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64)
663화 Livin` la vida loca (2)
※ 2016년 10월 대한민국 A매치 소집 명단 발표
-> 2016.09.30. 발표
-> 감독 : 호르헤 삼파올리
-> 경기 : 2016년 10월 6일 VS 카타르
2016년 10월 11일 VS 이란
->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
GK ? 김승규(고배), 김진현(오사카), 권순태(전북)
DF ? 김다온(아틀레티코), 고광민, 곽태휘(서울), 김기희(상하이), 홍정호(장쑤), 김민재(전북), 홍철(수원), 정운(제주)
MF ? 기성용(스완지),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이청용, 권창훈(벤피카), 남태희(레퀴야), 김보경, 이재성(전북), 정우영(충칭), 이창민(제주)
FW ?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마르세유), 황희찬(잘츠부르크)
***
2016년 10월 2일. 46010 발렌시아, 스페인. 데 수에시아 거리 s/n.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Estadio de Mestalla. Av. de Suecia s/n. 46010 Valencia, Spain).
.경기 시작 1시간 전
발렌시아 0 : 0 아틀레티코
&Match-Up`s Best Eleven(아틀레티코/상대팀)
&Tactics(아틀레티코/상대팀) : 4-4-2/4-2-3-1
GK ? 얀 오블락 / GK ? 디에구 아우베스
RB ? 후안프란 / RB ? 마르틴 몬토야
CB ? 스테판 사비치 / CB ? 아데를란 산투스
CB ? 뤼카 에르난데스 / CB ? 엘리아큄 망갈라
LB ? 필리페 루이스 / LB ? 호세 가야
RAM ? 사울 니게스 / CM ? 엔초 페레스
CM ? 가비 / CM ? 마리오 수아레스
CM ? 코케 / RAM ? 주앙 칸셀루
LAM ? 김다온 / CAM ? 다니 파레호
ST ? 앙투안 그리즈만 / LAM – 나니
ST ? 케빈 가메이로 / ST ? 호드리구
.
.
시간이 꽤 흐른 현재까지도, 저 밖에서는 내 셀레브레이션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우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내 유니폼을 불태우는 동영상을 올리거나 한 이들은 내게 ‘Verrater(배신자)’라는 별명을 가져다 붙였다.
그리고 뮌헨의 원로들은 하루가 멀다고 날 비난했는데, 들리는 말론 베켄바워의 입김이 작용한 인터뷰였다고 한다.
반면 제롬을 제외한 뮌헨의 다른 선수들은 침묵했는데, 내부에서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중이다.
다만 그날 이후, 아무도 내게 연락해 오고 있지 않았다. 일부는 내 소셜네트워크 계정의 팔로우를 끊었고, 각자의 계정에 심경이 담긴 짤막한 한마디를 남겼다.
그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티아고가 남긴 ‘El tiempo lo cura tedo’였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시간이 약이다.’라는 문장이었는데, 해시태그에 내 이름의 이니셜인 KDO를 적어 놓은 것으로 보아 내게 하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티아고 나름대로 나를 이해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다. DM을 보내 볼까도 했었지만, 일단은 참았다.
“읏-차, 오늘도 힘냅시다.”
축구화의 끈을 동여맨 후, 나는 바닥에 스터드를 두들기며 제대로 준비가 됐는지를 확인했다.
그러곤 연습을 위해, 드레싱 룸을 벗어났다.
여긴 발렌시아의 홈그라운드인 메스타야다.
“저…….”
“응?”
“…….”
“어! 강인아!”
복도를 걸어 그라운드로 나서기 전, 나는 반가운 얼굴을 만나게 되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어린 친구 중에서 가장 재능이 높다고 평가받는 이강인이다.
2011년 7월 입단 테스트를 거쳐 발렌시아에 입단한 이후, 2013년 6월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이 무척 재미있었는데, 다양한 유소년 대회에서 맹활약하며 빅클럽의 주목을 얻게 되자 다급해진 발렌시아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었다.
