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27)
626화 Buhne (10)
2016년 8월 5일. 히우 지 자네이루 ? RJ, 20271-130 브라질. 프레스 카스텔루 브랑쿠 거리, 포르탕 3 ? 마라카낭. 이스타지우 두 마라카낭(Estadio do Maracana. Av. Pres. Castelo Branco, Portao 3 – Maracana, Rio de Janeiro – RJ, 20271-130 Brazil).
이런 말을 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단 한 번도 특별해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그저, 더 좋은 축구 선수가 되려고만 했을 뿐이다.
명성을 얻기 위해 살아간다거나 특권을 누리며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건,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부수적으로 얻는 것들을 즐기고 있긴 했다.
그러니까, 바로 이런 것들처럼.
찰칵.
[그라시아스.] [데 나다.] [끼아아아악-!]내게서 멀어지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성은 콜롬비아의 삼단뛰기 선수인 까테리니 이바귀엥(Caterine Ibaguen)이다.
듣자 하니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이 유력한 분이라던데, 지금 저쪽에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인들이 흔히 아는 여중/여고생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야-! 지금 바람피우는 거지?”
지금 내 뒤에서 다가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사람은, 나와 함께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기수(旗手)로 뽑힌 여자 배구의 김현경 선수다.
분명 오늘 우린 처음 만났는데, 5분 잠깐 어색한 뒤에는 마치 평생 알고 지낸 사람처럼 지내는 중이다.
그래서, 이런 말도 할 수 있었다.
“아, 누나 뭔 소리야?”
“너 내가 사진 다 찍었어. 어? 너네 와이프 전화번호 뭐야? 고발하게.”
“이 누나 또 헛소리하네.”
“헛소리? 어쭈? 헛소리이~?”
누나는 현재 터키 페네르바흐체 SK 소속으로, 배구계의 리오넬 메시이자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이었다.
어떻게 보면 나보다 더 굉장한 사람인데, 정작 그만한 대우나 평가는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알기론, 배구계도 꽤 문제가 심각한 걸로 알고 있다.
어딜 가나, 정치(政治)가 문제다.
“아~ 누나. 아파, 아파. 그만.”
“이 새끼. 누나한테 뭐라 그랬어? 헛소리? 미안하다고 안 해? 응? 안 해?”
“항복, 항복. 항! 복!”
누나는 정치적인 이유로 기수 자리에 끌려온 나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국가 중, 나만 유일하게 축구 선수였다.
축구가 이곳에서만 벌어지는 것이라면 모를까, 사우바도르에서 이곳 리우까진 130분 정도 비행기를 타야 한다.
더구나 사흘 간격으로 조별 예선이 치러지는 것을 고려하면, 상식적으로 나를 기수로 써서는 안 됐다.
실제로 축구협회에서는 이를 강력히 반대했었는데, 올림픽조직위원회의 대장이 저 위에 높으신 분이라 저항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날 기수로 쓰겠다고 밀어붙인 저 위에 놓으신 분 역시 내 팬이라는 점이다.
파주에 있을 때 NFC를 찾아와, 아들 두 명을 데리고 사진을 찍고 사인까지 받고는 떠났었다.
미디어도 쉬쉬하고 있어 대중은 잘 알지 못하는 촌극이지만, 내가 기수가 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숨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완전히 괜찮았다.
내가 이곳 리우를 찾은 것은 리허설이 있었던 오전 11시가 되기 30분 전이었는데, 그때부터 대한민국 선수단의 대부분이 이곳 마라카낭에서 시간을 보냈다.
올림픽 개막식이라는 게 워낙에 거대한 무대인지라 리허설만 2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기수인 내가 해야 할 일은 5분이면 끝나서 뻘쭘하게 서 있기만 했었다.
한데 바로 그때, 현경이 누나가 다가와 인사를 하더니 내 손목을 낚아채고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날 데려갔다.
처음은 여자 배구팀이 있는 곳이었고, 그녀들과 친한 다른 종목의 사람들이 나를 보러 오기 시작하면서 나중에는 아예 대규모가 되어 버렸다.
많은 종목의 선수들이 내게로 와 사인을 부탁하거나 사진을 찍었고, 응원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내게 전해 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나를 보며 힘낸다던 말.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 이곳을 찾아야 했던 귀찮음과 짜증이 커다란 보람으로 바뀐 건,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짜식이 말이야. 째깍째깍 미안하다고 해야지.”
“어우 씨. 힘이 뭐 그렇게 쌔?”
“뭐? 씨? 씨??”
“어허~이! 누님! 형님! 잠깐, 잠깐! 나 죽어. 응? 나 죽어.”
다시 내게 현경이 누나가 헤드락을 걸어오려던 찰나, 이번에는 칠레의 국기가 달린 선수단복을 입은 남성이 다가와 내게 사인을 부탁했다.
