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66)
665화 Livin` la vida loca (4)
국가대항전에 개인적인 감정이 섞이기란 쉽지 않지만, 오늘 경기는 조금 그랬다. 2011년 AFC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전 첫 번째 경기에서 펼쳐진 일 때문이다.
당시 이곳을 홈그라운드로 사용하는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월드컵 개최가 확정된 카타르의 알 사드 SC를 불러들여 홈 경기를 치렀다.
후반 25분, 세네갈의 공격수 마마두 니앙(Mamadou Niang)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상태였다.
그러던 후반 37분 수원의 센터백 최성환 선수가 얼굴을 정통으로 가격당해 큰 출혈이 발생했고, 그런데도 공격을 시도하려고 했던 수원은 볼을 사이드라인으로 걷어 내고자 했다.
알 사드의 선수도 함께 넘어져 판단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한데 알 사드는 주심이 휘슬을 불기도 전에 즉각 스로인을 가져갔고, 이후 마마두 니앙이 골을 터뜨린 후 셀레브레이션까지 하는 만행을 벌였다.
이에 격분한 수원의 팬 두 사람이 그라운드에 난입. 알 사드의 선수들에게 다가가 항의를 했으나, 알 사드의 골키퍼는 오히려 다가온 관중에게 주먹을 날렸다.
이후는 말 그대로 혼돈 그 자체.
축구가 아닌 격투기가 그라운드에서 펼쳐지기 시작했고, 수많은 이들이 구타를 당했고 사태가 정리된 후에 퇴장을 명령받았다.
그리고 당시 알 사드 SC 소속이던 정수 형님은 팀원에게 수원에 한 골을 주어야 한다고 외쳤지만, 그것을 동료들이 묵살하자 스스로 뛰는 걸 포기하고 그라운드를 떠나기도 했다.
게다가 이후 AFC의 처벌마저 알 사드에 유리한 쪽으로 기운 데다가 최종적으로 1:2로 패배해 준결승전에서 탈락하면서, 수원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얻게 되었다.
그래서.
{“오오~ 오오오오~ 오오오오~ 오-오! 승-리를 위-하여! 오~ 오오오오~ 오오오오~ 오오~ 그-대와 함께 가리-라!!”}
바로 이런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수원은 오늘, 비장하기까지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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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6일. 대한민국.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우만 1동 227. 수원 월드컵 경기장.
.경기 시작 05분 전
대한민국 0 : 0 카타르
&Match-Up`s Best Eleven(대한민국/상대팀)
&Tactics(대한민국/상대팀) : 4-3-3/4-3-3
GK ? 김승규 / GK ? 사드 알-셰에브
RB ? 김다온 / RB ? 페드로 미구엘
CB ? 김민재 / CB ? 부알렘 쿠키
CB ? 곽태휘 / CB ? 아흐마드 야세르
LB ? 정운 / LB ? 압델카림 하산
DM ? 기성용 / DM ? 모하메드 카솔라
CM ? 구자철 / CM ? 아흐메드 엘 사이드
CM ? 권창훈 / CM ? 루이즈 세아라
RW ? 이재성 / RW ? 하산 알-하이도스
LW ? 손흥민 / LW ? 호드리구 타바타
ST ? 황의조 / ST ? 세바스티안 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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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정세) – SBS 축구 아나운서
“대한민국의 축구 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대한민국과 카타르. 카타르와 대한민국의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경기를 지금부터 중계방송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이곳 수원은 전쟁을 치르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박성문) – SBS 축구 해설위원
“그렇습니다. 2011년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의 상처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당시 저도 중계를 하고 있었습니다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배정세)
“지난 9월 김다온을 포함한 올림픽 멤버 전원을 제외했던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은 이번 대표팀이 완전체에 가장 가깝다고 말을 했습니다. 특히 김민재, 정운, 황희찬과 같은 대표팀 신예 선수들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박성문)
“네, 맞습니다. 김민재 선수의 경우에는 일단 K리그로 오는 것이 확정되었습니다만, 김다온 선수의 에이전시와 함께하게 되지 않았습니까? 이미 SL 벤피카가 김민재 선수에게 큰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운 선수. 축구팬 여러분들은 다소 낯설 수도 있습니다만, 크로아티아 축구 협회가 직접 나서서 귀화를 권유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배정세)
“지금 김다온 선수의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스페인 라 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임대되어서도 매 경기 맹활약을 펼치면서 클래스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박성문)
“대한민국이 낳은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입니다. 그리고 아직 22살. 한국 나이로는 24살입니다만, 유럽에서는 김다온 선수를 22살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미 전 세계 언론이 축구 역사상 가장 화려한 22살이라 말하는데, 오늘도 팬분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배정세)
“경기를 앞두고 애국가 제창이 있겠습니다.”
