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41)
640화 Miragem (14)
경기 초반 네이마르를 상대로 한 김다온의 개인기가 대한민국 선수단 전체에 큰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다.
하나, 그래도 브라질은 브라질이다.
수세(守勢)에 몰린 대한민국.
그렇지만, 몸을 날린 수비수들의 투지와 올림픽 기간 내내 평범했던 구성윤의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넘긴다.
팡-!!
{“아…….”}
가브리에우 제주스의 날카로운 슈팅이 대한민국의 골문 구석을 노리지만, 이번에도 구성윤은 큰 신장(195cm)과 길쭉한 팔을 잘 활용해 또 하나의 슈퍼 세이브를 해낸다.
진한 아쉬움이 마라카낭에 배어 들고, 몸을 뒤로 살짝 젖혔던 브라질의 감독 호제리우 미칼레가 머리를 감싸 쥔다.
.
(배정세) – SBS 축구 아나운서
“구성윤의 놀라운 선방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실점 위기에서 구해 냅니다!!”
(정지현) – SBS 축구 해설위원
“이야~ 지금은 정말 대단한 슈퍼 세이브였습니다. 홋카이도 콘사도레 삿포로에서 올 시즌부터 주전으로 도약했거든요? 큰 키와 반사신경이라는 골키퍼에게 가장 필요한 조건을 갖춘 좋은 재목의 골키퍼입니다.”
(배정세)
“아쉬워하는 호제리우 미칼레 감독. 대한민국의 골문을 계속해서 두드리는 브라질입니다만, 아직 경기는…….”
.
.
.전반 43분
브라질 0 : 0 대한민국
“Vamos! Vamos!! 계속 몰아붙여!!”
아쉬움을 뒤로한 호제리우 미칼레가 다시 한번 브라질의 선수들을 독려한다. 비록 득점은 없지만, 경기는 일방적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터지기 직전의 제방(堤防)이었고, 둑 곳곳에 균열이 생겨났다.
어떠한 곳에서건 한 번 물이 새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이러한 믿음 속에, 호제리우 미칼레는 전반전이 끝나기 전 어떻게든 브라질이 골을 집어넣어 주기를 원했다.
잠시 뒤.
“!!”
“에-이!! 공격해!!”
심상민을 압박해낸 가브리에우 바르보자가 대한민국의 진영에서 볼을 가로채는 것에 성공한다.
수비수가 절대로 실수해선 안 되는 100% 지점이었는데, 판단과 볼 처리 모두가 늦었던 심상민이 압박에 당황하여 쉽게 볼을 헌납하고 만 것이다.
또 한 번 브라질에 기회가 찾아든다.
순식간에 박스로 침투하는 바르보자.
폭발적인 득점력을 앞세워 ‘가비 골(Gabi Goal)’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는, 그대로 대각선으로 잘라 들어가 브라질 최고로 불리는 왼발을 휘둘렀다.
파앙-!!
가브리에우 바르보자의 왼발에서 떠난 축구공은 커버를 시도한 김민재를 넘어, 누구도 건드리기 힘든 궤적을 그리며 대한민국의 골대로 향했다.
슈팅이 시작된 지점에서 골대로 향하기까지 필요했던 시간은 1초 남짓이었지만, 이를 본 사람들 대부분은 마침내 브라질의 첫 번째 득점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투웅-!!
{“!!!”}
“!!”
구성윤의 다이빙마저도 통과했던 축구공은 반대편 골포스트를 때리고야 말았다.
가브리에우 제주스가 빠르게 세컨볼을 향해 달려들려고 하지만, 한발 앞선 김다온이 교묘한 포지셔닝으로 공격수의 파울을 유도하는 것에 성공한다.
삐?익!!
{“아아아아…….”}
계속해서 만들어지지 않는 득점에, 이제 팬들은 탄식을 넘어 불안감에 찬 목소리를 내뱉는다.
조금씩 그들의 머릿속엔, 1950년 FIFA 월드컵 우르과이와의 경기에서 일어났던 일이 스멀스멀 떠오르고 있었다. 당시에도 브라질은 전반을 압도하고도 득점을 만들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불안함은, 피치에 있는 브라질의 선수들과 벤치에 있는 이들에게도 찾아든다.
‘……빌어먹을.’
브라질 리그 그레미우 소속으로, 올림픽 팀의 왼쪽 풀백 도글라스 산투스(Douglas Santos)와 함께 함부르크 SV 이적을 앞둔 왈라씨 역시 마찬가지다.
