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21)
620화 Buhne (4)
2016년 7월 18일. 아치바이아 ? 상파울루, 12954-904 브라질. 페르낭 디아스 길, Km 37,5 ? 자르딤 보아 비스타. 버본 아치바이아 컨벤션 & 스파 리조트(Artibaia ? SP, 12954-904 Brazil. Rod. Fernao Dias, Km 37,5 ? Jardim Boa Viasta. Bourbon Atibaia Resort).
상파울루에 도착한 후 사흘째, 대한민국 대표팀은 브라질의 시차에도 적응을 끝마쳤다.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어, 어. 그래, 그래. 많이들 먹어.”
이른 오전 훈련을 앞두고, 대한민국 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이 리조트 안의 식당에 들어섰다. 그는 최근 올림픽 대표팀의 분위기에 만족하는 중이다.
김민재를 뺀 전원이 프로로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축구를 대하는 태도와 일관성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김다온은 올림픽 팀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 주고 있다.
아직 젊은 선수들은 김다온의 루틴과 훈련 등에서 나타난 축구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세계 최고가 되려면 저 정도는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워 가는 중이다.
팀 일정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에 강한 영감을 준다는 건, 감독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김다온의 영향력은 지난 삼일 브라질에 적응하는 부분에서도 잘 드러났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참여키도 했던 김다온은 상대적으로 이곳의 기후와 문화에 익숙했고, 사소한 것 하나까지 챙기는 살뜰함을 발휘하며 주변인들을 꼼꼼히 배려했다.
물론 조금은 퉁명스러웠던 말들과 행동이었지만, 현재 올림픽 대표팀엔 그건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어? 이건 뭐야?”
접시를 들고 음식을 담으려던 신태용 감독이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이 담긴 통을 보며 질문을 던진다.
그러자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팀을 지원하기 위해 함께 날아온 조한철 주방장은 전날 김다온의 추천으로 메뉴에 추가한 음식 중에 하나라고 했다.
브라질 전통 음식인 아호스 까르헤떼이로는 베이컨/살라미/고추/말린 토마토를 넣은 일종의 볶음밥으로, 말렸거나 살짝 튀겨 낸 마늘을 뿌려 먹는다.
에너지를 보충하기도 좋고 기호성도 뛰어나, 오래 고민하지 않고 아침 메뉴에 추가한 것이다.
“앞으론 한 끼에 메뉴 하나 정도는 더 추가하려고요.”
내심 새로운 시도가 조심스러웠던 조한철 주방장이었지만, 음식을 맛본 신태용 감독은 만족감을 표현한다.
“음-! 맛있네에~! 구웃-!”
“하하하. 어후~ 다행이네요.”
“나중에도 기대할게요잉~”
볶음밥을 한 입 더 크게 밀어 넣은 신태용 감독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리로 향했다. 그리곤 의자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며, 대표팀 내의 분위기를 살폈다.
여전히 손흥민과 황희찬이 합류하진 않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대표팀은 무척 끈끈해 보였다.
오히려, 뒤늦게 합류한 선수들이 쉽게 녹아들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할 만큼 말이다.
‘좋아. 잘하고 있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밥을 한가득 밀어 넣은 신태용 감독이, 이번에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얼른 손을 뻗어 물잔을 집었다.
상당히 매운 고추가 씹힌 것인데,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마시고야 간신히 입속 열기를 식힐 수 있었다.
“후~아!”
그리고 이런 신태용 감독의 옆으로, 코치들이 찾아든다.
“왜요?”
“아니, 이거 진짜 매워.”
“아~ 고추 있어요?”
“쓰읍- 응.”
대표팀의 코치들 역시, 김다온이 보여 주는 리더십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특히 신태용 감독의 ‘영혼의 파트너’로 불리는 전경준 코치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 중이다.
할 수만 있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축구선수를 김다온과 일주일만 지내게 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도 전경준 코치였다.
무엇보다, 주변인들의 성격과 장단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는 점을 높이 샀다.
실제로도 김다온은 올림픽 팀 합류 후 단 나흘 만에, 동료들의 특징을 전부 파악해 버렸다. 모르는 이가 본다면, 오랫동안 함께한 줄 알았을 정도다.
“그런데, 그 이야기 들었어요?”
“?”
“아니, 다온이가 어제 그러더라고요.”
전날 대한민국 올림픽 팀이 전술적으로 움직이는 훈련을 하던 도중, 약간의 짬이 주어지자마자 정승현(CB)에게 다가간 김다온이 이런 말을 했다.
