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15)
614화 das Vermachtnis (14)
.후반 34분
레알 마드리드 1 : 1 바이에른 뮌헨
‘너무 그렇게 인상 쓰지 마.’
마누엘 페터 노이어(Mauel Peter Neuer).
겔젠키르헨-부에르에서 태어난 이 괴짜 골키퍼는, 스위퍼 골키퍼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낸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키퍼 중에 하나다.
20살의 나이로 샬케 04의 주전 자리를 꿰차며 데뷔 시즌부터 맹활약을 펼쳤던 그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활약을 이어 나가며 자연스레 빅클럽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특히, 에드빈 판데르사르(Edwin van der Sar)의 은퇴가 가까웠던 맨유의 강한 눈도장을 받기도 했다.
알렉스 퍼거슨은 노골적으로 노이어를 원한다 했고,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영입 시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노이어는 [“해외여행은 일 년에 두 번이면 된다.”]는 쿨한 대답과 함께 이를 거부했고, 마찬가지로 올리버 칸의 후계자를 찾던 뮌헨으로 이적을 하게 된다.
[“내가 뮌헨으로 온 건, 이 팀에 세계 최고이며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동료로 둘 수 있어서다.”]입단 후 인터뷰에서 이런 식으로 뮌헨 이적 이유를 밝힌 노이어는, 그가 바란 대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했다.
동시에 샬케 시절에는 얻을 수 없던 세계적인 명성 역시도 손에 쥐었고, 그것들과 함께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며 바이에른 뮌헨의 독일 클럽 최초 트레블을 이끌었다.
뮌헨 입단 후 3년 동안 노이어는 뛰어난 동료들의 틈바구니에서도 돋보이는 존재였고, 특히 수비진에 미치는 기여도는 어떠한 골키퍼와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봐-!”
“?”
2013년 여름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한 한국 출신의 수비수는 조금 특별했다. 그는 빠르게 주변으로부터 신뢰를 얻어 냈고, 급기야는 노이어가 해 오던 일을 일부 가져가 버렸다.
빈 뒷공간을 홀로 커버하며, 팀을 실점 위기에서 몇 번이고 구해 낸 것이다.
“Vertrau Mir.”
“?!”
“이 몸을 믿으라고. 무슨 말인지 알지?”
김다온 합류 이전처럼 스위퍼 골키퍼로서의 진면모를 발휘하는 건 조금 힘들어진 노이어지만, 그는 그것이 단 한 번도 싫지 않았다.
오히려, 남몰래 기뻐할 때가 많았다.
2013/14 시즌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같은 시즌 도르트문트와 치른 포칼 결승.
2014/15 시즌 FC 포르투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원정골 법칙에서 밀린 바르셀로나와 치른 준결승.
외에도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경기에서, 마누엘 노이어는 기적을 보여 준 동료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똑똑히 지켜봤었다.
“후우~”
페널티킥이 준비되는 동안, 김다온에게 자신을 믿으란 말을 내뱉은 노이어가 골대로 걸어가며 호흡을 고른다.
그러곤 고개를 위로 들어 올려 하늘을 쳐다봤다.
‘이제는 내 차례야.’
양손의 검지로 하늘을 가리킨 노이어는 지금이야말로 김다온의 헌신에 동료로서 보답할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페널티킥을 허용했을 때 자신 역시 크게 상심했었지만, 울상을 짓고 있던 김다온을 본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자신도 모르는 새 의지하던 이가 힘들어한다는 것을 본 데서 온, 책임감과 동료 의식의 발현이었다.
‘자, 생각하자. 넌 알고 있어.’
페널티 스팟에 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21세기 가장 많은 페널티킥을 처리한 선수 중 하나다. 강하고 빠르며 동시에 정교한 슈팅 실력을 가지고 있다.
또 워낙 많은 페널티킥을 처리하다 보니, 근래에는 달인(達人)이 된 것 같은 면모도 보였다.
그러나.
‘쟨 왼쪽으로 찰 거야. 그럼 난 오른쪽으로 뛰어야지.’
노이어는 호날두가 중요한 시점에서는 대부분 왼쪽으로 강하게 차는 것을 즐긴다는 걸 알고 있었다.
넉넉히 앞서는 상황이거나 경기 초반부라면 다른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경기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시점이었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할 때였다.
물론 예상이 빗나갈 수도 있겠지만, P.K를 앞두고 망설이는 건 마누엘 노이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좋았어.’
