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5)
64화
【한국 시각】 2011년 12월 24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 737. 호텔 리베라 청담.
어제 오후, 한국에 도착한 우리 네 가족은 다른 곳을 들르지 않고 곧바로 호텔에 체크인했다.
굳이 시차에 대한 적응은 필요하지 않았던 관계로, 특별히 그걸 염두에 두진 않을 생각이다.
“김다온··· 선수?”
“응? 아, 네. 대리인이시죠?”
“네. 황보성윤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4일 정도 머물게 될 텐데, 28일 오전 출발해 포르투갈로 향하게 된다.
이 나흘 동안 부모님과 누나는 지인들을 만나거나 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했고, 반면에 난 매우 구체적이고 빡빡한 일정이 준비되어 있었다.
여유는 기껏 해봐야 하루 정도?
그렇다고 딱히 불만은 없다.
우선, 첫 번째 일정.
그건 바로.
“타세요. 스튜디오는 여기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까.”
“오오-! 네!”
연예인들이나 탄다는 커다란 검은색 밴을 보며, 난 감탄사를 내뱉었다. 지금부터 향하게 될 곳은 압구정 부근에 있다는 어떤 실내 스튜디오다.
그곳에서 나는 세계적인 발레리나로 불리는 윤서희라는 분과 광고를 촬영하게 된다.
듣기론 나랑 동갑이라고 하던데,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엄청나게 예쁜 사람이었다.
“어, 이거는 뭐죠?”
“메이크업······ 하셔야 하지 않아요?”
“아- 그렇구나. 네, 그럼.”
밴 안에는 대리인분이 따로 고용했다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함께하고 계셨다.
얼굴에 분칠하려고 해 화들짝 놀랐었던 난, 이내 상황을 파악하곤 얌전히 얼굴을 들이밀었다.
실제로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것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간단한 메이크업을 받는 동안, 대리인인 황보성윤 씨가 앞으로의 일정을 설명했다.
“광고 촬영을 마치면 곧바로 인터뷰를 위해 명동으로······.”
SL 벤피카로의 이적 기사가 한국의 포털사이트를 장식했던 다음 날, 꽤 많은 한국기업에서 날 모델로 삼길 원한다는 의사를 에이전시에 전달해 왔다.
그리고 그 숫자는 놀랍도록 많았다.
그래서 에이전시는 그중 이미지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추려 목록을 전달해주었고, 난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LS 전자’와 ‘오뚝이’. 이 두 기업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지금은 그 중, ‘LS 전자’의 가전제품 광고 촬영이다.
끼익-
“내리세요. 스튜디오까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됩니다.”
“네에-”
밴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길, 차창에 비친 화장한 내 얼굴이 무척이나 어색하다.
시간을 아끼고자 미리 화장을 해두었던 것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서면 옷을 갈아입고 한 번 더 메이크업한 뒤에 최종적인 사항들을 점검하게 된다고 들었다.
광고콘셉트라든가 콘티는 앞서 이메일로 전달을 받았고, 덴마크에 있을 때부터 누나 앞에서 수시로 연습을 했었다.
진짜, 어찌나 쪽팔리든지.
솔직히 지금도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들려고 한다.
그런 모습은 내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돈 벌어야지, 다온아. 돈 벌어야지.’
3개월의 광고모델 조건으로, 나는 ‘LS 전자’와 ‘오뚝이’로부터 각각 5억 원과 3억 원을 광고료로 받게 될 예정이었다.
듣자 하니 기성용 선수가 얼마 전에 받은 모델료가 내가 ‘LS 전자’로부터 받은 금액과 같았다.
그리고 차두리 선수가 ♬간 때문이야~♪로 6억 원을 받았고, 지성이 형은 ‘질레트’와 2년 계약을 하면서 연간 10억 원 + @를 받았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가 제안받은 3개월에 5억/3억 원이라는 조건은 무척이나 파격적인 것이었다.
요나스의 말로는 얀이 조금 밀고 당기기를 했다고 한다.
역시나, 이런 부분에서는 능통하달까?
무슨 이야기냐고?
얀 아담센은 본래,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하기 전 덴마크에서 연예인들을 관리해왔다. 그래서인지, 이런 분야에서는 스포츠보다 더욱 능숙하게 협상을 할 줄 알았다.
한국과 덴마크의 사정이야 완전히 다르겠지만, 그래도 수완을 발휘하여 좋은 성과를 거둔 셈이 아닐까?
3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정면에 보이는 안내판을 따라 스튜디오로 움직인다.
곧, 앞서 걷던 황보성윤 씨가, 문을 열어 먼저 들어가라고 했다.
어휴, 긴장돼.
난 크게 한 번 숨을 들이쉬며, 발을 움직였다.