[“야, 망설여질 때는 그냥 멈춰.”]울산현대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울산에 입단한 정승현은 2016 리우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내내 수비의 핵심 중 하나로 활약을 해 왔다.
최규백-박동진이 번갈아 기용되는 와중에도, 붙박이 센터백으로 뛰며 큰 기여를 보여 준 것이다.
저돌적인 성향을 지닌 전형적인 스토퍼로, 대한민국의 젊은 센터백 중 가장 빠른 발과 수준급의 태클 실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정승현의 파트너가 바뀌어 온 것인데, 애초 장현수나 김영권을 와일드카드로 고려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곁에서 지시를 내려줄 커맨드형 센터백이 있을 때, 장점이 극대화될 것으로 생각했던 거다.
현재 내심 정승현의 파트너로 점찍어 둔 김민재도 커맨드형으로 분류할 수 있긴 하지만, 어린 나이와 경험 부족이 아무래도 걸림돌이었다.
한데 김다온이 그걸 챙기려 한 것이다.
“승현이는 오른쪽에 둬야 할 것 같아요.”
“음- 그러네.”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또 성인 대표팀에서도 김다온은 수비의 핵심으로 활약을 해 왔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평범한 풀백의 범주를 늘 넘어섰다.
좌우 어느 쪽에서든 풀백으로 나서기만 하면, 같은 방향에 서는 센터백을 제어해 온 것이다.
펩 과르디올라가 되도록 제롬 보아텡과 김다온을 떨어트리려고 했던 것도, 두 선수를 좌우에 벌려 놓았을 때 효과가 커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면 대표팀의 왼쪽 수비 라인은 김민재-심상민 혹은 김민재-이슬찬으로 구성이 됐다.
안정성이란 측면에서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은 맞지만, 어차피 왼쪽 윙어로 손흥민이 뛸 것이니 문제가 없었다.
수비 가담이라는 측면에서, 손흥민은 전 세계의 윙어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했다.
물론 일주일 뒤에 있을 스웨덴과의 평가전 땐, 많은 것들을 베일 아래에 감추어 둘 생각이었다. 30일 덴마크전은 더 진지하게 임하겠지만, 그날도 손흥민은 뛸 수 없다.
조금씩이긴 했지만, 신태용호의 윤곽이 잡혀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단연 핵심은 김다온이란 존재였다.
대한민국과 아시아 최초라는 기록을 매년 하나씩 추가 중인 그는, 의심할 여지 없는 아시아에서 배출한 첫 번째 월드클래스였다.
그것도 최고 중 하나가 아니라, 진짜 최고 말이다.
그와 함께, 올림픽 팀은 성장해 나가고 있다.
“야~ 대파!! 같이 가!!”
부모님이 대파 농사를 해 대파라는 별명을 얻은 이찬동을 부르는 김다온의 모습은, 또래가 아닌 큰 형님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
[부임 전 자신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선수를 보드진에 전달한 카를로 안첼로티. – ARD(독일)/2016.07.18.(오후)]? 카를로 안첼로티는 계약이 확정된 후, 제바티안 로데/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코스타스 마놀라스/마리오 괴체를 방출 목록에 올렸다. 그리고 거기에 김다온이 포함되었는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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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 ARD에서 카를로 안첼로티의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밝힌 가운데, 본지에서 습득한 정보에 의하면 김다온 역시 안첼로티의 계획에서 제외가 되었었다고 한다. 하지만 클럽 내부가 이를 강력히 반대해……(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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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첼로티의 살생부가 폭로되자, 바이에른 뮌헨의 A.G는 크게 당황하고 있다. 그들은 곧바로 폭로를 부정했지만, 빌트 독점의 역사를 생각했을 땐 진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바이에른 뮌헨의 서포터 그룹은 클럽과 안첼로티에게 설명을 촉구하고 있다. – 쥐트도이체차이퉁(독일)/2016.07.20.(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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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데 안첼로티의 과거 발언이 공개되다. “동양인은 절대 최고가 될 수 없다.” – 아스(스페인)/2016.07.20.(오후)]? 자신을 다비데 안첼로티의 측근이라 밝힌 사람은, 카를로 안첼로티가 레알 마드리드에 부임하던 시절 다비데와 함께 종종 김다온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왔음을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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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충격적인 폭로에 휘청이는 뮌헨. 그들은 내부적으로 자체 조사에 나섰다. – 빌트(독일)/2016.07.21.(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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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ial) 정식으로 이적 요청서를 클럽 측에 전달한 김다온. 뮌헨은 그로기 상태다. – ESPN(미국)/2016.07.21.(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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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데 안첼로티의 과거 발언을 규탄하는 성명을 낸 아레나 11 스포츠 그룹. – 빌트(독일)/2016.07.21.(오후)]? 비외른 베제머,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일. 다비데가 그의 아버지가 쌓은 명성에 기생하며 사는 동안, 다온은 자신의 세계에서 최고가 되었다. 최고는 피부색이 아닌, 끊임없는 도전과 그것을 헤쳐 나가는 열정에 의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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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공식 입장을 밝힌……]***
2016년 7월 22일. 아치바이아 ? 상파울루, 12954-904 브라질. 페르낭 디아스 길, Km 37,5 ? 자르딤 보아 비스타. 버본 아치바이아 컨벤션 & 스파 리조트.
