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29)
628화 Miragem (2)
{“이야아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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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27분
독일 0 : 2 대한민국
독일 올림픽 팀의 감독 호르베트 흐루베슈는 현역 시절, ‘Das Kopfball-Ungeheuer’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이는 ‘헤더 괴물’을 뜻하는 독일어로, 1981/82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 1980 유러피언 챔피언십 Best 11으로 평가받은 흐루베슈의 선수 시절을 잘 표현해 주는 말이기도 했다.
이렇듯 호르스트 흐루베슈는 서독의 뛰어난 스트라이커로서, 유명세를 떨친 선수였다.
하지만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흐루베슈는 선수 때와는 전혀 다른 커리어를 보냈다.
명(名)선수는 명(名)감독이 될 수 없다는 축구계의 오랜 격언을 불운하게도 몸소 실천해 온 인물이었던 것이다.
커리어의 마지막 시즌을 도르트문트에서 보낸 후 이듬해 곧바로 2부리그의 로트바이스 에센의 감독직을 맡았지만, 2000년 독일 대표팀의 수석코치로 부임하기 전까진 어떠한 클럽에서도 온전히 한 해를 보내지 못했다.
현역 시절에 쌓아 놓은 명성을 빠르게 깎아 놓은 흐루베슈를 향한 평가는, [“공격수 출신의 감독에게서 흔히 드러나는 문제점을 전부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수비 전술에서 현대 축구의 흐름과 크게 동떨어져 있고, 공격 작업에서도 자신의 현역 시절 경험에 의존한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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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바워) – U.K BBC 코멘테이터
“2:0의 리드를 붙잡는 남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흐름입니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독일을 상대로 두 골의 리드를 남한이 붙잡고 있습니다.”
(이언 롸이트) – U.K BBC 펀디츠
“지금은 독일의 실수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실점을 역습으로 허용했음에도 라인이 너무 높았어요. 쏘니와 같은 선수에게 저런 넓은 공간을 주게 되면, 나쁜 결과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 안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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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스트 흐루베슈는 전반적인 판단 능력이 뒤떨어졌다. 뛰어난 선수였기에 스스로 당연하게 여겨 왔던 것들을, 지도자로서 객관화하는 면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실점 후 독일이 주도권을 붙잡기 시작했을 때, 흐루베슈는 쉽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이는 경기를 지켜보던 미디어 관계자들이 우려한 부분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는데, 계속되는 공세에 그는 독일이 경기를 완전히 주도하고 있다는 착각을 했다.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선 그는 선수들을 계속해서 전진시켰고, 조금 전 독일의 최종 수비는 하프라인 앞에 있었다.
하지만 유효슈팅/코너킥/점유율 등과 같은 지표에서 드러나듯, 독일이 대한민국 파이널써드에 자주 머무른 건 맞지만 그들이 정말 경기를 주도했던 것은 아니었다.
대한민국도 분명 힘은 있었고, 김다온과 손흥민에 의해 만들어진 선제골도 단순한 우연이 아닌 독일의 약점을 인지하고 공략해서 만들어 낸 것이었다.
좋은 감독이었다면 분명, 실점을 허용한 직후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거다.
그러나.
“뭐 하는 짓거리야?!?! 첫 번째 실점과 완전히 같잖아!!!”
대한민국을 ‘한 수 아래’로 규정하고 경기를 준비해 온 흐루베슈이기에, 전반전 3분 만에 꼬여 버린 상황을 풀어 나가는 방법 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흐루베슈는 두 번째 실점의 이유를 젊은 선수들이 실수를 범했다는 믿음에서 찾았다.
0:2가 되어 버린 후 선수단 전체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흐루베슈의 목소리에, 대부분이 93/94년생으로 구성된 독일 올림픽 팀의 사기는 더욱 떨어진다.
아무리 와일드카드가 중심을 잡아 주곤 있다지만, 벤더 형제 역시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20대 중반에 불과한 젊은 선수라 말할 수 있다.
게다가 어떻게 보면 0:1이 되었을 때부터, 독일 올림픽 팀이 짜 놓은 게임 플랜은 망가졌다고 보는 게 옳았다.
이러할 때 젊은 선수에게 필요한 건 질책이 아닌 격려였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과를 만들어 온 현역 시절을 살아온 흐루베슈에겐 어려움에 무너진 선수들은 답답하기만 했다.
