무섭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그리즈만이 내게 달려들어 가슴팍을 밀쳐 냈다.
삐빅-! 삑-!
황급하게 휘슬을 분 주심이 우리 사이에 끼어들어 막아서고, 반대편에 있는 그리즈만이 빨갛게 변한 얼굴로 연신 소리를 쳐댔다.
평소 리베리에게서 자주 듣던 단어가 많이 섞인 걸로 봐선, 태반이 욕인 듯했다.
[이 후레자식-!! 그 입 다물어-! 아니면 죽여 버릴 테니까!]“들으셨죠? 쟤가 욕해요. 그것도 프랑스어로.”
“그만-! 자네도 그냥 물러서게!”
“넵. 분부대로 받아들이죠.”
내가 뒷걸음질 쳐 물러서는 것을 확인한 마크 클라텐버그(Mark Clattenburg)가 그리즈만에게로 완전히 돌아서서 진정하라는 듯 양손을 움직인다.
하지만 그리즈만은 쉽게 진정하지 못하는 듯했고, 내가 있는 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뭔가를 열심히 어필했다.
틀림없이, 억울함을 토로하는 중일 거다.
“Amigo. 어때? 계획대로 되고 있어?”
“네가 볼 땐 어떤 것 같은데?”
“큭큭큭. 쟤도 힘들겠는데?”
“아니야. 아직 한참 멀었어.”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어제, 벌어졌던 일은 대강 이렇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사전 인터뷰를 위해, 디에고 시메오네와 함께 앙투안 그리즈만을 공식 기자회견 장소에 내보냈다.
감독과 스타 플레이어란 전형적인 조합. 두 사람의 인터뷰는 무척 깔끔했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서는 어떤 품격마저도 느껴졌다는 평을 얻었다.
그리고 정확히 여기까지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부분이다. 인터뷰장 바깥 내용은 보통 공개되지 않으니 말이다.
이번 것은 감춰져야 하는 일이었다.
공식 인터뷰가 있기 전, 기자회견 장소로 향하던 그리즈만과 어떤 동양인 여성과 어깨가 부딪히는 일이 있었다.
한데 갑자기 그리즈만이 소리를 빽 지르면서, 어떻게 당신 같은 사람이 이곳에 있는 거냐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냄새가 난다는 듯 코를 막고 손을 휘젓는 짓까지 했다.
통화 중이던 디에고 시메오네가 놀라며 황급히 그리즈만을 제지했지만, 물은 이미 엎어진 뒤였다. 때마침 근처에 있던 한국인 기자가 이를 전부 목격한 것이다.
그리고 말한 것처럼 ‘품격’ 넘쳤던 인터뷰가 끝난 뒤에, 디에고 시메오네가 한국인 기자를 따로 불러냈다.
자리엔 그리즈만이 동석한 상태였고, 녀석은 한국인 기자에게 자신은 인종 차별자가 아니며 허락받지 않은 외부인이 침입한 걸로 오해한 거란 식으로 해명을 했다.
어째서 그런 행동을 했느냐는 질문엔, 정말로 냄새가 나서 그랬던 것뿐이라는 초등학생도 믿지 않을 변명으로 일관했다.
당황한 와중에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며 상황을 수습하려던 시메오네와는 달리, 그리즈만은 부정하기에 바빴다.
어찌나 전형적이던지.
어젯밤 호텔 로비에서 해당 기자가 알려줄 것이 있다며 다가와 이 이야기를 했을 땐, 어이가 없어서 웃음조차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기사로 쓰실 거예요?”] [“아뇨.”] [“왜죠? 좋은 기삿감인데.”] [“입막음당해 버렸으니까요.”] [“누가요?”] [“그 여자.”] [“…….”]아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발 빠르게 해당 여성을 매수했던 것 같다.
피해자가 부인하고 딱히 다른 증인도 없는 상황에서, 인종차별에 관한 기사를 쓰기도 어려운 법이다. 그것도 한국인 기자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일어난 일을 말이다.
사실 나 역시도 반신반의하고 있었지만, 오늘 경기전 시메오네가 불쑥 사과를 해 왔을 때 확신할 수 있었다.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이다.
디에고 시메오네는 아마도, 어제의 일이 내 귀에 들어올 줄 알았던 것 같다.
하지만 사과는 사과고.
퍽-!
“윽!”
또 이건 이거다.
하프라인 앞쪽, 나는 사울 니게스로부터 패스를 받아 든 그리즈만을 밀쳐 다시 넘어뜨렸다.
거친 동작이긴 했지만, 파울과 스탠딩 태클의 경계를 잘 탔던 덕분에 파울이 선언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파울은 저 앞쪽, 흐르는 볼을 경쟁하는 곳에서 발생했다.
레비와 스테판 사비치(Stefan Savic)가 공중에서 엉켰다가 동시에 추락했고, 불안정한 자세로 떨어진 두 사람은 피치에서 뒹굴며 괴로워했다.
양 팀 벤치에서 동시에 의료진이 출발했고, 난 그러는 사이 그리즈만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아파? 아팠으면 좋겠네.”
“…….”
“오- 이제 날 무시하려고?”
아무래도 그리즈만은 날 무시하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하지만 녀석은 지금과 같은 과정이 내가 바라던 일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래서 난 녀석이 들으라는 듯 크게. 그리고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마치 혼잣말처럼 이야기를 시작했다.
“왜 너 같은 쓰레기를 표현하는 독일어나 프랑스어가 없는지 모르겠어. 그래도 영어에는 너랑 딱 맞는 표현이 있던데 말이야. 혹시 White Trash라고 알아? 아니면, 이건 알려나? KKK? 아니면, Racist라 불러줄까?”
