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69)
668화 Livin` la vida loca (7)
페르시아의 문화 속, 남성(男性)은 늘 정력적이고 무언가를 정복해 나가는 상징이었다. 이는 현(現) 이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팔라비 왕조의 일면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학살자로 남은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가 그토록 부르짖은 아리아(Aria)도, 이란의 초기 어원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화적 뿌리를 바탕으로, 현 이란의 문화는 이슬람에 흡수되어 갔다.
그중에서도 예언자 무함마드의 사촌인 알리 이븐 아비 탈리브(?Al? ibn Ab? ??lib)의 뿌리를 따른 ‘시아파’ 이란은, 남성성(男性性)을 상징하는 부분에서 유별난 부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철학 속에서 이란의 남성은,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 되는’ 존재로 인식되어 온 것이다.
이란의 촉망 받는 스트라이커 사르다르 아즈문 역시, 이런 이란의 사상과 교육을 온몸으로 흡수한 사내 중 하나였다.
이란의 중소 도시인 곤베데카부스(Gonbad-e Kavus)에서 태어난 그는 9살의 나이에 지역 유스 클럽에 입단한 이후, 점차 수준을 높여 가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그러나, 재능을 인정받는 듯했던 아즈문의 커리어는 세파한 S.C에 입단한 이후 위기를 맞이한다.
풀라드 모바라케 세파한 스포츠 클럽을 운영하는 이란의 철강회사 모바라케 철강은 수니파(Sunni) 소속이었고, 종교적 지향점이 달랐던 아즈문은 강제적인 개종(改宗)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아즈문은 그를 따르지 않았고, 이러한 종교적 신념을 지킨 것에 대한 대가는 3년 동안의 출전 정지였다.
16살의 나이에 세파한 S.C의 누구보다 빼어난 실력을 보유했음에도, 3년의 계약 기간 동안 단 한 차례의 실전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이란 최고의 재능이 러시아에서 뛰는 이유가 됐다.
쿵-!
“욱-!”
.
.
.전반 27분
이란 0 : 0 대한민국
김민재의 완벽한 보디체크에 아즈문이 넘어지고, 파울을 기대했던 이란의 스트라이커는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일본 국적의 주심을 쳐다봤다.
사토 류지 주심의 판정은 엄격하기로 소문나 있었지만, 홈 어드밴티지를 전혀 느낄 수 없는 부분은 분명 아쉬웠다.
‘칫- 빌어먹을!’
주심의 성향을 떠올린 사르다르 아즈문이 피치에서 얼른 몸을 일으켜 자신을 넘어뜨린 선수를 쳐다본다.
‘대체 넌 누구야?’
2014년 성인 대표팀으로서 첫 번째 경기를 펼치기 이전에도, 사르다르 아즈문은 이란의 연령별 대표팀 소속으로 한국과 많은 경기를 치러 왔었다.
삐-익!!
아즈문의 발에 볼이 닿기 전 커트에 성공한 김민재의 패스가 하프라인 부근에 도달했고, 이청용이 축구공을 컨트롤했을 때 이란의 진영에서 파울이 발생했다.
라인 바로 아래에서 사에이드 에자토라히(Saeid Ezatolahi)가 강한 차징을 범해 온 것이다.
그렇게 경기가 멈춰선 사이, 볼을 지켜 내지 못한 아즈문은 탈출구를 찾기 쉽지 않다고 느낀다.
오늘은 자신과 이란에 쉽지 않은 시합이었다.
최전방에서 자유롭게 뛸 수 있을 때 가장 큰 편안함을 느끼는 사르다르 아즈문은, 유럽 무대에서도 보기 드문 재능과 성향을 모두 가진 사내로 평가됐다.
크랙(Crack)으로서의 자질이 전혀 없음에도 2선으로 내려서는 것에 능숙했고, 타겟(Target) 스트라이커의 연계는 못 했지만 10번(AM)으로서의 연계는 수준급이었다.
현대 축구가 선호하는 하이브리드(Hybrid) 유형의 공격수인 건데, 그래서 그를 100% 활용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르다르 아즈문은 전술적 한계 속에서도 늘 스스로의 재능을 발휘해 왔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現)시점까지 아시아지역 월드컵 조별 예선 득점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촤—악!!
“?!”
사르다르 아즈문은 커리어 역사상 가장 힘겨운 경기와 마주한다. 정면과 측면 그 어떠한 곳에도, 자신을 위한 여유 공간은 없어 보였다.
