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19)
618화 Buhne (2)
(이승영) – YTN News 아나운서
“2015/16 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트레블을 이끈 김다온이 오늘 오후, 인천 공항을 통해 입국했습니다. 최근 계약과 관련해 많은 의혹을 받았지만, 독일 국세청이 탈세는 없다고 발표했기 때문인지 입국 당시 표정은 밝아 보였습니다. 유지아 기자가 인천 공항에서…….”
***
2016년 6월 23일. 대한민국.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능곡동.
어제 오후 한국에 입국한 나는 하룻밤 휴식을 취하고 곧바로 일정에 나섰다. 이번 스캔들로 ‘아디다스’가 기존의 모든 행사를 취소했기에, 일정들은 전부 비공식이다.
“아- 좋다.”
“다온아-!!”
한국 초여름의 선선한 바람을 맞고 서 있을 때, 한쪽에서 날 부르는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조금 핼쑥한 모습의 권준 형이 손을 흔들며 걸어오고 있었다.
“어이구, 김 사장! 왜 이렇게 괜찮아?”
“죽상이라도 지을까, 그럼?”
“아니~ 그래도 조금 힘들어할 줄 알았지.”
“이미 힘들어, 형.”
“……그래. 그렇겠다.”
‘슈피겔’과 ‘키커’의 기사는 타이밍이 실로 절묘했다. 그것들은 한껏 치솟았던 내 위상을 순식간에 끌어내렸고, 많은 이가 실망감을 표시해 왔다.
하지만 처음 내 생각보다는 꽤 양호했는데, 독일 국세청의 발표 뒤에는 날 옹호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났다.
오히려 최근엔, 바이에른 뮌헨이 나를 강하게 의심하는 중이다.
2013년 6월에 터진 리오넬 메시의 탈세 의혹과 비교했을 때, 무혐의로 판정되는 시점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빨랐기 때문이다.
더구나, 독일 국세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그런데 독일 국세청은 72시간도 채 되지 않아 내가 모든 세금 신고를 완벽하게 해 왔다고 발표해 버렸다.
물론 처벌을 최소화하고자 시간을 끌어야 했던 메시와 나는 많은 차이가 있다. 또한 리스본에서 밝힌 것처럼, 단 1유로도 세금 신고에 누락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발표가 너무 빨랐던 건 사실인지라, 뮌헨은 이 모든 배후에 나 혹은 아레나 11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올바른 추측이지만, 진실이 드러나는 일은 없을 거로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 뮌헨이 나를 의심하게 만드는 게 본래 내가 그리던 그림이다.
울리 회네스를 포함한 바이에른 뮌헨의 e.V. 상당수는 내가 클럽을 배반했다는 것을 견디지 못할 테니 말이다.
조만간, 이적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본다.
“자, 가자. 소개나 해 줄게.”
“그러자.”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정식 명칭 ‘Wonder-Art Football Academy(WFA)’가 들어서게 될 부지(敷地)다.
총 세 개의 피치와 600평 규모의 3층짜리 아카데미 하우스 건물이 지어질 예정으로, 외관은 2012년에 만들어진 전북 현대의 율소리 클럽하우스를 모델로 했다.
다만 내부는 조금 다르게 꾸며질 예정이다.
5세~13세의 유소년 선수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축구를 배워 나갈 수 있도록, SL 벤피카의 클럽하우스를 표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스페인을 떠나 리스본에 잠깐 머무른 것도, 벤피카에 부탁해 전문가 몇 분을 이곳으로 초빙하기 위함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후이 코스타는 내 부탁을 흔쾌히 허락하는 한편, 건설 과정에서부터 사람들을 보내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 왔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답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벤피카 유스팀 전체에 용품을 후원했다.
또한 벤피카의 제안으로, 일주일 동안 클럽하우스에 머물며 재활 훈련도 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내게 무척 유익한 시간이었다.
공사 관계자들을 만나고 부지를 둘러본 후, 밴 앞쪽까지 마중을 온 권준 형이 일정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뭐, 똑같지. 쉬고 훈련하고.”
