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97)
596화 Meter aguja y saca reja (8)
2016년 5월 1일. 28221 마드리드, 스페인. 마하다혼다.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클럽하우스 건물, 옥상.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역시, 전날 라요 바예카노와의 홈 경기에서 로테이션을 대거 활용했다.
올리버 토레스(Oliver Torres), 루시아노 비에토(Luciano Vietto), 마티아스 크라네비테르(Matias Kranevitter), 토마스 파테이(Thomas Partey)와 같은 젊은 자원을 투입한 것이다.
그리고 후반 10분 올리버 토레스와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밟은 앙투안 그리즈만은, 투입 후 7초 만에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1:0 승리를 도왔다.
사람들은 크게 열광했고, 다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선수들도 기뻐했지만 앙투안 그리즈만은 아니었다.
늘 방정맞은 셀레브레이션을 펼쳐 왔던 남자가, 조용히 동료들을 맞이하기만 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
“그게 아니라니까, 폴! 난 인종차별을 한 적이 없어!”
회복훈련 전 클럽하우스 건물의 옥상에서, 누군가와 한창 열을 올리며 통화를 하고 있었다.
“너도 잘 알잖아. 그건 그냥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해 왔던 농담이야! 실제로 동양인 중엔 냄새가 나는 사람들도 있는걸! ……우리도 난다니! ……뭐? 한국인은 겨드랑이 냄새도 나지 않아? 대체 그게 무슨 개소리야?!”
프로 데뷔 후 쭉 성공 가도만을 밟아 오고 있었던 그리즈만에겐, 지난 1차전은 잊고 싶은 하루였다.
다행히 다른 요소에 초점이 맞춰지며 흠이 많이 가려지긴 했지만, ‘BBC’는 그리즈만의 플레이에 평점 5점을 주며, [팀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촌평을 남겼다.
자신에 관한 모든 기사를 읽는 데다가, 특히 ‘BBC’의 기사는 누구보다 신경을 쓰고 있었던 그리즈만이다.
당연히 이런 말이 기분 좋을 리 없었다.
– 그게 아니라고 계속 말하잖아, 앙투안. 그건 인종차별이 맞아. 그리고 너도 더 성숙해지려면, 앞으로 그런 짓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대체 넌 누구 편인데?!”
– 물론 네 편이지. 하지만 난 그냥 사실을 말하는 거야. 그리고 걔가 화를 더 내기 전에, 먼저 가서 사과라도 하는 것을 추천할게. 나라면 걜 화나게 하기 싫을걸?
“폴-!!”
답답한 듯 발바닥을 구르던 그리즈만이 급기야 숨을 크게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면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들을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이야기는 하나도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고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 문화가 다른 거야. 그리고 다름은 존중받아야지. 난 이번에 그걸 배웠어. 조만간 한국에도 가 볼 생각이야.
“뭐?! 너 미쳤어??”
– 진짜야. 너 내가 아디다스를 신는 거 알지? 아디다스에서 매년 한국에서 이벤트를 하거든. 당분간은 일정이 전부 잡혀 있지만, 아마 3년 뒤에는 가능할 거야.
“……하-!”
– 생각해 봐. 만약 네가 그런 행동을 나나 다른 흑인들에게 했으면 어떻게 됐겠어? 그리고 그게 기자한테 알려진다? 젠장. 그건 네 커리어를 망칠 거야. 앙투안. 친구로서 하는 말인데, 행동을 조금 조심…….
“아, 닥쳐!! 끊어!!”
-딸깍-
일방적으로 통화를 종료한 후, 분을 삭이지 못한 그리즈만이 빨개진 얼굴로 주변을 배회했다.
그래도 결국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우뚝 멈춰서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리를 질러 댔다.
“우와아아악-!! 이런 제기라아아알-!!!”
조금 전까지 통화를 나누었던 이는, 2014년 대표팀에서 만나 친구가 된 폴 포그바였다.
“A PUTAIN!!!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치라고오옷-!!!”
쿵-
결코 남들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모습이 타인에게 공개되었다는 것부터 시작해, 이번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은 그리즈만에겐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 매치업이었다.
경기에서 증명이라도 했다면 그나마 나았을 테지만, 그것마저도 이루지 못한 그에겐 남은 건 복수심뿐이다.
“후우~~”
소리를 내지르는 것으로 끓어오르는 감정을 조금이나마 해소한 후, 아니라는 듯 연신 고개를 가로저은 그리즈만이 표정을 가다듬고 옥상을 떠난다.
‘그래. 그것뿐이야.’
자신의 이 불쾌한 감정을 떨쳐 버릴 방법은 모레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뿐이라고 결론을 내린 그리즈만.
