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03)
602화 das Vermachtnis (2)
2016년 5월 10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2층 로비.
알다시피, 벤피카 이적은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축구선수로서도 그렇고, 한 명의 남자로서도 난 포르투갈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나 그러한 것처럼, 좋은 기억이 남은 과거에 대한 남다른 애착 같은 것도 있다.
– 네 말대로야. 완전 다른 사람이 됐어.
“…….”
–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걔한테 직접 물어봐. 나보다는 네가 더 가까운 곳에 있잖아? 저녁이라도 먹자고 하지 그래?”
– 하-!
이른 새벽 클럽하우스로 오던 출근길, 난 반가운 친구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멀리 스페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안드레로부터 걸려 온 것이었고, 난 사실 그것이 리사와의 결혼이라든가 아이에 관한 것일 줄 알았다.
하지만 내용은 전혀 달랐다.
전화를 받자마자 결혼과 아이 중 무엇이냐고 묻는 내게, 안드레는 둘 다 아니라고 대답했다.
– 뭔가, 강박에 걸린 사람 같았어.
“……확실히 그렇긴 했지.”
– 장담해.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거라니까. 최근 니모랑 연락한 적 있어?
“아니. 적어도 1년 이내엔 없어.”
프리시즌 때 그 일이 있고 나서, 꽤 많은 친구가 니모에게 연락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누구도 연결이 되지 않았고, 그렇게 그때의 일은 잊혀 갔다.
– 그 순박했던 녀석이.
“사람은 누구나 변해.”
– 정말 그렇게 생각해?
“……나중에 또 연락하자. 이제 슬슬 훈련장을 나가봐야 해. 1초라도 늦으면 벌금을 내야 하거든. 네가 송금이라도 해 준다면 또 모르지만 말이야. 아, 그리고 리사랑은…….”
– 이만 끊을게. 그럼.
-딸깍-
하여간, 안드레만큼 알기 쉬운 녀석도 없다.
리사의 이름을 말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자, 그럼 가 볼까요오오~♪]참으로 재미있는 건,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말할 땐 절대 이런 식으로 흥얼거리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대체 세종대왕님은 어떤 언어를 만든 걸까?
잠깐 쓸데없는 생각에 빠졌던 나는 얼른 계단을 내려선 후 동료들이 모여 있는 제1 연습구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압박과 재압박에 관한 훈련을 하는 날이다.
펩이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는 흔치 않은 훈련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정이다.
그렇지만 동료들에겐 가장 끔찍한 하루이기도 하다. 아직 본격적인 훈련이 진행되기도 전인데, 벌써 걱정이 되었는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좋은 아침이다, 이 바보들아! 전부 준비는 됐냐??”
“아- 저기 또 선생님이 오셨네.”
“뭐든지 질문하라고. 전부 다 내 머릿속에 있으니까.”
“그래, 그래. 너 잘났다.”
“아무렴, 그렇고말고.”
숨을 크게 들이쉬는 비달은, 오늘 훈련이 어려운 사람 중에 하나다.
펩 과르디올라 방식의 압박/재압박 훈련은 볼이 머무는 위치에 따른 20개 남짓 되는 경우의 수가 있다. 피치를 나눈 구역마다 20개씩이니, 얼추 200개 정도라고 보면 된다.
당연히 모든 이들은 그 200개를 전부 머릿속에 넣어 두어야 하는데, 말로 하는 것보다 실제로 이행하는 게 더 힘들다.
실전 상황에서 현재 볼이 머무는 영역과 주변의 선수 유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경우의 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기에, 경기에서 100점 만점을 받기란 쉽지 않다.
티아고는 바르셀로나에서 처음으로 이 훈련을 할 때, 자신이 아마추어가 된 것 같았다고 했다.
비달이 했던 말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B팀에서 콜업된 후 처음 이 훈련을 했던 키미히는 끝나갈 때쯤에는 거의 울상이 되어 있었다.
“좋은 아침이다-!!”
“MORGEN!!”
“좋아 보이는군.”
“Yes, Sir-! 전 지금 아주 좋습니다!”
“하하. 좋아. 알다시피, 오늘 훈련은 내가 직접 진행한다! 먼저 조를 나눠 몸을 풀도록 하지.”
일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됨과 동시에, 난 니모에 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당장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거니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때도 마찬가지일 거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로서,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해내는 것이었다.
‘조금만 기다려, 니모.’
머지않은 미래에, 난 분명 지금의 일을 해결하려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가즈아-!!”
