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598)
597화 Meter aguja y saca reja (9)
2016년 5월 3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 시작 2시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1-4-1/4-4-2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얀 오블락
RB ? 필리프 람 / RB ? 후안프란
CB ? 하비 마르티네스 / CB ? 디에고 고딘
CB ? 제롬 보아텡 / CB ? 호세 히메네스
LB ? 데이비드 알라바 / LB ? 필리페 루이스
DM ? 아르투로 비달 / RM ? 올리버 토레스
RAM ? 베르나르두 실바 / CM ? 아우구스토 페르난데스
CM ? 김다온 / CM ? 가비
CM ? 토마스 뮐러 / LM ? 코케
LAM ? 프랑크 리베리 / ST ? 앙투안 그리즈만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페르난도 토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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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개월, ‘키커’의 명성 높은 기자 카를-하인츠 빌트는 자신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것을 유산으로 남겨 상속하는 일을 진행해 왔다.
상속자는 정의감이 남다르기로 유명했던 31살의 기자였고, 미혼이자 비혼주의자이기도 한 그는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존재였다.
마르쿠스 볼프(Markus Wolf).
‘슈피겔’에서 3년 동안 근무하며, 수없이 많은 정치 비리를 파헤친 남자다.
그리고 이후.
“여어~!”
“오-! 빌트! 자네로군.”
“하하. 저녁은 먹고 왔나?”
카를-하인츠 빌트는 주위에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는 모든 면에서 성공한 남성의 표본과도 같았었는데, 최근 두 달은 지역 스포츠 펍에서 있을 법한 푸근한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극적인 변화에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고, 처음엔 빌트가 큰 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돌았다.
사람은 누구나 죽을 때가 되면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되는 법이었고, 악인(惡人)이 삶의 마지막에 많은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 역시 그러한 이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카를-하인츠 빌트는 점점 더 건강해졌다. 살도 15KG 이상 감량했고, 많은 시간을 운동에 투자한 탓에 20대 시절 이후로 가지지 못한 근육도 붙었다.
이제 그는 나이보다 더 젊어 보인다.
“…….”
“왜 그러나?”
“아뇨. 이런 당신이 도무지 적응되지 않아서요. 두 달 전에 인사를 받기 전까진, 제가 인사를 건네도 매번 모르는 척하지 않으셨어요?”
“하하. 사람은 누구나 변하는 법일세, 조던.”
“제게는 좋은 일이군요. 덕분에, 그 대단한 카를-하인츠 빌트와 친구가 되었으니까요.”
‘슈포르트 1’의 조던 파이트(Jordan Feit)에게 상큼한 미소를 보낸 후, 카를-하인츠 빌트가 콧노래를 부르며 취재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새롭게 구매한 맥북이 기자석 테이블에 올랐고, 충전기를 꽂고 전원을 켠 그는 다른 자료들을 준비했다.
“그래서.”
“뭔가?”
“어디가 이길 것 같으세요?”
“그거 어려운 질문이로군.”
“사실, 제 주변은 마드리드 쪽에 더 높은 점수를 주더라고요. 뮌헨이 1차전 때 딱히 잘하지는 못했잖아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네?”
몸을 숙이고 콘센트를 찾던 카를-하인츠 빌트가 안 되겠다는 듯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수그린다.
“2:0.”
“네?”
“2:0 혹은 2:1. 바이에른 뮌헨의 승리에 걸겠네.”
“진심이세요?”
“오, 물론이고말고.”
이전이었다면 카를-하인츠 빌트는 조던 파이트에게 점잖은 충고를 건넸을 것이다.
점유율이나 유효슈팅을 포함한 지표에 너무 현혹되지 말고, 모든 부분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빌트는 그러는 대신, 젊은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 역시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만 자신에게 의견을 물어 온다면, 좀 더 경험 많은 이로써 솔직한 말을 보내 줄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몇 가지 이유를 대지.”
“듣겠어요.”
“하하. 그래. 우선 첫째, 사울 니게스의 결장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야. 그리고 둘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축구는 예측이 가능하네. 물론 그럼에도 강하다는 게 시메오네의 능력을 말해 주긴 하지만 말이야.”
“……그럼 다음은요?”
“응?”
“왜 항상 그런 건 세 번째까지 있잖아요. 아닌가요?”
“하-! 세 번째라…….”
마침내 콘센트에 제대로 휴대폰 충전기를 꽂을 수 있었던 빌트가 몸을 일으킨 뒤 자리에 앉는다.
