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70)
669화 Livin` la vida loca (8)
.후반 24분
이란 0 : 1 대한민국
시간이 흐르면서 이란의 플레이는 조금씩 거칠어졌다.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는 걸, 곳곳에서 드러냈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
“야-!! 이 씨!”
안드라닉 테이무리안(Andranik Teymourian)에게 발등이 밟혀 피치에 드러누워 있던 나를 아쉬칸 데자가가 억지로 일으켜 세우려고 든 것이다.
당연히 해서는 안 될 짓이었고, 발끈한 형들이 모여들면서 경기는 또 한 번 과열되었다.
나는 오히려 시간을 끄는 것을 도와준 테이무리안을 보며, 조금 전 플레이에 대한 짧은 감상을 남겼다.
‘멍청한 놈.’
후반전 시작을 앞두고, 이란은 두 개의 교체카드를 한꺼번에 사용하며 전술적인 변화를 주었다.
전반 내내 나와 맞붙었던 왼쪽 라인의 바히드 아미리와 밀라드 모함마디를 몽땅 빼 버리고, 안드라닉 테이무리안과 마수드 쇼자에이(Mashoud Shojaei)를 동시에 투입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30대의 베테랑이자, 최근까지 이란의 중원을 책임졌던 핵심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이란은 기존의 중앙 미드필드 듀오였던 아쉬칸 데자가와 에흐산 하즈사피(Ehsan Hajsafi)를 각각 왼쪽 윙어와 풀백으로 보내 버렸다.
그와 동시에 전형이 4-1-4-1에서 완전한 4-3-3으로 바뀌었는데, 공격을 하겠다는 의지가 잘 드러나는 변화였다고 볼 수 있었다.
“형! 나 없어.”
한참을 뒹굴다 일어선 뒤, 나는 사이드라인 밖으로 걸어 나가며 성용이 형에게 천천히 할 것을 요구했다.
어차피 급한 건 우리가 아니니까 말이다.
이란을 좀 더 짜증 나게 할 필요가 있다.
“괜찮아?”
“네. 사실 하나도 안 아팠어요.”
“꽤 세게 밟힌 것 같더니.”
“그래 보인 거죠. 축구화가 좋거든요.”
“…….”
탁-! 탁-!
EURO 2016을 앞두고, ‘아디다스’와 ‘나이키’ 등의 회사가 새로운 시즌을 겨냥한 디자인을 내어놓았다.
‘나이키’의 경우 발목까지 이어진 밴딩이 인상적이었고, ‘아디다스’는 끈을 제거하여 축구화의 무게를 더 줄이는 등의 기능성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나는 끈이 없는 축구화는 헐거운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들었다.
작년 ‘아디다스’에서 샘플을 보내 줬을 때도, 나는 새로운 축구화에도 끈이 장착되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었다.
그래서 탄생한 축구화가 바로 지금 신고 있는 것이었는데, 딱딱함의 정도와 착용감 모두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헤-이!!”
시간이 지나도 주심이 날 들여보내려고 하지 않아, 조금 짜증을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제야 주심은 이쪽을 돌아봤다.
현재 볼의 소유권은 이란에게 넘어간 상황이다. 반대편 진영에서 스로인이 진행 중이었는데, 흥민이 형에게 밀린 자한바크슈가 넘어졌다가 벌떡 일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스코어가 반대였다면 그대로 피치에 드러누웠을 거란 생각을 하니, 콧방귀가 절로 나왔다.
‘하.’
그렇지만 이란의 공격은 분명 경계해야 했다.
선수들이 케이로스의 지시를 잘 따르고 있다.
‘괜찮은 팀이긴 하네.’
볼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우리를 부지런히 두들기는 이란을 보고 있으니, 왜 저런 기량으로 침대를 설치할까 싶었다.
처음 이란이 4-1-4-1을 사용했던 이유는 그것이 팀에 가장 적합한 전술이어서가 아닌, 승점이 필요한 경기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었기 때문이었다.