.
어제 월드컵 경기 사전 인터뷰 자리에서, 삼파올리 감독님이 2011년의 일을 알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해 큰 화제를 불러 모았었다.
그리고 중앙아시아 특유의 침대 축구를 말하며, 오늘 경기에서 그것을 철거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에게도, 선제골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 역시, 거기에 공감하고 있다.
“무우~궁화- 사아암처어얼리-! 화아려어…….”
현재 카타르 축구 협회는 2018 FIFA 월드컵 본선 진출에 사활(死活)을 걸고 있다.
만약 본선 진출에 실패할 경우, 월드컵 주최국으로서 첫 본선 진출 국가가 되어 버리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일본의 행보와도 비슷했다.
2002 FIFA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가 결정된 일본은, 주최국으로서 월드컵 본선에 참여하는 국가가 되는 상황을 피하고자 축구에 엄청난 투자를 했었다.
1991년부터 월드컵 유치를 해왔던 일본은 1993년 출범한 J리그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한편, 루이 라모스(Ruy Ramos)/바그너 로페스(Wagner Lopez)와 같은 선수들을 귀화시켜 대표팀이 전력 상승을 꾀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일본은 1998 FIFA 프랑스 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했고, [“실력이 부족해 주최국이 되고서야 본선에 진출했다.”]는 말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오늘날의 카타르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선발로 출전한 선수들 중, 순수 카타르국적인 선수는 오른쪽 윙어인 하산 알-하이도스(Hasan Al-Haydos)와 골키퍼 사드 알-셰에브(Saad Al-Sheeb)뿐이다.
스트라이커 세바스티안 소리아(Sebastian Soria)는 본래 우루과이 국적이고, 호드리구 타바타(Rodrigo Tabata)와 루이즈 세아라(Luiz Ceara)는 브라질 태생이다.
외에도 가나/카보베르드/알제리에서 귀화한 이들이 섞여 있었는데, 이런 노력에 반해 성과는 신통찮은 게 사실이다.
결국 속한 물이 중요했다고나 할까?
침대 축구는 침대 축구인 법이다.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고, 오랜만에 성인 대표팀 소속으로 뛰게 된 나는 분위기와 전술에 적응하고자 포지션을 지킨 상태에서 천천히 녹아드는 방법을 택했다.
훈련 때부터 쭉 그랬지만, 나도 그렇고 대표팀의 다른 동료들 모두 컨디션이 좋은 편이었다.
언제나처럼 경기를 조율 중인 성용이 형이 초반 흐름을 왼쪽으로 가져가고, 왼쪽 라인에 선 형들의 적극적인 공세가 맞물리며 카타르는 초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
파앙-
{“우오오오오오-!!!”}
두 명의 선수를 끌어들인 흥민이 형의 패스가 절묘하게 빈 곳으로 향하고, 카타르의 오른쪽 진영 깊숙이 침투한 정운 형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박스 안으로 날아든다.
가까운 쪽 포스트로 잘라 들어간 의조 형이 헤더를 시도해 보지만, 다소 빨랐던 크로스는 그대로 사람들을 통과해 버린다.
축구공이 페널티박스를 통과해 반대편으로 빠져나오고, 그것을 향해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던 나는 발아래에 볼을 놓아둔 후 속도를 죽이고자 보폭을 좁혔다.
파바바박-!
사이드라인 앞에 멈춰 선 축구공과 선 밖으로 잠깐 빠져나갔던 나.
그리고 저 앞에서 달려오는 선수가 보였다.
압델카림 하산(Abdelkarim Hassan).
나와 비슷한 체격의 왼쪽 수비수다.
‘어딜.’
툭-
“??”
