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75)
674화 Racha Ganadora (4)
2016년 10월 23일. 41005 세비야, 스페인. C. 세비야 풋볼 클럽, s/n. 에스타디오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Estadio Ramon Sanchez Pizjuan. C. Sevilla Futbol Club, s/n, 41005 Sevilla, Spain).
.전반 07분
세비야 0 : 0 아틀레티코
&Match-Up`s Best Eleven(AT/상대팀)
&Tactics(AT/상대팀) : 4-4-2/3-4-3(D)
GK ? 얀 오블락 / GK ? 세르지오 리코
RB ? 김다온 / CB ? 가브리엘 메르카도
CB ? 스테판 사비치 / CB ? 니콜라스 파레하
CB ? 디에고 고딘 / CB ? 아딜 라미
LB ? 시메 브르살코 / DM ? 스티븐 은존지
RAM ? 니콜라스 가이탄 / CM – 마리아누
CM ? 가비 / CM ? 세르지오 에스쿠데로
CM ? 코케 / AM ? 프랑코 바스케스
LAM ? 야닉 카라스코 / RW ? 비톨로
ST ? 앙투안 그리즈만 / LW ? 사미르 나스리
ST ? 케빈 가메이로 / ST ? 루시아노 비에토
.
.
지난 시즌까지 FC 포르투를 감독했던 누누 이스피리투 산투(Nuno Espirito Santo)는 축구 감독이 아닌, 조금 다른 이유로 널리 알려져 있다.
‘조르제 멘데스의 첫 번째 고객’이 바로 그것인데, 당시 Vt. 기미랑이스에서 뛰던 누누를 데포르티보로 이적시킨 것이 거물 에이전트의 첫 번째 작업이었다.
어쨌든 이후로도 누누 산투는 ‘GestiFute’의 고객이었고, 선수 생활의 말년에는 주제 무리뉴와 함께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경험은 누누 산투가 은퇴 후 감독을 꿈꾸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였다.
‘온다.’
현재 세비야가 사용 중인 쓰리백은 현대 축구의 주류(主流)와는 거리가 많이 멀다.
누누의 전술 아래에서 센터백들은 빌드업보다는 수비에 목적이 있고, 빌드업은 오직 그 위에 있는 두 명의 미드필드에 의해 다소 단조롭게 돌아간다.
그리고 볼이 중앙에 머물 때의 목적은 윙백의 좌우 전진에 있었는데, 윙어가 아닌 윙백에 의해 측면 공격을 시도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오늘만 하더라도, 좌우 윙어로 출전한 이들은 측면에 머물기보다 중앙으로 치우쳐 움직이고 있다.
오른쪽 윙어인 비톨로(Vitolo)는 반대발 윙어로서, 측면에서 볼을 받기는 하지만 드리블의 방향은 90% 이상 중앙에 치우쳐 있다.
반대로 왼쪽은.
‘지금!’
팡-
아르센 벵거의 축구를 가장 잘 이해한 사람 중 하나라고 평가되던 사미르 나스리는 현재, 철저히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 머물며 활동량을 줄인 채 연계에 힘쓰고 있다.
볼이 미드필드 지역에서 오래 머물기에, 축구공을 발아래에다 두는 시간을 줄이는 원터치 플레이를 즐긴다. 약점인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을 모두 감추는 영리한 판단이다.
지금만 해도, 나스리는 오버랩을 시도하던 세르지오 에스쿠데로(Sergio Escudero)를 정확히 확인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전술적인 의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그것을 드러내는 다양성이 부족하다면 결국은 단조롭다는 한계를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고 말이다.
좀 더 쉽게 말해, 누누 산투의 축구는 굉장히 1차원적이다. 피치 위에서 힘을 주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는 거다.
팀이 측면을 노리는지. 아니면 중앙에 힘을 쏟고자 하는지. 무슨 생각으로 전술을 구성했고 분석을 진행해 왔는지를 단 몇 분이면 쉽게 파악해 낼 수 있다.
그리고 그건, 소위 빅리그로 불리는 곳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탁-
“?!”
“!”
‘그렇지!’
전반 초반 단 몇 분을 본 것만으로, 나는 누누 산투가 어떻게 축구를 하려는지를 얼추 파악해 낼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타이밍을 맞춘 것이다.