무려 세 번이나 골대를 맞춘 슈팅이 나온 지금, 왈라씨는 어쩌면 과거의 일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만다.
김다온을 상대로 한 1:1 돌파가 여의치 않았던 네이마르가 보낸 패스를, 제대로 받아 내지 못하고 뒤로 흘려버린 것이다.
‘어?’
볼을 가랑이 사이로 흘려보내고 당황한 왈라씨가 발을 뒤로 뻗어 보지만, 이미 멀어진 축구공은 근처에 서 있던 황의조의 앞으로 향했다.
우연히 찾아든 기회에 잠깐 놀란 황의조였지만, 이내 집중한 그는 몸을 빙그르르 돌려세우곤 반대편을 쳐다봤다.
황의조와 거의 같은 선상에 있던 손흥민.
토트넘의 공격수가 스프린트를 시작한다.
“에—-이!!!!!!”
파앙-!!!
미칼레의 고함과 함께, 황의조의 발에서 볼이 출발했다.
브라질의 수비진영 오른쪽에 넓게 펼쳐진 공간에 축구공이 떨어져 내리고, 그곳을 달려든 손흥민이 볼을 잡아 놓은 후 속도를 살려 안쪽으로 파고 들어간다.
오래전부터 브라질의 풀백은 사실상의 측면 공격수처럼 뛰고 있었기에, 현재 수비에 가담하고 있는 사람은 센터백 두 사람이 전부였다.
호제리우 카이우(Rogerio Caio)가 손흥민을 막아서고, 1:1 상황을 맞이한 수비수에게 선택의 시간이 찾아온다.
‘오른발? 왼발?’
수비수는 항상 공격수의 약한 발 쪽으로 드리블을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손흥민처럼 양발을 능숙하게 쓰는 공격수라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망설임으로 인해 1:1을 주도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되어 버리고야 만다.
그리고 그것은 수비수의 판단력과 반응속도 모두를 떨어트려, 공격수가 손쉽게 돌파를 해내도록 만든다.
간결한 크로스오버를 선보이는 손흥민.
그가 선택한 방향은 오른쪽이다.
‘뭐? 안쪽이라고?’
고민하던 카이우는 손흥민이 왼쪽으로 볼을 차 넣은 후에 슈팅을 이어 갈 것으로 생각했다. 안쪽으로 드리블할 경우, 마르퀴뇨스가 백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순간 발이 땅바닥에 붙어 버린 카이우의 균형이 무너지고 만다.
‘제기랄.’
필사적인 마음에 손까지 뻗어 보이는 그였지만, 손흥민이 완벽한 슈팅 각도를 확보하는 것을 막아 내진 못한다.
골대를 슬쩍 바라보는 손흥민.
여긴 그의 영역(Zone)이다.
전 세계의 젊은 공격수 중에서도, 손흥민의 속도와 슈팅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대단한 것이다. 특히 특정 각도에서 쏘는 슈팅은 단연 세계적인 수준이다.
파앙-!!
그러나.
“!!”
“?”
이번 올림픽 기간 내내, 손흥민은 대한민국에 별다른 보탬이 되어 주고 있지 못했다.
EPL에서의 부진이 브라질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던 것인데, 잔뜩 떨어진 자신감과 뭐든 해야 한다는 압박은 그가 가장 잘하는 플레이의 레벨도 떨어트려 버렸다.
“…….”
오늘 경기 중 가장 결정적인 기회가 손흥민에게 주어졌지만, 그의 오른발을 떠난 슈팅은 터무니없이 높이 떠올라 골대 멀리 벗어나고 말았다.
울상을 한 채 머리를 쥐어뜯는 손흥민이 자리에 주저앉고, 브라질의 집중력 결여 순간은 그렇게 지나간다.
“휴우~”
아찔했던 장면이 아무 일 없이 지나간 후, 이제 곧 전반이 끝난다는 것을 확인한 미칼레가 선수들에게 경기의 템포를 늦추도록 지시한다.
같은 실수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았지만, 굳이 무리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삑-! 삐?익! 삐—익!!
결국 득점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전반전이 종료되고, 각자의 고민에 빠진 두 감독은 서로를 외면하며 지나쳐 드레싱룸으로 향하는 복도를 걷는다.
사색의 길에서 사색에 빠진 두 사람.
“…….”
“…….”
그들은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는 과정이란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하프타임
@대한민국의 드레싱룸
전형적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는 시합이다.
일반적이었다면, 득점이 나왔을 거다.
