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60)
659화 Efecto Daon (14)
아틀레티코의 유니폼을 입고 뮌헨의 동료들을 만나는 건 생각보다 조금 더 힘들었다. 살면서 겪었던 상황 중 손에 꼽힐 정도의 어색함이 찾아들었던 거다.
복도에서 마주쳤던 제롬은 묘한 시선만을 던지며 멀어져 갔고, 로번과 하피냐는 짧은 인사만을 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그라운드로 나서 몸을 풀면서도, 자꾸만 하프라인 너머로 향하는 시선을 멈출 수가 없었다.
물끄러미 그곳을 바라보다 내 모습을 확인한 후엔, 괜히 스스로 어색해져서 몇 번이고 옷을 매만졌다.
하지만 마지막 망설임도 거기까지였다.
“후우- 가자.”
찰싹-!
양손으로 뺨을 두들긴 뒤, 난 자리에서 일어선다.
.
.
.경기 시작 05분 전
아틀레티코 0 : 0 바이에른 뮌헨
임대생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현재 내가 입고 있는 유니폼과 나를 향해 응원의 목소리를 높여 주는 팬들뿐이다.
그것이 현재 나의 신분을 말해 주고, 누구를 위해 뛰어야 하는지도 알려 준다.
나는 현재 로히블랑코스(Rojiblancos)다.
적과 백.
그리고 파란 바지와 양말.
오늘도 나의 발에는 내가 입고 있는 유니폼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The One Korea Edition’이 신겨져 있다.
복도를 빠르게 지나친 후,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걸어 가장 뒤쪽에 섰다. 이런 나를 티아고가 슬쩍 바라보았는데, 난 그런 그의 시선을 무시했다.
때마침, 오늘 경기에 함께 입장할 에스코트 키즈가 등장했다. 고개를 돌려, 씩씩한 표정의 아이와 인사를 나눈다.
“올라. 용감해 보이네.”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는 무척 행복해 보인다. 사전에 전해 듣기론, 오늘 초청된 아이들은 시즌권을 구매한 서포터의 자녀들이란다.
특별한 우대 없이 순수 추첨으로만 뽑혔는데, 가까운 미래 이곳에 있는 아이 중 몇몇은 축구선수의 길을 걸을 거다.
어쩌면 이미 어딘가의 유스 클럽에서 축구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디를 응원하니?”
“아빠는 레알. 엄마는 아틀레티코. 그리고 저도 아틀레티코요! 알레띠-!”
“하하.”
눈이 초롱초롱해진 아이가 내 손을 꼭 부여잡은 순간, 입장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챔피언스 리그의 테마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오늘 치러지는 경기가 어떠한 무대인지, 이 노래는 늘 모두를 대변해 스스로 말해 준다.
“가자.”
“네!”
앞에서 움직이는 동료들의 속도에 맞춰, 나는 아이와 함께 발걸음을 옮긴다.
밖으로 나서 바라본 전광판엔, 최근 이틀 동안 수도 없이 보았던 프로모션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WE BECOME WEAK.
NOS VOLVEMOS DEBILES.
우리는 약해진다.
바이에른 뮌헨을 만날 때면 약해지곤 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지난 3년이 100초 정도의 길이로 편집된 영상 속에서 차례대로 나타난다.
포효하는 토마스 뮐러.
미소 짓는 펩.
반면 득점 기회를 놓친 그리즈만은 좌절했고, 시메오네는 피곤한 표정이 되어 이마를 매만진다.
그리고 다시 나타나는 문구.
WE DOUBT OURSELVES.
NOS DUDAMOS.
우리는 스스로를 의심한다.
영어/스페인어/한국어로 된 세 줄의 문장이 화면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양 팀의 치열한 공방전이 빠르게 오가는 가운데 다시 또 다른 문구가 떠오른다.
WE DOUBT OUR BELIEVES.
DUDAMOS NUESTRAS CREENCIAS.
우리는 우리의 믿음을 의심한다.
영상은 점점 더 절정을 향해 가고, 득점에 성공한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이 모여 기뻐하는 장면에서 화면은 조금씩 더 느려지기 시작한다.
어느새 움직임이 멈추고, 화면 속 화질이 깨어지며 영상은 내게로 점점 포커스가 맞춰진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기뻐하는 나.