방향을 정한 노이어가 뒤를 돌아보고, 그는 축구공이 놓인 지점에서 조금 떨어져 특유의 자세를 취한 호날두를 보았다.
그러곤 몸통 옆으로 자연스레 늘어뜨린 팔에 힘을 풀고, 피아노 치듯 손가락을 까닥였다.
마치, 서부극의 건파이팅이 펼쳐지는 것과도 같은 긴장감이 축구공이 놓인 곳을 중심으로 내려앉아 있다.
“…….”
“…….”
삐?익!!
팽팽한 긴장감이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당겨진 순간, 마크 클라텐버그가 휘슬을 불었고 숨을 크게 한 번 내뱉은 호날두가 스텝을 밟았다.
왼발부터 시작하는 호날두의 페널티킥 스텝은 하나둘셋 하고 슈팅으로 이어진다.
어떠한 속임수도 없이 정직한 리듬을 가져가는 호날두를 보며, 마누엘 노이어는 킥이 이뤄지기도 전에 자신감이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팡-!!
피치에 단단히 딛고 선 왼발에 잔뜩 힘을 준 노이어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면서 왼손을 얼굴의 살짝 위로 내민다. 호날두의 발을 떠난 축구공은 지금 그의 시선 안에 있다.
‘제발. 닿아. 닿으라고. 이 몸에게 닿아!’
파앙-!
“???”
“?!”
“!!”
호날두의 페널티킥이 쭉 뻗은 노이어의 왼쪽 손바닥에 정확히 와 닿고, 반발력에 의해 튕겨 나간 축구공에 달려든 김다온이 오른발을 휘둘러 사이드라인 밖으로 그것을 걷어 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선 노이어.
그는 참을 수 없는 기쁨에 손뼉을 강하게 두들긴다.
“어디 한 번 더 해 봐아-!!!!”
한 마리의 짐승과도 같은 노이어의 포효가 울려 퍼지고, 잔뜩 고무된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이 그에게 다가가 격한 감정을 표현한다.
그러나 정작 노이어에게 영감을 안겨다 준 이는 기뻐하는 대신 날카로운 목소리로 모두에게 소리를 질렀다.
“뭐 하는 거야?!?! 아직 안 끝났어-!!!”
화들짝 정신을 차린 뮌헨의 선수들이 급하게 수비에 들어서고, 이를 지켜보던 노이어는 역시나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래야지. 그게 바로 너야.’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에게 소리를 내지르고, 그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 것에 또 그들의 노력이 부족한 것에 화를 낼 수 있는 선수는 예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선수만큼, 그것이 잘 어울리는 남자는 없었다.
김다온이 소리를 내지르며 주변을 독려(督勵)할 때마다, 노이어는 그것이 이렇게 느껴졌다.
보라.
세계 최고인 내가 누구보다 열심히 뛰지 않는가.
그런데 넌 어째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거지?’
김다온은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는 전혀 다른 궤를 지닌 선수였다.
메시와 호날두가 누리는 특권을 온몸으로 거부한다.
활동량과 수비적인 측면에서 동료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메시. 팀의 모든 것이 자신에게 맞춰지길 바라며 피치 안팎에서 독선적인 호날두.
반면 김다온은 매 경기 누구보다 많은 거리를 달리고, 경기가 끝나면 목이 쉴 정도로 소리치며, 팀의 전술과 동료들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 김다온과 함께, 마누엘 노이어는 지난 3년 동안 숱한 영광을 함께해 왔다.
‘오히려, 늦었지. 진즉에 이랬어야 했어.’
마찬가지로 김다온과의 이별이 지척에 와 있음을 알고 있던 노이어는, 순간 찾아든 서글픈 감정을 떨쳐 내기 위해 다시 한번 힘껏 몸을 날렸다.
탁-!
마르셀루가 띄워 올린 완만한 크로스가, 높이 점프한 노이어의 두 손에 안착한다.
***
삑-! 삐?익!!
.
.
.후반 종료
레알 마드리드 1 : 1 바이에른 뮌헨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아, 이렇게 후반전이 끝납니다. 정규시간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은 이제, 5분간의 휴식 후 전후반 각각 15분의 연장전을 치르겠습니다. 하비 마르티네즈의 퇴장 이후 수적 열세 속에서 싸운 바이에른 뮌헨.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페널티킥 미스가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힘든 쪽은 바이에른 뮌헨입니다. 연장전까지 포함하면 10명이서 약 70분 정도를 뛰게 되는 셈인데,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 거라고 봅니다.”
