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71)
670화 Livin` la vida loca (9)
.경기 종료(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 0 : 2 대한민국
[골] 황희찬 : 전반 37분(황의조)김다온 : 후반 36분
『對 이란 김다온의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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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AL OF THE YEAR ? FIFA 홈페이지]? 아직 푸슈카스 수상자가 결정되진 않았지만, 김다온의 명성과 득점 장면을 고려했을 때 이는 올해의 골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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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O ? ESPN(미국)]? 지난 한 주, 전 세계에서 월드컵 최종 예선 경기가 펼쳐졌다.
폴 포그바가 네덜란드를 상대로 프랑스의 승리를 이끌었고, 체로 임모빌레가 후반 47분 마케도니아를 상대로 결승골을 터뜨려 이탈리아에 승점 3점을 안겨다 주었으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칠레와 에콰도르에게 각각 0:2로 패배하는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김다온이 모든 이슈를 하나의 득점으로 묻어 버렸다.
최근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에서 선보인 셀레브레이션으로 화제가 된 이 22살의 수비수는, 확실히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방법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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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OCK!! – BBC(잉글랜드)? 대한민국의 첫 번째 아자디 스타디움에서의 승리를 결정지은 김다온의 득점에, 많은 축구 관계자들이 충격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 “뒤늦게 득점 장면을 확인했다. 환상적이다. 다온의 득점은 올해의 골이다.” – 개리 리네커 Via Twitter
? “완전히 미쳤다. 후반 35분이 넘은 시점에 피치의 끝에서 끝까지 최고의 속력으로 달렸고, 파괴적인 슈팅으로 그물을 갈랐다. 내 생각엔 누구도 그와 같은 것을 해낼 수 없다. 다온은 외계에서 온 생명체 같다.” – 리오 퍼디난드 Via Twitter
? “아시아를 저평가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 레벨에서 다온이 뛰는 것은 반칙처럼 느껴진다. 스피드, 힘, 기술. 모든 면에서 몇 단계는 더 위에 있다. 대한민국은 그런 선수를 보유했다는 사실이 무척 행복한 밤이 될 것이다. 축하한다.” – 앨런 시어러 Via Twitter
***
2016년 10월 12일. 28221 마드리드, 스페인. 마하라혼다.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번져 나간 김다온의 득점 소식은, 현재 그가 속한 팀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금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코칭스태프는, 감독실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로 김다온의 골 장면을 시청했다.
“후반 36분이었다고?”
“그래. 심지어 그 전에 몇 번이나 거친 파울을 당해서 피치를 뒹군 상태였어. 그런데 유니폼을 털고 들어오더니, 바로 저런 장면을 만들어 내더군.”
“……허-!”
“휘이- 완전히 미쳤어.”
감독실에 모인 이들이 감탄을 아끼지 않는 사이, 혀를 내둘렀던 헤르만 부르고스가 디에고 시메오네를 바라본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감독은 현재, 의자에 앉아 턱을 괴고 입가에 손을 가져다 두고 있다. 헤르만 부르고스는 그것이 미소를 감추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냥 웃지 그러나?”
“……뭐가 말인가?”
“솔직하지 못한 친구로군. 지금 시치미를 떼는 자네의 입가 말이야. 꿈틀꿈틀한다는 것을 알고 있나?”
“하-! 말도 안 되는 소리.”
“정말 그럴까?”
농을 주고받는 감독과 수석코치의 모습에, 주변의 분위기가 무척 밝아진다.
리그 최하위로 처진 그라나다 CF와의 경기를 사흘 앞두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스태프들은 A매치를 뛰고 온 선수들의 컨디션을 염려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특별한 부상자는 없었지만, 월드컵 예선이니만큼 전력으로 경기를 뛰었을 선수들의 체력이 크게 떨어져 있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특히 비(非)유럽에 속한 선수들의 경우, 조금 더 근본적인 관리가 필요한 게 사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김다온의 원더골은, 잠깐이긴 해도 아틀레티코의 코칭스태프들에게 즐거움을 안겨다 주고 있다.
