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62)
661화 Efecto Daon (16)
# 하프타임
@ 바이에른 뮌헨의 드레싱 룸
카를로 안첼로티의 분노가 휩쓸고 지나간 바이에른 뮌헨의 드레싱 룸에 크나큰 실망감이 찾아들었다. 헤어드라이어를 쓰기엔, 적절치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다수의 이들은, 카를로 안첼로티가 분노하는 대신 전술적인 해법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믿었다.
프리시즌 포함 안첼로티가 뮌헨을 지도한 지도 3개월이 다 되어 가지만, 미드필드 3인방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재조정한 것 외에는 아무런 특색이 보이지 않았다.
도르트문트와의 DFL-슈퍼 컵에서 처음으로 역습 전술을 통해 승리를 거둬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 안첼로티의 축구는 기존 뮌헨의 것을 그대로 답습한 것에 불과했다.
하인케스와 과르디올라의 시대에 큰 성공을 거둔 클럽을 순식간에 바꿀 수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너무 무색무취했다.
부정적인 감정이 짓눌린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단 사이에 침묵이 찾아들고, 결국 주장 필리프 람이 나서서 엉망이 되어 버린 드레싱 룸을 정돈한다.
“어렵지만 힘을 내어야 할 때야.”
“…….”
“아틀레티코는 분명 전보다 더 좋은 축구를 하고 있어. 그리고 우린 거기에 미치지 못했지.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았어. 그러니 추가 실점을 막자. 길게 내다보고, 최소 이 상태에서 경기를 끝내야 해. 알겠지?”
사실상 승리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말이나 다름없었지만, 남은 이들이 보기에도 그것이 최선처럼 느껴졌다.
선수들을 잘못된 방법으로 대한 감독과 그것을 수습하는 주장을 지켜보며,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또 한 번 큰 좌절을 경험한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지경이 되었을까?
전반전 경기력에 대한 것보다, 드레싱 룸에서의 모습에서 루메니게는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을 느끼고 있었다.
그를 더 슬프게 만드는 건 현재 선수단 중 누구도 안첼로티에게 화를 내지도, 그렇다고 그를 두둔하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인 프랑크 리베리와 아르연 로번조차, 그럼 그렇지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별도로 진행했던 미팅 자리에서 [“뮌헨의 훈련보다 유스팀의 훈련이 더 낫다.”]라는 말을 한 로번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루메니게다.
그것은 단순히 훈련만을 놓고 말하려던 건 아니었다. 감독과 선수들이 신뢰를 쌓을 시간에 관한 부분이다.
[“카를로는 우리와 친해질 마음이 없어요.”] [“그는 독일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의 방에 가 봤어요? 온통 이탈리아 와인뿐이에요. 그리고 따로 식사할 때는 이탈리안만 먹죠.”] [“카를로는 우릴 존중하지 않아요.”] [“그는 분데스리가를 존중하지 않아요.”] [“그를 믿을 수 없어요.”] [“믿지 않아요.”] [“카를로는…….”]선수단이 후반전을 준비하기 위해 드레싱 룸을 떠나고, 홀로 남겨진 루메니게가 텅텅 비어있는 공간의 한쪽으로 걸어가 힘없이 털썩 주저앉는다.
입을 조금 벌리고 멍한 표정이 된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은 초점 없는 눈으로 한곳을 바라본다.
그곳은 바이에른 뮌헨의 13번을 단 선수가 사용하고 있는 라커였다.
‘정말 이게 뮌헨이란 말인가?’
라커 벽에 걸린 하피냐의 보조 유니폼을 쳐다보며, 루메니게는 서서히 무너지는 자신을 느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이토록 허무할 줄은 몰랐다.
4개월 전 빅이어를 들어 올렸던 일이 마치 4년 전의 일처럼 느껴지고 있다.
괴로워하며 머리를 쥐어뜯는 중년 남성의 모습은 썩 보기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뮌헨의 회장은 계속해서 괴로워할 뿐이었다.
