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08)
607화 das Vermachtnis (7)
[Der GOTT des Fußball ? 키커/2016.05.21.(오후)]? 오늘 우리가 본 건, 피치에 선 뮌헨에 강림한 ‘축구의 신(Der Gott des Fußball)’이었다.
? 펩 과르디올라, “몇 번이나 말했던 것이지만, 아마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복 받은 축구 감독일 것이다. 난 FC 바르셀로나 시절 리오넬 메시라는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와 함께했다. 하지만 또 보라. 나는 무려 두 차례나, 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와 함께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 베르나르두 실바, “현시점, 다온은 모든 축구 선수들보다 더 우위에 있다.”
? 아르투로 비달, “다온이 하프타임에서 킥했을 때 대체 무얼 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그가 옳았다. 언제나처럼 말이다. 그리고 난 그를 의심하면 안 됐다(웃음).”
? 마르코 로이스, “인정한다. 우린 꽤 잘했지만, 다온이 우리를 박살 냈다.”
***
2016년 5월 22일. 20122 밀라노, 이탈리아. 코르소 디 포르타 로마냐(Corso di Porta Romana. 20122 Milano, Italy).
김다온이 DFB-포칼 결승전에서 보여 준 활약으로 뮌헨이 다음 날까지 들썩이고 있는 동안, 밀라노 도심 한복판의 한 독특한 타운하우스에는 큰 고민이 찾아들었다.
도서관 일부를 통째로 옮겨 놓은 것만 같은 이 고급 빌라엔, 지금 많은 이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유는 바로.
“파파! 이제 와 그를 붙잡는 건 우스운 일이에요.”
“…….”
“그 없이도 잘 해낼 수 있다니까요. 오히려 아빠의 권위만 흔들릴 거라고요.”
“……자네들 생각은 어떻지?”
아들 다비데의 이야기를 경청하던 카를로 안첼로티가, 맞은편에 앉은 두 사람을 바라본다.
상당히 비슷한 외모의 두 남성은 가족관계로 보였는데, 실제로 둘은 부자(父子) 관계다.
“시도를 해서 나쁠 건 없지 않겠나?”
“이런! 진심이세요?!”
“다비데. 지금 다온이 가지는 값어치는 상상 초월이야. 그런 선수가 스쿼드에 있으면, 팀을 몇 단계나 끌어 올릴 수 있어. 너도 어제 경기를 봤잖니?”
“지오.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정말 실망이에요.”
다비데 안첼로티가 지오(Zio/삼촌)라는 별명으로 친근하게 부른 이는, 파르마 시절부터 카를로 안첼로티와 줄곧 함께해 온 지오반니 마우리(Giovanni Mauri)를 의미했다.
그는 7월 1일부터, 피트니스 코치로서 안첼로티 부자와 함께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한다.
“네 생각은 어떠냐?”
“음…… 저는…….”
다소 자기주장이 부족해 보이는 인상을 지닌 남성의 이름은 프란세스코 마우리(Francesco Mauri)로, 지오반니 마우리의 아들이다.
카를로 안첼로티가 PSG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사단에 합류했고, 마찬가지로 2016년 7월 1일부터 바이에른 뮌헨의 재활(Rehab)코치로 근무할 예정이었다.
지오반니는 아들 프란세스코를 어슬레틱(Athletic)으로 키우고 싶었지만, 괴팍한 고집과 부족한 머리를 가진 탓에 4년 가까이 라이선스를 획득하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라이선스가 없더라도 동행할 수 있도록, 재활코치라는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 냈다.
“역시, 있는 게 좋지 않을까요?”
“프랑키! 너도 정말 그러기야?”
“그만. 다비데, 진정하렴.”
“파파! 그렇지만…….”
“지오(Gio)의 말이 옳아. 시도를 해 봐서 나쁜 것은 없겠지. 오늘 오후에 뮌헨과 통화를 해 봐야겠어.”
“제 이야기는 듣지도 않는군요!”
자신의 의견이 무시되는 것을 견디지 못한 다비데가 자리에서 일어서고, 지오반니 마우리가 눈치를 주어 아들 프란세스코를 함께 밖으로 보냈다.