일단은 인사 먼저.
“안녕하세요오—”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안으로 들어서자,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스튜디오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의 라커룸 저리 가라 할 만큼 분주했고, 어느새 난 사람들에게 이끌려 여기저기로 움직이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이 지난 뒤, 나는 다 차려진 세트 위에 올라서 버렸다.
이게 다 무슨 일이람.
그리고 곁의 윤서희 씨는 이미 준비를 마친 것 같았다.
광고를 많이 찍었으니,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을까?
“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서로 어색한 모습으로 인사를 주고받고 나니, 우리 빼고는 전부 바쁘다는 사실이 나를 미치게 했다.
도무지 어색해서 참을 수가 없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까?
그런데, 무슨 말을 해?
슬쩍 돌아본 윤서희 씨의 옆모습은 넋이 나가버릴 정도로 예뻤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자아- 준비되셨죠? 일단은 한 번, 리허설을 해볼게요! 카메라로 대강 구도를 보고, 그다음에 같이 모여서 한 번 더 확인하고, 본 촬영에 들어가겠습니다-!”
정체와 역할을 할 수 없는 한 남성의 목소리가 나를 다시 현실로 이끌었고, 그 뒤로는 솔직히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냥 난 누구? 여긴 어디? 이런 느낌?
그래도 가까스로.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어찌어찌 주어진 시간 내에 촬영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드르르륵-! 탁!!
“아- 죽겠다.”
이제 겨우 첫 번째 일정이 끝났을 뿐인데, 이대로 호텔에 돌아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다음은 명동이었죠?”
“네. 다온 선수. 혹시 배는 안 고프세요?”
“아뇨. 뭐, 딱히······.”
“배고프면 말하세요. 밥을 먹고 할 시간은 돼요.”
“음- 그냥 조금 누워 있을게요.”
“네. 그렇게 해요.”
의자를 잔뜩 뒤로 젖히면서, 난 조용히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결국엔, 한 마디도 못 해봤네.
‘진짜 예뻤는데.’
윤서희 씨에게 제대로 된 말 한번 건네보지 못했다는 게, 지금 나의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또. 볼 수 있으려나?’
아른거리는 그분의 옆모습이 비치는 것만 같은 차창을, 난 명동에 도착하는 내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
2011년 12월 26일.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1가. 을지로 30 롯데호텔서울. 메인 타워 38층. 아오야마.
호르헤 삼파올리의 선임을 발표한 후 벌써 11일이 지났다.
이제 사람들은 삼파올리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으며, 이전 해외파 감독들과 비교해 보잘것없는 경력을 지닌 그와 그를 선임한 KFA에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는 것을 아는 이들에겐, 현재 세간에서 떠도는 말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미래에 더 집중할 뿐이다.
“하하하하. 유명세를 톡톡히 보고 있지 않아?”
“그러게 말입니다. 허허허.”
“언론과 스포트라이트에 취하지 말아야 할 건데 말이야. 그렇게 사라져간 친구들이 한둘도 아니고.”
“뭐, 잘할 거라고 봅니다.”
최근 2년 이상 덴마크에만 머무른 김다온이다 보니, 오히려 그는 자신이 모국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특히 SL 벤피카로의 이적 과정에서 1,250만 유로 + @라는 이적료가 크게 부각 되면서, 사실상 현시점에서는 가장 주목받는 스포츠 스타가 되었다.
이틀 전에 있었던 광고 촬영의 개런티가 그것을 잘 증명하고 있다.
“18살에, 천만 유로를 넘게 받는 선수가 대한민국에도 나오긴 합니다, 그려.”
“이번엔 운이 좋았지. 다온이도 그렇지만, 우리 축구협회도 다온이의 일을 계기로 크게 자성해야 할 필요가 있어.”
현재 이들이 말하는 건, 대한민국 유소년 스포츠에 오래도록 뿌리를 내린 엘리트 문화였다.
그것들이 결국, 진짜 재능들을 이 바닥에서 내쫓곤 했다.
“개혁은 계속해서 이뤄나가야지요. 그나저나, 강 감독은 좀 어떻습니까?”
“잘하고 있네. 명단을 얼추 결정한 모양이야.”
몇 개월 전, 대한민국 축구에 있어 가장 커다란 난제는 올해 치러질 월드컵 예선 멤버를 꾸리는 일이었다.
그것을 두고, 많은 진통도 예상됐다.
런던올림픽 기간과 중복이 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대표팀과 올림픽팀을 오가게 되면 훈련과 컨디션 관리에 커다란 차질을 보일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철주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새롭게 부임한 삼파올리와도 상의한 결과, 일단은 올림픽팀이 먼저라는 만족스러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카타르와 도하에서 치러질 6월 예선이 우려되었는데, 두 명의 올림픽 선수만을 차출하는 것으로 적당한 타협도 이미 이뤄진 상태였다.