아직 경기가 45분이나 남았다는 게, 고통스러운 고문과도 같아 견딜 수 없는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다.
유럽 축구 리그에서 클럽의 쇠락이란, 자연재해와도 같이 갑작스럽고 또 막을 수도 없는 것이다.
***
우려 속에서 시작되었던 후반전.
바이에른 뮌헨은 잘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이야아아아아아-!!!!”}
“…….”
필사적이고 또 처절했던 뮌헨의 노력은 후반 20분에 터진 앙헬 코레아의 득점으로 수포가 되어 버리고 만다.
전광판에 적힌 3:0이라는 스코어에, 모처럼 멀리 취재를 떠나온 크리스티안 폴크는 말문을 잃는다. ‘Sport BILD’에 소속된 이 베테랑 기자는 독일에서 가장 저명한 남자 중 하나다.
유럽축구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인맥을 바탕으로, 늘 양질의 소식을 사람들에게 전해 주었다.
그리고 그는 1971년 바이에른주(州) 란츠후트(Landshut)에서 태어난 이후 줄곧, 누구보다 열렬한 바이에른 뮌헨의 지지자로 살아왔다.
1999년 5월 26일, 바르셀로나 캄 노우의 한곳에 있을 때도 말이다.
.
.
.후반 20분
아틀레티코 3 : 0 바이에른 뮌헨
(이안 다크) – BT Sports 코멘테이터
“바이에른 뮌헨이 무너집니다!! 이번에는 앙헬 코레아!! 판타스틱했던 연계를 왼발로 가볍게 마무리를 해냅니다! 아틀레티코의 3:0 리드! 처음으로 치러지는 Daon Derby의 승자는 이미 정해진 것처럼 보입니다!!”
.
인생 첫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경험했었던 날, 크리스티안 폴크는 그 자리에 있었다.
팬이 아닌 기자로서 취재를 위해서였지만, 당시 크리스티안 폴크는 자신이 평생 응원해 온 클럽이 UEFA 챔피언이 되어 주기를 간절히 원했다.
당시 바이에른 뮌헨은 올리버 칸, 로타어 마테우스, 슈테판 에펜베르크, 카르스텐 얀커(Carsten Janker)와 같은 선수들이 이끌던 강호였다.
조별 예선부터 각국의 클럽을 박살 내며 결승전에 올랐고, 1992/93 시즌부터 EPL의 지배자로 군림해 온 알렉스 퍼거슨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만났다.
그리고 전반 6분, 마르오 바슬러(Mario Basler)의 득점이 터져 나오면서 좋은 출발을 끊었다.
이후 양 팀은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지만, 후반 정규 시간이 종료될 때까지도 점수에는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대기심이 추가시간을 알렸고, 바바리안들은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Jaap! Jaap Stamp is a big Dutch Man!!”}]오랜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에겐 트라우마처럼 남게 된 응원가가 후반 추가시간 1분부터 연이어 울려 퍼지기 시작했었다.
골키퍼까지 참여했던 코너킥. 드와이트 요크가 불안정한 자세로 띄워 올린 킥을 옌스 예레미스(Jens Jeremies)가 걷어 냈지만, 축구공은 페널티 아크에 있던 라이언 긱스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거기에 오른발을 가져다 댈 수밖에 없었던 라이언 긱스의 발리는 힘없이 굴러갔고, 누구도 그것이 문제가 될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매우 묘한 위치에, 있어서는 안 될 남자가 서 있었다.
바로.
[{“Oh~ Teddy Sheringham!!”}]착잡한 표정으로 이마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던 크리스티안 폴크의 머릿속에, 오프사이드를 주장하려다가 그대로 머리를 감싸 쥐던 메멧 숄(Mehmet Scholl)의 모습이 떠오른다.
왜냐하면 그때의 자신 역시 같은 행동을 취해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 클럽의 우승을 예감했던 주변의 다른 기자들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었다.