대륙 라이선스와 나름대로 훌륭한 역량을 보유한 아버지들과는 달리, 아들들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들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이탈리아의 아버지들이 그러하듯, 가족애라는 이름 아래 아들의 결점을 필사적으로 가리고 있다.
비슷한 공감대를 지닌 두 남성이 서로를 바라보며 쓰게 웃었고, 그런 뒤에는 조금 더 자유롭게 6주 앞으로 다가온 새 직장의 구성을 고민했다.
“만약 다온을 남긴다면, 하피냐와 베르나트를 모두 팔아도 되겠어. 어차피 잉여 자원이야.”
“베르나르두 실바는 어쩔 건가? 그도 이적설이 있던데.”
“흐음- 일단은 그도 펩의 남자라고 봐야지. 나의 전술적 철학과는 부합하지 않아. 그래도 코스타와 코망은 쓸 만하더군. 또 리베리와 로번도 있지. 그 역시 필요하지 않을 걸세.”
하루하루 안첼로티 체재 아래에서 중용될 선수와 소외당할 선수가 나뉘는 지금, 오랜 시간 중간의 위치였던 베르나르두 실바의 입지마저 결정이 되었다.
정해진 Best 11과 주로 쓰이게 될 후보 3~5명에 들지 않는 이상, 카를로 안첼로티의 팀에서 출전기회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미리 큰 그림을 정해 두는 성향의 안첼로티에겐, 프리시즌도 평가보다는 훈련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나저나, 어제의 슛은 봤나?”
“봤네. 정말 멋지더군.”
“동양인 중에서 그런 재주를 가진 사람이 나올 줄이야. 그것참 오래 살고 볼 일 아닌가? 우리 때 동양인은 그냥 축구 하는 시늉만 하던 족속들이었는데 말일세.”
“큭큭큭큭. 그랬었지.”
“김치라니. 그렇게 마늘만 잔뜩 때려 넣은 음식을 좋다고 먹는 게, 내 상식으론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니까?”
“누가 아니라나!”
말은 행동의 거울인 법.
몇 시간 뒤.
– 아뇨. 전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어떻게 마음을 돌릴 수는 없나?”
무례함이란 약한 인간이 강한 인간을 모방할 때 나온다고 말한 앨리 호퍼의 말처럼, 카를로 안첼로티는 스스로의 나약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
2016년 5월 24일. 81479 뮌헨, 독일. 카루소베크 1C.
요즘, 집이 조금 정신이 없다.
부모님과 누나가 온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집의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까닭이 컸다.
“…….”
– 여보세요? 듣고 있어?
“……어? 아, 네. 듣고 있어요.”
– 하하. 정신이 없는 거야?
“조금요. 아영이가 저한테 의견을 물었거든요. 대답하지 않았으면 창문을 두들겼을 거라고요.”
– 큭큭큭큭.
DFB-포칼 결승 이후, 주변도 제법 부산스러워졌다. 광고 계약과 같은 일상(?)적인 것부터 시작해, 그제와 어제는 안첼로티의 집요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내게 팀에 남아 달라고 요청했다.
조금은 새삼스러운 순간이었다.
– 처음 연락 온 거지?
“네. 다른 사람들한테는 한 번씩 전화를 한 것 같더라고요. 펩은 그걸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요.”
– 당연하겠지.
3월 중순 무렵부터, 클럽하우스 내에서 안첼로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내용은 별것 없고, 안부와 활약을 잘 지켜보고 있다는 말 정도가 전부긴 했다.
하지만 그 통화가 가뜩이나 약해진 펩의 선수단 장악력을 더욱 떨어트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펩은 이에 분노했지만 일단 참고 넘기는 모습이었고, 근래에는 아예 무시를 해 버리기로 한 것 같다.
“여러모로, 마음에 안 든다니까요.”
– 하하. 그래도 능력은 있는 감독이잖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 응?
“토니에게 듣기론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거든요. 무엇보다, 그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따낸 트로피라곤 컵 대회 하나뿐이라고요. 알죠?”
– 물론. 네가 그를 막았었잖아?
“네. 분명 그랬었죠.”
2013/14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4: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4:5로 패배한 이후, 카를로 안첼로티는 인터넷 세계에서 정말 잔인할 정도로 까였었다.
