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55)
654화 Efecto Daon (9)
(에네코 산도발) – BeIN LaLiga Spian 코멘테이터
“다온, 다온, 다오오온!! 세 경기 연속 골!! 세 경기 연속 원더 골!!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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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허드슨) – BeIN LaLiga 코멘테이터
“HE DID IT!! HE DID IT AGAIN!!! 세 경기 연속 득점!! 세 경기 연속 환상적인 득점!! WONDERFUL STUFF OF DA-ON!! 라 리가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WHAT A POWER, WHAT A SPEED! 말 그대로 천둥 벼락이 내리쳤습니다!!”
(개리 베일리) – BeIN LaLiga 컬러-코멘테이터
“This is ABSOLUTELY Brilliant. 다온이 프리킥 지점 근처에 무심하게 서 있다가 기습적으로 슈팅을 시도했죠. 코케, 그리즈만. 보통 아틀레티코에서는 저 두 남자가 프리킥을 해결했습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는 더 예측이 어려웠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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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09분
바르셀로나 2 : 1 아틀레티코
캄 노우를 충격에 빠트린 득점이 나온 순간, 아틀레티코의 감독 디에고 시메오네는 머리를 감싸 쥐며 돌아섰다.
그의 얼굴엔 놀라움이 가득하다.
선수와 감독으로 축구를 해 오며, 김다온과 같은 남자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과연 또 누가, 그가 연출하는 장면들을 똑같이 따라 할 수 있겠는가?
원더 골이라고 해서 2점으로 계산되는 건 아니었지만, 팀 전체의 사기를 끌어 올린다는 면에서는 분명 효과가 있다.
지금만 하더라도, 아틀레티코 진영에 내려앉았던 무거운 분위기가 단숨에 날아가 버렸다.
“저 새끼 완전히 미쳤잖아?!”
“…….”
너무 놀라 과격한 단어가 튀어나오는 이와 그저 경악할 뿐인 이가 공존하는 아틀레티코의 벤치는, 셀레브레이션이 끝나가는 순간까지도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는다.
사이드라인에서 몸을 풀다 자신도 모르게 서로를 얼싸안고 있었던 이들도 가까스로 감정의 폭풍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슈팅이 날아간 궤적과 속도 등을 손짓으로 표현하는 그들은,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아 있는 것 같다.
“미사일이었어. 피슈우~~~”
“도대체 제게 어떻게 가능한 거야?”
“Es como un monstruo(괴물 같으니라고)…….”
“그러니까 말이야. 진짜 그래.”
“몇 초나 걸렸을까?”
“2초는 절대 아닐걸?”
“휘이~”
그리고 김다온에게 패스를 밀어주라는 코케의 판단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앙투안 그리즈만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얼굴을 매만질 뿐이었다.
득점이 되는 것을 확인한 순간, 다시 한번 온몸 가득 번져나가는 전율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김다온이 껄끄러워 셀레브레이션 장소로 달려 나가지 않았던 게 아니었다.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발을 움직일 수가 없었던 거다.
그러나 잔뜩 들떴던 그라운드가 간신히 진정될 무렵엔, 놀라움이 사라진 자리에 다시 익숙한 감정이 들어섰다.
시기. 그리고 질투.
“…….”
임대로 온 선수가 자신에게 씌워져 있던 아틀레티코의 왕관을 가져간다는 게, 그리즈만은 참을 수 없이 괴로웠다.
삐?익!
경기를 재개하는 주심의 휘슬이 불리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기로 한 그리즈만은 이를 악물고 있는 힘껏 내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그리즈만의 분투(奮鬪)는, 김다온의 골과 맞물려져 아틀레티코의 경기력을 상승시킨다.
비록 부정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투지이긴 했지만, 무언가를 나아지게 만드는 것은 꼭 긍정적일 필요는 없다.
무엇이 되었든, 승리라는 결과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면 되는 것이다.
