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52)
651화 Efecto Daon (6)
라 리가의 팀이 국제적으로 성과를 거둬 온 것과는 별개로, 이곳은 경쟁력이 있는 리그와는 거리가 멀다. 분데스리가처럼, 소수의 클럽이 우승을 독점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라 리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우려를 표하고는 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건재한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둘 중 하나의 클럽이라도 휘청이는 시기가 온다면 리그의 위상 자체가 떨어질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라 리가 역시 EPL처럼 중계료의 배분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당장은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겠지만, 그들이 가져가는 중계료의 일부를 분배했을 때 얻는 효과가 더욱 클 거라 말해 온 것이다.
그러던 올 시즌, 스페인 라 리가는 마침내 리그의 경쟁력을 약화하던 중계권료 분배 구조를 개혁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단독계약을 통제하고, 라 리가 스스로 대리인이 되어 ‘BeIN Sports’와 맺은 계약에 따른 중계권료 전부를 손에 쥐었다.
이전까지 전체 중계료의 60~70%가량을 가져가던 레알과 바르셀로나엔 전체 금액 중 단 24.3%만이 분배되었고, 남은 팀들이 최근 성적에 따라 만족할 만한 수준의 돈을 챙겨갔다.
또 이는, 라 리가 전체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여름 라 리가는 유례없이 바쁜 영입전을 펼쳤고, 꽤 많은 팀이 전력 보강을 이뤄 내며 리그의 경쟁력이 한결 나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팬들의 눈과 귀가 되어 주는 방송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두 개의 클럽에만 쏟던 관심을 주변에게 돌리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가장 많은 라 리가 경기를 중계하는 ‘BeIN Sports’의 프로그램 ‘Tres preguntas’다.
이는 스페인어로, ‘세 개의 질문이란 뜻이다.’
“그럼, 첫 번째 질문부터 하죠.”
“오, 이런. 왜 뭔지 알 것 같죠?”
.
.
2016년 9월 19일. 28221 마드리드, 스페인. 마하라혼다.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모든 것은 메시가 레가네스와의 경기 이후에 한 인터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포함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하는 것을 묻자, 허리춤에 손을 얹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 메시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메시는 얼마 전, 당신을 상대하는 일이 무척 즐겁다고 말했어요. 알고 계시나요?”
“네. 물론이죠.”
“네. 메시의 인터뷰를 그대로 따오자면, 다온은 무척 좋은 녀석이다. 비록 그와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피치에서 만날 때면 늘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무엇보다 그는, 나를 축구선수로서 더 나아지게 만든다. 수준 높은 경쟁을 펼치게 되는 일이 무척 기대된다. 와-우, 정말 놀랍네요.”
“하하하. 저도 그래요.”
“그런가요?”
“네, 물론이에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인터뷰어인 하이미 폰즈(Jaime Fonz)의 질문에 대답할 준비를 한다.
‘BeIN Sports’의 개리 리네커와 같은 남자로, 라 리가를 시청하는 스페인 사람들에겐 가장 친숙한 얼굴이다.
“저는 늘 메시를 동경했어요.”
“…….”
“왜냐하면 그가 제게 가장 큰 좌절을 안겨다 주었던 사람이거든요.”
나는 아직도, SL 벤피카 시절 메시가 드리블해 달려오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두려움이었죠. 축구를 하면서 그렇게 두려워 본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거든요.”
“그때라면 혹시…….”
“네.”
“하하하.”
“하하. 바로 그 일이 있고 난 다음이죠.”
하이미 폰즈가 큐시트로 얼굴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린다. 스페인으로 온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시 나의 행동은 무모함의 대명사와도 같은 것이 되어 있었다.
집 근처 상가 사람들이 그것을 두고 유쾌하게 놀리는 것을 보며, 새삼 내가 저지른 행동의 크기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튼, 하지만 후회는 안 해요.”
“그런가요?”
“네. 지금 기억을 가진 채로 돌아간다 해도 마찬가지죠. 다만, 구단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멍청한 행동은 하지 않을 거예요. 아마 그에게 DM이나 그런 걸 보냈겠죠. 그럼 메시는 이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대체 이 X밥은 뭐야?”
“푸핫-!!”
“오, 이런. 혹시 이런 말은 안 되나요?”
“아뇨. 괜찮아요. 어차피 편집할 거라, 저희 스태프들이 알아서 처리해 줄 겁니다. 오히려 좋아요, 계속해 보세요.”