그건 바로, 강인이가 축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족의 생활비 전액을 클럽이 부담한다는 조건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지금도 강인이의 곁엔, 부모님이 함께하고 있었다.
“야, 너 진짜 잘하더라.”
“……감사합니다.”
솔직한 마음을 담은 칭찬에 수줍어하는 강인이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났다. 나는 그것이 귀여워 머리를 살짝 헤집었고, 스페인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이후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강인이의 부모님으로부터 에이전시 소개에 관한 부탁을 받게 되었다.
현재 강인이는 발렌시아에 사무실이 있는 인터스타 데포르테(Interstar Deporte)에 속해 있다.
바르셀로나 FC의 조르디 알바가 속한 에이전시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국제적인 명성은 다소 부족한 편이다.
“맨시티요?”
“네. 맨시티랑 아스날에서 강인이를 데려가겠대요. 그런데 지금 에이전시는 무조건 남는 게 최고라고만 해서…….”
“객관적인 의견이 필요하시다는 거네요.”
“그렇죠?”
“…….”
시선을 아래로 흘끗 내린 나는, 여전히 긴장하고 있는 강인이의 볼을 살짝 두들겨 주었다.
“계약은요?”
“3년이고, 2년이 남았어요.”
“쓰읍- 떠나긴 쉽지 않겠네요.”
“……네.”
강인이의 아버님과 잠깐 대화를 나눈 나는,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를 물어보았다. 내가 그것을 물을 줄은 몰랐는지, 강인이는 조금 당황한 모습이다.
그래서 나는 눈치 보지 말고, 솔직하게 말했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강인이가 부모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저는 남고 싶습니다.”
“그래?”
“넵.”
의외로 별 망설임 없이 답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부모님에게 지금은 강인이가 편안함을 느끼고 좋은 평가를 받는 곳에 있는 게 최선인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제 겨우 15살밖에 안 된 어린 축구선수에겐, 그것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스페인의 대표적인 셀링 클럽인 발렌시아 CF는 유소년 육성에는 일가견이 있는 곳이다.
물론 A팀의 운영은 나쁜 의미로 파격적인 행보를 벌이는 중이긴 했지만, 성인팀 계약이 아니라면 이곳에 머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다만.
“제가 스태프에게 말해 놓을게요. 번호를 남겨 주시면, 제 에이전트가 전화를 드릴 거예요.”
“아, 고맙습니다.”
“아유, 당연히 도와야죠.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 강인아. 이따가 볼 보이 하는 거지?”
“넵.”
“그래. 그럼 이따가 또 보자.”
지난여름, 발렌시아 주(州)대표로 U-16팀에 뽑힌 강인이는 훌륭한 활약을 선보이며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특히 결승전에서 기록한 중거리 슈팅은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마드리드 주(州)대표로 뽑힌 선수들을 손쉽게 드리블로 제압한 뒤,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곳으로 슛을 날렸던 것이다.
그래서 그 대회가 끝나고 난 뒤,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강인이를 원한다는 현지 기사가 났었다.
하지만 강인이의 부모님은 그것을 거부하셨는데, 개인적으론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바르셀로나의 ‘라 마시아’나 레알 마드리드의 ‘카스티야’는 텃세와 따돌림이 심하기로는 유럽에서도 손에 꼽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거기에서 어울렸거나 메시 정도의 재능을 지닌 게 아닌 이상, 15살에 팀을 옮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늦었네.”
“미안. 후배를 만났거든.”
“후배? 아-! 가, 가, 간진?”
“강인.”
“가아아닌?”
“하하. 됐다. 몸이나 풀자.”
“그래.”
최근 부쩍 친해진 아틀레티코의 동료들과 어울려 가며, 나는 리그 일곱 번째 경기를 치를 준비를 했다.
“하나-! 두울-! 하나-! 두울-!”
