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57)
656화 Efecto Daon (11)
탁-!
“?!”
“?”
앙헬 코레아의 발에 맞은 축구공이 떠오르고, 텅 빈 골대로 킥을 가져가는 것에 실패한 공격수를 향한 안타까움과 짜증이 비센테 칼데론에 울려 퍼진다.
{“아…….”}
{“이게 무슨!!”}
결정적이었던 기회를 놓쳐 버린 앙헬 코레아가 피치에 쓰러지듯 엎드린 순간, 영락없는 득점인 줄 알고 환호를 하려던 디에고 시메오네 역시 마찬가지의 자세가 된다.
이후 무릎을 꿇은 자세가 된 디에고 시메오네가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원망한다.
“¿Por que(대체 왜)?”
디에고 시메오네는 오늘,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를 대비코자 로테이션을 가용했었다. 상대가 상대니만큼, 로테이션 멤버들로 승리를 거둘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경기 전까지 그는 일정이 균형 잡혀 있어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
후반 10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전광판에 표시된 양 팀의 점수 숫자는 전혀 변함이 없다.
.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쓰읍- 예. 오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격수들은 분명 실망스럽습니다. 골문 앞에서의 세밀함이 너무 부족하네요. 벌써 꽤 많은 찬스를 놓쳤습니다.”
.
.
.후반 11분
아틀레티코 0 : 0 데포르티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는 시메오네의 귀에, 주기적으로 울려 퍼졌던 합창이 다시 한번 들려온다.
{“¡¡Queremos a Daon!!”}
{“¡¡Queremos a Daon!!”}
{“¡¡Queremos a Daon!!”}
위기의 순간에 등장하는 영웅을 향하는 것 같은 팬들의 목소리는, 디에고 시메오네에겐 분명한 압박으로 작용해 오고 있었다.
디에고 시메오네는 몇 가지의 이유에서, 김다온의 투입을 망설이는 중이었다.
.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카메라가 다시 한번 관중석을 비춥니다. 비센테 칼데론의 팬들은 김다온의 출전을 바라고 있습니다!”
(정지현)
“그렇지만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조금 망설이는 것 같죠? 이미 교체 카드를 두 장이나 사용했고,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 리그 경기도 고려하는 듯 보입니다.”
.
오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전반에만 벌써 두 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한 상태다.
선발로 투입한 아우구스토 페르난데스와 호세 히메네즈가, 각각 무릎과 사타구니를 다치면서 경기에 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우구스토 페르난데스의 경우, 인근 병원으로 즉각 호송되어 수술대에 올랐다. 그리고 오른쪽 십자인대 파열로 인한 6~8개월의 결장이 확정되었다.
그렇게 하나밖에 남지 않은 교체 카드.
그걸 쓰기엔, 잔여 시간이 너무 많다.
만에 하나 돌발 변수가 다시 또 나오기라도 한다면, 아틀레티코는 남은 시간을 데포르티보보다 한 명 작은 10명으로 뛰어야만 한다.
로테이션을 활용한 근본적인 이유인 ‘바이에른 전을 앞두고 김다온을 쉬게 해 주고 싶다.’라는 계획도 어그러진다.
그러나.
{“¡¡Queremos a Daon!!”}
{“¡¡Queremos a Daon!!”}
아틀레티코는 좀처럼 골문을 열지 못한다.
다시 또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야닉 카라스코의 어처구니없는 실수 하나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결정적이 위기를 초래하고 만다.
상대가 강하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평범하게 굴러온 패스를 가랑이 사이로 흘려 버린 것이다.
“에—이!!!!!”
황당한 실책에 분노한 디에고 시메오네의 목소리가 비센테 칼데론 가득 울려 퍼지고, 합창하는 것을 중단한 팬들의 시선이 볼을 갖고 움직이는 이를 쫓는다.
모로코/프랑스 이중국적의 윙어 파이살 파즈르(Faycal Fajr)의 돌파가 아틀레티코의 견고한 수비를 뒤흔든다.
