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94)
593화 Meter aguja y saca reja (5)
.후반 07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0 : 0 바이에른 뮌헨
전반전이 거의 끝나갈 때, 페르난도 토레스는 어딘가가 불편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2년 전 디에고 코스타가 부상으로 빠져나가던 순간을 연상토록 했다.
하프타임이 후 디에고 시메오네가 앙헬 코레아(Angel Corea)를 투입했을 땐, 토레스의 부상이 우리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거라고 믿었다.
한데, 내 생각이 틀렸다.
이 교체는 적절했다.
물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에-이!!”
앙투안 그리즈만이 라인을 무너뜨린 순간, 알라바는 추격을 하는 대신 손을 들어 올리는 것을 택했다.
‘이런 바보 같은 녀석아.’
난 그런 그를 지나쳐 그리즈만이 드리블해 나가는 방향으로 달려갔고, 살짝 발이 꼬인 틈을 타 접근에 성공한 후 오른쪽 뒤에서부터 깊은 태클에 들어갔다.
목표는 그리즈만이나 축구공이 아닌, 바로 앞에 놓인 빈 공간이다.
파앙-!
팡!!
“?!!”
왼발을 길게 뻗어 그리즈만의 슈팅을 가까스로 막아 낸 나는, 햄스트링 쪽 근육이 살짝 올라오는 것을 느껴 그대로 피치에 드러누웠다.
화난 노이어가 알라바에게 달려가며 소리를 지르는 사이, 하비가 다가와 얼른 내 왼발을 들어 올린다.
“괜찮아?”
“그랬으면 하네. 살짝 올라왔어.”
“이봐아-!!”
왼쪽 다리를 90도로 들어 올려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는 동안, 하비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 나온 폴커 브라운 박사님이 내 상태를 점검한다.
다행히도 살짝 쥐가 난 정도였고, 다리를 의료진에게 맡긴 후 물병 하나를 건네받은 나는 알라바를 찾았다.
녀석은 지금 근처에 서서, 머쓱한 듯 얼굴을 긁적거리고 있었다.
“정말 이러기야?”
“오랜 습관이야. 어쩔 수 없었다고.”
“그거 나쁜 습관이라고 했잖아.”
“내 실수야. 미안.”
대강 이쯤에서 잔소리를 관두기로 한 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켜 피치 밖으로 벗어났다. 의료진의 치료를 받았으니, 잠깐 경기에서 빠져야 했기 때문이다.
비센테 칼데론의 원정석을 채운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이, 밖으로 걸어가는 내게 박수를 보내온다.
“좋지 않아요.”
“그래 보이는군.”
“네. 펩에게 전해 주세요. 우리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그러지.”
앙헬 코레아가 투입되면서, 앙투안 그리즈만이 최전방으로 올라서게 되었다. 기존 조합이 1 스트라이커-1 세컨드스트라이커였다면, 지금은 2 세컨드스트라이커가 된 셈이다.
다만 역할의 차이는 존재했는데 그리즈만이 포쳐(Poacher), 앙헬 코레아는 본래 그리즈만의 역할을 이어받았다.
코너킥 상황.
“에?이!!”
코케가 킥을 띄워 올렸을 때,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파울이 발생했다. 양 팀의 선수들 모두 상대의 파울을 주장했고, 클라텐버그 주심은 다행히 우리의 손을 들어줬다.
잠깐이지만 내가 없었던 상황은 그렇게 종료되었고, 다시 피치로 들어서기 무섭게 볼은 내 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상대가 달라붙었다.
‘이런!’
강한 전방 압박을 보여 주는 코레아.
알라바가 보낸 패스의 타이밍이 다소 아쉬웠다 보니,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볼을 지켜 내며 코레아를 막아 내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쿵-!
‘익!’
본래 앙헬 코레아는 2012년에 SL 벤피카로 이적할 예정이었지만, 마지막 순간 에두와 제수스 감독님이 스카우팅 그룹의 추천을 거절하며 영입이 무산됐다.
