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24)
623화 Buhne (7)
2016년 7월 30일. 상 파울루 ? SP, 05653-070 브라질. 프라사 호베르투 고메스 페드로사, 1 ? 모룸비. 모룸비 경기장.
.경기 시작 05분 전
대한민국 0 : 0 덴마크
&Match-Up`s Best Eleven(대한민국/상대팀)
&Tactics(대한민국/상대팀) : 4-3-3/4-4-2(D6)
GK ? 구성윤 / GK ? 예베 호이비에르
RB ? 김다온 / RB ? 미켈 데슬러
CB ? 정승현 / CB ? 캐스퍼 라르센
CB ? 김민재 / CB ? 라우리츠 뱅
LB ? 이슬찬 / LB ? 야코브 블라비에르
DM ? 이찬동 / DM ? 안드레아스 막쑤
CM ? 문창진 / DM ? 올루프 뫼르크
CM ? 권창훈 / RAM ? 오버 하머
RW ? 이재성 / LAM ? 야코브 라르센
LW ? 황희찬 / ST ? 니콜라이 브록-매드센
ST ? 황의조 / ST ? 라쎄 비베
.
.
올림픽 본선 조별 경기를 앞둔 마지막 평가전.
대한민국은 최선의 전력을 내세웠다.
‘오우 씨, X나 크네.’
스웨덴과 비교했을 때보다도 확연히 큰 덴마크의 선수들을 보며, 대한민국의 몇몇 선수들은 위축됨을 느낀다.
이런 감정은 194cm의 센터백 라우리츠 뱅과 188cm의 올르프 뫼르크가 주는 위압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외에도 190cm의 안드레아스 막쑤(Andreas Maxso)도 있다.
실제로 덴마크 대표팀은 올림픽 본선에 참가한 국가들 중에서 가장 큰 키와 가장 무거운 체중을 자랑한다.
오늘 평가전에 출전한 선수 중 가장 왜소한(?) 선수가 180CM/78KG의 왼쪽 풀백 야코브 블라비에르(Jakob Blaabjerg)일 정도로 말이다.
축구에서 체격조건이 전부는 아니지만, 아직 젊은 대한민국 올림픽 팀 선수 중 몇몇은 기선제압에서 밀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잠시 뒤.
“뭐야? 왜 이렇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어?”
“어?”
“평가전인데 뭘 바짝 긴장해. 긴장 풀어.”
“어? 어, 어. 응.”
“편하게 하자, 편하게.”
평소처럼 가장 늦게 복도에 들어선 김다온이 나타난 순간부터, 반대로 덴마크 쪽에서 압박을 느끼기 시작했다.
덴마크의 선수들은 동료들 한 명 한 명 꼼꼼히 챙기는 김다온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이는 노르셸란에서 함께 했던 이들도 마찬가지다.
‘뭔가 달라.’
하루 전 대한민국 올림픽 팀이 머무는 호텔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공백으로 인한 약간의 서먹함은 있었어도 그들이 기억하던 김다온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겉모습은 분명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뭔가 모를 미묘한 존재감이 뿜어져 나왔다.
꿀꺽-
이제, 긴장감은 덴마크와 더 가까이 있다.
***
삐?익!!
브라질레이랑(Brasilerao/브라질 리그)의 주심 헤나투(Renato)가 휘슬을 불어 경기의 시작을 알리고, 덴마크의 선축으로 평가전의 막이 올랐다.
그리고 현재 관중석엔 A조(덴마크)와 C조(대한민국)의 관계자들 다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독일 대표팀의 경우, 평가전 일정이 하루 뒤인 관계로 선수단 전체가 평가전 장소를 찾았다.
“여유가 있어.”
“그래. 수준이 전혀 달라.”
전반전 약 7분여가 지났을 때, 경기를 지켜보던 벤더 형제(兄弟)가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각각 도르트문트와 레버쿠젠에 소속된 이들은, 클럽의 허락을 받고 올림픽 팀의 와일드카드로 참여하게 됐다. 동시에 이들은, 김다온과 몇 번이나 상대한 경험이 있었다.