“휴가는 벌써 끝났고?”
“어. 그렇게 됐네.”
내일부터, 휴가 중 훈련 루틴을 가져갈까 한다.
6월 27일 올림픽 최종 명단이 발표되고 7월 4일부터 파주에서 소집 훈련에 들어갈 텐데, 100%는 아니더라도 좋은 컨디션으로 올림픽 팀에 합류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차피 당분간은 뭘 하든 주변이 시끄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 쓸데없는 것들에게 멀어지기 위해서라도 조용히 훈련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외의 남은 에너지는 전부, 독일에서의 문제를 처리하는 곳에 쓸까 한다.
“주말에 집에 놀러 와 형.”
“응. 형수도 소개해 주고.”
“그래, 그럼. 연락할게.”
“어. 먼저 간다. 수고해.”
드르르륵-
탁-
날 태운 차가 출발하고, 몸을 편히 한 뒤에 휴대폰을 만져 화면을 켠다. 그 안엔, 조금 전에 도착한 요나스로부터의 메시지가 있다.
근래 뮌헨은 기존에 내게 직접 전달하던 것들까지도 아레나 11을 거치고 있다. 조심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관계가 삐걱댄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뮌헨에서 함께한 동료 중 몇몇도, 계약 내용을 알게 된 후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는 것도 같았다.
물론 그건 내가 아니라 클럽을 향한 것이었는데, 이 점 역시도 뮌헨으로서는 곤란한 부분이다.
“후우~”
내 행동이 뮌헨을 곤경에 빠트리게 될 거라는 것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싶다가도, 나와 내 가족들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분명 그 끝에서는 뮌헨 역시 이득을 얻게 될 테니 말이다.
그것이 설령 아무런 위안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최소한 나는 마음의 짐을 약간이라도 덜 수 있을 것이다.
……어찌나 이기적인지.
사소한 자기혐오를 느끼며, 나는 빠르게 스쳐 가는 차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
※ 2016 리우 올림픽 대한민국 대표팀 명단.
-> 2016.06.27. 발표
-> 와일드카드 3인 포함
GK ? 구성윤(삿포로), 김동준(성남)
DF ? 김다온(RB/바이에른), 김민재(CB/한수원), 정승현(CB/울산), 최규백(CB/전북), 박동진(CB/광주), 심상민(LB/서울), 이슬찬(RB,LB/전남)
MF ? 권창훈(벤피카), 류승우(레버쿠젠), 이재성(전북)*, 문창진(포항), 이찬동(광주), 이창민(제주), 박정빈(호브로 IK)
FW ? 손흥민(토트넘)*, 황의조(성남)*, 황희찬(잘츠부르크)
감독 – 신태용
? 신태용, “현시점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을 모두 데려갈 수 있어 기쁘다. 와일드카드들과 김다온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
2016년 6월 29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프런트 오피스, 회장실.
클럽 통산 세 번째 트레블 달성으로 펩 과르디올라와의 시대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바이에른 뮌헨 관계자들은 전부 핑크빛 꿈에 부풀어 있었다.
아름다운 이별을 뒤로하고, 카를로 안첼로티라는 새로운 명장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꿈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디어에 의해 밝혀진 김다온의 이면계약 발표가 모든 것을 망쳐 놓았다.
딸깍-
“후우~”
전화를 끊은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의 근심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김다온이 실제로 뮌헨의 최고 연봉자였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많은 선수와 그들의 에이전시가 계약 조건을 들먹이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팀 내 최고 주급 조항’이 삽입된 아르연 로번의 경우, 당장 주급을 25만 유로로 올려 달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루메니게의 근심은 단순히 이것 때문만은 아니다. 실은 이보다 더욱 난감한 부분이 있다.
애초부터 김다온에 큰 미련을 두지 않았던 카를로 안첼로티가 선수의 이적을 바라는 가운데, 여전히 클럽 내부에서는 그를 향한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흘러가는 정황상, 김다온을 클럽에 남겨 두는 건 많은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 됐다.
