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17)
616화 das Vermachtnis (16)
오래전부터, 유럽은 축구의 성지(聖地)로 여겨져 왔다. 타 대륙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강했던 영향력과 경제적인 여건이 더해지며 자연스레 이런 인식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유럽축구연맹(UEFA)은 다른 대륙의 축구연맹보다 압도적인 권위를 과시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 내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고 또 뛰어난 축구 경기를 주관하고 있다.
UEFA가 설립된 1954년 이후 벌써 60년.
이는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UEFA와 다른 대륙 축구연맹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
키보드에 얹은 손을 멈춘 레녹스 베이커가 감격에 젖은 얼굴로 피치를 내려다본다.
‘드디어…….’
과거, 남미 대륙에 속한 국가와 클럽은 하나같이 이런 주장을 했다.
축구가 잉글랜드에서 발전했을 수는 있지만, 축구의 신(神)은 브라질에 있노라고.
이는 브라질 정부의 주도 아래, 평생을 브라질의 클럽 산투스 FC에서만 뛴 이드송 아란치스 두 나시멘투(Edson Arantes do Nacimento)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펠레(Pele) 말이다.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평가받았던 펠레는, 유럽이 보유하지 못했던 유일한 특정 시대의 최고였다.
하지만 이후는 항상 똑같았다.
유럽에서 태어났건 아니건,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평가받았었거나 현재 그렇게 여겨지고 있는 이들은 모두 UEFA에 속한 클럽에서 전성기를 보냈다.
아르헨티나를 충격에 빠트리며 순식간에 스타가 된 마라도나 역시, 이탈리아의 SSC 나폴리에서 커리어의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맞았었다.
외에도 모두 마찬가지다.
모두가 유럽에서 뛰길 원한다.
어떠한 대륙에 속해 있던, 뛰어난 축구 선수들이 꿈꾸는 목적지는 항상 똑같았다.
이런 그들에게 있어, 챔피언스리그는 어떠한 의미에선 월드컵보다도 더 간절한 대회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중에서도 진정한 최고를 가리는 무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늘 스타는 탄생해 왔다.
변방에 머물던 이가 갑자기 무대의 중심으로 들어오는가 하면, 뛰어난 재능이라 평가받았던 이는 비로소 그 껍질을 벗기고 나와 최고가 된다.
그러다 최고의 선수가 영웅적인 활약으로 팀을 단상으로 이끌게 되면, 그는.
.
(대런 플레처) – BT Sports 코멘테이터
“여러분은 지금 축구의 새로운 아이콘을 보고 계십니다.”
.
.
.경기 종료(2015/16 Champions League Final)
레알 마드리드 1 : 2 바이에른 뮌헨
[골] 베르나르두 실바 : 전반 40분(김다온)김다온 : 연장 후반 11분(F.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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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맥매너먼) – BT Sports 코멘테이터
“축구 역사상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지닌 22살입니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그와 같은 나이일 때, 커리어에 기록된 빅이어는 하나였습니다. 물론 그것도 대단한 일이죠. 하지만 이건 완전히 다릅니다. 22살의 나이에 2개의 빅이어. 그리고 이 두 개의 트로피를 거머쥘 때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이 남자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습니다.”
(대런 플레처)
“Perfect Night of Bayern Munchen. And Congratulation to South Korea. 당신들은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당신들의 나라에서 온 선수가 세계 최고가 되었으니까요. 축구 역사상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입니다. 대체 어디까지 더 올라갈지 상상도 되지 않네요.”
(스태브 맥매너먼)
“하하. 저도 기대가 돼요. 하지만 하나는 알 수 있습니다. 그의 별명처럼, 앞으로도 계속 커다란 경이로움(Wonder)을 안겨다 줄 거라는 거죠.”
(대런 플레처)
“Wonder Kid나 Wonder Boy처럼 젊은 재능을 표현하는 단어는 꽤 오랫동안 존재해 왔습니다. 하지만 다온을 표현하자면, 저는 그냥 이렇게 말을 하겠습니다. 그에겐 뒤에 붙는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고요. 그는 그냥 Wonder 그 자체입니다.”