저 속에서 난 뮌헨의 선수다.
“…….”
순간, 암전되는 화면.
검은색 배경에는 다시 흰색 글씨가 떠오른다.
AND WE DOUBT THE LAW.
Y NOSOTROS DUDAMOS DE LA LEY.
그리고 우리는 규칙을 의심한다.
BUT TODAY.
PERO HOY.
그러나 오늘.
둥-!
{“이예에에에에에에에에-!!!!!!!”}
다시 밝아진 화면 속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입고 환하게 웃는 내가 있었다.
저건, 메디컬테스트 이후에 찍은 입단 사진이다.
그리고 그에 맞춰.
YOU ARE THE LAW.
TU ERES LA LEY.
네가 바로 규칙이다.
화면 속 마지막 문구가 떠올랐고,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던 팬들은 이제 이렇게 외친다.
{“¡¡Daon es nuestro jugador!!”}
{“¡¡Daon es nuestro jugador!!”}
{“¡¡Daon es nuestro jugador!!”}
내가 그들의 선수라고.
이제는 교차편집 된 양 팀의 주요 선수들과 활약 장면이 화면에 흐른다. 연이어 그물을 흔들고, 셀레브레이션을 위해 환호하는 우린 모두가 승리자처럼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둥-!
화면은 세로로 반반 나뉘었고, 마찬가지로 반반 나뉘게 된 나는 아틀레티코와 바이에른 유니폼의 유니폼을 좌우에 각각 걸치고 있었다.
그렇게 프로모션 영상이 끝나고, 완전히 열광한 팬들이 계속 같은 문구를 연호한다.
{“¡¡Daon es nuestro jugador!!”}
{“¡¡Daon es nuestro jugador!!”}
{“¡¡Daon es nuestro jugador!!”}
어느새 앞으로 다가와 나를 비추고 있던 카메라의 렌즈와 잠깐 눈을 마주친 뒤, 난 고개를 숙여 앞에 선 아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
(이안 다크) – BT SPORTS 코멘테이터
“지금까지 이런 경기가 과연 있었을까요? 너무 많은 이야기가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BEST PROMOTION EVER! 조금 전에 시청하셨을 영상으로도, 오늘 경기의 의미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건 단순한 챔피언스 리그 그룹 스테이지 경기가 아닙니다. DA-ON DERBY. 클럽의 역사와 악연 등이 쌓인 더비는 지금껏 많았습니다만, 한 선수가 더비를 만들어 낸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런 플레처) – BT SPORTS 공공-코멘테이터
“과장을 조금만 더 보태자면,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포기하고라도 볼 가치가 있는 경기입니다. 다온은 현재 명실상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축구선수이자, 아마 현시점 가장 많은 주목을 얻고 있는 선수일 겁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소속된 클럽도 명확하지 않죠. 현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뜁니다만 임대이고, 아마 내년 여름 바이에른 뮌헨을 떠날 겁니다. 지금껏 이런 경우는 없었어요.”
(이안 다크)
“참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경이로움을 안겨다 주는 선수입니다…….”
.
에스코트 키즈가 자리를 떠나고, 아틀레티코의 일원으로서 사진을 찍은 나는 몸을 돌려 위치를 찾아 달려갔다.
나를 향한 구호를 멈추고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한 팬들을 향해, 양손을 들어 올려 박수를 보낸다. 그러곤 자리를 잡은 뒤, 가벼운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현재 그라운드 한쪽에서는 가비와 필리프가 선공권과 골대를 두고 동전 던지기를 하고 있다.
그러다 고개를 다시 관중석으로 가져갔을 때, 나는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대문짝만하게 적어 어필 중인 한 무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오늘은 저기네.’
지금 막 축구화와 유니폼을 줄 사람들을 정했다.
표를 구하는 것만 해도 힘들었을 건데, 나를 보겠다고 멀리 한국에서 온 분들이니 선물을 받고 돌아갔으면 한다.
물론 가장 기본적인 선물은 승리다.
그건 또 나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이쪽이야!! 이쪽!!”
위치를 바꿀 필요 없다고 외치는 가비의 표정으로 보아, 선축은 뮌헨이 가져간 것 같다.
“후우~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할 수 있어.”