모든 것들이 순조롭다.
다비데의 발언은 전혀 몰랐던 것이었지만, 안첼로티 부자(父子)가 뭔가 구리다며 뒤를 파 보라고 말한 베르나르두의 말을 들었던 게 뜻밖의 행운을 불러왔다.
본래라면 8월 중순쯤 이적 요청서를 뮌헨에 보낼 생각이었지만, 잘하면 올림픽 전에 결정을 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무척 실망스럽고, 인종차별주의자와는 함께할 수…….”
2015/16 시즌 동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인종차별 스캔들을 겪었다.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이탈리아 ‘Rai 1’의 축구 해설가가 시작을 끊었고, 이후 한 달이 멀다 하고 포그바와 그리즈만이 신경을 건드렸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딛고 결국 빅이어를 차지한 덕분에, 내겐 인간승리라는 평가가 뒤따르게 되었다.
이면계약 스캔들로 인해 독일에서는 론칭이 안 됐지만, 인간승리 컨셉을 내세운 ‘아디다스’의 광고가 유럽 전역에서 대박 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또 최근에는 ‘게토레이’에서도 NFL과 MLB 선수와 나를 함께 나란히 세워, 스포츠 세계에서는 모든 인종이 동등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터져 나온 다비데 안첼로티 측근의 고발은, 내게는 더할 나위 없는 핑계가 되었다.
듣기로는 다수의 클럽이 뮌헨에 벌써 이적을 문의하고 있다던데, 어차피 내가 거절하면 끝나는 문제다.
“수고하셨습니다.”
인터뷰를 끝마치고, 나는 바로 옆 피치로 향했다.
신태용 감독님이 바로 곁으로 다가오신다.
“고생했어.”
“네.”
“괜찮아?”
“그럼요. 당연하죠.”
“…….”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는 감독님도 그렇고, 주변의 모든 사람이 내가 정말 힘든 줄 알고 있다. 다비데의 발언은 당연히 좀 그랬지만, 그렇다고 상처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인터넷 세상의 모르는 누군가가 아무렇게나 던진 말과 별로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왜들 그래? 훈련하자, 훈련.”
웜업을 준비 중인 동료들의 곁으로 가, 박수를 치며 분위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현재 우리가 선 피치는 리조트에 딸린 곳으로, 굳이 훈련을 위해 이동할 필요가 없기에 리우가 아닌 상파울루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한 것이다.
오전 훈련이 진행되는 내내, 동료들은 내게로 와 괜찮은지를 물어보고 있다.
그래서 난 그게 더 미안해서, 일부러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일부러 더 크게 웃었다.
“야, 안 그래도 돼.”
“아니, 형. 나 진짜 괜찮아.”
“쓰읍~ 아닌 것 같은데.”
“아~ 진짜. 머릿속을 열어 보여 줄 수도 없고.”
“한 번 갈라 볼까?”
“그럴래?”
“……풉-!”
잠깐 이어진 얼빠진 대화 끝에,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냥, 괜히 미안해. 난 진짜 괜찮은데.”
“네가 미안할 게 뭐 있냐?”
“아니, 괜히 나 때문에 다들 신경 쓰잖아.”
“야. 형 동생 좋은 게 뭐냐?”
“…….”
사이좋게 내게 어깨동무한 재성이 형과 함께, 나는 오전 훈련을 끝내고 리조트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에 있는 스파와 수영장을 이용해 열을 식히고, 점심을 먹은 후 낮잠을 잘 예정이다.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한 하루.