물론 외의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세르쥬 나브리를 제외한 독일 대표팀의 모든 선수가, 최소 한 번 이상 바이에른 뮌헨과 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저 14번도 괜찮은데?”
“누구?”
“센터백 말이야. 가장 큰 녀석.”
이후 벤더 형제의 눈에 든 건, 대한민국 올림픽 팀에서 가장 어린 김민재였다.
191cm의 좋은 체격을 지닌 스트라이커 니콜라이 브록-매드센(Nicolai Brock-Madsen)과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고, 조금 전엔 발 빠른 라쎄 비베(Lasse Vibe)와의 루즈볼 다툼에서 승리를 거뒀다.
수비진영에서 빌드업할 때도 상당히 침착한 모습이었는데, 이는 굉장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지금도 구성윤에게서 패스를 전달받은 김민재는 오른쪽으로 넓게 벌려선 김다온을 찾아 정확한 롱패스를 보냈다.
시야와 판단력이 돋보인 순간이다.
‘의외네. 괜찮은 녀석들이 보여.’
예년에 비해 다소 불안한 전력이란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올림픽 팀은 C조 1위로 조별예선을 통과할 거란 평가를 얻고 있었다.
여기에는 어린 나이임에도 분데스리가에서 확고부동한 주전으로 뛰는 선수들이 있다는 게 큰 몫을 차지했다.
FC 쾰른의 주전 골키퍼 티모 호른과 장차 ‘Die Mannschaft(독일 국가 대표팀의 애칭)’의 주역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 젊은 미드필드들이 모여 있다.
공동 주장인 막스 마이어와 레온 고레츠카(Leon Goretzka), 그리고 율리안 브란트가 바로 그들이다.
최전방 스트라이커인 다비 젤케와 닐스 페테르센의 무게감이 다소 떨어져 보이긴 하지만, 올림픽 팀 레벨에서는 충분히 통할 만했다.
또한 포백 역시, 오른쪽 풀백이 조금 약하다는 것을 빼면 단연 이번 올림픽 내에서 최고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이들은 확신했다.
조별 예선 1위를 말이다.
하지만 오늘 대한민국과 덴마크의 평가전을 지켜보면서, 벤더 형제는 방심해선 일격을 허용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김다온과 손흥민 정도만을 경계하면 충분하다고 믿었었는데,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은 팀 전체가 덴마크보다 한 수 높은 실력을 선보이며 무난히 주도권을 잡아 나가고 있다.
덴마크가 이번 올림픽 5~8위 정도의 실력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고려하면, 분명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전반 19분.
{“우와아아-!”}
“이야아아아아-!!!”
완벽한 패스플레이로 덴마크의 측면 공간을 허물어뜨린 대한민국이 평가전의 선취골을 만들어 낸다. 김다온이 있는 오른쪽이 아닌, 왼쪽에서 나온 득점이다.
평범해 보였던 빌드업 상황에서 갑자기 황희찬이 풀백의 뒤를 파고들었고, 권창훈의 정확한 패스가 거기로 이어졌다.
완벽한 기회를 포착한 황희찬은 침착하게 가운데로 볼을 연결했고, 쇄도하던 황의조가 가볍게 마무리를 해냈다.
모여든 대한민국 올림픽 팀 선수들이 서로 기쁨을 나누는 사이, 여유 있는 얼굴로 경기를 지켜보던 독일 올림픽 팀의 표정이 아주 조금 어두워진다.
“…….”
“…….”
어느새, 이들의 말수는 부쩍 줄어들어 있다.
***
.전반 28분
대한민국 1 : 0 덴마크
지난 25일,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 대한민국은 전반과 후반이 전혀 다른 팀이었다.
전반전이 5:5의 평범한 공방전으로 마무리되었다면, 후반전은 일방적인 공세였다. 강한 압박으로 스웨덴의 빌드업을 차단하고, 빠르게 볼을 되찾아와 점유율을 높여 갔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후반전 압박의 강도가 특별히 더 높았던 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늘도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건 다치지 않는 것이기에, 선수들에게 패배하지 않는 경기를 하되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대한민국 올림픽 팀은 특별히 후반전 더욱 많은 거리를 뛰거나 하진 않았다.