사미르 나스리에게서 세르지오 에스쿠데로에게로 향하던 패스를 중간에서 잘라 내며, 나는 넓게 펼쳐진 세비야의 왼쪽 측면을 침투했다.
현재 가까운 곳에서 내게 달려들 수 있는 선수는 둘이었는데, 우선 첫 번째로 공격형 미드필드 겸 메짤라(Mezz`ala)의 역할을 맡은 프랑코 바스케스(Franco Vazquez)다
하지만, 난 그를 곧장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저 남자는 너무 느리다.
‘그렇다면?’
프랑코 바스케스의 다음은 왼쪽 센터백인 아딜 라미(Adil Ramy)다. 조금만 성실했다면, 전혀 다른 커리어를 밟았을 껄끄러운 중앙 수비수다.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센터백의 자질을 몽땅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센터백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주력을 지녔고, 능수능란한 빌드업 능력과 뛰어난 체격조건(189cm/89kg)을 바탕으로 몸싸움에도 능숙하다.
다만 성질이 워낙 배배 꼬인 데다가, ‘축구를 할 기분이 아니라 훈련에 불참’하는 기행을 여러 차례 선보인 구제 불능의 문제아로 악명이 높다.
릴 OSC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코치를 폭행하기도 했고, 발렌시아에서는 공식인터뷰 자리에서 감독을 [“멍청이인 데다가 생각도 짧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것도 심지어 9월에 말이다.
결국 아딜 라미의 성질을 견뎌 내지 못한 발렌시아 CF는 AC 밀란으로 반년간 임대를 보냈고, 이후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헐값에 판매해 버렸다.
하지만 AC 밀란 역시 마찬가지.
발렌시아 CF를 벗어나기 위해 50만 유로를 자비로 부담했던 아딜 라미는, 당시 AC 밀란의 감독이던 필리포 인자기와 하루가 멀다고 부딪혔다.
라미는 클럽하우스에서 [“무능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고, 결국 끝내 화해를 하지 못하며 세비야로 다시 팀을 옮겼다.
그나마 세비야 이적 후에는 무난하게 뛰는 것 같았으나, 작년 히혼과 베티스의 팬들을 상대로 소셜네트워크상에서 설전을 벌이며 악동은 어디 가지 않는다는 걸 보여 줬다.
바로 이러한 것들 때문에, 항상 실제 실력보다 저평가를 받아 왔던 거다.
‘덤벼 봐.’
세비야의 진영 2/3 부분에서, 나는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아딜 라미와 마주했다.
이 남자만 뚫는다면, 박스로 들어설 수 있다.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딜 라미는 아마도 체격조건과 힘을 앞세운 수비를 해 오려고 들 것이다. 그리고 내 예상이 옳다면, 다리가 아닌 팔을 먼저 뻗어 올 게 틀림없다.
8m, 7m, 6m.
뻗은 발이 채 땅바닥에 닿기도 전에 거리는 계속해서 좁혀졌고, 대략 3m 정도까지 좁혀지게 되자 라미는 예상했던 대로 몸 전체를 움직이며 팔을 뻗어 왔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순간 스텝을 맞추며, 오른발로 축구공을 들어 각도를 틀었다.
이란과의 A매치 경기에서 이러한 식으로 득점까지 올렸기에, 감각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러나.
탁.
‘걸렸…… 어?’
아딜 라미의 발에 축구공이 걸리고, 안타까움을 채 느끼기도 전에 나의 몸은 더 깊숙이 들어온 무릎과 부딪혀 살짝 떠오른 후 피치로 곤두박질쳤다.
쿵-!! , “윽!!”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여러 곳에서 터진 커다란 목소리와 야유 사이로 주심의 휘슬 소리가 들려왔다.
.
(에네코 산도발) – BeIN LaLiga 스페인 코멘테이터
“아딜 라미의 파울! 다온의 놀라웠던 질주는 50여 미터가량 이어지다 여기에서 멈춰 섭니다!”
(마우로 페스코스) – BeIN LaLiga 스페인 해설위원
“Que Guay. Muy Que Guay.”
(에네코 산도발)
“말처럼 정말 멋진 드리블이었습니다.”