이후엔, 사진도 함께 찍었다.
찰칵-
“X나 스타긴 스타네.”
“누나.”
“?”
“X나. 씨. 개. 이런 것 빼고는 말 못 해?”
“야! 이씨! 이게 또?!”
지금은 한창 올림픽 개막식의 초반부가 진행되는 중이다. 피치 위 무대에서는 다양한 테마를 컨셉으로 한 공연이 펼쳐졌고, 대략 20분 정도 뒤에 입장이 시작될 것 같다.
그리고 우리 한국은 포르투갈식 표현에 따라, K가 아닌 C의 순번에서 출발한다.
포르투갈어 문화권에서 한국은 ‘Korea’가 아닌 ‘Coreia’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실례합니다.]”응?“
”아~! 또야? 야! 너 그냥 가라. 나중에 보자. 응?“
또다시 타국의 선수로부터 사인을 요청받게 되자, 손사래를 치며 짜증을 확 부린 현경이 누나가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이에 앞에 있는 여성은 잠깐 당황한 것 같았지만, 금세 내가 미소를 지으며 종이와 펜을 받아 들었다. 이번엔 브라질 선수단복을 입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가 아는 사람이다.
[오-! 당신은?] [응? 저를 아시나요?]순식간에 나를 평범한 체격으로 보이게 만든 사람은, 브라질 농구 국가대표팀의 리안드루 바르보사(Leandro Barbosa)다.
미국 NBA에서 뛰는 유명한 선수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뛰고 있다.
[와-우! 혹시 농구 좋아해요?] [지금 농담해요? 독일에서 NBA 패스를 끊어서 보고 있다고요. 그나저나, 챔피언 결정전은 아쉬웠어요.] [네~ 운이 없었죠. 크흠. 괜찮다면, 사진도?] [그럼요! 물론이죠!]오늘 처음으로,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사인과 사진을 부탁해 왔다. 나는 그것이 괜히 반가웠고, 바르보사와 추후 소셜네트워크에서 맞팔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더 흘렀을 때.
[헤이.] […….] [응?] [케빈??]NBA 최고의 슈퍼스타인 케빈 듀란트(Kevin Durant)가 나타나, 저 위에서 내게 사인을 요청해 왔다.
그것도, 그의 저지 하나를 주면서.
‘오우 씨. 지리겠네.’
이제는 오히려, 내가 저 위의 높은 분에게 감사해야 할 지경이 되어 버린 것 같다.
***
2016년 8월 6일. 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프런트 오피스, 회장실.
새벽 두 시가 훌쩍 넘은 늦은 시간.
뮌헨의 회장실에 불이 켜져 있다.
.
(요제프 헤르츠) – ZDF 아나운서
“쉰두 번째로, 남한이 입장합니다. 기수는 여자 배구의 현경-킴. 그리고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실 바이에른 뮌헨의 다온입니다.”
.
독일의 공영채널 ‘ZDF’에서 대한민국의 기수인 김다온을 가리켜,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라고 표시를 한다.
그러자 술에 취해 넥타이와 셔츠를 풀어 헤쳤던 루메니게가 머리맡 테이블 위에 놓인 잔을 집어 들어, 남은 싱글몰트를 한꺼번에 입 안으로 털어 버린다.
“쓰—읍, 푸우~~”
5일 오전, A.G와 e.V.가 모두 모인 미팅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김다온과 관련된 두 가지 원칙을 수립했다.
첫째,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 판매가 되지 않는다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임대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것.
선수 본인의 상태와 안첼로티 부자(父子) 사이의 관계. 그리고 갑작스러웠던 프란츠 베켄바워의 발언을 모두 종합했을 때, 더는 동행이 불가능하다고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둘째, 2017년 여름 김다온의 판매 금액을 6천~8천만 유로로 두겠다는 것.
이는 곧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선수가 자유계약으로 나가는 것보다 어느 정도 자금을 회수하는 게 이득이라는 당연한 판단에서 나온 결론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이 있다.
이 모든 결정이 이뤄진 방법이다.
[카를. 미안하네만 이제, 자네의 의견은 중요치 않아.]미팅을 주도한 프란츠 베켄바워는 자신의 의견이 곧 울리 회네스의 의견이라 말함으로써, 사실상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의 권력을 빼앗아 가 버렸다.
마티아스 잠머의 사임 이후 루메니게의 지배력은 눈에 띄게 약해진 상황이었고, 한때 베켄바워에게 반발했던 이들도 몸을 낮추는 실정이 되었다.
즉, 5일 수립된 두 가지 원칙은 루메니게의 의사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어느새 TV 화면 속에서는 프랑스 올림픽 선수단이 모습을 드러냈고, 몽롱한 정신 속에서 슬퍼하고 있던 루메니게는 다시 한번 베켄바워의 이중성에 치를 떨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다온을 남기도록 말했던 것은 베켄바워였다.
