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02)
601화 das Vermachtnis
2016년 5월 7일. 85053 잉골슈타트, 독일. 암 슈포르트파르크 1b. 아우디 슈포르트 파르크(Audi Sport Park. Am Sportpark 1b. 85053 Ingolstadt, Germany).
.전반 13분
잉골슈타트 0 : 0 바이에른 뮌헨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1-4-1/4-3-3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라마잔 외즈잔
RB ? 김다온 / RB ? 대니 타 코스타
CB ? 요주아 키미히 / CB ? 마빈 마티프
CB ? 하비 마르티네스 / CB ? 벤자민 휘브너
LB ? 데이비드 알라바 / LB ? 마르쿠스 수트너
DM ? 사비 알론소 / RM – 호저
RAM ? 더글라스 코스타 / CM ? 알모그 코헨
CM ? 필리프 람 / CM ? 파스칼 그로스
CM ? 토마스 뮐러 / RW ? 모리츠 하르트만
LAM ? 프랑크 리베리 / LW ? 매튜 레키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다리오 레즈카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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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의 미(有終之美)는 흔히 단순히 끝마무리를 잘하는 말로 쓰이지만, 진짜 의미는 조금 다르다.
이 말이 품고 있는 진짜 뜻은, 처음 시작한 목표를 결국엔 이뤄 내는 것과 당시의 마음가짐을 마지막까지 가져가는 게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이란 약간의 성공에 쉽게 취하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안락함에 만족하는 존재이니 말이다.
그래서 아마도 지금쯤이면 누군가는, 여태껏 얻어 낸 것들에 뿌듯해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4연속 분데스리가 우승과 챔피언스리그와 DFB-포칼 준우승 확보했으니까.
최소 독일에서, 우리보다 더 뛰어난 클럽은 없다.
그렇기에.
“헤에에에에에에에이-!!!!”
“…….”
이런 것들이 더욱 필요해지는 거다.
“대체 그게 무슨 X같은 플레이였어?!?! 네 머릿속 뇌는 대체 생각이라는 걸 하는 거야?!?!”
엉뚱한 곳으로 축구공을 차낸 더글라스 코스타를 향해 잔뜩 소리를 내지른 나는, 잉골슈타트를 강팀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동료들을 향해 소리를 내질렀다.
“우리가 정말 챔피언이라고 생각해?!?! 진짜?!?!”
“…….”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 봐!!!”
난 알고 있다.
누군가는 이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것 역시도 알고 있다.
시즌 마지막 경기(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승리한 팀만이, 그해의 진정한 승리자로 기억된다는 것 말이다.
분데스리가와 포칼 우승.
다 좋다 이거다.
그러나 빅이어를 차지하지 못하는 이상, 우리가 거둔 어떠한 성과도 결국은 상처를 치료하는 자위밖에 되지 않는다.
잔인하지만, 그게 우리가 사는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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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렌 한케) – ZDF 코멘테이터
“무척 화가 났군요. 하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모습입니다. 다온이 소리를 지르게 만들었다면, 그건 분명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뜻이니까요.”
(스벤 프로인들리히) – ZDF 해설위원
“지금까지 이 친구보다 프로페셔널하고, 이 친구만큼 완벽한 선수는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뮌헨의 선수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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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뼉을 치며 제발 좀 잘해 보자고 소리를 내지른 후, 측면으로 넓게 벌려선 나는 키미히의 패스를 받아들었다.
그리곤 패스를 앞으로 보내며, 센터백들에게 움츠리지 말고 라인을 더 끌어 올리라고 손짓했다. 앞쪽에서의 잦은 실책이, 수비수들을 위축시킨 것이다.
“반대-!!”
후방에서 빌드업 중인 사비에게, 볼을 반대편으로 보내도록 주문한다. 굳이 내 목소리가 아니었어도 그렇게 했겠지만, 지금은 에너지를 더해야 할 때다.
동료들이 알고 있을 것들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피치에 계속 활기가 채워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늘.
삐—익!!
‘그렇지-!’