그리고 2분 뒤.
데이비드 베컴이 띄워 올린 코너킥이 테디 셰링엄의 헤더에 맞고 굴절이 됐고, 이는 바로 뒤에 서 있던 올레-군나르 솔샤르의 발을 맞고 골문을 갈라 버렸다.
몇십 초 뒤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불렸고, 코앞에서 우승을 놓친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은 피치에 드러누워 눈물을 흘렸었다.
‘어째서?’
크리스티안 폴크는 어째서 지금,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이 그들의 기억에서 가장 지우고 싶은 순간이 떠오르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잠시 뒤, 그의 시선이 셀레브레이션을 끝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는 아틀레티코의 선수들에게 머무른다.
“…….”
.
(김종명) – SPORTV 아나운서
“3:0! 바이에른 뮌헨! 아, 글쎄요. 이렇게까지 무기력한 경기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제 기억엔 바이에른 뮌헨이 이 정도로 밀리는 경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네. 바이에른 뮌헨의 성공기를 유프 하인케스와 펩 과르디올라의 시대로 보았을 때, 뮌헨이 세 골 차 이상으로 패배했던 경우는 총 3번입니다. 2011/12 시즌 DFB-포칼 결승에서 도르트문트에 2:5로 패배했고요. 그리고 2013/14 시즌 분데스리가 30라운드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로 도르트문트에게 0:3 패배를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4강 1차전 원정 경기에서도 0:4로 패배한 전례가 있습니다.”
(김종명)
“아, 그렇군요. 말씀해 주시니 저도 생각이 나는 것 같습니다.”
(한희준)
“네. 여기에서 한 가지 더 재미있는 부분은 뮌헨이 세 골 차 이상으로 패배한 모든 경기에서 김다온 선수가 뛰지 않았다는 겁니다. 2011/12 시즌에는 벤피카 소속이었고. 2013/14 시즌 패배 당시에도 부상이었거든요? 그리고 오늘도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뮌헨은 또 한 번 김다온 선수가 없는 상태에서 세 골 차의 패배를 당하게 되는 겁니다.”
.
바이에른 뮌헨은.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은 패배하는 팀을 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지난 세 시즌 동안, 150경기 이상을 치르면서도 패배한 횟수는 9번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팬들과 독일 미디어는 바이에른 뮌헨이 패배한 날에는 유별난 호들갑을 떤다.
마치 해가 서쪽에서 떠오르고 지구가 사실은 평면이었다는 게 입증되기라도 한 것처럼, 패배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유를 초미세 현미경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오늘, 크리스티안 폴크는 굳이 그런 깐깐한 기준을 들이밀지 않아도 된다 생각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아틀레티코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이유는 무척 간단하다.
이제 뮌헨은 지난 3년 동안의 영광 속에 살았던 클럽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여름 제대로 된 영입은 마츠 훔멜스 단 하나뿐이었고, 반면에 로테이션을 채워 줄 이들과 클럽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로 활약했던 이들을 잃었다.
안첼로티가 공식적으로 [“내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들이다.”]라 밝힌 코스타스 마놀라스, 제바스티안 로데, 마리오 괴체,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를 떠나보낸 것이다.
그리고 김다온과 베르나르두 실바는 각각 아틀레티코와 AS 모나코로 임대를 떠나보냈다.
헤나투 산시스를 로테이션 전력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영입보다 방출이 네 명 더 많았다.
게다가, 최근 연이은 실패를 거듭 중인 카를로 안첼로티는 이제 과거의 명장(名將)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그의 축구는 여전히 체계적인 맛은 있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강한 개성을 가진 선수들이 빛을 잃어버렸다.
피치 위에서의 자유라는 명칭의 지휘봉을 잃어버린 ‘공간연주자(Raumdeuter)’는 기술이 부족한 특색 없는 윙어가 되어 버렸고, 프랑크 리베리 역시 전술적 불편함을 겪는 것 같았다.