제아무리 조직적으로 잘 갖춰진 수비라지만, 실수에서 비롯된 돌발적인 상황 앞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골대 방향으로 드리블을 선택한 파이살 파즈르는 순식간에 박스 앞에 도착했고, 먼 쪽 포스트를 겨냥한 오른발 슈팅이 아틀레티코의 골문을 매섭게 위협한다.
슈팅을 확인 후 몸을 날릴 수밖에 없었던 얀 오블락의 다이빙은 볼에 닿기에는 다소 모자라 보인다.
낮고 날카롭게 날아든 슈팅이 오블락의 앞쪽에서 한 차례 피치를 튕기고, 쭉 뻗은 손을 지나친 축구공은 골포스트를 종이 한 장 차이로 스쳐 지나간다.
{“워어어–!!”}
“!!! 제기랄!!!!”
안타깝게 빗나가 버린 슈팅에, 얼굴을 감싸 쥐었던 파이살 파즈르가 큰 목소리를 내뱉으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텅 빈 하늘을 향한 또 하나의 원망이 새롭게 솟아오르는 사이, 가슴을 쓸어내린 아틀레티코의 팬들은 멈췄던 합창을 다시 시작한다.
{“¡¡Queremos a Daon!!”}
{“¡¡Queremos a Daon!!”}
{“¡¡Queremos a Daon!!”}
{“¡¡Queremos a Daon!!”}
그리고 이 외침이 정점에 달했을 무렵.
{“응?”}
{“오-!!!!!”}
{“Daon-!! Daon—-!!!!!”}
야닉 카라스코의 실책에 의해 방아쇠가 당겨진 디에고 시메오네가, 코너플랫 부근에서 몸을 풀고 있던 김다온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마치 김다온이 투입되면 그 즉시 경기 승리가 확실시되기라도 하듯, 그의 이름을 외치는 팬들의 얼굴엔 부푼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었다.
.
(레이 허드슨) – BeIN LaLiga 코멘테이터
“인상적인 순간입니다. 다온을 외치던 비센테 칼데론. 그들이 바라는 선수의 등장에, 뜨거운 환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선수가 정말 임대로 온 선수인지가 궁금해지네요. Here it comes New Messiah.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구세주인 다온이 곧 피치에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
.후반 15분
아틀레티코 0 : 0 데포르티보
열렬한 환호성을 들어본 적은 많았지만, 오늘과 같은 경험은 또 처음인 것 같다.
현재 내 눈으로 보고 있는 것과 귓가에 들려오는 거대한 크기의 목소리들. 물과 땀을 머금은 피치에서 나는 냄새. 마지막으로 경기장에 내려앉은 분위기에 이르기까지.
나는 그 모든 것을 통틀어 기대(企待)라 말하고, 책임(責任)이라 해석하고 싶었다.
라 리가로 온 이후의 하루하루는 뭐랄까.
적금을 타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느꼈던 권태(倦怠)에 대한 보상을 한꺼번에 받기라도 하듯, 경기가 치러지는 하루하루 스펙터클한 일들이 펼쳐지고 있다.
삑-!
휘슬이 울리고, 곁에 있는 부심이 교체 판을 들어 올린다.
저 멀리, 한 친구가 고개를 숙였다.
.
(정지현)
“역시. 야닉 카라스코를 빼죠?”
(배정세)
“다소 이른 시간 마지막 남은 교체를 사용하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입니다. 야닉 카라스코가 빠져나오고, 세 경기 연속 1골 1도움의 김다온이 투입됩니다!”
.
AS 모나코에서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아틀레티코로 이적한 카라스코는, FC 바르셀로나로 떠난 아르다 투란의 대체자로 기대를 모았었다.