그런데 다들.
“다온이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네?”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만들어 줄게. 말만 해. 재료가 없으면 구해 오면 되니까.”
조한철 주방장님마저도, 내 기운을 북돋아 주려고 개인 주문을 받아 주겠다고 말씀을 하고 계셨다.
본래는 그것을 거부할 생각이었지만, 어제 사람들과 나눈 대화가 떠올라 마음을 바꿨다.
“그러면 있죠.”
“응.”
“치킨 좀 해 주실래요? 그러니까, 튀김옷 바삭바삭하게 만든 치킨 있잖아요. 여기에서도 한 번 먹어 봤지만, 한국에서 먹던 거랑 맛이 달라서요.”
“치킨? 그거면 돼?”
“네.”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고개를 돌려, 어제 치킨 노래를 부른 동생들을 바라봤다. 매일 야식을 먹는다거나 할 수는 없지만, 가끔 한 번쯤은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
아무리 한국에서 공수한 재료들로 음식을 해 먹고는 있다지만, 가끔은 그런 게 그리워질 수밖에 없다.
“애들이 진짜 좋아할 거예요.”
“응? 뭐라고?”
“네?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곧바로 생닭을 사러 나서겠다는 주방장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 후, 난 동생들이 기다리는 곁으로 걸어갔다.
민재와 창훈이 또 승현이는, 먼저 올라가지 않고 엘리베이터의 앞에서 날 기다려 주고 있었다.
“무슨 말 했어?”
“그런 게 있어, 인마.”
무심하게 답하는 나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미는 창훈이의 목을 휘감은 후,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나는 안에 있는 동생들에게 깜짝 선물을 약속한다.
“저녁 되면 너희들 다 나한테 절을 할 거다.”
“아, 뭔데에?”
“어허- 기다려!”
“아~ 진짜! 내가 개야? 어? 개냐고?”
“그럼 아냐? 손.”
정말로 손을 얹어오는 창훈이를 본 사람들이 먼저 빵 터지고, 뒤이어 나와 창훈이도 웃음 행렬에 참가했다.
높은 충에서 내려온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린 순간, 안에 있던 호텔리어 한 분이 이런 우리를 보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래서 난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Desculpa. Foi uma coisa tao divertida de acontecer(죄송해요. 너무 재미있는 일이 있었거든요).]내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멀어져 가고, 다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나는 내가 대표팀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파주에 있을 때도 그렇고 브라질로 올 때만 해도 미안한 마음이 훨씬 더 컸었던 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미안함을 넘어, 함께 동고동락하는 동생과 친구들을 위해 메달을 꼭 따고 싶었다.
이제 난, 정말로 괜찮아졌다.
띵-
***
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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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퍼포먼스 센터, 선수 전용 식당/카페테리아.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굳은 얼굴로 걸음을 옮긴 사내가 닫힌 사무실의 문 앞에 선다.
“…….”
어느 것 하나 달라진 것 없는 내부였지만, 그는 최근과 전혀 다른 풍경을 마주하고 있다는 착각을 느낀다.
아니 실제로, 달라진 것은 있다.
바로.
똑똑똑-
바이에른 뮌헨 감독실의 닫혀 있는 문을 열기 위해, 노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문을 두드린 후 안으로 들어선 마티아스 잠머가 곧바로 불편한 상황을 마주한다.
현재 감독실의 안에는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와 그의 아들인 다비데 안첼로티. 그리고 선수단 대표인 필리프 람과 프랑크 리베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중재가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뭐가 문제죠?”
사실 마티아스 잠머는 자신이 이곳을 찾아야 했던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전날 필리프 람으로부터, 이런 자리가 있을 거란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요구 사항은 단 하나입니다.”
“…….”
클럽에 새로운 감독이 부임한 경우, 기존의 선수들과 크고 작은 충돌은 일어나는 법이다. 루이 판 할과 유프 하인케스 같은 감독들도 같은 일을 겪었다.
그러나 지금 현재 뮌헨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조금은 드문 경우다.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은, 카를로 안첼로티의 훈련이 너무 부족하다고 성토하고 있다.
“지금 훈련은 너무 부족해요. 그러니 하다못해, 개인 훈련이라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죠.”
“불가하네.”
“왜죠?”
“그게 바로 내 방식이기 때문이지.”
“하-!”