오직 피치 위에서만 해당하는 불편한 진실이 아틀레티코에 내려앉지만, 그리즈만이 침묵하는 한 이것이 나쁘게 작용할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다.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 중인 앙투안 그리즈만의 마음속엔, ‘동양인 따위’에 질 수 없다는 저열(低劣)한 열등감이 악취 나는 꽃을 피우고 있었다.
***
.후반 16분
바르셀로나 2 : 1 아틀레티코
김다온에 추격을 허용하는 득점을 허락한 이후, FC 바르셀로나에는 연이어 악재가 터져 나왔다.
후반 11분 세르지오 부스케츠가 부상으로 교체된 데 이어, 디에고 고딘과 경합을 벌이던 리오넬 메시가 사타구니 부분을 만지면서 피치에 주저앉은 것이다.
불길한 예감이, 캄 노우를 지배한다.
{“…….”}
“…….”
.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아, 지금은 뛰기 힘들어 보이는데요.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아르다 투란을 투입할 준비를 합니다. 쓰읍- 메시가 부상으로 빠지게 된다면, 바르셀로나가 더욱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네. 아르다 투란도 분명 클라스가 있는 선수이긴 합니다만, 메시와는 비교할 수 없죠. 이렇게 되면 김다온과 필리페 루이스가 버티는 아틀레티코의 왼쪽 자리에 누구를 보낼지가 궁금해집니다. 네이마르가 오는 게 좋아 보이긴 하는데, 오른쪽은 또 네이마르가 선호하는 위치는 아닙니다.”
(배정세)
“FC 바르셀로나의 팬들이 큰 부상이 아니기를 바라며 박수를 보내곤 있습니다만,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합니다. 반대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겐 기회라 할 수 있겠죠?”
(정지현)
“그렇습니다. 메시와 같은 선수가 전방에 있고 없고는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크게 도움이 되거든요. 수비라인이 쉽게 라인을 당기지 못하게 만들어 줍니다. 물론 아직 네이마르와 루이스 수아레스가 버티고는 있습니다만, 아틀레티코도 전 세계 최고의 수비팀 아니겠습니까?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판단이 궁금해집니다.”
.
메시가 뛰기 어렵다는 것을 확신한 순간부터, 디에고 시메오네 역시 분주히 움직였다. 그는 공격력을 더 강화하기 위해, 오늘 내내 부진한 케빈 가메이로를 빼기로 했다.
대신 투입될 준비를 하는 건, 아틀레티코의 조커 카드인 앙헬 코레아다.
“상대는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
“네가 들어가서 많이 휘저어 줘야 할 거야.”
사실, 지금의 교체는 세르지오 부스케츠가 빠진 순간부터 고려하고 있던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드가 역삼각형에서 플랫으로 바뀐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라볼피아나(Lavolpiana)가 사라진 FC 바르셀로나의 포백 앞에는 공간이 생겨났고, 앙헬 코레아는 그것을 이용할 때 가장 위력을 발하는 선수였다.
그리고 이 교체로 토레스를 원톱으로 끌어 올려, 선수가 가장 익숙한 역할을 맡길 수도 있었다.
“너무 다급할 필요는 없어. 아직 시간은 많다. 기회가 주어지게 되면, 침착하게 골문을 봐. 알겠나?”
“네.”
“좋아. 어서 가 봐.”
찰싹-!
“!”
뒤통수를 맞은 앙헬 코레아가 살짝 움츠러들었다가 걸어 나가는 것을 잠깐 지켜본 이후, 이마를 긁적이며 돌아선 시메오네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한 장 남은 교체 카드의 활용과 이후에 흘러나갈 상황을 포괄적으로 상상해 본 것이다.
남은 시간, 아틀레티코는 바르셀로나를 거세게 압박할 것이다. 지난 10분 동안 피치에서 벌어진 모든 상황이, 흐름을 그렇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2 동점이 되어 버리면, 오히려 바르셀로나가 다시 기세를 끌어 올릴 가능성이 컸다.