한데 경기의 양상은 완전히 달랐다.
왜?
“대파! 대파!! 앞으로 가!!”
“…….”
“내가 갈게!! 커버해! 커버!!”
이찬동을 능숙하게 조종(?)한 김다온이 덴마크의 선택지를 좁힌 후, 상대를 측면으로 몰아간다.
결국 패스를 받은 야코브 라르센(Jakob Larssen)은 후방으로 볼을 돌릴 수밖에 없었고, 자리로 돌아간 김다온이 다시 이찬동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전환 신경 써!! 반대로 갈 수 있어!!”
“…….”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김다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신태용 감독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뒤로 돌아선다.
“우와~ 이씨, 들었어? 쟤 봐. 다 꿰고 있다니까.”
벤치에 있는 코치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운 신태용 감독이 본인의 자리로 돌아와 코치들의 곁에 앉는다.
그러곤, 감상문을 발표하듯 이야기를 이어 갔다.
“아주 그냥, 손바닥 안에서 노는 거야. 지금도 봐, 방향 전환을 신경 쓰라고 했지?”
“…….”
파앙-!
신태용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덴마크가 오른쪽으로 공격 방향을 바꿔 패스를 전달했다.
동시에, 신태용이 무르팍을 탁하고 두드린다.
“우~와우! 봤어?”
“너무 나가는 거 아니에요?”
“나가다니! 저건 그냥 에언이라니까, 에언!”
“에언이요?”
“예.언!”
신태용 감독의 경상도식 발음을 놀려 댄 이운재 코치가 낄낄거리는 사이, 인상을 팍 찌푸린 신태용 감독이 다시 피치를 바라보았다.
“좁혀, 좁혀!!”
“뒤! 뒤!! 뒤에 간다!!”
탕-!
“나이스, 나이스! 잘했어.”
벤치 반대편 진영에서 덴마크의 공격이 전개되었지만, 빠르게 접근하여 압박에 성공한 대한민국이 스로인을 유도해 내어 점유권을 다시 가져온다.
그와 동시에 피치 여기저기에서는 격려의 박수가 이어졌고, 신태용 감독은 정승현에게 계속 수신호를 보내는 김다온에게 시선을 두었다.
지금 김다온은 마치 훈련을 진행하는 감독과도 같은 모습으로, 정승현의 위치와 움직임을 정정해 주고 있었다.
“허-! 나 참 진짜.”
스웨덴전 후반 대한민국의 경기력이 살아난 이유와 오늘 경기에서 덴마크를 상대로 우위에 점하고 있는 이유는 완전히 같았다.
역삼각형 형태의 4-3-3에서, 6번(DM)은 전술적으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다.
그래서 4-3-3의 6번으로 뛰는 선수들은 체력적인 강인함과 기술 외에도 다양한 덕목을 요구받는다. 그리고 그중 가장 중요한 건, 경기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 내어 늘 올바른 포지셔닝을 가져가는 능력이다.
이 포지션의 선수가 위와 같은 능력을 갖추게 되면, 굳이 많은 거리를 뛰지 않더라도 피치 전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물론 부지런하다면 더 도움이 되겠지만 말이다.
현재 대한민국 올림픽 팀의 수비형 미드필드를 맡은 이찬동과 이창민 모두, 부지런한 활동량과 수준급의 조율 능력을 갖추었긴 해도 현대 축구가 바라는 이상적인 6번은 아니었다.
이찬동은 2000년대 중반까지 선호된 홀딩(Holding)에 더 가깝고, 이창민은 판단력이 떨어지는 박스-투-박스 미드필드라 보는 게 옳았다.
그리고 이런 둘에게 공통으로 부족한 것이 바로 포지셔닝이었는데, 김다온이 그것을 완벽하게 채워 주고 있었다.
“나가지 마!!”
“!!”