지금까지 내가 어떠한 말과 행동을 해도 짜증이나 무표정으로만 일관하던 그리즈만의 얼굴에, 처음으로 다른 표정이라 부를 만한 것이 깃든다.
녀석은 이제, 왜 이렇게 흘러가는지 깨달은 것 같다.
그래서 난 씨익 웃으며 언어의 종류를 바꿨다.
이번엔, 그리즈만도 알아들을 수 있는 스페인어다.
[만약 네가 그 똑같은 짓거리를 흑인에게 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틀림없이 너는 벌을 받았을 거야.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지. 어째서? 넌 그래서 우리 동양인이 우습게 보이는 거야, 그렇지? 왜냐하면 우리를 욕해도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말해 줄까? 그건 사실이 아니야. 내가 그렇지 않게 만들 거거든.] [그건…… 고의가 아니었어.]고개를 젓는 그리즈만을 보다, 바닥에 침을 뱉는다.
어쩐지 입맛에 역해졌기 때문이다.
[퉷-!! 고의가 아니라고? 그러면 넌 나중엔 사람을 칼로 찌르고도 고의가 아니었다고 하겠네? 그렇지? 그리고 그때도 고의가 아니었으니 죄가 아니라고 주장할 테고 말이야.] […….] [장담할게. 넌 나와 상대하는 내내 고통스러울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축구가 얼마나 괴로운 건지 알려 주겠어.] […….]나중에 다시 보자는 말을 남긴 후, 눈에 띄게 행동이 굼떠진 그리즈만을 남겨 둔 채 수비 위치로 돌아간다.
멀리에서 본 녀석은 벌써 조금 지쳐 보인다.
이어 진행된 프리킥 상황에서 패스를 받은 그리즈만이 몸을 돌리며 뒤로 공을 보내 버렸고, 그런 뒤에는 얼굴을 긁적거리면서 내게서 멀어지는 방법을 선택했다.
저것 역시, 정확히 내가 기대하고 있던 부분이다.
이로써 그리즈만의 선택지엔 제한이 걸렸다.
‘그럴 줄 알았지. 넌 그런 녀석이니까.’
앙투안 그리즈만은 회피하는 사람이다. 뭔가 일이 터졌을 때, 되지도 않는 별명으로 일관하며 자기 자신을 완벽한 사람처럼 보이게끔 포장하는 데 힘을 쓴다.
가장 싫은 유형이랄까?
그리고 또 한 명, 나만큼이나 그리즈만과 같은 성격을 싫어하는 남자가 있다.
[“장담하는데, 앙투안? 걔는 진짜 병신새끼야.”] [“그렇게 심해?”] [“최악. 펩이 차라리 나을 정도라니까?”]만주키치는 가끔 나와 통화할 때면, 클럽의 상황이나 주변 동료들에 관한 불평을 해 오곤 했다. 이런 그가 마드리드에 있을 땐, 그리즈만이 주요 대상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리즈만은 예의 바르고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뒤에서 가장 구리게 구는 남자였다.
만약 누군가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보게 되면, 그것을 만류하는 대신 힘 있는 자들의 편에 서서 뒤에서 그걸 지켜보며 즐거워하거나 동조하는 부류 말이다.
난 그걸 겁쟁이 혹은 비겁자라고 부른다.
사실, 나는 만주키치와의 통화가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그와의 통화 중 95%가 타인에 대한 불평불만을 듣는 시간이라서다.
하지만 이번 경우엔 결과적으로 내겐 도움이 되었고, 그 덕분에 훨씬 쉽게 임무에 몰입할 수 있었다.
어제의 일이 아니었다고 해도, 애초부터 나는 그리즈만을 거칠게 다룰 생각이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선수 중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자원인 그를, 펩은 내가 강하게 다뤄 주기를 원했다.
그래서 나는 경기가 끝났을 때 그리즈만에게 개자식으로 여겨질 각오를 하고 오늘을 준비해 왔다. 녀석이 날 끔찍한 사람이라 생각하게 되어도 괜찮았다.
그런데 어제의 일과 지난날 만주키치와의 통화가, 생각 밖으로 이 일을 훨씬 더 쉽게 만들어 줬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을 각오를 한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냥 내가 그리즈만을 미워하면 되기에 크게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고민 없이 몰아붙인 결과, 그리즈만은 내가 없는 반대편 사이드를 위주로 움직이게 됐다.
정확히 11분.
앞서 생각해 두었던 15분에서 4분이나 더 빨리, 난 그리즈만을 멀리 떨어트려 놓는 데 성공했다.
때마침, 시간도 탐색전이 딱 끝난 다음이다.
지금까지는 전술보다 컨디션 점검과 기선제압이 중요한 요소였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감독의 철학과 준비해 온 것들이 피치에 영향을 미칠 시간이 됐다.
감정은 조금 덜어 내고.
‘후우- 시작해 보자.’
대신, 이성을 조금 더 담는다.
모든 사전작업을 끝마친 나는 조금 활개를 쳐 볼 요량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작가의 말 ? 담당자님께서 완곡하게 표현해주셨는데, 저는 굳이 그러지 않겠습니다. 최근 이적 관련 내용이 다뤄지면서, 개인 쪽지를 통한 악플(문피아)과 악플 + 별점 테러를 동시에 겪어 휴식이 필요했습니다.
나름 오래 웹소설을 써서 단련되었다고 여겼는데, 어떠한 말들은 여전히 힘듭니다. 악플은 제가 직접 댓글 신고해서 삭제했고, 문피아 쪽지 또한 삭제했습니다. 늘 그렇듯, 이 과정 뒤에 남는 건 상처뿐입니다.
제가 대체 뭘 그리 잘못했나 싶네요.
더 단련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