언제부터인가 주문처럼 외우기 시작한 혼잣말을 되뇌며, 휘슬이 울리기를 기다린다. 오늘은 폴란드 출신의 시몬 마르치니아크(Szymon Marciniak) 씨가 주심을 맡았다.
1981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축에 속했는데, 그의 세대에서 가장 훌륭한 심판이란 이야기를 듣고 있다.
성향 자체는 몸싸움에 관대한 편이지만, 카드를 주는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하다.
가장 무난하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까다롭다.
오늘은 수비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설픈 눈속임은 통하지 않을 거다.
‘주심까지 확인했고. 그럼?’
센터서클에 선 레비와 토마스가 킥오프를 준비 중인 가운데, 마침내 휘슬이 불리며 경기가 시작되었다.
볼은 뒤쪽으로 크게 돌았고, 바이에른 뮌헨은 후방에서 패스를 주고받으며 우리의 라인이 어느 정도 지점에서 형성되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다 사비가 아래로 내려서서 볼을 받아들었고, 슬쩍 오른쪽을 바라보더니 이쪽으로 긴 패스를 보내왔다.
토마스 뮐러가 낙구 지점으로 달려와 경합을 펼친다. 나는 왼쪽 어깨와 손을 사용해 그를 가로막았고, 기어코 점프한 녀석은 축구공에 머리를 가져다 댄다.
하지만 나는 굳이 점프하지 않고, 뮐러의 머리에 맞고 흐르는 축구공을 쫓아 움직였다.
흘러가는 축구공에 발을 거의 가져간 순간, 오른편에서 누군가가 달려와 몸을 강하게 부딪쳐 왔다.
쿵-!!!
“흐억-!”
헉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큰 충격이 전해져 왔고, 왼쪽으로 튕겨 나가며 바닥을 구르기 시작한 나는 통증이 느껴지는 갈비뼈 부근을 부여잡고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전반전이 시작되고 30초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내 유니폼에 흙이 묻고 있다.
축구선수로서 딱히 대수로운 건 아니지만, 아픔으로 인한 짜증이 조금씩 밀려오려 하고 있었다.
쿵-! 쿵-!
통증을 잊으려 주먹과 발바닥으로 피치를 두들기던 와중, 팀 닥터인 호세 곤살레스(Jose Gonzalez)가 달려와 머리맡에 가방을 내려다 두었다.
그는 내게 아픈 부위를 물었고, 얹어져 있던 왼손을 두들긴 곳 주변으로 시원한 파스가 뿌려지기 시작한다.
“경고를 받았어요?”
“아니. 그렇진 않아.”
“왜요?”
“글쎄.”
조금 전 카드를 주는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하다 했던 말은 취소다.
대체 어떻게 이걸 그냥 넘어가?
그보다.
“누구였죠?”
“비달.”
“…….”
“그것참 환영식 한번 거하네. 안 그래?”
“벌써 12월이 기대될 정도로요.”
“하하하.”
12월 6일, 2016/17 챔피언스 리그 D조의 그룹 스테이지 마지막 경기가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농담에 웃어 보인 호세가 몸을 일으켜 보자고 권유를 해 오고, 나는 보조해 주려는 그의 손길을 점잖게 사양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비센테 칼데론에 모인 팬들이 큰 박수를 보내어 왔다.
“그거 있죠?”
“?”
“저는 오늘 저들을 위해서 뛸 거예요.”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기뻐하겠네.”
“승리한다면 더 기뻐하겠죠.”
사이드라인 밖으로 벗어난 뒤, 유니폼을 들어 올려 비달에게 들이받힌 부위를 확인해 본다. 특별한 상처는 없고, 대신 갈비뼈 부근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다.
{“휘-익!!”}
{“휘?익! 휙-!!”}
“응?”
갑자기 휘파람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들어 보니, 상의를 들어 올린 내 모습이 고스란히 전광판을 타고 있었다.
아영이가 아무한테 보여 주지 말라고 했는데.
‘혼나겠네.’
멋쩍은 얼굴로 유니폼을 다시 정돈한 나는, 주심이 이쪽을 바라보기를 바라면서 손을 들어 올렸다.