명(名)선수가 명(名)감독이 될 수 없는 이유.
과거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날린 이들의 기준점은, 99%의 선수가 받아들이기엔 지나치게 높은 요구사항이다.
“기본이잖아!! 대체 왜 모르는 거냐고!!”
“······.”
벤치로 돌아와 앉아 연신 불만을 토해 내는 흐루베슈지만, 불행히도 그의 목소리는 공감을 얻어 내기 힘들다.
독일에 크게 불리해져 버린 경기.
브라질 사우바도르에 자리한 아레나 폰치 노바에, 붉은 악마들이 외치는 함성이 울려 퍼지고 있다.
{“오~ 필승 코리아! 오~ 필승 코리아!!”}
***
.전반 40분
독일 0 : 2 대한민국
대한민국 축구에 있어, 뛰어난 수비수가 없다는 부분은 항상 큰 고민거리로 존재해 왔다.
오랜 기간 그들의 축구 역사에서 최고의 수비수로 군림해 온 강찬일과 2002월드컵 이후 유럽 무대에서 활약한 이영표 정도만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수비수들이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훌륭한 수비수를 갖춘 세대에서 얻는 부수적인 효과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
프란츠 베켄바워, 파울로 말디니, 바비 무어, 카푸 등. 특정 세대를 풍미한 선수들의 영향력과 줄곧 무관했다는 것이다.
“······.”
“······.”
신태용 감독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올림픽 팀 스태프들은, 당연히 김다온이 세계적인 선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축구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이자, 22살에 이미 대한민국 출신의 선수들이 보유한 커리어를 뛰어넘은 선수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지만 이들에게도 독보적인 기량을 지닌 ‘수비수’가 만드는 차이는 어림잡을 수도 없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기형적인 ‘엘리트 스포츠’ 구조가, 가뜩이나 선호 받지 못하는 수비 포지션에 뛰어난 재능이 머무는 걸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다온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체격적인 조건이 도드라지지 않았던 김다온은 다양한 이유에서 공격수가 되기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현재 그는 모든 이들을 압도하고 있다.
탁-!!
“오-!”
다시 한번 세르주 그나브리와의 1:1 대결에서 김다온이 승리하게 되자, 되도록 탄성을 참으려고 했던 대한민국의 벤치에 인내심이 다한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다온아-!!”
볼을 빼앗아낸 김다온의 가까운 곳으로 이재성이 접근을 하지만, 그의 주변엔 독일 선수들이 많았다.
그러자 김다온은 이재성을 향한 관심을 거두고, 스스로 템포를 늦추며 완급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와 동시에, 볼을 빼앗긴 그나브리가 다시 압박을 가해 왔다.
“뒤!······.”
늘 그래 왔듯 피치 위 선수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려는 대한민국의 코치들이었지만, 그나브리의 재압박을 유유히 벗겨내는 김다온을 보며 그들은 자신들이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김다온은 마치 TV 중계를 보듯, 피치의 상황을 구석구석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중앙 미드필드로 뛰었을 때의 활약이 궁금해질 만큼, 피치 전체를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함께하기 전에는 우려가 더 앞섰지만, 이제 대한민국 올림픽 팀 코칭스태프는 어째서 펩 과르디올라와 호르헤 삼파올리가 김다온을 중앙에서 뛰게 했는지를 깨닫는다.
축구 지도자에게 있어, 피치를 삼인칭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선수는 늘 완벽한 8번(CM)이었으니 말이다.
“으억-!”
“으에에에이!!!”
다비 젤케의 압박에 김민재가 피치에 쓰러지자, 대한민국 벤치에서 동시다발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들이 기억하기에, 다비 젤케가 고의적인 파울을 범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거친 파울은 아니라지만, 의도가 고의적이라면 가벼운 파울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벤치에서 일제히 코치들이 손가락 두 개를 머리 위로 펴들었고, 그들은 하나같이 경고를 기대했다.
그리고 그때, 아르헨티나 출신의 주심 네스토르 피타나(Nestor Pitana)에게로 김다온이 다가갔다.