그는 굳은 결심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겼다.
누가 더 우월한 인자(因子)를 가지고 태어난 인종인지, 이번 기회에 톡톡히 알려 주고자 한 것이다.
‘미개한 동양인 주제에…….’
그리즈만은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
【3시간 뒤】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옥상.
회복훈련이 끝난 후, 아영이의 마중 시간이 조금 남았던 나는 클럽하우스에 남기로 했다. 스태프들과 잡담을 나누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땅한 사람을 찾기도 전에, 요나스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 뭐?! 그게 진짜야?!
“직접 본 건 아니긴 해요.”
– 이런, 젠장! 또 누가 아는데?
“그걸 본 기자, 저, 그리즈만, 그리고 시메오네.”
– 시메오네? 디에고?
“네.”
사실 나는 전부터, 마드리드에서 있었던 일을 요나스에게 이야기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직접 겪은 일이 아니라, 보고하는 게 조금 애매했다.
그런데 어째 대화를 한창 나누다 보니,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부 털어놓고야 말았다.
당연히 요나스는 길길이 날뛰었고, 어째서 기자가 기사화를 하지 않았는지를 물었다.
“한국인 기자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일하는 동양인 직원이 그리즈만에게 차별을 당했다는 기사를 쓴다? 과연 그걸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 …….
“그런 문제는 당사자가 나서지 않는 이상은 처벌을 주는 것조차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렇다고 섣불리 기사를 썼다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오히려 사실무근이라며 언론사를 물고 늘어질 수도 있어요.”
이런 문제는 늘 피해자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냥, 승리하면 해결되는 문제예요.”
– 그렇긴 해.
“네. 그 여성분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는 그냥 털어 버리고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겠죠.”
– …….
침묵하는 요나스.
그는 이게 비꼬는 것이라는 걸 안다.
동양인 인종차별 문제가 참으로 어려운 건, 서양 문화권에 성공한 동양인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를 차지한다. 흑인의 경우만 봐도, 이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하여 명성을 얻은 이들이 목소리를 내어야만,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이 아쉽다.
그러니까, 선배들.
차범근 위원님만 해도 현역 시절 에버딘의 선수가 침을 뱉고 모욕적인 발언을 했지만, 그것을 문제 삼기보다는 시합으로 갚아 주면 그만이란 생각을 하셨었다.
이것은 이후 유럽 무대에 진출한 선배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고, 지금도 형들은 내게 이런 말을 한다.
[“그거 대응하면 너도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거야.”] [“그냥 축구 잘하면 돼.”]하지만 나는 이게 말도 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런 태도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응원가에 번듯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가사가 들어갔음에도 침묵한 지성이 형 덕분에, 많은 이들이 한국인은 모두 개를 먹는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나나 유럽에서 뛰는 다른 형들의 소셜네트워크엔, [개고기나 처먹어라!]는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다.
축구선수이니 축구로 갚아 주면 된다는 이야기는 가장 멍청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후에, 축구선수이니 축구로 보답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피치 밖에서는 늘 뭔가 나쁜 일들이 벌어지고, 만약 우리가 거기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래야 한다고 본다.
나를 위해?
아니.
절대 아니다.
간단하게는 뮌헨에 거주하는 동양인과 크게는 모든 서구권에서 생활하는 모든 동양인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말해 줄 필요가 있다.
물론 난 정치인이나 사회운동가는 아니기에, 여기에 너무 몰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도 않을 거다.
“전 따돌림당하는 아이였어요.”
– ……그래.
“가난하다는 이유였죠. 가난이 해결되면 그런 일은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 가난을 해결해 준 곳에서는 피부색을 문제 삼고 있네요. 이렇게 따지자면, 과연 무엇이 정상일까요? 그러니,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가요.”
잠깐 주제가 다른 곳으로 새기는 했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온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제안이 올 것 같다고요?”
– 응.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단 분위기는 그래. 저쪽에서 네 주급을 문의해 왔거든.
“그거 잘됐네요.”
요나스가 전화를 걸어온 건, 내 주급과 기타 조항을 문의하는 메일 한 통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이는 보통, 이적의 시발점이다.
선수의 영입을 원하는 클럽은 이적료를 맞추는 것 외에도, 현재 선수의 조건 등을 파악하여 연봉과 각종 부대 조항에 관한 기준점을 만들어 둔다.
한데 문제는 바로, 올여름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클럽에 인종차별주의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요나스가 걱정하고 있는 이유다.
– 아무래도 그럼, 같은 팀에서 뛰는 건 껄끄럽지 않아?
“그럴 수도 있죠.”
– 그런데도 괜찮다는 거야?
“네. 어차피 오래가지 않을 거니까요. 무엇보다.”