전반전 이란은 수비 상황에서 왼쪽 윙어인 바히드 아미리와 중앙 미드필드였던 에흐산 하즈사피를 각각 좌우 수비 진영으로 보내는 모습을 보여 줬다.
이는 둘에게 측면 수비를 맡기고, 기존의 풀백을 조금 더 중앙에 가깝게 두기 위함이었다.
쉽게 말해 여섯 명의 선수를 페널티박스 주변에 두는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보인 것인데, ‘선제실점을 하지 않겠다.’라는 의지가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희찬이의 득점이 카를로스 케이로스가 세웠을 계획을 완벽하게 무너뜨려 버렸다.
그래서 케이로스는 자신의 전술을 수정해야 했고, 마케도니아와의 경기에서 선보였던 축구와 흡사한 4-3-3으로 전형을 바꾸었다.
그러나.
‘어설퍼.’
오버랩을 시도했던 라민 레자에이안의 크로스가 그대로 골라인을 벗어나고, 페널티박스 안으로 움직였던 나는 몸을 돌리며 자리를 찾아 움직였다.
사실 지금의 상황은 이란에게 무척 낯설 것이다.
그러니까, 끌려가고 있는 상황 말이다.
우리도 거의 40년 만에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리드를 잡았지만, 이란 역시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이곳에서 리드를 허용했다.
오늘을 빼고 단 두 차례 실점을 허용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둘 모두 실점 전까지 이란이 리드하고 있었다.
중요한 건 바로 이거다.
낯섦.
선제골 이후부터, 홈 경기에서 얻어갈 이점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어드밴티지는 여전히 이란의 곁에 있지만, 스스로 그걸 느끼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축구가 재미있는 거다.
상황은 때때로 모든 것을 압도한다.
그러면 홈&어웨이에 따른 부분도, 전략과 전술도 피치 위에서 흐려진다.
그래서 이런 순간엔 정신을 부여잡아야 한다.
어떠한 때보다, 더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
‘생각해, 다온아. 생각해.’
어떠한 플레이를 해야 승리할 확률을 더 높일 수 있을까? 조금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서, 나는 무엇이 실점을 줄이고 무엇이 이란의 평정심을 흔들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난 선택한다.
“아악-!!”
“????”
악당이 되어 보기로.
이미 악당이 된 경험이 있어,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삐?익!!
조금 전 나는, 루즈볼을 추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로 데자가 역시 뛰어들었다.
우리는 볼을 사이에 두고 별다른 접촉 없이 교차했고, 데자가의 발에 맞은 축구공은 사이드라인 밖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난,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그리곤 고통스럽다는 듯 얼굴을 부여잡았다.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려 온다.
[!$@!^#^#$^@!!!!!]목소리만으로 분간이 어려웠기에, 나는 얼굴을 감싸 쥔 손가락을 살짝 벌리며 실눈을 떴다. 거기엔 침을 튀겨가며 흥분하고 있는 데자가가 있었다.
자꾸 웃음이 나오려고 해, 나는 몸을 빙그르르 돌린 후에 엎드리는 것을 선택했다.
분명한 고통이 느껴진다는 듯, 발을 움직여 앞꿈치로 피치를 두들기는 것을 잊지 않는다.
난, 진정으로 묻고 싶었다.
당하는 기분이 어떻냐고.
웃음을 참을 수 있게 된 뒤에 나는 다시 등을 대고 누웠고, 데자가를 포함한 이란의 선수들은 주심에게 다가가 격한 감정을 표출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 내 주변엔, 걱정스러운 얼굴의 동료들과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 한 사람이 있었다.
“……알고 있었어?”
“그래, 인마. 누워 있어.”
“??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얘 연기하는 거야.”
“??”
우리 한국인들은 조금 점잖은 구석이 있다.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도 싫어한다.
목적을 이룬다면 깨끗하게.
그러다 지더라도 오케이.
‘과연 그럴까?’
나는 깨끗함을 추구하다 패배한 경기에서, 여지없는 비난의 날을 치켜세우던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어쩌다 찝찝하게 이기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승리를 폄하하곤 했다.
