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58)
657화 Efecto Daon (12)
…….
탁-!
철썩-!!
{“!!”}
{“!!!”}
정강이 높이로 들어온 크로스에 발을 가져간 그리즈만이 마침내, 경기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계속해서 두드려도 열리지 않던 데포르티보의 골문이 마침내 열린 순간, 상투적인 표현대로 지진이 일어난 비센테 칼데론은 온통 함성으로 뒤덮인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
페널티 박스 안에 9명의 필드플레이어 전원을 밀집시켜 두었던 데포르티보였지만, 좁은 공간을 기어코 찾아낸 아틀레티코의 역량이 조금 더 나았다.
어시스트 패스를 보낸 이를 지나친 그리즈만이 코너플랫으로 달려가 그대로 뛰어오르고, 그를 뒤따르는 아틀레티코의 선수들 역시 환호성을 내지른다.
그러는 사이 골대 주변에선, 묘한 미소를 띤 두 남자가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끝내주는 움직임이었어.”
“하하. 뭐, 그렇지.”
탁.
셀레브레이션이 이뤄지는 장소와 동떨어진 위치에 선 두 남자는, 어시스트 패스를 보낸 김다온과 그의 오랜 친구인 니콜라스 가이탄이다.
“정말 제멋대로인 녀석이야. 안 그래?”
“승리만 거두면 돼. 문제없어.”
“진짜?”
“응. 친구가 될 건 아니니까.”
“하긴, 그것도 조금 웃기겠어.”
.
.
.후반 28분
아틀레티코 1 : 0 데포르티보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앙투안 그리즈만의 득점! 그리고 이번에도! 김다온의 어시스트가 빛났습니다! 벌써 시즌 4호! 라 리가 네 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김다온입니다!!”
(정지현) – SBS Sports 해설위원
“니콜라스 가이탄과 위치를 바꿨습니다. 지금은…… 네. 오프사이드는 전혀 아니죠? 순간적으로 수비의 앞으로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좋았고, 그에 맞춘 후란프란의 패스도 훌륭했습니다. 중앙으로 빠른 크로스를 올렸는데, 발만 가져다 대면 골이 될 수 있는 그런 패스였습니다.”
.
.
(개리 베일리) – BeIN LaLiga 컬러-코멘테이터
“바로 이것이 다온을 투입한 효과입니다. 지금과 같은 창의적인 움직임은 다온의 투입 이전까지는 기대할 수 없었던 거죠. 수적으로 데포르티보가 훨씬 더 우위에 있었지만, 다온이 숫자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 주는군요.”
(레이 러드슨) – BeIN LaLiga 코멘테이터
“이렇게 되면, 다온이 네이마르를 따돌리고 라 리가 어시스트 1위로 올라서게 되겠군요. 네 경기 연속 어시스트입니다. High Quality From South Korea. 이렇게 되면 아틀레티코의 팬들이 더 이 남자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습니다.”
.
{“Lo, lo, lo, lo~ 우리는 다온을 가졌지! Lo, lo, lo, lo~ 바이에른 뮌헨에 고마워! Lo, lo, lo, lo~ 그들이 우리에게 선물을 줬지! Lo, lo, lo, lo~ 세계 최고의 선수를 말이야!”}
득점의 열기가 사라지는 자리에 김다온을 향한 응원가가 들어선 순간, 분명 자신을 찬양할 것으로 생각했던 앙투안 그리즈만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경기가 재개된 후 한참이 지난 순간까지도, 팬들은 오직 김다온을 외칠 뿐이다.
{“¡Daon! ¡El es el salvador!”}
{“¡Daon! ¡El es el salvador!”}
김다온을 구세주(Salvador)라 칭하며 연신 목소리를 높이는 팬들의 모습에, 여린 감성을 지닌 앙투안 그리즈만은 상처를 받는다.
‘빌어먹을. 왜? 골을 넣은 건 나야!’
어느새, 앙투안 그리즈만은 김다온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는 더욱 피치 위에서 있는 힘껏 내달렸고, 이런 그리즈만의 필사적인 노력은 아틀레티코에 추가적인 기회를 불러왔다.
잘 조련된 사냥개처럼 볼을 뒤쫓던 그리즈만에 당황한 라울 알벤토사(Raul Albentosa)가 실수를 범한 것이다.