비록 오해가 풀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현재 뮌헨 경기에서 있었던 일을 잊고 아틀레티코에서의 삶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이는, 나를 지지한다고 밝혀 준 이곳의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친구들 때문인 것 같다.
“하나-! 두울-! 하나-! 두울-!”
조금씩 하늘 가장 높은 곳으로 향하고 있는 9월의 햇살은,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은 딱 적당한 인사를 보내오는 중이다.
일요일 정오에 시작될 경기까지는 이제, 정확히 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
***
【같은 시각】81547 뮌헨, 독일. 재베너 슈트라세 51-57. 바이에른 뮌헨 서비스 센터 및 훈련시설. 프런트 오피스. 회장실.
아틀레티코 원정에서 0:4의 충격적인 패배를 겪은 뮌헨은 강한 후유증을 앓는 중이다. 전날 펼쳐진 FC 쾰른과의 홈 경기에서, 충격적인 1:1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다.
물론 골대를 세 번이나 맞추는 등 운이 없었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경기력 자체가 좋지 못했다.
어딘지 모르게 의욕이 떨어져 보인 레반도프스키는 뮌헨 합류 후 가장 나쁜 경기를 선보였고, 경기 내내 불안 불안했던 포백은 후반 18분 결국 실점을 내주었다.
또 후반전이 시작되기 무섭게 아르연 로번이 부상을 입었는데, 대신해 투입된 토마스 뮐러는 피치로 들어섬과 동시에 투명 인간이 되어 버렸다.
로테이션으로 투입된 요주아 키미히의 활약을 제외하면, 긍정적인 요소를 하나도 찾을 수 없던 경기였다.
그리고 그 우울함을 간직한 오늘.
‘조용하군. 너무 조용해.’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카를로 안첼로티의 팀 운영 방식에 강한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선수들의 컨디션도 좋지 못했고 또 전술적으로도 문제점이 많이 드러났던 어제의 경기였지만, 오늘도 안첼로티는 30분의 훈련을 끝으로 클럽하우스를 닫아 버렸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며 시시덕거리고 있는 선수들도 루메니게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었다.
굳이 과르디올라와 하인케스의 시절이 아니더라도, 어제와 같은 경기 뒤에는 침통해야 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저곳에 있는 선수들은 그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보였고, 잠시 뒤 다비데 안첼로티가 합류한 순간 루메니게는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저 무슨 병신 같은!”
차에 올라탄 네 남자가 클럽하우스를 빠져나가고, 그 모습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루메니게가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다비데 안첼로티에게 전화를 건 것인데, 괘씸하게도 신호는 몇 번 울린 뒤에 음성수신함으로 넘어갔다.
“아니, 이게 무슨…….”
순간 두통과 어지럼증이 밀려들고, 살짝 비틀거린 루메니게가 힘겹게 자리로 돌아와 의자에 주저앉았다.
“후우~~~”
셀레브레이션이 다비데 안첼로티를 향한 것이란 김다온의 발언 이후, 토니 크로스/마리오 만주치키/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와 같은 남자들이 옹호의 말을 꺼내 들었다.
세 사람 모두 자신이었더라고 해도 같은 행동을 했을 거라 말한 것인데, 다비데 안첼로티를 복귀시킨 뮌헨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또 의외의 남자가 의견을 보탰는데, 주인공은 바로 맨유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였다.
과거에도 울리 회네스의 횡령과 관련하여 [“와이네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회네스인가? 뭐 아무렴 어떤가. 나는 절대 그를 내 세금 상담 역할로 두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발언을 했던 그는, 이번에도 뮌헨의 속을 긁는 이야기를 했다.