압델카림 하산이 축구공을 걷어 내기 전, 슬쩍 왼발을 뻗어 옆쪽으로 볼을 밀어 버린 나는 속도를 죽이기 시작한 하산의 등 뒤를 가볍게 돌아나갔다.
축구공은 뒤쪽으로 굴러가는 중이었고, 달려가며 흘끔 박스를 바라본 나는 망설이지 않고 볼에 왼발을 가져다 댔다.
파앙-!
오른발이 아닌 왼발로 띄워 올린 크로스는 수비수 사이에 있는 의조 형이 아닌, 먼 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흥민이 형이 선 곳으로 날아갔다.
낙구 지점을 잡은 흥민이 형이 자세를 가다듬고, 이후 발리를 시도하지만 임팩트가 살짝 나빴다.
{“아아…….”}
높게 떠오른 슈팅이 아쉬웠던 흥민이 형이 고개를 위로 들어 올렸다가, 이내 나를 쳐다보며 따봉을 보내어 왔다.
전반 2분이 채 되기도 전에 슈팅을 시도한 만큼, 초반의 기세를 우리가 끌어간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금방 크로스를 띄웠던 왼발의 스터드를 피치에 두들겨 본 나는, 축구화가 단단히 신겨져 있다는 것을 확인하곤 다시 수비 진영으로 복귀했다.
올림픽 이후 첫 오른쪽 풀백 출전이다.
그래서 나는 꽤 기분이 좋다.
.
(박성문)
“김다온 선수가 현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왼쪽 미드필드로 출전하고 있지 않습니까? 리그 경기에서도 조금씩 왼발을 쓰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데요. 지금도 먼 쪽을 바라본 왼발 크로스가 무척 정확했습니다.”
(배정세)
“최근 스페인 언론으로부터 황금의 오른발(Pie Derecho Dorado)라는 별명을 부여받은 김다온입니다만, 지난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에서는 왼발 슈팅으로도 득점을 올렸습니다.”
(박성문)
“오른발로 두 골. 그리고 왼발로 한 골. 김다온 선수가 양발을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말도 있긴 합니다만, 최근 경기를 보면 그런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대애~한! 민! 국!!”}
짜작! 짝! 짝 ! 짝!
{“대애~한! 민! 국!!”}
짜작! 짝! 짝 ! 짝!
흥민이 형의 발리슛 시도 이후, 이곳 수원 월드컵 경기장의 분위기는 점점 더 끓어오르고 있다.
현재 카타르의 감독인 호르헤 포사티(Jorge Fossati)가, 2011년 당시 알 사드 SC의 감독이었다는 점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을 담당하는 것 같았다.
그는 2011년의 일을 묻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불쾌하다는 투로, [“과거는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나는 관중이 난입한 게 문제였다고 생각한다.”]라고 대답해 공분을 샀다.
오늘 중계진은 그래서 의도적으로 호르헤 포사티의 모습을 자주 카메라에 담았는데, 그의 얼굴이 비칠 때마다 엄청난 크기의 야유가 그라운드에 쏟아졌다.
빈 곳 하나 없이 관중석을 가득 채운 43,288의 사람들의 그런 목소리는, 우리에게는 꽤 힘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벌써.
{“에-이!! 뭐야!!!”}
{“우—!!!!”}
카타르의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드러눕기 시작했다.
왜 저러고 있는지도 나는 잘 모르겠다.
볼을 걷어 낸 성용이 형이 짜증을 내며 주심에게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말레이시아 국적의 아미우리 빈 야콥(Amiuri Bin Yacob)은 이를 가볍게 무시해 버린다.
그래서 나는 이를 포기하고, 조금 전 좋은 수비를 선보인 민재에게 박수를 보냈다.
“민재-!!”
“?”
“졸라 잘했어!”
올림픽이 끝나고서, 민재는 확실한 스타가 됐다.
아마도 현재 가장 유명한 아마추어일 것이다.
공식 발표는 아직이긴 하지만, 내년부터 민재는 전북 현대 모터스 소속으로 K리그 무대에 데뷔하게 된다.
계약 기간은 총 2년인데, 2년 후에 유럽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조항이 삽입되었다고 들었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성과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2019년 1월부터 유럽 어딘가에서 뛰고 있을 민재를 기대해 봐도 좋다.
그나저나.