다급히 걷어 낸 축구공은 코케의 발밑에 도달했고, 바로 이어진 역습에서 그리즈만은 침투 패스를 기대하며 손을 들어 올리며 라인을 파고들었다.
“에-이!!”
하지만 코케의 선택은 그리즈만이 아닌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 펼쳐진 공간을 점유한 김다온이었다.
짜증이 치밀어 오른 그리즈만이 제자리에서 펄쩍 뛰며 고개를 들어 올리는 사이, 의도적으로 템포를 늦춰 수비를 끌어들인 김다온이 측면을 공략한다.
충분하게 주어진 공간으로 파고든 필리페 루이스가 김다온이 전달한 패스를 받아들고, 안쪽으로 한 차례 드리블한 그가 빠른 크로스를 보낸다.
그리고 그것은 화를 내느라 멈춰 있던 그리즈만을 지나, 다시 제 위치를 찾아간 니콜라스 가이탄에게 도착한다.
왼발을 사용해 골대 반대쪽을 겨냥한 가이탄의 슈팅. 이것은 많은 인파를 지나쳐, 뻥 뚫려 있던 골대의 한구석으로 정확히 빨려 들어간다.
“??”
“이야아아아아-!!!”
선제골이 터져 나온 후 2분이 채 지나지 않아, 아틀레티코가 차이를 더 벌리는 추가 골을 만들어 낸다.
이에 깜짝 놀란 그리즈만이 뒤늦게 셀레브레이션에 참여를 하려고 하지만, 니콜라스 가이탄과 얼싸안고 있는 김다온을 확인한 후 그쪽으로 가는 것을 포기한다.
조금 전 첫 번째 득점 때 김다온의 곁을 가이탄이 지켜 줬던 것과는 달리, 현재 그리즈만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갑작스러운 외로움을 느끼는 그리즈만.
“…….”
혼자가 된다는 것에 익숙지 않았던 그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애칭을 목청 높여 부르는 팬들의 목소리 역시도 들을 수 없었다.
{“Ale~ aleo! Forza Atleti yo te quiero campeon! Ale~ aleo~ Forza Atleti, ale, ale, ale~ Ale~ aleo! Forza Atleti yo te quiero campeon…….”}
.
.
.경기 결과(La Liga 6R)
아틀레티코 2 : 0 데포르티보
[골] 앙투안 그리즈만 : 후반 28분(김다온)니콜라스 가이탄 : 후반 30분(필리페 루이스)
김다온 ? 33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8.0)
MoM ? 코케(평점 8.4)
***
[2:0 승리에도 불구, 팀으로서 더 나아져야 한다고 말하는 디에고 시메오네. – 아스]? 디에고 시메오네, “결과는 2:0의 승리지만, 실제론 4:0이나 5:0이 되어야 했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팀 전체가 그 수준으로 더 나아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
[¡DE NUEVO! OTRA VEZ DAON! – 마르카]? 또다시 아틀레티코는 다온에 의한 승리를 거뒀다. 그의 투입 전후 아틀레티코의 경기력이 달랐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
.
[경기 전부터 알레티가 다온을 외쳤고, 다온은 거기에 응답했다. 아틀레티코의 팬들은 올 시즌 다온을 임대로 영입하지 못했을 때의 상황을 상상조차 하기 싫을 것이다. – 체마 푸엔테(기자) Via Twitter]***
2016년 9월 26일. 28221 마드리드, 스페인. 마하라혼다.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모든 건 예상했던 대로다. 시메오네가 전담 키커의 변화를 알렸고, 그리즈만이 거기에 반발한 것이다.
“이건 공평하지 않아요!”
“…….”
“제가 얼마나 많이 연습했는지 당신도 알지 않아요? 그런데 고작 리그가 시작되고 한 달이 되었을 뿐인데, 자리를 빼앗겠다고요? Vamos, Diego! 이건 미친 짓이에요!”
“…….”
회복 훈련의 시작을 앞두고 그라운드 한쪽이 요란스러워지자, 남은 모두가 불편함을 느꼈다. 잘잘못을 떠나, 이런 상황 자체가 그냥 싫은 거다.
결국, 길길이 날뛰는 그리즈만을 진정시키고자 코케와 헤르만이 투입됐다.
그리고 이마를 긁적이던 시메오네는 내게 손짓을 보내 나를 따로 옆으로 불러냈다.
“앙투안의 말이 옳아요.”