(배정세)
“어떻습니까? 박지성 위원님도 선수 시절 이런 연장전을 경험해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박지성) – SBS Sports 특별 해설위원
“아무래도 지금은 체력도 체력이지만, 정신력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레알 마드리드가 공격적으로 나올 거기 때문에. 수비에서 작은 실수라도 나오면 안 될 시점 같습니다. 정신적으로 잘 준비가 되어 있어야겠죠.”
.
현재까지 우리는 두 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하비의 퇴장 직후 리베리와 비달을 바꿨고, 후반 40분에는 티아고가 빠지고 더글라스 코스타가 피치로 들어섰다.
레비를 최전방에 두고 그 아래 두 줄의 플랫(Flat)을 만들어, 수비를 좀 더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연장전의 시작을 앞두고, 수분을 보충하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스태프들이 물병을 나눠 주는 사이, 부에나벤투라가 우렁차게 목소리를 높여 온다.
“물을 마셔라!! 최대한 릴랙스해!!”
“…….”
어느 하나 지치지 않은 이가 없어 보인다.
다들 몇 년은 더 늙은 것 같다.
“후우~ 이봐-! 누가 마사지 좀 해 줘!!”
오늘 내내 많은 거리를 뛴 베르나르두가 내 곁에서 주저앉았고, 빠르게 접근한 트레이닝 스태프가 그의 다리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를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뒤.
“모두 주목-!!”
짧은 미팅을 끝낸 펩이 우리의 앞으로 다가오며 손뼉을 몇 차례 두들겼다.
“안다! 지금 너희들이 무척 힘들다는 것을 말이야! 실제로도 너희는 잘 뛰었다! 10명이 레알 마드리드의 공세를 훌륭하게 막아 냈지! 하지만,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알고 있다! 무척 잔인한 일이지. 이렇게나 잘 뛰었는데, 아직 승리를 확정 짓지 못했다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그렇지만! 남은 30분은 어쩌면 너희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일 수도 있다! 이건 챔피언스리그다! 그리고 오늘은 결승전이야! 레알 마드리드 역시 힘들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어!”
레알 마드리드는 세 장의 교체 카드를 모두 사용했고, 현재의 인원이 남은 경기를 전부 소화해야 한다.
리우 올림픽부터는 연장전 교체 카드 하나가 추가되지만, 이번 챔피언스리그는 연장전 교체 추가와 같은 규칙이 없다.
“잘 들어라! 5분이다! 마지막 5분이 우리가 승부수를 던지는 시점이다! 그 전 25분을 잘 버틴다면, 마지막 5분 동안 우리에게 분명 기회가 올 수 있다!!”
우리에게 연장전 게임 플랜을 설명한 펩은 이후, 세세한 부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많은 것을 지시하진 않았고, 후반전을 통해 드러난 수정해야 할 사항 정도만 지적되었다.
어차피 많은 것을 요구해도, 그것을 수행해 낼 만큼 온전한 상태가 되지 못한다.
펩도 이것을 알고 있을 것이기에, 25분을 지키고 마지막 5분을 노린다는 심플한 계획을 세운 것이다.
“Amigo.”
“?”
“뛸 수 있겠어?”
“말이라고.”
“하하.”
마사지를 끝내고 양말을 끌어 올리던 베르나르두에게 한마디를 슬쩍 던진 후, 난 연장전을 위해 움직이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아래쪽에서 다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고개를 내리자 위로 손을 뻗은 베르나르두가 일으켜달라 말을 해 오고 있었다.
“제발. 부탁할게.”
“큭큭. 멍청이.”
손을 맞잡아 베르나르두를 일으켜 세운 후, 난 녀석의 뒤통수를 한 번 두들기며 걸음을 옮겼다.
멀리 간 건 아니고, 근처 동료들의 곁이다.
앞서 교체되어 나갔던 리베리가 모처럼 큰형님다운 모습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대신 뛰어주고 싶을 정도야. 펩이 한 이야기를 기억하자. 25분을 잘 버티면, 마지막 5분에 기회를 잡을 수 있어. 우린 세계 최고의 팀이야! 너희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고! 그리고…….”
“??”
“너희는 세계 최고의 동료들이야.”
“…….”
감정이 격해졌는지, 리베리는 살짝 울먹이며 이야기를 힘겹게 마쳤다.
너무 뜻밖의 모습이라 당황스러울 정도였는데, 다른 사람들도 이 장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한 모습이었다. 단 한 번도 리베리가 이랬던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난 분위기가 계속 어색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고, 그냥 평소의 내가 되기로 했다.
