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43)
642화 Miragem (16)
삑-! 삐?익! 삐—익!!
.
.
.후반 종료
브라질 1 : 1 대한민국
경기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브라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휘슬이 울렸을 때, 승리를 챙기지 못해 아쉬워한 쪽은 우리였다.
후반 종료 직전 주어졌던 두 번의 좋은 기회를 아쉬워하며, 나는 피치로 걸어 나오는 감독님이 있는 곳으로 걸었다.
그리고 그런 우리에게 박수가 쏟아진다.
우리는 이를 받을 자격이 있다.
하지만, 방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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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다크) – U.K BT Sports 코멘테이터
“상상하지 못했던 전개입니다. 브라질은 전반전에 남한을 압도했습니다. 그리고 후반 02분 만에 골을 기록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브라질의 승리는 당연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이후부터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남한 전체가 팀으로서 브라질을 압도했습니다. 황. 흥민쏜을 대신해 투입되어 경기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다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올림픽 최고의 공격수인 네이마르도, 이 남자의 수비를 뚫지 못했습니다.”
(마이클 오웬) – U.K BT Sports 애널리스트
“남한은 이미 예선에서 독일을 4:1로 제압했었습니다. 그것만으로 자신들이 강팀이라는 것을 증명한 거예요. 분명 놀라운 전개이긴 합니다만, 무작정 이변이라고 부르기에 남한은 무척 좋은 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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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어!”
“…….”
“지금 흐름이 굉장히 좋으니까, 실수만 하지 말고. 끝까지 집중해 보자. 그리고 다온이, 다리는 괜찮아?”
“네.”
왈라씨에게 당한 태클은 다행히 부상으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처음 고통이 느껴졌을 때는 정말 아찔했었는데, 관절이 꺾여서가 아닌 타박으로 인한 통증이었던 것 같다.
체력적으로 약간 지쳐 있는 것을 빼면, 내 상태는 경기 시작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쳐 있는 거야 모두가 마찬가지다.
특히.
“받아라.”
“후우~”
대답하지 못하고 거친 숨을 내쉬기만 하는 창진이의 상태가 걱정되었다.
브라질이 세 장의 교체 카드를 모두 사용한 반면, 우리는 희찬이를 교체 투입한 게 전부였다.
찬동이가 이탈하며 생겨난 미드필드에서의 공백과 거의 투입되고 있지 못한 승우의 부진이, 선수를 바꾸는 일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창진이 외에도 지쳐 있는 사람이 있다는 점도 교체가 어려운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후반 중반부터 눈에 띄게 발이 무거워진 창훈이와 월드컵 기간 가장 많이 뛴 미드필드로 평가받은 재성이 형 역시, 체력적으로 버거워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또 후반 막바지 결정적 위기를 제공한 상민이 역시, 체력적으로 거의 한계가 온 것 같았다.
만약 여기에서 결정을 내린다면.
그건.
“슬찬이! 준비해! 상민이! 잘했어! 진짜 잘했어.”
“…….”
지금은 득점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실점을 더 경계해야 한다.
체력 그 자체가 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민이의 플레이 스타일상, 피치에 남겨 두면 왼쪽 측면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남아 있는 교체 카드 두 장 중 하나가 쓰이고, 더는 교체가 없을 거라 확신한 나는 창훈이의 곁으로 가 녀석에게 편히 그라운드에 드러누우라고 했다.
“어?”
“누워, 인마. 다리 풀어 줄게.”
강한 척을 하곤 있었지만, 창훈이의 다리는 한참 전부터 떨리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휴식 시간 동안, 창훈이의 스트레칭을 도우며 이야기를 건넸다.
“힘내자. 교체 카드는 이제 없어.”
“……응.”
“그래.”
우리에겐 교체할 수 있는 카드가 하나 남아있다.
하지만 감독님은 그것을 쓰지 않을 것이다.
연장전 동안 벌어질 수 있는 혹시 모를 부상 상황에 대비한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 승부차기를 고려한 포석(布石)이라고 보는 게 더 옳을 거다.
골키퍼로서의 전반적인 능력치는 성윤이가 조금 더 낫지만, P.K 쪽은 동준이가 더 잘 막는다.
만약 연장전에서도 승부가 갈리지 않는다면, 감독님은 남은 한 장의 교체 카드를 승부차기 직전에 사용하실 거다.
그러니, 지금의 이 11명이 연장 30분을 치러야 한다.
“됐냐?”
“어, 고마워.”
엄지를 치켜세운 창훈이를 일으켜 세운 후,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겨 조용히 홀로 회복 중이던 의조 형의 곁으로 다가갔다.
“뛸 만해?”
“와아~ 죽겠는데?”
“뛸 만하네.”