1:1 대결에서 이겨 내기 힘든 김다온과 자신을 괴롭히는 김민재를 피해 두 사람이 없는 곳으로 움직여 보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엉뚱한 선수가 자신을 막아선 것이다.
정운의 훌륭한 스탠딩 태클이 아즈문으로부터 볼을 빼앗아 내고, 곧바로 빌드업에 들어선 대한민국은 축구공을 가운데 진영으로 찔러 보낸다.
기성용을 경계해야 했던 이란의 미드필드가 높은 위치에서 압박하는 사이, 아래로 내려선 황의조가 볼을 획득한 것이다.
포스트플레이로 수비수를 등진 황의조가, 정면 가까이로 오는 이청용에게 패스를 보낸다.
파앙-
호르헤 삼파올리는 오늘, 이청용과 이재성이란 개성 뚜렷한 미드필드를 중앙에 배치하면서 본인의 전술적인 의도를 어느 정도 드러냈다.
볼 키핑과 탈압박에 능숙한 자원을 한가운데에 둠으로써, 전술적인 키(Key)를 특정 선수에게 주었던 것이다.
오늘 이청용과 이재성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경기 전체의 템포를 조절하고, 공격의 방향 또한 결정지을 수 있는 메짤라(Mezz`ala)의 역할을 맡았다.
둘은 패스의 종류와 드리블의 시점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받았고, 피치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유이(有二)한 존재가 되었다.
파앙-!!
{“에—이!!!”}
이청용에게서 김민재로.
그리고 김민재가 깊숙이 찔러 보낸 패스가 이란의 왼쪽 진영 비어 있던 공간으로 날아 들어간다.
피치에 떨어져 내린 축구공을 밀라드 모함마디가 추격하지만, 한발 앞서 터치에 성공한 김다온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결과밖에 낳지 못한다.
부웅 떠올랐던 김다온의 몸이 그라운드에 떨어지고, 그가 데굴데굴 구르는 사이 휘슬을 분 사토 류지 주심이 모함마디에게 다가가 경고 카드를 높게 들어 올린다.
오늘 경기를 통틀어 첫 번째 옐로카드였고, 이이 관중들이 야유를 보내는 동안 아즈문은 넘어져 있는 사내에게 시선을 가져간다.
“…….”
지금까지, 사르다르 아즈문은 ‘수비가 올 수 없을 거라 믿었던’ 위치로부터의 접근을 몇 번이나 허락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란의 왼쪽 측면 공격력을 생각하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1988년생의 왼쪽 공격수 바히드 아미리(Vahid Amiri)는 이곳 나프트 테헤란 소속의 실력 있는 공격수다. 이란 프로리그(Iran Pro League) 내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왼쪽 풀백으로 출전한 밀라드 모함마디 또한, 지난해 여름 다수의 유럽 클럽으로부터 이적을 제안받은 실력을 갖췄다.
한데 오늘.
탁-
“!!”
김다온은 이란 프로리그 최고의 왼쪽 자원을 혼자만의 힘으로 너끈히 감당해 내고 있다.
그것도 하나도 아닌 둘을 말이다.
지금만 해도 그는 아미리를 압박해 모함마디에게로 향하는 패스를 간단히 차단해 냈다.
결국 이란의 공격은 왼쪽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었고, 황의조에게로 향한 패스를 파울로 저지한 동료를 본 아즈문은 허탈해하며 발걸음을 늦췄다.
일진일퇴(一進一退)의 공방전이 반복되고 있는 와중에도, 위험한 기회는 이란이 더 많이 허락하고 있다.
‘빌어먹을.’
하늘을 잠깐 올려다본 사르다르 아즈문.
그는 어떠한 하나를 느끼고 있다.
그것은 페르시아의 전사(戰士)들에게는 낯선 감정이었고, 피치 위에서는 더더욱 느끼기 힘든 종류였다.
다시 고개를 아래로 내린 아즈문의 눈에, 크게 후퇴한 아미리의 모습이 들어온다.
딴에는 볼을 안정적으로 받아 내기 위해서 선택한 판단이었으나, 이란의 왼쪽 공격수가 홈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에게 밀려난 모습은 전술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게다가 그나마도, 소기의 목적도 달성할 수 없었다.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섰건만, 김다온은 그곳마저 자신의 영역이라는 듯 달려들어 피치에 아미리를 밀어 넘어뜨린 후 이란 관중의 야유를 한 몸에 받아 냈다.