홈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등이, 본인들을 위축시킨 요소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속단하는 거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디에고 시메오네는 그런 식의 경기를 셀 수도 없이 많이 경험해 왔다.
‘축구란 그런 거지.’
의자에 곱게 놓아두었던 개량된 두루마기를 다시 걸친 시메오네가, 얼굴에 난 수염을 매만지며 테크니컬 에어리어 앞으로 걸어갔다.
경기는 이미 오래전에 재개된 상태였고, 볼이 있는 곳에 눈을 둔 순간 그는 어떤 장면을 보게 되었다.
교체로 투입된 아르다 투란이 안드레 고메스에게 보낸 패스가 이를 방해한 페르난도 토레스의 압박으로 인해 금방 피치로 들어선 앙헬 코레이아에게로 흐르는 것을 말이다.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실수를 범한 FC 바르셀로나의 수비에는 구멍이 크게 뚫렸고, 설상가상으로 앙헬 코레아의 움직임을 쫓던 마스체라노가 미끄러지며 피치에 넘어지고 만다.
쿵-!
이에 실수를 만회코자 필사적으로 달리던 안드레 고메스의 발이 걸리면서 함께 넘어졌고, 골키퍼와의 1:1 기회를 맞은 코레아의 슈팅은 바르셀로나의 골대 구석을 정확히 공략한다.
{“아…….”}
장탄식이 관중석의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가운데, 땀이 흐르기도 전에 골을 만들어 낸 앙헬 코레아가 잔뜩 기뻐하며 피치를 내달리기 시작한다.
불과 조금 전까지 골이 조금 늦게 터졌으면 했던 시메오네 또한, 동점을 만든 상황에 순수하게 기뻐한다.
2:2 동점.
전반전이 끝났을 때만 해도 일방적인 바르셀로나의 승리로 끝날 것 같았던 경기는 이렇게 안개 속으로 빠져든다.
“이야아아아아아-!!!!”
“첫 터치에서?! 진짜야?!”
현재 피치 위엔, 기뻐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의 목소리만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
앙헬 코레아의 기습적인 득점이 터져 나온 순간, 나는 셀레브레이션을 위해 달려 나가는 대신 조금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 나갔었다.
그런 내 발이 멈춰 선 곳은 코칭스태프들과 얼싸안고 기뻐하던 시메오네의 앞이었다.
그러곤, 이런 말을 했다.
[“이제부터 수비해야 해요!”] [“…….”] [“바르셀로나는 이제부터 공격할 거예요. 메시가 없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네이마르와 루이스가 있다고요. 너무 들떴다간, 한 방 얻어맞을 수도 있어요.”]호재(好材)가 겹치고 겹치면 결국 악재(惡材)가 되어 버리기도 하는 게 축구다 보니, 스스로 좋은 흐름을 억누르며 안정을 꾀할 때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현재.
‘어딜-!’
쿵-
“?”
내 예상은 옳았던 것 같다.
.
.
.후반 33분
바르셀로나 2 : 2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몸싸움에서 튕겨 나간 아르다 투란이 피치를 구르자, 캄 노우의 곳곳에서 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내 파울이라 주장하고 싶은 것 같은데, 주심의 생각은 그와 달라 보인다. 파울이 아니라는 듯, 투란에게 일어나라 손을 휘젓는다.
그리고 이에 야유는 한층 더 거세어졌지만, 난 거기에 개의치 않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내게서 패스를 연결받은 코케가 빠르게 방향을 전환해 오른쪽으로 공격을 전개하고, 단 두 번의 패스로 역습을 이어 나간 우린 박스 안쪽에서 좋은 기회를 맞이한다.
크로스오버 동작으로 조르디 알바를 따돌린 그리즈만의 크로스가, 날카롭게 박스 안으로 진입한 것이다.