전문가들도 무려 세 번이나 기적(이스탄불/리야소르/뮌헨)의 희생양이 된 안첼로티를 명장이라 부를 수 있는지 진지하게 논했었다.
현재도 뮌헨의 팬들과 독일 내 미디어 중 일부는, 안첼로티의 임명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
“그나마 여긴 착한 사람들이 많아서 다행인 거죠.”
선수단 중 일부가 차기 감독이 안첼로티라는 것에 실망을 표현했다고 알고 있다. 독일 출신들이 주로 그랬는데, 뮌헨 선수단 중 대다수가 독일인이다.
그리고 경험에 의거, 독일 국적의 축구 선수들은 부드러운 리더십보다 강한 카리스마를 더 선호한다.
카를로 안첼로티와 정반대라는 거다.
“뭐, 뮌헨 사정도 이해는 해요.”
– 수습이 필요했지.
“네. 타이밍이 너무 묘했으니까요.”
– ……그거 말인데.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요, 요나스. 어쩌면 그 이야기가 펩 쪽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고 보는 거죠?”
– 응. 바로 그거야.
펩이 뮌헨을 떠날 거란 뉴스가 튀어나온 시점은 겨울 휴식기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처음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최근 이적을 스스로 주도하면서부터는 펩 역시도 미디어의 성질과 뮌헨의 사정을 교묘히 이용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당시의 흐름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하여금 카를로 안첼로티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계약이 불발되어 클럽을 떠나게 된다고 해도, 시즌 종료 후 이야기가 나오는 게 보통이다.
리그 후반기와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를 앞둔 시점에서, 빅이어를 노릴 수 있는 클럽의 감독이 시즌 후 팀을 떠난다는 말이 나온 전례는 찾아볼 수 없다.
“생각해 보자고요.”
– …….
“우린 바이에른 뮌헨이에요. 이 말은, 이곳과 어울리는 수준의 감독이 한정되어 있다는 뜻이죠.”
세상의 그 어떠한 축구클럽도, 미치지 않은 이상 시즌 중반 감독을 다른 클럽으로 보내 줄 리 없다. 면접을 보내 주는 일 또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에른 뮌헨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많지 않았다.
아니, 유일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 꽤 그럴싸한 추론이라고 봐.
“그렇죠?”
– 응. 나도 똑같이 생각을 했었거든. 하지만 궁금한 건 바로 이거야. 왜 펩이 그렇게 했을까?
“……실은.”
– ??
“그것도 생각하는 바가 있거든요.”
펩은 아마도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제가 안첼로티의 축구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할 거라고요.”
– 그럼, 넌 이적 요청을 하고?
“네. 너무 자만하는 것도 같지만요.”
나 자신을 너무 높이 평가하는 건 아닌가도 싶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이것 외에는 펩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로도 다음 감독이 안첼로티라는 것을 듣자마자, 뮌헨을 떠날 결심을 굳혔으니까 말이다.
“뭐, 다 끼워 맞추기에요.”
– 그게 지금까지는 들어맞고 있잖아. 아무튼, 준비는 된 거야? 이제 일주일 남았다고.
“네. 좋은 시절은 끝나는 거죠.”
– 하하하. 누가? 너? 아니면, 뮌헨?
“지금 절 곤란하게 하는 건 알죠?”
– 큭큭큭. 왜 모르겠어.
오늘 요나스가 내게 전화한 이유는, 카를-하인츠 빌트로부터 원고를 미리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5월 31일 오전 ‘키커’에 기고될 기사는 ‘슈피겔’이 쓸 또 하나의 기사와 보태어져, 나라는 사람의 이미지를 꽤 낮은 곳까지 끌어내릴 것이다.
물론 요나스와 나는 그것이 일시적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곧 그 화살이 다른 곳으로 향할 거라 믿고 있었다.
“어차피 그땐, 이곳에 없을 거니까요.”
– 그렇지.
차곡차곡 정리되고 있는 짐을 쳐다보며, 난 요나스에게 이만 전화를 끊겠다고 이야기했다.
– 그래. 글피에 사람을 보낼게.
“네. 부탁해요.”
– 응.
