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53)
652화 Efecto Daon (7)
2016년 9월 21일. 08028 바르셀로나, 스페인. C. 디`아리스티데스 마이욜, 12. 캄 노우(Camp Nou. C. d’Aristides Maillol, 12, 08028 Barcelona, Spain).
.경기 시작 1시간 전
바르셀로나 0 : 0 아틀레티코
&Match-Up`s Best Eleven(아틀레티코/상대팀)
&Tactics(아틀레티코/상대팀) : 4-4-2/4-3-3
GK ? 얀 오블락 / GK ? 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
RB ? 후안프란 / RB ? 세르지 로베르토
CB ? 스테판 사비치 / CB ?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CB ? 디에고 고딘 / CB ? 제라르 피케
LB ? 필리페 루이스 / LB ? 조르디 알바
RAM ? 사울 니게즈 / DM ? 세르지오 부스케츠
CM ? 가비 / CM ?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CM ? 코케 / CM ? 이반 라키티치
LAM ? 김다온 / RW ? 리오넬 메시
ST ? 앙투안 그리즈만 / LW – 네이마르
ST ? 케빈 가메이로 / ST ? 루이스 수아레즈
.
.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오늘 경기를 위해, 기존 중계가 계획되지 않았던 많은 방송사가 별도의 계약금을 내어 가며 영상을 획득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뜻밖의 수확을 얻게 된 ‘BeIN Sports’와 라리가는 기꺼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적지 않은 상업적 이득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관심을 고스란히 반영하듯, 오늘 캄노우는 흔치 않은 만원 관중이 예정되어 있다.
워낙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라 ‘엘 클라시코’를 뺀 경기는 어지간해서는 관중석이 다 채워지지 않지만, 오늘 예외적으로 리그 경기에 티켓이 매진된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이 모인 캄노우, 웜업을 위해 선수들이 피치로 들어서자 큰 함성이 한 차례 쏟아져 내린다.
이런 사람들의 시선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중 둘이 모이는 곳으로 향한다.
그들은 곧, 평소 보기 쉽지 않은 모습에 놀란다.
천진난만한 미소의 리오넬 메시 말이다.
어린아이 같은 얼굴을 한 메시가 환하게 웃으며 앞으로 걸어갔고, 그 반대편에서 다가온 이 역시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악수를 교환하고 포옹을 나누었다.
그리고 잠시 뒤 둘의 주변으로, 네이마르와 루이스 수아레즈가 모여들었다.
과연 그들은 무슨 대화를 나누는 걸까?
“왜 하필 아틀레티코야? 어?”
“말했잖아. 얘는 우리를 괴롭히려는 거라고.”
“큭큭큭큭. 헛소리하네.”
“헛소리? 리오! 너도 그렇게 생각해?”
올림픽이 끝난 후 호텔에서 김다온의 아틀레티코 임대 사실을 들었던 네이마르가, 루이스 수아레즈와 함께 FC 바르셀로나로 오지 않은 것에 관한 서운함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지난여름 다니 아우베스가 유벤투스로 이적을 하면서, 현재 FC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풀백은 유스 출신의 세르지 로베르토(Sergi Roberto)가 맡아야 하는 실정이 되었다.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활약을 선보이며 팬들을 만족시키고 있는 세르지 로베르토지만, 그 자리에 김다온이 있었을 때의 기대치와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했다.
웃기만 하는 메시를 대신해, 김다온이 네이마르의 투정에 답을 한다.
“그건 너네 보드진에 물어야지.”
“뭐?”
“제안도 없었다고. 제안이 왔다면 내가 생각해 봤을 수도 있겠지.”
“이런, 제기랄. 주제프는 병신이야.”
“네이마르. 쉿.”
“크흠.”
FC 바르셀로나의 회장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를 향한 네이마르의 가멸찬 비판에, 주변의 눈을 의식한 메시가 조용히 하라며 검지를 입으로 가져간다.
그러자 곧바로 화제를 돌린 네이마르가, 올림픽과 같은 결과를 기대한다며 끝나고 울 준비나 해 두라고 경고를 보내왔다.
“덤벼 봐. 일단 꺾고 말하라고.”
