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677)
676화 Calificacion (2)
2016년 10월 29일. 28005 마드리드, 스페인. 파세오 데 라 비르겐 델 푸에르토, 67. 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
.전반 20분
아틀레티코 1 : 0 말라가
&Match-Up`s Best Eleven(AT/상대팀)
&Tactics(AT/상대팀) : 4-4-2/4-2-3-1
GK ? 얀 오블락 / GK ? 카를로스 카메니
RB ? 후안프란 / RB ? 로베르토 로살레스
CB ? 스테판 사비치 / CB ? 바카리 코네
CB ? 디에고 고딘 / CB ? 미켈 빌라누에바
LB ? 필리페 루이스 / LB ? 페데리코 리카
RAM ? 니코 가이탄 / CM ? 파블로 포르날스
CM ? 사울 니게스 / CM ? 이그나시오 카마초
CM ? 가비 / RAM ? 조니
LAM ? 김다온 / CAM ? 초리 카스트로
ST ? 앙투안 그리즈만 / LAM – 후안카르
ST ? 케빈 가메이로 / ST ? 산드로 라미레즈
.
.
전술(戰術)과 전략(戰略)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전자가 기술(技術)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후자는 방법(方法)에 조금 더 가깝다.
이런 의미에서, 말라가가 택한 전략은 거칠게 우리를 몰아붙이는 것이었다.
전반전 3분 만에 앙투안 그리즈만이 뒤꿈치를 밟혀 쓰러졌고, 5분 뒤에는 니코가 상대의 머리에 눈두덩이를 가격당해 눈썹이 찢어지는 일이 있었다.
자연스레 분위기는 과열되었고, 그 과정에서 사비치가 복수에 가까운 태클로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직전 상황에서, 니코에게 상처를 입힌 이그나시오 카마초(Ignacio Camacho)의 플레이가 문제가 됐다. 사울의 발목을 밟았는데, 주심이 그냥 넘어가 버린 거다.
사비치의 태클은 분명 경고를 받을 만한 것이었지만, 우리는 어째서 주심이 그 전 상황에서 파울을 불지 않았는지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 얀 오블락이 경고를 받은 이유다.
주심은 어필이 너무 거세다고 봤다.
“……퉤-!”
격노한 감정이 머무는 위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난 허리춤에 선을 얹은 채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전반전 7분 아래로 내려선 그리즈만의 패스를 이어받은 가메이로가 멋진 개인기를 선보이며 득점을 터뜨렸다. 이른 시간의 골이었고, 우린 분명히 그에 따른 이득을 봤다.
만약 골이 없는 상황에서 말라가가 본격적으로 거칠게 나왔다면, 자칫 거기에 휘말릴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젠 슬슬 유효기간이 끝날 때다.
말라가의 거친 플레이로 인해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인 빠른 전개에 제동이 걸렸고, 피치를 유기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상태에서 특정 선수에 의존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볼을 가진 쪽이 피치를 좁게 쓴다는 건, 수비하는 쪽에서는 하는 일이 훨씬 더 쉬워지는 뜻이 된다.
실제로 말라가의 공격은 조금씩 매서워졌고, 반면 동료들은 그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는 듯했다.
‘냉정해져야 해.’
몇 분 전까지가 7:3 정도의 흐름이었다면, 지금은 거의 균형이 맞춰져 5.5:4.5가 되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 흐름을 반전시키는 데 필요한 건.
“여기!!”
“…….”
팡-!
“에-이!!”
패스를 요구했던 케빈 가메이로 대신, 나는 후방으로 패스를 돌린 후에 양해를 구하고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곤 뒤쪽으로 물러나, 의도적으로 팀 전체의 속도를 늦췄다.
오늘 말라가의 전방 압박 정도는 그리 강한 편이 아니다.
라인을 낮추고 수비를 단단히 한 뒤에, 우리가 볼을 점유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본격적으로 강팀의 반열에 올랐던 2009/10 시즌 이후, 이 클럽의 경기당 평균 볼 점유율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
라 리가 내에서의 기록만을 따로 빼내었을 때도 마찬가지. 특히 10위 이하의 팀을 상대로 한 평균 점유율이 49.4%라는 건, 시메오네의 전술적 컬러를 보여 준다.
그리고 그것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해 왔다는 건, 현(現) 아틀레티코의 스쿼드에 어울리는 전술이란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 말라가가 하는 것처럼, 점유율을 우리에게 넘겨주게 되었을 때가 문제다. 사울과 가비 모두 볼을 일방적으로 점유했을 때의 조율은 어색해한다.
Football IQ가 부족한 미드필드처럼 습관적으로 템포를 늦추거나 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해 왔던 축구가 두 사람에게 빠른 볼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역습에 특화되어 볼을 전개하는 훈련에 집중해 왔고 또 거기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지다 보니, 경기의 속도를 조절하는 데 문제가 생겨 버린 거다.
