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72)
671화 Racha Ganadora
2016년 10월 13일. 28221 마드리드, 스페인. 마하라혼다. 시우다드 데포르티바 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마드리드로 돌아와서 가장 기뻤던 이유는 아영이를 다시 볼 수 있어서였다. 비록 처제들이 와 있기는 했지만, 우리의 사랑을 확인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이튿날, 나는 클럽하우스로 출근해 아틀레티코의 동료들을 만났다.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A매치 기간 약간의 사고가 있었던 것과는 달리, 우리는 사울 니게스가 약간의 타박상을 호소한 것을 빼면 전부 건강한 모습으로 피치에 섰다.
다만 남미에 다녀온 친구들은 다소 기분이 우울한 상태였다. A매치 주간 성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 이게 다 뭐야?”
“뭐, 개인적인 변덕이라고 해 두자.”
“와-우! 진짜 근사한데?”
연습을 앞두고, 나는 남미 쪽 친구들을 위로할 겸 짬을 내어 시내에서 구매한 가방을 선물해 주었다.
데일리로 들고 다니기에 적당한 클러치백으로, 브랜드는 미국의 패션디자이너인 ‘THOM BROWNE’이었다. 우리가 챔피언스리그 때 입는 정장과도 잘 어울릴 만한 것이다.
“진짜 근사한데? 마음에 들어.”
“그렇다면 다행이네.”
만족해하는 동료들을 보며, 나는 곁에 있던 뤼카의 어깨를 두드리곤 코칭스태프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가져갔다.
그들에게 역시, 난 같은 제품을 선물했다.
“뇌물이라고 받아들여야 할까?”
“그러면 좋겠네요. 제가 못해도 선발에서 빼지 말아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요.”
“큭큭큭큭.”
“마음에 들어. 진짜 고마워.”
“별말을요.”
예전부터 줄곧 그랬지만, A매치 주간을 거치고 나면 뭔가 흐름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내가 대표팀에서의 생활을 즐기는 것과는 별개로, A매치 주간 이전 팀이 어땠는지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마치, 프리시즌을 새로이 시작하는 듯했다.
“저것 좀 봐.”
“…….”
“앙투안도 마음에 드는 것 같은데?”
“하여간에 빌어먹을 녀석이라니까.”
“진정해, 친구. 나는 너희 둘이 잘 지내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는 사람이니까.”
“그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안 해 봐?”
“뭐, 가끔은?”
어깨를 으쓱인 오블락의 등으로 손을 가져간다.
“젠장, 쟤는 진짜 재수 없는 놈이야.”
“응. 그래도 축구는 잘해.”
“그래서 더 짜증 나는 거야.”
“쿡쿡쿡쿡.”
앙투안 그리즈만은 이번 10월 A매치 주간, 그의 조국인 프랑스를 위해 헌신적으로 뛰었다. 비록 영광은 포그바가 가져갔지만, 가장 잘 뛴 것은 저 빌어먹을 녀석이었다고 본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축구를 잘한다는 것 때문에 친구가 되어도 좋았지만, 어떻게 배워 먹은 녀석인지 인간적으로는 실격 그 자체다.
지금까지 제멋대로인 동료들을 많이 만나 왔지만, 일반 스태프에게서 공통으로 미움을 받는 녀석은 그리즈만이 유일하다.
축구를 잘하는 동안에는 어떠한 짓을 해도 이 바닥에서는 용서가 된다고 쳐도, 언젠가 기량이 발휘되지 않을 때 과연 저 녀석의 곁에 몇이나 남을지 의문이 들었다.
“난 절대 쟤를 좋아할 수 없을 거야.”
“쿡쿡. 그럼 나는 다행인가?”
“응? 뭐가?”
“그래도 너랑은 잘 지내고 있잖아.”
“Vamos, Amigo. 그걸 비교하면 안 되지.”
당연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아틀레티코로 와서 가장 가깝게 지내고 있는 친구들은 SL 벤피카에서 뛰었던 친구들이다.
어제도 니코가 여자친구와 함께 집으로 찾아와 함께 저녁을 먹기도 했다.