[“만약 나였다면 골을 넣은 후 뮌헨의 벤치 앞으로 달려가 태권도 발차기를 보여 줬을 것이다. 셀레브레이션을 한 정도로 과민반응이라니 우습기만 하다.”]과거 뮌헨에서 뛴 선수들과 즐라탄의 발언으로 인해, 기울어졌던 여론은 균형을 얼추 맞추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중요한 부분은 이미 바이에른 뮌헨의 원로들이 김다온의 방출을 결정했다는 점이며, 울리 회네스 역시 태도를 바꿔 선수를 내보내라 종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5천만 유로라도 받지.”] [“뭐라고요?”] [“어떻게 하겠나. 내년 겨울과 여름은 우리가 그를 판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2018년 1월 1일이 되면, 그는 어디로든 떠날 수 있게 되네.”]현재 김다온의 계약은 2년가량이 남았지만, 보스만 룰을 생각하면 판매가 가능한 건 1년 반 동안이었다.
그 이후엔, 이적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바이에른 뮌헨이 재정적으로 튼튼한 팀인 것은 맞지만, 8,369만 유로를 주고 영입했던 선수를 이적료 한 푼 받지 못하고 내보낸다는 건 분명 큰 타격이다.
그래서 울리 회네스가 김다온의 몸값을 5천만 유로로 매겼던 거다.
“후우~”
어지럼을 이겨 내려 눈을 꾹 감은 루메니게의 머릿속에, 며칠 전 김다온이 보여 준 활약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났다.
셀레브레이션으로 인한 이슈 때문에 묻히기는 했지만, 그날 경기 후 전 세계 다수의 미디어가 김다온에게 만점의 평가를 매겼다.
‘BBC’, ‘ESPN’, ‘레퀴프’, ‘아 볼라’ 등이 10점을 매겼고, 심지어 ‘키커’도 [치명적이었다]는 짤막한 문구와 함께 1.0의 가장 높은 평점을 주었다.
뚜우-
뚜우-
“응?”
가만히 있던 루메니게가 스피커 폰이 울리는 소리에 정신이 들어, 눈을 뜨고 목에 걸쳐 두었던 안경을 뒤집어쓴다.
클럽하우스 여기저기로 이어진 내선(內線) 중, 바로 문 바깥에 있는 비서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이를 확인한 루메니게는 손을 뻗어, 붉게 반짝이고 있는 불투명한 버튼을 눌렀다.
딸깍.
“무슨 일인가?”
“회장님? 전화입니다.”
“전화? 어디?”
“맨체스터 시티요.”
“…….”
맨체스터 시티라는 말에,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클럽 경영인으로서의 날카로운 감각이 그의 본능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루메니게는 지금의 통화가 김다온과 관련되었을 거라는 걸 알았고, 연결해 달라는 말과 함께 휴대폰을 매만졌다.
본인의 사무실에 있을 미하엘 레쉬케를 회장실로 호출하기 위함이다.
빠르게 적은 메시지를 전송한 후, 이번에는 외부 연결 버튼을 손을 가져간 루메니게가 크게 심호흡을 해 보인 후 손가락을 까닥였다.
딸깍.
“할로?”
***
46010 발렌시아, 스페인. 데 수에시아 거리 s/n.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
.경기 시작 05분 전
발렌시아 0 : 0 아틀레티코
발렌시아 CF의 소식을 주로 다루는 웹사이트 ‘데포르테 발렌시아노’는 오늘 경기를 프리뷰하며, [SL 벤피카 출신 선수들의 경쟁이다.]고 했다.
실제 그 말대로, 오늘 이곳엔 SL 벤피카에서 뛴 선수들이 사이좋게 세 명씩 있었다.
그래서인지, 경기를 앞둔 것 치고 복도의 분위기가 무척 화기애애했다.
“어, 거기 뭐 묻었다.”
“안 속아.”
“진짠데?”
“안 속는다니까.”
“진짜라니까? 이봐, 엔초. 진짜 쟤 저기에 뭐 묻지 않았어?”
“응? 오-! 진짜야. 여기, 여기. 정 가운데.”
“…….”
어설픈 수작을 걸어오는 주앙 칸셀루와 엔초 페레스를 향해, 나는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에 두 사람이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뜨렸고, 뒤를 슬쩍 돌아본 호드리구가 씨익하고 웃더니 집중하지 않고 뭘 하는 거냐며 핀잔을 건네왔다.
