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50)
649화 Efecto Daon (4)
(대런 플레처) – U.K BT Sports 코멘테이터
“경기가 끝납니다. 탄탄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보여 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네덜란드의 필립스 스타디온에서, PSV 에인트호번을 2:0으로 제압합니다. PSV 에인트호번에겐 오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벽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홈 경기였음에도, 힘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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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2016/17 C.League Group St.)
PSV 에인트호번 0 : 2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골] 케빈 가메이로 : 전반 14분(앙투안 그리즈만)사울 니게즈 : 전반 43분
김다온 ? 94분 출전(평점 8.4)
MoM ? 사울 니게즈(1골/평점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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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14일. 맨체스터 M3 7NH, 잉글랜드. 16 채플 스트리트. 시티스위트 아파트호텔(CirySuites Aparthotel. 16 Chapel St. Manchester M3 7NG, England).
묀헨글라트바흐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첫 번째 경기를 하루 앞두고, 펩 과르디올라는 집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다.
현재 그가 거주 중인 공간은 맨체스터에서 가장 호화로운 아파트호텔 중 하나로, 맨체스터 중심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 중 일부도 거주 중인 이곳은, 장기간 머무는 이들을 위한 완벽한 편의를 제공한다.
오늘도 펩 과르디올라는 호텔 메이드가 정돈한 실내와 새것이나 다름없이 바뀐 침구에 만족해하며,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던 중이었다.
“…….”
한참 생각에 잠겼던 펩 과르디올라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곤 창가로 다가가, 아파트에서 내려다보이는 맨체스터의 야경을 바라봤다.
네온사인이 들어온 상점가 사이로, 듬성듬성 불이 켜진 고층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이와 같은 풍경은 바이에른에서 거주했던 집에서 바라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지금 펩 과르디올라는 그러한 부분을 전혀 신경 쓸 틈이 없다.
‘그런 방법도 있었군.’
현재 펩 과르디올라의 머릿속은 온통, PSV 에인트호번과의 경기에서 보여 준 김다온의 플레이로 가득했다.
디에고 시메오네는, 김다온의 사용법을 알았다.
필리페 루이스라는 우수한 풀백을 파트너로 두고 그 앞쪽에서 자리한 김다온은, 측면 미드필드라는 포지션에 기존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현대축구에서 흔히 윙(Wing)으로 불리는 포지션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압박이 덜한 측면에서 공격에 가담해 주고 측면을 파괴하여 중앙에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에 있었다.
특히, 2010년대부터 반대 발(Inverted) 윙어가 전술적으로 적극 활용이 되면서는 이전까지 부여되지 않았던 ‘플레이메이커’의 자질도 요구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리오넬 메시이며, 바이에른 뮌헨에서 함께한 베르나르두 실바도 가장 현대적인 의미에 걸맞은 윙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한데 김다온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수비와 공간’의 개념을 본인의 포지션에 더했다.
풀백보다 늘 높은 공간에서 머문다는 점을 앞세워 빌드업 시작 지점부터 숨 막히는 압박을 보여 주는 한편, 오프-더-볼 시에는 어김없이 창의적인 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풀백으로서의 습관과 본능이 발휘된 전자와는 달리, 후자는 명백히 토마스 뮐러로부터 습득을 한 것 같았다.
‘어쩌면…….’
펩 과르디올라는 어쩌면, 김다온이 느끼고 있는 정체에 자신이 영향을 준 것일 수도 있다고 느낀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편집(偏執)적이기까지 한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이 오히려 열등감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후우~~”
작은 우울감에 빠진 펩 과르디올라가 긴 한숨을 내뱉으며 손에 든 와인 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현재, 펩 과르디올라는 큰 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늦은 시각 실례가 될 거란 사실을 잘 알면서도, 클럽의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예정된 일’을 최대한 앞당겨 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었다.
만약 그 일이 문서화되어 확정된다면, 당장이라도 두 발을 뻗고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펩 과르디올라는 타협을 택한다.
전화가 아닌,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딸깍-
답장을 기대하지 않았던 펩 과르디올라.
그는 휴대폰을 테이블에 두려고 했다.
그런데.
부르르-
“?”
어두웠던 화면이 밝아지고, 잠김 화면에 표시된 팝업에는 맨체스터 시티 회장의 이름과 함께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
이적시장의 종료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의 임대로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김다온의 이적. 하지만 그 불길이 채 식기도 전에, 다시 맨체스터 시티가 연료를 쏟아부으려 한다.