“아무튼, 가방 잘 쓸게.”
“응. 그거면 돼.”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기 전, 내가 전달한 선물로 인해 팀 내의 분위기는 한껏 부드러워졌다. 곳곳에서 피어나는 웃음소리와 농담이 나를 한껏 간질이고 있다.
뭔가, 스스로 가벼워진 듯한 기분이 든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와 A매치 주간을 거치면서, 가슴속 깊은 곳의 무언가가 바뀐 것만 같다. 정확히 그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분명한 건 느끼고 있다.
축구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것.
특정 클럽을 향한 충성심도 스스로 어떠한 미래를 꿈꿀지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 나는 그 어떠한 순간보다 눈앞의 상황에 충실할 수 있다.
Livin` la vida loca.
나는 계속, 미친 삶을 살고자 한다.
***
2016년 10월 15일. 28005 마드리드, 스페인. 데 라 비르겐 델 푸에르토 거리, 67. 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
.전반 18분
아틀레티코 0 : 1 그라나다
&Match-Up`s Best Eleven(아틀레티코/상대팀)
&Tactics(아틀레티코/상대팀) : 4-4-2/4-4-1-1
GK ? 얀 오블락 / GK ? 길예르모 오초아
RB ? 후안프란 / RB – 티토
CB ? 스테판 사비치 / CB ? 후벵 페추
CB ? 디에고 고딘 / CB ? 다비드 롬방
LB ? 필리페 루이스 / LB ? 가브리에우 시우바
RAM ? 앙헬 코레아 / RM ? 이삭 쿠엔카
CM ? 가비 / CM ? 하비 마르케스
CM ? 코케 / CM ? 빅토리앙 앙방
LAM ? 김다온 / LM ? 안드레아스 페헤이라
ST ? 앙투안 그리즈만 / SS ? 알베르토 부에노
ST ? 야닉 카라스코 / ST ? 에제키엘 폰세
.
.
아마도 우린,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일 수도 있다.
전반전 초반부터 동료들 대부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초보적인 실수를 범한다거나 하며 스스로 어려운 상황을 자초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댓가는 이삭 쿠엔카(Issac Cuenca)에게 허용한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이었다.
그라나다의 오른쪽 풀백인 티토(Tito)가 중앙으로 패스를 보냈을 때, 누구도 중앙으로 이동해 있던 쿠엔카를 마크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와 필리페 루이스가 오버랩을 한 티토에게 달라붙어 있던 중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전 상황에서는 가비나 카라스코가 수비를 해 줬어야 했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실점 상황에, 팀 분위기가 크게 꺾여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나 또한, 소리를 내지르고픈 기분이었다.
사실 지금은 조금만 우리가 경계를 제대로 했더라도, 얼마든지 슈팅 시도 자체를 막아 낼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플랫(Flat)은 그걸 능숙히 해낼 수 있다.
평소처럼만 했어도 실점을 모면할 수 있었던 상황은, 나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짜증을 유발했다.
그러나.
‘참자, 다온아. 참아.’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님에게서 전해 들은 주변을 사랑으로 대하라는 말이 떠올라, 나는 화를 내는 대신 손뼉을 두들기며 격려의 말을 목청껏 높였다.
“에-이!! 괜찮아!!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다고!!”
객관적인 전력은 우리가 그라나다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게다가 경기 시간도 70분 이상 남았다.
화를 내기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니, 실제로 내 사고회로 역시 그러한 방식으로 작동했다. 실수만 줄인다면, 금방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삐-익!!
충격을 받은 관중들이 작은 동요를 일으키는 사이, 경기는 재개되었고 나는 처음보다 다소 아래로 내려서서 문제가 많았던 수비진을 정돈시키는 데에 에너지를 쏟았다.
의도적으로 백패스를 많이 가져가고 수비수들이 볼을 많이 터치하도록 하면서, 리듬을 되찾도록 도운 것이다.
그렇게 후방이 안정을 되찾게 되자, 미드필드와 공격진영은 자연스럽게 본래의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파앙-!!