여기에서 내가 말한 속도란, 단순히 드리블과 패스의 취사에 따라 발생하는 흐름을 말하는 게 아니다.
팀이 가장 좋아하고, 팀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속도를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팀이 잘하는 건.
‘역습.’
가비에게 소리쳐 위치를 바꾸고 나서, 나는 아예 중앙에 머물면서 라볼피아나(Lavolpiana)로서의 역할을 소화했다.
오른쪽 전방으로 침투되었던 축구공이 다시 뒤로 돌아 나오고,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서서 패스를 전달받았을 때 나와 일직선상에 놓인 그리즈만과 눈이 마주쳤다.
빌어먹을 놈이지만, 축구는 확실히 잘한다.
아마, 현존하는 최고의 9.5번일 거다.
아틀레티코에서 그리즈만은 투톱으로 나서지만, 펄스 나인과 섀도 스트라이커를 오가는 메디아푼타(Mediapunta/AM)라 보는 게 정확한 설명이다.
그런 저 친구의 가장 큰 장점은 연계다.
“…….”
팡-
케빈 가메이로가 아래로 내려서서 수비수들을 끌어내는 사이, 이번에는 반대로 앙투안 그리즈만이 말라가의 수비라인 사이로 쇄도를 시도했다.
나는 이미 축구공을 앞으로 길게 보내 뒀고, 띄워 보낸 패스를 그리즈만이 헤더로 정확히 앞쪽에 떨궈 놓는다.
여기에서, 가메이로를 따라나섰던 스토퍼 바카리 코네(Bakary Kone)의 위치를 커버한 미켈 빌라누에바(Mikel Villanueva)의 보이지 않는 실책이 나온다.
동료가 앞으로 딸려 나갔다는 것을 잠깐 깜빡했는지, 옆으로 흐르는 볼에 얼른 따라가지 않았다.
뒤늦게 상황판단을 내린 빌라누에바가 다시 속도를 붙여 보지만, 어느새 그곳엔 케빈 가메이로가 뛰어든 상태였다.
‘가-!’
빌라누에바가 뻗은 발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며, 돌파에 성공한 가메이로가 골키퍼와의 1:1 상황을 마주한다.
그리고 첫 번째 득점 상황에서 왼발을 사용했던 것과는 달리, 한 박자 빠르게 오른발을 사용하여 골대의 왼쪽 아랫부분을 정확히 겨냥한 슈팅을 날렸다.
저건 굉장히 훌륭한 판단이었는데, 만약 주(主)발인 왼발을 쓰려고 했다면 페데리코 리카(Federico Ricca)의 태클에 차단을 당했을 것이다.
그물이 출렁이고,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 나는 이후 싱긋 미소를 띠며 천천히 자리를 찾아 이동했다.
앞쪽에서는 가메이로와 그리즈만을 중심으로 한 셀레브레이션이 펼쳐지는 중이었고, 거기에 참여하는 대신 박수를 보내는 것으로 대신하던 나는 곁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가비가 서 있었다.
“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야?”
“뭐?”
“뭐든지 적당해야 좋은 거야.”
“하하. 그거 칭찬 맞지?”
“……괴물 같은 놈.”
“다 들었어-!”
“…….”
지금 가비가 이러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아마, 금방 내가 보낸 패스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장면 자체로만 본다면 하프라인 위에서 보낸 그리즈만을 향한 패스일 뿐이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 쪽은 헤더로 절묘하게 속도를 죽인 저 재수 없는 놈처럼 보일 거다.
하지만 내가 패스를 보내기 직전, 말라가의 미드필드가 앞으로 튀어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바로 그것 때문에 말라가의 최종 수비와 그 앞 미드필드 사이에 공간이 생겨났고, 그리즈만과 가메이로가 연계를 했을 때 미드필드에서 커버를 올 수 없었다.
이전까지 말라가가 페널티박스 주변에 많은 숫자를 항상 놓아두었던 것과 비교해 본다면, 그 차이를 분명하게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말라가가 공세를 취하는 상황이 아닌 그들이 수비하는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수비하고 있었음에도 오히려 수비진영에 공백이 생겨난 건, 우리가 경기의 템포를 조절하며 계속 볼을 점유했기 때문이다.
상대가 전술적으로 우리에게 볼을 주려고 한다면, 그건 바로 지금처럼 이용해야 하는 거다.
그리고 또 패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말라가의 미드필드와 공격 라인이 전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패스를 전방으로 보냈기에, 우리의 공격진 역시 가장 익숙한 역습과 비슷한 속도를 가져갈 수 있었다.
속도와 템포란 축구에서 사전적인 의미 그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전술과 결합할 때는 전혀 다른 성질로 바뀐다.
