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12)
611화 das Vermachtnis (11)
지네딘 지단이 만들어 낸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 전술은 굉장히 간단명료했다.
우선 첫째, 지공 상황에서는 오른쪽으로 패스를 보낼 것. 그리고 둘째, 오른쪽 윙어 혹은 풀백이 박스 주변까지 파고들면 카림 벤제마는 가까운 쪽 포스트로 잘라 들어갈 것.
마지막 셋째.
‘막았어.’
파앙-!!
“!!”
이 과정에서 생긴 공간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파고들 것.
왼쪽부터 호날두-벤제마-베일(제로니모)로 공격진이 구성됐을 때, 레알 마드리드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공격 패턴은 대충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
.
.전반 17분
레알 마드리드 0 : 0 바이에른 뮌헨
전반 10분을 전후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안쪽으로 파고들자, 펩은 이것을 상대가 가장 익숙한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그는 내 역할을 바꿔 호날두를 대인방어 하도록 지시했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오른쪽 측면의 공백은 필리프가 커버하도록 만들었다.
수비가 시작되면 나는 라인과 무관하게 호날두를 찾아 움직이게 되고, 필리프가 이동하며 생겨난 자리의 공백은 티아고와 베르나르두가 동시에 내려와 채웠다.
이때 중요한 건, 뮐러가 반드시 오른쪽 윙어 포지션에 들어서 줘야 한다.
필요한 경우 마르셀루의 수비를 돕고, 공격으로 전환되었을 때는 레알 마드리드의 왼쪽 진영에 넓게 펼쳐진 공간으로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게 그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역할수행이 잘 이뤄지고 있었는데, 패스만 조금 더 정교하게 보낸다면 좋은 기회로 이어질 것 같았다.
[퉤-!]“…….”
이어진 코너킥이 그대로 노이어의 품에 안기고, 헤더를 준비하던 호날두가 허탈해하며 인상을 잔뜩 쓰더니 내가 서 있던 골포스트 쪽으로 침을 뱉어 왔다.
하마터면 그것은 내 다리나 축구화에 묻을 뻔했고, 순간 화가 나 호날두를 빤히 노려보았다.
그는 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뭘 봐? 이 후레자식!!] […….] [내 침이 네 몸에 닿는다면, 영광으로 여길 줄 알아야 해. 난 세계 최고니까! 너도 아니고! 리오는 더더욱 아니고! 바로 나! 알아먹었어?] […….]피치 안팎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건 사고를 차치하고서라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기부와 선행만을 보며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기엔, 그의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단어들이 너무나도 충격적이다. 기본적인 소양(素養)이라는 게 있는가 싶을 정도다.
[쫄았어? 어디, 얼마든지 씨불여 봐.] […….] [못 하지? 겁쟁이 같으니. 퉤-!]한 번 더 바닥에 침을 뱉은 호날두가 비릿한 미소와 함께 윙크를 찡긋하곤 뒷걸음질 쳐서 물러났다.
지금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건, 호날두의 말처럼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그에게 더 큰 충격을 줄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저 남자는 앞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나를 자극하고 폭력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승부욕이 과해서도 아니고 최고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너무나도 강해 이성이 마비되어서도 아닌,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은 것에 대한 단순한 화풀이다.
호날두는 자신이 좋아하는 메뉴가 재료의 문제로 하루 식단에서 빠지자, 식당에 쌓여 있던 접시 수십 개를 바닥에 밀어 넘어뜨린 후 주방장을 해고하겠다 소리쳤던 남자다.
지금은 우리의 동료가 된 사비가 내게 해 준 이야기였고, 이와 비슷한 내용을 난 수십 개도 더 알고 있었다.
저 남자에겐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어떠한 날은 동료들의 컨디션이 나쁠 수 있고, 어떠한 날은 자신이 좋지 못해 원하는 만큼 활약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혹은 상대가 자신보다 더 잘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 어떠한 것도 장담할 수 없는 게 축구고 이것을 잘 알 만큼 오래 이 세계에 있었지만, 호날두에겐 그건 별로 중요치 않다.