쇄도하는 페르난도 토레스가 발을 제대로 가져가는 듯했지만, 제라르 피케의 완벽한 태클이 가까스로 바르셀로나를 위기로부터 구해 낸다.
‘제기랄.’
반면에 우린 크게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과정이 무척 매끄러웠기 때문이다.
인상을 살짝 찌푸렸던 나는 재빨리 공격진영을 향해 움직이는 아르다 투란에게 달라붙은 후, 테어 슈테겐이 처리를 서두르지 않은 걸 보며 속도를 늦췄다.
상대 역시, 이제는 역습 한 방을 허용하면 패배하게 된다는 것을 신경 쓰는 것 같다.
“앙헬! 앙헬!!!”
“?”
“조금 내려와!! 너무 높잖아!!”
“…….”
고개를 끄덕인 앙헬 코레아는 내 목소리에 순순히 응하며 아래로 내려섰다. 뤼카와 더불어 가깝게 지내는 친구 중에 하난데, 이름 때문에 아무래도 친근감이 느껴졌다.
앙헬은 자신의 이름이 내 국적과 같으니 자신에게 충성하라 농담을 던져 댔고, 그럼 나는 한국은 R이 한 개라 말하며 R이 두 개인 넌 가짜라고 받아쳤다.
또 코레아와는 다른 인연도 있는데, 삼파올리 감독님이 우리의 공통분모다.
삼파올리 감독님은 무명 시절, 봉사 차원에서 고향인 산타 페(Santa Fe)를 방문하여 유소년을 가르친 적이 있다. 그리고 당시, 수업에 참가한 아이 중 하나가 코레아다.
축구를 하다 보면,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를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온다-! 집중해!!”
“…….”
테어 슈테겐이 마스체라노에게 볼을 굴리고, 후방으로 내려앉은 라키티치가 앞쪽의 안드레에게 패스를 보내어 빌드업을 이어 나간다.
당장이라도 뛰어나가 압박을 하고 싶었지만, 아틀레티코의 수비 방법은 상대롤 조금 더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파이널 써드 주변의 공간만 완전히 봉쇄한다면, 실점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시메오네의 철학에서 시작된 수비 전술이다.
그리고 그것이 옳다는 건, 최근 3시즌 아틀레티코의 실점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세 시즌 연속 30실점 미만을 기록했고, 지난 시즌에는 단 18개의 실점만 허락하는 짠물 수비를 선보였다.
아틀레티코가 라 리가 최고의 팀이 아니라는 것과 시즌 동안 네 번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해 왔다는 걸 생각하면 굉장한 성과다.
시메오네의 철학을 존경하고, 지금까지 배워 온 것을 부정하는 축구를 따르는 이유다.
‘반대?’
하프라인 위까지 드리블로 전진한 안드레가 이니에스타에게 패스를 보내고, 자연스레 시선을 따라 움직였던 나는 반대편에 요주의 인물이 전부 집결한 것을 확인한다.
심지어 아르다 투란마저도 중앙에 치우쳐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이쪽에서 견제할 선수는 세르지 로베르토밖에 없다.
뒤를 돌아보며 손을 휘저은 나는, 필리페와 함께 볼이 머무는 방향으로 좁혀 들어갔다.
왼쪽을 제외한 남은 2/3 정도 되는 지점에 많은 숫자의 필드 플레이어가 운집하고, 볼을 잡은 조르디 알바가 뒤쪽 하프 스페이스에 자리 잡은 네이마르에게 패스를 보낸다.
그러자 그 즉시, 가비가 빠르게 움직여 네이마르를 압박해 들어갔다.
그래서 나는 아예 페널티 아크까지 이동하여, 코케와 함께 중앙 미드필드가 되었다.
우리 사이에는 수아레즈가 또 뒤쪽에는 아르다 투란이 있었는데, 어떤 쪽으로든 볼을 연결하기는 쉽지 않을 거로 생각하고 있다.