김다온이 계획해 둔 사가(Saga)의 마지막 단계.
그 막(幕)이 이제 곧 오른다.
***
2016년 9월 15일. 28221 마드리드, 스페인. 마하라혼다.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어제 마드리드로 돌아온 우리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다. 다음 경기는 모레, 스포르팅 히혼과 치르는 라 리가 시즌 4라운드 경기다.
셀타 비고 원정 대승으로 팀 순위가 7위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당연히 이보다 더 높은 위치를 원한다.
모든 이들이 같은 생각이라는 것이 잘 드러난 오전 훈련이 끝나고, 클럽하우스에서 밥을 먹은 나는 낮잠을 자기 위해 적당한 곳을 찾아 움직이던 중이었다.
부르르르-
부르르르-
“응?”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려 꺼내 들자, 화면에 적힌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전화는 저 멀리에 있는 내 에이전트로부터 걸려온 것이었고,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난 아무렇지 않게 화면을 만졌다.
[올라-!]– 올라라고?
[저는 지금 스페인에 있잖아요. 그리고 스페인 클럽 소속이고요. 아, 그럼 우리는 덴마크어로 통화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밥은 먹었어요? 오늘 하루는 어때요?]– 큭큭큭. 집어치우자고.
[네. 실은 저도 좀 우스웠어요.]– 큭큭큭큭.
[그래서? 무슨 일이죠?]처음 아틀레티코로의 임대가 확정되었을 때, 요나스는 나를 위한 인력을 따로 마드리드에 두려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을 거부했는데, 요나스 외의 사람과 일하는 게 싫었기도 하거니와 이곳에서는 온전히 아영이와 둘이서 지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새롭게 올 사람이 우리를 방해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큰 불편함은 없으니 좋은 말로 사양을 했었다.
물론 사소한 일도 자신의 손으로 하고 싶지 않아, 에이전시를 통해 로드매니저나 운전사 겸 보디가드를 따로 고용하는 사람들도 있는 게 사실이긴 하다.
거기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없지만, 자신을 위해 수고해 주는 이에게 기본만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 실은 말이야.
“?”
– 시티가 비드를 원하고 있어.
“……에?”
비드(Bid)란 유럽 축구 시장에서 흔히 쓰이는 용어로, 이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첫 번째 단계를 말한다.
사람들은 비드가 ‘이적료를 제안하는 것’이란 의미 정도로 알고 있지만, 실은 훨씬 더 폭넓은 의미로 쓰인다고 설명하는 게 옳을 것이다.
에이전시에 영입자금을 알려주고 차액의 일정 부분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것이나, 판매할 선수를 영입하길 원하는 팀을 물색하는 일도 전부 비드다.
지금의 경우엔, 맨체스터 시티가 에이전시에 전화를 건 것을 비드라고 부를 수 있었다.
– 문서화하고 싶다나. 어쨌든 몸이 달아 있어.
[너무 일러요, 요나스.]– 응. 실은 나도 그렇게 말을 했어.
[네.]어차피 결정된 일인데, 괜히 재 뿌리는 일은 바라지 않는다.
[저녁에 제가 따로 펩과 통화를 해 볼게요.]– 그렇게 해. 안 그래도 그걸 권하려고 했어.
[네. 그나저나, 놀러는 안 올 거예요?]– 하하하하. 24일에 갈 거야.
[24일이라. 흐음- 그 경기 전이네요.]– 그렇지. 네게 중요한 경기니까.
[모든 경기가 똑같이 중요해요, 요나스.]– 이런! 한 방 먹었는데?
한참 이야기를 나눈 후, 나는 전화를 끊고 요나스에게 말한 대로 펩에게 메시지를 먼저 보냈다. 이야기를 들었다며, 저녁에 통화를 하자고 말했다.
그러곤 잠든 동료들이 있는 휴게실로 들어가,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꾸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
어떠한 연유에서 갑작스럽게 서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뭔가를 하려는 건 역효과만을 불러올 것이다.
‘여유를 갖자고요, 펩.’
나도 그만큼이나 재회하게 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지만, 지금은 인내가 더 중요한 시기다.
“…….”