양쪽 윙 포지션과 최전방까지 소화할 수 있는 멀티 능력과 다재다능함을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는 43경기에 출전해 5골 5도움을 기록하며, 라 리가에 연착륙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양쪽 측면 미드필드가 특히 중요한 아틀레티코기에, 이런 카라스코에게 큰 기대를 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등번호 10번을 준 데에서도, 이런 기대감은 잘 나타나고 있다.
“수고했어.”
“……그래.”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야닉 카라스코는 시즌 초반 폼이 별로 좋지 못했다. 왼쪽 측면에서 뛸 때마다, 낙제점에 가까운 경기력이 나왔다.
볼을 끌어 공격의 타이밍을 지연시키기도 했고, 수비가 많은 방향으로 뛰어 들어가 볼을 빼앗기는 일도 다반사였다.
준수한 기술과 피지컬. 그에 반해 많이 부족한 Football IQ와 단조로운 패턴이 문제가 되고 있다.
힘없이 내 격려에 답한 카라스코가 벤치로 향하고, 그와 하이파이브를 나눈 후 스프린트를 시작한 나는 동료들에게 포지션에는 변화가 없음을 알렸다.
카라스코가 뛰던 자리에 그대로 들어갈 것이기에, 교체 외에 특별히 바뀌는 것은 없다.
“후우~~”
위치를 잡은 이후 크게 숨을 내쉬곤, 피치에 적응하고자 부지런히 눈을 움직여 본다. 몸을 풀며 쭉 눈여겨봐 두긴 했지만,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것은 늘 큰 차이가 있다.
4-2-3-1을 택한 데포르티보는 우리가 볼을 사이드로 돌리도록 만든 이후 조직적인 압박을 가해 왔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드인 셀수 보르게스(Celso Borges)와 길예르모(Guilherme)의 부지런한 활동량이 돋보였는데, 전반보다 후반의 경기력이 더 좋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을 눈속임이라 생각 중이다. 정말 폼이 좋아진 게 아니라, 우리가 너무 단조로웠던 것뿐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난, 카라스코가 보여 주지 않은 플레이를 위주로 해 볼 생각이다.
“여기!”
“…….”
팡-
“!”
호세 히메네스의 부상 때 교체로 투입된 뤼카가 내게 패스를 보내어 왔고, 나는 그것을 받아 두는 대신 안쪽에 있던 코케에게 곧장 논스톱으로 보내 버렸다.
습관적으로 좁혀들던 셀수 보르게스가 움찔하며 돌아서고, 코케는 내 손을 확인 후 뒤로 패스를 돌렸다.
고딘을 거친 축구공이 이번에는 오른쪽 측면으로 향하고, 사이드라인을 등지고 있던 니코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려다가 본능을 억누르는 길을 택한다.
이제 다시, 축구공은 최후방에 머무른다.
“호르헤!”
“?”
코케의 이름을 부른 나는 말이 아닌 손짓으로, 내가 어떠한 플레이를 원하는지를 설명했다. 조금 전까지 코케는 카라스코를 돕고자 측면으로 벌려 오곤 했다.
스스로 고립되어 버리는 카라스코의 단점이 도드라지자, 지난 셀타 비고 경기와 유사하게 뛸 수밖에 없었던 거다.
하지만 코케가 중앙에 더 머물러 줘야, 셀수 보르게스와 길예르모의 측면 지원을 늦출 수 있다.
이것은 약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문제인데, 결국 무엇이 먼저인지를 결정짓는 것은 플레이를 펼치는 우리 선수의 문제라 말할 수 있겠다.
야닉 카라스코가 잘 뛰어 주지 못했기에 우리의 전술적 의도는 퇴색되고, 반대로 데포르티보의 전략이 통했던 거다.
“…….”
어느새, 나는 팬들의 목소리를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온전하게 집중하고 있단 뜻으로, 피치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 외의 모든 건 백색소음처럼 느껴졌다.