하지만 조금 더 아쉬운 쪽은 우리다.
왈라씨의 실수에서 비롯된 전반 막판의 득점 기회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본래 기적은, 그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음으로써 찾아오는 법이다.
브라질에 찾아든 불운과 실수가 가져다준 승리의 희망은 흥민이 형의 슈팅과 함께 멀리 날아가 버렸다.
“…….”
“…….”
흥민이 형은 지금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우리를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모습이다.
지난겨울부터 올림픽 팀 와일드카드에 대한 열망을 밝히며 참여를 원했었기에, 이번 대회 자신의 플레이에 도저히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자-! 주목!”
“?”
한쪽에서 등장한 신태용 감독님이 싸늘하기까지 했던 드레싱룸의 분위기를 바꾸고자 하신다.
계속해서 우리를 독려하고 전반전 좋았던 몇몇 장면들을 말씀하시면서, 현재 스코어가 0:0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셨다.
그래서 나 역시 손뼉을 치며, 이미 지나간 전반전의 내용은 전혀 중요치 않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사실 지금도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지, 수세에 몰렸던 것 자체에는 아무 감흥이 없었다.
애초부터 모두가 이른 흐름을 예상했다.
오히려, 우린 목표 하나를 이뤘다.
전반을 0:0으로 끝내는 것 말이다.
“흥민이!”
“…….”
“괜찮아. 너무 위축되지 말고. 그리고 의조! 패스 좋았어. 재성이랑 창훈이도 수비 가담 잘해 줬고. 어? 말했잖아. 잘하고 있어. 우리의 계획이 뭐였어? 어? 전반은 버리고 후반전에 몰아붙이기로 했잖아. 아니야? 그러니까 전반전은 잊어. 응? 이미 지나간 거야.”
우리는 얼른 실망을 털어내고, 마주하게 될 현실을 기쁜 과거로 만들 준비를 해야 한다. 아무리 지나간 일을 곱씹어 봤자, 이미 벌어진 일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이런저런 가정을 하며 행복회로를 돌리는 일엔 전혀 취미가 없다.
신태용 감독님의 하프타임 팀 토크가 끝나고, 난 일어선 동료들의 앞에서 목소리를 낸다.
“이것만 기억해. 0:0이야.”
“…….”
“이게 무슨 뜻이야? 우리 계획대로 됐다는 뜻이지? 후반전도 우리 계획대로 할 수 있어. 뛰어 봐서 알잖아. 쟤네 가운데는 그리 강하지 않아.”
“…….”
“수비에서 볼을 조금만 더 빨리 처리해 주면 돼. 대신 찬동이랑 창훈이가 조금 더 내려와 주고. 알겠지? 브라질은 풀백한테 측면을 맡기고 있어. 가운데로 볼을 보낸 다음에는 측면으로 바로 벌려 주면 돼. 자, 우리를 믿자. 우리도 4강에 올라온 팀이야. 할 수 있어. 알겠지? 자, 그럼 가자. 한국!”
“어-이!!”
파이팅과 박수가 드레싱룸 안에서 번져나가고, 나는 여전히 우울한 흥민이 형의 곁으로 다가섰다.
본인에게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될까 봐 농담으로라도 말을 하지 않았었는데, 도대체 EPL에서 어떠한 일이 있었는가 싶을 만큼 폼이 떨어져 있었다.
분데스리가에선 분명 이러진 않았는데.
“형.”
“…….”
“하나면 돼.”
“…….”
“긴말은 안 할게. 나는 형 믿어.”
“쓰-읍. 후우~”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쉰 흥민이 형이 드레싱룸을 떠나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 나는 잠깐 눈을 감고 명상과 심호흡을 했다.
전반전은 근래 치렀던 경기 중에서 가장 힘든 45분이었다. 네이마르는 FC 바르셀로나 때보다 더 매서웠다.
피치 전역을 자유롭게 뛰어다닌 그는 우리 수비 곳곳에 문제를 일으켰고, 그로 인해 발생한 빈틈을 두 명의 가브리에우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놀라울 정도로 셋의 호흡이 좋았다.
또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희박하긴 했지만, 루앙 역시 빈 공간을 잘 찾아내어 골문을 위협하는 슈팅을 날려 댔다.
사실상 네 명의 프리롤 공격수를 전방에 두었다고 느껴질 만큼, 전반전 브라질의 공격은 유기적이고 창의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아마 후반전도 비슷할 거다.
“후우우우우~~~”
힘든 승부다.