성급히 튀어 나가려던 이찬동이 김다온의 외침에 움찔하며 멈춰 선 순간, 볼을 쥐고 있던 올루프 뫼르크 역시 마찬가지로 덜컹하며 발을 멈췄다.
현재 이찬동이 서 있던 위치는 라쎄 비베에게로 향하는 패스 길을 막아선 곳이었고, 측면에서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한 덴마크는 결국 다시 뒤로 볼을 돌리게 되었다.
그러자 이젠 자신도 잘 안다는 듯, 이찬동이 살짝 왼쪽으로 움직여 상대의 방향 전환을 대비했다.
아시아 지역 예선이었다면, 절대 볼 수 없었을 장면이다. 과거였다면 저지를 위해 앞으로 달려 나갔을 테고, 그로 인해 발생한 공간으로 라쎄 비베가 내려앉았을 것이다.
그럼 올루프 뫼르크는 측면으로 볼을 돌린 후, 야코브 라르센이 중앙으로 패스를 보내도록 만들면 된다.
하지만 오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수많은 젊은 축구 선수들은 압박이라는 단어를 사전적 의미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지만, 축구에서 이는 꼭 몸을 써야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단순히 지역(Zone)을 단단히 지키는 것만으로, 상대에게 압박감을 전해 줄 수 있다.
물론 그러려면 피치에 있는 22명의 위치를 머릿속에 전부 넣어두고 있어야 한다. 꼭 22명이 아니더라도, 상대의 공격 의지가 흘러가는 곳 주변은 모두 꿰뚫어야 한다.
현역 시절, 아시아 최고 수준의 미드필드로 명성을 떨쳤던 신태용 감독은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고 있다.
“어우~”
연일 놀라움을 안겨다 주는 김다온의 플레이에, 신태용 감독은 전율한다.
“어우, 소름.”
전반전 42분, 대한민국은 덴마크를 상대로 순탄히 경기를 이끌어 가는 중이다.
***
.후반 06분
대한민국 1 : 0 덴마크
후반전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님은 변화를 주었다.
재성이 형을 빼고 승우를 투입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나를 화나게 만들고 있다.
“야~ 이 새끼야!!!”
“…….”
“뒤질래?! 내가 오라고 했잖아!!”
“…….”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승우는 가장 잘 뛴 올림픽 팀 선수 중 하나였다. 탄탄한 기본기를 앞세워 좋은 연계를 보여 줬고, 끊임없이 측면을 두들겼다.
하지만 오늘, 승우는 반쪽짜리 선수가 되어 버렸다.
어째서?
나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다.
“그딴 식으로 할 거면 축구 집어치워!! 너만 아픈 게 싫은 줄 알아?! 전부 다 싫어!!”
승우가 기본기와 기술에 몰두한 건, 나이를 먹어 가며 피지컬로 상대를 찍어 누를 수 없어서였다. 그래서 제법 자주, 몸싸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체격에 비해 많은 근육도, 상대를 누르기 위해서가 아닌 버텨 내기 위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종종 엇나가는 거다.
피치에서 육체적으로 자신도 부딪치고 때리는 역할을 맡는 시기가 있어야 하는데, 주로 얻어맞고 도망치다 보니 부아가 치밀어 성질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그렇고 작년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것도, 전부 다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정작 상대가 크게 화를 내면, 쿨한 척을 하거나 아군의 진영이다 싶으면 깡으로 포장되는 엇나간 투쟁심을 보여 주며 한껏 자신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나 내가 볼 때는 그냥, 먹이사슬에서 서열이 낮은 쪽이 살아남으려 한껏 몸을 부풀리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씨팔. 퉤!”
금방은 덴마크의 선수 셋을 나 홀로 감당해야 했다. 승우의 수비 가담이 전혀 없었고, 가까스로 지연시킨 뒤에도 적당적당히 위치만 잡으며 수비하는 시늉만을 했기 때문이다.
난 그것에 화가 났고, 그래서 이렇게 욕을 한 거다.
솔직히 말해, 욕을 더 처먹어도 된다.
만약 지금이 올림픽 메달을 결정짓는 순간이었다면, 아예 멱살을 붙잡았을지도 모른다.