내가 당시의 일을 후회하는 건, 가족들이 나의 바보 같은 행동으로 쓸데없는 욕을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누나는 그것 때문에 한동안 소셜네트워크를 비공개로 돌렸었다.
그렇지만 난 그날을 후회하진 않는다.
반성은 하지만, 그게 끝이라는 거다.
아 물론, SL 벤피카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은 계속해서 간직하고 있다.
“축구가 팀 게임이라는 것도 그때 깨달았죠.”
“흐음- 흥미롭네요. 조금 더 말해 보세요.”
“네.”
나는 지금의 이야기를 이어 가기 위해, 내가 대표팀에서 겪었던 일들을 꺼내 와야 했다.
2012 런던 올림픽 팀에서부터 지켜봐 온 성용이 형의 리더십과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경험. 그리고 최근 2016 리우 올림픽까지 말이다.
대표팀의 막내였던 나는 이제 어린 친구들을 두게 되었고, 지난여름에는 주장으로서 팀을 이끄는 임무 역시도 맡았다.
썩 잘했다고는 느껴지지 않지만, 리우에서 내가 가장 강조했던 것은 개인의 태만(怠慢)이 팀 전체에게 피해를 미치고 그래서 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린 한 개인으로서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축구선수일 때에는 나 자신보다 팀을 생각해야 한다.
물론 오프(Off) 때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제가 피치에서 모든 것을 쏟아 내려 노력하는 이유는, 더 좋은 축구선수가 되고 싶기 때문이에요. 세계 최고가 되고 싶고,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고 싶어요. 하지만 이건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죠.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을 거예요. 열심히 뛰는 건, 팀을 위한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요.”
“…….”
“그래서 저는 축구장 밖에서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축구로 돈을 벌고 스스로 축구선수라 말하는 이상, 늘 모든 게 축구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는 거죠.”
“예를 들면요?”
“우선은 음식. 저는 늘 좋은 걸 먹으려 하고, 운동에 해가 될만한 것들은 멀리하려고 하죠. 이건 펩에게 배운 거기도 해요. 그리고 몸을 늘 준비된 상태로 둔다거나…….”
“그나저나, 당신 몸이 참 끝내줘요.”
“하하.”
배를 조금 보여 달라는 하이미 폰즈의 말에, 나는 살짝 트레이닝복을 들어 올렸다.
스페인 특유의 열정이 잘 드러나는 반응이 이어졌고, 낄낄 웃어 보인 우리는 다시 인터뷰로 돌아와 조금 전에 끊었던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또 내가 누군가의 본보기가 된다는 것도 생각해야 해요.”
“말이 나와서 그런데, 재단을 설립했죠?”
“네. 한국에요. 저처럼 축구를 하기 힘든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라든가, 다양한 이유로 차별받는 아이들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 주고 싶었어요. 벌써 내년 수강생까지 전부 받았고, 그중 10명 정도는 혼혈가정 출신이죠.”
이야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져, 어느덧 두 번째 질문을 받을 시간이 돌아왔다.
“가족이란? 어떤 의미죠?”
“제 모든 것이요.”
“오-! 그거참 따뜻하군요.”
“네. 그들이 있기에, 제가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거죠. 부모님과 누나. 그리고 제 아내는 제게 가장 소중한 존재예요.”
어떻게 알고 준비했는지는 모르지만, ‘BeIN Sports’는 이번 인터뷰를 위해 꽤 많은 것을 준비했다.
훈련장 한쪽에 마련된 야외 인터뷰 자리 주변에 모니터 한 대가 세워졌고, 하이미 폰즈가 리모컨을 누르자, 곧 화면에 나의 어린 시절 사진들이 나타났다.
“오, 이런 세상에나.”
갑자기 부끄러워져, 나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대체 저건 어디에서 구한 걸까?
“실은, 저희가 당신의 어머님께 부탁을 드렸어요.”
“진짜요? 대체 언제요?”
“바로 어제요. 당신은 모르겠지만, 우리 팀의 수완이 진짜로 끝내주거든요.”
“젠장. 진짜 그런 것 같네요.”
“큭큭큭큭.”
지금도 여전히 어린 나이지만, 이역만리 떨어진 스페인에서 한국에 있는 앨범의 사진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과거에는 가난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진 속 모습이 싫을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그리운 가족의 얼굴에,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려고 한다.