우리 선수단과 클럽에 보고한 선수의 가족들은, 챔피언스리그 경기 하루 전인 27일 밀라노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사이, 정리한 짐이 담긴 상자의 상당수가 모처에 있는 창고로 옮겨질 예정이다.
또 그날 요나스의 처남이 와, 지하에 있는 자동차 중 일부를 처분해 주기로 했다.
드르르르륵-
꽤 길었던 통화를 끝마치고, 다시 안으로 들어선 나는 아영이를 도와 짐 정리를 도왔다. 우리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많다 보니, 꼭 함께해 주길 원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아니었더라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건 어떻게 하지?”
“오-! 그리스에서 산 건가?”
“응. 맞아.”
“들고 가자. 가볍고 또 예쁘잖아. 자기처럼.”
“피이-”
“피? 지금 피라고 했어?”
“아우 야~ 1층에 사람들 있어.”
곤란해하는 아영이를 보는 것만큼, 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응?”
“여기에서 참 행복했다아- 그치이~?”
“하하하. 응. 맞아.”
“…….”
“…….”
2층 현관에 다정하게 앉아 서로를 보듬어 안은 채, 우린 이곳에서 있었던 많은 추억을 회상했다.
‘이젠 정말…….’
이별은, 부쩍 가까이 와 있다.
***
유럽의 축구 리그 대부분이 휴식기에 들어선 지금, 주위는 온통 사흘 뒤에 있을 밀라노에서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이야기밖에는 없었다.
마치 그게, 마지막 축구라고 되는 것처럼 말이다.
UEFA는 이번 결승전의 시청자 수가 역대 최다가 될 것으로 내다봤고, ‘ESPN’과 ‘Sky Sports’와 같은 미디어 역시 같은 의견을 내어놓으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정확히 이런 예측을 기점으로, 1분이 멀다 하고 결승전과 관련된 기사가 쏟아졌다.
경기가 시작되려면 72시간보다도 더 많이 남았건만, 벌써 주변 분위기는 용광로보다도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 친구가 키-플레이어다.”
“…….”
우리는 머리를 차갑게 식혀 두고, 현명하게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 남은 한 경기가 시즌 결과를 좌우하게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
2016년 5월 25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전력분석실.
펩은 지금, 레알 마드리드의 키-플레이어로 다소 의외의 인물을 지목했다.
“이 친구가 결국, 마드리드의 차이를 만든다.”
바로, 카세미루.
2013년 여름 레알 마드리드가 600만 유로를 지불하고 영입한 미드필드로, 지난 시즌에는 FC 포르투로 임대되어 프리메이라 리가 최고의 선수란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올 시즌부터는 다시 레알에서 뛰게 되었는데, 지단 부임 이후 환골탈태(換骨奪胎)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기존 베니테즈 체재에서 중용 받던 하메스를 벤치로 밀어내며, 사비 알론소와 사미 케디라가 떠난 후 취약해진 젝서(Sechser/DM) 자리의 구원자로 떠올랐다.
“지단의 축구는 압박 지점이 높지 않은 게 특징이다. 어지간해서 높은 위치에서 압박 지점을 잡지 않아. 대부분이 그들의 진영에서 머문다. 가끔 높게 올라오기도 하지만, 강도가 썩 높은 편은 아니야.”
당연한 말이겠지만, 축구에서의 압박 지점은 Low-Middle-High 총 세 종류로 분류된다.
감독의 철학과 스쿼드의 성향이 7:3 정도로 배합되어 압박 지점의 종류가 달라지는데, 기준점은 하프라인(Middle)으로 그보다 높으면 하이 낮으면 로우다.
전방 압박이 중요해진 현대축구에서는 하이-프레싱이 주류를 차지하지만, 그게 꼭 좋다는 뜻은 아니다.
하이-프레싱은 자연스럽게 라인 전체의 전진을 요구하고, 그만큼 뒷공간이 넓어지게 되는 약점이 있다.
바로 펩의 축구처럼 말이다.
반대로 로우-프레싱의 경우, 라인 전체는 낮아지게 되지만 후방 공간을 봉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만큼 상대의 빌드업이 자유롭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또 라인이 낮은 만큼 공격 시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하기에, 공격수의 체력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일단, 이 영상을 보지.”