안첼로티 체재 아래에서 날아오르기 시작한 티아고 알칸타라가 그나마 번뜩이는 뭔가를 주고 있었지만, 그 혼자만의 힘으론 역부족이다.
분데스리가 중위권이나 그 아래의 팀이 상대라면 아무 문제도 없겠지만, 챔피언스 리그에서 만나는 팀들은 아니다.
그룹 스테이지 이후 녹아웃 페이즈에서 만나게 될 팀들의 전력을 생각한다면, 현재 카를로 안첼로티가 펼치는 축구로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했다.
3:0이 된 이후,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공격에 집중한 바이에른 뮌헨이 기회를 만들어 낸다.
‘제발. 한 골만이라도.’
티아고 알칸타라가 중원에서 커트해 낸 볼이 뮐러와 교체되어 출전한 아르연 로번에게로 향하고, 그의 앞을 필리페 루이스가 막아선다.
경고 카드 한 장과 바꿔서라도 끊겠다는 결의에 찬 루이스지만, 로번의 드리블이 한 수 더 위였다.
어깨를 이용한 속임수 동작 한 번에 무게 중심이 완전히 무너지고,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으나 이미 상대는 잡을 수 없는 위치에 몸을 집어넣어 있었다.
필사적으로 뻗었던 손이 허우적거리고, 발까지 미끄러진 필리페 루이스가 제 자리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쿵-
‘그렇지!’
순간 솔직한 감탄이 비센테 칼데론을 지배하고, 멋진 드리블 솜씨를 선보인 로번이 특유의 움직임을 가져간다.
사이드라인이 아닌 안쪽으로 잘라 들어가는 움직임.
그는 어렵지 않게, 슈팅 기회를 맞이한다.
아르연 로번을 전 세계적인 윙어로 도약시키고, 또 그의 현재가 있게끔 해 준 장소다.
전 세계 대부분의 축구팬이 로번이 여기에서 반대편으로 감아 차는 슈팅을 날릴 것을 알지만, 알면서도 막을 수 없기에 그가 최고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거다.
골대를 흘끔 바라본 로번이 슈팅을 가져가기 위해 스텝을 가져가고, 마지막 디딤발이 축구공의 오른편에 놓인다.
위기의 순간 찾아든 침묵이 앞서 내뱉던 소리를 뒤따르려던 찰나, 말 그대로 어디선가 툭 튀어나온 사내 하나가 슈팅 직전 축구공을 건드리는 것에 성공한다.
애꿎게 휘둘러 버린 로번의 왼발이 허공을 가르고, 임팩트를 가져가지 못한 그의 몸은 계단을 헛디딘 것처럼 무너진다.
찾아왔어야 할 침묵 대신 터져 나오는 함성.
{“우와아아-!!”}
{“예에-!!”}
위기의 순간에서 팀을 구해 낸 사내는 뒤로 굴러간 축구공을 다시 받아 든 뒤, 즉각 오른쪽으로 길게 볼을 보내어 사울 니게스의 발 앞으로 정확히 패스를 보낸다.
그리곤 조금 전 넘어진 필리페 루이스를 바라보며, 미소와 함께 엄지를 치켜올렸다.
자신이 속한 팀을 구해 내고. 완벽히 안전해질 때까지 플레이에 집중한 뒤에, 수비에서 실수를 범한 동료까지 챙기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보며 탄식을 내질렀던 크리스티안 폴크는, 바로 저 모습이 4개월 전까지 바이에른 뮌헨에서 보았던 것이란 생각을 한다.
삑-!
사울 니게스와 앙투안 그리즈만의 패스 과정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파울이 선언되고, 주심이 거친 스탠딩 태클을 시도한 아르투로 비달에게 경고 카드를 꺼내 든다.
짧은 집중에서 벗어나,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폴크.
그는 현재.
‘악몽이로군.’