좋은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알라바-뮐러-리베리가 잉골슈타트의 오른쪽 수비를 공략했고, 뮐러의 패스가 리베리에게 도달했을 때 호저(Roger)가 발을 걸어 버렸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벌어진 파울 하나에 그라운드의 분위기는 급변했고, 난 그것이 기뻐 연신 손뼉을 두들겼다.
그러던 중, 날 물끄러미 보는 키미히와 눈이 마주쳤다.
“뭐?”
“아니, 그냥.”
“?”
“너에겐 쉬어 가는 날도 없는 거야?”
“없긴! 펩이 휴식을 주는 날에 쉬고 있거든? 그리고 그거 알아? 시즌이 끝나면 푹 쉴 수 있어. 그것도 모자라면 차라리 은퇴를 하든가. 평생 쉴 수 있을 테니까.”
“이런!”
본전도 못 찾았다는 표정의 키미히에게 짓궂은 미소를 보내 준 후, 나는 페널티킥을 준비하는 레비를 바라봤다.
지금의 저건 득점왕 경쟁에서 앞서 나가도록 배려하는 것도 있겠지만, 최근 세 차례 연속 킥을 놓친 뮐러가 키커 자리를 포기한 데에서 온 것이 컸다.
본래 순번상으론 사비의 차례였는데, 그가 레비를 위해 키커 포지션을 양보해 버렸다.
바로 다음 순서였던 데이비드 알라바가 울상을 지었던 건,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삐-익!
주심이 페널티킥을 차도록 휘슬을 불었고, 천천히 도움닫기를 시작한 레비가 왼쪽 구석으로 정확히 슈팅을 찔러 넣었다.
삑-! 삐?익!!
득점의 성공을 확인한 후, 나는 천천히 달려가 레비를 끌어안으며 그의 머리를 슬쩍 두드렸다.
“오늘 아직 두 골 남았어.”
“뭐?!”
“전반전 15분에 첫 골을 뽑았잖아. 그럼 당연히 해트트릭 정도는 노려야지. 안 그래?”
“……하-!”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 레비를 뒤로한 채, 나는 계속해서 손뼉을 치며 동료들에게 더 열심히 뛰어 달라고 요구했다.
체력 안배와 속도 조절을 하기엔, 우리가 남겨 둔 경기는 고작 4경기밖에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시즌의 95%가 흐른 지금, 나는 유종의 미를 위해 남은 에너지 전부를 피치에 쏟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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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Bundesliga 33R)
잉골슈타트 0 : 3 바이에른 뮌헨
[골]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전반 15분(P.K/프랑크 리베리), 전반 32분(사비 알론소), 후반 30분(김다온)김다온 ? 96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2.5)
MoM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골/평점 1.5)
***
A9.
경기가 모두 끝난 후,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A9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시합이 치러진 장소였던 아우디 슈포르트 파르크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클럽하우스까진, 차로 1시간 조금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짧은 여정에 선수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했고, 이를 본 카를레스 플랜차르트가 펩 과르디올라를 돌아보며 짧은 감상평을 남겼다.
“좋은 분위기로군.”
“후후, 그렇지.”
안경을 낀 채 손에 쥔 분석자료를 내려다보던 펩 과르디올라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재미있는 경기였어, 그렇지 않나?”
“한참을 웃었지. 어처구니가 없었으니까.”
“후후후. 그럴 수도 있지.”
남은 분데스리가 경기가 바이에른 뮌헨에 가지는 의미는 역대 최다 승점 기록과 역대 최다 득점, 골 득실과 같은 팀 기록들이었다.
얼핏 선수들이 충분한 의욕을 가질 만한 업적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결국 후대에 이름이 남는 건 클럽 그 자체였다.
이 뛰어난 시기에 누가 뛰었고 또 누가 어떠한 기여했는지는, 후대에 절대로 다뤄지지 않는 것들이었다.
“아마 그도, 기록을 위해서 뛰지는 않았을 걸세.”
“그런가?”
“장담하지. 다온은 그런 유형이 아니야. 기록에 집착하는 성격과는 거리가 멀지.”