“해외파가 절반 가까이 될 것 같더군. 그래도 2002 월드컵 이후에 확실히 조금은 더 나아지긴 했어.”
“허- 절반이라니. 대표님도 한잔 더 받으시죠.”
“아니. 술은 이제 됐네. 나중에 다시 집무실로 돌아가 일을 봐야 할 게 남았어.”
“아이구 회장님. 그러다 몸 상하십니다.”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하네. 걱정은 고맙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해.”
금의환향이라고 불린 귀국으로 축구계에 큰 화두를 던져준 김다온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대표팀과 런던올림픽으로 진행되었던 이들의 대화는 다시 김다온으로 마무리되려 한다.
“자기가 그렇게나 유명해졌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요?”
“지금이라면 아마 알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말이야.”
“?”
“모르겠군. 내가 지금까지 들은 김다온이라면, 유명해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 거야. 녀석에겐, 목표가 있으니까.”
“목표요?”
“후후. 아무것도 아닐세. 어서 마저 들지.”
“???”
의아해하는 이를 앞에다 놓아두고, 다시 젓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한 장철주는 제철을 맞은 방어회를 입안에다 집어넣었다.
“음- 좋군.”
하지만 이 말은 방어회의 맛 때문이 아닌, 아주 조금이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한국축구의 모습 때문이다.
***
2011년 12월 28일. 인천광역시 중구 공항로 272. 인천 국제공항.
한국에서의 시간은 무척이나 빠르게 지나갔다.
잠도 아껴가며 지냈는데도, 뭐가 그리 바빴는지 하루하루가 순식간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찰칵-! 찰칵, 찰칵-!
“김다온 선수-! 이쪽 좀 봐주세요!!”
“여기요, 여기!!”
찰칵, 찰칵, 찰칵-!
입국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많은 기자의 환송을 받으며 출국을 준비하고 있다.
여권을 쥔 손을 들어 올려 인사를 보낸 뒤에, 티켓을 보여주곤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부모님은 나와 함께 오늘 바로 출국하고, 누나는 방학이 끝날 때까지 한국에서 좀 더 머물 예정이다.
당분간, 누나를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천상 봄학기가 끝난 다음이 아닐까?
“읏-차. 살건 다 사셨어요?”
“응. 우리 아들은?”
“저도 좀 사긴 했죠.”
포르투갈에 도착하고 나면, 우편을 통해 FC 노르셸란의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보낼 생각이다.
면세점 쇼핑이야 온전히 부모님의 차지였고, 딱히 거기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짐을 지키고 앉아 탑승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람들이 다가와 사인이나 사진을 요청해왔는데,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난 흔쾌히 그것을 받아들였다.
딱히 많은 사람이 모인 것도 아니라, 힘들지 않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첫날과 둘째 날은 광고를 찍거나 주로 인터뷰를 했고, 셋째 날이 되어서야 친구들을 만나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친구들과 무얼 했냐고?
그야 당연히 PC방이지.
우린 FPS와 축구게임을 주로 했는데, FIFA 온라인 2에서 나온 내 능력치는 참으로 절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스탯의 합계가 504밖에 되지 않았는데, 친구들은 내가 벤피카로 가게 되었으니 다음 업데이트 때에는 능력치가 많이 올라있을 것이라며 위로해주었다.
솔직히, 위로는 하나도 안 됐다.
빌어먹을 EA.
PC방에서 친구들과 종일 게임을 하고, 먹을 것도 마음껏 시켜먹으면서 보낸 일은 이번 한국에서의 일정 중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 아니. 두 번째라고 할까?
아무튼.
그리고 어제는 KFA를 방문해 회장님과 사람들을 만났는데, 특히 차범근 감독님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솔직히 이전까지는 차범근 감독님의 위대함을 아빠에게서 말로만 들어왔는데,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한 분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308경기 98골. 특히 페널티 킥이 하나도 없다는 부분은 실로 놀라웠다.
[야, 너 그럼. 독일로는 갈 생각 없어? 아니, 지금 당장은 아니고 나중에라도 말이야. 그럼 내가 뭐, 사람들한테 말해볼 수는 있어.]장난처럼 내게 분데스리가를 권하던 차범근 감독님은, 축구만 잘하면 누구도 동양인인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조언도 해주셨다.
이 말은 지금까지 만나온 형들에게서 들었던 것과 거의 비슷했다.