지금은 얼핏 아미리가 파울을 유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피치에서 뛰는 이란의 선수들은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오른쪽 풀백이 경기를 지배해 나가며, 이란에게 특정한 플레이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몇 분 뒤.
탁-!
“!!”
‘저게, 말이 돼?’
이란의 역습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마치 살루키(Saluki)처럼 달린 김다온이 아슈칸 데자가(Ashkan Dejagah)의 발끝에서 패스가 뻗어 나가려던 찰나 축구공을 가로막았다.
굴절되어 버린 축구공은 그대로 사이드라인으로 벗어났고, 달려갈 준비하던 아즈문은 발을 멈춰 세울 수밖에 없다.
허리춤에 손을 얹은 아즈문.
그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란의 공격수가 질려 버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김다온은 지금, 실수를 범한 황희찬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며 더 자신 있게 플레이하라고 독려를 보내고 있다.
[희찬아-! 희찬!! 괜찮아!! 계속 공격해!!]“…….”
오른쪽 풀백 포지션에 선 김다온은 마치, 두 개의 몸이라도 있는 것 같았다. 하나는 끊임없이 달리고 수비하며, 다른 하나는 늘 피치를 주시하며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이란이 스로인으로 축구공을 수비진영으로 돌린 동안에도, 김다온은 끊임없이 라인을 조율하고 있다.
김민재는 이런 김다온의 목소리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사람이었고, 베테랑인 기성용 또한 의견을 보태어 가며 적절한 위치를 찾아 움직였다.
그리고 이 속에서, 황의조보다도 수비 가담이 없는 황희찬은 끊임없이 이란을 두들겼다.
“후후. 후후후후.”
“?”
좌절하는 아즈문과 공격의 진행이 단조로워지기 시작한 이란을 모두 지켜보던 호르헤 삼파올리.
잠깐 다리를 쉬게 하려 벤치에 앉았던 그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웃음을 터뜨린다.
이에 강찬일이 옆을 돌아보았고, 그 시선을 알았던 삼파올리는 코치의 다리를 가볍게 두들기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다가섰다.
지난 리우 올림픽을 예의주시했던 호르헤 삼파올리는 황희찬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었다.
또한 올림픽 팀의 감독 신태용으로부터, 김다온이 겪은 리더십의 성장통에 대해서도 전해 들었다.
‘더 성장할 곳이 있었던 건가?’
호르헤 삼파올리는 한층 더 성숙해진 오늘 김다온의 플레이를 보며, 한 개인을 성장시키는 건 좌절이란 성장통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어쩌면 정체 중이었던 건지도 모르겠군.’
오늘 호르헤 삼파올리가 황희찬을 주전으로 기용하는 파격을 보일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김다온을 그의 파트너로 둘 수 있기 때문이었다.
황희찬의 공격력은 어떠한 팀을 상대로도 충분히 통할 만했으나, 성인 대표팀 레벨에서 뛰기엔 수비 가담과 수비력 자체가 너무나도 부족했다.
현대 축구는 최전방 스트라이커에게도 수비를 요구하고, 반드시 선수가 그것을 수행해 주어야 정상적인 전술을 펼칠 수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황희찬은 아직 반쪽짜리 선수였고, 그를 선발했을 때 모두가 황희찬을 조커로만 생각했다.
‘나도 그렇게 믿었었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삼파올리는 황희찬을 공격의 흐름을 바꿔 줄 교체 카드로 정해 뒀었다.
황의조나 손흥민의 체력 안배를 해 줄 수 있는 자원으로서의 활용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황희찬의 투입 시점은 팀이 압도적으로 경기를 지배해 크게 앞서고 있거나, 아니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로 정해 뒀다.
그런데 파주에서 훈련하는 동안, 삼파올리는 황희찬의 공격력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다는 것을 확인했다.
동시에 컨디션적인 측면에서도,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 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
“…….”
이란과 같은 팀을 상대로. 그것도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 원정 경기에서, 수비 가담이 부족한 윙어를 선발로 출전시킨다는 건 악수(惡手) 중에서도 최악이었다.
만약 이로 인한 문제가 생긴다면, 지금까지 쌓아 놓은 명성 일부를 갉아먹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삼파올리에겐 이 악수를 호수(好手)로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존재했다.