펩 과르디올라의 말에, 카를레스 플란차르트는 기록에 집착하는 한 남자를 떠올렸다.
“혹시 들었나?”
“응? 뭘 말이지?”
“레알 마드리드의 팀 훈련에서 호날두가 말했다더군. 자신의 득점왕을 위해, 패스를 많이 해 달라고 말이야.”
“……전형적이로군. 전형적인 호날두야.”
“그렇지? 그런 녀석들도 있어.”
현시점을 기준으로, 스페인 라 리가는 각 팀당 2개의 경기씩을 남겨 두고 있었다. 그리고 시즌 득점왕 경쟁 중인 리오넬 메시(39)와 호날두(31)의 득점 차는 꽤 많아 보이는 8개였다.
“보통은 그게 정상인데 말이야.”
“정상?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그런 기록들이 결국, 그들에게 더 많은 돈을 안겨다 주지 않나. 더 많은 명성도 말이야.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나?”
축구에서 개인기록에 집착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떠한 리그에서는 팀 전체가 동료의 득점왕을 위해 웃지 못할 촌극을 벌인다.
그만큼 개인기록은 축구에서 과소평가할 수 없는 것이며, 때로는 그것이 선수의 가치를 좌우하기도 한다.
물론 팀 기록은 조금 다른 부분이긴 했지만, 플란차르트는 기록에 집착하지 않는 축구선수는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는 여기에 동의했다.
“동의한다고? 금방은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물론 그랬지. 하지만 내 이야기는 크기의 문제야.”
“크기?”
“그래. 세상에는 득점왕을 위해 우승이 달린 경기에서 이기심을 부리는 선수들이 존재하지. 반면에 우승을 위해 자신을 내려두고 헌신하는 선수들도 있어.”
잠깐 말을 멈춘 펩 과르디올라는 주제가 잠깐 엇나갔다고 생각을 하며,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지금 다온에겐 오직 빅이어밖에 보이지 않을 걸세.”
“……우리 모두 그래. 그렇지 않나?”
“그럴 수도. 하지만, 그의 방식은 조금 달라.”
“다르다고? 어떻게?”
“흐음- 말로 하기는 쉽지 않군. 하지만 그가 오늘 피치에서 보여 준 모습이야말로, 클럽들이 기꺼이 그를 위해 지갑을 열게 만드는 요소라고 말하고 싶네.”
부담이 전혀 없는 경기라서 그럴 수 있었겠지만, 잉골슈타트 원정 경기 내내 바이에른 뮌헨의 스태프들은 김다온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그의 모습이 꼭, 유치원생들을 다그치는 선생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를 뺀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이 유치원생처럼 보였다는 게 아니라, 행동 그 자체로만 놓고 보았을 때 그렇게 느껴졌다는 거다.
“이번엔 내가 묻지.”
“얼마든지.”
“자네는 무엇을 보았나?”
“뭐라고?”
“그러니까, 다온의 오늘 플레이에서 말이야. 나는 피치 위에서 커다란 의지를 보았네. 우리의 시즌은 거의 완벽했고, 마지막 순간에 그걸 망치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보았다는 거야. 생각해 보게. 만약 우리가 패배한다면 어떨까?”
“어디에서?”
“어디에서든지.”
만약 바이에른 뮌헨이 분데스리가 마지막 경기에서 패배한다면, 그들이 놓치게 되는 것은 단일 시즌 최다 승리와 역대 최다 승점과 같은 기록들이었다.
그리고 포칼에서 패배할 경우, 라이벌인 도르트문트에 우승을 내어 준 데에서 얻은 상처를 쓰다듬어야 할 것이다.
빅이어는 말할 것도 없었다.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이란, 결승전 진출에 따른 추가 상금을 받는다는 것 외에는 그 어떠한 의미도 존재하지 않는다.
즉 어떠한 경기에서든 뮌헨이 패배한다면, 단순한 1패 이상의 손실을 봐야 한다는 뜻이 된다.
