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07)
606화 das Vermachtnis (6)
후반 27분.
부지런히 도르트문트의 골문을 두들겼음에도, 경기는 여전히 0:0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상대를 완벽히 압도하고 전개를 주도하고 있는 뮌헨이지만, 반전과 기적은 늘 이러한 흐름에서 뜻하지 않게 터져 나오는 법이다.
“…….”
흔히 사람들은 축구의 감독과 선수를 비유할 때 감독을 ‘체스 플레이어’, 선수를 ‘체스 말’로 설명하고는 했다.
토마스 투헬 역시 비슷한 생각을 지니고 있으며, 그는 선수들이 자신의 철학과 의도를 완벽히 이해해야 가장 승리에 가까운 축구를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것은 어째서 그가 그토록 독선적이며, 자신의 권위에 그토록 민감한가를 설명해 준다.
그리고 이는 펩 과르디올라 역시 마찬가지다.
그도, 못지않게 까다로운 남자다.
펩 과르디올라와 가까운 이들은, 그가 프로가 아닌 유소년들을 지도하는 데 더욱 빼어난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는 데에 의견을 모은다.
왜냐하면 과르디올라 역시 독선과 아집이 있으며, 권위에 무척 민감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FC 바르셀로나 부임 초기에 이런 성향이 잘 나타났다.
FC 바르셀로나에서 펩 과르디올라와의 관계가 어그러진 모든 이들. 그러니까 사무엘 에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같은 남자들의 특징은 권위에 쉽게 굴복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 모두 월드클래스 공격수로서 나름만의 프라이드와 권위가 존재했고, 그것은 피치 안팎에서 종종 도드라졌다.
특히 리오넬 메시가 주제가 될 땐, 이들과 펩 과르디올라의 감정적 대립은 가장 극단적으로 치달았다.
사무엘 에투는 펩 과르디올라 이전 자신에게 주어지던 역할 상당수가 21살의 어린 공격수에게 전가되는 것을 참지 못했다.
또한, 훈련장과 클럽하우스에서 자신이 지니고 있던 권위를 빼앗아 가려고 했던 것도 말이다.
그래서 사무엘 에투는 펩 과르디올라를 찾아가 실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전까지 FC 바르셀로나의 성적을 만든 것은 자신이었다며, 그에 걸맞은 대우와 존경심을 보여 주어야만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물론, 이는 옳을 수도 있는 말이다.
에투는 토사구팽당한 기분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무엘 에투가 커리어 내내 감독과 충돌을 해 온 선수라는 점이다.
심지어 에투 스스로 자신이 경험했던 축구 감독 중 최고이자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라고 말한 루이스 아라고네스(Luis Aragones)와도 갈등을 겪었다.
아라고네스의 마요르카에서 뛰던 시절, 에투는 종료 5분을 남겨 두고 자신을 교체로 투입한 것에 화가 나 경기가 끝난 뒤에 물병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
그러곤 아라고네스를 손가락으로 똑바로 가리키며, 두 번 다시는 나를 이딴 식으로 써먹지 말라고 소리쳤다.
참고로 이때 에투의 나이는 19살이었고, 그는 유망주기는 해도 FC 바르셀로나 시절과 같은 커리어는 가지지 못한 상태였다.
어쨌든 이런 성향의 사무엘 에투를 초보감독이었던 펩 과르디올라는 제대로 다룰 수 없었다.
과르디올라는 자신을 향한 분노에는 회피로 답하는 유형이었고, 이것은 전투적인 에투에게 더욱 큰 실망감만을 안겨다 주었다.
두 사람이 클럽하우스에서 충돌할 때면, 복도에서는 어김없이 [“당신은 겁쟁이야!!”]라 소리치는 에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후 에투와 트레이드 형식으로 합류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도, 펩 과르디올라는 같은 갈등을 겪었다.
이브라히모비치 역시 에투만큼 전투적이고 그보다 더한 자아의 크기를 지닌 남자였다.
스웨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 선수는 자신이 아닌 메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축구를 이해할 수 없었고, 본인의 성격대로 그것을 표현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회피뿐이었다.