“큭큭큭. 넌 그래서 좋아.”
“오, 남자의 애정은 사양이야. 리오 빼고.”
“뭐?! 왜 나는 안 되는데?!”
“봤지, 루이스? 얘가 얼마나 집착하는지 봤어?”
“큭큭큭큭큭큭큭.”
네 명의 남자가 시답잖은 농담이나 하고 있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는 FC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다음 시즌 김다온이 합류할 팀을 생각하며 부푼 기대를 품는다.
넷의 친분이 무척 두텁다고 멋대로 상상하며, 그 나래를 해피엔딩으로 이어 간 것이다.
잠시 뒤 네이마르와 루이스 수아레즈가 먼저 돌아섰고, 자리에 남은 메시와 김다온은 대화를 조금 더 이어 간다.
“그런데, 진짜 생각 없어?”
“뭐?”
“너만 원한다면, 내가 팀을 설득할 수 있어. 주급도 깎을 용의가 있다고. 이건 진심이야.”
“하하. 그건 진짜 고마운 이야긴데…….”
“……역시구나?”
“응. 나는 역시 너랑 경쟁하는 게 훨씬 더 좋아. 연습을 얼마든지 할 수야 있겠지만, 연습은 연습이니까.”
“이해할게. 실은 나도 그렇거든.”
“그게 뭐야?!”
인상을 찌푸린 김다온이 메시를 슬쩍 밀치고, 다시 한번 키득키득 웃어 보인 두 남자가 악수 후 마침내 헤어진다.
그리고 아틀레티코의 선수들에게로 향하는 김다온을 보며, 캄 노우의 팬들은 따뜻한 박수로 그들의 상상 속에서 FC 바르셀로나의 2번을 차지할 선수를 맞이했다.
이에, 김다온 역시 박수로 화답한다.
훈훈한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는 캄 노우의 모습은, 오랜 기간 취재를 이어온 이들에게도 낯선 것이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나도 몰라.”
치열한 경쟁과 열화와도 같은 캄노우의 불길을 예상했던 이들은, 잠시 뒤에 펼쳐질 시합이 어떠한 양상으로 흘러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그들의 시선 역시, 낯선 분위기를 만들어 낸 대한민국의 선수에게로 향하고 있다.
“…….”
“…….”
스타란, 다양한 방법으로 이목을 끄는 법이다.
***
.전반 05분
바르셀로나 0 : 0 아틀레티코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고, 캄 노우의 관중들이 파울을 범한 후안프란에게 야유를 쏟아붓는다.
{“BOOOOO-!!!”}
{“뭐 하는 짓이야?!?!”}
그리고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바라본 나는, 탐색전치고는 무척 거친 바르셀로나의 공세에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빌어먹을.”
경기 시작부터 FC 바르셀로나가 거칠게 우리를 몰아붙이리라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저들은 공격하고, 우린 그것을 막아내며 간헐적인 기회에 집중해야 했다.
하지만 전혀 뜻밖의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후안프란의 컨디션이 평소만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프랑크 리베리를 집요하게 괴롭혔던 수비가 삐걱거렸는데, 곁에서 보고 배우고 싶었던 위치 선정 부분이 영 말을 듣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의 빌드업 때 종종 엉뚱한 곳에 서 있었고, 지금도 뒷공간을 허용한 뒤 네이마르에게 파울을 범했다.
경고를 받지 않은 게 다행이다.
그나마 파울을 잘했달까.
하지만 그건 별로 위로가 되지 않는다.
‘좋지 않아.’
지금은 우선, 위험지역에서 허용한 프리킥을 잘 막아 내야 하는 순간이다. 페널티 박스 근처로 이동한 나는,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 메시는 프리킥을 처리할 준비 중이다.
삐?익!!
주심의 휘슬이 들려오고, 손을 들어 올린 메시가 간결한 스텝을 밟으며 축구공에 왼발을 가져갔다. 적당한 높이로 빠르게 날아온 축구공이 박스에 진입한다.
제라르 피케게 헤더를 위해 뛰어오르지만, 사실 이런 높이 경쟁에서 바르셀로나는 장점을 발휘하기 힘들다.
오히려 이건 아틀레티코의 게임이다.
