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09)
608화 das Vermachtnis (8)
2016년 5월 26일. 마드리드, 스페인. 데 알레한드로 데 라 소타 거리. s/n. 28055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델 레알. 파벨론 발롱세스토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레알 마드리드.
시즌 중반 소방수로 투입된다는 건, 축구 감독에게는 가장 힘든 일 중에 하나다. 선수단의 구성과 전술 등 모든 부분에서 자신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방수로 부임하는 축구 감독들에겐 흔히 이런 역량이 요구된다.
우선 첫째, 인내심이 있을 것.
둘째, 전술적 편견이 없을 것.
셋째, 선수단의 존경을 받을 만큼의 커리어(명성) 혹은 리더십을 갖추었을 것.
특히 마지막 세 번째의 경우, 감독 교체 시의 상황이 나쁘면 나쁠수록 빛을 발하는 요소로 여겨져 왔다.
“이제, 48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지네딘 지단은 프랑스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중앙 미드필드였다. 동시에, 90년대 레블뢰를 이끈 빼어난 리더였기도 하다.
온통 실패뿐이던 라파 베니테즈와의 결별을 앞두었을 때, 레알 마드리드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부임 인터뷰에서 감격으로 벅차 눈물까지 흘린 베니테즈였지만, 그는 클럽의 어떠한 부분도 통제하지 못했다.
크리스타아누 호날두에서 가레스 베일로 선수단의 중심을 이동시키길 원했던 플로렌티노 페레즈의 충실한 심복이 될 것을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선수단과 보드진 양쪽의 신뢰를 잃고야 말았다.
훈련 첫날부터 베니테즈와 호날두는 언쟁을 일으켰고, 선수단은 주제 무리뉴 시절처럼 파벌을 나눠 대립했다.
하지만 라파 베니테즈에겐 이런 파벌을 통제하고 선수단을 하나로 모을 카리스마가 부족했고, 권력을 이양하는 작업이 지지부진해지며 보드진의 인내심도 바닥나 버렸다.
또한 전술적인 부분에서도 실패했는데, 얼핏 주류를 따른 것 같았던 4-4-2는 사실상 5-0-5라는 낡고 오래된 기형적인 축구라는 것이 드러났다.
순식간에 선수단 사이에서는 동일 인물에 대한 각기 다른 이유의 불만이 쌓였고, 결정적인 계기였던 ‘엘 클라시코’에서의 0:4 참패 뒤 베니테즈의 경질이 확정되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실제 베니테즈의 해임까진 6주라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유는 마땅한 후임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미디어를 통해 물망에 오른 후보가 필리포 인자기와 지네딘 지단이 전부였다는 것만 보더라도, 유럽 축구계가 얼마나 큰 감독 기근(飢饉)에 시달렸는지를 말해 준다.
그런데.
“모레는 지금 당장 너희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다! 언젠간 더욱 중요한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 너희는 모레 경기에 모든 것을 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
“내가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어제와 오늘 너희들의 훈련 태도가 조금 의아했기 때문이다. 분명히 우리가 준비해 왔던 것들이 있는데, 갑자기 그대로 하지 않았지. 그건 챔피언의 태도가 아니다. 그렇다는 말은, 실제 챔피언이 될 수 없을 거라는 뜻이지.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너희 역시, 그것을 원치 않아야 한다.”
긍정적인 것들만을 바라보고 벼랑 끝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결정이었지만, 지네딘 지단을 레알 마드리드의 58번째 감독으로 임명한 것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지단은 부임 첫 번째 날 파발로 나뉘었던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단을 하나로 규합했고, 호날두와 베일을 각각 따로 만나 팀을 더 우선시하도록 설득을 했다.
물론 자존심 강한 두 선수는 처음엔 반발했지만, 지단의 명성과 카리스마를 이겨 낼 수는 없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 모두 지단의 로테이션 정책을 받아들였고, 체력과 컨디션 관리가 쉬워진 두 공격수는 한층 나은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뿐만 아니라 제로니모 베가, 카세미루, 루카스 바스케스와 같은 라파 베니테즈 밑에서 중용 받지 못한 선수들을 로테이션에 합류시켜 즉각적인 성과도 보았다.
외에도 라파 베니테즈의 4-4-2를 완전히 폐기하고, ‘전술에 한정해 아무 문제가 없었던’ 카를로 안첼로티의 4-3-3을 다시 가져와 팀에 정착시켰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전술적 비중이 크게 줄었지만, 쌓여 가는 승리로 증명 중인 상태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소방수로 투입된 후 14주.