“음-”
의견을 묻는 시메오네에게, 내 솔직한 심정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
프리킥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뒤늦게 합류한 내가 그리즈만의 자리를 강제적으로 빼앗는 모양새는 옳지 않다. 시메오네의 신뢰는 고맙지만, 지금은 물러날 때다.
단.
“30m가 넘는 거리는 제가 찰 수도 있겠죠.”
“그렇지.”
“네. 지금은 그걸로 만족할게요. 앙투안은 그렇다 쳐도, 다른 친구들이 불편해하는 것은 원치 않아요.”
“알겠네. 의견을 받아들이지.”
“잘됐네요.”
“그래.”
아틀레티코에 합류한 이후 줄곧 느꼈던 것이지만, 디에고 시메오네를 향한 선수들의 충성은 절대적이었다.
어디에서든 시메오네가 등장하면, 그 즉시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곤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한다. 그의 지시에 반발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의 이 문제가, 팀 케미스트리뿐만 아니라 시메오네를 향한 신뢰 역시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건 장차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욘 없다.
다행히도 추가적인 문제 없이 상황은 수습되었고, 우린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회복 훈련을 시작했다.
삐친 어린아이처럼 입이 툭 튀어나온 앙투안 그리즈만의 곁엔, 그의 절친한 벗들인 케빈 가메이로와 토마스 파티가 자리한 상태다.
“쉽지 않아. 안 그래?”
“하하. 무슨 의미야?”
“그냥 그렇다는 거야.”
“Relajate(진정해) Amigo, 네가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건지 너무 잘 알 것 같거든?”
“큭큭큭. 그래?”
“응.”
가비는 최근, 틈만 나면 완전 이적을 생각해 보라 권유하고 있다. 지금도 쉽지 않다고 말을 했는데, 이는 그리즈만으로부터 권력을 가져오는 것을 뜻한다.
아무리 농담이라지만, 임대생인 내게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완전 이적을 권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진심이야. 생각해 봐.”
“생각쯤이야, 뭐.”
“생각만 하려는 건 아니지?”
“글쎄. 잘 모르겠는데?”
아틀레티코에 적응해 가면서 알게 된 거지만, 그리즈만은 최근 1년 사이에 신뢰를 많이 잃었다.
2015년 여름 첼시의 관심을 거부하며 아틀레티코에 대한 충성을 노래해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것과는 별개로, 팀 내에서 너무 안하무인 했기 때문이다.
리그 첫 두 경기에서 부진했을 때의 인터뷰 때도, 자신이 놓친 득점 기회는 생각하지 않고 팀 전체를 겨냥한 날카로운 말들만을 쏟아 냈다.
이에 사울 니게스가 곧바로 반박했는데, 본인만 승리를 바란다는 식으로 말하지 말란 뉘앙스였다.
내심 그리즈만을 차기 리더로 생각했던 이들 역시, 해당 인터뷰 후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외에도.
“뤼카! 뤼카!!”
“?”
“Allez! Se Presser!”
“하아~”
자연스럽게 내 곁으로 온 뤼카를 그리즈만이 부르고, 몰래 한숨을 내쉰 뤼카가 어깨를 으쓱이면서 그리즈만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유독 그리즈만은 같은 프랑스인들을 챙기고 있었는데, 어느 때보다 많은 불어(佛語)가 들려왔다.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어 보인 후안프란이 고개를 가로젓고, 그와 시선을 맞추었던 나는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한 후에 훈련을 마무리했다.
클럽하우스로 들어가 점심을 먹고, 오후 비디오 분석을 끝내면 일정이 마무리된다.
잘 차려진 음식을 적당히 접시에 덜어낸 뒤, 나는 평소 함께하는 이들과 테이블을 함께했다.
“응? 여기 비었어?”
“응.”
“…….”
뤼카의 빈자리를 확인한 사울 니게스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프랑스 친구들이 모인 자리를 발견하곤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심하다는 듯 작게 숨을 내쉰 것은 물론이다.
그리곤, 테이블 위에 접시를 얹었다.
“여기 앉아도 되지?”
“그럼. 나야 좋지.”
본래 레알 마드리드의 유스 소속이었던 사울은 14살이 되던 해에 아틀레티코로 팀을 옮겼다.
그 이유는 따돌림 때문인데, 클럽하우스 라커룸에서 발생한 도난 사건의 주범으로 몰려 스스로 죄를 인정할 때까지 훈련장 출입을 금지당했다.