(마우로 페스코스)
“역시 자신의 본래 포지션이라 그런지 자신감이 넘칩니다. 나스리의 패스를 끊어 낸 순간부터, 숨죽이고 그의 질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온의 돌파를 옐로카드 한 장과 교환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라미는 어떻게든 막아야 했을 겁니다.”
(에네코 산도발)
“아틀레티코는 다온의 합류 이후 8연승 중입니다.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 내는군요.”
.
조금 뒤쪽으로 물러나, 코케가 박스 안으로 킥을 띄워 올리는 것을 바라본다.
사비치를 겨냥했던 크로스였던 것 같지만, 니콜라스 파레하(Nicolas Pareja)가 한발 앞서 헤더를 따낸다. 박스 안으로 향하는 패스의 궤적이 다소 완만했던 게 아쉬웠다.
페널티 박스 왼쪽 부근에서 치열한 볼 다툼이 펼쳐졌고, 가브리엘 메르카도(Gabriel Mercado)가 길게 걷어 내려고 찬 축구공이 그리즈만에 맞고 굴절이 됐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구른다.
그러니까, 내 정면.
“…….”
망설일 이유가 없었기에, 나는 즉시 발을 힘껏 앞으로 내디뎌 나갔다.
왼쪽으로부터 굴러오고 있는 축구공은 속도가 조금씩 죽기 시작했고, 덕분에 조금 더 수월하게 타이밍을 맞출 수 있었던 나는 오른쪽 발등을 정확히 가져다 댈 수 있었다.
퍼억-!!!
슈팅을 쏘아 올린 지점에서 빠르게 뻗어 나간 축구공은 세비야의 골대 상단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
{“우…….”}
축구공은 크로스바 위를 살짝 벗어나 버린다.
관중석 곳곳이 소요(騷擾)로 차오른다.
“에이, 씨…… 퉤!!”
아쉬움에 인상을 잔뜩 찌푸렸던 난, 흙 맛이 느껴져 침을 피치에 뱉곤 뒤를 돌아 달려 나갔다.
아직, 경기는 0:0이다.
***
.전반 31분
세비야 0 : 0 아틀레티코
지난 시즌, 세비야 FC는 꽤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3시즌 연속 유로파리그 우승이라는 진기록과 함께, 챔피언스리그 진출 자격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이런 세비야의 고민은 우나이 에메리의 뒤를 이을 감독의 선임이었는데, 많은 이들이 물망에 오르던 중 FC 포르투의 누누 산투가 레이더에 들어왔다.
그리고 세비야의 단장인 몬치(Monchi)는 현(現) 세비야의 특성과 누누 산투의 축구가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영입 명단에 있던 사미르 나스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
측면을 중심으로 빌드업을 가져가고 경기를 풀어 나가길 바라는 누누 산투의 축구에서, 사미르 나스리는 날개를 달고 훨훨 뛰어다닐 수 있는 유형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었고, 새로운 시도를 한 몬치의 선택은 맞아떨어지는 듯 보였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슈퍼컵 2:3 패배와 아틀레틱 빌바오 원정에서의 1:3 결과를 제외하면, 누누 산투의 축구는 분명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다이아몬드와 플랫 형태의 3-4-3을 오가며, 공수에서 모두 깊은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오늘.
{“이런-! 또야?!”}
{“이봐-! 다들 뭔 생각이야?!”}
{“좀 잘해 보라고!!”}
에스타디오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에는 팀의 부진한 경기력을 원망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 앉은 세비야 FC의 단장 몬치는, 과연 현재까지의 경기내용을 단순한 컨디션 주기로 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점유율 자체는 5:5로 양 팀이 비슷했지만, 팀의 힘과 전술적 의도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순했던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효율적으로 세비야 FC의 공격을 차단해 나가고 있다. 특히 오른쪽에서 합을 맞춘 니콜라스 가이탄과 김다온이 인상적이다.
둘의 협력수비에 사미르 나스리는 숨조차 쉬기 힘들어 보였고, 세르지오 에스쿠데로는 뛰고 있는지도 모를 만큼 존재감이 흐려졌다.