단장과 감독이 동시에 거절하는 선수를 영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기에, 스카우팅 그룹도 순순히 포기를 했었다.
당시 포르투갈 미디어는 앙헬 코레아의 영입이 무산된 이유를 에두에게 물었고, 그는 [“코레아가 볼란치였다면 두말하지 않고 데려왔겠지만, 해당 포지션에는 이미 많은 선수가 있다.”]고 대답했다.
완곡하게 돌려서 표현한 것이긴 하지만, 에두와 제수스 감독님의 공통적인 평은 이랬다.
앙헬 코레아.
멍청함.
힘이나 속도와 같은 피지컬적인 역량과 아르헨티나 출신답게 기술 역시 갖추었으나, 꽤 자주 전술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 준다고 했다.
그리고 이는 우리의 분석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고, 코레아가 투입되면 경기가 쉬워질 걸로 예측을 했었다.
한데.
‘어라?’
앙헬 코레아를 이런 식으로 쓴다는 건, 완전히 예상 밖의 일이었다. 시메오네는 이 남자에게 쿠르소레(Cursore)의 역할을 맡겼다.
이는 ‘일꾼’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젠나로 카투소의 플레이를 생각하면 가장 이해가 쉽다.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압박과 함께, 굳이 생각이라는 게 많이 필요하지 않은 역할이다.
물론 이런 역할을 하는 선수가 영리하기까지 한다면 최고겠지만, 쿠르소레는 꼭 그렇지 않더라도 된다. 왜냐하면 포지션상 체너(Zehner/AM)기 때문이다.
전방에 가까운 포지션인 만큼 압박에 실패한다거나, 위치를 잘못 잡더라도 위험부담이 적다.
오히려 무지성(無知性)으로 달려들 줄 아는 적극성과 지치지 않는 체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 다만 공격력이 약해진다는 단점이 있을 수 있는데, 그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겐 그리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제길.’
“빼앗았어-!!”
“앞으로 보내!!”
사이드라인을 등진 상태인 데다가 피치의 상황도 파악을 할 수 없었기에, 난 수비진영에서 볼을 빼앗기는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핑계를 대자면 알라바가 조금 더 내게 여유를 주어야 했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볼을 빼앗긴 즉시 나는 재압박을 했고, 다행히도 앙헬 코레아는 다음 선택을 하는 데에 있어 생각할 시간이 조금 필요했었던 것 같다.
코레아가 드리블의 속도를 늦춘 순간, 난 얼른 앞으로 끼어들어 볼을 되찾아왔다.
‘휴우~ 살았다.’
축구공을 노이어에게 보낸 후 난 다시 알라바를 매섭게 노려봤지만, 녀석은 의도적으로 이쪽을 외면하며 나와 눈을 마주치려고 들지 않았다.
두 번 연속 실책성 플레이를 했으니,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뛰어 줬으면 한다.
‘그나저나. 좋지 않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전술이 안정적으로 작동되기 시작하면서, 두 줄의 플랫은 더욱 공고해졌고 전반전 내게 주어졌던 공간 역시도 사라졌다.
그래도 계속 볼을 점유하며 페널티박스 안팎으로 볼을 보내고 슈팅도 시도하고 있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기엔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두 번째 경기가 우리의 홈인 만큼 0:0으로 경기가 끝나도 아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골은 넣고 싶다.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간, 그것이 무너졌을 때 더욱 걷잡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현재까진, ‘점유율’에 담긴 의미를 빼앗아 간 시메오네의 전술이 펩보다는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
.후반 41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0 : 0 바이에른 뮌헨
챔피언스리그가 현재의 포맷을 갖춘 이후, 준결승 1차전 두 경기가 모두 0:0으로 끝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현재, 이번 2015/16 챔피언스리그에서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 나올 확률은 꽤 높아 보인다.