몇몇 베테랑들이 그와의 동행을 불편해할 테고, 안첼로티가 바라지 않으니 김다온 역시 불만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올림픽을 핑계로, 한국에 머물게 했다.
여러모로 이적이 답인 상황이었지만, 막상 팬들은 김다온이 떠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루메니게가 ‘ARD’에 부탁해 수집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2%가 이번 일에도 불구하고 김다온을 계속 클럽에 남겨 둬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Sky Sports Germany’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김다온이 탈세를 범하지 않았다고 믿는다에 무려 86%가 투표했다.
독일인이 세금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고려하면, 파격적이기까지 한 결과다.
그러니 무작정 김다온을 이적시키기도 어렵다.
또 이적 시장 상황도 매우 나빴다.
이면계약이 알려진 후, 맨유를 뺀 모든 클럽이 김다온의 영입전에서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재계약이 없을 확률이 높기에, 2017년 여름이나 그 이후를 노리겠다는 뜻이다.
여기엔 김다온의 나이도 한몫을 차지했는데, 2017년 여름이 된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젊은 24살에 불과했다.
2년 뒤에도 여전히 전성기의 나이라는 거다.
결국 그렇게, 뮌헨은 궁지에 몰렸다.
“…….”
답답함을 느낀 루메니게가 자리에서 일어섰고, 회장실 안을 서성인 그는 자신이 어떤 식으로 일을 풀어 나가야 할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어디를 보더라도 막다른 골목인지라, 도저히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유일한 해결책은 선수들에게 클럽의 과실을 인정하고, 모든 선수의 주급을 획기적으로 인상시키는 것이다.
가뜩이나 지난 4년 동안 거둔 성공으로 인해, 이미 뮌헨은 많은 지출을 눈앞에 뒀다.
본래 16만 유로였던 팀 내 최고 주급을 22만 유로까지 높였고, 몇몇 이들과는 새로운 주급 체계로 재계약을 맺었다.
김다온에게도 22만 유로의 주급과 함께, 많은 출장 수당과 공격포인트 보너스 등을 챙겨 주는 식으로 부족한 부분을 벌충할 계획도 꾸려 뒀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이제 불가능해 보인다.
아니, 확실히 불가능하다.
만약 바이에른 뮌헨이 김다온과 재계약을 하게 되면, 당연히 사람들은 분명 현재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주급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할 거다.
그리고 그건, 22만 유로로 정해 둔 뮌헨의 주급 체계를 가뿐히 벗어난다.
그럼 다시 또 누군가는 그에 불만을 토로할 것이고, 그에 맞춰 주다 보면 주급으로 인한 지출은 끊임없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악순환의 연속.
그렇다고 불만인 이들을 방출하자니, 팀의 전력이 떨어지는 일이 된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하는 동안, 정작 신경을 써야 할 클럽의 사정에는 소홀해졌다. 다른 스태프들이 힘을 내어주고 있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효율이 떨어진다.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뮌헨에게 남은 건 김다온과의 이별밖에는 없어 보이는 이유다.
“후우우~”
짙어만 가는 루메니게의 한숨 소리가, 현재 바이에른 뮌헨이 처해 있는 상황을 설명해 주고 있다.
***
2016년 7월 4일. 대한민국.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8. 파주풋볼팬타지움.
적당한 휴식과 서울 근교로의 여행, 그리고 훈련이 적절하게 뒤섞인 지난 열흘은 비교적 조용하게 흘러갔다. 물론 한국의 이야기고, 독일은 여전히 시끄럽긴 하다.
DFB는 이번 사례를 본보기 삼아 【‘분데스리가 구단은 이적료의 10%, 연봉의 40%를 넘는 보너스를 금한다.’】는 조항을 신설했고, 이를 두고 많은 설(說)들이 오갔다.
그뿐만 아니라 여전히 독일의 스포츠 TV 채널과 라디오 채널에서는, 가장 첫 번째 뉴스로 내 이야기를 다뤘다.