벌써 1분 이상 볼을 점유하는 시간이 이어지는 동안, 코케가 센터서클에 머물면서 생기는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래로 내려선 그리즈만이 중앙으로 좁힌 니코에게 패스를 보내고, 빠르게 처리된 축구공은 가비를 거쳐 왼편 하프 스페이스에 머물고 있던 내게로 향해 왔다.
셀수 보르게스는 현재, 나와는 조금 동떨어진 위치에 있다. 전보다, 최소 7~8m는 더 멀었다.
걸음걸이로 따지자면 대략 5~6보(步)
시간으로는 대략 2~3초.
인생으로 따지자면 찰나의 시간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5,400초의 스포츠인 축구에서는 많은 것을 뒤바꿀 수 있을 만큼의 차이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이것이 허무하게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어, 나는 골대를 바라본다.
“…….”
골키퍼와의 거리는 대략 28~30m 정도.
얼마든지 슈팅이 가능한 지점이다.
필요한 도움닫기는 단 한 번.
‘좋아. 가자.’
얻어 낸 시간의 약 절반 정도를 사용해 판단을 끝마친 나는, 남은 절반 동안 도움닫기를 가져가 오른쪽 발등을 축구공에 가져다 대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뒤!!!”
케빈 가메이로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등 뒤에서 달려들 만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가, 전반 아우구스토와의 경합 상황에서 경고를 받았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아마도 그는 이 슈팅을 저지하려고 할 것이다.
저지가 힘들다면, 최소 방해라도 말이다.
전문적인 수비수는 아니지만, 그는 영리한 수비가담으로 꽤 좋은 평을 받고 있다.
‘분명, 알고 있을 거야.’
멀찌감치에서 상황을 확인하고 충분한 속도를 얻은 선수라면, 이런 상황에서 태클의 방향을 축구공의 오른쪽 옆으로 놓아둘 게 틀림없다.
운이 좋다면 슈팅에 발끝을 가져가 굴절시킬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슈팅 밸런스를 흩트려 놓을 수 있다.
케빈 가메이로의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계획을 바꾸기로 한 나는 휘두르려던 오른발을 축구공의 옆쪽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촤—악!!
“?!”
“…….”
파이살 파즈르의 발이 축구화의 뒤꿈치 부근을 살짝 치고 지나갔다.
통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볍게 스친 정도에 불과했지만, 축구공과 무관한 곳으로 시도한 태클 이후 넘어진 내 모습은 분명 어필되었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크게 내지른 비명이 울려 퍼지자마자, 비센테 칼데론의 데시벨이 순식간에 솟아오른다.
{“에—-이!!!!!!!!”}
뒤이어 엄청난 야유소리가 들려왔고, 억울해하는 파이살 파즈르에게 다가간 주심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두 번째 경고 카드를 높이 들어 올린다.
곧이어, 빨간색 카드 역시 뒤따랐다.
.
(배정세)
“퇴장! 퇴장입니다!!”
.
오른쪽 발을 붙잡고 피치에서 뒹구는 내 곁으로 동료들이 다가오고, 나는 가장 먼저 달려온 케빈 가메이로를 향해 몰래 윙크를 보냈다.
이런 내 모습을 확인한 가메이로가 허탈해하더니, 안으로 들어오려던 의료진을 도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나 역시, 아직 아픈 척을 한 상태로 상체만을 일으켜 세웠다.
유니폼을 벗어젖히며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파즈르의 이름을 수첩에 새겨 넣은 주심이, 조금 뒤에 다가와 계속 뛸 수 있는 상태인지를 묻는다.
“네. 할 수 있어요.”
“그렇군. 준비되면 얼른 일어서게.”
“Si.”
어쩌면 지금은 그냥 무시하고 슈팅을 날리는 게 더 좋은 결과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파즈르를 퇴장시키는 게 승리할 확률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더 나아가 지금의 수적 우위가 침체가 된 동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거라고도 말이다. 또 프리킥으로 계속 기회도 이어 나갈 수 있다.
물론 최악의 장면이 나올 수도 있었다.