딸깍-
미팅을 끝낸 사람들 대부분이 사무실을 떠나고, 아직 남아 있던 헤르만 부르고스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디에고 시메오네를 보며 이야기를 꺼내 든다.
“뒷모습이 슬퍼 보이는군.”
“이젠 독심술을 하려는 건가?”
“그냥 하는 말이야.”
“…….”
잠깐 어깨를 들썩이는 디에고 시메오네를 보며, 헤르만 부르고스는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뒤, 시메오네가 몸을 돌린다.
“시간이 아깝네.”
“?”
“그러니까, 이렇게 흘려보내는 시간 말이야. 다온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리의 선수가 되지는 못할 거야. 그는 아마 내년 여름 PL로 가겠지. 맨체스터 시티. 그것을 예측하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아.”
“…….”
김다온과 함께 두 달 정도의 시간을 보내어 본 결과, 디에고 시메오네는 그가 내년 여름 맨체스터에서 펩 과르디올라와 재회할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그의 감각이 말하고 있었다.
“펩을 향한 다온의 충성심은 늘 절대적이었지. 그의 인터뷰만 몇 개 찾아봐도 쉽게 알 수 있어.”
“…….”
“무엇보다, 그는 끊임없는 경쟁을 바라지. 힘든 도전을 하는 데 전혀 망설임이 없어. 패배의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다가가 정면으로 도전하려고 하지. 존경심이 들 정도야. 그 친구에게 이곳은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군.”
“……슬퍼 보이는군.”
“후후. 그래 보이나?”
자리로 돌아온 디에고 시메오네가 털썩 주저앉아 의자를 빙그르르 돌렸다. 그에 따라 그의 몸 역시 돌아갔고, 헤르만 부르고스는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보다 시메오네를 잘 알고 있었던 그는, 자신의 오랜 친구가 슬퍼하는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감정의 기원은 질투였다.
오직 지금까지 펩 과르디올라만이 경험해 본 것에 대한 질투 말이다.
리오넬 메시.
그리고 다온.
이미 역대 최고의 반열에 오른 메시와 빠르게 그 턱밑까지 추격해 3년 안에 같은 평가를 받게 될 다온을 펩 과르디올라는 모두 지도해 보았다.
축구 감독으로서 이와 같은 경험을 한다는 건, 오직 극소수의 이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조금 전 시메오네가 시간이 아깝다고 말했던 이유 역시, 김다온과 함께할 수 있는 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온은 지금 어디에 있나?”
“글쎄. 터키? 그리스?”
“흐음-”
김다온을 위해 전용기를 보내곤 했던 바이에른 뮌헨과는 달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클럽의 누구에게도 전용기를 보내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다온은 경기 후 테헤란의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4시간 전 비행기를 타고 마드리드로 향하는 중이다.
현재 테헤란에서 마드리드로 직항하는 비행편이 없다 보니, 이스탄불을 거쳐 비행기를 갈아타고 총 10시간에 걸친 비행을 하고 있다.
이후 짧은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눈 후, 부르고스는 시메오네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고자 사무실을 나섰다.
딸깍-
“후우~”
단순히 주기(週期)가 맞아떨어진 것일 수도 있겠지만, 김다온의 합류 이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처음 두 경기 때와는 전혀 다른 팀이 되어 있었다.
7경기에서 7승 26득점 2실점이란 압도적인 결과를 남겼고, 바르셀로나와의 경기를 뺀 모든 시합에서 클린 시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남긴 클럽은 유럽에 존재하지 않는다.
문을 등진 상태로 고민을 이어 나가던 부르고스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머리를 긁적인다.
‘결과로 보여 주고 있다는 건가?’
프로 데뷔 시즌을 제외하면, 김다온이 속한 클럽은 매년 최소 하나 이상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SL 벤피카 이적 후엔 챔피언이 되는 과정에서 늘 주역으로 활약을 했다.