힘껏 소리를 내지르며, 오늘도 즐겁고 활기찬 훈련을 시작해 본다.
나와는 달리 힘든 하루를 예상하는 동료들의 한숨이, 지금의 내겐 즐거움을 안겨다 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너무 짓궂은가?’
실은 나도, 내가 짓궂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
2016년 5월 13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전력분석실.
중요한 두 개의 결승전이 남아 있긴 하지만, 내일은 2015/16 분데스리가의 마지막 경기였다.
“이상. 교체 명단이다.”
“…….”
하노버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 출전할 명단이 발표된 후, 앞쪽에 앉은 한 남자의 고개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바로, 마리오 괴체다.
괴체는 올 시즌 무척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모든 대회를 통틀어 출전한 횟수가 두 자릿수를 넘지 않았고, 로테이션 멤버가 투입되는 경기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불과 3년 전까지 독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선수의 선두주자로 꼽혔던 것에 비하면, 큰 추락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당시 괴체의 별명은 독일의 메시였다.
하지만 그는 뮌헨의 몇 안 되는 영입 실패 중 하나로 전락해 버렸다. 능력 자체만 놓고 보면 펩의 축구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될 남자인데도 말이다.
괴체의 플레이스타일은 티아고와 뮐러를 절반씩 섞어 놓았다고 볼 수 있다.
볼을 다루는 기술, 넓은 시야, 번뜩이는 창의성. 공간을 창출하고 활용하는 것에도 능숙하며, 주변 동료를 활용하는 연계는 베르나르두와 팀 내 1, 2위를 다툰다.
하지만 이런 완벽해 보이는 그에게도 문제가 있다.
강도 높은 훈련이나 경기를 치른 다음이면, 괴체는 어김없이 몸 이곳저곳의 통증을 호소했다.
그것이 문제가 되어 로테이션을 진행하다 보면 출전 욕심에 아픈 것을 참곤 했는데, 몇 주가 지나면 어김없이 근육이나 관절에 문제가 발생했다.
2013/14 시즌 중반까지를 뺀다면, 우리 중 누구도 100% 완벽한 괴체를 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새로이 합류한 베르나르두가 팀에 완전히 녹아들었고, 뮐러 역시 세컨드스트라이커로 뛰는 데 익숙해지면서 괴체의 자리가 사라져 버렸다.
무척 좋은 녀석이라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슬펐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면, 결과물로 증명을 해내야 한다. 불운마저도 자신의 것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기에 우리가 이런 돈을 벌고 있는 거다.
“헤에-이!!”
“!!”
명단발표 이후, 나는 괴체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괜찮으면 함께 저녁이라도 먹고 가지 않겠느냐고 말을 했다.
하지만 괴체는 좋은 말로, 이를 거절한다.
“다음에. 알겠지?”
“응. 꼭 말해 줘.”
“그래. 그럼.”
“…….”
선수단의 구조란 참으로 흥미롭다.
여전히 괴체는 좋은 동료이고 그보다 더 훨씬 좋은 사람이건만, 언제인가부터 그는 선수단의 중심에서 멀어져 겉도는 모양새가 됐다.
자연스럽게 경기장 안팎에서의 비중은 줄어들었고, 밝게 웃는 그의 모습을 본 지도 한참이 지났다.
벅- 벅- 벅-
이틀 동안 면도를 하지 않아 까슬까슬해진 볼을 긁적이며, 난 근처에서 걸어가는 키미히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요주아!”
“?”
“같이 저녁 먹자. 어때? 내가 살게. 어떠한 식단이든 만들어 주는 완벽한 가게가 있어.”
“됐어- 난 안 할래.”
“왜?”
“하-! 정말 몰라서 물어?”
어깨를 으쓱이는 나를 본 키미히가 피식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간다- 그럼, 내일 봐.”
“응. 그래.”
실은 나도 키미히가 저녁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줄 알았다. 재계약에 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면서 미묘한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피치 안에서는 여전했지만, 피치 밖에서는 어지간하면 사람들이 나와 어울리려고 하지 않았다.
베르나르두, 레비, 노이어, 뮐러, 리베리, 로번. 그리고 필리프 정도만이 전과 다름없이 나를 대해 주고 있다.
외의 사람들과는 전과 같지 않다.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기분이다.
‘뿌린 대로 거두는 거야.’
하지만 난 그것이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누구나 각자의 삶과 또 각자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지.’
모든 건, 전부 순리대로 흘러가고 있다.