지네딘 지단은 이렇게, 레알 마드리드를 완전히 탈바꿈시켜 놓았다.
“오후에는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봤으면 하는군. 이상.”
최근에 치러진 세 번의 훈련 퍼포먼스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지단의 긴급 미팅이 끝나고, 선수단이 해산되는 사이 에밀리오 부트라게뇨가 지단의 근처로 다가섰다.
“응?”
“혹시 잠깐 시간 되나?”
“오래 걸립니까?”
“음- 함께 점심이나 했으면 하는군.”
“……그러죠.”
고개를 끄덕인 부트라게뇨가 지단을 이끌고, 두 사람은 건물을 빠져나가 주차장으로 향했다.
탁-
미팅에서 보여 준 지단의 카리스마에 관해 이야기하던 부트라게뇨가 차를 출발시키고, 두 사람은 클럽하우스 인근의 고급 식당으로 향했다.
주차장을 나선 후 약 5분.
목적지에 도착한 지단과 부트라게뇨는 건물 밖으로 마중을 나온 지배인과 반가운 악수를 하며 안으로 들어선다.
흔한 일상적인 대화가 끝난 후, 메뉴를 주문한 후 둘만 남게 된 상황에서 지단이 부트라게뇨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무슨 일이시죠?”
“?”
“한가하게 점심이나 먹자고 저를 여기까지 데려오신 건 아니겠죠. 더구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이틀 남았는데 말입니다. 제가 선수단을 떠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가 승리할 확률도 줄어듭니다. 그러니. 뭔가 흥미 있는 이야기가 나왔으면 하는군요.”
“…….”
정확하게 지적해오는 지단을 보며, 부트라게뇨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상태에서 감독의 감각이 날카로운 상태를 유지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인 레알 마드리드의 단장은 최근 소문으로 돌고 있는 한 가지 소식을 이야기했다.
“최근, 이런 이야기가 돌고 있네.”
“?”
“다온이 다음 시즌 아틀레티코에 합류할 모양인 것 같아.”
“?!?! 지금…… 뭐라고 했죠?”
“들은 대로네. 나도 처음엔 이야기를 듣고 많이 혼란스러웠어. 하지만 조금 알아보니, 일이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야. 다온의 에이전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보드진이 전화로 두 차례 이상 미팅을 가졌다는군.”
“…….”
갑자기, 테이블 위 온도가 약간 내려앉는다.
그리고 지단은 가장 첫 번째로 떠오르는 의문을 던졌다.
“아틀레티코에게 돈이 있답니까?”
“하하. 나도 그게 의문이었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아무리 완다 그룹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지만, 그들의 시스템은 다온을 영입하기 적절하지 못했다.
클럽 내 최다 주급을 받는 코케가 약 19만 유로를 수령하고 있으며, 주요 선수의 주급 대부분은 10만 유로 안팎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완다 그룹이 이적료를 어떻게 해결해 준다고는 해도, 김다온의 주급은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
압도적인 수비수이자 미드필드로서도 월드클래스 급의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시즌 19골 36어시스트를 기록한 22살의 풀백의 연봉은, 최소 28만 유로를 넘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김다온의 완전 영입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주급 체계를 뒤흔들어 놓을 것이며, 그것은 곧 단기적인 지출의 증대로 이어질 게 분명했다.
이는, 클럽 재정의 붕괴를 의미한다.
“하지만…….”
“?”
“완전 이적이 아닌 임대 영입이라는 말이 있네.”
“임대? 다온이 말입니까?”
“그래. 나도 말이 안 된다는 것쯤은 알아. 사실 이 이야기를 알게 되고 일주일 넘게 고민을 했지만, 도저히 그 이유를 알 수 없더군. 다온씩이나 되는 남자가, 임대생 신분이 된다는 게 말이야. 모든 면에서 의문투성이었지.”
부트라게뇨의 말처럼, 지네딘 지단 역시 의문이 잔뜩 생겨나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 다온은 임대생 신분이 되는가?
그리고 어째서 뮌헨은 그걸 허락했나?
내부에서 돌아가는 사정을 알 리 없었던 지단은 사고회로가 정지되는 것을 느꼈고, 그러는 사이 부트라게뇨가 오늘 지단을 부른 목적을 이야기했다.
“어쨌든, 이 모든 게 사실이라고 가정을 해 봄세.”
“…….”
“다온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임대생 신분으로 한 시즌을 뛸 거고, 다음 시즌에는 뮌헨으로 돌아가야 하지.”