만약 수아레즈에게 볼을 보낸다면 우리 두 사람이 즉시 압박할 것이고, 아르다 투란에게로 향하는 패스 길은 내가 이미 몸으로 막아섰다.
‘더 압박해.’
난 가비가 우리 두 사람을 믿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네이마르를 압박해 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주춤거렸는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시메오네가 정해놓은 선(線)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임기응변과 강력한 규율의 사이에서 고심하게 되어 버리는, 아틀레티코 전술의 단점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챔피언스리그 상위 단계에서 두 번이나 만났을 때 이와 같은 약점을 파고들어 본 경험이 있는 나이기에, 어째서 저런 판단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저건.
“가비!!!”
“?!?!”
분명 좋지 않은 행동이다.
틀에 얽매이는 건 나쁘다.
틀을 부정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에 얽매이게 되면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차단해 버리는 셈이 된다.
팡-!
‘이런!’
내 목소리에 반응한 가비가 뒤늦게 앞으로 달려 나가 보지만, 이미 슈팅 공간을 확보했던 네이마르는 충분한 여유를 확보한 채로 오른발을 휘둘렀다.
루이스 수아레즈가 서 있던 자리. 그러니까, 나와 코케의 사이로 축구공은 통과한다.
그리고 그것은 더 뻗어 나가, 골대의 왼쪽 아랫부분을 향해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으려던 순간, 말 그대로 불쑥 튀어나온 오블락이 몸을 날려 네이마르의 슈팅을 막아 냈다.
손바닥을 맞고 튕겨 나온 축구공을 아르다 투란이 획득하고, 그를 향해 달려가려던 나는 필리페가 달라붙는 것을 보며 마음을 바꿔 뒤쪽 세르지 로베르토를 향해 움직였다.
팡-
그리고 예상대로, 투란은 직접 세컨볼을 처리하지 않고 세르지 로베르토를 향해 패스를 굴린다.
‘역시!’
금방은 아르다 투란의 퍼스트터치가 좋지 못했다. 골대를 바라본다거나 중앙을 바라보는 자세에서 볼을 받았어야 했는데, 굳이 볼을 흐름을 살리며 등을 돌렸다.
양발을 능숙하게 쓸 줄 알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저 각도에서 크로스는 힘들다고 봤다.
때마침 박스 주변으로 접근한 세르지 로베르토가 잔뜩 벼르는 표정을 짓고 있던 것도, 내게는 과감히 투란을 포기할 수 있었던 이유가 됐다.
데굴데굴 구르는 축구공을 향해, 나는 오른발을 앞으로 쭉 뻗어 본다.
‘제발 닿아 줘.’
틱-
“?!”
“!”
오른쪽 발끝에 맞은 축구공이 굴절되어 세르지 로베르토의 옆을 통과하고, 그대로 속도를 살릴 수 있었던 나와는 달리 로베르토는 몸을 돌리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런 세르지 로베르토와 거리를 벌리는 일은, 내게는 무척 손쉬운 일이었다.
지금은 또 경험 부족도 드러난 게, 만약 노련한 풀백이었다면 어떻게든 나를 저지하려고 해봤을 거다.
오직 구르는 축구공만을 바라보며 달려 나갔던 나는, 그것을 발아래에 놓아둔 후에 고개를 들어 올럈다.
그러자 눈앞에.
“돌아와아아아아-!!!!!!!!”
“…….”
양쪽 풀백의 전진으로 인해, FC 바르셀로나의 진영은 지금 텅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페르난도 토레스와 앙헬 코레아가 부지런히 달려 주고 있어, 피케와 마스체라노 모두 나의 전진을 신경 쓸 정신이 없어 보였다.
3:2로 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
빠르게 판단을 내린 나는 다시 축구공을 길게 차 넣으며 스프린트를 시작했고, 어느새 FC 바르셀로나의 파이널 써드를 눈앞에 놓아두게 되었다.