전력도 열세고, 정신적으로도 브라질의 준비가 우리보다 훨씬 잘 되어 있다. 군 면제 버프네 뭐네 하지만, 준결승에 진출한 순간부터는 오히려 그것이 독(毒)이 되는 중이다.
금메달이 아닌 군면제가 목표다 보니, 물러설 곳이 생겨 버렸기 때문이다.
반면 브라질은 홈에서 펼쳐지는 대회에서 금메달을 확보해, 미네이랑에서의 비극을 잊겠다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어 있는 상태다.
그리고 사실, 나는 이제 정신력이 대한민국의 장점인지 잘 모르겠다.
한국에 있거나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보다, 클럽에서 뛸 때 축구에 간절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곤 한다.
물론 오늘 우리는 준비가 잘 되어 있다.
동료들 모두가 승리를 원한다.
‘진즉 이랬으면 좀 좋아.’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추후 다시 대표팀의 주장이 될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보다는 더욱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올림픽에서, 난 색다른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후우~ 자기야, 다녀올게.”
사진 속 아영이에게 인사를 건넨 후, 나는 몸을 일으켜 드레싱룸을 나섰다.
지금 내 왼팔엔, 주장 완장이 단단하게 채워져 있다.
***
각자 준비된 채로 시작된 후반전.
전반에 비해 차분한 초반이 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엉뚱한 실수 하나가 팽팽했던 균형을 무너뜨린다.
“-!!!!!”
{“—!!!”}
.
(배정세)
“아…….”
.
.
.후반 02분
브라질 1 : 0 대한민국
대충 띄워 올렸던 제카(Zeca)의 크로스는 위협적인 장면을 기대하고 보냈던 것이 아니었다. 경합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클리어 느낌으로 걷어 낸 쪽에 훨씬 더 가까웠다.
그리고 그것은 정승현이 선 곳으로 떨어졌고, 모든 이들이 브라질의 공격이 거기에서 끝날 거라고 예상했다.
한데 어째서인지 망설인 정승현이 볼에 제대로 머리를 가져가지 못했고, 스치며 굴절된 축구공은 근처에 있던 루앙의 앞쪽으로 흘러 버렸다.
.
(배정세)
“정승현의 결정적인 실수. 쓰읍- 네. 이번 올림픽에서 훌륭한 수비를 보여 준 정승현 선수입니다만, 준결승전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범하고 맙니다.”
(정지현)
“지금은 왜 망설였는지가 의아합니다. 그냥 머리로 클리어를 해내거나 가슴으로 골키퍼에게 볼을 보내면 됐거든요?”
(배정세)
“기회를 놓치지 않은 루앙. 브라질이 1:0으로 앞서나가면서, 대한민국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
싸늘하게 식은 분위기 속에서, 어렵게 정신을 추스른 김다온이 손뼉을 두드리며 팀 전체를 격려한다.
“괜찮아! 승현아! 고개 들어! 괜찮아!!”
“…….”
“…….”
하지만,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는 데에서 오는 부담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전반전 브라질이 세 차례나 골대를 두드리며 생겨난 혹시? 라는 마음가짐이, 역시라는 것으로 매듭지어지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0:0의 상황에서는 승리까지 단 하나의 골만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배로 늘어 버렸다.
객관적인 전력의 차이와 실점 직전까지 이어져 온 경기 내용이 겹치면서, 김다온마저 어찌할 수 없는 분위기가 대한민국을 강하게 짓누르려고 했다.
그러나.
촤?악!!
“?!!”
“!!”
김다온은 절대 포기를 하려고 들지 않았다.
아직 경기는 40분 이상이 남아 있었다.
가브리에우 제주스의 드리블 돌파를 슬라이딩 태클로 저지해 낸 뒤, 굳게 입을 다문 김다온은 측면으로 넓게 빠져나가 패스를 요구한 이후 스스로 드리블해 앞으로 달려 나갔다.
도글라스 산투스가 사전에 이를 차단하려 했지만, 몸을 활용해 수비를 막아선 김다온의 드리블은 브라질의 파이널써드까지 이어졌다.
이를 악물고 달린 왈라씨의 깊숙한 태클이 김다온의 전진을 막아냈지만, 그는 곧바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주심의 손에 노란색 카드가 쥐어진다.
.
(존 챔피언) – U.S ESPN 코멘테이터
“경고입니다. 남한의 다온. 용맹한 드리블이었습니다. 실점을 허용한 직후, 그의 조국을 위해 필요한 용기를 제공해 주는 멋진 시도였습니다.”