그와의 계약을 울리 회네스의 공로로 만들어, 바이에른 뮌헨은 회네스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한 선전 수단으로 쓰려고 했다.
그리고 당시는 PSG와 맨체스터 시티가 1억 5천만 유로 이상의 이적료를 제시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사이좋게 석유 재벌을 구단주로 보유한 두 클럽은 할부 금액을 늘릴 경우, 2억 유로에 가까운 이적료까지 감내할 의사가 있어 보였다.
그때에도 김다온은 뮌헨과의 재계약을 완강히 거부하는 중이었다.
탁-
“응? 이런-!”
술병을 집으려던 루메니게가 손을 헛놀린 탓에, 싱글몰트를 담았던 크리스털 병이 카페트 위를 뒹굴었다.
호박빛의 액체가 흘러나와 섬유에 스며들었고, 그것을 주울 생각이 없었던 루메니게는 휘청이며 미니바로 가 새로운 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언제가 다시 빅이어를 들어 올리면 마실 생각으로 보관해 둔 비싼 술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따르르륵-
비틀어 딴 뚜껑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진 루메니게가 이번에는 회장실의 의자에 앉은 채 병나발을 분다.
“푸우우~ 크으으윽-”
어느 것 하나,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당연한 말일 수도 있지만, 이번엔 달랐다.
분명 바이에른 뮌헨은 팀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하고, 더 많은 이득을 취할 기회가 있었다.
김다온 정도 되는 선수를 방출한다는 건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팬들에게 실망을 주는 일이지만, 그래도 이적료가 그들을 설득할 수는 있었을 거다.
1억 5천만에서 2억 유로 사이 어딘가에 머물렀을 숫자가, 최고의 선수를 놓쳤다는 상처에 클럽이 선수를 잘 판매했다는 위안이란 약을 덧발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모든 건 엉망이 되었다.
“…….”
팅-
데구르르르르-
똑. 똑. 똑. 똑.
힘없이 늘어진 루메니게의 손에서 떨어진 병에서, 다시 액체가 사무실의 바닥에 흐른다.
그리고.
“크으으응-!”
술에 완전히 지배되어 곯아떨어진 루메니게.
그런 그를 희미한 조명이 비춘다.
“크으으응-! ……푸우~!”
김다온이 만들어 낸 각본 속에서, 무대(Buhne) 위의 바이에른 뮌헨은 당하기만 하는 배역처럼 보인다.
하지만 각본가가 말했듯, 분명 이번 사가(SAGA)의 끝에서 바이에른 뮌헨 역시 얻는 것은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것을 알기엔 시기가 되지 않은 것뿐이다.
리우 올림픽 개막식이 정점에 달해 가는 지금, 월삭(月朔)에서 벗어난 희미한 달빛이 서글프게 뮌헨을 비추고 있다.
마치, 그들의 현재를 말해 주는 것처럼.
축구계에서 영광이란, 한낱 일장춘몽(一場春夢)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
2016년 8월 7일. 사우바도르 ? BA, 40050-565 브라질. 라데이라 다 폰치 다스 페드라스, s/n ? 나자레. 아레나 폰치 노바.
.경기 시작 2시간 전
독일 0 : 0 대한민국
&Match-Up`s Best Eleven(대한민국/상대팀)
&Tactics(대한민국/상대팀) : 4-3-3/4-2-3-1
GK ? 김동준 / GK ? 티모 호른
RB ? 김다온 / RB ? 제레미 톨얀
CB ? 정승현 / CB ? 니클라스 쥘레
CB ? 김민재 / CB ? 마티아스 긴터
LB ? 심상민 / LB ? 루카스 클로스테르만
DM ? 이찬동 / CM ? 스벤 벤더
CM ? 이창민 / CM ? 라스 벤더
CM ? 권창훈 / RAM ? 율리안 브란트
RW ? 이재성 / CAM ? 막스 마이어
LW ? 손흥민 / LAM ? 세르주 그나브리
ST ? 황의조 / ST ? 다비 젤케
.
.
개막전 이후 다시 사우바도르로 돌아온 나는, 신태용 감독님이 조별 예선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독일전을 준비했다.
추첨이 끝나고 일정이 정해졌을 때부터, 감독님은 독일과의 경기가 조별 예선 통과를 가를 중요한 경기가 될 거로 생각하고 계셨다.
“정말요?”
– 그래 진짜야. 금방 뮌헨에서 전화가 왔어.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만 네 판매를 시도해 보고, 아니라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임대를 받아들이겠다고 했어.
“와-우. 그거 잘됐네요.”
– 그렇지. 그럼, 어떻게 대답할까?
“…….”