***
2016년 5월 14일.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 시작 05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하노버
&Match-Up`s Best Eleven(뮌헨/상대팀)
&Tactics(뮌헨/상대팀) : 4-1-4-1/4-2-3-1
GK ? 마누엘 노이어 / GK ? 론-로베르트 칠러
RB ? 김다온 / RB ? 핀 아르켄베르크
CB ? 제롬 보아텡 / CB ? 살리프 자네
CB ? 코스타스 마놀라스 / CB ? 발드마르 안톤
LB ? 데이비드 알라바 / LB ? 미키 알보르노즈
DM ? 아르투로 비달 / CM ? 에드가 프리브
RAM ? 베르나르두 실바 / CM ? 마누엘 슈미데바흐
CM ? 필리프 람 / RAM ? 발미르 술레이마니
CM ? 티아고 / CAM ? 이베르 포썸
LAM ? 프랑크 리베리 / LAM ? 펠릭스 클라우스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ST ? 아르투르 소비흐
.
.
많은 팀 기록이 달린 분데스리가 마지막 경기.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은 잘 준비되어 있다.
“!@$@#%!”
“아- 왔네.”
“아주 광고를 한다니까, 안 그래?”
“큭큭. 응. 맞아.”
뒤쪽에서 들려오는 떠들썩한 소리에, 뮌헨의 선수들은 돌아보지 않고도 누가 나타났는지를 쉽게 짐작했다.
“쟤는 지치지도 않은 것 같아.”
“실제로 그렇잖아.”
축구 클럽은 하나의 공동체다. 그 속에는 다양한 개성의 군상들이 존재하며, 결국 그것들이 섞이고 섞여 어떠한 화학반응(Chemistry)을 일으킨다.
그래서 축구 감독들은 비슷한 성향의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을 선호한다.
높은 수준의 경쟁과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 이외의 다른 정신적인 부담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 역시도 마찬가지다. 구성원들 모두 경쟁과 압박을 버티는 능력이 뛰어나며,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 역시도 비슷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다른 부분이 도드라지기 마련이고, 뮌헨 선수단에게 있어 김다온은 그런 존재였다.
팀에 필요하다고는 여겨지지만, 굳이 나서기엔 귀찮고 너무 예민하다고 받아들여지는 문제를 다루는 사람이었다.
그 자신은 전혀 모르고 있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은 김다온이 그날 경기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는 것에 큰 안도감을 느꼈다.
“후우~ 준비됐어?”
“준비 안 됐다고 말하면 어쩔 건데?”
“엉덩이를 걷어차 줘야지.”
“큭큭큭. 내가 실수했네.”
“그렇고말고. 설마 다른 답을 바랐던 거야?”
언제나처럼 팀에 큰 에너지를 더해 주는 김다온을 보며, 티아고 알칸타라는 그가 없을 때 이곳이 얼마나 공허하게 느껴질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매일 아침 출근을 할 때면, 그는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동료들을 맞이해 주는 존재였다.
그리고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될 때면, 김다온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반복적인 일상에 색다름을 부여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주최하는 한국식 바비큐 파티는 어느새 참석하는 인원이 스물을 넘게 되었다.
또 매일같이 쌓이는 한국으로부터의 소포와 나날이 새로운 한국에서 건너온 색다른 문화들도, 이제 바이에른 뮌헨에는 하나의 일상이 되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과자를 품에 안고 그것을 하나씩 나눠 줄 때면, 그것만으로 클럽하우스엔 큰 활기가 번져갔다.
그렇기에 더더욱,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은 김다온이 계속해서 클럽에 머물러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별의 시간이 지척에 왔다는 것을.
재계약에 관련한 뉴스가 이어질 때면, 김다온은 어김없이 보드진과 미팅을 가지곤 했다.
가끔은 필리프 람과 진지한 대화를 나눴고, 그런 뒤에는 항상 조금은 슬픈 주장의 얼굴에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예상할 수 있었다.
본인은 조용히 일을 처리한다고 믿지만, 실은 뮌헨의 선수들도 이별을 예감하고 있었다.
“적당히 뛰면, 죽여 버릴 줄 알아.”
“하하. 어련하겠어.”
그래서 다소 과한 행동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분명 언젠가.
‘이 모든 것들이 그립겠지.’
김다온의 빈자리가 도드라져, 큰 허전함을 느끼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축구선수로서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것보다는 한 인간으로서의 공백을 느끼게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종류의 허전함이 더욱 크다는 걸,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
“입장합니다-!!”