도대체 그것은 누구를 위한 기준인가?
대표팀으로서 국민을 위해 뛰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결과에 따른 모든 책임을 짊어지는 것은 우리 선수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피치엔 여러 얼굴이 있다고 말하고픈 것뿐이다.
나는 나를 믿어 달라고 하고 싶다.
그럼, 승리를 안겨다 줄 테니.
유니폼뿐만이 아니라 내 명성까지 진흙투성이가 되더라도, 경기의 끝에서 패배하는 일만큼은 없기를 바란다.
물론, 이것은 그냥 상징적인 말이다.
모든 경기에서 이럴 생각은 없다.
지금은 그저 이란인들에게,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축구로 당하는 기분이 어떠냐고 묻고 싶은 게 다였다. 이러한 질문이, 그들의 축구를 망칠 테니까.
한참 시간을 끈 이후에 나는 몸을 일으켜 세웠고, 사이드라인으로 다시 걸어 나갔을 땐 얼추 2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가 있는 상태였다.
팀장님께 건네받은 물병을 받아 목을 축이면서, 나는 시계를 보고 있는 이란의 선수들이 몇이나 되는지를 확인했다.
‘하나, 둘, 셋, 넷…… 정도?’
경기는 이제 3/4를 지나쳤다.
‘나쁘지 않아.’
젊은 축에 속하는 90년대생 선수들이 조바심을 느낀다는 것을 확인한 후, 주심의 신호에 맞춰 나는 피치에 들어섰고 그와 동시에 아즈문의 거친 도전을 받아들이게 됐다.
다분히 감정이 실린 몸싸움에, 난 다시 곧바로 드러누울까 하다 자존심을 세우기로 했다.
사이드라인 바로 앞에 축구공을 가져다 두고, 아즈문의 차징을 단단하게 버텨 내며 오른발로 축구공을 컨트롤한 것이다.
그렇게 2, 3초가량 대치 구도가 이어졌을 때.
퍼억-!!!
“으헉!!”
이번에는 진짜 통증이 밀려 들어왔다.
난 다시 한번 피치를 굴렀다.
.
(이후재) – KBS 축구 아나운서
“아- 저건 아니죠.”‘
(이영표)- KBS 축구 해설위원
“지금은 분명한 고의적인 파울입니다. 이란의 선수들. 지금 감정적으로 굉장히 흥분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테이무리안이 볼이 아닌 김다온 선수의 몸을 보고 달려들었습니다.”
(이후재)
“아…… 오늘 여러 번 피치에 드러눕는 김다온 선수입니다. 큰 부상이 아니어야 할 건데요.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도 흥분해 어필을 시작합니다.”
(이영표)
“확실히 이란 선수들이 조급합니다. 김다온 선수가 반대로 시간을 지연시키는 플레이를 보여 준 게, 이란 선수들의 심리를 뒤흔든 것 같습니다. 무작정 시간을 끄는 플레이는 좋지 않지만, 지금처럼 영리하게 활용하면 충분히 전술적으로 효과가 있습니다.”
.
참고로 아자디 스타디움은 육상트랙이 있는 종합 경기장이다. 사이드라인 바깥 잔디 부분이 무척 적고, 그 뒤는 딱딱한 바닥이다.
그리고 지금 넌 거기로 떨어졌다.
[알아들어?!?! 그러고도 네가 세계 최고라고?! 엿이나 먹어!! 메시나 호날두는 그렇게 하지 않아!! 너는 최고라는 이름을 가져갈 자격이 없어!!]다시 한번 흥분한 아쉬칸 데자가가 독일어로 소리를 질러오고 있었다. 이곳 테헤란에서 태어났으나 독일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낸 데자가는 이란과 독일 이중국적을 지녔다.
그래서 지금처럼 독일어를 잘하는 것이다.