시간이 흐른 후, 축구 감독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가게 된 펩 과르디올라는 이 두 가지 사례에서 큰 깨달음을 얻는다.
사무엘 에투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자신에게 반발했던 이유가, 철학을 부정하거나 권위에 도전해서가 아닌 그들 역시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흐릿하고 추상적인 생각이었을 뿐, 펩 과르디올라라는 사람을 바꿔 놓기에는 아직 조금 모자랐다.
게다가 FC 바르셀로나 내부의 복잡한 사정 역시, 과르디올라가 축구 감독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방해했다.
그러다 마침내 찾아온 안식년.
미국에서 지내면 오랜 시간을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었던 펩 과르디올라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전술을 가진 채 바이에른 뮌헨에 부임하게 된다.
당시 그의 생각은 이랬다.
어쩌면 비유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축구 선수는 체스 말이 아닐 수도 있다.
펩 과르디올라는 이 가정을 실험에 옮겨 보기로 했고, 이는 뮌헨 부임 초기에 가진 엄청난 숫자의 미팅과 공학수업과도 같은 설명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그때 함께하던 선수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펩 과르디올라는 이보다 더 쉽게 설명할 수는 없다는 느낌으로 자신의 축구 철학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자신이 설명하는 것의 1/10도 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커다란 실망감과 약간의 좌절이 찾아들려던 찰나, 펩 과르디올라는 웃고 있는 한 사내를 보았고 그를 지목해 일으켰을 때 큰 기쁨이 찾아옴을 느꼈다.
바이에른 뮌헨의 주장 필리프 람이, 설명의 70%가량을 이해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펩 과르디올라에겐 큰 자신감을 안겨 주는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몇 주 뒤, 오래전부터 자신의 눈을 사로잡은 후 영입을 원했던 남자가 클럽에 합류했다.
김다온.
팀에 가장 늦게 합류하고 시간적으로도 4주가량 손해를 보았지만, 김다온은 마치 오래전부터 함께해 왔던 것처럼 과르디올라의 축구를 빠르게 흡수해 나갔다.
‘……얼마나 운이 좋은지.’
피치를 바라보고 있던 펩 과르디올라의 머릿속엔, 지난 몇 년 동안의 기억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그를 미소 짓게 했다.
‘네 덕분에 알 수 있었지.’
펩 과르디올라는 이제, 더는 자신의 선수들을 체스 말처럼 다루지 않았다.
그들은 피치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존재이며, 그건 가끔 감독의 의도를 벗어나기도 한다.
제아무리 완벽한 설계를 하더라도, 모두가 멈춰 있는 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 축구란 세계에서는 늘 계획을 벗어나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건 가끔 감독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무기력한 기분을 느끼게끔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도 축구라고 말이야.’
축구란 결국에는 그런 것이다.
감독이란 승패를 좌우하는 존재가 아닌, 선수들이 승리에 더욱더 가까운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력을 보태어 주는 존재가 되어야 했다.
전술을 가다듬거나 선수의 기술을 발전시키고, 체력과 심리를 완벽하게 유지하는 것뿐만이 아닌, 축구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완벽히 통제함으로써 말이다.
전술과 기술을 위해 완벽한 훈련을 계획하고, 체력과 심리 상태를 위해 올바른 휴식과 영양 섭취를 알려 주는 것도 감독이 해야만 하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 보태어, 선수단과 소통을 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역시도 알아야만 했다.
그리고 이 마지막 부분이 FC 바르셀로나 시절 펩 과르디올라가 잘 해내지 못했던 것이자, 현재 그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투자하고 있는 분야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서로를 바라보는 것.
그리고 인정하는 것.
너무나도 뛰어나 항상 남들을 자신보다 뒤떨어지는 존재로 보아 왔던 펩 과르디올라에겐, 사랑하는 가족을 제외한 다른 이들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나도 미숙했다는 거지. 응?’
삐?익!!
하프라인 부근에서 도르트문트의 파울이 선언되고, 빠르게 볼을 처리한 티아고 알칸타라가 오른쪽 앞에서 달려 나가던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패스를 전달한다.