평소에도 ‘50+1’과 같은 분데스리가만의 제약에 지지를 보냈던 사람들은 나를 [“분데스리가를 망친 주범.”]으로 묘사했고, 분데스리가가 조금 더 개방적이기를 바랐던 이들은 이번 일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가 터진 지도 벌써 3주가 훌쩍 지났건만, 분데스리가는 여전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야~ 수파스타 오셨네, 수파스타.”
“안녕하십니까~!”
“어이쿠-! 내가 인사해야지요. 내가.”
짐을 끌고 건물 앞에 다다랐을 때, 나와 계시던 신태용 감독님이 나를 반겼다.
모두가 인정하는 K리그 역대 최고 선수 중 하나다.
성남 일화의 전신인 일화 천마 시절부터 쭉 한곳에서만 뛴 ‘One Club Man’이고, 통산 401경기에 출전하여 99골 68어시스트라는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그에 반해 대표팀 커리어는 상대적으로 초라했는데, 바로 이것 때문에 사람들은 신태용 감독님이 얼마나 좋은 선수였는지 알지 못한다.
“큰절 받으시고~”
“아유~ 감독님. 왜 이러세요.”
“큭큭큭큭큭. 놀라써? 으응~? 놀라쒀어~?”
“으악-!”
큰절하는 시늉을 취하던 감독님을 잽싸게 말리기 무섭게, 신태용 감독님은 내 목을 잡아채더니 그대로 헤드락을 걸어왔다.
당연히 아프게 한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다.
“어이구 내가 살다 살다, 세계 최고를 지도해 보네.”
“아직 아니거든요?”
“마-! 겸손도 너무 심하면 재수 없어.”
“……아직은 아니라고요.”
“새-끼.”
신태용 감독님은 우리 선수들 사이에서는 ‘좋은 큰형님’, 현역 당시 함께했던 선배님들 사이에서는 ‘골 때리는 놈’이라고 알려져 있다.
격식과 권위 의식이 거의 없고, 국내 지도자 중 드물게 ‘팬을 위한 축구’를 추구하는 분이다.
전술적인 부분에서도 꽤 높은 평가를 받는 만큼, 이번 올림픽 팀 생활을 꽤 기대하는 중이다.
마침내 헤드락에서 벗어난 뒤, 신태용 감독님이 투박하지만 따뜻한 목소리로 요즘 괜찮은지를 물어 오셨다.
“네. 전 괜찮아요.”
“그래. 뭐 니도 할 말은 많겠지만, 이번 대표팀에서 지내는 동안은 내가 니를 지켜 준다. 약속하는 거니까, 힘든 일 생기면 언제든 말하고. 알겠나?”
“네. 감사합니다.”
“그래, 인마. 언능 짐 풀고, 쫌 쉬고.”
“네.”
마음만큼이나 따뜻한 손길로 내 등을 두드려 준 신태용 감독님에게 감사를 표현한 후, 나는 캐리어 두 대를 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려고 했다.
아무래도 장기간 생활할 예정이다 보니, 짐이 조금 많다. 그리고 중간에 아영이가 짐을 바꿔 줄 예정이다.
아무튼 그렇게 건물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저 뒤쪽에서 신태용 감독님의 정겨운 사투리가 다시 들려왔다.
“마-!! 퍼뜩 안 와?!?! 다온이도 씨, 제일 일찍 왔구만 어디 뺀질거리면서 오고 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신태용 감독님은 그저 장난을 치고 있는 것뿐이다.
저 구수하고 푸근한 목소리에, 올림픽 메달이란 목표를 지니고 모인 이번 대표팀 생활이 점점 더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재미있겠어.’
띵-
건물 로비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난 캐리어를 끌고 거기에 몸을 실었다.
이제부터, 난 대한민국 U-23 팀 소속으로 올림픽을 준비한다.
***
【같은 날 오후】
@ 대회의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큰 대회를 앞두고 대한민국 대표팀이 소집되게 되면, 첫 번째 날의 일정은 ‘소양 교육’으로 채워진다.
이는 축구 대표팀 외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로, 선수들은 이를 통해 태극 마크에 지닌 의미와 무게를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오늘, 몇몇 이들은 다른 경로로 그것을 깨닫는 중이다.