***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을 때, 난 털썩 쓰러지며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꾹 억눌렀던 감정이 한꺼번에 폭발해,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기 때문이다.
정말.
정말로 힘들었다.
프리킥을 찬 이후 내 오른쪽 다리 상태는 더 나빠졌었다. 마지막 3분은 아예 뛸 수조차 없는 상태여서, 펩이 나를 위로 올리고 레비를 아래로 끌어 내렸다.
센터서클에 가만히 선 채로 손뼉을 두드리고 목소리를 높이는 게, 마지막 3분 동안 내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행동이었다.
사실상 9:10으로 경기를 치른 셈이었는데, 그것을 보는 내 마음은 당연히 편치 않았다.
그렇기에, 더 기뻤다.
오늘의 승리가 나 혼자만의 영광이 아닌, 팀으로서 거둔 진정한 승리란 생각이 들었다.
“이봐-!”
“……훌쩍. 네.”
“이런! 죽은 줄 알았잖아?”
우승이 확정된 후 내게 가장 먼저 달려온 사람은, 오늘 부쩍 볼일이 많았던 폴커 브라운 박사님이다.
“느낌은 어떻지?”
“아파요.”
“그렇겠지. 후우~ 자네가 이토록 만신창이가 된 것은 처음 보는군. 사실, 가끔 로봇이 아닌가 했어.”
“큭큭큭. 그럴 리가요.”
“……그렇지.”
박사님이 축구화와 양말을 벗기는 사이, 상체를 일으킨 나는 양팔을 피치에다 딛고 고개를 위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숨을 듬뿍 들이마셨다.
오늘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각들이 몸 구석구석으로 파고든다. 선선한 바람이 피치의 내음을 실어 왔고, 피치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 사이로 다양한 목소리가 뒤섞였다.
“이보게나.”
“네?”
“자넨 정말 대단한 친구야.”
“갑자기요?”
“그냥, 내가 느끼는 걸 말한 거야. 자네는 정말이지, 늘 우리에게 놀라움만을 안겨다 주는군.”
“하하. 그게 재미있거든요.”
“그렇겠지.”
치료를 끝마친 브라운 박사님이 벤치에서 가져온 슬리퍼를 곁에다 놓아두며 편한 신발을 신고 다니라고 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마저 남은 한쪽도 벗기로 했고, 박사님은 자신이 잘 맡아 두겠다며 내 축구화를 가방에다 담으셨다. 저건 나중에 받으면 된다.
“자, 일어나지. 챔피언인데 너무 오래 누워 있었어.”
박사님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달려온 베르나르두가 격한 포옹을 해 온다.
“우리가 이겼어!! 우리가 이겼다고!!!”
“그래, 그래. 우리가 이겼지.”
“뭐야? 지금도 그렇게 쿨하게 굴 거야?”
“그럼 어떻게 해? 감정은 벌써 지나갔다고.”
“이 미친…….”
“큭큭큭. 나 잠깐만.”
“그래.”
조금 늦긴 했지만, 내겐 해야 할 일이 있다.
다만 그 과정이 썩 쉽지는 않다.
베르나르두에게서 조금 멀어졌을 때 레비가 다가왔고, 이후로도 나는 많은 이들과 만나야 했다. 하지만 이윽고, 감정의 중심에서 벗어나 가장자리로 빠져나왔다.
절뚝이는 걸음걸이는 별로 빠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꾸준히 걸은 덕분에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다녀왔어.] […….] [울지 마. 나 괜찮아.]양손을 입가에 모은 채 울고 있던 아영이를 끌어안으며, 난 그녀의 등을 계속해서 토닥였다.
이게, 내가 해야만 했던 일이다.