불려 온 휘슬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과르디올라가 볼이 움직이는 쪽으로 시선을 옮기고, 마르셀 슈멜처를 상대하는 베르나르두 실바가 자신감 넘치는 1:1을 보여 준다.
바이에른 뮌헨이 주도했던 공격에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현재 도르트문트 선수들의 발은 많이 무뎌진 상태였다.
뮌헨 역시 지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아무래도 조금 더 재미있는(공격) 쪽이 재미없는(수비) 쪽보다는 기운이 나는 법이다.
리오넬 메시를 연상시키는 보디페인팅과 자신만의 개성을 절묘하게 뒤섞은 드리블이 마르셀 슈멜처를 무너뜨리고, 안쪽으로 파고든 베르나르두 실바가 오른발을 휘두른다.
제법 매섭게 날아든 크로스가 레반도프스키와 뮐러의 머리를 겨냥해 보지만, 이번에도 마츠 훔멜스가 한발 앞선다.
‘이런!’
하지만 얼마 뒤.
“아아아악-!!!”
‘응?’
절규에 가까운 비명 소리가 피치에 울려 퍼졌고, 착지한 훔멜스가 골라인을 벗어나며 바닥을 뒹군다.
얼핏 보기에도 부상이 염려되는 상황.
하지만 주심은 선수가 착지하는 과정에서의 사고라 판단을 했는지, 휘슬을 불어 경기를 중단시키지 않았다. 어차피 선수가 골라인을 벗어났으니, 적절한 조치다.
이제 시선은 다시 볼을 좇는다.
‘세컨볼은 어디에 있지?’
훔멜스에 의해 클리어된 축구공은 페널티 박스 앞부분에서 경합이 펼쳐지는 곳을 향해 흘렀고, 이를 받아 든 필리프 람이 골대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슈팅을 예감한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한꺼번에 달려 나오는 찰나, 필리프 람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왼쪽으로 축구공을 슬쩍 굴려 보냈다.
그리고 그곳엔.
“…….”
마치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김다온은 정확한 위치를 향해 달려들며 스텝을 맞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하프라인 옆쪽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막아-!!!”
이것은 토마스 투헬의 목소리였고, 그를 등 뒤에 남겨 둔 펩 과르디올라는 막으라는 그의 외침이 얼마나 무의미한 노력인지를 생각했다.
파앙-!!!
결코 강하게 휘두르지는 않았지만, 달려오던 힘과 구르는 축구공의 반발력이 더해질 것이기에 저 가벼운 동작만으로도 충분했다.
탑-스핀을 먹은 축구공은 잠깐 높게 떠오르는 듯하다가 빠르게 아래로 떨어져 내렸고, 모두를 얼어붙게 만든 슈팅은 오랜 시간 기다려 온 오늘 경기의 첫 득점으로 이어진다.
삑-!! 삐?익!!
“이런, 빌어먹을!! 제기라알-!!!”
70분 넘게 잘 막아 왔던 수비가 무너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투헬이 분노하는 사이, 무릎을 꿇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쥔 펩 과르디올라의 앞으로 김다온이 달려 들어온다.
그러자 이를 본 과르디올라가 곧바로 몸을 일으켰고, 그는 자신에게 점프한 선수를 꼭 안아 들었다.
“으아아아아아-!!!”
“&^$^@^$%&!!”
“!$%^^$&!”
지축이 들썩거리고, 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에 둘러싸인 펩 과르디올라는 연신 김다온의 등을 두드리며 잘했다고 외친다.
그는 늘 자신을 두고 새로운 세계를 보여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 말하고 다녔지만, 오히려 자신이야말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완벽하지만은 않은 전술과 무모할 정도의 실험정신이 불러오는 모든 패착을, 대한민국 출신의 풀백은 승리라는 단어로 결국 마무리 짓고는 했다.
김다온과 함께할 수 있었기에, 펩 과르디올라 역시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곧 있으면 잠시 안녕이로군.’
김다온과 함께할 수 없는 1년이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엇을 보여 줄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축구 감독으로서, 자신은 과연 얼마나 성장했을까?
