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00)
599화 Meter aguja y saca reja (11)
예견된 일이었다. 전반 초반 선제 득점을 만들어 낸 순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가장 잘하는 축구를 포기하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달리 말해, 그들이 승리를 위해서 해 왔던 모든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비수로 뛰는 축구선수로서 말한다.
수비란, 결국 공격을 위한 것이다.
축구에서 가장 대표적인 전술인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를 시작으로, 역사 속에서 존재해 온 모든 수비 전술은 단순히 막아 내는 것에만 목적이 있지 않았다.
오히려, 세간의 인식과는 전혀 달랐다.
수비 전술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공격을 막아 낸 이후의 과정을 어떻게 가져가는가’에 있다.
바로, 역습(逆襲)을 의미한다.
디에고 시메오네의 4-4-2가 호평을 받는 것도, 그의 축구가 수비 이후 역습을 전개하는 부분에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수비를 통해 실점하지 않을 확률을 높인 후, 공격에 집중해 수비가 헐거워진 상대를 역으로 공략해 득점을 만드는 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추구하는 축구다.
그리고 여기에서 가정을 하나 해 보자.
만약 불리한 상황이라면 어떨까?
0:1이나 0:2인 상태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었을 때, 그들은 과연 자신의 축구를 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이번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치른 경기 결과를 통해 도출해 볼 수 있다.
19.
이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2015/16 시즌 실점을 허용한 경기의 숫자다. 그리고 이중 선제 실점을 허용한 횟수는 총 8번이며, 그들은 이 경기에서 2승 3무 3패를 기록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치른 53경기에서 기록한 6번의 패배 중 절반이 선제 실점을 허용한 상황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승률이 약 73.6%(39승 8무 6패)라는 것을 고려하면, 첫 실점으로 인한 영향이 꽤 크다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같은 라 리가의 바르셀로나가 선제 실점 후 7승 2무 1패를 기록한 것이나, 레알 마드리드가 6승 3무 2패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봐도 꽤 차이가 나는 결과다.
즉, 선제골이 결정적이었다는 거다.
그 득점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가장 잘하는 축구를 하지 못하도록 했고, 그 득점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수비 곳곳에 균열을 만들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비달의 파트너가 되어 포백 앞 수비를 굳건히 만드는 것이 된 것도 같은 이유다.
또 펩이 나를 중앙 미드필드로 출전시킨 이유 역시도 여기에 있었다.
오늘 내겐 상황에 맞춰 4-1-4-1을 4-2-3-1로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고, 실점 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공격에 집중한 순간부터 그들이 잘하는 것을 빼앗아 오기로 했다.
볼을 점유하지 않던 이들이 볼을 점유하려고 노력했고, 필리페 루이스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려고 코케가 중앙으로 이동했을 때 나는 그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습적인 압박을 통한 볼 탈취(奪取).
그 순간 입장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수비와 역습의 바이에른 뮌헨. 공격 일변도가 되느라 최종 라인과 골키퍼 사이의 공간을 많이 비워 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볼을 빼앗은 후 나는 곧바로 레비를 찾아냈고, 오른발을 휘둘러 넓게 펼쳐진 공간으로 축구공을 밀어 보냈다.
굴러가는 축구공을 발아래에 두면 레비가 손쉽게 1:1을 가져가 득점을 노릴 수 있었고, 그건 분데스리가 최초 30+골 득점왕을 노리는 공격수에겐 쉬운 일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건 상대 역시 마찬가지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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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다크) – U.K BT Sports 코멘테이터
“This is Red Card!! 주심이 디에고 고딘을 피치 밖으로 내보냅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큰 위기가 찾아오는군요! 0:1로 불리한 상황. 거기다 이젠 수비수 한 명 없이 경기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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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적으로 달린 디에고 고딘은 페널티 박스 바로 앞에서 레비의 어깨를 붙잡았다. 멀리에서 보기에도 눈에 확 들어오는 동작이었고, 모두가 파울이 될 것을 알았다.
빨간색 카드가 들어 올려졌을 때, 경기장엔 큰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난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선취 골이 들어간 순간부터 잘하면 쉽게 승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로 일이 그렇게 풀려나가자 큰 만족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제 난, 프리킥을 위해 앞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이런 내 곁으로 알라바가 붙는다.
녀석은 지금 욕심을 내고 있다.