주춤거리며 계속 후퇴하던 마스체라노.
그의 시선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러다 곧 무언가를 결심한 듯, 수비 자리를 이탈하여 내게로 달려 들어왔다.
“에-이!!!!”
자신을 마크하던 수비수가 멀어지자, 앙헬 코레아가 패스를 요구하며 손을 번쩍 들어 올린다. 앞서 골도 기록해서 감각도 충분히 살아 있는 상태다.
하지만 나는 앙헬 코레아를 미끼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사용법은, 패스를 보내는 척하는 것이다.
스프린트의 속도를 늦추며, 몸을 옆으로 돌린 나는 왼발을 축구공의 곁에다 놓아둔 후 오른발을 움직인다.
얼핏, 인프런트로 코레아에게 패스를 보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미안.’
그렇지만 내 오른발은 패스가 아닌 접는 동작을 가져가기 위해서 움직였다. 축구공을 다시 앞쪽으로 밀어 놓으며, 앞으로 더 달려 나가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영락없이 패스인 줄로만 알았는지, 마스체라노는 다시 균형이 무너져 피치에 넘어진다.
오늘만 벌써 두 번째였고, 이와 같은 장면은 오늘 경기의 결과가 어떻게 되던 마스체라노의 경기력 평가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게 분명했다.
수비수로서 저절로 동정심이 일었지만, 난 그 싹을 빠르게 잘라 내며 완전히 파괴해 버린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진영 깊숙이 침투했다.
페널티 박스는 조금 전에 이미 통과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테어 슈테겐은 조금 오른쪽으로 이동해 각도를 접혀 둔 상태다.
그리고 슬쩍 쳐다본 반대편엔, 앙헬 코레아를 견제코자 움직인 제라르 피케의 선택으로 자유로워진 페르난도 토레스가 손을 들고 서 있었다.
그래서 나는 왼발을 움직여, 찍어 차는 동작을 가져갔다. 역회전을 주며, 볼을 위로 띄워 올렸다.
적당한 속도를 가지고 날아오른 축구공이 앙헬 코레아와 제라르 피케를 차례대로 통과하고, 페르난도 토레스는 내 패스에 시선을 고정한다.
잠시 뒤, 페르난도 토레스의 이마를 맞은 축구공은 테어 슈테겐의 다이빙을 지나쳐 바르셀로나의 그물을 뒤흔든다.
“????”
“!!!!!!”
찰나의 정적이 아주 잠깐 피치를 침묵시키지만, 그것은 곧 거대한 함성에 집어삼켜진다.
“이예에에에에에에에-!!!!!!!!”
“으와아아아아아아아-!!!!!!”
곧바로 코너플랫을 향해 달려가는 페르난도 토레스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내게 어서 가까이 오란 손짓을 보낸다.
그리고 잠시 뒤 우린, 어깨동무를 한 채 코너플랫으로 나아가 열광하는 원정팬들의 앞에 서서 소리를 내질렀다.
“VAMOS-!!!!!”
“이야아아아-!!!!”
제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기뻐하는 아틀레티코 팬들은 지금,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역전이라는 물결을 만들고 있다.
환호를 내지르며 기뻐하는 팬을 본다는 것.
내가 도저히 축구를 끊을 수 없는 건, 나라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수많은 이를 기뻐하게 만드는 경험을 하게 되는 바로 이런 순간 때문이다.
나는 지금.
“더 소리 질러!! 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
.
.경기 결과(La Liga 5R)
바르셀로나 2 : 3 아틀레티코
[골] 김다온 : 후반 09분(F.K/앙투안 그리즈만)앙헬 코레아 : 후반 15분(페르난도 토레스)
페르난도 토레스 : 후반 36분(김다온)
김다온 ? 96분 출전(1골 1어시스트/평점 9.9/M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