내가 맨유와 리버풀로의 이적을 거부한 이후, 뮌헨이 가장 많이 물어봤던 건 어디로 가길 원하냐는 것이었다. 클럽의 이름을 대면, 그곳과 협상을 하겠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미적지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뮌헨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다.
“임대가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고요. 일단 서로 한발 물러날 수 있고, 시간을 가지는 면에서도 좋은 판단인 것 같다고 대답했으면 좋겠어요.”
– 흐음- 마치 연인 같네.
“네. 헤어지기 직전의 연인이요.”
– 하하. 그것도 맞는 말이야.
다비데 안첼로티의 발언으로 계획이 앞당겨질 줄 알았건만, 역시나 이적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덕분에 바이에른 뮌헨이 깔끔하게 나를 포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론도 내 편으로 많이 돌아선 상태라, 배신자라는 낙인도 많이 흐려졌다.
안텔로티 가(家)의 아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 그런데 참 아이러니해.
“네?”
– 네가 뮌헨을 떠나는 게 기정사실화된 날인데, 하필 그 상대가 독일이라니. 안 그래?
요나스의 말대로, 오늘 상대하게 된 팀이 독일이라는 건 조금 극적인 일이다.
“뭐, 예습이라고 생각하죠.”
– 예습이라고?
“네. 앞으론 뮌헨도 적으로 만나게 될 테니까요. 당장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고요. 그러니, 예습이라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하하하. 그럴 수도.
“아무튼, 저는 그럼 가 볼게요.”
– 그래. TV로 응원할게.
“나중에 또 통화해요. 그럼.”
-딸깍-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나는 잠깐 홀로 떨어지게 되었다. 물론 곁에는 스태프가 붙어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앞서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기다려 준 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뒤, 나는 얼른 걸음을 재촉해 동료들을 뒤쫓는다.
멕시코와의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독일은 필승의 각오를 다지는 중이고,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어 본선 진출을 사실상 확정 지을 생각이다.
마지막 경기의 상대가 피지이니만큼, 오늘이 독일에게도 가장 중요한 일전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분명,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독일이 우리보다 한참 앞서는 게 사실이다.
와일드카드가 약간 부실하다는 것을 빼면, 현시점 독일 최고의 유망주들만을 골라 모아놓은 팀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자신 있다.
어떠한 상대인지를 잘 알고 있고, 한국에 있을 때부터 연구했다던 신태용 감독님의 전술도 이번 독일 올림픽 팀을 상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어! 늦었어! 벌금!”
“아~ 또, 뭔 개소리야?”
“야, 늦었잖아. 누가 전화하고 오래?”
“아, 쫌!”
피치에서 경기를 치르게 될 동료들이, 독일이란 강팀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음에도 초조해하고 있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이렇게 믿고 싶다.
파주에 있을 때부터 나는 수시로 독일 대표팀 선수들의 특징과 장단점을 말해 왔고, 그들을 상대하는 요령이라든가 약점을 파고드는 방법들도 계속 이야기했다.
분명 기술적으로 우리를 곤란에 빠트릴 수 있는 선수들이 여럿 있기는 하지만, 결국 그것이 발휘되려면 팀 적으로 움직여 피치 위에서 특정한 의지를 발현해야 한다.
이를 두고 흔히 ‘감독의 철학’ 혹은 ‘전술’이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우리는 거기에 충분한 대비가 되어 있다.
거기다 피지전에서 후반만을 뛰며 예열을 마친 손흥민이라는 날카로운 창도 준비가 완료됐다.
“형. 알지?”
“어. 물론.”
우리는 둘만의 플레이를 미리 준비해 두었다.
그래 봤자 호텔 객실에서 종이와 펜으로 구상하고 어제 훈련 중간 잠깐 합을 맞춰 본 것에 불과했지만, 딱 한 번 그것이 맞아떨어지면 된다.
애초부터 여러 번 써먹을 수 있을 거로 생각지도 않았기에, 딱 한 번의 기회를 살릴 수 있으면 그걸로 되었다.
연습 시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했지만, 그거야 독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올림픽과 같은 대회에서 그런 것들로 툴툴댄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홈팀인 브라질을 제외하면, 남은 팀들의 조건은 거의 모두가 동일하다.
핑계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준비를 마치고, 나는 주변에 소리친다.
“자- 가자!!”
웜업을 하러 피치로 나서는 길, 주변의 모두가 자신감이 넘친다. 그것이 너무 과해도 문제지만, 내가 볼 때는 딱 적당한 수준 같다.
뭔가, 좋은 결과를 받아들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하나-! 두울-! 하나-! 두울-!”
몸을 풀며 바라보는 아레나 폰치 노바에는 어느새, 팬들이 꽉꽉 들어차기 시작했다.
빈자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나-! 두울-! 세엣-! 네엣-!”
메달을 위한 가장 중요한 경기.
나는 오늘 이 무대에서, 승자가 될 것이다.
틀림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