몸을 뒤척이며 벽 쪽으로 돌아누워, 나른함 속에 내 정신을 모두 파묻는다.
잠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
2016년 9월 16일. 28221 마드리드, 스페인. 마하라혼다.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일주일이 조금 넘는 시간 만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전혀 다른 팀이 되었다. 근심 걱정이 사라진 자리에 즐거움과 에너지가 스며든 것이다.
선수들이 머무는 훈련장의 모든 곳에 활기가 넘쳤고, 그 증거는 큰 목소리에서 잘 드러났다.
“막아!!”
“가랑이! 가랑이!!!”
“이예에에에-!!!”
“와하하하학-!”
미니게임에서 벌칙에 당첨된 뤼카 에르난데스의 주변으로 선수들이 모여들고, 줄지어 선 이들이 손가락으로 이마를 때리자 다시 훈련장에 웃음소리가 번져 나갔다.
“분위기메이커로군.”
“음- 그렇지.”
벌써 김다온은 아틀레티코에 온전히 녹아든 모습이다. 훈련 시간은 물론, 훈련 외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또 위성처럼 늘 주변에 머무는 이들도 생겨났다.
금방 이마를 맞은 뤼카 에르난데스처럼 말이다.
“뤼카가 저런 녀석인 줄은 몰랐어.”
“나도 마찬가지일세.”
“…….”
형제 축구선수로도 잘 알려진 뤼카와 테오(Theo) 에르난데스는 아틀레티코 유스에서 성장한 유망주다. 현재는 뤼카가 다소 앞서는 모양새지만, 테오도 크게 뒤지지는 않는다.
만약 두 형제의 포지션이 레프트백으로 같지만 않았다면, 테오를 데포르티보로 임대 보내는 일도 없었을 거다.
그리고 둘 모두, 사이드백 최상급인 훌륭한 체격조건과 폭발적인 주력을 갖췄다는 측면에서 김다온과 비슷하다.
하지만 아직 그 좋은 조건을 피치 위에서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몰랐고, 형제간의 우애가 워낙에 돈독하다 보니 외부 자극에 취약하다는 단점 역시도 보유하고 있었다.
아틀레티코가 테오의 임대를 결정했던 것도, 둘을 떨어트려 두는 게 성장에 더 도움이 될 걸로 내다봤기 때문이었다.
“저 표정을 봐. 꼭 우상을 보는 것 같군.”
“후후후.”
“뭔가?”
“우상이 맞겠지. 현재 다온보다 어린 풀백들이 누구를 우상으로 여길 것 같은가? 자네도 어제의 기사를 봤지 않나?”
“아, 그거. 그렇지. 크흠.”
국제적인 명성과 영향력을 갖춘 축구 미디어 ‘Goal.com’은 어제, 약 3개월 동안 수집한 데이터를 발표해 큰 흥밋거리를 안겨다 주었다.
그들은 전 세계의 14~19세 풀백 유망주를 대상으로, 롤모델로 삼고 싶은 선수를 물었다.
그 결과, 좌우 풀백 모든 곳에서 김다온이 6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내며 1위에 올랐다.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 놀라웠던 건, 왼쪽 풀백에서 얻어낸 63%의 결과였다. 2위인 마르셀루의 기록(27%)을 두 배 이상 뛰어넘었다.
“어떤가, 원숭이. 내기 하나 할까?”
“내기라고?”
“그래. 만약 시즌이 끝나고 같은 조사한다고 가정했을 때, 다온이 여전히 풀백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말이야. 나는 그렇다는 거에 돈을 걸겠네.”
“하-! 애초부터 선택지도 주지 않는군.”
“큭큭큭큭. 그렇지.”
원숭이(El Mono)라는 별명으로 불린 부르고스가 다시 김다온이 있는 곳을 바라본다.
디에고 시메오네는 이번 시즌 김다온의 포지션을 왼쪽 측면 미드필드로 고정해 두었고, 공백이 생겨나지 않는 이상 이를 바꾸지 않을 생각이었다.
즉, 약 1년의 공백이 생겨난다는 셈이다.
그 1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어린 풀백들은 김다온을 롤모델로 여기게 될까?
‘당연하겠지.’
부르고스는 오히려 이 기간, 왼쪽 윙어들이 자신이 어떠한 축구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관한 큰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스스로의 재능이 부족하다고 여기며 좌절했을 소년들도, 김다온의 플레이를 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마주할 수 있다.