약간의 미소를 얼굴에 띄운 김다온은 능숙한 스페인어로 어필을 시작했고, 대한민국 코치진들이 펴든 손가락보다 하나를 더 펴든 그는 다비 젤케가 세 번째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대화라고도 볼 수 없는 짧은 언행이 두 사람 사이에서 오가고, 3초 정도 뒤 다비 젤케를 가까이 불러들인 네스토르 피타나가 노란색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렇지이-!!”
기뻐하며 손뼉을 치는 대한민국 올림픽 팀의 벤치.
그들은 이후, 다비 젤케와 대화하는 김다온을 본다.
“쟤 몇 개 국어랬지?”
브라질로 와 지내는 동안, 김다온은 단 한 순간도 통역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능숙히 포르투갈어를 사용했고, 외에도 수많은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특히 사전 인터뷰 때 이런 점이 잘 드러났는데, 그때에도 김다온은 통역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5개 아니야?”
“5개? 더 되는 거 아니고?”
모국어를 포함 덴마크/포르투갈/영어/스페인어/독일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김다온은, 불어와 이탈리아어도 기초회화 정도로는 사용할 줄 알았다.
아무리 유럽에서 7년을 보냈다지만, 많은 부분이 다른 언어 일곱 개를 익힌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축구와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올림픽 팀 코칭스태프는 이것이 어째서 김다온이 축구를 잘 하느냐를 말해 주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피치 위에서 보이는 김다온의 플레이 스타일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말이다.
“어? 간다.”
전반 43분.
대한민국이 모처럼 순탄하게 빌드업을 가져가며, 공격에 참여하는 인원 다수를 독일의 진영에 가져다 놓는다.
메짤라(Mezz`ala)의 역할을 맡은 권창훈이 왼쪽에 실렸던 무게중심을 전환하는 패스를 보내오고, 이재성을 거친 축구공은 오른쪽 사이드 넓게 벌린 김다온에게 연결된다.
흔히 얼리크로스를 보내는 위치에 더 가까운 상황.
독일 대표팀은 일상적인 방어태세를 취한다.
하지만 그게 과연 옳은 판단일까?
“······.”
페널티박스 안쪽을 흘끔 바라본 김다온이 지체 없이 오른발을 휘두르고, 위협적인 궤도를 찾아든 축구공은 날카롭게 꺾여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으로 황의조가 뛰어들고 있다.
“-!!!”
피치는 다시, 크게 들썩인다.
***
.전반 45분
독일 0 : 2 대한민국
FC 쾰른 소속의 독일 올림픽 팀 주전 골키퍼 티모 호른은 분데스리가 내에서 가장 저(低)평가된 선수 중 하나로 꼽힌다.
슈퍼세이브의 부족과 골키퍼치고 조용한 성격이, 그를 피치 위에서 도드라지지 않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포르투갈 국가대표 골키퍼 후이 파트리시우와 비슷했다.
실제로 티모 호른은 후이 파트리시우처럼 모든 것을 고루고루 잘할 수 있는 골키퍼로 평가된다.
또 현대 축구가 바라는 능력 역시도 갖추고 있다.
마누엘 노이어와 같은 스위퍼형(形) 골키퍼로도 뛸 수 있고, 골키퍼에게 안정을 추구하는 감독의 밑이라면 세이브와 클리어를 중심으로 한 플레이도 펼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이 있기에, 티모 호른은 FC 쾰른의 확고부동한 주전 골키퍼로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있어.
‘제발. 제발 좀 닿아.’
바이에른 뮌헨은 늘 넘어서야 할 벽이었다.
또 궁극적인 목표기도 했다.
뮌헨을 제외한 독일의 모든 축구 클럽과 뮌헨에서 뛰지 않는 독일의 모든 축구 선수들이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이들에게 바이에른 뮌헨은 클럽 이상의 클럽이었다.
또 그곳의 선수는 무척 특별한 존재였다.
탁-
김다온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절묘한 위치로 떨어져 내렸고, 정확한 위치를 찾아 뛰어든 황의조가 오른발을 가져다 대어 골대 쪽으로 슈팅을 밀어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중심을 낮추고 어디로든 뛸 준비를 하고 있던 티모 호른은 이를 막아 낸다.
‘닿았어!!’
손끝에 닿았던 축구공이 왼쪽 골포스트를 두들기며 튕겨 나오고, 거기로 뛰어든 마티아스 긴터가 축구공을 다급히 골라인 밖으로 걷어 내 버린다.