그것을 올바르게 찾아내어 공수를 조율할 수 있는 미드필드만이, 볼이 멈춰선 저곳 메디오 센트로(Medio Centro/CM)를 지배해 왔다.
이러한 면에서 아틀레티코의 중원의 역량은 약간 한곳으로 치우쳐져 있다.
그걸 이겨 내야만.
‘5월에 이길 수 있어.’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점에, 난 작은 위안을 삼아 본다.
***
【같은 시각】01007 알라바, 스페인. 가스티에즈, 세르반테스 이빌비데아, 20. 멘디조로차 스타디움(Mendizorrotza Stadium. Gasteiz, Cervantes Ibilbidea, 20. 01007 Alava, Spain).
.전반 33분
알라베스 1 : 2 레알 마드리드
{“…….”}
{“…….”}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은 피치를 질주하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힘껏 자리에서 뛰어오른 뒤 떨어지며 특유의 셀레브레이션 동작을 선보인다.
“호-우!!!”
오늘, 그는 벌써 두 골째다.
.
(호르헤 발다노) – Canal+ 코멘테이터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르, 고르고르고르고르고르 고오-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우-! 전반 33분 마침내 역전하는 레알 마드리드! 그 주역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오늘만 두 개의 득점!! 카림 벤제마의 훌륭한 패스를 그대로 골로 연결합니다!!”
.
전반전 7분, 레알 마드리드는 알라베스의 공격수 데이베르송(Deyverson)에게 예상치 못한 일격을 허용하며 0:1로 끌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후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며 두들겨 맞는 모습이었는데, 이는 무척 의외의 전개였다.
하지만, 결국 실책이 흐름을 바꿨다.
코너킥을 수비하는 상황에서 득점을 올렸던 데이베르송이 핸드볼 파울을 범했고, 이를 통해 얻은 페널티킥을 호날두가 집어넣으며 마드리드가 주도권을 찾아왔다.
전원 수비에 나선 알라베스는 역전 골을 허락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수비를 불러 모은 벤제마가 절묘한 힐킥으로 호날두에게 어시스트 패스를 전달했다.
이에 코치들과 커다란 기쁨을 표현한 지네딘 지단은 테크니컬 에이리어로 나서, 선수들을 향한 독려의 말을 보냈다.
“아주 좋았다-!! 멋진 플레이였어!!”
그리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남자의 고개는 저절로 떨어져 내렸다.
“후우~”
제로니모 베가.
지난 두 개의 시즌 동안 레알 마드리드 공격의 한 축을 이끌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후계자’란 별명까지 들었던 그는, 올 시즌 어째서인지 전혀 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A la gran puta(거대한 씨팔 새끼).”
제로니모 베가의 조용한 중얼거림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신(神)으로 군림 중인 한 남자를 향한 것이었다.
“퉤-!”
2016/17 시즌, 제로니모 베가는 교체로 단 두 경기를 출전한 것에 그쳤다. 그나마도 출전 시간이 경기당 10분을 채 넘지 않았다.
선발은 BBC로 완전히 굳어졌고, 로테이션 자리도 하메스 로드리게스/마르코 아센시오/루카스 바스케스/알바로 모라타 등에게 넘어갔다.
오늘은 그나마 하메스와 아센시오의 발목에 문제가 생겨 교체 명단에 들었지만, 평소엔 벤치에도 앉지 못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지난 프리 시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충돌을 일으키며 클럽 내 정치(政治)싸움에서 완전히 밀려나 버렸기 때문이었다.
EURO 2016 우승이란 경력을 커리어에 추가하고 돌아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프리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일정 구성에 하나하나 참견을 시작했다.
그로 인해 소집 일정이 이틀 늦춰지는가 하면, 클럽하우스의 식당 메뉴에도 변화가 생겨났다.
평소 엄격한 식단관리로 유명한 호날두는 자신이 선호하는 지중해풍의 저염 고단백식을 채워 넣었고, 평소 선수들이 좋아하던 메뉴 일부를 빼 버렸다.
그리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던 마사지 베드 하나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으며, 아무도 쓸 수 없게 만들었다.
횡포에 가까운 행동에 당연히 선수단 사이에는 반발이 생겼고, 일부가 지네딘 지단과 플로렌티노 페레스를 찾아가 항의를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전부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절대적인 존재였고, 감독과 회장은 ‘별것 아닌(?)’ 문제에 날을 세우지 않기를 원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새로운 규칙에 적응하던 초반, 제로니모 베가가 호날두의 전용 마사지 베드에 앉았던 일이 있었다.
마사지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옆자리에서 관리를 받고 있던 이스코와 대화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한데, 자신의 침대에 제로니모 베가가 앉아 있는 것을 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성큼성큼 걸어와 베가를 거칠게 밀쳐 내어 땅바닥에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러곤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부었다.