“내가 차면 안 될까?”
“안 돼.”
“제발. 그러지 말고.”‘
“안 돼-! 네가 전에 날려 먹은 거 기억하잖아?”
현재 프리킥 장소로 지정된 위치는 페널티 박스에서 한 발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50cm만 더 안쪽이었다면, 페널티킥이 선언되었을 수도 있다.
원하는 것을 얻어 내는 일에 실패한 알라바가 시무룩해져서 돌아가고, 난 볼을 들고 선 베르나르두의 곁으로 향했다.
“나이스 패스.”
“당케. 노리던 거였어.”
“저들이 손바닥 안에 있는 것 같지. 그렇지 않아?”
“하하. 어떨 것 같아?”
어깨를 으쓱인 베르나르두가 축구공을 내게 건넨 후, 어깨를 두드리곤 멀어졌다.
그리고 난 볼을 피치에 내려두며, 똑바로 서서 골대를 주시했다. 너무 정면이라 각도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내게도 생각이 있다.
‘장난을 좀 쳐 보자고.’
많은 이들이 내가 프리킥 때 강한 슈팅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 페널티 박스 주변 25m 안팎에서 얻어 낸 세트피스 대부분을 직접 슈팅으로 이어 간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조금 다른 것을 생각했는데, 연습해 온 프리킥 중 몇몇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만약 이번 기회에서 점수를 2:0으로 벌려 놓기만 한다면, 그건 상대의 전의를 완전히 꺾는 일이 될 것이다.
심지어, 지금부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1명이 부족한 10명으로 우리를 상대해야 한다.
“…….”
“…….”
상대가 벽을 세우는 데 열중하는 사이, 동료들과 빠르게 눈을 맞춘 이는 수신호로 사인을 교환했다.
난 슈팅을 하는 대신 축구공을 살짝 찍어 차 벽을 넘길 것이고, 뒤로 파고든 레비나 뮐러 중 한 사람에게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을 기대하려고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직접 슈팅을 하기엔 썩 좋은 각도도 아니고 지금은 이렇게 하는 게 확률이 더 높아 보인다.
삐?익!!
오랜 실랑이 끝에 마침내 상황을 정리한 주심이 휘슬을 불었고, 크게 호흡을 내뱉은 나는 평소와 같은 동작으로 다가가 오른발을 가볍게 움직여 축구공을 들어 올렸다.
잔뜩 움츠러들며 뛰어오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의 표정이 변하고, 뒤로 옳게 파고들었던 뮐러가 박스 안에서 넘어졌다.
다시 또 불리는 휘슬.
삐익-!!
주심의 손은 이번엔, 페널티 박스 안에 찍힌 흰색 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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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Champions League Semi-Final 2nd Leg)
바이에른 뮌헨 2 : 0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골] 김다온 : 전반 17분(토마스 뮐러)토마스 뮐러 : 전반 21분(P.K/김다온)
김다온 ? 94분 출전(1골 1어시스트/평점 1.5/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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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6 Champions League Final – 2016.05.28. @Italy Milan/UEFA 홈페이지]***
2016년 5월 4일. 독일 상공(Over Germany).
사실상 20분 만에 끝난 경기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무엇을 채 해 보기도 전에, 바이에른 뮌헨은 빠르게 상대의 손발을 끊어 내며 제압해 버렸다.
그리고 그 앞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변변한 저항조차 못 한 채 너무나 무기력했다.
“이 팀은…… 더 나아질 필요가 있습니다.”
“동감하네.”
“네.”
한참의 침묵 이후, 힘겹게 말을 꺼내 든 디에고 시메오네가 그의 고용주를 바라본다.
“2년째, 우린 아무런 트로피도 획득하지 못했죠.”
“아직 라 리가의 경기가 남아 있지 않은가?”
“네 맞습니다. 두 경기죠. 하지만 우리가 자력으로 진출할 방법은 없습니다. 승점을 따 두고, 상대방이 미끄러지기를 기다려야 하니까요.”
“…….”
현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최하위인 레반테와 리그 5위 셀타 비고와의 경기를 남겨 두고 있다. 그리고 이 두 경기에서 무조건 승점을 확보해야, 라 리가 우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엔 전제가 붙는다.
경쟁자인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남은 경기에서 모두 패배를 해 줘야 한다는 것 말이다.
“패배의 책임을 묻겠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사임을 하겠다는 건가?”