{“에—–이!!!”}
지금도 나스리의 패스가 길게 사이드라인을 빠져나가는 실수에 가까운 플레이가 나왔고, 다시 실망한 팬들은 목소리를 높이며 분명한 불만을 표출했다.
답답함을 느낀 몬치가 물병의 뚜껑을 비튼 후, 바짝 마른 목을 축인다.
전통적으로 홈에서 강했던 세비야 FC였기에, 지금과 같은 상황은 몬치에게도 그리 익숙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아틀레티코가 최근 기세를 올려 나가는 중이라 해도, 1986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린 이 경기장에서는 제대로 된 경기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았어야 했다.
‘그런데, 도대체 어째서?’
삐?익!!
{“아…….”}
그리즈만의 침투를 막던 스티븐 은존지(Steven Nzonzi)가 파울을 범하고, 주심 후안 마르티네스 무누에라(Juan Martinez Munuera)가 세비야에 두 번째 경고 카드를 꺼내 든다.
지금도 보면 나스리를 활용할 수 없었던 세비야 FC의 빌드업에 문제가 생겨, 코케와 가비에게 압박을 허용하고 말았다.
전반 35분.
점점 더 경기는 세비야 FC에 불리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
삑-! 삐?익!! 삐—익!!
.
.
.전반 종료
세비야 0 : 1 아틀레티코
전반전을 끝내는 휘슬이 울려 퍼지고,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비야의 팬들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0:0으로 마무리되는가 했던 전반전의 균형이 무너진 건, 세르지오 에스쿠데로의 실책과 골키퍼 세르지오 리코(Sergio Rico)의 아쉬운 판단이 겹치면서였다.
또다시 고립이 되어 버린 세비야의 왼쪽 윙백은 패스를 줄 곳을 찾다가 수비에 둘러싸였고, 볼을 가로챈 가비 페르난데스는 즉각 오른쪽 측면으로 넓게 패스를 보냈다.
그리고 그곳으로 뛰어든 김다온은 생각지도 못했던 지점에서 얼리크로스를 띄웠다.
세비야 FC의 수비수들이 채 준비하기도 전에 나온 한 박자 이상 빠른 크로스였고, 처음 볼을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세르지오 리코는 어설프게 전진하다 자리에 멈춰 섰다.
자신을 향해 곧게 뻗어 오는 줄로만 알았던 김다온의 크로스가, 낙하가 시작됨과 동시에 궤적을 바꿔 점점 더 먼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결국 세르지오 리코는 골문을 비워 둔 셈이 됐고, 그는 자신을 지나친 축구공에 케빈 가메이로가 머리를 가져다 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골대의 정 가운데로 굴러간 축구공은 그렇게 골라인을 넘어섰고, 이후 주심은 곧바로 전반을 종료시켰다.
‘굉장해.’
그라운드를 벗어나 복도로 향하는 길, 아틀레티코의 중앙 수비수 스테판 사비치는 감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늘, 사비치는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김다온이 오른쪽 풀백으로 뛰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건, 비현실적이야.’
만약 자신이 조금만 더 스페인어에 능숙했다면, 지금쯤 잔뜩 흥분해서 주변에 떠들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사비치의 스페인어 수준은 초급 정도다.
생활하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지만, 자신의 감정을 말로 풀어내기에는 어휘력이 다소 부족했다.
그렇게 속으로 감탄만 하며 걸어가는 사비치를, 마찬가지의 생각을 한 다른 남자가 뒤따른다.
‘진짜 쩔었어. 안 그래?’
스테반 사비치와는 달리 능숙하게 스페인어를 구사할 수 있었음에도, 가비 페르난데스 또한 입을 다문 채 걸음을 옮기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디에고 시메오네의 전술 특성상, 가비 페르난데스 역시 김다온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다.
‘대단한 건 알았지만, 이럴 줄은…….’
후안프란 역시 세계적인 풀백 중 하나였지만, 김다온이 수비진영에 있을 때 느껴지는 안정감은 격이 다르다고 느껴질 만큼 분명한 차이를 보여 줬다.
오른쪽 수비진영 전체를 지배하며, 완벽한 수성(守城) 능력을 선보인 것이다.
탐색전이 끝난 전반전 05분 이후부터는 아예, 사미르 나스리를 숨조차 쉬지 못할 정도로 밀어붙였다.