[당장 일어나 이 빌어먹을 녀석아!! 이 땅은 너 같은 빌어먹을 새끼가 드러누울 만큼 더러운 장소가 아니라고!! 여긴 신성한 땅이야!! 알라의 축복이 깃들었다고!!!]이미 피치는 양 팀의 선수가 정신없이 엉겨 붙어 난장판이었다. 조금 더 드러누워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잔뜩 흥분하고 있는 동생들을 보니 일어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희찬이와 민재가 불같은 화를 표출 중이다.
힘겹게 상체를 들어 올리면서 나는 희찬이와 민재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그렇게 몇 번을 더 외치자, 둘은 내 쪽을 돌아봤고 난 괜찮다는 것을 어필하고자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제야 희찬이와 민재도 조금 진정을 했는데, 사태가 수습된 이후 주심은 테이무리안에게 경고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진정한 뒤에도, 주심이 경기를 재개시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시아파 최고의 명절인 아슈라 기념일인 오늘, 저들은 정숙(靜肅)해야 한다는 신념을 어기고 욕설과 함께 갖은 물건을 그라운드로 투척해 오고 있었다.
이럴 땐, 이곳이 종합 경기장이라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관중석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 사람들이 던진 물건이 피치까지 날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여간에 너는 진짜…….”
“미안. 이제는 안 할 거야.”
“그래 인마, 적당히 해.”
아마도 여기까지가 이란의 신경을 긁을 수 있는 최대치인 것 같아, 나는 깔아 두었던 매트리스를 접기로 했다.
지금까진 나 혼자만 악당의 역할을 하면 되었지만, 조금 더 과해진다면 동료들이 이란의 거친 플레이로 인해 다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 역시 나름 만족스럽다.
어느새 후반 34분.
서너 번 피치에 드러눕는 것으로 나는 10분을 흘려보냈고, 공세를 높여 가던 이란의 흐름 역시도 끊어 낼 수 있었다.
심판이 추가시간에 보상하려고 하겠지만, 기존의 사례를 생각해 보면 기껏해야 이란이 얻을 시간은 2~3분 정도일 거다.
‘앗싸, 개꿀. 개이득.’
약간의 고통과 수명이 길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7~8분의 시간을 벌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후우~ 이대로는 뭔가 찝찝해.”
기왕이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단순히 시간만 끄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줄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이것은 내 개인적인 자존심의 문제다.
직업과 자존심 사이의 밸런스.
일단 그것을 유지하려고 한다.
식어버린 엔진을 다시 예열하기 시작하는 이란.
반대편에서 다시 크로스가 넘어온다.
아즈문이 달려들어 보지만 그의 머리가 닿기엔 축구공은 너무 높았고, 그대로 흘러나온 축구공을 기다리던 나는 오른쪽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왼발을 슬쩍 앞으로 들어 올렸다.
툭-
“?!”
“…….”
살짝 떠오른 축구공을 바라보려 고개를 들어 올리고, 그 아래로 스쳐 지나간 누군가를 뒤로한 채 나는 몸을 돌렸다.
어김없이 야유가 울려 퍼지고, 떨어지는 축구공을 발아래에 받아 둔 나는 가까이에서 접근하는 사에이드 에자톨라히(Saeid Ezatolahi)를 확인했다.
감정이 듬뿍 담긴 스프린트를 해 오는 그는, 나를 넘어뜨리겠다는 각오인 것 같다.
‘해 볼래?’
툭-
“!!”
에자톨라히의 태클 타이밍에 맞춰, 나는 축구공을 골라인을 따라 흘려보내는 데 성공했다.
덩달아 그가 휘두른 왼발 역시도 지나쳤고, 이후엔 사이드라인을 따라 축구공을 길게 밀어 보내며 속도를 점차 붙여 나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야유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정말 야유를 하지 않게 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이 스프린트에 집중하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빠르게 다가온 하프라인을 지나친 뒤에도, 나는 한 번 더 볼을 길게 차 넣으면서 스프린트를 이어 나갔다. 왼편 멀리에서 세예드 호세이니가 접근하는 중이다.
어김없이 다가온 선택의 시간.
사이드라인?