대한민국의 코너킥.
훌륭한 슈퍼-세이브를 보여 준 티모 호른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독일 수비진 전체에게 목소리를 높인다.
“생각은 있어?!?! 어떻게 내버려 둘 수 있는데!!!”
현재 티모 호른의 목소리는 독일 올림픽 팀의 왼쪽 라인을 향하고 있었다.
레드불 라이프치히 소속의 루카스 클로스터만은 김다온과 실전을 치러 본 경험이 없는 몇 안 되는 남자였다.
물론 그도 김다온의 명성과 실력을 전해 들어 알고 있었지만, [‘풀백이 경기를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축구계의 오랜 선입견을 벗어던지지는 못했다.
현대 축구 경기에서 풀백은 90분 동안 평균 6~13회 정도의 크로스를 하고, 평균 0.4~1.1회 사이로 슈팅을 시도한다.
그리고 이를 통한 공격포인트 기댓값은 필드플레이어로 분류되는 포지션 중 가장 낮은 0.094였다.
즉, 풀백은 10경기당 하나꼴로 공격포인트를 만든다.
하지만 김다온은 이런 범주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선수다. 2015/16 시즌 기록한 57개의 공격포인트는 유럽 전체를 통틀어 세 번째로 많은 기록이었다.
총 66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최다였고, 리오넬 메시는 김다온보다 단 두 개 많은 59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4위인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역시 53개(46골 7어시스트)였고, 루이스 수아레즈와 네이마르 같은 세계적인 공격수도 김다온과 같은 생산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그래서 현재 독일 올림픽 팀 선수 중 절대다수는, 김다온을 파이널써드에서 자유롭게 놓아두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뛰어!! 뛰기 싫으면 그냥 빠지든가!!”
“······.”
“병신 새끼!! 도대체 얼마나 말해야 아는 거야?!?!”
손흥민과 권창훈에게 각각 실점한 티모 호른은, 이미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태다.
.
(정지현) – SBS 축구 해설위원
“김다온의 크로스 질은 정말 대단합니다. 유럽 단일시즌 최다인 37개의 어시스트를 괜히 기록한 게 아니죠? 특히나 김다온의 크로스가 위협적인 건, 얼리크로스가 아닌 상황에서도 얼리크로스처럼 느껴지게 패스를 보낸다는 겁니다. 볼을 발아래에 그리 오랫동안 놓아두지 않아요.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합니다.”
***
삑-! 삐?익!! 삐—-익!!
.
.
.전반 종료
독일 0 : 2 대한민국
전반의 끝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려 퍼졌을 때,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손뼉을 두들겼다. 0:0으로만 끝내도 만족이라 여겼는데, 되레 두 골을 앞섰기 때문이다.
워낙 불안 요소가 많다고 평가되었던 독일이지만, 그래도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무조건 우리보다 앞서는 팀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배워 왔던 것처럼, 축구는 꼭 강한 팀이 승리하지 않는다.
“민재!”
“?”
“X나 잘했어. 이 씨, 새끼. 것 봐. 할 수 있잖아?”
찰싹-
뒤통수를 맞은 민재가 살짝 움츠러든다.
그리고 난 곧바로 다음 사람을 찾았다.
“상민이! 뭐야! 마르셀루인 줄 알았잖아.”
“뭐?”
“잘했다고 이 새꺄.”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라커룸으로 향하는 독일 올림픽 팀과는 달리, 우리는 꽤 떠들썩했다.
모든 사람이 다 잘해줬지만, 나는 일단 함께한 수비진을 먼저 챙기고 있다.
장담하는데 오늘 경기를 계기로, 민재는 다수의 유럽 클럽으로부터 주목받을 것이다. 완성된 피지컬(190cm/86kg)과 현대 축구에서 센터백에게 요구되는 재능을 모두 갖췄다.
이게 얼마나 굉장한 것이냐면, 제롬도 민재가 가진 재능을 전부 가지지는 못했다.
그도 완벽한 센터백은 아니다.
물론 현시점의 실력은 당연히 제롬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3년이나 5년 뒤에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K리그의 규정상 민재가 해외로 진출하려면 최소 2년이 필요하지만, 언젠가 녀석이 유럽을 고려한다면 적극적으로 이를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
에이전시를 소개해 줄 수도 있고, 창훈이 때처럼 벤피카와 이어 주는 것 역시도 가능하다.