“으-! 그건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고요.”
“훌쩍. 뭐?”
“30대 남자가 울먹거린다고요? 젠장! 차라리 지루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말지. 이봐요-! 지금 당신이 우리 기분 다 망쳐 놓았다는 거 알아요?”
“Casse-toi, Connard!! 꼭 그래야 했어?”
“하하하하!”
발끈한 리베리가 욕을 하며 손을 휘두르자, 금세 분위기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역시, 내가 일부러 이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스크럼을 짠 상태에서 파이팅을 외친 후, 위치로 움직이려는 내 곁으로 리베리가 다가왔다.
그는 가볍게 내 뒤통수를 찰싹 두들긴 후, 어깨에 손을 얹어 오며 이렇게 말해 왔다.
“잘 들어.”
“혼내려고요?”
“이익-! 그게 아니야! 그냥 들어!”
“…….”
다시 발끈했던 리베리가 숨을 크게 내어 쉬고, 낄낄거렸던 나는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후우~ 하여간에. 어쨌든.”
“…….”
“지금 저기 내가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믿어 왔던 남자가 있어. 그러니까, 지주 말이야.”
지금 리베리와 나는 나란히 선 채, 벤치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지단을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뒤.
“다들 메시니 호날두니 하지만, 지주야말로 역대 최고야. 그가 과소평가받는 건, 둘처럼 득점이나 어시스트가 많지 않기 때문이지. 왜냐하면 그는 미드필드니까.”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일단은 기다려 본다.
“나는 늘 이렇게 생각했어. 빌어먹을 멍청이들이 공격수가 아니면 세계 최고가 아니라 생각한다고. 그렇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어.”
탁-
어깨동무를 푼 리베리의 손이 내 가슴팍에 얹어진다.
그리고 그는 다정하게 그것을 몇 번 두들겼다.
“네가 세계 최고야. 지금 당장. 세계 최고라고. 그리고 언젠가는 역대 최고가 되겠지.”
“……와-우. 그거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고?”
프랑크 리베리의 얼굴엔 어린 시절 사고로 인해 생긴 흉터가 있다. 이 때문에 그는 항상 놀림을 받았고, 범죄나 다름없는 수준의 따돌림을 겪었다.
하지만 천만다행히도 리베리에겐 축구가 있었고, 그는 어린 시절에 생긴 부정적인 감정들을 피치에 풀어냈다.
괴팍하고 이기적인 리베리의 성격을 잘 설명해 주는 이야기로, 이 남자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를 나쁜 사람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리고 같은 이유에서, 리베리는 자신이 아닌 그 누구도 인정하려고 들지 않는다.
리베리는 자신이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이고, 다른 모든 선수를 누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동료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 중 누구도 리베리의 진심 어린 칭찬을 들어 보지 못했다.
그런데.
“진심이야. 네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
“꼭 승리를 가지고 돌아와 줘.”
“…….”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리베리가 명령이 아닌 부탁을 했다고?
농담이 아니라, 지금은 살짝 닭살이 돋았다.
[어우, 씨.]뒤늦게 리베리와 나눈 대화가 체감된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고, 멀어지는 그를 잠깐 쳐다보다가 뒤로 돌아서며 양손으로 볼을 강하게 두들겼다.
찰싹-!!
[좋아쓰~ 자, 가자아-!!!]이번 경기에서 승리해야 하는 이유가, 지금 막 하나 더 늘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먼저, 버티자.’
벤제마와 베일의 교체로 BBC가 아닌 VVC(Zeronimo ‘V’ega-Lucas ‘V’azquez-‘C’hristinao Ronald)가 된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을 막아 내야 한다.
‘후우~ 버틸 수 있지?’
사실, 후반전 40분 무렵부터 내 두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다. 얼마나 뛰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죽어라 달렸던 것에 대한 후유증이었다.
그래서 아까도 솔직히 드러눕고 싶었는데, 그랬다간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 억지로 서 있었다.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 두 다리와 몸에 부탁했다.
조금만 더 버텨 달라고 말이다.
삐?익!!
마크 클라텐버그가 휘슬을 불어 연장전을 시작하고, 레알 마드리드의 진영으로 움직이는 축구공을 보며 나 역시 발을 움직인다.
탁-
“…….”
다행히도, 내 몸은 버틸 수 있다고 답하는 것 같다.
.
.
.연장 전반 종료
레알 마드리드 1 : 1 바이에른 뮌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