딸깍-
펩이 틀어 준 영상은 레알 마드리드가 2:1로 승리한 2015/16 시즌 두 번째 ‘엘 클라시코’였다.
루이스 엔리케의 FC 바르셀로나는 언제나처럼 후방 빌드업을 했고, 이때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 세 명과 중앙 미드필드 두 명은 진영을 유지한 채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딸깍-
“잠깐 멈추지.”
“…….”
“이 장면을 보도록. 양쪽 윙어의 위치를 봐. 뭐가 보이지?”
아, 이건 내가 정말 좋아하는 퀴즈 시간이다.
펩의 질문에 난 재빨리 손을 들었다.
“다온?”
“방향 전환을 막고 있네요.”
“그래서?”
“하프 스페이스를 지배하는 효과가 크게 줄어들어요.”
“바로 맞았어. 정답이야.”
딸깍-
펩이 다시 화면을 재생시켰고, 편집된 몇 개의 짧은 영상이 흘러갔다.
화면 속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4-2-4와 4-5-1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수비를 공고히 했고, 피치를 세 구역으로 나누어 자신들의 진영에 볼이 왔을 때만 압박을 강하게 가져갔다.
그 모습은 굉장히 조직적이고 체계가 잘 잡혀 있었으며, 누구 하나 이탈하는 일 없이 자신의 구역과 임무를 정확히 지켰다.
딸깍-
“이 압박을 피치 위에서 진두지휘하는 것이 바로 카세미루다.”
당연히 레알 마드리드의 압박은 훈련을 기조로 두었겠지만, 기본적인 몇몇 조건들 외에 유기적으로 변화를 주는 부분은 지휘하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했다.
축구라는 게 감독이 예측한 대로 흘러가는 종목도 아니고, 피치 위에서는 늘 변수라는 게 발생한다.
그래서 축구 감독들은 이런 변수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선수를 선호한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바로 그게, 카세미루였다.
이제, 펩이 저 남자를 지목한 이유가 이해된다.
“우리가 단순히 볼을 점유하는 것 이상의 축구를 하려면, 반드시 카세미루를 흔들 필요가 있어.”
“?”
“바로 그게, 잠시 후 오전 훈련에서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이다. 이번엔 다른 영상을 참고하지.”
펩이 손짓을 하자, 랩톱 앞에 앉은 부에나벤투라가 마우스를 움직여 다른 화면을 틀었다.
그리고 거기엔 우리가 결승전에서 가져가야 할 기본적인 접근 방식이 담겨 있었다. 오늘이 경기 3일 전이니, 평소와 전혀 다를 것 없는 진도였다.
이후 오전 훈련을 통해서 감을 잡게 되면, 클럽하우스 1층 식당에 모일 때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거다.
스스로 이해한 펩의 의도가 옳았는지부터, 전술 자체와 레알 마드리드의 대처까지 모든 것을 말할 것이다.
일주일 간격으로 치러지는 경기가 좋은 이유다.
준비할 시간이 길어 조금 더 잘 만들어진 축구를 할 수 있고, 전술적으로도 또 컨디션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
물론 상대 역시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이번 결승전, 상황은 공평하다.
특별한 주요 부상자도 없고, 양국의 미디어가 앞장서서 상대의 전력을 대신 분석도 해 주고 있다. 신경전은 아직이지만, 그거야 모레 기자회견부터 불이 붙을 거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란 그런 것이다.
누가 더 강한 팀인가를 겨루는 게 아니라. 누가 최고인지를 겨루는 무대다.
그래서, 더 특별했다.
훈련장에 들어서서 어김없이 목소리를 높이며, 난 팀 전체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많은 웃음과 약간의 열기는, 훈련의 효율을 높이는 가장 완벽한 조미료다.
“자-!! 오늘도 힘내자!! 파이티잉-!!!”
“아-! 누가 쟤 입 좀 막아.”
“그게 될 것 같아? 네가 하든가.”
“하아~”
토마스 뮐러의 헛소리와 내 파이팅은 어느새, 이곳에서는 흔한 일상이 되어 있다.
‘과연 이걸 그리워해 줄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내 마지막 임무는 이제, 본격적인 단계로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