“물론 빅이어를 차지한다면 모든 건 용서될 걸세. 그해 유럽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한다는 것이란 그만큼 큰 의미가 있으니 말이야.”
“…….”
“하지만 다온은 하나도 놓치기 싫은 거지. 왜냐하면 지금까지 정말로 열심히 뛰어 왔으니 말이야. 그런 선수야말로 마지막 순간 피치에 서 있을 자격이 있는 걸세. 그리고 정말 최고가 되고 싶다면, 그런 선수를 반드시 클럽에 둬야 하고.”
생각에 잠기는 플란차르트를 보며, 싱긋하고 웃어 보인 펩 과르디올라가 다시 안경을 뒤집어쓴다.
“그리고.”
“?”
“그가 자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도 마음에 드는군. 덕분에 심심하지 않았어.”
“이런-!”
“쿡쿡쿡쿡. 그만 쉬게나. 곧 도착할 거야.”
“그러지.”
플란차르트와의 대화를 끝마친 후, 펩 과르디올라가 통로 쪽으로 몸을 돌려 뒤를 바라봤다.
현재 김다온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앉은 베르나르두 실바와 뭔가를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둘 사이에 정신없이 손이 오갔고, 이내 웃음을 참는 듯 몸을 움츠렸다.
뮌헨 내에서 단짝이라 부를 수 있는 이들 중에서도, 김다온과 베르나르두 실바는 단연 사이가 좋았다.
‘행운이지. 축구를 하며, 친구를 얻는다는 것 말이야.’
펩 과르디올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카탈루냐 출신으로 젊은 시절에는 벽을 많이 세웠지만, 나이가 들며 주변에 하나둘 좋은 사람들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예가 맨체스터 시티의 단장인 치키 베히리스타인과 현재 자신과 함께하고 있는 마넬 에스티아르테, 로렌소 부에나벤투라와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특징이라면, 모두가 자신의 분야에서 완벽주의자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는 펩 과르디올라의 특징이기도 했다.
‘이들이 내 일을 쉽게 만들어 주고 있지.’
유럽 축구계에서는 절대 혼자만의 힘으로는 최고가 될 수 없다. 제아무리 위대한 개인이라 할지라도, 축구를 홀로 뒤흔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주변에 어떤 사람을 두고 있느냐는 중요했다.
주변인들을 통해, 결국 나 자신이 결정된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펩 과르디올라는 FC 바르셀로나를 지도하던 시절부터 정신적으로 준비가 된 선수들을 곁에 두고자 했다.
호나우지뉴나 사무엘 에투처럼, 뛰어난 실력을 지녔음에도 정신적으로 준비되지 않는 선수들은 늘 낙오되어 떠났다.
이런 의미에서 김다온은 펩 과르디올라의 완벽한 파트너였다. 그가 정신적으로 준비되지 않았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김다온이 피치 안팎에서 계속 동료들의 정신상태를 끌어 올리고 또 유지시키고 있었기에, 바이에른 뮌헨의 코치들은 그들의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바로,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 말이다.
더욱 빠르게 또 더욱 정확하게.
늘 주변을 보고, 또 생각하게.
많은 뛰어난 선수들을 아마추어가 된 것처럼 느끼게 만든 펩 과르디올라와 그의 코치진의 비밀이란, 끊임없는 완벽 지향에서 오는 성미에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김다온 역시 지니고 있다.
‘그는 단순한 선수 이상이야.’
부지런히 움직이는 버스가 어느새 뮌헨 근교에 다다르고, 시시각각 바뀌어 가는 풍경에 눈길을 둔 펩 과르디올라의 입가엔 푸근한 미소가 내려앉아 있었다.
시즌 중 가장 중요하고 힘든 도전을 앞뒀지만, 그는 모든 것이 편안하게만 느껴졌다.
‘뭐, 오늘 하루쯤은 괜찮겠지.’
오늘 하루, 펩 과르디올라는 완벽만을 추구했던 자신에게 느슨함을 더해 주고자 한다.