세 개의 다른 리그에서 챔피언이 되었고 두 개의 다른 클럽에서 유로파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며, 22살의 나이에 10개가 넘는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참여한 첫 번째 월드컵에서, 세 개의 원더골을 기록하며 모국을 8강으로 이끌었다.
“…….”
좀처럼 감탄하지 않는 부르고스가 슬쩍 팔을 들어 올려, 손목까지 뒤덮은 점퍼의 소매를 걷어 올린다.
덥수룩한 털 사이로, 돋아 있는 소름이 보인다.
익히 알고는 있던 사실이지만, 정리해 놓고 나니 새삼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꾸준히 결과를 만들어 왔다는 건, 어떻게 보면 가장 저평가되는 요소기도 했다.
그건 아마도, 축구가 매년 여름 새롭게 리셋(Reset)되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헤르만 부르고스다.
“Chico Maravilla.”
어느새 완전히 식상해져 버려, 언급조차 잘되지 않게 된 김다온의 예전 별명(Wonder Boy)을 중얼거린 부르고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A매치 주간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는 아틀레티코는 내일부터, 모처럼 완전체가 되어 일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
[드디어 아자디 스타디움 징크스를 깬 대한민국의 2:0 승리에 감춰진 비하인드 요소들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인터뷰로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 풋볼베스트일레븐]? 강찬일, “힘든 경기라고는 생각했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파주를 떠나기 전부터 기성용과 김다온 같은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파이팅을 불어넣어 줘 왔다.”
? 정운, “출발 전부터, 이란 원정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선제골을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에 앞서 실점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김승규, “1:0이 되고 나서 다온이가 계속 드러누웠다. (웃음) 처음에는 그게 재미있었는데, 나중에는 그게 전술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필드에서 이란 선수들이 조급해하는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이재성, “하프 타임 때 감독님이 0:0이라 생각을 하자고 말씀하셨다. 무작정 지키려고만 하지 말고, 항상 득점할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그게 좋았다. 덕분에 후반전 내내 마음가짐이 훌륭했다.”
? 기성용, “다온이에게는 확실히 우리에게 없는 것이 있다. 이란의 홈에서 그렇게 드러눕는 것을 보면서 얘는 진짜라고 생각했다. (웃음) 사람들이 야유를 퍼부어도 표정 변화 하나 없더라. 걔는 그냥 이번 경기를 즐겼다. 그리고 덕분에 우리도 힘든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구자철, “(이란 팬이 던진) 물병에 맞을 뻔했다. 걔가 두 번째로 드러누웠을 때 관중석 반응이 정말 엄청났다. 무서울 정도였다. 그런데 정작 걔는 괜찮았을 거다. 원래부터 그런 녀석이라는 것은 알았는데, 이번에는 진짜 놀랐다. 배짱이 큰 정도가 아니라,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것 같았다.”
? 황의조, “정말 깜짝 놀랐다. 분명 내가 더 앞에 있었는데,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 나가더니 거리가 점점 벌어지더라. 나중에는 그냥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 차두리, “대한민국 대표팀에서 가장 멋진 골은 전부 다온이가 만든 것 같다. (웃음) 한 번은 같이 뛰어 본 적이 있다. 내가 점점 더 속도가 붙는 편인데 반해, 걔는 처음부터 끝까지 쭉 같은 속도로 뛰더라. 제로백이라는 게 없다.”
? 김진현, “내가 이란 골키퍼였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만약 그런 슈팅을 얼굴에 정통으로라도 맞았다면, 생명을 걱정해야 하지 않았을까? 골키퍼로서 다온이가 슈팅을 때리는 것은 정말 최악이다.”