“그렇죠.”
“하지만 내 생각은 이러하네. 과연 그가 계속해서 뮌헨에 머물까? 알다시피, 내년 7월 1일이 되면 다온의 계약 기간은 1년도 남지 않아. 뮌헨은 그를 팔아야 하네.”
“……?!”
부트라게뇨의 이야기를 듣던 지단이 문득 한 가지에 생각이 미친다.
“그를 데려올 수 있습니까?”
“자네의 의사가 궁금했네.”
“이런, 세상에나-! 이거 정말 멋진 일이로군요!!”
어린아이처럼 환한 표정을 지으며 손뼉을 두드리는 지단을 보며, 부트라게뇨는 이를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사실 과연 김다온의 영입을 거부할 축구 감독이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는 게 옳았지만, 그래도 클럽 운영에는 절차라는 게 있고 영입 후보를 정하기 앞서 감독의 의사를 묻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다니와 마르셀루 전부 멋진 녀석들입니다. 또 다닐루도 있기는 있지만, 다온에 비할 수는 없죠. 만약 팀의 양쪽 풀백에 다온과 마르셀루를 놓아둘 수 있다면, 최소 5년은 트레블을 노려볼 만합니다. 그리고 마르셀루의 대체자를 찾는 일에 성공한다면, 다시 5년을 더 같은 일을 할 수 있겠죠.”
축구 감독으로서의 지네딘 지단을 평가하자면, 합리적인 실리주의자로 설명이 가능했다.
그는 늘 공수의 밸런스를 중요히 여겼다.
유소년 시절 클레르퐁텐에서 배웠던 축구가 이런 성향의 밑바탕을 제공했고, 현역 시절 철의 포백과 레블뢰의 전성기를 함께한 것 역시도 수비를 강조하는 이유가 됐다.
지네딘 지단의 축구에서 수비는 공격과 똑같이 중요한 요소였고, 특히 측면 압박은 수비 전술의 가장 핵심이었다.
“그가 온다면, 제가 할 일의 1/3은 줄어들 겁니다. 그러면 그것을 다른 필요한 곳에 투자할 수 있겠죠.”
“그렇군. 그나저나, 자네.”
“?”
“그 정도로 들뜬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군.”
“……크흠. 들떴다뇨. 전혀 아닙니다.”
시치미를 떼는 지단의 모습에 부트라게뇨가 다시 미소를 지어 보였고, 때마침 전채 요리가 등장하며 둘의 대화는 일상적인 것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번엔 지단이 참지 못했다.
“차라리 잘됐군요.”
“뭐가 말인가?”
“다온이 아틀레티코에서 임대로 뛰는 것 말입니다. 그가 라 리가에서도 분데스리가에서만큼 활약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겠어요.”
“후후. 그렇겠지. 하지만 너무 들뜨는 건 자제하게나. 일단 지금 당장은 적 아닌가? 또 다음 시즌도 마찬가지고.”
“뭐, 그렇기는 하죠.”
머쓱한 지단이 음식을 얼른 입으로 가져가고, 그것을 보던 부트라게뇨는 다시 한번 자신들이 얼마나 행운이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지단은 과르디올라처럼 혁신을 불러오는 감독은 아니었지만, 지난 4개월의 모습만을 두고 볼 땐 오히려 더 위대한 감독과 닮아 있었다.
‘보면 볼수록, 꼭 퍼기 같군.’
알렉스 퍼거슨은 타고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통해 스쿼드를 관리하고, ‘시즌 운영’이라는 능력에서 격이 다른 역량을 보여 준 축구 역사상 최고의 감독이었다.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긴 했지만, 전술적인 면에서도 퍼거슨은 늘 다른 감독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
미드필드와 공격수만으로 베스트 일레븐을 구성하고도 넉넉한 승리를 거머쥔 일이라든가, 박지성을 활용해 피를로를 봉쇄했던 경기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오히려 늘 상대 팀 사정에 맞춰 전술을 변화해 나가던 게, 전술의 색이 부족하다는 편견을 불러왔다.
하지만 모든 축구인은 알았다.
과연 몇 명이나 되는 축구 감독이 상대 팀에 맞춘 전술을 매번 사용하고, 또 그것으로 27년 동안이나 이어진 위대한 성공을 거둘 수 있겠는가?
어떠한 의미에서 알렉스 퍼거슨은 펠레, 마라도나, 리오넬 메시보다 더 나오기 힘든 사람이었다.