“축구를 포기하려고 했죠. 그렇죠?”
“네. 그땐 정말 힘들었거든요.”
“과거 덴마크에서 뛰던 시절, 당신은 본인을 좋은 축구선수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가 알아본 바로는 연령별 대표에도 뽑히지 않았던가요?”
“네. 하지만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화면엔,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신 이광종 감독님의 얼굴이 비친다. 내겐 누구보다 감사한 분으로,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감독님의 싸움을 돕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분이시니 만큼, 분명 아픔을 딛고 일어나실 거라 믿고 있다.
이후로도 화면 속에는 계속해서 반가운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다.
“실은 저희가 꽤 오래 이번 인터뷰를 기획했는데, 인터뷰를 요청한 모든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좋은 말밖에는 하지 않았어요. 이건 무척 드문 일이죠.”
“그럴 리가요.”
“진짜예요.”
“…….”
그저 고맙기만 한 사람들의 얼굴에 계속해서 지나가고, 나의 과거를 말하는 시간이 지나간 뒤에 모니터에는 가장 근래 많이 사용된 사진이 띄워졌다.
바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입단식 사진이다.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크흠.”
“어째서? 어째서 아틀레티코 임대를 택했죠? 그러니까, 이적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는데 말이죠.”
무척 까다로운 질문에, 나는 급하게 비행기에 타고 마드리드로 온 요나스를 바라본다.
미리 인터뷰 내용을 살폈던 그는 이 질문이 올 것이라는 언질을 주며, 말해서는 안 될 것과 말해도 되는 것에 관하나 경계를 한 번 더 짚어 주었다.
지금까지는 순수한 김다온으로서 인터뷰에 답을 했다면, 이제는 축구선수 김다온으로서 답해야 할 시간이 됐다.
“디에고의 축구가 무척 매력적이었거든요.”
“그게 다인가요?”
“아뇨. 훨씬 더 복잡한 문제가 숨어 있어요. 그렇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답하기는 힘듭니다. 많은 사람이 곤란해할 거고, 저는 그걸 원하지 않거든요.”
“그렇군요. 그럼 질문을 바꾸죠.”
하이미 폰즈는 내가 걷어찬 두 개의 이적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PSG와 맨유. 선택지가 아닌가요?”
“네.”
“이유는요?”
“일단, 지금 제 시점에서 프랑스로 가는 게 좋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물론 리그 앙 역시 훌륭한 리그고, PSG도 세계 최고의 클럽이긴 하죠. 맨유야 뭐 말할 것도 없고요.”
“지성 팍도 거기에서 뛰었죠.”
“네. 맞아요.”
그렇지만 내가 현재 가장 원하는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닌 축구 그 자체였다. 그리고 PSG나 맨유로 향하는 것은 나의 갈증을 채워 주지 못할 것 같았다.
밝힐 수는 없지만, PSG는 내게 메시와 정확히 같은 조건의 급료를 제안해 왔다.
클럽하우스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최고급 빌라와 매년 여름 나와 가족을 위한 호화로운 휴가 지원과 함께, 막대한 규모의 인센티브 역시도 말이다.
만약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나는 바로 전용기를 구매할 수도 있었을 거다.
처음 전용기를 탔을 때 품었던 꿈을, 바로 이뤄 냈을 수 있었을 거라는 뜻이다.
하지만 행복하게 먹고살 수 있는 상황이 되고 나니, 중요한 건 ‘무엇을 갖느냐’가 아닌 ‘무엇을 쟁취하느냐’가 되어 버렸다. 전용기도 실은 당장이라도 구매할 수 있다.
그것을 가져 봤자, 전혀 내 삶이 행복해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하지 않고 있는 거다.
“아틀레티코의 제안은 제겐 굉장히 좋은 기회였어요. 에이전시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전 이렇게 생각했죠. 우와-! 그럼 메시와 호날두를 상대하겠네?”
“누군가는 그걸 두려워하죠.”
“네. 저도 그랬었죠. 하지만 지금의 저는 그렇지 않아요. 수비수로서 세계 최고의 공격수들을 만난다는 건, 저를 돌아보고 저를 성장시킬 기회입니다.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저를 아프게 만드는 건 오직, 제가 충분히 잘하지 못했을 때일 거니까요. 그건,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죠.”