하지만 정작 진짜 범인은 따로 있었는데, 레알 마드리드 유스 내에서도 질 나쁘기로 소문난 무리의 리더가 사울의 축구 실력을 질투해 벌인 일이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의 유스는 이런 사울의 주장을 믿지 않았고, 이를 계기로 따돌림을 받게 된 사울은 상처를 받고 팀을 떠나게 되었다.
그랬던 사울을 따뜻하게 맞이해 준 곳이 바로 아틀레티코였고, 그래서 이 친구는 이곳에 애정이 많다.
앙투안 그리즈만의 인터뷰에 즉각 반발했던 것도, 누구보다 이곳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축구화 마음에 들더라.”
“그래?”
“응. 대체 그거 뭐야?”
식탁에 합류한 사울은 어제 내가 신었었던 축구화에 큰 관심을 표현해 왔다.
지난번에는 태극기에서 영감을 딴 아영이의 옷에도 관심을 가졌었는데, 그런 문양이 취향인 것 같다. 평소에도 얼룩말이라든가 빨/파가 섞인 옷을 자주 입는다.
“줄까? 발 사이즈가 어떻게 되는데?”
“40. 줄 수 있어?”
“뭐?! 40? 진짜??”
“42!! 크흠. 순간 착각했어.”
“……너는 네 발 사이즈도 착각하는 거야? 매일같이 축구화를 몇 번이나 갈아 신으면서?”
“큭큭큭큭.”
당황하는 사울을 보며, 테이블에 앉아 있는 다른 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금방 사울이 말한 40인 한국식으로는 260을 뜻했는데, 이곳에서 발이 작다는 것은 곧 남성 심벌의 크기 역시 작다는 의미인지라 농담거리가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코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알겠어. 40. 준비할게.”
“……그, 그건 미신이거든?”
“그래. 쪼꼬미 사울아.”
“푸핫-!”
사울이 자리를 잘못 온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내어 쉬고, 그 모습에 잔뜩 웃음을 터뜨렸던 우리는 이후 주제를 바꿔 가며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갔다.
아무래도 사울은 이 테이블이 마음에 드는 것 같다. 조금도 쉬지 않고 대화를 이어 나갔던 것이다.
“꽤 수다스러운 남자네.”
“그러게. 나도 저런 모습은 처음 봤어.”
“진짜?”
“응.”
“!@%@^#%!!”
“응?”
“??”
식사 후 낮잠을 자기 위해 얀과 함께 걸음을 옮기고 있을 무렵,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던 중 한쪽에서 들려오는 큰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한낮의 햇살이 스며드는 로비의 소파 한쪽에서, 앙투안 그리즈만이 열심히 통화를 하는 중이다.
불어인 데다가 워낙 빠르게 말을 하고 있어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뭔가 불만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
“뭐 해? 가자.”
“응.”
옥상에 놓인 썬 베드를 찾아 걸어가는 길.
그리즈만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 @!#??”
***
2016년 9월 27일. 85356 뮌헨-플루그하펜, 독일. 노르트알리 25. 뮌헨 국제공항.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그룹 스테이지 경기를 하루 앞두고,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단과 주요 보드진이 전용기에 탑승했다.
여전히 무패를 유지 중인 바이에른 뮌헨이지만,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최근의 경기력을 우려하고 있었다.
사흘 전에 있었던 함부르크 SV 원정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시종일관 답답한 경기를 펼치다가 후반 43분에 터진 요주아 키미히의 결승골로 간신히 승리를 거뒀다.
물론 경기를 지배했고 결과적으로도 승점을 챙기긴 했지만, 기대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야기는 어찌 됐습니까?”
“사람 좋게 웃어넘기더군.”
“…….”
“오히려 내게 축구에 대해 가르치려고 했어. 잘할 때와 그렇지 못할 때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더군.”
“…….”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의 대답에, 미하엘 레쉬케가 표정을 굳힌다.
카를로 안첼로티의 말처럼 축구에는 등락(登落)이 존재하긴 하지만, 단순히 운이 없었던 것과 전조(前兆)가 겹치며 드러나게 되는 경기력 저하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것을 올바르게 구분하는 것 또한, 훌륭한 축구 감독이 되기 위한 조건 중에 하나다.
“어쩌면 카를로의 말이 옳을 수도 있어.”
“네?”
“우리가 너무 집착하는 것일 수도 있지.”
물병을 들어 올린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뚜껑을 비틀어 마른 목을 축인다.