“승현아!!”
“?”
“같이 가자. 잠깐 있어 봐.”
“······.”
민재와 상민이에게 잔뜩 칭찬을 보낸 후, 나는 조용히 들어서고 있던 승현이를 챙겼다.
전반전, 가장 고생한 친구다.
독일은 우리의 포백라인 중 승현이를 가장 약한 연결고리로 판단했고, 다비 젤케와 막스 마이어를 활용해 시종일관 집요하게 괴롭혀 왔다.
그 과정에서 승현이는 한두 차례 실수를 범했고, 자칫 실점도 될 수 있었기에 조금 위축이 되어 있었다.
멘탈이 워낙 약한 친구다 보니, 2:0의 리드와는 무관하게 경기력이 흔들릴 수 있다.
“괜찮았어. 너무 신경 쓰지 말자. 어?”
“아니, 계속 그러니까.”
“그건 너가 실수해서가 아니야. 원래 걔네가 그래. 후반전에는 내가 커버를 조금 더 해 줄 테니까, 위축되지 말고 전반 초반처럼 강하게 나가자.”
“어. 그래 볼게.”
“그래. 진짜 괜찮아.”
다행히, 승현이는 내 조언을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드레싱 룸으로 들어서면서도, 나는 다시 한번 손뼉을 두들기며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
“파이팅 하자-!! 우리 전반전에 진짜 잘했어!”
“파이팅, 파이팅-!!”
“후반전은 0:0이라 생각하고 가자! 실점하지 말고, 실수하는 것만 경계해도 돼!”
오늘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우리는 8강 진출을 확정 짓는다. 물론 조 1위로 통과해야 강한 상대를 피할 수 있어, 여유를 두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전력을 다하겠지만, 8강을 확정 지었다는 부분에서 오는 심적 안정감을 무시할 수는 없다.
계속해서 파이팅을 보내고 있을 때, 어느새 뒤에서 나타난 신태용 감독님이 내 뒤통수를 두들겨 오셨다.
“예이, 새끼야!”
찰싹-!
“이크!”
뒤를 돌아보자, 신태용 감독님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고 계신 게 보였다.
“인마. 니가 글케 이야기를 다 해 버리면 나는 뭐 하라고? 어? 니가 감독까지 할래?”
“하하하하하.”
신태용 감독님의 말에 라커룸에 웃음이 번졌고, 머쓱해진 나는 냉큼 자리를 찾아갔다. 그렇게 내부가 정돈된 후, 후반전을 준비하는 우리의 앞에서 감독님이 칭찬을 보내오셨다.
2012년 런던 올림픽 팀과 비교했을 때 전체적인 전력이 약하다고 평가되었던 세대인지라, 자신감을 북돋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신 거다.
아무리 외부의 잡음에 신경을 끈다지만, 언론에서 자꾸 전력이 어쩌니 하면 거기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우린 축구 선수지만, 동시에 사람이다.
특별하다 띄워 주지만, 특별하진 않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올바로 마무리 짓는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평가를 순식간에 뒤엎을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이 드물었던 친구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된 기사를 읽으며 뿌듯함을 느낄 거고, 거기에서 오는 에너지를 피치로 가져갈 거다.
칭찬이란 본래, 고래도 춤추게 하니까.
그럼 우리는 기적을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뛰며 나 역시 수없이 많은 위기를 겪어 왔고,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이 팀도 당연히 그게 가능하다.
또 그게, 내가 바라는 일이다.
“······그러니까, 후반전은 이런 것들만 조금 주의하자. 끝까지 집중하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단디 잘하자. 알겠나?!!”
“네-!!!”
“좋아. 다 박수 한 번 치자.”
짝짝짝짝-
대한민국의 축구 선수로서 또 운 좋게 먼저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한 사람으로서, 내가 이 유니폼을 입었을 때 하고 싶은 일은 신기루(Miragem)라 여겨졌던 것들이 그리 멀리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 주는 거였다.
나 역시, 그리 대단한 사람은 아니니까.
내가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어.’
현재 우리가 쫓고 있는 것 역시, 금메달이라는 거대한 신기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