[고마워.] [흐윽. 흑. 훌쩍. 뭐가.] [전부 다.] [훌쩍. 나도. 훌쩍. 다리는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응.]다른 WAG`s에게 종종 듣는 이야기지만, 축구 선수의 부인으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는 더 힘든 일이다. 성공이라는 것 아래 안락한 삶을 보장받지만, 동시에 많은 걸 포기해야 한다.
내가 오직 축구에만 매진하는 동안, 아영이는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것들을 혼자서 담당해 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잠까지 아껴 가며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이미, 나 때문에 꿈을 많이 포기했다.
아이돌. 연기.
물론 아영이는 매번 나랑 결혼한 것보다 더 잘한 일은 없다며,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아이돌을 포기하기로 했을 때, 연습생 시절부터 함께했던 동생들에게 얼마나 큰 실망감을 주었는지. 또 처음 독일에서 연기 공부를 하다가, 결국엔 그것을 포기해야 했을 때 얼마나 슬퍼했는지 등을 말이다.
지금 아영이가 준비 중인 미래는 그녀의 첫 번째 선택도. 그렇다고 두 번째 선택도 아니다.
반면에 난 가장 사랑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고, 그것 때문에 가끔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한다. 나는 그것이 불공평하다는 걸, 최근 아영이를 보며 깨달을 수 있었다.
[1년만 더 고생하자. 그리고 정착하는 거야.] [응. 그러자.]사랑한다고 말하며 진한 키스를 날린 후, 조금 뒤에 있던 가족들에게 손을 뻗어 함께 끌어안았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가족들 역시, 내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이제는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 난 조금 멀어져 부모님께 큰절을 올렸다.
사람들에겐 무척 이색적인 장면으로 느껴졌을 텐데, 그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자, 그럼…….’
이제,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이 있다.
힘이 빠져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던 니모의 곁이, 나의 다음 행선지다.
할 말이 있는데, 긴 이야기는 아니다.
[곧 스페인에서 보자.] [??]니모의 등을 두 번 정도 두들긴 후, 난 다시 걸음을 옮겨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나아갔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또 보드진과 프런트까지 모두가 함께하는 곳이다.
환한 얼굴을 한 잠머가 날 먼저 발견해 다가왔고, 그와 포옹을 나눈 후 만나는 모든 이들과 기쁨을 나눴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났을 때, 진행요원이 가족들 전부를 피치 안으로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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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아- 정말,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솔직히 사는 동안, 이런 장면을 보지 못할 거로 생각했거든요. 대한민국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그것도 빅이어가 달린 결승전에서 두 골 모두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배정세)
“2013/14 시즌 트레블. 2015/16 시즌 트레블. 명실상부 현시점 유럽 최고의 클럽으로 도약한 바이에른 뮌헨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이 대한민국의 김다온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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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안으로 들어선 가족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나는 세 번째로 해야 할 일을 했다.
“펩.”
“오-!”
경기 전 펩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어 무척 기뻤다.
자신을 위해서 승리해 달라는 말 말이다.
“이젠 알 것 같아요.”
“뭐가 말인가?”
“왜 당신이 그토록 완벽주의자인지요.”
“……하하.”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펩이 웃음을 터뜨리면서 어깨를 두드려 왔다.
분명 그는 내 말의 의미를 전부 이해했을 것이다.
2013/14 시즌 트레블을 차지했을 때만 해도, 뮌헨과 나를 향한 평가에는 그래도 아직 의문부호가 붙어 있었다.
우리가 환상적인 시간을 보낸 것은 맞지만, 과거에도 그런 클럽들은 존재해 왔고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더 오랜 시간 그것을 이어 나가느냐였다.
그런데 그것을 우리가 해냈다. 지난 4년 동안 총 세 차례 빅이어를 들어 올리면서, 우리가 명실상부 2010년대 유럽 최고의 클럽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또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이 바뀌었음을 느끼고 있다.
가슴팍에 손을 얹어오며, 펩이 이런 말을 건네온다.