부심의 사인을 확인한 시몬 마르치니아크가 고개를 돌리더니, 안으로 들어와도 좋다는 수신호를 보내어 왔다.
“저는 가요.”
“그래. 다치지 말고.”
“네!”
그렇게 다시 피치를 밟은 순간,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 비달이 씨익 웃으면서 윙크를 했다. 호세의 말대로, 조금 전의 파울은 일종의 환영식이었던 것 같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더 가벼워짐을 느꼈다.
뮌헨이 나를 분명한 적(敵)으로 규정했다는 것을 확인한 느낌이랄까?
‘오히려 좋아.’
계속해서 조금씩 굳혀 가고 있는 결의를 한층 더 다지며, 나는 패스를 받아 든 토마스 뮐러를 조금 과격하게 넘어뜨렸다.
당연히 주심은 휘슬을 불었고.
{“예에-!!”}
{“그거지-!!!!”}
{“바로 그거야-!!!!!!”}
팬들은 나의 파울에 환호했다.
그리고 나 역시.
“할로, 토마스.”
“?!”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
뮐러의 신경을 자극하는 한마디를 던졌다.
아무래도 오늘 난, 옛(?) 동료들로부터 미움을 받게 될 운명인 것 같다.
***
.전반 06분
아틀레티코 0 : 0 바이에른 뮌헨
카를로 안첼로티의 부임 이후,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뮌헨의 선수는 티아고 알칸타라였다.
탈압박이나 방향 전환과 같은 창의성을 부여한다는 역할에서 벗어나, 피치에서 발생하는 모든 영역에 관여하는 박스-투-박스의 역할을 부여받기 시작한 것이다.
펩 과르디올라가 티아고의 수비력을 약점으로 여겨 그것을 감추려 했다면, 카를로 안첼로티는 티아고의 활동량이 얼마든지 수비적인 기여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 결과, 티아고 알칸타는 현시점까지 안첼로티의 뮌헨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로 발돋움했다.
{“워어-!”}
절묘한 턴 동작으로 가비 페르난데스의 압박에서 벗겨 낸 후, 드리블 전진을 택한 티아고 알칸타라가 아틀레티코의 진영 중간 지점에 선다.
하나 그 순간, 불쑥 등장한 누군가의 쭉 뻗은 발이 티아고의 발밑에서 축구공을 밀어낸다.
“??”
조금 전, 티아고는 김다온의 위치를 확인해 두었다. 그는 분명 오버랩을 시작한 필리프 람을 경계하고자 측면으로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여 줬었다.
한데 고작 몇 초 만에 가까이 다가와 기술적인 태클로 볼을 건드렸다.
눈앞을 스쳐 지나가려는 김다온을 본 티아고의 손이 무심결에 움직이고, 어깨를 부여잡은 후 아차 싶어 손을 떼 보지만 이미 상대는 절반쯤 넘어진 상태였다.
쿵-!
{“에?이!!!”}
삑-!!
“…….”
당했다는 생각에 티아고가 눈을 감으며 고개를 들어 올리고, 짧은 머리카락을 손바닥으로 쓸어 올린 스페인의 미드필드가 불만 가득한 도리질을 시작한다.
“바보 같으니라고…….”
티아고는 이제야, 자신이 누구를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깨닫는다. 김다온이 저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은 수도 없이 경험해 봐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뮌헨에서 함께 훈련할 때도, 김다온은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쑥 나타나 태클을 걸어왔다.
한정적인 인간의 시야와 집중력의 맹점(盲點)을 여지없이 파고드는 김다온의 수비는, 왜 그가 파울로 말디니와 비견되고 있는지를 말해 준다.
동료였을 때에는 그것이 참 든든하기 그지없었는데, 적으로 마주한 지금은 골치가 아파 오는 사실이다.
“후우-”
내쉰 숨과 함께 미련을 털어 버린 티아고가 돌아서고, 그러는 사이 김다온을 향해 달려온 가비가 손을 뻗어 동료를 일으켜 세웠다.
조금 전 티아고에게 탈압박을 허용했던 건, 가비 페르난데스의 명백한 실책이었다.
디에고 시메오네는 수비의 도전을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 도전한다면 반드시 성과를 거두어야 하고, 최소 반칙을 해서라도 상대가 공격을 연결해 나아가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는 게 시메오네의 철학이었다.