다치거나 한다는 그런 장면 말이다.
파즈르의 태클이 30cm 정도 더 안쪽으로 치우쳐졌더라면, 오른쪽 발목이 그대로 꺾여 버렸을 수도 있다.
‘무모한 짓은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냉정을 되찾은 지금은 내 행동이 바보처럼 느껴졌지만, 같은 상황이 되면 또 이러지 않는다고 장담하진 못하겠다.
나는 그저, 승리를 하고픈 것뿐이다.
다만.
“내가 찰 거야.”
“…….”
“불만이 있으면, 디에고에게 말해. 지난번에는 너한테 양보했으니까, 이번에는 내 차례라고.”
“……마음대로 해.”
앙투안 그리즈만의 탐욕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녀석은 자신이 차겠다며 부득불 우겨 댔다.
난감해하는 표정의 코케를 돌아보며, 나는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인 후 프리킥의 위치에서 물러섰다.
성격 같아서는 뒤통수를 한 대 후려갈기고픈 게 사실이었지만, 지금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당장은 물론이고 남은 시즌에 있어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짓이었다.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나는 싫더라도 앙투안 그리즈만의 성격을 받아들일 것이다.
프리킥 지점에서 내가 멀어져 가자, 의아한 표정이 된 시메오네가 나를 보며 양손을 들어 올렸다. 마음에 단단히 들었는지, 그는 오늘도 아영이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나왔다.
조만간 몇 벌을 더 선물할 생각인데, 그때도 지금처럼 보람을 느낄 거로 생각하고 있다.
삑-!!
약간의 시간이 흘러, 세팅이 완료된 프리킥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려 퍼졌다.
기대를 담은 응원의 목소리가 조금씩 더 높아지는 가운데, 신중히 발을 가져간 앙투안 그리즈만의 프리킥은 골대의 안이 아닌 그 바깥으로 향해 버리고 만다.
{“아…….”}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또 하나의 장탄식이 들려오고, 나는 괜히 애꿎게 바닥을 스터드로 긁는 그리즈만을 보며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었다.
하여간, 좋아하기 힘든 녀석이란 생각을 해 본다.
“에효~”
필사적으로 나와의 시선을 회피하는 그리즈만에게서 눈을 거둬, 나는 교체를 준비하고 있는 데포르티보의 감독 가이즈카 가리타노(Gaizka Garitano)를 바라본다.
파이살의 퇴장으로 오른쪽 윙 포지션이 비게 된 데포르티보는 수비수와 미드필드를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멀리에서 보는 등번호는 일단 5번과 16번이었는데, 상식적이라면 남은 시간 데포르티보는 전원 수비를 해야만 했다.
파앙-!!
“…….”
그대로 사이드라인을 벗어난 헤르만 룩스(German Lux)의 골킥. 이는, 선수 교체를 위해 의도적으로 내보낸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스로인을 먼저 선언한 주심이 다시 휘슬을 불어 교체를 알려 오고, 그렇게 데포르티보의 공격수와 중앙미드필드가 피치를 떠난다.
그러는 사이, 앙투안 그리즈만의 이름을 크게 부른 디에고 시메오네가 조금 전 프리킥 상황을 지적해 왔다.
“왜?! 왜 그런 거야?!”
“…….”
시메오네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이 팀의 세트피스를 처리하는 건 코케와 그리즈만이다. 훈련 때 따로 말이 없었으니, 다들 기존대로 하는 줄 알고 있다.
하지만 앞으론 조금 달라질 것도 같다.
내일이나 모레쯤?
‘저 밴댕이 녀석이 어떻게 반응할지…….’
남은 경기도 경기지만, 그리즈만이 날뛰는 일이 좀 더 신경이 쓰이는 나다.
“에-이!!”
“…….”
필리페 루이스가 보내온 스로인을 뒤로 보내며, 나는 다시 경기에 몰두하고자 부지런히 발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