“아이 씨. X나 굼뜨네.”
피치에 넘어져 있는 루이즈 세아라는 좀처럼 일어날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브라질 선수를 귀화시켰더니, 축구는 하지 않고 아시아 국가의 침대는 얼마나 푹신한지나 살피고 다니는 모양새다.
익히 예상한 일이기에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어이가 없어지는 것까지는 어찌할 수 없었다.
한참이 지난 뒤 루이즈 세아라가 몸을 일으켰고, 절뚝이며 사이드라인 밖으로 벗어났던 그는 5초도 채 되지 않아 쌩쌩한 모습으로 전력 질주해 피치 안으로 들어섰다.
그걸 보니 다시 한번 어이가 가출하려고 했지만, 나는 정신을 부여잡으며 높은 위치로 오버랩을 시도했다.
그러자 성용이 형으로부터 패스를 전달받은 재성이 형이, 절묘한 원터치로 축구공의 방향만을 살짝 바꿔 버렸다.
주변 카타르의 수비를 바보로 만들어 버린 절묘한 패스에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터졌고, 속도를 더욱 붙이며 박스 안쪽으로 방향을 튼 나는 막힘없이 쭉쭉 치고 들어갔다.
어느새 골키퍼와의 거리는 5m 정도가 된다.
고개를 슬쩍 왼쪽으로 돌리는 나.
“…….”
“…….”
순간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고, 최근 마르세유 소속으로 리그 앙 데뷔골을 성공시킨 의조 형에게 컷백을 보냈다.
카타르 선수들의 시선이 내게 집중된 사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던 의조 형이 가볍게 오른발을 가져다 대어 오늘 경기 첫 번째 득점을 만들어 낸다.
삑-! 삐?익!!
득점 후 내게로 곧장 달려온 의조 형이 폴짝 뛰어오르고, 힘겹게 형을 안아 들었던 나는 금세 내려놓은 후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다른 이들과 기쁨을 나눴다.
카타르가 침대 축구를 시작한 직후에 나온 득점이라, 우리에겐 더 의미가 컸다.
공식적으로, 침대가 철거된 순간이다.
.
(박성문)
“지금은 정말 훌륭한 골입니다! 왼쪽에서 공격을 시도하다 여의치 않자 중앙으로 볼을 이동시켰고, 기성용의 패스를 이재성이 훌륭한 기술로 절묘하게 방향만 바꿨거든요? 그리고 김다온의 돌파. 이거야 뭐 말할 것도 없습니다. 뒤이어 황의조의 득점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하나의 작품입니다!”
(배정세)
“2016 리우 올림픽 동메달 멤버들이 멋진 합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이재성의 환상적인 패스에 이은 김다온의 돌파. 그리고 훌륭한 컷백 패스를 황의조가 침착한 슈팅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전반 5분 만에 터진 황의조의 선제골로, 대한민국이 1: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합니다.”
***
.후반 27분
대한민국 4 : 0 카타르
전력상의 분명한 우위에도 불구하고, 카타르와의 조별 예선 경기는 대한민국에게도 쉽지 않은 시합이었다. AFC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 오늘 주심은 몇 번이나 카타르에 유리한 판정을 했고, 그로 인해 억울한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경험 많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대한민국은 거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삑-!
“흥민이 형!”
교체를 준비 중인 황희찬이 대기심이 있는 쪽을 보지 못한 손흥민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잠시 뒤, 교체를 확인한 손흥민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다급한 카타르의 선수들이 손흥민에게 다가가 얼른 나가라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것은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실랑이가 벌어져 교체가 지연되는 동안, 성인 대표팀 데뷔 무대를 치르고 싶던 황희찬의 마음만 더 타들어 갈 뿐이다.
오늘 대한민국 대표팀의 감독 호르헤 삼파올리는 정운, 고광민, 이창민, 황희찬을 차례대로 투입하며 소기(所期)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을 팬들에게 보여 주는 한편, 김다온/기성용/손흥민이라는 주축의 체력을 아낄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음 경기가 최종예선에서 가장 어려운 이란 원정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 흘러가고 있는 상황은 대한민국이 그릴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그림이었다.
“수고해라.”
“…….”