모든 것들은 자신을 위해.
‘역겨운 새끼.’
“퉤-!”
골라인 밖에 침을 한 번 뱉은 후, 머리를 두드리는 노이어를 지나쳐 수비 위치를 찾아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뒤에 나는 다시 호날두와 맞붙었고, 패륜적인 것들을 포함해 더러운 이야기를 멈추지 않던 포르투갈의 공격수는 엉뚱한 곳으로 빗나간 패스에 양손을 들어 올렸다.
[병신아!! 내가 여기에 있잖아!!]지금은 페널티 박스 안쪽에 수비수가 많이 모여 있었기에, 박스 앞쪽으로의 컷백을 보낸 카르바할의 선택은 오히려 우리의 허를 찔러 오는 것이었다.
토니의 쇄도가 조금 늦었거나 카르바할의 패스가 조금 더 바깥쪽으로 향했더라면, 우리에게 정말 아찔한 순간이 연출될 뻔했다.
한데, 독재자(Dictator) 그 자체인 호날두의 안하무인 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
아, 그냥 상대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도저히 참기 어려웠다.
[이봐! 노상 방뇨범!] [?!! 지금 나보고 말한 거야?] [그래. 너. 요즘 행복하냐?] [무슨 개소리야?] [아니, 그냥. 주변에서 널 왕처럼 떠받들어 주는 사람들한테만 둘러싸여 있다 보니 진짜 왕이 된 것 같지? 하지만 내가 볼 때 너는 그냥, 불쌍한 인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하.하.하. 그거 재미있네. 계속 씨불여 봐.] [그럴 거야. 그리고.] [?] [네가 얼마나 외로운 인간인지 알려 줄게.] […….]이번에는 반대로 내가, 호날두에게 윙크를 찡긋 보냈다. 그러자 그는 차갑게 인상을 굳히면서 몸을 뒤로 돌렸다.
신경전을 위해 던진 말쯤으로 여기는 것 같지만, 이건 사실에 기반해서 던진 이야기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것들도 그렇고, 애초부터 오늘 내게 펩이 맡긴 임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동떨어진 섬처럼 만드는 일이었다.
그리고 펩은 이것이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호날두를 고립시킬 수 있는 수비수는 오직 나 혼자뿐이라며 말이다.
그것은 꽤 기분 좋은 이야기였다.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어김없이 충돌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신경전은 경기에 자극적인 맛을 더하고 있다.
***
.전반 35분
레알 마드리드 0 : 0 바이에른 뮌헨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루카 모드리치! 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는 쪽을 바라봅니다만, 패스를 보낼 수는 없습니다. 역습의 속도가 늦춰지는 레알 마드리드. 호날두가 다시 한번 화를 내는 모습입니다. 오늘 저런 장면이 무척 많은 것 같죠?”
(장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그렇습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전반 10분이 지나면서 김다온 선수를 호날두의 맨마킹 수비수로 두었거든요? 그 뒤로 호날두의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배정세)
“박지성 위원님도 저런 식으로 뛰어 보신 경험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2010년 AC 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안드레아 피를로를 꽁꽁 묶어 버린 기억이 있습니다.”
(박지성) – SBS Sports 특별 해설위원
“쓰읍- 그렇지만 피를로 선수는 그렇게 발 빠른 선수는 아니었기 때문에. 만약 제게 호날두를 막으라고 하면, 저렇게는 못 할 것 같습니다.”
.
전반전 25분 이후, 바이에른 뮌헨이 경기의 주도권을 잡아 나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가 일진일퇴(一進一退)의 공방전이었다면, 지금은 다소 일방적이었다.
축구공은 거의 모든 순간 뮌헨 선수들의 발아래에 머물렀고, 그들이 바라는 장소에서 그들이 바라는 속도로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경기를 지켜보는 지단의 표정이 부쩍 어두워진 이유다.
‘……곤란하군.’
축구라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현역 시절 가장 좋은 폼을 보일 때도, 축구가 마음처럼 된 순간은 극히 적었다고 생각해 왔다.