[넌 축구선수니까. 결국은 그게 명함인 거거든. 축구를 잘해야 돈도 많이 벌고. 축구를 잘해야 인정도 받아. 이번만 해도 봐. 광고도 찍고 얼마나 좋냐?]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일 뿐이었지만, 무척이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지성이 형이나 영표 형. 또 자철이 형도 마찬가지지만, 지금까지 만나왔던 축구를 잘하는 분들은 모두 하나 같이 편안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생각해보면 FC 노르셸란 진출의 계기가 된 한국의 U-대표팀에서도, 특별히 내게 텃세를 부리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그들보다 축구를 못하는 이들이 괜히 내게 텃세를 부리고 또 나쁘게 행동해왔다.
왜, 덴마크에도 하나 있지 않은가?
핼리 갤이라고.
띵-동.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KA71 편에 탑승하실 승객님들은······.》
아, 이제는 정말 출발할 시간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부모님이 향한 곳을 바라본다.
저 멀리, 두 분이 손을 잡고 걸어오고 계시다.
“출발이요오-!!!”
“으응-! 가아-!”
한국에서 리스본으로 가는 방법이야 많지만, 직행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일단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공항으로 간 뒤에, 다시 비행편을 갈아타 리스본으로 향하게 된다.
비행시간은 둘을 합쳐 대략 14시간 하고도 30분.
“어? 저거 김다온 아니야?”
“맞아, 맞아. 오, 대박!”
“······.”
좌석을 찾아가던 승객 중 일부가 날 알아보았는지, 이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저, 실례지만 사인 좀 해주실 수 있어요?”
“네. 혹시 펜 있으세요?”
FC 노르셸란 소속으로 뛸 때는 이렇게 누군가에게 사인을 해주는 일이 어색하거나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막상 한국으로 돌아와 비슷한 상황들을 겪고 있노라니, 부끄럽다고나 할까 뜻깊다고나 할까.
참으로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내가 축구로 인정을 받다니.
참, 별일도 다 있었다.
“죄송하지만, 이제 곧 비행기가 이륙할 거라. 자리에 좀 앉아 주시겠어요?”
대략 세 분 정도 사인을 해주었을 때, 스튜어디스가 다가와 남은 사람들을 자리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그분은 날 바라보며.
“혹시 불편하신 점 있으면 말해주세요. 뭐, 마실 거라도 좀 가져다드릴까요?”
“어, 물 있나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두 분은?”
그런데 조금 지나고 나서야, 나는 이것이 특별취급이었다는 걸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이륙한 이후.
“저······.”
“네?”
화장실 앞에서 마주친 아까의 스튜어디스분이 내게, 초콜릿과 사탕 등이 담긴 작은 봉투 하나를 내밀고 계셨기 때문이다.
“이거 저희끼리 간식으로 먹는 건데. 네덜란드 거라서 되게 맛있거든요. 가족분들끼리 하나씩 드세요.”
“어. 이거 받아도 돼요?”
“그럼요. 대신 내리실 때 사진 한 번만 찍어도 될까요?”
“아, 네. 그렇게 하세요.”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이자, 곁에 있던 다른 스튜어디스분이 가까이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나중에 식사하실 때, 더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세요. 컵라면이나 그런 것도 드릴 수 있으니까. 알았죠?”
“네. 감사합니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 길에 저 뒤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꺄아- 어떻게 해. 너무 귀엽잖아.”
“얼굴 되게 작지 않아?”
“화면보다 더 잘생겼어.”
“······.”
어.
“엄마?”
“응? 아들? 왜?”
“나 축구선수로 꼭 성공할래요!”
“얘는 무슨, 새삼스럽게. 우리 아들- 꼭 그렇게 될 수 있어. 엄마가 맨날 말했지? 우리 아들이라면······.”
아마 엄마는 지금 꿈에도 모를 것이다.
내가 지금 이런 결심을 하게 된 이유가.
“······.”
저기에서 내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손을 흔들고 있는 스튜어디스분들 때문이라는 걸.
축구로 유명해진다는 건, 참으로 멋진 일인 것 같다.
***
작가의 말 ? 특별히 주인공의 외모에 대해 언급하는 편이 아니라 기회를 틈타 말하자면, 다온이는 조금 예쁘장한 편에 속하는 외모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도 10대인 만큼, 앞으로 얼굴이 많이 바뀌긴 할 겁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2010년대만 해도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다 보니, 해외에서 한국출신이라는 것에 대한 매리트가 없는 관계로 덴마크에선 딱히 외모에 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한국 파트라 내용이 삽입된 거고요.
이런 부분은 앞으로도 충실히 지켜져 나갈 예정인데, 20대 시절부터 현재까지 여행을 다니며 느꼈던 것들과 외국 여성들과의 연애 경험을 토대로 작성하는 부분임을 알려드립니다.
전작을 읽어주신 분들이라면 대강은 아시겠지만요.
그럼.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