{“우오오오-!!”}
그리즈만과 코레아가 선보인 절묘한 패스플레이가 오늘 경기 첫 번째 유효슈팅으로 이어지고, 이전과 많이 다른 모습에 팬들은 다시 환호성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봤던 나는 수비진영을 향해 가라앉힐 필요가 있단 제스처를 보냈고, 이후 약 10분여 동안 우리는 압도적으로 볼을 점유하며 그라나다의 골문을 위협해 나갔다.
하지만 우리와 마찬가지로 두 줄의 플랫을 활용한 그라나다의 수비는 쉽게 뚫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실점을 허락한 전반 18분부터 전반 32분까지 맹렬히 공격을 시도했지만, 몸을 던져 가며 수비에 힘쓴 그라나다 선수들의 투지가 번번이 슈팅 직전 위기를 막아 낸 것이다.
지금만 해도.
삐-익!!
‘이런!’
측면으로 넓게 움직인 그리즈만의 크로스 시도를 그라나다의 왼쪽 풀백인 가브리에우 시우바(Gabriel Silva)가 좋은 수비로 막아 내었다.
그리고 갑자기 안드레아스 페헤이라(Andreas Pereira)가 드러누우며, 경기는 다소 지연이 됐다.
그라나다가 침대 축구를 하려는 건 아니라고 믿었기에, 나는 상황이 화를 내기보다는 동료들과 부지런히 대화를 주고받으며 상황을 정돈하는 일에 더 집중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 상황이 정돈되고, 가브리에우 시우바가 잠깐 사이드라인 밖으로 빠져나간 사이에 우리의 코너킥으로 경기는 다시 진행된다.
한 명이 적은 상황인지라 그라나다는 최전방 공격수까지 전부 페널티 박스 안에 투입해 둔 상태다.
“…….”
손을 들어 올린 코케가 코너킥을 띄워 올리고, 길게 날아간 축구공은 고딘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 왼쪽 포스트 근처에 자리 잡고 있던 그리즈만에게로 흘렀다.
이에 그리즈만이 헤더를 시도해 보지만, 반작용이 부족했던 헤더는 힘이 실리지 않는다.
그러나.
‘엥?’
어째서인지 무척 다급했던 길예르모 오초아(Guillermo Ochoa)는 잡을 수도 있었던 축구공을 손바닥으로 어설프게 걷어 내는 모습을 보여 줬다.
그리고 이는 어지러운 공간으로 흘러, 다비드 롬방(David Lomban)의 발에 맞고 나의 앞쪽 텅텅 비어 있던 공간으로 흘러나왔다.
나는 곧장 축구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웬 떡이야.’
축구공에 접근해 오른발을 있는 힘껏 휘두르고, 발등에 제대로 얹힌 슈팅은 그대로 잔디 위에 낮게 깔려 나가 그라나다의 골문을 그대로 뒤흔들었다.
딱히 내가 잘했다기보다 그라나다의 실수가 더 돋보인 장면인지라, 난 기뻐하기보다 팬들과의 교류에 더 힘을 쏟았다.
골대 뒤쪽에 자리 잡았던 팬들과 눈을 마주치며, 환호하는 이들이 있는 곳으로 손을 뻗어 본다.
이에 더 열광하는 팬들은 목청을 더욱 높였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손으로 아영이를 향한 하트를 만들었던 나는 뒤로 돌아 달려오는 동료들을 맞이했다.
순서대로, 카라스코와 사비치가 나를 끌어안는다.
.
(레이 허드슨) – BeIN LaLiga 코멘테이터
“지난 A매치에서 환상적인 득점을 터뜨렸던 다온! 아틀레티코로 돌아와서도 득점포를 가동합니다! 그렇지만 골키퍼의 판단에 관한 의문을 떨칠 수는 없군요. 길예르모 오초아. 조금 전의 처리보다 훨씬 더 볼을 잘 걷어 낼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것의 대가는 뼈아프군요.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에게 득점을 허락합니다.”