실제로도 훨씬 더 높은 곳에 머리를 가져간 쪽은 바르셀로나가 아닌 우리였다.
퉁-
스테판 사비치의 머리에 맞은 축구공이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들었고, 단단히 포지션을 잡은 나를 이니에스타가 밀쳐 넘어뜨렸다.
삑-!
안타까워하는 이니에스타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더니 날 일으키려 손을 뻗어 왔다.
“엄살이 심한 것 아니야?”
“연기가 좋았던 거지.”
“한 수 배워야겠네.”
“그럴래? 수강료는 클래스당 5,000유로야.”
“미친 녀석.”
“큭큭큭큭.”
스스로 경기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선 뒤에 후안프란을 부르며 연신 손뼉을 두들겼다. 저 남자도 분명, 자신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거다.
혼자서 생각이 참 많을 건데, 지금 이렇게 박수를 보냄으로써 주변에 동료가 있다는 걸 떠올리게 해 주고 싶었다.
신체적인 컨디션이 떨어지며 생기는 문제는 어쩔 수 없다지만, 정신적인 문제는 피치 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오늘도 그런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야 낫다.
“이봐들-!!”
“?”
“지금 너무 조용해!! Habla mas fuerte!! Okay?”
금방 내가 한 말은, 목소리를 더 높이라는 것이었다.
벌써 입이 다물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사람인지라, 경기가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거나 수세(守勢)에 몰리게 되면 말하는 것 자체가 버겁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는 곧 소통의 단절로 이어진다.
썩 자랑스럽지 못한 말이지만, 리우 올림픽을 경험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던 부분이다.
“VAMOS-!! 더 기운 내 보자고!!”
몇몇 미소 짓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나는 얼른 주변을 돌아보며 메시를 찾았다.
오늘, 디에고 시메오네는 내게 임무를 맡겼다.
일명 ‘지성 역할(Ji-Sung Role)’ 말이다.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나는 리오넬 메시를 밀착 마크하여 그로부터 시작될 공세를 저지해야 한다.
이런 전술적 배치와 후안프란의 실수가 겹치면서 FC 바르셀로나는 현재 네이마르를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 중인데, 관건은 MSN이 스위치를 펼칠 때였다.
과거 피를로와 메시를 집요하게 쫓아다녔던 지성이 형은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피치를 누볐지만, 나는 왼쪽 미드필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당시 맨유의 축구와 현재 아틀레티코 축구의 차이에서 오는 전술적인 원인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나의 우려대로, 바르셀로나는 전반 10분이 지나면서 자연스러운 포지션의 변화가 이뤄진다.
메시가 원톱에 자리 잡고, 루이스 수아레즈가 측면으로 이동해 공격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럼 메시는 내 영향권 밖으로 멀어진다.
동료를 믿고, 눈앞에 집중해야 한다.
넓게 벌려서 있던 수아레즈가 이니에스타로부터 패스를 건네받고, 재빨리 가까운 거리로 접근한 나는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세르지 로베르토를 발견했다.
선택은 둘 중 하나.
패스일까?
아니면.
‘미끼?’
빠른 판단이 중요한 시점에서, 나는 세르지 로베르토를 외면하는 방법을 택했다.
의외의 활약을 펼치며 높은 점수를 따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니 아우베스를 향한 신뢰에는 미치지 못할 거라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루이스 수아레즈는 세르지 로베르토의 오버랩을, 필리페 루이스를 떨어트리기 위한 미끼로 사용할 것이다.
만약 이런 나의 추측이 옳다면, 현재 필리페 루이스가 서 있는 곳을 드리블 방향으로 삼을 확률이 높다.
“…….”
주변 모든 상황에 대한 분석이 끝나고, 나는 이것이 옳았는지를 확인코자 세르지 로베르토의 오버랩에 맞춰 발을 안쪽으로 가져가며 몸 전체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루이스 수아레즈의 어깨가 내 오른쪽 어깨와 맞닿았다.
쿵-
“?!”
어깨에 부딪힌 후 튕겨 나간 수아레즈가 그대로 넘어지고, 캄 노우가 순간 크게 들썩였지만 내 생각에 지금의 이 장면은 파울과는 거리가 멀다.