실력이 부족해서 지는 건 괜찮지만,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아서 실점하고 그로 인해 결국 패배한다면 나는 결코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나도 알고 있다.
누군가가 볼 때, 내 행동은 충분히 과해 보일 수 있다.
대한민국 선수 중 누구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승우-!!!”
“?!!!”
나는 그것을 사람들이 너무 체면을 차리는 거로 생각하고 있다.
정말 의미 없는 평가전이라면 나도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올림픽을 앞두고 최종 점검을 하는 무대다. 오늘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실전에서도 그럴 수 있다.
연습을 실전처럼.
무척 흔한 말 아니던가?
내 고함에 움찔한 승우가 스로인을 받아든 올루프에게 들러붙으며 발을 들이민다.
사실 저것도 몸이 부딪치는 것이 싫어, 최대한 접촉을 피하려는 동작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까처럼 아예 아무것도 않는 것보다는 낫다.
실제로, 올루프의 패스가 약간 엇나갔다.
부정확했던 패스를 받기 위해 라쎄 비베가 불안정한 자세로 오른발을 뻗었고, 결국 이는 승현이가 수비를 하도록 쉽게 만들어 볼을 되찾아오게 했다.
압박이라는 건 이렇게나 중요한 거다.
그런데 분데스리가에서 뛴다는 놈이.
“야! 여기!”
팡-
볼을 되찾은 후 공격을 전개하던 중, 나는 승우에게 다시 소리를 쳐 뒤에서 패스를 전달받았다.
지금은 덴마크가 수비진영을 제대로 갖춘 상황이었고, 굳이 무리하게 공격을 전개하려고 들기보다 컨디션이 괜찮은 창훈이와 희찬이 쪽에서 뭔가를 만들어 보려고 해야 한다.
하프타임 많은 대화를 주고받은 찬동이는, 후반전은 굳이 소리를 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해 주고 있다.
창진이의 단점인 기복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굳히는 건 어렵지 않다.
특히 25일과 오늘, 민재의 플레이는 정말 놀랍다.
마치 제롬을 보는 것 같달까?
판단을 내리면 망설이지 않고 쭉 직진하는 것도 비슷했고, 파이터형(形) 스토퍼로 뛰고 있음에도 스스로 완급조절을 하여 템포를 늦춰 가는 것 역시도 좋았다.
전진해야 할 때와 수비진영에 머물러야 할 때를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민재가 있기에, 왼쪽 풀백이 훨씬 더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덴마크가 후반전 프레데리크 뵈르스팅(Frederik Borsting)을 투입한 것도 슬찬이가 오버를 잘 막았기 때문이다.
후반전 15분.
승우의 수비 가담 때문에 다소 힘겨웠기는 해도, 어느새 경기는 다시 정돈되어 안정을 되찾았다.
덕분에 나 역시, 에너지를 계속 아낄 수 있었다.
“후우~”
덴마크 진영 근처에서 프리킥을 얻어 냈음에도, 난 하프라인에 서서 역습을 대비했다. 그러곤 고개를 돌려 관중석을 보았는데, 한쪽에 모인 독일 대표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번 경기를 보려고 꽤 먼 거리를 날아온 것으로 아는데, 과연 어느 정도의 힌트를 얻어 갔을지 모르겠다.
우리는 등번호도 완전히 다르게 달았고, 준비한 세트피스도 전혀 보여 주지 않고 있다.
팅-!!
“오우!”
창훈이의 날카로운 왼발 슈팅이 덴마크의 크로스바를 두들기며 골라인 밖으로 날아가고, 움찔하며 몸을 비틀었던 나는 안타까움을 삼키며 박수를 보냈다.
코너킥을 준비코자 달려가는 창훈이.
여전히, 난 하프라인 앞에 서 있다.
.
.
.경기 종료
대한민국 2 : 1 덴마크
[골] 황의조 : 전반 19분(황희찬)권창훈 : 후반 46분(P.K)
김다온 ? 71분 출전
***
작가의 말 ? 하프라인에 섰다 = 50%로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