자신의 뇌리에 새겨져 가는 또 하나의 트라우마를 느끼며, 진절머리를 앓고 있었다.
***
나는 빌었다.
‘제발.’
이렇게 말하는 내가 무척 우습다는 것은 알지만, 부디 나를 그냥 붙잡지 않기를 빌었다.
‘제발, 잡지 마.’
그렇지만 나는 사실 알고 있었다.
이것이 기만(欺瞞)이며.
또 나쁜 마음이라는 걸.
탁-
“…….”
‘씨이팔.’
제롬이 내 어깨를 붙들고,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 노력을 했으나 그의 힘을 이겨 낼 수 없다.
오른쪽부터 열리기 시작한 내 몸이 살짝 피치에서 떨어지고, 왼쪽 골반부터 떨어져 피치를 구르기 시작한 순간 함성이 빠르게 파묻힌 주심의 휘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삐–
{“에—이!!!”}
.
(이안 다크)
“Oh-! It is foul! It`s Penalty!!”
.
고개를 푹 숙인 제롬의 곁으로, 시몬 마르치니아크가 다가가 노란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요한 건, 이미 전반전에 그가 경고를 한 장 받았다는 것이다.
곧이어 뮌헨을 상징하는 빛깔의 카드가 들어 올려지고, 한층 더 큰 환호성이 무릎을 꿇고 앉은 내 귀를 강타했다.
.
.
.후반 47분
아틀레티코 3 : 0 바이에른 뮌헨
후반전을 뛰는 내내, 나는 계속해서 묻고 싶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단 몇 달 만에 팀을 이 정도로 망가뜨려 놓을 수 있느냐고 말이다.
내가 거기에 큰 몫을 담당했다고 지적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뮌헨은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존재했다.
개성을 잃어버린 윙어. 역할 분배는 잘되었으나 그에 따라 유기적인 모습을 잃게 된 중원. 2000년대로 돌아가 버린 풀백. 그 속에서 고군분투 중인 레비는 외로워 보였다.
그리고 또 한 명 외로운 건.
“…….”
.
(김종명)
“아, PK는 누가 차죠? 김다온 선수가 차면 해트트릭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만…….”
.
골라인 위에서 서서 장갑 낀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노이어를 보고 있을 무렵, 내게로 달려온 가비가 페널티 킥을 차 넣으란 이야기를 했다.
깜짝 놀라 벤치를 바라보았는데, 주머니에 손을 꽂은 시메오네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는 내가 골 셀레브레이션을 가져가는 것을 보며 옛정 따위는 두지 않는다고 생각을 한 것 같다.
아니면 경기 전 뮌헨을 찢어 놓겠다고 말한 내 약속 때문일 수도 있다.
‘자업자득이라는 거지.’
실제로 경기를 뛰며 일말의 동정심도 두지 않으려고 했지만, 막상 3:0이 되고 나니 마음이 약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난 1:0이나 2:1의 결과를 생각했던 것 같다.
경기력을 높여 뮌헨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을 전부 표현은 하되, 그래도 너무 잔인하진 않았으면 했던 게 아닐까?
하지만 이제 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모든 것에 대한 책임.
“후우~”
코케의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켜, 축구공이 놓인 페널티 스팟을 향해 걸어간다.
.
(이안 다크)
“Very Interesting Moment Here.”
(대런 플레처)
“임대를 떠나온 선수가 본래의 팀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역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 그 첫 번째 역사가 써질 것 같군요.”
(이안 다크)
“바이에른 뮌헨의 운영진이 보입니다. 표정이 어둡군요. 당연하게도요. 임대로 보낸 선수가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서 본인들의 팀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대체 어떤 심정일까요?”
.
마누엘 노이어는 오늘 여러 번의 선방을 보여 줬다. 완전한 득점이라 생각한 토레스의 헤더와 그리즈만의 프리킥을 막아 냈고, 조금 전 고딘의 헤더 역시도 다이빙해 막아 냈었다.