수비수인 내가 먼저 진로를 막아섰고, 거기로 수아레즈가 그냥 뛰어든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대로, 수아레즈는 처음부터 세르지 로베르토를 미끼로 쓸 생각을 하고 이곳으로 뛰어들 준비를 했던 것 같다. 그러니 임기응변이 되지 못했던 거다.
페널티 박스 안으로 굴러간 축구공이 고딘의 발아래에 도착하고, 바르셀로나가 강하게 전방 압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다시 파울이 불린다.
삑-!
“에?이!!!”
{“꺼져!! 이게 왜 파울이야!!”}
{“아까는 안 불었잖아!!”}
10만 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내뱉는 야유에도, 여유 있게 미소를 지어 보인 주심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쳐났다.
정확했던 판단에, 나는 주심에게 엄지를 치켜세운다.
.
(개리 베일리) – BeIN LaLiga 컬러 코멘테이터
“지금은 굉장히 좋은 수비였습니다. 단순히 파울을 범하지 않은 수비였기 때문이 아니라, 정확한 판단 능력과 예측력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세르지 로베르토의 오버랩에 필리페 루이스가 따라 간 반면, 다온은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레이 허드슨)
“다온의 합류로 아틀레티코의 왼쪽은 가히 철의 장벽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의 어떤 클럽도 누리지 못하는 사치입니다.”
.
멋쩍은 표정으로 일어선 루이스 수아레즈가 내 엉덩이를 툭 두드리며 멀어진다.
난 그런 그에게, 윙크를 보내 줬다.
뭐랄까.
‘너무 기뻐.’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이 최근 줄곧 바라 마지않던 순간이라 느끼고 있었다.
매 순간순간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요구하고, 피치는 그것이 틀렸을 때 엄청난 책임이 뒤따르게 될 거라 끊임없이 외쳐 오고 있다.
아주 오랫동안 쉬고 있단 감각이 조금씩 깨어나고 있다는 기분도 들었다.
만면에 미소를 가득 채우며, 나는 땀으로 젖기 시작한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쓸어 올린다.
‘어디 한번 힘껏 뛰어 볼까?’
1분 1초가 흘러가는 게, 아쉽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오늘의 경기다.
***
파앙-!!
{“우오오-!!”}
.
.
.전반 16분
바르셀로나 0 : 0 아틀레티코
전반 16분, 아틀레티코가 오늘 경기 첫 유효 슈팅을 만들어 냈다. 중원에서 가비와 그리즈만이 패스를 주고받은 후, 가메이로에게 너른 공간을 만들어 준 것이다.
오른발로 잘 찬 슈팅은 테어 슈테겐의 펀칭에 막혔고, 밖으로 흘러나간 축구공을 향해 후안프란이 뛰어들었다.
그렇지만 네이마르가 한발 앞서 클리어를 해낸다.
이에, 후안프란이 크게 아쉬워한다.
본인이 느끼기에도, 확실히 오늘 집중력은 평소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도 조금만 대쉬가 빨랐어도, 세컨볼 다툼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멍청한…….’
팀 동료인 필리페 루이스와 마찬가지로, 후안프란 토레스 역시 과소평가받는 대표적인 풀백 중 한 사람이다.
왕성한 체력과 탁월한 축구 지능을 바탕으로 한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측면 수비수임에도, 화려한 경기력을 선보이는 브라질 풀백들에 의해 가려지곤 했다.
그리고 최근엔, 김다온을 보며 자신이 가진 재능에 대한 고민을 이어 가기도 했었다.
과연 22살이 맞는 걸까?
보통 수비수의 전성기는 20대 중반부터 신체 능력이 떨어지기 직전인 30대 초반까지로 여겨진다. 세계적인 레벨로 평가받아 온 수비수들 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역대 최고의 라이트백으로 꼽히는 카푸의 전성기는 27살부터였다.
하지만 분명 여기에도 예외는 존재했다. 17살이라는 말도 안 되는 나이에 AC 밀란의 주전이 된 파울로 말디니라든가, 김다온과 같은 22살에 독일 최고가 된 프란츠 베켄바워와 같은 선수들이 그러했다.