그리고 무엇을 더 준비해 놓을 수 있을까?
‘기다리지. 기쁜 마음으로 말이야.’
시즌 세 번째 트로피가 부쩍 가까이 다가온 지금, 선수들을 피치로 돌려보낸 펩 과르디올라가 힘껏 손뼉을 두드린다.
이건, 자신의 부족한 철학과 전술을 행동력으로 채워 준 남자들을 위한 고마움의 박수였다.
***
.후반 41분
바이에른 뮌헨 1 : 0 도르트문트
수비수로서 말하는 건데, 수비는 더럽게 재미없고 그런데 더럽게 힘든 그런 일이다.
완벽을 필요로 하는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한 것처럼, 순간의 방심과 작은 실수 하나가 오랜 시간 공들여 온 탑을 무너뜨릴 수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바로 이거다.
수비는 늘 과소평가된다.
‘막아야 해.’
“?!”
헨리흐 므히타랸의 보디페인팅에 속아 반응이 늦어지는 바람에, 난 왼손을 뻗어 그의 몸통을 안았다.
당연히 파울이 선언됐고, 휘슬과 함께 달려온 마르코 프리츠 주심이 내게 경고 카드를 꺼내 든다. DFB-포칼 규정에 의거, 난 내년 첫 포칼 경기를 뛸 수 없다.
DFB-포칼은 대회가 끝난다고 해서 경고 카드가 사라지지 않는다. 해당 선수가 독일 무대에서 뛰는 한, 카드는 계속해서 누적된다.
어차피 독일에서 뛰지 않을 내겐 아무 의미 없는 것이지만, 경고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만족스럽진 않다.
탁-!
[바보. 멍청이.]뻔히 보이는 므히타랸의 속임수에 속았다는 생각에, 난 자책하는 마음에서 연신 이마를 두들겼다.
.
(한희준) – KBS Sports N 해설위원
“김다온 선수의 가장 뛰어난 점은 퇴장이 아직 없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같은 팀의 필리프 람 선수도 커리어 동안 퇴장이 없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비를 보여 주면서도, 퇴장이 없다는 건 정말 굉장한 거거든요.”
(이후재) – KBS Sports N 아나운서
“그래서 경고 카드에 더욱 아쉬워하는 김다온 선수입니다.”
.
충분히 자책했으니, 이제는 다시 집중해야 할 시간이다. 프리킥이 이뤄지는 곳은 가깝지는 않아도, 충분히 박스 안으로 축구공을 보낼 수 있는 거리다.
도르트문트의 선수 중 헤더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 모두가 박스 안에 모이기 시작했는데, 난 노이어와 함께 놓치는 선수가 없도록 계속 목소리를 높였다.
삐?익!
어느 때보다 신중히 킥을 준비하던 마르코 로이스가 킥을 띄워 올리고, 박스 안으로 날아든 축구공은 복잡하게 떠오른 이들의 사이로 떨어져 내린다.
그리고.
틱-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누군가의 머리에 맞은 축구공이 내가 서 있던 골포스트로 굴절되었다.
그래서 난 본능적으로 오른발을 움직여, 축구공이 흘러들어 오는 곳으로 가져갔다.
‘이크!’
파앙-!
발 안쪽이 맞은 축구공은 높이 떠오르며 박스 바깥으로 향했고, 이에 좌절하며 머리를 감싸 쥐는 이를 확인한 나는 다시 고개를 돌리며 크게 소리쳤다.
“밖으로-!! 걷어 내!!”
금방 헤더에 성공한 사람은, 다친 마츠 훔멜스와 교체되어 들어온 마티아스 긴터였다.
‘후우~ 큰일 날 뻔했어.’
아찔했던 순간이 지나가고, 뒤늦게 그것이 떠올랐던 나는 몸에 아드레날린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손끝이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따끔했던 거다.
“에—이!! 진정해!! 알겠지?!?!”
상황이 대강 정돈된 후, 비달이 팀 전체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들으며 위치를 찾아 다시 움직였다.