이후로는 계속 축구와 경쟁에 관한 깊은 대화가 이어졌다. 꽤 진지한 분위기였고, 훌륭한 인터뷰어이자 더 나은 청자(聽者)였던 하이미 폰즈와의 대회는 내게도 무척 즐거웠다.
지금까지 수많은 미디어와 인터뷰를 해 왔지만, 내 삶을 이토록 폭넓게 돌아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인터뷰가 끝났을 때, 나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준비해 온 선물을 하이미에게 건넸다.
“오-! 대체 이게 뭐죠?”
“한복이라는 건데, 한국의 전통 의상이에요.”
“와-우! 지금 봐도 되나요?”
“그럼요. 물론이죠.”
개량된 두루마기가 담긴 내 선물은, 선선한 날 외투로 입기에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이게 더 특별한 이유는, 아영이의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은은한 작약 문양이 들어간 두루마기에, 눈이 휘둥그렇게 변한 하이미 폰즈가 연신 감탄을 하며 탄성을 토해 낸다.
그러곤 사진을 찍어 주지 않겠느냐면서, 두루마기를 걸치곤 멋지게 포즈도 잡았다.
팔로워만 80만에 달하는 스페인의 스타이니만큼, 이 남자의 멘션은 아영이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게 외조라는 거지.
찰칵-
사진을 찍은 후, 하이미의 권유로 연락처를 교환했다.
“뇌물을 받아서가 아니라, 오늘 인터뷰는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래 가장 훌륭했던 것 중 하나였어요.”
“하하. 그거 듣기 좋은 말이네요.”
“나중에 보기도 좋을 겁니다.”
“언제 방송되죠?”
“일부는 모레 쓸 거예요. 그러니까, 아틀레티코와 바르셀로나의 경기가 있기 전에 말이죠.”
“이 시점인 건 이유가 있었군요.”
“큭큭큭. 방송사가 다 그렇죠.”
“네. 이해해요.”
인터뷰가 모두 끝난 뒤, 스태프들에게도 인사를 건넨 나는 요나스와 함께 돌아서서 장소를 떠났다.
아니, 떠나려고 했다.
“응? 디에고?”
“…….”
팔짱을 끼고 이쪽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시메오네가 아니었다면, 바로 퇴근을 서둘렀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간까지 계셨어요?”
“그래. 미팅이 있었거든.”
“그렇군요. 퇴근해야죠?”
“…….”
“응?”
시메오네의 시선은 하이미 폰즈를 향해 있다.
혹시 사이라도 나쁜 걸까?
“저기.”
“네.”
실눈을 뜬 시메오네의 한쪽 손이 들어 올려지고, 그는 하이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말을 했다.
“왜 나는 저런 걸 선물로 주지 않았지?”
“……네?”
“자네가 내게 준 선물도 물론 훌륭했지만, 나는 저게 필요해. 조금 더 수수하고, 검은색으로 말이야. 경기 때 입고 나가면 딱 좋겠어.”
“…….”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저게 필요해. 명심하도록.”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얼굴로 명령하듯 말하고 돌아서는 시메오네를 보며, 나는 어쩌면 저 남자를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마치 무섭기만 한 호랑이 선생님이 알고 보니 허술한 개그 캐릭터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었다.
“뭐야? 무슨 말이었어?”
“……가면서 말해 줄게요.”
“응?”
오늘은 요나스와 함께, 우리 집에서 저녁을 함께할 예정이다. 아영이가 이미 따로 장을 봐 두었고, 지금은 한창 요리에 집중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탁-
차에 올라타, 나는 요나스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아영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내 머릿속엔, 빛에 반사되었을 때만 희미하게 보이는 대호(大虎) 디자인의 두루마기가 떠오르고 있었다.
원래는 마음에 들어 다음 대표팀 소집 때 입고 갈 생각이었지만, 그냥 시메오네에게 선물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나야 어차피 나중에 또 받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잠시 뒤, 나는 휴대폰을 끄고 차의 시동을 건다.
488의 배기음이 가슴을 뛰게 한다.
“아, 아까 무슨 이야기였냐면요…….”
“응.”
길었던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의 이야기를 들은 요나스가 묘하게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인 뒤에 조금 전 시메오네와 정확히 똑같은 뉘앙스를 말한다.
“실은 그게 있지…….”
“엥?”
“나도 좀 주면 안 될까?”
“…….”
물론 전혀 다른 표현 방식으로 말이다.
지금 난, 조금 어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