– ?
“제가 거기에 가서 얌전히 당하고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나의 대답이 있고 1, 2초 뒤.
요나스가 뒤늦은 웃음을 터뜨린다.
“말했잖아요, 요나스. 저는 따돌림이라면 지긋지긋하게 당해 본 사람이에요. 그러니, 나를 싫어할 수도 있는 녀석들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저쪽에서 날 걱정해야 하겠죠. 얼굴에다 주먹을 처박아 줄 거니까.”
모든 것을 걸고 말하는데, 이건 빈말이 아니다.
난 정말 그러려고 한다.
– 괜한 걱정이라는 거지?
“넵. 저를 아끼는 건 알지만, 저도 이젠 다 컸어요. 당신이 기억하는 16살 꼬마는 6년 전의 이야기라고요.”
– 큭큭큭큭. 그래. 어련하겠어.
이 부분을 넘어가기로 한 요나스가, 그럼 해당 클럽에 현재 내 계약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단다.
– 네, 보너스. 그걸 알아야겠어.
“그거 좋네요. 저도 궁금하던 참이거든요.”
– 하하. 그럼 또 연락할게.
“네. 또 봐요.”
-딸깍-
마지막 요나스가 말한 보너스는, 뮌헨과의 계약 조건으로 비밀조항으로 체결한 ‘아디다스’의 인센티브다. 일단 현재는 그것을 매년 8월 1일에 받고는 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일시적으로 뮌헨을 떠나는 모양새가 되면, 이 부분이 자칫 걸림돌이 될 수도 있었다.
일단 요나스는 돈을 챙기는 쪽으로 가고는 있지만, 난 이에 대해서도 미리 언질을 줘 뒀다.
돈을 포기할 것.
만약 바이에른 뮌헨이 해당 계약 내용을 문제시 삼는다면, 계약서를 갱신해서라도 돈을 포기하려고 한다.
‘나도 참…….’
어지간히 이곳을 떠나고 싶은가 보다.
분명, 여길 좋아하는데도.
탁-
난간에 양팔을 얹어 두고, 철조망 밖으로 보이는 클럽하우스의 전경을 바라본다. 이곳에서 특별히 나쁜 기억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여기에선 즐거운 기억투성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알고 있었다.
‘이건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야.’
어디에서든 할 수 있는 일과 이곳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말이다.
선선한 봄바람을 맞으며, 난 그렇게 한참 동안 클럽하우스 전체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부르르르-
부르르르-
‘왔다-!’
아영이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난 휴대폰을 귀로 가져가며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마쳤어? 지금 출발할게. 한 20분쯤 걸릴 거야.]탕-
철문이 닫히는 소리를 뒤로한 채, 난 계단을 내려가 엘리베이터의 앞으로 향했다.
***
2016년 5월 2일. 81479 뮌헨, 독일. 카루소베크 1C.
사전 준비를 모두 끝내고, 난 집으로 돌아와 편히 쉬며 맨체스터 시티와 레알 마드리드의 또 다른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경기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경기는 무척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전반전 9분 뱅상 콩파니가 부상을 입어 망갈라로 교체된 순간부터, 레알 마드리드의 폭격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저럼 안 돼. 뚫렸어.’
뻔히 보이는 빌드업에 정신없이 휘둘리는 맨체스터 시티를 보고 있으니, 절로 답답해져 인상을 자주 찌푸리게 됐다.
반면 능수능란하게 맨시티의 수비를 교란 중인 레알 마드리드는 아직 득점만 없을 뿐, 사실상의 승기를 잡았다.
‘옆으로 가잖아. 왜 소리를 지르지 않는 거야.’
뻔한 방향 전환과 뻔한 전개.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맨체스터 시티는 전혀 콜(Call)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도 보면, 가엘 클리쉬가 가레스 베일을 마크하느라 볼 수 없는 것들을 주변에서 지적해 줘야 했다. 하지만 그런 건 느껴지지 않았고, 결국 카르바할이 손쉽게 크로스를 올린다.
‘오-! 아까웠어.’
페널티박스 안에서 가장 높이 뛰어오른 호날두가 헤더를 가져갔지만, 그의 슈팅은 아깝게 크로스바를 벗어났다.
하지만 저건, 100% 수비의 실수다.
운이 좋아 실점하지 않은 거다.
‘엉망이네, 진짜.’
맨체스터 시티에서 뱅상 콩파니가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지는 익히 들어서 잘 아는 사실이었다. 그리그 그 외엔, 라인을 지휘할 선수가 없다는 것도 말이다.
니콜라스 오타멘디는 애초부터 지휘라는 게 불가능한 수비수며, 교체로 투입된 엘리아킴 망갈라는 말 그대로 벽이었다.