(스튜어트 롭슨) – U.S ESPN 해설위원
“브라질과 같은 강팀을 상대로 경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상대가 몰아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드리블은 상징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오늘 남한 선수들의 컨디션은 실망스럽습니다. 실수도 잦거니와, 그들이 어떠한 선수와 함께하는지를 충분히 체감하고 있지 못합니다.”
(존 챔피언)
“올림픽 이전 대부분의 매체에서, 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로 손꼽은 다온입니다. Best Player in the World. 축구 역사에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선수입니다. 프리킥 기회의 남한. 지금의 장면이 반전을 꾀하는 계기가 될는지요.”
.
프리킥이 이뤄지기 전, 김다온은 다시 한번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으려 노력했다. 당황하고 있는 선수들을 진정시키는 한편, 준비한 플레이를 하도록 끊임없이 상기시킨 것이다.
평화의 시간 동안 김다온의 리더십은 다소 거칠고 어설펐지만, 위기가 찾아온 순간에는 어김없이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그리고 이런 기대를 고스란히 반영한 눈빛이, 크게 목소리를 높이며 소리를 내지르는 22살 풀백에게 쏟아진다.
축구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사람이라면 이를 보며 가혹한 일이라 묘사를 했겠으나, 정작 오늘의 당사자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자신감을 잃지 말라며 소리친 김다온의 목소리가 한동안 울려 퍼진 뒤, 그는 직접 프리킥을 처리하려 멈춰 선 축구공의 앞에 섰다.
페널티 박스 주변으로 대한민국의 선수들이 모여들고, 주심이 이를 정돈하는 동안 김다온이 이미지를 그려 보인다.
올림픽 기간 준비해온 세트피스 패턴을 미리 그려 보며, 가장 효과적일 거라 믿는 것을 선별했다.
이윽고, 김다온은 결정을 내린다.
“…….”
왼손을 높이 들어, 김다온은 동료들에게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표현한다. 센터백들이 앞쪽으로 잘라 들어가는 동안, 두 명의 선수가 파(Far)포스트에 자리를 잡는 방식이다.
스트라이커인 황의조 역시, 센터백과 함께 니어(Near)포스트로 움직이며 브라질 선수들을 유인할 것이다.
만약 계획대로 상황이 풀려나간다면, 대한민국은 페널티 박스 안 왼쪽에서 득점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삐-익!!
박스 안쪽에서 펼쳐지는 신경전을 정리한 주심이 뒷걸음질을 치며 휘슬을 불고, 한 번 더 손을 들어 올리며 패턴을 지시한 김다온이 프리킥을 띄워 올린다.
김민재와 황의조에게 집중하던 브라질의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가까운 쪽 포스트로 움직이는 사이, 정작 축구공은 반대편에 있던 대한민국의 7번에게 도착한다.
한 번의 트래핑 이후 맞이한 좋은 기회,
그러나 또.
팡-
“!”
“!!”
제대로 된 임팩트를 가하지 못한 손흥민의 슈팅은 힘없이 떠오르며 뒤늦게 커버를 하던 루앙의 머리를 맞고 사이드라인 방향으로 빠져나간다.
준비해 온 작전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며 생긴 좋은 기회였지만, 또 한 번 대한민국은 같은 선수에 의해 득점 기회를 놓친다.
겹치는 악재에 대한민국의 사기는 크게 떨어진다.
그리고 어느새, 마라카낭에 자리한 브라질의 팬들은 과거의 비극을 잊고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
브라질의 감독 호제리우 미칼레는 66년 전과 흡사한 흐름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도 브라질은 후반 02분 선제득점을 올렸으나, 이후 이어지는 우루과이의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1:2의 스코어로 패배하고 말았다.
그리고.
삐?익!!
대한민국의 신태용 감독은 빠르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후반전 이른 시간 손흥민을 빼고 황희찬을 필드에 투입하는 결정을 내린다.
상대 팀에서 가장 컨디션이 나빴던 선수가 빠져나가는 장면에, 미칼레는 대한민국의 벤치가 힘든 와중에도 정신을 차리고 있음을 생각한다.
과연, 이 모든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VAMOS!! 집중해!!”
괜한 불안감에 목소리를 높이는 호제리우 미칼레의 목소리는, 누구도 알아챌 수 없을 만큼의 떨림을 담고 있었다.
***
작가의 말 ? 저 손흥민 좋아합니다.
그런데, 2016 리우에서 손흥민은 진짜 최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