입장을 알리는 진행요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계단을 지나 경기장으로 들어섰을 때, 티아고 알칸타라는 오늘의 경기가 지닌 의미가 전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분데스리가 역대 최다 승리와 최다 승점. 최다 득점과 최다 골득실과 같은 기록들.
‘아니, 그게 아니야.’
오늘은 바로, 어쩌면 김다온과 함께하는 마지막 알리안츠 아레나에서의 경기였다.
***
.전반 10분
바이에른 뮌헨 0 : 0 하노버
리그 최하위 팀인 하노버를 상대로, 우리는 경기 초반부터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파앙-!!
{“우오오오-!!”}
나와 2:1 패스를 주고받은 티아고의 슈팅이 론-로베르트 칠러의 선방에 가로막히고, 안타까워하던 녀석이 날 돌아보며 엄지를 치켜세워 왔다.
그래서 나 역시, 같은 행동을 했다.
지금은, 꽤 느낌이 좋았다.
잠깐 필리프와 스위칭해 약간 아래로 내려선 티아고는 애초부터 공격에 가담하려는 의욕으로 넘쳐 났고, 난 그런 그와 한 번 호흡을 맞추려고 했었다.
그리고 마누엘 슈미데바흐(Manuel Schmiedebach)를 얼어붙게 했을 땐, 결정적인 기회가 주어졌음을 알았다.
슈팅의 방향이 다소 아쉬웠다는 것만 뺀다면, 펩도 틀림없이 흡족해할 만한 플레이였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말했잖아.’
실제로도 펩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우리를 향해 박수를 보내오고 있었다.
“이봐아-!! 아직 0:0이야!!”
하노버를 상대로 패배할 리는 없다곤 생각하지만, 일단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임하려고 한다.
동료들에게 현 상황을 말한 이후 난 수비위치로 움직였고, 그러는 사이 코너킥 준비를 마친 티아고가 손을 들어 올리며 세트피스 패턴을 알렸다.
잠시 뒤 킥이 띄워 올려졌고, 박스 안쪽에서 복잡하게 얽힌 양 팀의 틈바구니에서 발드마르 안톤(Waldemar Anton)이 불쑥 튀어 올랐다.
탕-!!
그의 머리에 맞은 클리어는 박스 밖으로 향한다. 그러곤 뒤이어, 박스 바깥쪽에 있던 이베르 포썸(Iver Fossum)이 족구를 하듯 축구공을 밖으로 걷어 낸다.
그리고 그것은 하프라인에 선 내 앞으로 움직였다.
툭-
“…….”
가볍게 축구공을 발 앞에다 놓아둔 후, 박스 안쪽을 쳐다본 나는 오프사이드를 피해 움직여 나오는 동료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안쪽으로 뛰어드는 한 남자를 포착했다.
‘저기.’
팡-!!
발아래를 떠난 축구공이 부드럽게 떠올라 페널티 박스 안쪽을 향해 날아가고, 그것은 리베리의 가슴팍에 도달했다.
집중하느라 더욱 툭 튀어나온 입을 한껏 과시한 리베리가 부드러운 터치를 보여 주고, 오프사이드 라인을 완전히 파괴한 그는 가볍게 축구공을 옆으로 굴려 보냈다.
당연히 직접 슈팅할 거라 예상한 론-로베르트 칠러 골키퍼의 발이 멈추고, 옆으로 굴러간 축구공은 어느새 다시 골대 앞으로 움직인 레비의 앞에 도착했다.
텅텅 빈 골문 안으로 축구공을 밀어 넣는 건, 레비에겐 차려진 밥상을 떠먹는 것보다도 쉬운 일일 것이다.
축구공에 의해 그물이 출렁거렸고, 그와 거의 동시에 주심의 휘슬 소리가 피치 가득 울려 퍼졌다.
삑-!! 삐?익!!
전반전 이른 시간에 만들어진 오늘 경기 첫 번째 득점.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울려 퍼지는 ‘Seven Nation Army’의 멜로디가, 오늘따라 더욱 흥겹게 느껴진다.
“직접 슈팅을 했어야죠!!”
“뭐?!”
“그랬으면 제 어시스트였거든요? 당신이 내 공격포인트를 가져갔다고요!”
“누가 얘 입 좀 닫게 해 줄래? 내가 500유로를 줄게!”
셀레브레이션이 이뤄지는 코너플랫의 앞에서, 난 리베리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순조로운 출발을 마음껏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