그러곤, 멈췄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는 챔피언일세. 펩과 다온이 있건 없건, 그건 달라지지 않아. 그리고 또 지금까지 패배가 단 한 차례도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카를로에게도 시간이 필요할 수 있어. 어쩌면 우리가 그에게 너무한 것일 수도 있지. 그리고…….”
“그리고?”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
입을 꾹 다문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시선을 밖으로 가져가고, 맞은편에 앉은 미하엘 레쉬케를 바이에른 뮌헨의 스태프가 불러냈다.
그렇게 혼자 남겨진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여전히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집착일 뿐이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임대가 된 후에도, 김다온은 여전히 뮌헨 내부에서 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선수단 내에서의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지만, 그 외의 모든 부분에서는 오히려 함께할 때보다 더 바이에른 뮌헨과 가까이 있는 듯했다.
당장 내일 펼쳐질 경기만 봐도 그렇다.
유럽을 통틀어 가장 명성 높은 미디어들이 서로 앞다퉈가며 ‘Da-On Derby’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고작 9월의 경기일 뿐인데, 이번 시즌 바이에른 뮌헨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시합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아틀레티코가 패배해도 잃는 건 패배에 뒤따르는 의미 그 자체뿐이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생각보다 더 많은 걸 잃게 될 것이라고 겁을 주고 있다.
지난 함부르크 SV 원정은, 이런 분위기에 따른 부담감이 선수단에 작용한 것처럼 느껴졌다.
“회장님?”
“응?”
“벨트를 착용해 주세요.”
“오, 잘 알겠네.”
“네.”
친절한 미소를 지어 보인 전용기의 스튜어디스가 한쪽으로 이동하고,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벨트를 채우는 사이 자리로 돌아온 레쉬케가 곁에 앉는다.
그리고 조금 뒤, 마드리드로 향하는 비행기의 바퀴가 움직인다. 동시에, 레쉬케가 몸을 옆으로 살짝 기울였다.
“카를로가 염려하지 말라더군요.”
“…….”
“준비를 단단히 했다고 합니다.”
“알겠네.”
“네.”
미하엘 레쉬케의 대답과 함께 비행기가 점점 더 가속도를 붙여 가고, 육중함을 뽐내며 날아오르기 시작한 바이에른 뮌헨의 전용기가 활주로를 완전히 벗어난다.
경로를 찾기 위해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던 기체가 다시 수평을 되찾은 것도 잠시.
“!”
난기류를 만나게 된 바이에른 뮌헨의 전용기가 요란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덜컹-
덜컹, 덜컹!
평소보다 더 유별난 떨림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다.
“…….”
“…….”
원초(原初)적인 공포가 전용기 내의 사람들 사이에 내려앉고, 마침내 난기류를 벗어나 안정을 되찾았을 땐 많은 이들이 진땀을 흘린 뒤였다.
기내를 안정시키기 위한 기장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마침내 평온을 되찾은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단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 모습을,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뒤쪽에서 전부 지켜보고 있다.
“후우~ 좋지 않아.”
이제 완전히 구름 위에 올라선 바이에른 뮌헨의 전용기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는 듯 평온하게 여정을 계속 이어 나가고 있었다.
***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제외하고, 근래 가장 흥미로운 시합. – 기옘 발라게(기자 겸 축구 논평가) Via Tw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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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국 리그와 자국 리그의 클럽 외에는 관심이 없었던 사람일지라도, 이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는 반드시 시청해야 한다. – 필립 오클레어(프랑스 축구 저널리스트) Via Tw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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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 휴식을 취할 것이다. 훌륭한 맥주와 먹을거리를 테이블에 놓아두고, 휴대폰을 꺼둔 채 마드리드에서 펼쳐질 축구 경기를 TV로 관람할 생각이다. – 조나단 윌슨(작가 겸 축구 저널리스트) Via Tw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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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선수를 임대로 내보낸 팀 VS 그 임대로 보낸 선수를 보유한 팀. 대체 어떻게 이런 경기를 거부할 수 있단 말인가? – 개리 리네커(축구 방송인) Via Tw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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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에게는 잔인한 말이지만, 그들은 보드진이 멍청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워야 할 것이다. – 레녹스 베이커(기자) Via Tw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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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데, 내일만 시티의 경기를 생방송으로 보지 않으면 안 될까? – 리암 갤러거(오아시스의 보컬) Via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