“이제부터, 많은 이들이 자네를 지향점으로 삼을 거야. 그건 이미 빅리그에서 뛰는 남자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 어딘가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녀석일 수도 있어.”
“…….”
“올라서는 것도 힘들지만, 그것을 지켜내는 것은 더욱 힘들어. 장담하지.”
“네.”
바로 이것이다.
이제 나는 축구 선수로서, 최고라는 타이틀을 지켜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산꼭대기를 목표로 있는 힘껏 노력해 정상에 올랐더니, 허락된 공간은 한 사람밖에 설 수 없을 만큼 협소했다. 그리고 좋은 풍경을 보게 될 거라 믿었는데, 사방에서 나처럼 정상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만 눈에 잔뜩 보였다.
그리고 만약 자리를 빼앗기게 된다면, 그 고통은 지금껏 겪었던 어떠한 것보다 더할 것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질수록, 거기에서 오는 충격은 더욱 큰 법이니까 말이다.
정상에 오른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는 거다.
더구나, 난 지난 2년 정체되었다 느끼고 있다.
“……웃고 있군.”
“하하. 네. 재미있어요.”
“재미있다고?”
“네. 뭐랄까. 저는 정말 이걸 간절히 원했거든요. 다들 마찬가지였겠지만, 전 정말 빅이어가 필요했어요.”
유럽 무대에서 뛰는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그 해의 목표를 두 갈래로 잡을 것이다.
발롱도르.
그리고 빅이어.
그런 만큼 모두가 다 이를 원하겠지만, 나는 늘 내가 누구보다 간절하다고 믿어 왔다.
“멈춰 있던 나 자신을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려면, 이쯤에서 빅이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그것을 손에 쥐어 보니, 제 생각이 옳았더라고요.”
언제부터인가, 최고가 된다는 것이 막연해지기 시작했다. 조금 아이러니하지만, 작년 바르셀로나에 패배한 뒤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감조차 잡기 힘들 만큼 멀다고 느껴졌던 메시와의 거리가 부쩍 좁혀지게 되자, 나는 조금 당황했던 것 같다.
분명 훨씬 더 힘든 일이 되어야 했건만, 스스로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셈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내년 몸을 담고자 하는 곳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정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또 어쩌면 그건, 깨달음을 줄 수도 있다.
무뎌진 경쟁에 대한 깨달음을 말이다.
현재 내가 올라 있는 정상은 곧 악천후가 밀려올 예정이라, 오랜 시간을 머물지 못하고 다시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등반을 시작해야 할 텐데, 이미 한 번 올라선 경험이 있는 나는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메시도 같은 경험이 있고, 그 역시 빼앗긴 정상을 되찾고자 전력을 다할 것이다.
오늘 상대한 레알 마드리드 또한, 마찬가지다.
레알 마드리드는 팀 전력 측면에서 가장 강한 클럽이고, 당연히 내년에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도전할 수 있다.
MSN과 BBC.
이들은 내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영감을 안겨다 줄 존재들이다. 매일 밤 나를 수많은 위기에 빠트리고, 급기야 나 자신에 의문을 가지도록 해 줘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하나의 시즌이 끝나게 되면, 난 충분히 준비된 상태에서 더 큰 도전을 위해 떠날 것이다.
“그거 알죠? 요즘 EPL은 정말 최악이라는 거.”
“하핫-! 그렇고말고.”
“네. 그렇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어려운 도전이 본래 더 흥미롭지.”
“바로 그거예요.”
나의 향후 계획은 이미 오래전에 완성됐다. 그리고 그 계획에서, 오늘 차지한 빅이어는 종착점이 아닌 시작에 불과했다.
왜냐하면.
“출발하자-!! 갈 시간이야!!”
“갈 때가 됐네요.”
“그래. 마무리해야지.”
“네.”
펩과 대화를 멈춘 후, 나는 가족들에게 잘 지켜보라는 말을 남긴 후 동료들과 함께 움직였다.
특별석 위쪽에 마련된 단상이 목적지인데, 거기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일단 코너플랫 뒤쪽에 따로 설치해 둔 이동식 계단을 올라야 한다.