새로운 유형의 축구선수가 세계를 강타할 때면, 어김없이 반복되어 왔던 현상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스타가 태어난다.
그중 극소수는 최고가 될 수도 있다.
“……순환이로군.”
“뭐?”
“순환이라고 했네, 촐로. 나는 금방 축구계에서 일어나는 순환의 원리를 생각했어.”
“영감 말이로군.”
“그래.”
누군가의 꿈과 희망이 된다는 것.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
불과 22살의 나이에 특별한 존재가 된 김다온은 앞으로도, 셀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 진지한 표정으로 김다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뤼카 에르난데스처럼 말이다.
시계를 슬쩍 바라본 디에고 시메오네가 선수들에게로 다가가며 목소리를 높이고, 부르고스 역시 다음 훈련을 진행코자 스태프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아틀레티코의 하루는 오늘도 맑음이다.
***
2016년 9월 17일. 28005 마드리드, 스페인. P.º 데 라 비르겐 델 푸에르토, 67. 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Estadio Vicente Calderon. P.º de la Virgen del Puerto, 67, 28005 Madrid, Spain).
.경기 시작 2시간 전
아틀레티코 0 : 0 스포르팅 히혼
&Match-Up`s Best Eleven(아틀레티코/상대팀)
&Tactics(아틀레티코/상대팀) : 4-4-2/4-2-3-1
GK ? 얀 오블락 / GK ? 이반 케야르
RB ? 시메 브르살코 / RB ? 리요 카스테야노
CB ? 스테판 사비치 / CB ? 호르헤 메레
CB ? 디에고 고딘 / CB ? 페르난도 아모레비에타
LB ? 필리페 루이스 / LB ? 이스마 로페즈
RAM ? 니콜라스 가이탄 / CM ? 나초 카세스
CM ? 사울 니게즈 / CM ? 세르히오 알바레즈
CM ? 코케 / RAM – 도글라스
LAM ? 김다온 / CAM ? 빅토르 로드리게스
ST ? 앙투안 그리즈만 / LAM – 부르기
ST ? 케빈 가메이로 / ST ? 두예 초프
.
.
만사나레스 강(Rio Manzanares)을 곁에다 둔 비센테 칼데론은 1966년 2월 개장되어 50년 동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홈구장으로 활용되어 왔다.
하지만 수많은 기억과 감정이 배어 있는 이곳도, 2016/17 시즌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예정이다.
과거 하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지어 두었던 ‘라 페이네타(La Peineta)를 개보수한 새로운 경기장이, 다음 시즌부터 새로운 홈경기장으로 쓰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2003년 오스카 세레소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회장으로 부임한 후, 줄곧 추진해 온 장기 프로젝트다.
그래서 올 시즌 비센테 칼데론을 찾는 아틀레티코의 팬들은, 경기장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 포토존의 앞에 서서 지난 추억을 남기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또 한쪽에선, 아틀레티코가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인 경기 당일 투어를 선택한 이들이 비센테 칼데론의 역사를 설명받고 있었다.
그리고.
“에-이!! 여기, XL 두 장이요!!!”
“이런, 제기랄! 이제 스무 장 남았어!!”
“뭐라고요?!?!”
“총 스무 장 남았다고-!!!!”
비센테 칼데론 내부에 있는 유니폼 판매 상점 역시, 엄청난 인파로 북적대고 있었다.
“2XL가 없다고요?”
“죄송해요. 그건 진즉에 동이 났어요.”
“하아~”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남성을 본 아드리아 볼레아(Adria Bolea)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뒤에 있는 사람들을 본다.
조금 전 점장인 아브라함 토레스(Abaraham Torres)의 목소리를 들은 이들은, 자신의 차례까지 기회가 돌아올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필요로 하는 옷은 얼마든지 밖에서도 구할 수 있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오늘 그것을 입는 것이다.
마지막 한 장 남은 3XL 사이즈를 가져가기로 한 남성이, 포장을 깐 유니폼을 어깨에 걸치며 지갑을 꺼내 든다.
“얼마죠?”
“29.99유로요.”
“결제해 주세요.”
삑-
결제된 카드와 영수증을 다시 남성에게 내밀며, 아드리아 볼레아가 크게 목소리를 높인다.
“3XL도 품절입니다-!!!!”