? 김민재, “다온이 형이 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그냥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득점이 이뤄졌을 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소름이 돋았다. 다온이 형이랑 대표팀에서 함께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영광이다. 늘 좋은 말을 해 주고 또 선물도 많이 준다. (웃음) 나도 언젠가 형처럼 유럽에서 인정받는 수비수가 되고 싶다.”
? 황희찬, “형은 뭐든 ‘내가 보여 줄게’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게 진짜 대단하다. 보여 주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건 아닌데, 늘 중요한 순간 뭔가 한 방을 보여 준다. 올림픽에서도 그렇고, 대표팀에서도 늘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 호르헤 삼파올리,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다.”
***
34149 버크르쿄이/이스탄불, 터키. 예실쿄이. 아타튀르크 국제공항(Ataturk Havalimani. Ye?ilkoy, 34149 Bakırkoy/?stanbul, Turkey).
테헤란을 떠나 이스탄불에 도착한 나는, 갈아탈 비행기의 탑승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얼굴을 가리려 쓴 모자와 마스크를 잠깐 무릎 위에 내려놓는다.
“후우~”
조금 전 여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를 알아본 직원이 깜짝 놀라는 바람에 약간 지체가 되었었다.
여권을 땅바닥에 떨어트렸다는 것도 모르고 입가로 손을 가져갔던 여성 직원의 모습에, 경비원이 다가와 무슨 일인지를 물어본 것이다.
그리고 나를 확인했던 경비원 역시, 눈을 크게 치켜뜨며 뭐라고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잠시 뒤 정신을 차리고 나니, 바로 이곳에서 공항 직원들에게 사인해 주고 사진을 찍어 주는 날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은 소란이 모두 정돈된 뒤다.
상사로 여겨지는 사람이 들어와 뭐라 뭐라 소리를 지르면서 안에 있던 사람들을 전부 내쫓아 버린 거다. 그런 뒤엔 수줍게 다가와 마찬가지의 것을 내게 부탁해 왔다.
그 모습이 어이가 없기도 했었지만,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수줍어하는 게 이채롭게 느껴져 순순히 요청에 응했었다.
덕분에 비행기 탑승 전까지 평온함을 얻었으니, 수고가 아깝지 않기도 했다.
나를 마드리드로 실어나를 비행기에 탑승 수속까지는 40분이나 더 남아 있고, 사람들이 많은 플랫폼에서 있는 것보다 조용한 이곳이 몇 배는 더 낫다.
휴대폰을 꺼내 들어 아영이와 한동안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폰을 곁에 내려두고 테이블에 조용히 엎드렸다.
“…….”
눈을 감고 있는 지금도, 득점 이후 아자디 스타디움의 모습과 분위기가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무릎을 꿇었던 내게 달려든 형들이 고함을 질렀고, 움찔한 상태로 얼어 버렸던 알리레자 베이란반드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 귀로 손을 가져갔었다.
잠시 뒤, 인상을 잔뜩 찌푸렸던 베이란반드의 흰색 장갑에 빨간 무언가가 묻어 나왔다.
나중에 듣기론 슈팅이 오른쪽 귀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거칠게 긁힌 것과도 같은 상처가 났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거기에 더 집중할 수 없었는데, 형들이 내 얼굴을 부여잡고 머리카락을 마구잡이로 헤집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휩쓸리고 나니, 골키퍼의 일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고요하게 바뀌어 버린 아자디 스타디움의 관중석을 바라보며, 이란 사람들이 짓고 있는 표정을 즐겼다.
터번이 풀어지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머리를 쥐어뜯고 있던 사람. 어정쩡한 자세로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있던 사람. 또 누군가는 원망 가득한 시선을 보내오고도 있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머릿속에 똑똑히 각인시켰고, 이후 아자디 스타디움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조용했었다.
‘즐거웠어. 그렇지?’
오랜 악연(惡緣)을 끊어 냄과 동시에, 최근 당했던 것까지 복수할 수 있어서 좋았던 하루였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또 대표팀 선수로서.
보람이라는 것을 듬뿍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욕이야 잔뜩 먹었지만 말이다.