***
2016년 5월 9일. 28306 마드리드, 스페인. 데 콘차 에스피냐 거리. 1.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후반 37분
레알 마드리드 4 : 2 발렌시아
추격하는 안드레 고메스의 골이 터진 직후, 교체투입 된 제로니모 베가의 슈팅이 발렌시아에 골문을 갈랐다.
“그렇지-! 바로 이거야-!”
용병술이 통했다는 생각에, 주먹을 불끈 쥔 지네딘 지단이 몸을 돌려 레알 마드리드의 코치진과 기쁨을 나눈다.
그러곤 다시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걸어 나와 박수와 함께 소리를 내질렀다.
“바로 그거야, 베가! 바로 그거라고!!”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이 되어 진행한 첫 번째 훈련에서, 지네딘 지단은 제로니모 베가가 세계적인 축구선수로 성장할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아봤다.
이적 이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지는 못했지만, 그건 맞는 옷을 입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네딘 지단은 제로니모 베가에게 딱 맞는 옷을 입히기로 했다.
그를 제2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만들고자 했던 라파 베니테즈의 모든 것을 치워 버리고, 독특한 개성이 피치에서 발휘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이후 제로니모 베가는 세컨드스트라이커에 조금 더 가까운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고, 이것은 그와 레알 마드리드 모두에게 완벽한 선택이 됐다.
다만,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었다.
{“오오오-!!”}
득점이 만들어진 지 2분 후, 제로니모 베가가 다시 발렌시아의 진영을 헤집어 놓기 시작한다.
두 명의 수비수를 가볍게 제압한 그는 계속해서 돌진해 들어가 슈팅이 가능한 지역까지 접어들었지만, 필사적으로 달려든 안드레 고메스의 저지에 가로막혀 버렸다.
파울을 각오한 보디체크에 의해 밀려나게 된 것인데, 당연히 레알 마드리드의 사람들은 소리를 내질렀고 주심 역시도 당연하다는 듯 파울을 선언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과격한 동작에 대한 책임을 물어 안드레 고메스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모든 일이 합리적이고 당연한 선에서 진행되었고, 이에 흥분했던 레알 마드리드의 진영에도 안정이 찾아온다.
그러나, 제로니모 베가는 아니다.
“Pinche Puta!!”
과격한 욕설과 함께 등장한 제로니모 베가가, 전(前) 동료인 안드레 고메스를 강하게 밀쳐 버린 것이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그는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 댔다.
진정되는 것 같았던 피치에 더욱 큰 소란이 일어났고, 결국 주심은 베가에게도 경고를 꺼내 들었다.
불필요한 감정 표출에 따른 부차적인 피해에, 지네딘 지단이 인상을 쓰며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을 때, 교체되어 나와 아이싱 중이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단을 향해 말을 던져 왔다.
“말했잖아요. 쟤는 구제 불능이라고.”
“…….”
“저를 뺄 필요가 없었어요. 만약 저를 빼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소란도 없었겠죠.”
“…….”
답을 하고 싶지 않았던 지네딘 지단이 억지로 쥐어짜 낸 미소와 함께 다시 피치를 향해 선다.
지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득점왕 경쟁 도중 자신을 빼 버린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 오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진정으로 베가를 걱정했다면, 선배로서 조언을 해 주었을 거다.
“베가! 베가!! 진정해!!”
제로니모 베가는 종종,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불필요한 경고를 받기도 했고, 퇴장도 올 시즌 두 차례나 당했다.
그렇지만 아직 젊은 나이였기에, 지단은 고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면 저걸, 긍정적 원동력으로 바꿀 수도 있겠지.’
라 리가 우승과 빅이어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베가의 재능이 꼭 필요했던 지단은, 그의 거칠고 어두운 에너지를 팀을 위한 것으로 바꿀 생각을 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같은 단판 승부에선, 그런 열정이야말로 꼭 필요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삑-! 삐?익!! 삐—익!!
경기가 끝난 뒤, 제로니모 베가는 화해를 위해 다가온 안드레 고메스의 손을 차갑게 외면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