“뭐어?! 진짜?”
“2XL도 마찬가지예요!!!”
“뭐?! 그럼 대체 뭐가 남은 겁니까?”
“XL 2장! L 2장! M 4장! S 11장이에요!! 그리고 아동용도 전부 매진이에요!!!”
분명 지금 상점 내부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의 유니폼이 걸려 있었다. 매진되었다던 2XL와 3XL 사이즈의 옷도 많았고, 아동용 킷(Kit) 역시도 잔뜩 걸려 있었다.
하지만 아쉬워하며 상점을 나서는 이들이 원했던 건, 그들의 몸에 맞는 등번호 25번의 유니폼이었다.
정신없었던 시간이 지나고, 상대적으로 풍부(?)했던 마지막 스몰사이즈 두 벌을 획득한 아름다운 여성들이 10대 소녀처럼 기뻐하며 상점을 나선다.
평소였다면 멋지게 움직이는 그녀들의 엉덩이를 지켜보았을 볼레아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기진맥진해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저…….”
“다온의 유니폼은 이제 품절이에요.”
“이, 그게 아니고. 이거.”
“오? 크흠. 죄송합니다. 29.99유로예요.”
“네.”
삑-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말이 스스로 어색했던 볼레아가 카드 결제 후 물건의 택을 뜯었고, 자리에서 곧바로 유니폼을 착용한 남성이 만족스러워하며 안을 나섰다.
그런 뒤에 바라본 상점 내부는 몇 분 전과 비교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다.
총 여섯 팀 정도가 상점 내부를 둘러보고 있었는데, 볼레아는 이게 평소의 풍경이라고 생각을 했다. 홈 개막전이 아닌 이상, 보통은 이 수준이 맞았다.
한데 오늘은 개막전을 넘어서, 기존의 상점이 폐업하고 지금의 새로운 곳이 들어선 2009년 8월 이래 가장 바빴다고 봐도 무방했다.
잠시 뒤, 어린 소년을 데려온 아버지가 김다온의 유니폼이 없다는 말을 듣고 크게 낙심하는 게 보였다.
시무룩한 아이를 데리고 나간 남편이 그의 아내에게 어째서 더 서둘지 않았느냐는 잔소리를 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이런 볼레아의 곁에서, 초유의 매출에 신난 아브라함 토레스가 콧노래를 부르며 영수증을 세고 있다.
“제기랄, 400벌이 하루에 다 팔릴 줄이야.”
“더 많이 들여놓지 않길 잘했어요.”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그러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이럴 줄 알았으면 최소 천 벌은 가져다 놓을 걸 그랬어.”
“그랬다면, 전 당장 관뒀을걸요?”
“자, 이거 받아.”
“응?”
주머니를 뒤적인 아브라함 토레스가, 수고했다는 의미에서 아드리아 볼레아에게 200유로를 건넨다.
“다음 챔피언스리그 때도 수고해 줘.”
“…….”
“그건 정말로 큰 경기니까. 다온의 팀인 바이에른 뮌헨이 이곳으로 오잖아? 그땐 정말 대박이 날 거라고. 명심해. 난 최소 그날 1,500벌은 가져다 놓을 거야.”
“…….”
질리게 만드는 토레스의 말에, 볼레아가 반색하며 받아 든 200유로를 돌려줄지를 고민한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가게에서 하루 1,500벌을 판매하는 것도 힘든데, 단 한 명의 선수 유니폼만 1,500벌을 판매하겠다는 건 무모한 행동이라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토레스의 자신감이 이해되기도 했다.
김다온의 아틀레티코 유니폼은, 의외로 희소성이 있다.
임대생의 신분이다 보니, 나이키에서 처음부터 유니폼을 많이 생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데뷔전 이후 급하게 물량을 찍어 내기 시작하며 지금은 상점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물건이 되었지만, 특정 사이즈는 여전히 귀하다는 말이 들려왔다.
“자, 슬슬 우리도 쉬자고. 밥이나 먹자.”
“네.”
교대 인원과 자리를 바꾸며 점장과 함께 밖으로 나서는 볼레아의 눈에, 입장하는 관중들이 입은 유니폼이 들어온다.
‘저기도…….’
아틀레티코 임대 후에 가지는 김다온의 홈 데뷔전.
비센테 칼데론은 현재, 심한 앓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