감독이 된 뒤로는 더욱 그랬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피치로 뛰어나가 직접 뛰고 싶다는 생각이 수십 번도 더 들 만큼, 축구는 의도했던 것에서 빗나가 엉뚱한 곳으로 자신을 이끌었다.
오늘 역시 마찬가지다.
지단은 승리하는 시나리오뿐만이 아니라, 패배하는 시나리오 모두를 생각해 두고 경기에 임했다.
이는 패배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팀이 좋지 못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적절한 대처를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가 흘러나가고 있는 상황은, 지단이 생각해 온 시나리오 중 그 어떠한 것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심지어 좋은 건지 나쁜 건지조차 구분이 어려웠다.
뮌헨에 주도권을 10분가량 넘겨주긴 했지만, 전반 초반은 오히려 레알이 이끌었다.
축구라는 것이 높낮이와 흐름이 존재하는 스포츠란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수비를 단단히 하고 다음에 찾아올 기회를 대비할 때였다.
‘하지만 어떻게?’
지단의 고민은 바로 이것 때문에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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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플레처) – BT Sports 코멘테이터
“전형적인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입니다. 혹은 전형적인 펩 과르디올라의 경기라고도 할 수 있겠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만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바이에른 뮌헨이 경기를 조금씩 지배해 나가고 있습니다. 점수는 여전히 0:0입니다만, 지네딘 지단. 근심하는 얼굴입니다.”
(스티브 맥매너먼) – BT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펩 과르디올라가 허를 찔렀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수비에 중점을 두는 전술로 레알 마드리드의 초반 공세를 꺾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공세가 누그러지자, 점유율을 높이기 시작했죠. 이 모든 과정이 굉장히 자연스러웠습니다.”
(대런 플레처)
“파울입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오늘 다온에게 정말 꽁꽁 묶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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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가 설사 주도권을 되찾아온다고 해도, 그것을 전반전 초반과 같은 위협적인 공세로 연결하기는 조금 어려워 보였다.
바이에른 뮌헨은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과 지공에 적절한 준비가 되어 있었고, BBC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단점이 흔치 않게 드러나게 되었다.
하필이면 그들의 컨디션이 나빠 보인다는 점도, 지단의 근심을 더욱 부추겼다.
한둘이 부진할 때는 있었지만, 오늘처럼 BBC 전체가 무기력해 보이는 경우는 올 시즌 처음이었다.
게다가.
{“우-!!!!”}
“이봐아-!!!!”
왼쪽 측면에서 홀로 고립되어 버린 호날두는 조금씩 본인의 성질을 주체하지 못했다.
지금만 해도, 그는 과격하고 불필요한 태클로 김다온을 넘어뜨렸다. 발을 겨냥하지 않고 옆에서 들어가 경고에서 그쳤지, 조금만 방향이 엇나갔다면 퇴장을 받을 수도 있었다.
태클한 호날두를 중심으로 선수들이 모이며 감정이 격해지고, 한쪽에 드러누워 왼쪽 발목을 붙잡고 있던 김다온의 곁으로 뮌헨의 의료진이 다가갔다.
이 모든 장면을, 지네딘 지단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이대로는…….’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은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느끼기 시작한다.
***
@같은 시각, 피치 위
호날두의 태클은 매우 거친 동작으로 이뤄졌지만, 큰 부상으로 이어질 만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그냥 그의 엉덩이에 발목이 눌린 것뿐이다.
그렇지만 통증은 분명히 있었고, 그 전에 같은 부위를 밟힌 것도 있어 난 잠깐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수분도 보충하고 말이다.
“괜찮은 거죠?”
“그래. 문제없어. 그래도 나중에 한번 살펴보자고. 알겠지?”
“네. 그래야죠.”
고개를 끄덕인 폴커 브라운 박사님이 내게 손을 뻗어 오고, 그것을 붙잡아 몸을 일으킨 내게로 박수가 쏟아졌다.
그리고 난 밖으로 걸어가며,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연신 고개를 가로젓고 있는 호날두를 보았다.
‘네가 자처한 거야.’