사이드라인 앞에서 손흥민과 황희찬이 하이파이브를 교환하고, 수고하란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희찬이 힘껏 피치로 뛰어 들어가며 A매치 데뷔전을 치른다.
올림픽 승부차기 실축 이후 큰 실의에 빠질 뻔했던 황희찬이지만, 주변의 배려로 아픔을 이겨 낼 수 있었다.
또한 동메달 획득으로 병역면제라는 혜택까지 받으며, 유럽 무대에서 오랫동안 활약할 수 있는 기틀 역시도 마련했다.
투입과 동시에 적극적인 압박을 선보인 황희찬이, 페드로 미구엘(Pedro Miguel)의 파울을 유도해 내며 큰 박수를 얻어 낸다.
의욕을 활활 불태우고 있는 황희찬의 머릿속엔,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김다온의 모습이 있었다.
[“한 개도 잘못한 거 없어.”] [“…….”]리우 올림픽 초기, 황희찬은 김다온의 성격과 리더십이 무척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거리를 뒀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티를 피치 안팎에서 드러냈다.
그렇지만 결국 싫어했던 이로부터 가장 큰 위로를 받았고, 그 결과 현재는 김민재 등과 함께 김다온을 따르는 무리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2016/17 시즌이 끝나고 난 뒤엔, 김다온의 재단에서 기술 연습을 하기로도 했다.
올림픽에서의 실수와 경험이, 좋은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승부차기 실축 이후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창훈이 형!!”
파앙-!
권창훈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 황희찬이 축구공을 받아들고, 특유의 저돌적인 황소 같은 드리블로 카타르의 오른쪽 진영을 헤집는다.
페드로 미구엘이 강한 몸싸움으로 이를 저지하려고 하지만, 좌우로 떡 벌어진 체구를 지닌 황희찬의 힘은 경기 후반 힘이 떨어진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황희찬을 막아 내기 힘들다고 판단한 페드로 미구엘이 결국 거친 파울을 범하고, 피치를 데굴데굴 구른 황희찬이 재빨리 일어나 주심에게 카드를 달란 손짓을 보낸다.
그러나 오늘 내내 그랬던 것처럼, 아미우리 빈 야콥은 카타르에 경고를 꺼내 들지 않는다.
“하아~ 진짜.”
“…….”
“괜찮냐?”
“네.”
프리킥을 처리하러 온 구자철이 주심의 판단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이, 피치의 상황에 집중하고 있던 황희찬이 잽싸게 안으로 움직여 들어가며 목소리를 높인다.
“형!!”
“!”
찰떡같이 그것을 알아들은 구자철이 바로 킥을 처리하고, 벽을 세우려던 주심은 얼떨결에 양손을 앞으로 곧게 뻗어 경기를 바로 진행시켰다.
재치 있는 플레이로 카타르의 허를 찌른 황희찬이 박스 안으로 침투하고, 전반전 김다온의 선제골 어시스트를 비슷하게 빼다 박은 컷백이 박스 밖에 있던 권창훈에게로 향한다.
굴러오는 축구공이 논스톱으로 왼발을 가져간 권창훈의 슈팅은, 다시 한번 카타르의 골대를 가른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수원 삼성 블루윙즈를 대신해 5년 전의 일을 제대로 복수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팀.
요란스럽지 않은 셀레브레이션을 나누며 기쁨을 나누던 황희찬이 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벤치를 바라본다. 그런 그의 시선은 김다온을 향하고 있다.
손을 높이 들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는 김다온을 확인한 황희찬. 그는 미소를 더욱 환하게 가져가며, 마찬가지로 오른손을 들어 엄지를 높인다.
이 모습만을 보고, 과연 누가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못했다고 생각할까?
김다온이라는 ‘선배’를 바라보며 함께 성장하기 시작한 대한민국 대표팀의 젊은 세대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그 싹을 틔우고 있다.
역대 최강이란, 부푼 꿈을 안고서.
파앙-!!
자신감을 잔뜩 획득한 정운의 날카로운 슈팅이, 카타르 골대의 크로스바 위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난다.
.
.
.경기 결과
대한민국 5 : 0 카타르
[골] 황의조 : 전반 05분(김다온), 후반 10분기성용 : 전반 11분(손흥민)
손흥민 : 후반 13분(기성용)
권창훈 : 후반 30분(황희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