여전히 우리는 쓰리백 체재지만, 도르트문트의 공세가 거세어진 뒤로는 파이브백에 조금 더 가까운 모습으로 바뀌었고 선수 교체도 수비를 강화하는 쪽으로 이뤄졌다.
체력이 조금 떨어진 키미히를 대신해 사비가 투입됐고, 5분 전에는 리베리가 빠지며 마놀라스가 들어섰다.
그러면서 알라바가 왼쪽 윙백으로 빠졌고, 난 비달과 함께 젝서(Sechser/DM)가 되었다.
좌우 윙에는 뮐러와 베르나르두가.
그리고 전방은 여전히 레비다.
“압박해! 달라붙어!”
“……?!”
“응?”
도르트문트 기준 오른쪽 측면에서의 스로인으로 경기가 다시 이어지고, 피슈체크가 던진 축구공을 받아 든 므히타랸이 스텝을 밟다 갑자기 주저앉았다.
트래핑을 했던 오른발을 다시 내려두는 과정에서 발이 미끄러진 건데, 하필이면 그러면서 축구공을 밀어내 버렸다.
그렇게 축구공은 나와 가까운 쪽으로 흘러나왔고, 가볍게 그것을 받아 든 나는 정확히 하프라인 위에 볼을 잡아 두고 전방을 쳐다보았다.
“…….”
최종 수비와 겹쳐선 레비가 뒷공간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쳤고, 그것을 의식한 긴터와 벤더 역시 언제든 뒤로 돌아 나갈 자세를 취했다.
현재 도르트문트의 최종 수비와 로만 뷔르키 골키퍼 사이엔 30m 이상의 공간이 열려 있다.
그래서 지금 저곳으로 패스를 보내는 건, 지극히 당연한 선택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내키지 않았다.
“…….”
시선을 조금 위로 들어 올려, 열려 있는 공간보다 조금 더 먼 곳을 바라본다. 지금, 로만 뷔르키는 공간으로 패스가 이어질 경우를 대비해 꽤 많이 전진해 있었다.
‘저기.’
빠르게 상황 판단을 마친 나는 골대를 바로 겨냥하는 편이 더 끌린다는 것을 느꼈고, 이미 살짝 앞으로 굴러가 있던 축구공으로 빠르게 다가가며 오른발을 휘둘렀다.
파앙-!!
발밑을 떠난 축구공이 완만하게 떠오르고, 좌우회전을 거의 먹지 않은 그것은 특별한 흔들림 없이 곧게 골대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페널티 박스 바로 앞까지 나와 있던 뷔르키가 살짝 움찔하는 것을 보며, 얼마나 축구공을 정확히 보냈느냐가 승부를 판가름하게 될 것임을 알았다.
레비에게 보내는 패스를 고려해야 했던 뷔르키다 보니, 판단을 내리는 속도가 늦었다.
킥이 떠오르고 1초.
바로 그 1초를 놓친 순간, 뷔르키는 지금의 이 상황에 개입할 여지를 잃었다.
축구공과 골대의 거리가 조금씩 더 가까워짐에 따라,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크기도 그에 비례하듯 점점 더 높아졌다.
잠시 뒤 뒤로 돌아 내달린 뷔르키가 몸을 날리고, 허공에 휘두른 두 팔과 함께 그의 몸이 그물 안으로 떨어진 순간 이곳은 그 어떠한 순간보다도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것은 이곳, 알리안츠 아레나와 늘 이곳을 가득 채워 주었던 팬들을 위한 내 마지막 선물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악-!!”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던 나는 곧, 환호하며 뛰어든 동료들에 의해 파묻혀 버렸다.
.
.
.경기 결과(DFB-포칼 결승)
바이에른 뮌헨 2 : 0 도르트문트
[골] 김다온 : 후반 29분(필리프 람), 후반 43분***
작가의 말 ? 주제가 이별/이적이 주다 보니 평소와 다르게 전술/축구의 비중을 크게 줄였는데, 그래서 축구 내용을 적기가 무척 힘드네요. 정신적 컨디션 문제도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정진하고.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