실제로 지금 앞에서 걷고 있는 사미르 나스리의 발은 땅바닥에 끌리고 있었다.
“…….”
동료로 뛰는 풀백 김다온을 처음으로 경험한 가비 페르난데스는 이러한 행렬의 두 번째 남자일 뿐이다.
“앞으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겠어.”
“그러니까.”
“사울과 앙헬의 컨디션이 조금만 더 올라오면, 다온이 조금 더 자주 풀백에서 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나도 찬성이야.”
진지한 대화 중인 코케와 디에고 고딘이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고, 이를 바로 뒤에서 지켜본 앙투안 그리즈만이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바닥에다 침을 뱉는다.
“퉷-!!”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시스트를 기록한 김다온이 니콜라스 가이탄과 함께 복도에 발을 내디딘다.
“후반전에는 쟤네가 패턴을 바꿀 거야.”
“디에고가 말해 주지 않을까?”
“그렇겠지. 하지만 미리 알고 있을 필요는 있어. 어쩌면 나스리가 아예 중앙으로 갈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사람들이 하나둘 복도를 지나쳐 각자의 라커룸으로 향하고, 정적이 찾아든 이곳에 진행요원들이 찾아와 바닥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오늘처럼 무기력한 경기는 처음 보았다며, 아틀레티코가 더 강한 팀이 되었다는 것에 의견을 모은다.
“올해는 모르겠는데?”
“그러게 말이야.”
“젠장. 난 오늘 무승부에 배팅을 했었다고.”
전반 45분 만에 풀백으로서의 능력을 보여 준 김다온으로 인해, 경기 전과는 사뭇 다른 공기가 세비야의 홈그라운드를 지배한다.
그리고 같은 공기가 내려앉은 세비야의 라커룸엔, 해결책을 바라는 선수들과 어지간해서는 경기 도중 전술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감독의 신경전이 펼쳐졌다.
세비야의 선수들은 팀 빌드업의 핵심인 사미르 나스리를 도울 뭔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누누 산투는 전술보다 정신적인 면에 접근한다.
하지만 이는 선수들이 느끼는 점과 괴리가 있었고, 오히려 사기를 떨어트린 팀 토크가 되어 버린다.
수비수가 상대의 에이스(ACE)를 봉쇄하고 경기에 큰 영향을 미쳤을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흐름. 그 속에서, 김다온은 여유롭게 후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유니폼과 양말을 갈아신고, 새로운 축구화의 끈을 동여매며 가벼운 농담을 동료들에게 던진다.
그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면 아틀레티코의 선수들은 먼저 경청했고, 이야기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클럽의 구심점이 누가 되고 있는지를 행동으로 보여 줬다.
어느새 하프 타임이 끝나고, 아틀레티코의 선수들은 후반전을 치를 준비를 한다.
“네가 한마디 해.”
“뭐? 진짜?”
“응. 그게 좋을 것 같아.”
한마디를 요구하는 가비 페르난데스의 말에, 잠깐 망설이던 김다온이 어깨를 으쓱하며 두 단어를 꺼내 든다.
“RACHA. GANADORA.”
“?!”
“!”
“…….”
“난 지는 건 진짜 죽는 것만큼 싫거든. 뮌헨에 있을 때 늘 미련을 남기는 녀석이 있다면 엉덩이를 걷어차 주겠다고 말했어. 그러니까, 나가서 이기고 돌아오자.”
연전연승(Racha Ganadora)을 의미하는 김다온의 말에, 그리즈만을 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격정적인 반응을 선보인다.
손뼉을 두들기고 목청을 높이며, 그들 스스로 전의를 끌어올린 것이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그렇고 훨씬 더 이전에 뛰어온 수많은 위대한 전설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김다온 역시 세계 최고만이 할 수 있는 영향력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전달하고 있다.
한껏 드높아진 아틀레티코의 사기(士氣)는 오늘 밤, 세비야의 하늘 가장 높은 곳까지 치솟았다.
***
작가의 말 ? 8,620자입니다.
이전 화에서 언급된 해트트릭 횟수는 3회로 정정합니다.
그리고 능력치는 작중 시점 2017년에 맞춰서 새롭게 업데이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