엄살을 피우던 형의 말에 내가 피식하며 대답하고, 나란히 미소를 지어 보인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으면서 연장전을 잘 치르기 위한 파이팅을 나누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의조 형은 대한민국 축구의 확고부동한 원톱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동국이 형의 은퇴 후 원톱 자리를 두고 경쟁이 꽤 오랜 기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주를 이뤘었지만, 미리 예약한 자리였다는 듯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차지했다.
개인적인 문제로 잠깐 부진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젠 온전히 축구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힘든 거 알지만, 형이 더 해 줘야 해.”
“아유 그냥 죽여라, 죽여.”
“그건 올림픽 끝나고.”
“뭐?!”
“헛소리 말고 얼른 저기로 가.”
힘든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좋았다.
이 단계 또 이 위치에 있을 자격이 있는 팀이라는 걸 보여 주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경기를 즐기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리고…….’
연장전을 위해 자리로 움직이던 도중, 나는 말을 걸지 못했던 한 녀석을 잠깐 쳐다봤다.
솔직히 많이 고민했지만.
“희찬아-!!”
“?”
우물쭈물 망설이는 것은 내가 아니다.
무엇보다, 난 저 녀석이 싫지 않다.
[Du bist ein verdammt guter Kerl! Ein guter Fußballspieler! Okay?]“…….”
나는 금방 희찬에에게, 너는 정말 좋은 녀석이며 정말 좋은 축구 선수라고 독일어로 말을 했다. 굳이 한국어로 말하지 않은 이유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사이가 어색하게 변했던 날 내가 독일어로 질책을 했으니, 칭찬도 독일어로 하고 싶었다.
잠깐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희찬이가 반응 없이 조용히 돌아섰고, 한 번 더 손뼉을 치면서 목소리를 높인 나는 자리로 걸어가다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
“!!”
미소를 지은 채 나를 쳐다보고 있던 희찬이와 눈이 마주쳤다. 금세 얼굴을 굳힌 녀석은 고개를 돌리며 능청을 떨었지만, 분명 날 보고 있었다.
전술적으로 뛰어 주는 부분이 부족하긴 하지만, 언젠가 저 녀석은 좋은 축구 선수가 될 것이다.
다양한 역량이 강조되는 분데스리가나 스페인 라 리가보다, 선(先)피지컬 후(後)전술의 다소 심플한 스타일을 지닌 PL에서 뛰었을 때 훨씬 더 잘 적응할 거라고 본다.
물론 먼 미래의 일이 되겠지만, 그것을 얼마만큼 당기느냐는 온전히 희찬이의 몫이다.
그저 지금처럼 대표팀에서 함께 지내게 되었을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우리는 축구 선수이고.
“후우~”
피치 위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가 친구인 법이다.
적인 사람도 있지만, 그건 영원하진 않다.
삐?익!!
연장전의 시작.
힘차게 발을 움직인 나는 패스를 받아 드는 네이마르에게 밀착해 그를 밀어 넘어뜨렸다.
삑-!!
***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힘이 부족해지는 것을 느꼈다. 생각한 것처럼 다리가 움직이지 않고, 판단의 속도도 늦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브라질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카나리아 군단이 더 지쳐 있다.
.
(배정세) – SBS 축구 아나운서
“피치에 넘어지는 가브리에우 제주스. 다리에 쥐가 난 것 같습니다.”
.
.
.연장 후반 11분
브라질 1 : 1 대한민국
피치에 드러누운 제주스가 치료를 받는 동안, 메디컬 팀의 상자 주변으로 모여든 선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물병을 집어 들어 목을 축인다.
그들은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물병을 주고받았고, 간혹 서로의 등이나 엉덩이를 두드리며 감정을 나눴다.
총성(銃聲) 없는 전투를 치르는 사이, 어느새 진한 전우애가 생겨난 것이다.
“…….”
마시던 물병을 정승현에게 건넨 네이마르가, 저 앞쪽에서 열심히 손을 움직이고 있는 김다온을 바라본다.
수분 보충이 필요치 않았던 그는 피치 위 선수들의 포지셔닝 등을 하나하나 지적해 가며, 지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하여간에 미친 녀석이야.’
그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네이마르는, 김다온을 상대하는 일이 늘 힘들었다고 생각을 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만났을 때는 분명 이렇지 않았는데, 작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과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상대한 김다온은 짜증이 날 정도였다.
1:1은 물론, 패스가 오는 타이밍을 귀신같이 포착해서 몸을 쉽게 돌리지 못하도록 밀착을 해왔다.
분명 패스를 받기 전에 위치를 확인했을 땐 거리가 꽤 멀었는데, 잠깐 볼이 있는 곳에 정신을 판 순간 어느새 다가와 밀어 넘어뜨리거나 지연하는 수비를 펼쳤다.
특히 드리블을 시작했을 때 박스 안으로의 경로를 완벽하게 차단했는데, 무리하게 돌파를 시도하면 볼을 빼앗기는 경우가 열에 아홉은 되었다.