단단하고 듬직한 느낌이 들겠지만, 벽이 생각하는 것을 본 적이 있나?
듣기론 맨시티가 2014년 여름 망갈라를 영입하기 위해 4,200만 유로를 FC 포르투에 줬다던데, 차라리 가라이를 데려왔다면 돈도 아끼고 수비 불안도 덜었을 거다.
둘 다 뱅상 콩파니의 파트너로 두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건가도 싶다.
‘아, EPL은 매니저랬지.’
포르투갈과 독일 또 스페인이 축구 감독을 ‘Coach’로 칭하는 것과는 달리, 잉글랜드는 클럽 감독을 ‘Manager’라는 호칭으로 부른다.
이것에서 드러나듯 EPL은 선수단 구성에 있어 감독이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다.
자세한 속사정이야 모르지만, 이런 참사(?)가 발생한 데에는 마누엘 페예그리니의 책임이 어느 정도는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뻔히 뱅상 콩파니와 같은 선수가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면, 그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백업을 구해 두거나 다른 사람이 그걸 넘겨받을 수 있도록 훈련을 해야 했다.
한데 지금은 선수 영입도 없거니와, 풀백이 콜을 하고 라인을 조절한다는 개념도 정립되지 않은 것 같다.
‘반대편이라고 이 멍청이들아.’
오른쪽 하프스페이스를 점령한 토니 크로스가 볼을 받았을 때, 가레스 베일과 다니 카르바할이 동시에 오프-더-볼을 하며 맨시티의 수비를 교란시켰다.
이에 허둥지둥 왼쪽으로 맨시티의 수비라인이 쏠렸고, 영리한 토니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화면 속, 대각선으로 내지른 토니의 패스가 바카리 사냐와 니콜라스 오타멘디의 사이로 파고든 제로니모에게 이어진다.
너무나도 쉽게 뒷공간을 허용한 맨시티는 1:1 기회를 허용했고, 첫 번째 경기처럼 조 하트 골키퍼의 선방을 바랐겠지만 지금 저긴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들이 몇천 번이나 슈팅 연습을 하고, 눈을 감고도 길을 잃지 않을 장소라는 뜻이다.
제로니모의 슈팅은, 조 하트 골키퍼의 손을 지나쳐 골라인을 통과한다.
코너 플랫으로 달려 나간 제로니모가 무릎으로 슬라이딩해 들어가며 기다란 포효를 내뱉고, 잠시 뒤 화면엔 넋이 조금 나간 맨시티 선수들의 모습이 잡혔다.
‘끝났네.’
지금 내가 끝났다고 말한 이유는 화면상으로 지금의 실점을 탓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가 아무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스스로나 동료에게 화를 내는 사람이 없었다는 말인데, 이는 선수들이 부담감에 짓눌렸다는 뜻이다.
가장 최악의 반응이다.
‘저길 펩이 간다고?’
새삼스럽지만, 내년 시즌 펩이 겪을 고생을 생각하니 절로 안 됐다는 심정이 들었다.
뱅상 콩파니를 뺀 수비수 전체에 손을 대야 하고, 또 야야 투레는 짐짝 그 자체인지라 처분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고연봉자인 그를 방출하기도 쉽지 않을 거다.
그나마 페르난지뉴와 케빈 데 브라위너가 있다는 것 정도가 위안일 것 같은데, 그걸로는 부족해 보인다.
‘뭐, 그래서 내년인 거지만 말이야.’
다시 한번 이스코의 날카로운 슈팅이 골문을 위협하고, 여전히 반응 없이 무기력한 맨시티의 진영엔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99%.
레알 마드리드가 먼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무대에 오를 것 같다.
그리고 약 두 시간 뒤.
제로니모 베가의 2골에 힘입어 승리한 레알 마드리드가, 내 말대로 한발 앞서 2015/16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 선착하게 되었다.
현재 방송사의 화면은, ‘Man of the Match’로 선정될 게 확실한 제로니모를 비추고 있다.
‘……재미있네.’
우리는 이번 프리시즌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했다.
그런데 만약 결승에 오른다면, 시즌의 끝 역시도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하게 되는 셈이 된다.
“…….”
리모컨을 들어 TV 화면을 꺼 버린 나는, 곁에서 책을 읽다 어느새 잠들어 버린 아영이를 번쩍 안아 올려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지금, 나는 이만 오늘 하루를 얼른 마감하려고 한다.
‘기다리고 있어, 니모. 곧 갈 테니까.’
내일 밤.
난 반드시 승자가 될 것이다.
***
[레알 마드리드 VS 뮌헨? 아틀레티코? – Go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