아니면 정면 돌파?
“…….”
평소였다면 확률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이드라인으로 볼을 차 넣었겠지만, 증명에 잔뜩 목이 말랐던 나는 호세이네와 마주하기로 한다.
툭.
스프린트의 속도를 살짝 늦추며, 드리블의 방향을 안쪽으로 꺾는다.
그리고 잔발을 내디뎌 다시 스텝을 맞춘 뒤에, 약 5m 앞까지 다가온 호세이니의 다리를 바라본다. 양쪽 모두 속도를 높인 상태라, 5m는 1초 만에 좁혀질 거다.
“후우~”
애초부터, 잔재주 따위는 버리기로 했다.
스텝오버나 다른 발재간은 필요치 않다.
속도.
그리고 힘.
나는 보다 원초(原初)적인 재능에 가까운 무기를 살려, 페르시안 전사의 마지막 성벽을 뚫어 보려고 한다.
호세이니와 부딪히기 직전, 나는 오른쪽 발등으로 축구공을 살짝 들어 올리며 오른쪽 30도 정도 되는 각도로 한 번 더 방향을 틀었다.
왼쪽 무릎이 비명을 내지르려고 했지만, 여태껏 운동을 열심히 했고 그간 무리를 시키지 않은 덕분에 근육과 인대가 단단히 손을 잡아주었다.
급격한 방향 전환에 따른 부하를 견디고 흘려보내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왼쪽 발바닥에 힘을 줄 수 있었다.
탁-!
“!!!”
“…….”
어쩌면 호세이니에겐, 내 다리에 스프링이 달린 것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내 유전자 어딘가에 캥거루나 다른 뭔가가 섞였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 무엇이 되었든, 현재 내게 중요한 것은 다급하게 뻗은 호세이니의 손을 뿌리치는 것이었다.
아니. 뿌리치는 게 아니라, 그의 손이 나를 붙잡기 전에 주변에서 벗어나야 했다.
이를 악물고 한 걸음을 더 옮기는 찰나, 왼팔 삼두 부근을 스치는 어떤 감각이 느껴졌다.
뒤돌아보지 않아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게 아마 호세이니의 손이었을 거다.
수비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
손으로도 잡지 못했다.
‘그렇다면?’
쿵-!
‘그렇지!’
들려올 거라고 기대한 소리를 귓속에 담아 둔 후, 고개를 들어 올린 나는 각도를 좁히기 위해 달려 나온 알리에자 베이란반트를 보았다.
쏙 들어간 큰 눈을 부라리며, 베이란반트는 양손을 좌우로 편 채 내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난 아무런 망설임 없이, 왼발을 축구공 옆에다 놓아두며 숨을 들이마셨다.
“쓰읍-”
지금까지 내가 기교를 부렸던 건 우리의 페널티박스 안에서가 전부다. 스프린트를 시작한 이후엔, 단 한 번도 조미료를 플레이에 섞으려고 들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도, 그러고 싶지 않다.
나의 선택은.
‘강하게.’
무조건 강하게.
방향 따위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나는 오로지 발등을 정확히 축구공에 가져가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잔뜩 들이마셨던 숨을, 오른발을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피치에 전부 토해 낸다.
퍼억-!!!! . “푸우-!!!!”
베이란반트의 얼굴을 향해 곧게 뻗어 나가는 듯했던 축구공은 곧, 그의 오른쪽 귀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반대편 골포스트를 향해 곧장 직진했다.
그리고 이후의 장면을 확인한 순간.
“????”
[?!?!]{“!!!!”}
“…….”
나는 선 자리에서 털썩 무릎을 꿇어, 양팔과 고개를 어둑어둑해진 테헤란의 하늘로 가져갔다.
.
(샤흐르다드 하와르) – 페르시안 TV 아나운서
“오…… 알라시여…….”
.
지금 저 뒤에서, 크게 함성을 내지르는 이들이 내게 달려들고 있다.
***
작가의 말 ? 8,139자입니다.
대략 95m를 스프린트 한 득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