그러는 사이 빌트의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한 조던 파이트 역시 취재를 준비했고, 랩톱으로 이메일을 한창 확인 중일 때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게 됐다.
“다온.”
“네?”
“세 번째 이유 말이야. 나는 오늘 다온이 무척 기대되는군.”
“하하- 그건 세 번째 이유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사적인 감정인데요? 당신의 최애니까 결국 승리하는 것을 보고 싶은 것뿐이잖아요.”
“후후후. 그게 잘못된 일은 아니지 않나.”
“뭐, 그렇긴 하죠.”
푸근한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의 랩톱을 돌아보는 빌트를 보며, 조던 파이트는 이렇게 생각했다.
축구를 너무 사랑하는 순수한 축구광 그 자체인 것 같다고 말이다. 어떠한 이들은 냉철하고 전문적이었던 과거의 그를 그리워할 수도 있겠지만, 파이트는 그렇지 않았다.
“저기요, 빌트.”
“…….”
“다른 사람이 뭐라 하건, 전 지금의 당신이…… 응?”
“…….”
“빌트? 무슨 일이에요?”
어느새, 랩톱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카를-하인츠 빌트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그것은 마치 이전의 그를 보는 것 같았고, 이에 조던 파이트는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금세 표정을 푼 카를-하인츠 빌트는 조던 파이트에게 물건을 지켜 달라고 말한 뒤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착각인가?’
최근 자신이 알던 것과 전혀 다름없던 빌트를 보며, 조던 파이트는 머리를 긁적인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카를-하인츠 빌트가 향한 곳은 화장실이 아닌, 기자석의 정반대편에 있는 통로였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바로, 요나스 보럽.
“시간이 된 겁니까?”
“네. 그는 당신이 기사를 준비해 주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이 USB에 모든 자료가 들어 있죠. 기왕이면 최대한, 그를 나쁜 사람처럼 포장해 주기를 바랍니다.”
“…….”
요제프 블라터의 여인인 크리스티안 바라스로부터 어떤 정보를 건네받았던 이후, 큰 혼란감에 빠졌던 빌트는 최근에야 그 감정을 전부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한, 원하든 그렇지 않던 당시의 일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결국 그는 떠나려는 거로군요.”
“그렇습니다.”
“스스로의 명성을 손상함으로써, 뮌헨의 팬들이 그를 미워하도록 하려는 겁니다. 그럼 바이에른의 A.G와 e.V.에겐, 이적이란 선택지밖에 남지 않게 되니까요.”
“네.”
“그럼 결국 뮌헨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닙니까?”
빌트는 자신이 적게 될 기사가 나간 이후의 상황이 쉽게 그려졌다. 결국, 이런저런 복잡한 문제 속에서 가장 큰 손해를 입는 쪽은 바이에른 뮌헨이다.
하지만, 이런 자신의 합리적인 의심에 요나스 보럽이 묘한 웃음을 터뜨린다.
“하하하.”
그리고 이를, 빌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잠시 뒤, 둘은 눈을 다시 맞춘다.
“전 당신을 존경합니다, 빌트. 당신의 기사와 당신의 정의감을 말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다온에게 푹 빠졌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장담하죠.”
“뭘 말이죠?”
“그는,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친구입니다. 축구선수로는 물론이고, 한 명의 남성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담하죠. 다온은 뮌헨에 상처를 주지 않을 겁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계속되는 의문에, 요나스 보럽이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인사와 함께 돌아섰다.
대답하지 않겠다는 몸짓임과 동시에, 기다리면 모든 것을 곧 알게 될 거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리고 둘이 함께 있는 것은 딱히 좋은 일이 아니었다.
앞으로 진행될 일과 또 여러 가지 요인들을 종합했을 때 말이다.
그래서 빌트는 기다리기로 했다.
‘기대하지.’
지금까지 늘 경이로움(Wonder)만을 안겨 주었던 김다온이, 이번에도 같은 것을 선사할 수 있을지를 말이다.
카를-하인츠 빌트는 이제 다시, 최근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5살 때부터 사랑에 빠진 축구와 함께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사람으로.
정의감이라는 짐을 벗어 던진 빌트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지만, 그에겐 마지막 고발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후, 빌트는 은퇴할 생각이다.
‘참 길었지.’
카를-하인츠 빌트가 택할 노후 장소는, 다름 아닌 바다 건너에 있는 어떤 섬나라였다.
***
.경기 시작 1시간 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라커룸
웜업을 위해 피치로 선수들이 떠난 후, 알리안츠 아레나 원정팀 감독실로 자리를 옮긴 디에고 시메오네가 몇몇 코치들과 미팅을 이어 가고 있다.