잔루이지 부폰과 더불어 현시점 최고이자, 역대를 가져다 붙여도 되는 훌륭한 골키퍼다.
오늘의 결과 하나로, 노이어의 커리어를 말하는 사람은 없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
“…….”
축구공을 놓아두고, 나는 정면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노이어는 이런 내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있다.
그는 조금 슬퍼 보였고.
지금은 나 역시 조금 슬프다.
이 모든 건, 나를 위해서였다.
“후우~”
축구공이 놓인 지점 옆에 왼발을 조심스레 가져다 댄 후, 거기에서부터 보폭을 맞춰 세 걸음 멀어졌다.
타이밍은 하나, 둘, 셋, 그리고 슛.
노이어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거다.
‘우린 종종 내기했었지. 안 그래?’
레비를 제외하면, 나를 가장 괴롭혔던 남자가 아마 노이어였을 거다. 심심하면 내게 다가와 500유로씩을 걸고 페널티 킥 내기를 하자고 했다.
다섯 번을 시도해 두 번 이상 막으면 노이어의 승리. 그러지 않으면 내가 500유로를 가져갔다.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대략 7:3 정도였던 것 같다. 페널티 킥의 특성을 생각하면 내가 조금 못했다고 볼 수 있다.
“…….”
“말.”
숨 막히는 침묵.
긴장은 전혀 되지 않는다.
그저, 조금 많이 미안할 뿐이다.
‘인제 와서 무슨…….’
결심을 굳힌 순간, 주심이 페널티 킥을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조금 전 나는 꽤 긴 거리를 스프린트하여, 제롬의 파울을 유도했었다.
사실 그때, 난 제롬이 그냥 통과시켜 주길 바랐다. 그럼 아마, 의도적으로 골대 옆으로 축구공을 차 버렸을 것이다.
페널티 킥을 차기 위한 첫발을 내디딜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사정(私情)을 두는 것을 생각했다.
하지만 금세 마음을 바꿨고, 내가 가장 페널티 킥을 차기 좋아하고 또 가장 자주 차는 장소로 축구공을 보내기로 결정을 내렸다.
정면으로 보았을 때, 오른쪽 상단.
그곳으로, 난 강하게 축구공을 보낸다.
퍼억-!!
방향을 위해 살짝 뒤로 젖힌 몸 아래 발등에서 느낌이 전해져 오고, 일자로 쭉 뻗어 나간 축구공이 왼쪽 아래에서부터 파고들어 목표로 정해 둔 지점을 정확히 갈라 들어간다.
노이어 역시 이를 예상하고 몸을 띄웠지만, 내 슈팅이 훨씬 더 빨랐다.
득점이 되는 것을 확인한 순간.
난 무표정이 되어 뒤돌아섰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내 시계(視界)는 가려져 까만 어둠으로 뒤덮였다.
‘아…… 씨팔.’
악당이 되려 했고, 정말 그렇게 되어 버렸다.
관중석에서 터져 나온 함성도 또 나를 둘러싼 동료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지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 내 머릿속은 온통 한 가지 질문으로 가득했다.
악당이 된 기분은 어때?
그리고 이에 대한 대답은.
‘엿 같아.’
나는 결국 이렇게, 바이에른 뮌헨을 찢어 버렸다.
.
(호르헤 발다노) – 스페인 Canal+ 코멘테이터
“정말 놀랍습니다! 4:0!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점수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지금 당장 떠오르는 말은 이겁니다. Efecto Daon! 다온 더비에서 느끼는 다온 효과 말입니다…….”
***
작가의 말 ? 올림픽이 끝나고 이번 에피소드까지는 사실상 뮌헨과의 갈등과 이적 내용이 중심을 이뤘다고 보시면 됩니다. 늘 느끼지만, 날카로운 견해를 가지신 독자님들이 계시네요.
이젠 조금 더 스페인 생활에 집중된 내용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