파앙-!!
{“우오-!”}
그러나 지루함이 경기장을 지배했던 맨체스터 시티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와는 달리, 비센테 칼데론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앙헬 코레아의 투입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디에고 시메오네.
그리고 정확히 15분 뒤 펩 과르디올라가 사비 알론소 대신 프랑크 리베리를 투입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후 바이에른 뮌헨의 전형은 3-3-3-1로 바뀌었고, 최후방을 세 명의 풀백(김다온-데이비드 알라바-필리프 람)에게 맡기는 전술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공격에 전념하겠다는 펩 과르디올라의 의지임과 동시에, 양 팀 감독의 철학이 가장 분명하게 피치에 나타난 순간이기도 했다.
점유율과 공격의 펩 과르디올라.
역습과 수비의 디에고 시메오네.
바이에른 뮌헨이 일방적으로 두들기다가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날카로운 역습이 골문을 위협하는 상황은 이후 25분 동안 이어졌고, 어느덧 경기는 끝을 가까이 뒀다.
.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비록 득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양 팀 감독의 전술이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죠? 무척 수준 높은 경기입니다. 최근엔 특정 선수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사례가 많았습니다만, 모처럼 감독의 전술이 경기를 지배하고 있네요.”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그리즈만과 엉켜 넘어지는 김다온. 두 선수가 동시에 파울을 어필합니다만, 클라텐버그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시킵니다.”
***
그리즈만이 나를 신경 쓰지 않기 시작한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거라고 본다.
체력적으로 고갈이 와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게 되었다는 점과 그 스스로 경기에 몰입하여 날 피할 이유를 잠깐 잊어버리게 된 것 말이다.
그리고 그 진짜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나 역시 딱히 신경을 쓸 상황이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하아- 하아-”
펩이 전형을 3-3-3-1로 바꾸었을 때, 난 그것을 사실상 3-7이라 생각을 하기로 했다.
실제로도 펩은 우리 셋을 늘 하프라인 아래에 놓아두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모든 역습을 감당하도록 만들었다. 수적으로 한 명이 많은 건 사실이었으나, 꽤 어려운 과제였다.
하지만 난 그걸 즐겼다고 생각한다.
어려울수록, 성취하는 맛이 있다.
나는 계속해서 달리고 또 몸을 부딪쳤고, 수비진영에서만 정말 많은 거리를 뛰어다녔다.
지금처럼 거친 숨이 나오는 이유다.
“쓰으으으읍- 푸우우우-!”
마지막으로 크게 호흡을 고른 후, 난 힘겹게 일어서는 그리즈만을 살짝 내려보다가 먼저 발을 움직였다. 무릎을 짚고 일어서는 녀석의 다리가 후들거리는 게 보인다.
그리고 그건 사실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괜히 지고 싶지 않다 피치를 강하게 구르며 떨림을 멈추려고 했다.
종아리는 아까부터 욱신욱신했고, 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앙헬 코레아와 엉켜 넘어지며 잔디에 쓸린 광대는 불에 타기라도 하는 것처럼 뜨끈했다.
하지만 동시에 뭔가 보람이 느껴지기도 했다.
에너지를 몽땅 쏟아 내는 느낌이랄까?
근래엔 좀처럼 느껴 보지 못한 거다.
“헤이, 헤이!! Halt(멈춰)! Bleibe(대기해)!”
슬금슬금 전진하려는 알라바를 멈추게 만든 후, 난 고개를 돌려 그리즈만과 코레아의 위치를 머리에 담아 뒀다.
현재 우리의 앞엔 정말 광대한 평야가 펼쳐져 있었는데, 저 넓은 공간을 보고도 인내를 한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알라바가 전진하려고 했던 거다.