한데 그런 자신의 실책을 김다온이 절묘한 수비로 덮어 줬다. 되레, 볼을 빼앗아 오기까지 했다.
“덕분에 살았어.”
“별말을 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전달한 한 마디에 김다온이 답해오는 것을 보며, 가비 페르난데스는 다시 한번 아찔했던 상황을 넘긴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어 쉰다.
김다온이 팀에 합류한 후, 가비 페르난데스는 피치 위에서 조금 더 많은 자유를 얻은 느낌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김다온이 뛰는 영역을 아예 제쳐 두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놀라기도 했다.
지난 시즌부터 현대 축구의 화두(話頭)로 떠오른 하프 스페이스.
그리고 이 하프 스페이스에 누구보다 정통한 펩 과르디올라가 인정한 김다온은, 자신이 뛰는 왼쪽 영역을 완벽하게 점유하며 팀 전체의 전력을 상승시키고 있다.
예전보다 공격에 더 많은 힘을 실을 수 있게 된 코케는 평소보다 더 많은 슈팅과 키(Key)패스를 날리기 시작했고, 필리페 루이스의 오버랩 역시 한층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자신 역시, 앞뒤로 더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며 활동폭을 넓힐 수 있었다.
야닉 카라스코에게는 무척 미안한 말이지만, 그가 뛸 때와 김다온이 뛸 때 가비 페르난데스가 느끼는 차이는 한 명이 적고 아니고의 수준이었다.
물론 김다온이 뛸 때가.
‘한 명이 더 많아.’
아직 슈팅이 나오지 않은 경기는, 계속해서 팽팽한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평소처럼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뮌헨의 앞에, 아틀레티코는 단단한 방패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 현재 아틀레티코의 방패에는 가시가 잔뜩 돋쳐 있다는 것이다.
과거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만났을 때처럼 뮌헨은 계속해서 공세를 가해 오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충격을 받는 것은 그들인 것처럼 느껴졌다.
전반 9분이 지났을 땐, 오히려 아틀레티코가 뮌헨의 진영에서 볼을 점유하고 있었다.
그리즈만을 향한 사울 니게스의 패스가 제롬 보아텡의 좋은 위치 선정에 가로막히고, 즉각적인 전방 압박에 사비 알론소가 앞으로 빠르게 볼을 보낸다.
가장 앞쪽에 있는 레반도프스키를 겨냥한 패스였지만, 굴러가는 방향이 다소 부정확하다.
축구공이 발을 가져간 순간 결과를 예감했던 사비 알론소가 인상을 찌푸리려는 찰나, 볼을 가로챈 가비 페르난데스가 막아서는 티아고를 피해 왼쪽으로 패스를 보냈다.
그리고 그곳엔.
“!!”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던 김다온이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위기 경보가 작동한다.
[이봐아-!!!] [막아!!!]다급한 외침이 피치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뭔가를 직감한 하비 마르티네스가 앞으로 달려 나간다.
오른발 앞쪽으로 퍼스트터치를 가져간 김다온은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골대를 바라보고 있다.
‘슈팅이야.’
페널티 박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김다온에게 자유로운 슈팅을 허락한다는 건, 피치에 천둥 번개가 곧 내리치게 될 거라는 뜻이었다.
예전이라면 누구보다 그것을 반겼을 테지만, 지금 하비 마르티네스에게 이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악몽이었다.
축구공 옆에 왼발을 가져다 둔 김다온의 오른발이 뒤로 젖혀지고, 어금니를 꾹 깨문 하비 마르티네스가 오른발부터 몸을 들이밀며 몸을 왼쪽으로 돌린다.
세상의 그 어떠한 축구선수도, 김다온이 전력으로 걷어찬 축구공에 몸통 정면을 들이밀진 못할 것이다.
고통을 각오한 하비 마르티네스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눈을 꼭 감았던 그는 띄워 올린 발이 다시 땅바닥에 닿은 뒤에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에 의문을 느낀다.
‘응?’
또 다른 본능이 작동해 감았던 눈을 다시 뜨는 하비 마르티네스. 그는 눈앞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따라 고개를 돌린다.
그런 그의 눈과 고개가 멈춘 곳엔,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한 김다온이 있었다.
파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