“누군가는 그래야 하니까요.”
“이런, 디에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걸세. 몇 번이나 말했지만, 자네는 이 클럽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야.”
자신 역시 실망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엔리케 세레소는 2년 연속 무관(無冠)의 책임을 디에고 시메오네에게 미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자격을 확보했고, 올 시즌에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세계 최고의 클럽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FC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였다면 사정이 달랐겠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아직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들에겐 계획이 있었다.
“후안과 필리페가 지쳐 보이더군.”
“네. 시즌 내내 열심히 뛰었으니까요.”
“그렇지. 그리고 그건 달리 말해, 우리가 그들의 백업을 구하지 못했다는 뜻도 되지. 시메의 영입이 가까워졌네. 내년에는 조금 더 사정이 나을 거야.”
“……그렇군요.”
몇 년 전부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꾸준히 후안프란을 대체할 선수를 찾고 있었다.
후안프란은 뛰어난 자원이고 시메오네로부터 신뢰도 얻고 있었지만, 1985년생인 데다 이번처럼 시즌 막바지엔 힘에 부치는 모습도 보였다.
생각만큼 성장하지 못한 하비에르 만키요(Javier Manquillo)의 정체와 기대를 품고 영입했던 헤수스 가메스의 부진이, 여전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대체자를 물색하는 이유였다.
그런데 마침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오랫동안 공들여 온 선수를 데려올 수 있게 되었다.
시메 브르살코(?ime Vrsaljko).
세리에 A 무대에서 뛰고 있는 크로아티아 출신의 젊은 풀백으로, 좌우에서 모두 뛸 수 있고 대인 수비와 크로스에 장점을 갖췄다는 평을 얻고 있다.
나이도 1992년생으로 젊었고, 축구 외적으로도 전혀 흠잡을 곳이 없었는지라 일찌감치 영입 목록에 올랐다.
다만 브르살코를 보유한 US 사수올로 칼초에서 3천만 유로를 부르는 바람에, 1년 가까이 협상을 이어 가지 못하고 몸값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시메가 4월쯤에 이적을 요청했다더군. 그의 계약 기간은 2년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지. 사수올로는 이대로면 이적료를 충분히 받지 못할 거로 생각했네. 그래서 우리가 끼어든 거야. 1,600만 유로면 합의가 될 것 같네. 거의 공짜나 다름없어.”
절반 수준의 금액으로 젊은 풀백을 영입했다는 사실에, 엔리케 세레소의 표정은 금세 밝아졌다.
하지만 그 앞의 시메오네는 여전히 어두웠고, 이는 세레소가 걱정하는 이유가 됐다. 행여 시메오네가 클럽을 떠날 결심을 굳힌 것은 아닐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2년, 시메오네는 끈질긴 구애를 받았다.
위르겐 클롭을 영입하기 전의 리버풀 FC가 가장 적극적이었고, 루이 판 할과의 끝을 남겨 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엄청난 지원을 약속하며 감독직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 두 클럽이 제안한 조건들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충족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더군다나 오늘, 시메오네는 무척 지쳐 보였다.
그리고 이는 무척 나쁜 신호였다.
챔피언스리그 탈락이 결정된 날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감독은 어디에도 없겠지만, 지금 시메오네의 모습은 엔리케 세레소를 불안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성과를 내지 못한 현실에서 오는 좌절을 감수하기엔, 디에고 시메오네는 너무 훌륭한 감독이다.
“……디에고.”
그리고 시메오네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엔리케 세레소를 보았다.
“제가 하나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
“왜냐하면 지금까지 줄곧 궁금했거든요. 제가 과연 제정신인지가 말입니다.”
“그게 무슨…….”
숨을 크게 내쉰 디에고 시메오네가, 오늘 경기를 치르며 느낀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한다.
“2:0이 된 순간부터, 이 생각을 떨쳐 내기 힘들었습니다.”
“…….”
“당연한 말이지만, 저는 축구 감독입니다. 모두가 그런 것처럼, 제가 바라는 축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선수단을 구성하죠.”
세상의 모든 인간은 경험의 노예다.
선악(善惡)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난 인간은 환경과 경험을 통해 한 개인으로서의 오롯한 정체성을 찾아가고, 개성이라 불리는 것 역시 결국 같은 요소에 의해 결정이 된다.