“풀백이 셋이야.”
“…….”
“이렇게 되면, 시합이 시작될 때까지 어떻게 배치될지 알 방법이 없군. 최악의 경우엔 전반전 45분은 버려야 할 수도 있어. 우리가 평범한 준비 정도만을 한동안에 말이야.”
“…….”
챔피언스리그 진행요원이 전달한 선발명단을 받아 들었을 때부터, 디에고 시메오네는 골치가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바이에른 뮌헨이 어떠한 방법으로 경기에 나설지가 좀처럼 짐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쓰리백이 아닐까?”
장고(長考) 끝에 발언을 한 사람은, 시메오네의 행동대장이라 부를 수 있는 헤르만 부르고스다.
“보아텡, 하비, 알라바. 이렇게 셋이 쓰리백을 서는 거야. 그리고 그 앞에 필리프, 비달, 다온을 두는 거지. 2년 전 쓰리백으로 꽤 재미를 봤지 않나? 물론, 우리에겐 지우고 싶은 기억이지만 말이야.”
“…….”
고개를 끄덕인 시메오네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2년 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이 최초로 꺼내든 전술은 3-3-3-1이었다.
물론 후반전 다시 포백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전술에 담긴 의도는 위협이 될 만했다.
게다가 2년이란 시간을 더 거치며, 바이에른 뮌헨의 쓰리백은 전보다 훨씬 더 수준이 높아졌다.
하지만, 시메오네는 뭔가 마음에 걸렸다.
“우리가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 싶네.”
“어렵게 생각한다고?”
“그래. 축구에는 늘 두 가지 전술이 존재했지.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 그리고 상대에게 맞춘 것. 물론 목적은 같아. 승리지. 하지만 무엇이 더 나은지는 알 수 없어.”
축구에서 무엇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를 결정짓는 것은 늘 결과였다. 때때로 훌륭한 과정에 박수를 보내 주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대치를 뛰어넘을 경우였다.
오직 결과만이 모든 수단과 과정을 정당화할 수 있고, 오직 결과만이 모든 것의 결론이 된다.
“일단, 우리에게 집중하지.”
“……그러지.”
결국, 디에고 시메오네는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을 빨리 포기하기로 한다. 지금 단계에서의 고민이 팀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바이에른 뮌헨의 예측 불가한 모습이 선수단에는 부담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 자신이 고민하는 것처럼, 선수들 역시도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전력상 우위에 있다면 선수들은 보통 상대의 전술을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비슷하거나 열세에 놓일 경우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알기를 원한다.
이러한 심리는 마치, 어둠 속에서 모르는 길을 걸어가고 싶지 않은 것과도 같다.
미지(未知)란, 두근거림보다 공포에 가깝다.
반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선택지가 없다.
펩 과르디올라를 포함한 오늘 경기에 관련되었거나 지켜보게 될 수많은 이들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어떠한 전형을 구축하고 어떠한 식으로 경기를 풀어 나갈지를 안다.
지금 당장은 여기에서 만족하는 시메오네지만, 그 역시 팀을 더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경기가 시작되려면 아직 많이 남았지만, 주도권은 벌써 바이에른 뮌헨에 있는 듯 보인다.
***
.경기 시작 20분 전
@바이에른 뮌헨의 라커룸
하루 전에 있었던 미팅에서 펩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으로 돌아가자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거기에 만족감을 표현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꽤 많은 것을 단순화하겠다는 의지였고, 조금 더 1차원적인 축구를 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게 무작정 좋다는 건 아니지만, 팀의 실력에 대한 신뢰의 표현한 것으로 느껴졌기에 반응이 좋았다.
“1:1을 두려워하지 마라! 볼을 빼앗기더라도, 조금 더 저돌적으로 전진해 주기를 원한다!”
“…….”
“하지만 무모하라는 뜻은 절대로 아니다! 난 너희들이 그걸 영리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본다! 갇혀 버리는 것을 경계해라! 최대한 상대 선수가 없는 곳을 드리블의 방향으로 잡아! 볼을 빼앗기면, 그 즉시 달라붙어라!”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1차원적인 축구를 펼친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었다. 펩은 단순함 속에 복잡함을 더해 줄 이가 필요했고, 그것을 위해 오늘과 같은 전형을 선택했다.
오늘 난, ‘Zentral Kim(Central Kim)’이었다.