와일드카드를 뺀 대한민국의 올림픽 팀 선수들 대부분은 1993년생과 1994년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중 태반이 김다온과 처음 만나는 사이였다.
숙소 층에서 머무르던 때 몇 번이나 사인을 받으려다 실패한 정승현이, 자신을 알아보는 김다온에 크게 감격한다.
“저 아세요?”
“응. 승현이. 맞지?”
“오-! 대박!! 맞췄어!”
“그리고 넌…….”
김다온은 이번 올림픽 멤버들 사이에서, 일종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었다.
나이는 비슷했지만, 김다온이 쌓은 커리어가 일종의 보이지 않은 벽을 만든 셈이었다.
조금 전까지 숙소 층에서 머물렀던 김다온의 방에, 룸메이트인 권창훈과 성인 대표팀에서 함께 훈련한 경험이 있는 선수들만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소양 교육’ 이전, 김다온이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이름을 말하자, 분위기는 금세 바뀌었다.
어느새 김다온의 주변으로 많은 올림픽 팀 선수들이 모여들었고, 신태용 감독은 다른 스태프들과 함께 이 장면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역시. 카리스마가 있어.”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대회의실의 풍경은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선수들과 핸드폰만을 들여다보고 있는 쪽으로 나뉘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황의조를 뺀 선수들 모두가 김다온의 주변에 모여 있었다.
이런 풍경은 신태용 감독에게도 제법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이었고, 그보다 대표팀 경험이 많은 이운재 골키퍼 코치에게는 놀랍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많이 사라졌기는 해도 대한민국 문화 자체에 존재하는 선후배와 연장자의 문화가, 김다온의 자연스러운 리드 속에 뭉개지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진짜 쟤한테 주장을 줘야 하겠는데?”
“말했잖아. 처음부터 딱 정했어.”
“…….”
현재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의 코칭스태프는 과거 K리그와 대한민국 대표팀을 주름잡았었던 이들로 구성되었다.
골키퍼 코치인 이운재를 포함, 전경준, 김기동 모두 K리그에서 굵직한 발자취 남긴 남자들이다.
외에도 호르헤 삼파올리의 추천으로 두 명의 아르헨티나 피지컬코치가 함께했으며, 트레이닝 그룹과 메디컬 그룹 역시도 최고의 사람들로 구성이 되었다.
장철주의 부임 후 순항을 거듭 중인 대한민국 축구의 모습이, 이번 올림픽에서도 잘 드러나는 것이다.
“할 수 있어…….”
이운재가 곁을 떠난 후, 같은 자리에 서서 팔짱을 낀 채 김다온의 모습을 보던 신태용이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그는 이번 대표팀에 강한 자신감을 느꼈다.
소속 클럽의 프리 시즌에 합류 중인 손흥민과 황희찬의 합류가 늦어지곤 있지만, 그것만 빼면 이번 올림픽 대표팀은 충분히 런던 이상의 성적을 기대해 볼 만했다.
물론 당시 런던 대표팀에서 뛰었던 기성용/구자철/김영권 등과 같은 선수는 없지만, 대신 더 오랜 기간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올 수 있었다.
현재 최종 명단에 합류한 선수 중 11명이 2013년부터 호흡을 맞춰 왔다.
또 신태용 감독 역시도, 같은 시기부터 올림픽을 준비하며 많은 평가전을 치렀다.
그리고 이젠,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김다온의 올림픽 팀 합류마저도 이뤄졌다.
“금메달을 따는 거야. 금메달.”
탁- 탁-
오른발 앞쪽을 리드미컬하게 바닥에 두들기는 신태용 감독의 얼굴엔, 숨길 수 없는 자신감이 미소라는 표현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사상 최초 올림픽 축구 금메달이란 목표에 도전할 예정이다.
***
작가의 말 ? 올림픽과 함께 이적 내용은 흘러가는 수준으로 진행될 겁니다.
I’m Home.
잘 쉬고 왔고, 이제 집에 돌아온 기분이 듭니다.
다시 달려 보겠습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