생각했던 대로, 고립되어 버린 호날두는 자신의 성질을 이기지 못해 좋았던 폼을 스스로 망가뜨렸다. 판단력에 문제가 생겨, 단순한 플레이를 펼치게 된 것이다.
하프타임 때 재정비를 하고 온다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전반전을 망쳐 놓은 것만으로도 분명한 성과였다.
“에—이!!!”
클라텐버그 주심에게 크게 소리를 질러, 얼른 나를 다시 경기에 투입해 달라고 말을 한다.
뒤를 돌아본 그가 손을 휘저었고, 냉큼 달려 나간 나는 호날두의 곁에 섰다.
꽤 오래전부터, 호날두는 말은커녕 눈길조차 내게 주지 않고 있었다.
[Sente minha falta?] […….] [안 그리웠구나. 난 그리웠거든.] […….] [좋은 대화였어.]내가 호날두가 있는 쪽으로 달려온 건, 이 남자의 신경을 한 번 긁어 주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아까의 파울로 얻어낸 프리킥을 이어 나가 빌드업을 하는 단계였는데, 이렇게 공격할 때면 나는 중앙으로 이동하여 미드필드의 역할을 소화했다.
후방은 제롬 보아텡을 중심으로 좌우에 하비와 알라바를 세운 쓰리백 형태로 남겨 둔다.
이렇게 되면 나의 전진으로 토마스 뮐러가 많은 자유를 얻게 되고, 레비와 투톱을 형성하거나 리베리와 베르나르두의 이동으로 생기는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수월해진다.
무엇보다, 레알 마드리드 압박의 중심을 잡아 주는 카세미루의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다.
그러나, 꼭 이런 공격적인 이유에서만 나를 전진시킨 것은 아니다.
펩은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나의 역할이 어디까지나 수비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볼을 빼앗겼을 경우 호날두에게로 향할 수 있는 패싱레인을 빠르게 차단하고, 크로스나 모드리치가 볼을 잡는다면 적절히 파울로 끊어 역습을 조기에 막아서야 했다.
만약 베일이 있는 오른쪽으로 패스가 나아가게 되면, 그냥 얼른 호날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면 됐다.
그러면 그러는 동안 필리프가 마르셀루의 위치를 확인하여 오른쪽 수비수가 되거나 오른쪽에 치우친 중앙 미드필드가 되어 오른쪽 영역을 커버했다.
티아고가 필리프의 파트너로서 왼쪽에 서고, 베르나르두 역시 아래로 내려와 세 명의 플랫(Flat)을 형성한다.
복잡해 보이지만 체계가 잘 잡혀 있어 별로 어렵지 않고, 반대로 상대에게는 복잡하게 느껴지기에 우리의 전술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최대한 감출 수 있다.
하프타임을 거친다고 해도 완벽한 대비는 불가능할 것이며, 경기가 끝나고 복기할 때야 비로소 알게 되겠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단판 토너먼트 승부에서 전술적으로 허를 찌르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물론 그만큼 실패의 위험도 감수해야 하지만, 잃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얻을 수도 없다.
아니.
애초에 펩에게 그런 게 있을까?
“쿡쿡쿡쿡.”
“?”
내가 웃기 시작하자, 근처에 있던 토니가 의아한 눈빛을 보내왔다. 그래서 난 어깨를 으쓱였고, 볼의 움직임을 살피며 살짝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또 오늘 우리의 전술적 특징이라면 빌드업의 무게 중심을 오른쪽에 두는 것인데, 이는 레알 마드리드 수비의 관심을 이쪽에 집중시킨 후 빠르게 방향 전환을 하기 위함이었다.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을 허락받은 리베리의 1:1을 믿는다는 뜻인데, 지금까진 썩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딱 하나면 된다.
단 한 번의 돌파.
그것이 우리가 기다리는 부분이고.
파앙-!
또 그것이 펩이 의도한 전술이다.
티아고의 빠르고 정확한 패스가 리베리에게 정확히 도달하고, 두려움 없는 저 베테랑은 숱한 실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과감한 드리블을 시도한다.
바로 저것이다.
윙어의 자질.