경기가 끝난 뒤의 인터뷰에서, 카를로스 케이로스가 나를 겨냥한 날 선 목소리를 높였었다.
[“우리는 오늘 소위 세계 최고라는 선수가 바닥에서 뒹구는 모습을 보았다. 어쩌면 그는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차라리 할리우드로 가지 그랬나?”]당연하게도, 카를로스 케이로스의 인터뷰는 아무런 공감을 얻어 내지 못했다. 오히려 거센 비난이 뒤따랐고, 심지어 이란 언론마저도 등을 돌린 모습이었다.
마수드 쇼자에이를 중용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경기 내내 보이지 않았던 하즈사피 기용의 이유를 따져 들었다.
그리고 내 행동을 패배의 핑계로 삼지 말라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내 기억에, 이란이 이토록 거센 비난과 직면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 맞다.’
기억을 되짚어가던 중, 무언가가 불쑥 떠오른 내가 얼른 몸을 일으켜 옆에다 놓아둔 백팩으로 손을 가져갔다.
지-익.
앞쪽 지퍼를 열어, 호텔을 떠나기 전에 넣어두었던 봉투를 꺼내어 든다. 가장 먼저 출발하게 된 나를 배웅하러 내려오셨던 삼파올리 감독님이 전해 준 편지였다.
지금까지 축구를 해 오면서, 감독에게 편지를 받아 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처음은 한국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 이광종 감독님이 주셨던 것이었다.
“…….”
봉투를 열어, 안에 있는 편지지를 꺼내 든다.
특별한 문양이 없는 무척 심플한 것이다.
그리고 그 위로, 제법 공들여 쓴 티가 나는 삼파올리 감독님의 필적을 읽어 나갔다.
Querido Daon.
다온에게.
“…….”
삼파올리 감독님이 채워 넣은 내용은 나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클럽과 대표팀을 오가며 몸을 관리하는 노하우와 좋은 음식과 같은 것들을 적어 놓으셨다.
그리고 그런 뒤엔, 앞으로도 나다움을 포기하지 말란 이야기를 덧붙이셨다.
Preimero, Compite.
첫째, 경쟁할 것.
감독님은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을 알고 계셨다.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무엇보다 끔찍하게 여기며, 계속 나 자신을 증명하길 원하는 마음을 말이다. 다만 열정이 너무 지나쳐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배우자를 둔 게 다행이라는 내용을 읽었을 땐, 절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후후.”
그리고.
Segundo, ama a los que te rodean.
둘째, 주변 사람들을 사랑할 것.
지난 리우 올림픽을 통해, 감독님은 내가 좋은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을 얻으셨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애정을 주위에 쏟아야 한단다.
채찍은 내 커리어가 대신해 줄 거라면서 말이다.
올림픽 이후 나름 느끼는 것도 많았기에, 나는 삼파올리 감독님의 조언을 가슴에 새겨 넣으려고 했다.
‘이제…….’
마지막이자 세 번째.
Tercero, Livin` la vida loca.
셋째, 미친 삶을 살 것.
[‘축구에. 가족에. 동료에. 그리고 네가 뛰는 모든 순간순간 단 하루도 미치지 않은 때가 없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때고 온다면, 너는 틀림없이…….’]“…….”
똑똑똑-
“응?”
노크 소리가 들려오고, 아까 그 상사가 얼굴을 비췄다.
“Time to go.”
“Oh, Okay.”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삼파올리 감독님이 적은 마지막 문장을 한 번 더 확인하곤 편지를 예쁘게 접어 봉투에 다시 집어넣었다.
그러곤 봉투가 더 구겨지지 않도록, 가방에 넣어 두었던 책의 사이에 끼워 넣었다.
‘자, 어디 그럼?’
직원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걸어가는 길, 나는 내내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
작가의 말 ? 밝히지 않은 마지막 문장은, 차후 다룰 기회가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