카를로 안첼로티의 부임 첫날부터,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은 큰 혼란에 휩싸였다. 왜냐하면 그가 나눠 준 일정표엔, 하루 30분 분량의 훈련밖에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인쇄가 덜 된 것 아니냐 의아해했을 만큼, 안첼로티의 팀 훈련은 종전의 반의반도 되지 않았다.
이것이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한 건, 훈련량이 부족했던 선수들이 따로 개인적인 훈련을 하자 다비데 안첼로티가 그것을 몽땅 막아서면서부터였다.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은 그 어떠한 코칭 라이선스도 보유하지 않은 다비데를 인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현재, 재활 훈련을 해변의 모래를 잔뜩 쌓아 둔 모래사장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공표를 하여 또 다른 반발도 사는 상태였다.
다비데 안첼로티는 ‘유튜브’에서 본 잘못된 지식을 획기적이라 맹신하는 중이었는데, 이미 몇몇 선수가 이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장면을 보며, 마티아스 잠머는 골치가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카를로 안첼로티의 부임 이후 받은 스트레스가, 펩의 시대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펩 과르디올라도 완벽한 감독은 아니었지만, 당시 선수들의 불만은 충분히 상식적인 선에서 납득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만약 안첼로티가 지난 4년 동안 쌓인 마일리지를 우려하여 일시적으로 훈련을 줄인 것쯤으로 설명을 했었다면,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첼로티는 아들과 자신이 신뢰하는 다른 부자(父子)가 오랜 시간 공들인 훈련이라며, 이 원칙을 바꾸지 않겠다고 못을 박아 버렸다.
가뜩이나 부임 이전 분데스리가를 가볍게 여기는 발언을 한 상황에서, 이런 태도는 팀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고 있다.
‘오, 신이시여. 어쩌다가 대체…….’
화를 참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뛰쳐나간 리베리와 그를 향해 소리치는 안첼로티를 보며, 잠머는 당장이라도 클럽을 관두고픈 욕망을 느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에서 드러나듯, 만약 자신이 관둔다면 뮌헨은 바로 무너져 버릴 것이다.
결국엔 팀을 떠나게 되었지만, 잠머는 자신이 3년 동안 공들여 쌓은 클럽에서 등 돌릴 수 없었다.
딸깍-
“후우~”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감독실을 나선 잠머가 한숨을 내어 쉬고, 최근 부쩍 늙어 보이는 필리프 람이 그런 단장의 어깨를 두드린다.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요, 마티아스.”
“?”
“저는 벌써 3개월 전이 그리워요.”
“…….”
씁쓸한 표정을 보이며 멀어지는 필리프 람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마티아스 잠머 역시, 3개월 남짓했던 과거가 먼 미래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한 번 선택한 것들도 다시 뒤엎을 수 없다.
현재 바이에른 뮌헨은 다비데 안첼로티에게 무기한 근신을 명했고, 루메니게를 포함한 A.G와 e.V.들은 매일 같이 회장실에 모여 열띤 논의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김다온을 떠나보내는 일을 속 시원하게 결정하고 있지 못했다.
현재 일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만약 김다온을 떠나보내게 될 경우, 2016년 여름은 뮌헨 역사상 최악의 실패로 남을 것이며 동시에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다.
지난날의 영광이 너무나도 드높았기에, 그 추락은 더욱 극적일 것이고 말이다.
무엇보다 김다온의 이적은 분명한 한 가지의 사실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독일 국가대표 축구가 세계 최고일진 몰라도, 분데스리가는 세계 최고를 품을 수 없다.’
분데스리가는 특유의 정책으로 전 세계적인 경제난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지만, 마찬가지의 이유로 큰돈을 사용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런 문화에서 발전한 보수적인 성향들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EPL이나 라 리가를 택하도록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었다.
근래에는 리그 앙의 PSG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선수들을 수집하는 중이었다.
“이거야 원, 정신을 차릴 수가 없군.”
김다온의 각본에 즉흥적인 아이디어를 보탠 다비드 안첼로티로 인해, 바이에른 뮌헨은 더욱 역할에 충실해지고 있었다.
위태로운 바람은 계속, 뮌헨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
작가의 말 ? 본문에 적은 다비데 안첼로티의 훈련량과 다비데 안첼로티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다친 선수를 모래사장에서 재활시킨다는 발상은 사실에 근거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몰래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한 후 아르연 로번이 말년에 건강을 얻었다는 점입니다.
이번 올림픽은 ‘막내 김다온’이 아닌, ‘리더 김다온’을 드러내는 첫 번째 무대가 될 겁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월요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