(개리 베일리) – BeIN LaLiga 컬러-코멘테이터
“골키퍼에게 패닉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지금의 볼 처리는 그렇게밖에 설명이 되지 않네요. 그리즈만의 위치 선정은 무척 훌륭했습니다만, 헤더 자체에는 힘이 실리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다른 아틀레티코의 선수들도 없었죠. 충분히 볼을 잡아 놓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온에게 볼이 흘렀습니다. 그의 오른발 슈팅이에요. 저건 막을 수 없습니다.”
.
이제 겨우 동점일 뿐이지만,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일이다.
축구란 참으로 묘한 것이어서, 하프타임을 기점으로 어떠한 상황을 맞이하느냐가 때때로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최초의 실점에 우리의 실수가 훨씬 더 많은 지분을 차지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득점은 팀 전체의 사기를 북돋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나의 기대대로, 동료들은 더욱 거칠게 그라나다를 몰아붙였다.
앙투안 그리즈만의 결정적인 쇄도와 그라나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앙헬 코레아의 슈팅이 득점에 거의 근접한 상황들을 만들어 냈다.
공격. 그리고 또 공격.
분명 오늘 경기는 두 줄의 플랫을 사용하는 두 개의 팀이 만났건만, 실제로 해당 전술의 근본적인 의미를 활용하는 것은 그라나다인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그보다 4-2-4에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이었고, 볼을 점유하는 시간이 길어질 땐 2-4-4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것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어왔던 나에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본연의 축구보다 훨씬 더 익숙한 것이었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던 가비가 스로인을 직접 가져가, 후방에 있던 고딘에게 볼을 전달한다.
그런 뒤에는 곧바로 움직여 후방에서 볼을 잡아 주는 역할을 했는데, 패스를 전달받은 그는 반대편 사이드 멀리 벌려선 앙투안 그리즈만을 겨냥한 정확한 패스를 보냈다.
‘나이스.’
펩이 FC 바르셀로나에서 활용한 라볼피이나(Lavolpiana)가 곁들여진 전술이 현대 축구의 4-3-3을 쓰는 클럽의 모티브가 되었다면, 디에고 시메오네의 4-4-2는 두 개의 플랫을 쓰려는 팀의 교과서가 되어 주었다.
그라나다 역시 아틀레티코의 축구를 어느 정도 모방했고, 그들의 4-4-2는 박스 주변에서 강점을 갖는 대신 좌우로 흔드는 플레이에 약하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금방 가비가 그리즈만을 향해 보낸 패스가 바로, 이런 약한 고리를 뒤흔드는 것이다.
아무리 훈련이 잘되어 있다고 해도, 선수 개개인의 스프린트 습관과 속도에서 오는 차이가 좌우로 수비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인 공간을 만들어 낸다.
지금만 해도 그라나다의 왼쪽 자원이 그리즈만에게 달라붙는 속도와 바로 옆 선수들이 움직이는 속도에 차이가 났다.
자연스레, 그 사이로 공간이 발생한다.
뒤에서 접근한 코레아가 볼을 받아 들었을 땐, 본래 오른쪽에 더 가까운 중앙 미드필드인 하비 마르케스(Javi Marquez)가 그를 마크하고 있었다.
누구든 수비하고 있다면 괜찮은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엄밀히 말해 저건 포지션을 이탈한 상황이다.
본래 저곳에 있어야 했을 빅토리앙 앙방(Victorien Angban)은 전술적으로 필요치 않은 애매한 중간 지점에 서 있었고, 그것은 그라나다 수비 전체를 왼쪽으로 치우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동했다.
오른쪽 중앙 미드필드인 하비 마르케스의 위치만을 고려해, 이삭 쿠엔카와 알베르토 부에노(Alberto Bueno)가 위치를 왼쪽에 치우쳐 잡았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훈련이 무척 잘되어 있기에 발생하는 아이러니에 가까운 실수였다.
아니 사실 실수라 보기도 어렵다.
연습을 따른 것뿐이니까.
파앙-!