그 이유는 물론.
“응? 이봐-!!”
전반 36분, 공격 방향이 오른쪽으로 집중된 이란이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크로스를 보내왔다.
정운과 손흥민의 콜(Call)이 잠깐 엇갈리며, 라민 레자에이안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다소 부정확했던 크로스는 곽태휘에 의해 차단되었고, 헤더를 통해 클리어된 축구공은 이재성과 기성용을 거쳐 오른쪽으로 벌려선 김다온에게 전달되었다.
고개를 들어 전방을 흘끗 쳐다본 김다온.
그는 황의조를 겨냥해 패스를 보낸다.
파앙-!
빠르고 정확하게 굴러간 축구공이 황의조의 발아래에 도달하려는 찰나, 그와 라인을 거의 나란히 하고 있던 황희찬이 수비수의 뒷공간을 파고들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툭-
“?!”
강하게 압박했던 호세이니의 옆으로 축구공이 날아오르고, 오른발을 활용해 절묘한 원터치 패스를 가져간 황의조의 선택은 이란의 라인을 무너뜨린 황희찬에게 기회를 만들어 준다.
현재 이란의 최종 수비수와 골키퍼의 사이엔, 25m가 넘는 공간이 펼쳐져 있다.
[막아-!!! 막으라고-!!!!]다급해진 이란의 감독 카를로스 케이로스가 잔뜩 소리를 내지르고, 호르헤 삼파올리는 드리블을 시작한 황희찬의 뒷모습을 입을 꾹 다물고 지켜본다.
경기 내내 역습 위주의 축구를 구사했던 이란이지만, 정작 본인들이 역습으로 가장 위험한 기회를 내어주고 있다.
퍼스트 터치를 중앙 쪽으로 가져갔던 황희찬은 어느새, 페널티 박스로 접근해 알리레자 베이란반드(Alireza Beiranvand) 골키퍼를 마주하게 되었다.
‘가-!’
슈팅 타이밍을 잡던 황희찬의 오른발이 움직이고, 축구공은 가까운 쪽 골포스트의 아랫부분을 향해 빠르게 구른다.
이에 반응할 수 없었던 베이란반드의 두 발이 피치에 달라붙은 사이, 황희찬의 슈팅은 오랜 기간 넘어설 수 없었던 선(線)을 통과한다.
“-!!!”
{“?!?!”}
자그마치 7년하고도 8개월 만이었다.
2009년 2월 11일에 펼쳐졌던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 박지성이 헤더로 극적인 동점 골을 터뜨렸던 이후, 대한민국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득점을 만들어 내지 못했었다.
2012년과 2014년 각각 한 차례씩 이곳에서 경기를 치렀지만, 결과는 모두 0:0 무승부였다.
거대하게 쌓아 올린 페르시아의 성벽이 약관(弱冠)의 공격수에게 무너진 순간, 삼파올리는 월드컵 8강 진출에 성공했을 때만큼이나 큰 기쁨을 보여 준다.
“VAMOS-!!!!”
과감한 전술적 시도가 성공적인 결과물로 이어진 지금, 오직 축구 감독으로서만이 느낄 수 있는 환희와 짜릿함이 삼파올리의 감정을 지배한다.
그는 황희찬의 주변으로 모인 대한민국의 대표팀 선수들을 향해, 끊임없는 박수를 보내며 격려의 말을 전달했다.
잔뜩 상기된 황희찬의 표정에서도,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묻어 나오고 있다.
“희찬! 희찬!! 바로 그거야!!”
황희찬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삼파올리의 외침은 이제, 그가 이런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던 모든 밑바탕이 된 존재에게로 향한다.
“다온!!”
“?”
“¡Apurarse! ¡Ven aqui!”
다가오란 말과 손짓에 눈을 살짝 치켜뜬 김다온이 대한민국의 벤치로 달려오고, 그를 마주한 삼파올리는 김다온의 머리를 양손으로 붙잡으며 이런 말을 전달한다.
“네가 최고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너는 더 대단한 선수야!”
“……지금 그 말 하려고 부르신 거예요?”
“당연하지! 지금부터 부탁을 하나 하마.”
“?”
“다시 피치로 나가서, 이 득점을 끝까지 지켜 주게.”
“…….”
***
클럽과 대표팀은 완전히 다른 축구를 한다.
이는 아마도 함께 보내는 시간 때문일 거다.