그래서 부트라게뇨는 더욱 기뻤다.
독이 든 성배라고도 불리며 감독들의 무덤으로 평가되곤 했던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직이, 마침내 진정한 주인을 찾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려, 100년도 넘어서 말이야.’
1902년 ‘Madrid Football Club’이라는 이름으로 창단된 이 구단에, 다시 한번 영광이라는 이름의 빛이 스며들고 있다.
다만 그것은 지금, 공평히 뮌헨도 비추는 중이다.
***
2016년 5월 27일. 바레세, 이탈리아. 21010 페르노. 밀라노-말펜사 국제공항(Aeroporto di Milano-Malpensa. 21010 Ferno, Province of Varese, Italy).
전용기가 밀라노-말펜사 국제공항에 착륙하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줄지어 선 수많은 사람을 보게 되었다.
UEFA의 허가 아래 취재가 허락된 몇몇 미디어의 관계자와 우리를 호텔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줄 보디가드, 그리고 이를 관장하는 스태프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보게나.”
“?”
“저들은 자네가 가장 먼저 버스에 오르기를 원하네.”
“……네. 기억하고 있어요.”
“좋아. 그럼 가지.”
내일 경기가 특별하다는 건, 밀란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올라탔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선수단의 연인과 가족들이 별도의 전세기를 통해 밀라노로 향한 후, 한 시간 정도 늦게 공항에 도착한 우리 선수단은 평소처럼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마티아스 잠머가 나를 붙들면서 지정석이 아닌 앞쪽의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해왔다.
밀라노 공항에 운집해 있는 미디어들이 내가 가장 먼저 호텔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길 원한다면서 말이다.
이것은 2년 전 바스티가 담당했던 역할이었고, 고개를 끄덕인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며 옆자리가 텅텅 비워진 좌석의 열(列) 전체를 독점했다.
찰칵-
찰칵, 찰칵-
전용기를 내려서는 순간부터, 주위에서 정신없는 셔터 소리가 들려왔다.
UEFA의 ‘유튜브’ 담당자들은 카메라로 우리가 도착한 순간부터의 과정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고, 자신을 연락담당관이라고 칭한 남성이 나를 한쪽으로 이끌었다.
그래서 난 누구보다 가장 앞장서서 선수단을 태울 버스의 앞으로 다가서게 되었는데, 스태프들이 있는 바로 앞에서 카메라맨이 이 모든 장면을 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비행은 어떠셨나요?”
“좋았죠.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하하. 맡겨만 주시죠.”
들고 온 캐리어를 직접 건넨 후, 한 번 더 악수를 하곤 뒤로 돌아 버스에 올라탔다.
뒤따라온 동료들도 나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지만, 방송 쪽 사람들은 벌써 철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비정(非情)함이 느껴질 정도로 가차 없는 모습이다.
“젠장. 지금 저 치들 봤어?”
무심하고 비즈니스적인 사람들의 태도에, 토마스 뮐러가 버스에 올라타며 혀를 내둘러 온다.
“너 아니면 아예 관심이 없나 봐.”
“아냐~ 그냥 다들 바쁜 거겠지.”
“제기랄. 그래도 인사 정도는 받아 줄 수 있었잖아?”
인사마저 외면당한 뮐러가 불평불만을 표하는 사이, 그를 건성으로 위로한 나는 이 특유의 분위기를 즐기기로 했다.
비정상적일 정도로 쏟아지는 주목과 열기와 그러기에 더욱 극명한 명암(明暗).
모든 것이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는 사실에, 난 좀처럼 느끼기 힘든 감상에 빠져든다.
한눈에 보기에도 들떠 있는 사람들의 표정과 삼엄하기까지 한 경호원들의 보호 속에서, 내 앞에 어떠한 무대가 기다리는지를 깨닫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
우리는 이 무대에 서기 위해 시즌을 준비한다.
빅이어를 차지하기 위해.
최고임을 인정받기 위해.
무엇보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내일 승리하는 것으로 나의 커리어와 뮌헨에 남기고자 하는 유산(Das Vermachtnis)은 바로 이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우리를 태운 버스가 호텔로 향하고 차량의 앞뒤를 경호 차량이 수행하는 가운데, 그 주위로 차창을 내린 사람들의 휴대폰과 흔드는 손이 눈에 들어왔다.
살짝 열린 커튼 사이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 차창을 완전히 가린 후 의자 깊숙이 몸을 묻는다.
‘2년 만이야.’
나는 지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펼쳐지기 전날의 밀라노에 도착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