그리즈만에게 패스를 받아 들어 멋지게 턴(Turn)을 하며 돌아선 앙헬 코레아가, 중앙으로 적당히 침투한 뒤에 반대편에 자유롭게 있던 내게로 패스를 전달해 왔다.
피치 오른쪽 영역의 2/3를 텅텅 비워 두다시피 했던 그라나다는 당연히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 안쪽에서 패스를 받아 든 나는 완전한 우위를 확인한다.
좌우로 흔드는 패스가 연달아 이어지다 보니, 풀백의 적극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티토는 내가 볼을 트래핑함과 동시에 달려들어 지연 혹은 차단을 목적으로 하는 수비를 가져갔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5m가량 떨어진 지점에 서서, 다음으로 이어지는 플레이를 막으려고만 하고 있다.
장담하는데 티토는 내가 볼을 잡은 위치가 페널티 박스 안쪽이며, 골대까진 단 16~17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누구보다 그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기에, 티토가 얼마나 정신이 없는지를 변호해 주고 싶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툭-
앙헬 코레아로부터 전달받은 축구공을 트래핑해 발아래에다 놓아둔 나는, 그것을 바깥쪽으로 가볍게 차며 슈팅을 차 넣을 각도를 확보했다.
이곳은 강하게 찰 지점은 아니다.
대신.
파앙-!
“…….”
“??”
“?!”
오른발 안쪽을 사용해 감아 찬 축구공이 발아래에서 떠오르고, 멀리 벗어나는 듯했던 슈팅은 안쪽으로 휘어지기 시작해 반대편 포스트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가까운 쪽 포스트를 막고자 했던 길예르모 오초아는, 정반대로 날아간 슈팅에 반응할 수 없다.
그대로 몸이 굳어 버린 오초아와 다수의 그라나다 수비수 머리 위를 지나친 축구공이, 먼 쪽 골포스트를 두들긴 후에 그대로 골라인을 통과한다.
축구공이 발등에 얹힌 순간 득점을 예감했던 나는, ‘코카콜라’의 광고가 흘러나오는 LED 보드를 뛰어넘었다.
그러곤 환호하는 아틀레티코의 팬들에게로 다가가,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팔짱을 끼어 보이는 다소 거만한 셀레브레이션을 가져갔다.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자주 들었던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의 ‘Seven Nations Army’가 흘러나왔는데, 이곳에서 들려오는 노래는 편곡되지 않은 것이었다.
적당한 템포에 맞춰 합창하는 팬들이 목청을 높여 오고, 난 눈앞에서 열광하는 사람들을 잠깐 바라보다가 뒤따라 광고판을 넘어선 동료들을 두 팔 벌려 맞이했다.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에 나온 역전 골이니만큼, 후반전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믿고 있다.
“좋은 패스였어.”
“좋은 슈팅이었지.”
“하하.”
앙헬 코레아와 끌어안으며 셀레브레이션을 이어 간 나는, 다시 광고판을 넘어 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동안 두 손을 휘저어 팬들에게 더욱 큰 환호성을 요구했다.
여기는 우리의 홈.
비센테 칼데론이다.
.
(레이 허드슨)
“어떻게 이런 친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오늘만 벌써 두 골째를 기록하는 다온입니다. 먼저 실점을 허용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리드를 안겨다 줍니다.”
(개리 베일리)
“벌써 올 시즌 라리가에서만 다섯 번째 득점입니다. 챔피언스리그까지 합치면 8번째 골이로군요. 레알 마드리드의 제로니모 베가와 함께, 시즌 득점 선두가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기억해야 할 건, 저 친구의 포지션이 본래 수비수라는 거죠. 그리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소속입니다.”
(레이 허드슨)
“너무나도 놀라운 선수입니다. 아니. 단지 그냥 축구를 너무 잘하는 거겠죠. 2:1이 되어 버린 경기. 재개와 동시에 곧바로 전반전을 마치는 휘슬이 울립니다. 의외로 화끈했던 전반전의 주인공은, 한국 출신의 바로 이 친구입니다.”
.
.
.전반 종료
아틀레티코 2 : 1 그라나다
***
작가의 말 ?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