그리고 이에 따랐을 때, 디에고 시메오네의 철학은 인테르디토레(Interdittore)로 불린 그의 현역 시절에 기반하고 있었다.
“제가 우리가 0:2로 뒤지고 있던 동안 다온을 영입하길 원했다면 미쳤다고 말할 겁니까?”
“…….”
“이런, 세상에나(Dios Mio)! 저는 챔피언스리그 탈락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를 이유로 절 해고하겠다면, 전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
경기가 시작되기 전, 바이에른 뮌헨의 선발 명단을 확인한 디에고 시메오네는 코칭스태프와 함께 몇몇 가능성을 두고 가정(假定)을 세우는 일에 들어갔다.
제롬 보아텡이 최종 수비에 포함되었다는 전제 아래, 바이에른 뮌헨은 어떠한 전형도 내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었을 때, 김다온은 중앙 미드필드에 섰고 박스-투-박스와 플레이메이커의 위치를 기묘하게 오가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냈다.
그리고 실제로 승부를 가른 두 개의 득점 장면에 직접적으로 개입했다.
“우린 훌륭한 팀입니다, 엔리케. 빌어먹도록 좋은 팀이죠.”
“동의하네.”
“네. 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이가 이런 우리를 20분 만에 망가뜨려 놓을 수 있죠? 펩 과르디올라? 아뇨! 아닙니다! 어떠한 축구 감독도, 그럴 수는 없습니다!”
감독과 선수.
과연 누가 더 중요할까?
이는 절대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다.
물론, 저마다의 의견은 있다.
시메오네 역시 마찬가지다.
“축구에서 감독이 해야 할 일은 늘 선수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맞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겠죠. 하지만 모든 축구 감독은 자신의 의지를 실현해 줄 선수 없이는 무기력한 존재입니다!”
디에고 시메오네가 지금 한 말은, 축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존재해 온 의문이었다.
축구에서 명장(名將)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알렉스 퍼거슨을 생각하면 긍정적인 답을 하는 게 옳았지만, 그 외의 누구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수들 없이는 성적을 만드는 일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챔피언스리그/유로/월드컵과 같은 국제적인 무대에서 이변이 생겨난 것이나, 공은 둥글다는 핑계로 포장된 모든 변수 역시, 감독의 존재 의의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한다.
축구선수 더 나아가 국가를 대표하는 성인들이 훈련 등을 위해 감독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의식에 근거하면 축구 감독은 늘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보다 더 ‘우위’에 있는 존재여야 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로, 현대 축구에서 명장으로 평가받는 주제 무리뉴는 실패한 축구선수였다.
“예전부터 늘 그랬습니다! 훌륭한 축구 감독은, 그만큼 굉장한 행운을 타고났죠. 펩? 그는 메시를 지도했습니다. 그리고 이젠, 다온을 지도하고 있죠! 그리고 또 있습니다! 우리가 올 시즌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할 때 어땠습니까?”
“…….”
“빌어먹을! 우린 두 경기에서 모두 선제득점을 올렸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압니까? 지금까지 우리가 당한 6번의 패배 중에서, 최소 두 번은 역전패였다는 겁니다! 누가 그랬죠? 오, 그렇습니다! 바로 리오가 그랬죠!”
쿵-!
테이블을 주먹으로 두들긴 디에고 시메오네의 좌절은, 오늘 그가 깨달은 감정에 기대고 있다.
제아무리 많은 준비를 했다지만, 그것은 자신의 선수단보다도 뛰어난 한 사람에 의해 망가져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준비 기간이 얼마였건,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이젠 지긋지긋합니다. 리오나 호날두와 같은 존재들에 의해 좌절하는 것 말입니다. 기껏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를 눌렀는데, 결국 전 같은 곳에서 발이 묶이는군요!”
지금 시메오네가 한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바라볼 수도 있었다. 메시나 호날두와 같은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뜻으로 말이다.
세레소 역시 같은 생각이었고, 그는 이것을 시메오네가 떠나고 싶다는 뜻으로 오해했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결정했습니다.”
“……뭘 말인가?”
“얼마 전, 저는 안드레아와 이야기했습니다. 다온의 영입과 관련된 것이었죠. 그는 제게, 임대라면 얼마든지 가능할 거라고 말을 했습니다.”