우리 축구선수들에겐 일종의 강박 같은 게 있어서, 넓은 공간을 보면 거기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어리고 축구를 모를 때일수록 이런 충동은 더욱 거세고, 성장을 하며 이를 얼마나 잘 억제하느냐는 꽤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올바른 습관은 늘 중요한 법이니까.
‘제발, 친구들. 제발 좀 어떻게 해 봐.’
실은, 나 역시도 꽤 답답했다.
공격 가담이 완벽히 제한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렇게 멀찌감치 서서 응원을 보내는 것뿐이니 말이다. 그나마 이따금 롱패스를 보내어 보기는 한다.
그리고 세트피스를 찰 기회라도 온다면 참 좋을 건데, 저 녀석들은 어떻게 된 인간들인지 직접 슈팅으로 연결할 위치에서 파울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말했잖아, 기계래도.’
경기를 뛰면 뛸수록, 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점유율’을 인간의 감정에 비유한다면, 펩은 그 감정을 계속 추가하려 하고 시메오네는 그것을 계속해서 빼려 한다고 말이다.
문과와 이과.
감성과 지성.
예술과 과학.
대강 그런 느낌이다.
그러니 오늘 경기가 0:0으로 끝나 버린다면, 난 양극단에 있는 모든 감정이 완벽한 균형을 이뤘다 말하고 싶다.
물론 이곳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홈그라운드라는 것을 고려하면, 아직은 펩에게 조금 더 무게가 실렸다고 볼 수도 있는 것 같았다.
오늘만큼 내가, 완벽한 부품처럼 느껴진 적도 없다.
‘딱히 좋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다.
가끔은 이런 것도 좋다.
‘자주만 아니라면 뭐. 이런, 온다.’
볼이 상대에게 넘어간 순간, 자연스레 몸이 반응을 한다.
왼쪽 진영 깊숙한 곳에서 고립된 리베리가 후안프란에게 볼을 빼앗겼고, 여전히 일사불란하고 체계적으로 전개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역습은 이젠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만큼.
‘저기.’
예측이 가능하다는 단점도 있다.
또, 많은 체력이 필요하단 점도.
우리가 그런 것처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선수들도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점유율을 넘겨주고 수비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체력적 고갈이 훨씬 더 심해진다.
다르게 생각하면, 공격 때는 축구공이 우리가 움직이는 수고를 덜어 준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수비 땐, 그 거리까지 다 뛰어야 한다.
의외라 생각을 하겠지만, 실은 카테나치오(Catenaccio)도 어떠한 전술보다도 많은 체력을 요구한다. 역대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뛴 미드필드의 성향만 봐도 알 수 있다.
조반니 트라파토니(Giovanni Trapattoni), 최고의 왼발 스페셜리스트 중 하나였던 마리오 코르소(Mario Corso), 로베르토 도나도니(Roberto Donadoni) 등등.
점유율을 포기하면서 생길 수밖에 없는 부차적인 움직임을 체력적으로 채워 줄 선수가 없다면, 축구의 모든 수비 전술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클롭의 도르트문트에 어떠한 선수들이 뛰었는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이 있다.
전술은 절대 지치지 않지만, 제아무리 체력이 뛰어난 선수라 할지라도 지친다는 것.
특히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이 펼쳐지고 있는 4월쯤이 되면, 몸에 누적된 피로와 마일리지는 선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신체 기능을 떨어트린다.
후안프란에서 아우구스토 페르난데스에게로. 그리고 오른쪽 미드필드인 사울 니게스에게 패스가 연결되었을 때, 난 그 즉시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지금 페르난데스가 패스를 보낸 곳은 조금 전 말한 우리 앞쪽의 넓은 평야 지역이었는데, 분명 처음 볼과는 니게스가 더 가까웠지만 정작 먼저 도달한 쪽은 나였다.
하지만 니게스는 이를 예상하지 못한 듯했고, 깜짝 놀란 그는 자신의 앞을 스쳐 지나가는 나를 붙잡았다.