그렇다고 승부를 피해 가자니, 자꾸만 구석으로 몰리게 되어 공격 자체의 질이 떨어졌다.
속도 경쟁을 펼친다는 건 아예 논할 가치도 없는 일이었다. 현재 지구상에서 김다온과 속도 경쟁을 펼쳐 승리할 수 있는 축구 선수는 아예 없을지도 몰랐다.
더구나 김다온은 186cm/83kg의 체격 조건까지 갖췄다. 전성기 시절의 파올로 말디니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이따금 기지 넘치는 플레이와 특유의 기술을 앞세워 김다온을 돌파해 낸 순간도 있었지만, 완벽히 제압했다고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퉷!”
갑자기 입맛이 쓰다고 느낀 네이마르가 침을 뱉고, 들것에 실린 가브리에우 제주스가 잠깐 사이드라인 밖으로 나가면서 브라질은 두 명이 적은 상태가 된다.
“에-이!! 물러서!! 뒤로!!”
제주스가 돌아올 때까지 필드플레이어 전원이 수비하길 바랐던 미칼레가 열심히 손짓을 보내고,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선 네이마르가 문창진을 밀어 넘어뜨린다.
그러자 이번엔 문창진도 다리에 쥐가 나 버렸는데, 재기된 지 10초도 채 되지 않아 경기는 다시 중단이 되어 버린다.
성한 이들을 찾아보는 게 더 어려워진 피치 위.
이젠 브라질의 선수들도.
“…….”
고개를 들어 전광판의 시계가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배정세)
“이렇게 연장전도 득점 없이 마무리됩니다! 대한민국과 브라질! 올림픽 준결승전에 걸맞은 혈투를 펼쳤습니다! 이제 경기는 승부차기를 통해서 결정되겠습니다.”
.
.
.경기 종료
브라질 1 : 1 대한민국
‘잔인하군.’
어느새 경기에 완전히 몰입한 안토니오 루이스는, 잔인한 현실이 어린 선수들의 눈앞에 펼쳐졌다고 생각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토너먼트에서의 승부차기는, 늘 비극적인 희생자를 만들어 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994 FIFA 미국 월드컵을 기점으로 커리어가 완전히 뒤바뀐 이탈리아의 판타지 스타(Fantasy Star), 로베르토 ‘로비’ 바조(Roberto Roby Baggio)다.
아름답고 화려했던 플레이로 전 세계 축구팬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그는, 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하며 크나큰 고통을 받았다.
은퇴 후 약 4년 동안의 악몽 같았던 나날을 밝힌 바조는, [“페널티 킥 득점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지만, 실축은 영원히 모든 이의 기억에 남는다.”]는 말로 자신이 겪었던 심적 고통을 말했다.
그리고 외에도 수많은 떠오르는 샛별이, 승부차기 혹은 페널티 킥 실축으로 성장의 기회를 잃어버렸다.
더 비극적인 건, 누구도 그 선수가 승부차기 이전 최고의 재능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Winner Takes All.
축구에서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는 표현은 어쩌면 승부차기를 가리켜서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승부차기가 준비되는 동안, 양 팀 벤치의 앞쪽 피치에 모인 선수들이 그들의 감독 앞에서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순번을 결정하고, 자신감을 북돋으려는 것이다.
‘다온 그리고 네이마르……인가?’
승부차기는 보통, 먼저 차는 팀이 유리하다고 평가된다. 또 첫 번째 키커가 가장 중요하다고도 한다. 그리고 다음이 마지막 다섯 번째 키커다.
가장 큰 중압감을 받기에, 팀 내에서 가장 큰 슈퍼스타 혹은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이 위치를 맡는다.
전광판을 슬쩍 올려다본 안토니오 루이스가, 아직 변화가 없는 것을 확인하곤 다시 시선을 아래에 둔다.
그리고 그는 대한민국 쪽이 약간 부산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역시, 교체인가?’
교체 카드를 한 장 남겨 두는 것을 보며, 안토니오 루이스는 대한민국의 감독이 승부차기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세계적으로는 무명(無名)이라 할 수 있던 신태용 감독 역시, 이번 올림픽을 거치며 주목을 얻게 된 사람이다.
벌써 중국 슈퍼 리그의 클럽에서 신태용을 영입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들려왔고, 동남아시아와 중동의 일부 국가도 대표팀 감독으로 데려가려 한단 루머가 있었다.
‘과연, 올바른 판단일까?’
안토니오 루이스는 신태용 감독의 판단이 흥미로웠다.
구성윤이 이번 대회에서 보인 놀라운 선방과 오늘 경기에서의 컨디션을 고려하면, 차라리 연장전 필드플레이어 하나를 더 투입하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동준을 택했다는 건 그만한 신뢰가 있어서긴 하겠지만, 어쩌면 연장전을 포기한 것일 수도 있다.