“근데 있잖아. 너 진짜 묻었다.”
“……좋은 시도였어.”
“큭큭큭. 이걸 안 속네.”
“멍청이들.”
“지는.”
아까 웜업을 끝내고 드레싱 룸으로 향할 때도, 우리는 서로 뒤엉켜 장난을 치기에 바빴다. 그러다 친구들이 뮌헨 경기에서 있었던 일을 말했었다.
[“그건 좀 그랬어.”] [“…….”] [“나라면 유니폼 안에 Davide e um idiota라고 적은 다음에 뮌헨 벤치 앞으로 뛰어가서 그걸 보여 줬을 거야.”] [“?! 푸핫!”]꽤 신박했던 호드리구의 아이디어에, 나는 스스로의 상상력 부족을 안타까워하는 반응을 보여 줬다. 물론 미리 알았다고 해도 정말 그러진 않았을 거다.
그건 호드리구 방식의 위로이자 격려였고, 그것을 고맙게 받아들인 나는 서로의 선전을 기원할 뿐이었다.
“에-이.”
“?”
“저 뒤에 애들 온다. 이제 집중하자.”
“응.”
호드리구가 뒤쪽에서 걸어오는 마스코트 키즈를 고갯짓으로 가리켰고, 수다를 끝낼 시간이라는 것을 확인한 나 역시 입을 꾹 다물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지금부터 시합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친구이지만 경쟁자로서 서로를 대할 것이다.
“입장합니다-!!”
스태프의 목소리와 함께 주심이 먼저 발을 옮기고, 순서대로 거기에 뒤따른 우리는 피치를 밟고 들어서며 각자의 위치를 찾아 움직였다.
오늘 이곳 메스타야엔, 약 5만 명 정도 되는 관중이 입장했다.
{“김다온 파이티이이잉-!!!!”}
목청이 참 우렁찼던 남성의 외침이 귓가를 때리고, 목소리의 흔적을 찾아 고개를 돌리던 나는 태극기를 들고 있는 분을 발견하곤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 줬다.
최근 며칠, 나는 팬들을 기쁘게 하는 것과 실망케 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해 봤다.
또, 지난 뮌헨 경기에서 의도적으로 슈팅을 빗나가게끔 고민했던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했었다.
양쪽 모두 아직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는데, 하루 이틀 안에 해결이 될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일단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생각하는 것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 끝에서 무언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을 땐, 어떠한 것이 되었든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비료로 삼아 볼까 한다.
어쩌면 그날 셀레브레이션을 하지 않는 게 더 올바른 판단일 수도 있었겠지만, 설령 그게 잘못된 행동이라고 해도 그건 그것 나름대로 내게 의미가 있을 것이다.
La mierda de hoy fertilizara’el dia de manana.
오늘 싼 똥이 내일을 비옥하게 할지니.
내가 두려운 건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거나 실수하는 것이 아닌, 실패를 이겨 내지 않고 승리만을 자축하면서 사는 삶에 익숙해지는 일이었다.
완벽하지 않기에, 나는 더 나아질 수 있다.
삐?익!!
가슴속 한곳에 묻어 둔 뮌헨의 팬들을 향한 미안함을 간직한 채, 오늘도 난 어김없이 스프린트를 하고 있었다.
***
작가의 말 ? 본문은 8,181글자입니다.
최근 제가 댓글로 인해 상처를 받고 연재가 늦춰지자 댓글을 읽지 말라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우선 신경을 써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댓글을 읽는 건, 독자님들과의 소통 + 제가 놓치는 것을 귀신같이 캐치해 주시는 분들을 통해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함입니다.
어떤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작가님은 댓글을 아예 읽지 않고 글만 쓰시지만, 저는 예전부터 이렇게 행동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좋지 못한 댓글을 이겨 내지 못했던 건 순전히 제 스스로가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더 강해지고, 더 무뎌지려 노력 중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명절 연휴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