그리고 또, 바로 저거다.
‘얼마나 쉽게 축구 해? 안 그래?’
지금까지 프랑크 리베리는 다니 카르바할이나 세르히오 라모스를 상대로 성과를 전혀 거두지 못했다.
우리의 공격 역시 레알 마드리드만큼이나 답답했던 데에는, 저 뻐드렁니 튀어나온 남자가 드리블에 실패하거나 매번 좋지 못한 판단을 보여 준 게 결정적이었다.
그런데 만약 리베리가 수비수였고, 수비 상황에서 같은 횟수의 실수를 했다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아찔해지는 순간이다.
최소, 3점은 실점했을 수 있다.
‘아마추어들.’
그래서 나는 종종 공격수들을 놀리거나 할 때, 그들이 얼마나 완벽하지 못한지를 이야기하곤 했다.
물론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이런 부분으로 놀려 댈 때마다, 분을 참지 못하고 달려드는 공격수들의 모습이 보고 싶었던 것뿐이지만 말이다.
나 역시 공격수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손이 아닌 발로 볼을 다루며 상대적으로 골대에 더 가깝고 더 많은 준비가 된 수비수를 하나 이상 뚫기란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오히려.
‘뚫렸어-!!’
난 그들을 존중하고 있다.
[파울하지 마!! 박스 안이야!!] [집중!! 마크맨을 놓치지 마!!]리베리가 카르바할을 따돌리며 침투에 성공한 순간, 레알 마드리드의 진영과 벤치 쪽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보며, 방향을 정했다.
“…….”
포그바에 이어 그리즈만과도 문제가 생긴 후, 자신을 프랑스인이라고 소개한 한 남성이 내가 프랑스라는 나라 자체를 미워할까 걱정이란 DM을 보내온 적이 있었다.
난 그것을 무시할까 하다가,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이런 문장들을 덧붙였다.
“프랑크-!!!”
“?!”
처음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했던 날부터 쭉 한결같이 거칠고, 때때로는 무심하거나 심지어 화가 난 것처럼 보이는 저 프랑스인이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동료 중 하나라고 말이다.
팡-!
나를 발견한 리베리가 컷백 형태로 패스를 보내오고, 페널티아크에서 그것을 받아 들자 일제히 달려드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보였다.
아마도 저들은 내가 슈팅하리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근래에 말한 것처럼, 기만(欺瞞)은 축구에서 무척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다.
모두가 어떠한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었을 때, 볼을 발아래에 둔 사람은 그것을 거부함으로써 특별해질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물론 모두가 믿는 방향으로 나아가 역경을 딛고 마침내 목표를 이루는 것 역시 훌륭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편이 더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남을 놀리는 것과 지적하는 것을 좋아하는 건, 내 타고난 성격일 수도 있겠다.
‘아무렴 어때. 범죄도 아니고.’
피치 위에선, 상대를 속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이런 반응을 유도한다.
파앙-!
“?”
“??”
“???”
슬쩍 슈팅하는 척 자세를 가다듬었지만, 정작 나는 오른발 안쪽을 활용하여 넓혀진 수비 사이로 정확히 축구공을 밀어 넣는 방법을 선택했다.
찰나의 순간에 찾아왔던 침묵은 금세 깨어졌고, 축구공이 멀어져 갈수록 관중석의 소리는 조금씩 더 커져 갔다.
마치, TV 볼륨을 1씩 키우는 느낌이다.
처음이 5였다면, 지금은 10 정도 된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20.
‘30.’
그러다 축구공이 베르나르두에게 잠시 도달한 후 케일러 나바스를 넘어 골대로 향하기 시작하자, 볼륨은 순식간에 맥스로 치달아 산 시로를 들썩이게 했다.
휘슬을 쥔 손을 입가로 가져간 클라텐버그가 힘껏 입으로 숨을 내뿜고, 그의 손이 센터서클을 가리킨 순간 난 양손을 번쩍 치켜들며 소리를 내질렀다.
“Football Never Lie-!!!!”
축구는 단 한 번도 내게, 실망감을 안겨다 준 적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