지쳐 있던 선수를 하나 빼고 다른 필드플레이어를 넣었다면, 어쩌면 대한민국은 연장전 득점을 올렸을 수도 있다.
‘웃기는 소리.’
자신이 가장 혐오하는 가정(假定)과 결과론(結果論)을 하고 있다는 것에, 퍼뜩 정신을 차린 안토니오 루이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생각을 떨쳐 버린다.
그러곤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오-!’
어느새 전광판엔, 승부차기에서 선축을 진행할 팀과 첫 번째로 나설 키커가 표시되어 나오고 있었다.
***
※ 승부차기 순서
브1. 네이마르
한1. 김다온
브2. 가브리에우 바르보자
한2. 황의조
브3. 마르퀴뇨스
한3. 이재성
브4. 가브리에우 제주스
한4. 권창훈
브5. 하피냐
한5. 황희찬
***
개인적으로 승부차기는 그리 경험이 많지 않다.
아니, 유럽 진출 이후 처음인 것도 같다.
골대 주변 정리를 위해 약간 시간이 지연되는 동안, 나는 교체로 투입된 동준이의 곁으로 다가갔다.
“동준아.”
“…….”
불과 1, 2년 전만 해도, 이번 2016 리우 올림픽 세대 주전 골키퍼 자리는 동준이에게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성남으로 온 동준이는, 2013년 툴롱(Toulon)컵에 참가하여 콜롬비아/미국/프랑스를 상대로 1실점만 허용하는 멋진 활약을 펼쳤다.
이후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때에도 주전장갑을 꼈고, 리우 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한 2016 AFC U-23 축구 선수권 대회 카타르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당시에는 성윤이가 오히려 백업 골키퍼였다.
그리고 이 모든 대회에서, 동준이는 항상 대회 최고의 골키퍼로 평가를 받았다. 그랬기에 2015년 동아시안컵 때 보경이 형 이후 5년 7개월 만의 ‘대학생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망설이지 마. 어차피 둘 중 하나야. 막거나. 아니거나.”
“……응.”
“넌 진짜 이거 잘해. 기억하지? 파주에서 내기할 때 너가 슈팅을 몇 개나 막았었잖아.”
동준이는 현재, 심각할 수준의 자신감 부족에 시달리는 중이다. 참사로 알려진 ‘AFC U-23 카타르 대회 결승전 14분 역전패’의 원흉(元兇)으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는 일본과 결승전을 치렀고, 창훈이와 성욱이의 득점으로 2:0으로 앞서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수비가 무너지면서, 후반 22분부터 14분 동안 내리 세 골을 허용하며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그나마 상대가 다른 팀이었다면 비난은 덜했겠지만, 매치업 상대가 일본인 한일전이었다 보니 도를 넘는 비난과 욕설이 동준이에게로 향한 것이다.
동준이는 이에 모든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닫았고, 최근까지도 공황장애로 인한 치료를 받아 왔다.
그런데도 신태용 감독님이 동준이를 선발했던 건, 우리가 올림픽 본선에 진출할 때까지 팀에 기여한 부분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메달을 딴다고 가정했을 때, 병역면제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셨던 거다.
나 역시,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부담 갖지 마. 오늘이 네 축구의 끝도 아니고, 하늘이 무너지는 건 더 아니니까. 뭔 말인지 알지?”
“어, 형.”
“그래. 같이 파이팅하자. 내가 뒤에 있고, 내가 널 지켜 줄 거야. 두 번 다시는 예전처럼 사람들이 너한테 뭐라고 못해. 형 성격 알지? 그냥 카메라 앞에서 지를 거야. 어?”
“하하하. 응. 알았어.”
동준이의 표정이 조금 편안해지는 것을 보며, 나는 녀석을 한쪽으로 보내어 준비 시간을 갖도록 만들었다.
그런 뒤엔, 동료들이 있는 곳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 내 곁을 네이마르가 스쳐 지난다.
“Boa sorte(행운을 빌어).”
“Voce tambem(너도).”
덕담과 함께 잠깐 손을 맞닿는 우리 두 사람.
그렇지만 정확히 여기까지다.
어차피 몇 분이 더 지나면 승자와 패자는 갈릴 것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속에서도 나와 네이마르는 서로를 끌어안으며 수고를 위로할 것이다.
그나 나나, 비슷한 처지니까 말이다.
홈에서의 올림픽 금메달.
동생들의 병역면제.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더 우위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것 또한 축구의 한 모습이고 그 속에서 내가 살아간다는 사실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후우~”
마라카낭의 한복판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알 수 없는 결과만큼이나 까맣기만 하다.
이제 곧.
삐?익!!
첫 번째 승부차기 키커의 결과가 우리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