또 같은 풀백으론, 23살에 레알 마드리드로 합류하여 그 즉시 역대급 왼쪽 풀백이 된 호베르투 카를루스가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해 보면, 김다온의 현재는 괴물 같은 모습이긴 해도 유례없는 수준은 아니긴 했다.
“반대! 반대!!”
오른쪽 사이드라인에서 스로인을 보내 시작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공격에서, 측면으로 전환되는 좋은 패스가 사울 니게즈의 발끝에서 나온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뒷공간을 절묘하게 파고든 그리즈만이 골라인을 향해 굴러가는 축구공을 추격한다.
골라인을 넉넉하게 남겨 두고, 볼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에 성공한 그리즈만의 컷백이 이어진다.
거기로 뛰어드는 코케.
마스체라노가 황급히 이를 막아선다.
-!!!
축구공만을 정확히 건드린 마스체라노의 환상적인 태클이 팀을 위기에서 구해 내고, 흐르는 볼을 따라 시선을 옮긴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착각이었음을 깨닫는다.
페널티 박스 바깥.
볼을 받아 둔 이는.
“막아-!!!!!”
루이스 엔리케를 있는 힘껏 소리 지르도록 만든 아틀레티코의 왼쪽 미드필드였다.
“…….”
달리는 것을 멈춘 후안프란이, 능숙하게 볼을 다루며 FC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을 속이는 김다온을 바라본다. 과연 세상의 어떤 풀백이 저런 기술을 부릴 수 있을까.
브라질 출신이라면 물론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저토록 침착하게 볼을 다루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김다온이 오른발잡이라는 것마저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다급함을 느낀 라키티치가 간단한 속임수 동작에 벗겨지고, 슈팅이 뻗어갈 수 있는 궤적을 로베르토가 가로막는다.
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
“????”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든 김다온의 행동에, FC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발이 땅바닥에 달라붙는다.
‘뭐?’
‘라보나?’
‘라보나라고? 저기에서?’
실용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고 평가되는 라보나(Rabona)킥이지만, 타이밍을 엇갈리게 만들어 상대를 당황하게 만든다는 측면에서는 어쩌면 효과적일 수도 있는 기술이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과감한 시도에서 출발한 축구공은, 향하는 방향마저도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다.
지금 김다온의 킥은 슈팅이 아닌, 파 포스트에 근접한 곳을 겨냥한 크로스였다.
과연 저기로 누가 뛰어 들어갈 수 있을까?
앙투안 그리즈만과 코케는 이미 주변에 있었고, 마저 남은 공격수인 케빈 가메이로 역시도 왼쪽 측면으로 넓게 벌려 볼과 무관한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데, 누가…….’
무엇에 홀린 것처럼 후안프란의 눈에 축구공을 따라 움직이고, 마지막 순간 그가 보게 된 것은 어째서인지 볼이 떨어지는 곳으로 달려가고 있던 바르셀로나의 공격수였다.
그런 그의 등번호는 10번이다.
파앙-!!
{“!!!”}
골라인 밖으로 축구공을 걷어찬 메시가 발걸음을 좁히며 속도를 늦추고, 그제야 김다온이 걸었던 최면에서 벗어난 이들이 현실 속으로 되돌아온다.
피치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발을 멈췄던 순간, 오직 리오넬 메시만이 축구공이 떨어지는 지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지금 저 위치는 평소 메시가 절대로 가지 않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하나의 시즌을 종합한 히트맵을 펼치더라도, 메시가 저 위치에 발을 딛는 순간은 열 번이 채 되지 않을 거다.
‘그런데 어째서?’
후안프란은 자신이 목격한 장면에 당황하다가, 김다온을 보며 피식 웃는 메시를 보게 되었다.
“……설마?”
설마 메시는 김다온이 라보나킥을 차고 저곳으로 볼을 보냈던 것을 알았던 건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지금의 장면은 도저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클리어가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이라든가, 금방 두 사람이 주고받은 시선 역시도 마찬가지다.
‘도대체가 너는…….’
약간의 소름을 느낀 후안프란 토레스의 시선은 김다온의 주변을 좀처럼 떠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