처음 당황해하면서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던 베가는 억지로라도 참으려고 했지만, 호날두가 어머니에 관한 일을 거론한 순간 이성을 잃어버리고야 말았다.
그 즉시 베가는 호날두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얼굴이 아닌 머리를 가격한 이후엔 복싱 선수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쉬지 않고 주먹질을 가했다.
만약 주변에서 누가 말리지 않았다면, 관자놀이에 일격을 허용한 호날두는 영락없이 주먹을 허용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게 한껏 소란이 벌어진 뒤, 제로니모 베가는 내부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4주의 주급 정지와 함께 보름 동안 클럽하우스 출입을 금지당했다.
그리고 다음 날 침통해하던 와중, 호날두가 가족들을 포함한 레알 마드리드의 사람들 전부에 선물을 돌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제로니모 베가에겐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이는 분명한 메시지가 됐다.
보름 후 시즌 시작을 앞두고 다시 선수단에 합류했을 때, 제로니모 베가는 자신이 완벽하게 소외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이는 근신 처분을 받은 동안, 전화를 걸어온 이의 목록만 봐도 짐작이 가능했다.
김다온이라는 연결 고리가 있던 토니 크로스와 성격 좋기로 유명한 이스코를 뺀 누구도, 근신 중이던 제로니모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지 않았다.
호날두와 벤제마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 제로니모 베가를 의도적으로 배척하기 시작했던 거다.
어느새 의욕을 완전히 상실해 버린 제로니모 베가.
그는 축구가 싫어졌다.
“후우~”
숙였던 고개를 다시 들어 올려 의자에 등을 기댄 제로니모 베가의 눈이 축구공이 있는 곳을 쫓고 있다.
흐름을 완벽하게 찾아온 레알 마드리드는 알라베스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중이었고, 이대로만 흘러간다면 별다른 문제 없이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베가에겐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다.
발롱도르 후보가 발표된 이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독선은 더욱 심해졌다.
훈련 때 노골적으로 자신에게 패스를 밀어 달라 요구를 하고 있고, 제로니모 베가의 사례를 보며 깨달은 것이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그에 따르고 있다.
패스가 오지 않으면, 호날두는 화를 낸다.
‘오, 실수했네.’
좋은 기회에서 가레스 베일이 패스 대신 슈팅을 선택하고, 그것이 골대 멀리 벗어나자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어 보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주먹까지 휘두르며 고함을 내질렀다.
결정적인 순간이었다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아직 전반전 33분이고 스코어에도 앞서고 있다.
그리고 가레스 베일에게 역시 득점과 관련된 보너스가 걸려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동료의 욕심에 짜증을 낼 수는 있어도 저렇게는 하면 안 됐다.
선을 많이 넘은 욕설과 손짓하는 호날두를 바라보며, 베가는 지난날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호날두의 조언에 따라 최고가 되고자 전혀 다른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던 최근 3년의 모습이, 베가는 너무나도 부끄러워 참을 수가 없었다.
한때는 그것이 옳다고 여겼지만, 막상 본보기로 삼아 온 이에 의해 곤경에 처하게 되자 화려한 가면에 감춰진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부모님이 고용된 농장에서 함께 농사를 지었던 제로니모 베가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마치 옥수수 같다고 생각했다.
옥수수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지만, 어떠한 작물보다도 지력(地力)을 어마어마하게 소모한다.
그 때문에 제대로 된 옥수수 농사를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밭과 끊임없이 영양분을 보충해 줄 비료와 농약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의 옥수수 농가는 늘 콩을 함께 재배했다.
물만 있으면 재배할 수 있는 콩은 옥수수가 자라고 난 뒤 연작(連作)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작물이다.
“Gilipollas de maiz(옥수수 새끼).”
체지방을 모조리 태워 약간 길쭉하게 느껴지는 호날두의 얼굴이 옥수수와 비슷하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비로소 기분이 좋아진 제로니모 베가는 미소를 얼굴에 띤다.
그렇지만 그의 현실이 절망적이라는 사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다시 얼굴이 굳어지는 제로니모 베가.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쉰다.
‘벤피카에 있을 때가 그리워.’
축구와 최고.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제로니모 베가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
작가의 말 ? 8,308글자입니다.
본문에 나온 호날두 관련 내용은 그가 유벤투스로 떠난 뒤, 이스탄불의 타블로이드 포스타(Posta)가 실은 내용을 각색한 것으로 단순한 루머에 불과한 내용을 차용했습니다.
특정한 선수를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으며, 작중 전개를 위한 캐릭터 잡기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참고로 이번 에피소드의 제목은 ‘자격’이란 뜻을 갖고 있습니다.