길게 늘어선 경호원들이 관중들과 우리 사이에서 벽을 만든 가운데, 나는 펩을 뒤따르며 손을 뻗은 이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지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뮌헨의 팬들도, 우리만큼이나 수고한 사람들이라 모든 것을 함께할 자격이 있다.
그렇게 축구장의 절반을 걸어간 곳엔, 현시점 UEFA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앞쪽, 뮌헨의 단장 루메니게가 환한 얼굴로 손을 내밀어 온다.
누구보다 기뻐하는 그와 끌어안은 후, 바로 곁으로 움직여 UEFA의 고위 관계자에게서 받은 메달을 목에 건다.
그리곤 난간 앞쪽으로 움직여, ‘CHAMPIONS LEAGUE FINAL MILANO 2016’이라 적힌 간판을 손바닥으로 두들겼다.
탕, 탕, 탕, 탕, 탕.
하나둘 합류하는 동료들 역시 나와 같은 행동을 했고, 우리는 이것을 드럼 삼아 리듬을 만들어 조금씩 몸을 움직였다.
아래 있는 레알의 선수들은 최대한 보지 않으려 한다.
그들의 슬픈 표정은 어쨌든 가슴이 아팠으니까.
지금은 그냥 기뻐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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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스톤) – U.S Fox Sports 코멘테이터
“유럽 축구 역사에 남을 만한 경기였습니다. 양 팀 각각 퇴장자가 한 명 나왔고, 옐로카드만 여덟 장이 나온 치열한 승부였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이 위대했던 한국인 선수가 결정을 지었습니다. 특히 그의 결승 프리킥은, 챔피언스리그 역사를 통틀더라도 손에 꼽힐 만큼 환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이에른 뮌헨을 2016년 유럽 클럽대항전 챔피언으로 만들었죠. Here it comes. 우승 트로피가 전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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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에서 전해져온 빅이어가 필리프에 손에 들리고, 계속 간판을 두들기며 분위기를 조성했던 우리는 그가 힘껏 손을 치켜듦과 동시에 만세를 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동시에 뒤쪽에서 꽃가루가 연이어 터져 나왔고, 밀라노의 하늘은 금세 붉은색으로 물들여졌다.
필리프가 가장 먼저 들어 올린 빅이어는 뮐러에게 이어졌고, 그것은 다시 리베리를 거친 후 내게 도착했다.
“MVP! MVP! MVP! MVP!”
내가 빅이어를 받아듦과 동시에, 동료들이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MVP를 연호한다. 이에 환하게 웃은 나는 트로피를 손에 꼭 쥔 채 몸을 앞으로 돌렸다.
이쯤에서, 아까 못다 한 말을 하고 싶다.
그러니까 오늘이 시작이라는 말.
나의 미래 계획에 있어 이 빅이어를 들어 올리는 일이 시작인 이유는 바로, 이 트로피가 내가 바이에른 뮌헨에 남길 마지막 유산(das Vermachtnis)이기 때문이다.
난 이것을 통해, 뮌헨에 작별을 고하려고 한다.
‘하나, 둘.’
입을 꾹 다물고 번쩍 두 손을 치켜들자, 끝까지 MVP를 외치던 동료들이 큰 함성과 환호성을 보내어 왔다.
그런 뒤에 난 빅이어를 베르나르두에게 건넸고, 녀석이 들어 올리는 것까지 열심히 지켜본 후 감회에 젖어 산 시로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리고 이건, 내가 뮌헨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다.
[……안녕, 뮌헨.]***
작가의 말 ? 고민 끝에 3일 정도 쉬기로 했습니다. 조용한 곳에 가서 머리를 좀 식히고, 방역수칙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제 기준 3일 휴식(월-수)이라, 연재는 금요일부터 시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잘 쉬고 정신 차리고 돌아와, 다시 월-토 2연재 하는 김군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금요일 뵙겠습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