디에고 시메오네는 김다온을 임대로 영입하는 것이, 득보다 실이 더욱 큰 결정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후안프란과 필리페 루이스의 희생을 강요하게 되고, 그것이 결국 자신의 전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팀 케미스트리 부분을 건드리게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에 종합전적 0:2로 패배한 지금, 고집을 부려 온 시메오네에게도 변화가 일어났다.
“오늘 전까지는, 그게 썩 좋은 선택처럼 보이지 않았죠.”
한 시즌의 성공을 위해 클럽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쳐야 한다면, 그건 틀림없이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한두 선수의 만족도를 저해함으로써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다면, 이를 위해 희생을 강요하지 못할 것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메오네는 세레소에게, 오늘 클럽에 패배를 안겨 준 일등 공신을 빌려올 수 있는지를 묻기로 했다.
“묻겠습니다, 세레소, 정말 그를 데려오는 게 가능한 일입니까? 그렇다면 당장 저도 재계약에 서명하겠습니다. 그럼 앙투안도 이 클럽에 남겠죠. 다온과 앙투안의 문제는…… 어떻게든 제가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완전 영입이 아닌 임대 영입을 조건으로, 뜨뜻미지근했던 재계약에 대한 열의를 밝힌 디에고 시메오네의 모습에 엔리케 세레소는 이런 생각을 했다.
철학과 경험으로 포장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가는 감독에게 있어, 뛰어난 선수란 과연 어떤 존재일까?
그건 아마, 지금의 상황으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모든 축구 감독은 최고의 선수를 원한다.
그들의 축구가 옳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말이다.
결국은 이 역시, 자존심의 문제인 거다.
선수 영입에 있어 어느 때보다도 강한 의지를 불태우는 시메오네를 보며, 엔리케 세레소는 그의 자존심을 존중하기로 결정을 내린다.
그는, 김다온의 영입을 장담하기로 했다.
“그의 에이전시가 먼저 우리에게 임대 영입 의사를 물었지. 아마도 내일쯤, 거기에 답할 수 있을 것 같네.”
“?! 그럼?”
“그래. 단, 선수단은 자네의 책임일세.”
“공평하군요.”
팀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떨어트린 선수를 완전 이적이 아닌 임대로 영입한다는 것은 선수단을 관리함에 있어 문젯거리가 될 소지가 많은 일이었다.
어떠한 이들은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김다온을 영입하는 게 꼭 필요했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나, 시메오네는 확신했다.
지금의 이 결정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더욱 높은 곳으로 끌어 올릴 수 있고, 2년 연속 무관의 설움을 끊어 버릴 수도 있을 거라고 말이다.
미팅이 끝난 뒤, 자리로 돌아온 시메오네가 짧은 잠을 청하기로 한다.
평소였다면 패배 후 잠을 설쳤을 그였지만, 오늘은 꿈을 꾸는 게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이유는 물론 이것 때문이다.
‘궁금하군. 자네가 과연 내 축구를 얼마나 빨리 이해할 수 있을지 말이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빅이어 도전을 두 번이나 좌절시킨 선수와의 동행은, 매번 비슷한 긴장감 속에서 지내 온 디에고 시메오네에겐 그 자체로 두근거리는 도전이었다.
***
작가의 말 ? 오랜 고민 끝에 밝히는 것입니다만, One Game 연재 때부터 악플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아 왔고 이후로 일종의 공황장애 치료를 받아 왔습니다.
본래 성격이 남들에게 욕먹고 사는 스타일이 아니고, 이유 없이 욕을 듣는 건 더더욱 익숙지 않은 여린 성격이라 그러한 것들을 받아들이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제 현재 상태는 공황장애가 재발했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이 한 편을 적기까지 총 48시간이 걸렸고 스무 번 넘게 글을 적었다 지우길 반복한 것 같습니다.
공황장애가 닥쳐오면, 글을 업로드하기 전에 욕먹을 것 같다는 강박이 전해져 와 썼던 글을 지우는 짓을 합니다.
사실 지금의 글도 100% 제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만, 100% 마음에 들 때까지 두고 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한 편이나마 업로드를 합니다.
그리고 작중 2015/16 시즌을 종료하고 올림픽을 시작하기 전에, 일주일 정도 휴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조금 글에서 벗어나, 저를 좋아하고 사랑해 주는 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고자 합니다. 당분간은 1편 혹은 2편이 비정기적으로 업로드될 겁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