오른쪽 옆구리에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고, 강한 저항을 느낀 나는 그것을 거스르려 하지 않고 몸을 비틀면서 그대로 피치에 넘어졌다.
마크 클라텐버그를 향한 비명을 내지른 것은 물론이다.
“아악-!!”
삐이-!
.
(정지현)
“아, 지금은…….”
.
피치를 몇 번 뒹굴다 그대로 몸을 퉁겨서 일어난 후, 나는 곧장 늘어난 옆구리 쪽을 손을 잡아 쥐며 클라텐버그 주심에게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들었다.
그리고 곧 내 앞으로 많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스쳐 지나갔는데, 그들은 클라텐버그 주심의 곁에 모여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선 말을 하자면, 전반전 41분.
니게스는 이미 경고를 받았다.
무릎과 발등으로 절묘한 개인기를 펼친 베르나르두의 돌파를 막고자 의도적으로 손을 사용했었는데, 너무 노골적인 핸들링 파울이라 경고를 받았었다.
그리고 지금.
{“–!!”}
“-!!”
마크 클라텐버그의 가슴팍에서 두 번째 옐로카드가 치켜 올라가자, 양 팀의 진영과 관중석의 명암(明暗)이 갈렸다.
그리고 저 앞, 디에고 시메오네가 분주하게 손을 휘둘러 몸을 풀던 선수를 불러들였다. 사울 니게스가 퇴장당했으니, 교체를 하려는 거다.
“나보고는 기다리라며.”
“그거야 네가 무작정 올라가니까, 데이비드. 생각하라고. 지금은 뭐로 봐도 내가 이기는 상황이었어.”
“하-! 그건 어떻게 아는데?”
“척 보면 아는 것 아니야?”
“이런-!”
대기심이 4분의 추가시간을 선언하고, 옆으로 다가간 펩이 시계를 가리키며 뭐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추가시간이 너무 짧다거나 아니면 지금의 소란을 전부 계산에 넣어 달라는 의미일 거라고 본다.
퇴장이 나온 시간은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길게 볼 땐 사울 니게스의 2차전 결장이 확정된 셈이니 무조건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 맞았다.
대기심에게서 떨어진 펩이 내 이름을 불렀고, 고개를 돌렸을 때 그가 박수를 치며 엄지를 치켜세워 왔다.
그것도 두 손으로.
‘……쌍따봉이네.’
그리즈만을 괴롭히는 것으로 시작했던 오늘의 경기. 애초부터 쉽지 않은 상대라는 생각했던 데다가 홈&어웨이를 전부 고려하고 있었던지라, 기분은 딱히 나쁘지 않았다.
아직, 벌을 줄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 말이다.
벗은 유니폼을 구기며 사울 니게즈가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가고, 그 앞쪽 사이드라인엔 두 명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가 교체를 기다리고 있었다.
투입되는 선수는 오른쪽 풀백 헤수스 가메즈(Jesus Gamez)와 센터백 루카스 에르난데스(Lucas Hernandez)다.
그리고 빠져나가는 건.
‘뭐? ……허허.’
다름 아닌 앙투안 그리즈만과 앙헬 코레아다.
이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피치에 6명의 수비수와 3명의 미드필드를 놓아두게 되었다. 전방에는 아무도 없었고, 9명 전체가 페널티박스에 자리를 잡았다.
‘저게 바로 우주수비인가?’
2차전이 남아 있다는 면에서 디에고 시메오네의 판단은 지극히 현명한 것이었지만, 너무 쉽게 공격을 포기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조금은 질린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나쁜 쪽이 아니라, 참 대단하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확실히 시메오네도 보통은 아니었다.
‘휴우- 힘들겠어.’
아무래도 오늘은, 이대로 끝을 맺을 것 같다.
삑-! 삐?익! 삐—익!!
.
.
.경기 결과(Champions League Semi-Final)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0 : 0 바이에른 뮌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