클럽의 축구가 항상 먹는 주식(主食)이라면, 대표팀의 축구는 가끔 즐기는 부식(副食) 혹은 별미(別味) 정도로 설명을 하고 싶다.
그렇기에 삼파올리 감독님은 제수스 감독님이나 펩처럼 나를 많이 알진 못한다.
물론 벌써 6년 넘게 대표팀을 지도하고 계신 만큼 어느 정도 나라는 사람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앞서 말한 두 사람만큼은 아니다.
그래서.
“Si. 그렇게 할게요.”
“당연히 그래야지. 어서 가 봐.”
“네.”
지금 삼파올리 감독님이 내어 준 과제가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그러니까, 득점을 지켜 달라는 말.
‘숙제는 오랜만이네.’
펩과 헤어진 이후 처음으로 숙제를 받았다는 생각에, 잔뜩 기분이 좋아져 버린 나는 피치를 내달리다가 아래로 내려서 슈팅을 시도하려는 아즈문을 향해 몸을 내던졌다.
목덜미를 강타한 축구공이 위로 튕겨 오르고, 온몸 가득 전해지는 고통에 난 잠시 피치에 드러누웠다.
볼을 걷어 내지 않으려는 이란의 선수들 때문에 피치에서 신경전이 펼쳐지게 되었지만, 딱히 그런 플레이가 새삼스럽지 않았던 나는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
더티플레이를 일삼는 녀석들이 더티플레이를 계속해서 하겠다는데, 굳이 화를 낼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오히려 나는 그보다,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승리한다는 어려운 목표를 달성해 나가고 있는 현실이 기쁘게 느껴졌다.
드러누운 상태에서, 난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뜨린다.
“하하. 하하하하.”
그러자 내게 가까이 온 재성이 형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곁에 있는 다른 사람을 향해 이렇게 말을 했다.
“얘 미쳤나 봐.”
“하아~ 뭐, 하루 이틀이야?”
“야, 김다온, 괜찮냐?”
“큭큭큭큭. 응. 괜찮아. 킥킥킥킥킥.”
“??”
여운이 남아 있는 고통마저도 기쁨처럼 느껴지고 있다고 말한다면, 형들은 얼마나 더 나를 미친놈으로 생각할까? 금방 청용이 형이 답한 것처럼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게 몹시도 궁금해졌다.
목덜미에 파스를 뿌리기 위해 옆으로 돌아누운 상태에서도, 나는 유쾌함을 이겨 낼 수 없어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이런 내 모습에 재성이 형이 조금은 난감해하며, 걱정되어 다가온 민재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민재야, 얘 좀 어떻게 해 봐.”
그러자 이 크고 순둥순둥한 녀석은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투로 괜찮냐고 질문을 보내온다.
민재야.
너까지 그렇게 하면 난 뭐가 되냐?
“아~ 진짜. 정말 미친놈인 줄 알겠네.”
“아니었어?”
“아~~~ 쫌!!”
“큭큭큭큭. 병신.”
나와 재성이 형이 나누는 대화에 몇몇이 웃음을 터뜨렸고, 태휘 형님과 성용이 형은 별 미친놈들을 다 보겠다는 듯한 태도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멀어져 갔다.
잠시 뒤 나는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켜 세웠고, 그제야 이곳에서 큰 야유 소리가 번져 나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 거참 되게 시끄럽네.”
손님에게 이런 질 나쁜 침대를 제공하고선 침대 축구를 한다고 뭐라 하는 꼴이라니.
가뜩이나 공기도 희박하고 나쁜데, 이런 딱딱한 침대에서 잠까지 잤다가는 몸이 버텨 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작 드러눕는 걸 즐기는 건 본인들 쪽인데 말이다.
내로남불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안 그래요?”
“그게 뭔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줄여서 내로남불. 에이, 이 정도는 알고 계셔야죠.”
입을 꾹 다물며 고개를 가로젓는 최무영 의무 트레이너님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 후, 나는 주심에게 얼른 들여보내 달라며 손을 들어 올렸다.
.
(이영표) – KBS 축구 해설위원
“아, 김다온 선수 다행히도 괜찮아 보입니다.”
.
전반 40분.
우리는 1977년 이후 처음으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에 앞서 나가고 있다.
***
작가의 말 ? 본문은 8,986입니다.
내일 올라올 한편으로 10월 A매치 일정은 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