4-1-4-1의 오른쪽 중앙 미드필드로 나서, 2선과 3선을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며 필요에 따라 팀의 전형을 4-2-3-1로 조절해야 했다.
그리고 금방 말한 것처럼, 단순하고 직선적으로 축구를 할 팀에 복잡함을 더해 줘야 한다.
“후우~”
경기 전 팀 토크가 끝난 후, 심호흡하고 있던 내 곁으로 온 필리프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두들겨 왔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앞으로 걸어 나가 동료들과 스크럼을 짰다.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말투의 필리프는, 언제나처럼 우리의 의욕을 고취시켰다.
“Bayern-!!”
“가자-!!”
“훠우-! 바로 이거야!!”
잔뜩 동기부여를 끌어 올린 동료들이 다시 자리로 돌아와, 마지막 짧은 정비를 마친 후 라커룸을 나섰다. 그리고 난 언제나처럼, 뒤를 돌아보지 않고 혼자가 되기를 기다렸다.
딸깍-
언제인가부터 관리인인 옌스 뷔커(Jens Bucker) 씨가, 혼자일 땐 늘 문을 닫아 주었다.
덕분에 나는 좀 더 고립된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그건 내 정신을 차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난 준비됐어.”
거울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 후, 아영이의 사진에 손키스를 보내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오늘은 곧바로 나서는 대신, 잠깐 라커룸을 돌아봤다.
‘마지막 경기야.’
오늘은 내가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가지는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경기다.
결승전은 5월 29일 이탈리아의 산 시로에서 열리기에, 이제는 이곳에서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뛸 예정이 없다. 만약 여기로 돌아온다면 그건, 적으로 나타날 때일 것이다.
짧은 감상을 털어 낸 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다.
그러자 옌스 뷔커 씨가 말을 건네 왔다.
“평소보다 늦었네.”
“하하. 그런 것도 아세요?”
“물론이지. 자네는 늘 똑같거든. 문을 닫고 정확히 1분 정도가 지나면, 늘 이곳으로 나오고는 했어. 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30초 정도 길더군.”
“이런! 스토킹을 당하고 있었네요.”
“쿡쿡쿡쿡.”
“다녀올게요, 옌스.”
“그러게나.”
매번 정확히 1분 전후가 지켜졌다는 건, 나도 오늘 처음 아는 일이었다. 이래서 사람은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가장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가 보다.
가끔은 주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타인의 평가를 들어 볼 필요가 있다.
좋은 말이든.
싫은 말이든.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누구든 나에 대해 어떠한 말을 할 수 있다.
난 축구선수니까.
이건 숙명이다.
옌스 뷔커 씨에게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몇 발을 더 걸었을 때, 저 뒤쪽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네가 자랑스럽네, Kaiser!!”
“…….”
최근 뮌헨의 팬들 중 일부가 나를 ‘Kaiser’로 불렀다.
이건 황제를 칭하는 독일어다.
그리고 동시에,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명예회장인 프란츠 베켄바워가 현역 시절에 가졌던 별명이기도 했다.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비수.
‘뭐, 지금은 아니긴 해.’
사실 이런저런 이유로 ‘Kaiser’라는 별명이 탐탁지 않았으나, 난 그것을 부정하는 대신 조용히 받아들이는 척 마음속에서 흘려보내고 있었다.
나는 ‘Kasier’가 되고 싶지 않다.
‘난…….’
난 ‘Rei(왕/포르투갈어)’였고, 앞으로 ‘King’이 되려고 한다. 이것은 내가 어디에 속해 있었으며, 또 앞으로 어디에 속하고 싶은지를 알려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에서의 나는 그냥 ‘돈 키호테(Don Quijote/스페인어)’일 뿐이다.
물론 실제 주인공처럼 정신 이상은 아니지만, 기사도의 결여(축구 정치)에 질려 직접 방랑 기사로 나서 돌아올 기약 없는 원정을 떠나는 부분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소설처럼 새드엔딩으로 끝나진 않을 거다.
저 멀리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계단을 내려서기 시작한 나는 동료들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하며 자리를 찾아 천천히 아래로 움직였다.
“준비됐어?”
“당연하지. 넌?”
“나도 마찬가지야.”
“잘됐네. 가자. 승리를 거둘 시간이야.”
“응.”
베르나르두와의 짧은 대화 뒤에 진행요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계단을 하나 내려선 순간 챔피언스리그의 공식 테마가 경기장에 가득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대한민국의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바이에른 뮌헨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을 생중계로…….”
***
작가의 말 ? 마저 한 편 내일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